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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월 20

(수위소설)[라나]계약연애.TXt

#아래 소설은 일반인이 거북해 할수 내용이 담겨 있을수 있습니다. BDSM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면 되돌아가기를 누르기를 바랍니다.



계약연애 - 라나




계약 연애 ( 1 ~ 27 )


- 1

란아는 고급스런 빌라 앞에서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여기서 그녀가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녀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그녀의 의지완 관계없이...
란아는 병상에 누운 새엄마를 생각 했다. 수술만 받으면 건강해 지실 수 있는데, 그녀에겐 돈
이 없었다. 새엄마와 단둘이서 힘들게 살아온 그동안 겨우 먹고 살 정도의 돈 밖에 없었지만
새엄마와 그녀는 행복하게 잘 지냈었다. 새엄마가 아프시기 전까진.....
그때는 이렇게 돈이 절실히 필요하진 않았다.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와 그녀의 새엄마에게 너무 냉정 했다. 아무도 그들 모녀를 도와 주려
하지 않았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장 유하, 그의 제안 밖에 없는데 란아는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
는 그가 싫었다.
늘 그와 부딪힐 때마다 느끼는 그의 눈길에 란아는 소름 끼치도록 싫었고, 또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냉정하고 차가운 그의 눈이 불타오른 순간이 떠오르자 그녀는 눈을 감으며 신
음 소리를 내뱉었다.
그녀가 제정신이라면 지금 빨리 돌아가야 했다. 안전한 새엄마의 곁으로... 하지만 그녀에겐 선
택의 여지가 없었다.
란아는 마음이 변하기전에 빌라안으로 들어 갔다. 2층 계단까지 올라 갔을 때 여자의 히스
테릭한 목소리가 들려와 란아는 발을 멈추었다.
[여기서 꺼져! 다신 내집에 오지마라, 난 너같은 여잔 딱 질색이니까]
그의 굵고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계단을 타고 내려 왔다.
[교수님 제발.. 사랑해요 절 내 쫒지 마세요.]
여자는 울먹이며 그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의 음성은 차가운 얼음처럼 냉정하기 그지 없
었다.
[사랑? 웃기는 소리 하지마라. 네가 나를 얼마나 안다고 사랑 타령이야! 난 너처럼 값싼 여
잔 흥미 없으니까 빨리 꺼져 버려.]
무심코 층계에 올라선 란아는 그와 눈이 마주 쳤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어정쩡하게 서있었는 데 여자가 울면서 그녀를 밀치고 층계 밑으로 뛰어 내려 갔다.
그 바람에 넘어지려는 그녀를 그가 붙잡았다.
[여긴 무슨 일이지?]
똑 바로 일어선 그녀의 손을 놓으며 그는 화난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면 안될 까요?]
란아는 이웃이 신경 쓰여 그렇게 물었다. 유하는 그런 란아를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 섰다.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의 초현대식 인테리어가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유하는 팔짱을 낀 채 무심히 란아를 바라보고 그녀가 말을 꺼내 길 기다렸다. 그녀는 고개
를 숙이고 어떻게 그에게 말할 까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 그 여자 누구예요?]
란아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 나오자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의 얼굴 표정을
본 란아는 자신의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어 졌다.
[내 제자야. 가끔 저런 정신 없는 여자들이 내 집에 들락 거려서 골치 아파]
[그래요? 인기 많아서 좋겠네요! 교수님이라면 오는 여자는 다 받아 들이는 줄 알았는데...
안그런가요?]
빈정거리는 란아의 말투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난 너랑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긴 하고 싶진 않은 데]
[나도 그 여자랑 똑 같은 목적으로 왔다면은? 어떻게 하실래요]
란아는 용기를 내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가 현관문 쪽으로 다가가
려 해서 란아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잠깐만이요! 미안해요. 나는 저...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저번에 친구를 통해서 한
제안 아직도 유효 하나요 아니며 유효 기간이 지났나요?]
유하는 란아의 진의를 살피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영혼까지 꿰
뚫어 보는 듯이...
[아직 유효 하다면 어쩔거지?]
유하는 담담한 어조로 란아에게 물었다.
[교수님이 약속을 지켜 준다면 원하는데로 하겠어요]
체념이 섞인 그녀의 말에 유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증명해 봐 한 란아! 네가 나에게 증명한다면 나도 약속을 지켜주도록 하지]
란아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에게 다가 갔다. 유하의 차가운 입술에 그녀의 부
드러운 입술을 겹쳐 키스를 했지만 그는 꼼짝도 안하고 서 있었다. 그녀를 도와 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부끄러워진 란아가 입술을 떼려하자 유하가 그녀를 거칠게 안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
을 겹쳐 그녀를 맛보기 시작했다




-2

뜨겁고 열정적인 키스를 퍼부으며 한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란
아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그의 키스가 끝나자 그는 그녀를 안아 올려 침실안으로 들어갔다.
란아는 그의 얼굴을 보기가 두려워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온 몸으로 그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선을 따라 혀를 움직여 그녀의 숨결을 들이 마셨다. 란아의 몸이
굳어졌다. 한번도 남자와 접촉해 보지 않은 그녀로선 뜻 밖의 충격이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속 깊은 곳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온몸에 피가 들끓고 혈관이 요동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겐 믿을 수 없는 반응이었다.
란아는 그를 싫어 했다. 그의 위험스런 눈초리에 자신을 향한 욕망이 담겨 있음을 그녀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건 그녀의 몸이었다. 왜 그에게 온몸으로 반응 하는거지? 란아는 갑자
기 두려워져 그를 밀어 냈다.
[이제 그만하세요! 내가 한말 잊어 주세요.]
떨리는 손으로 입술을 닦으며 그에게 외쳤다. 그의 눈에 담긴 뜨거운 분노에 란아는 뒤로
흠칫 물러 났다.
[이제 와서 잊어 달라고? 그렇게는 못 하겠어!너를 맛본 지금은 더욱 갖고 싶어졌어.]
유하의 눈동자가 욕망으로 인해 짙어졌고 목소리도 갈라졋다.
[넌 내제안이 유효한지 물어봤고, 난 너를 받아들였으니 우리의 계약은 성립된거야! 날 달아
오르게 해 놓고 이제 와서 도망 갈수는 없어 란아]
유하는 거친 어조로 내뱉듯이 말하며 그녀를 다시 끌어 안았다.
[싫어요. 당신 품에 안기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보내 줘요 당신 욕망은 다른 곳에서 풀라고
난 싫으니까!]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그녀를 유하가 침대에 쓰러 뜨렸다. 그리고 란아의 입술에 거칠게 키
스 했다.
그녀의 입이 아픔으로 인해 벌어지자 그는 혀를 그녀의 입안으로 넣어 그녀의 혀를 붙잡아
핥아 댔다. 그는 한손으로 그녀의 두손을 잡고 머리위로 올린다음 나머지 한손으로 가슴을
애무하며 밑으로 내려가 그녀의 허벅지안쪽을 부드럽게 쓸어 냈다.
그의 완강한 힘에 란아는 서서히 지쳐 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침몰해 가는 기분을 느
꼈고 그의 거친 애무에 흥분으로 온몸이 짜릿해져옴을 알았다.
유하는 자신의 몸이 흥분으로 점점 부풀어 오르자 그녀의 안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에 준비
가 안된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끌어 내려 던져 버렸다.
무릎을 이용해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자리를 잡은다음 한손으로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
고 속옷을 벘었다.
이미 흥분해 사기가 충만한 자신의 몸을 그녀의 깊은 곳 안으로 집어 넣었다. 순간 란아의
몸이 움찔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안으로 들어 갔을 때 조금 막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자제력을 잃은 그의 몸은
더 깊이 그녀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란아는 너무 심한 통증에 그를 밀어 내려 했지만 그는 더 깊이 그녀의 안으로 파고 들어 몸
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짧고, 깊게,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그녀안을 가득 채우며 움직이기를
반복 했다. 그러자 아프고 쓰라린 통증 대신 깊은 쾌감으로 다가와 그녀를 높은 정상으로
이끌었다.
모든것이 끝나자 란아는 혐오감에 치를 떨었다. 자신이 어떻게 반 강제적으로 자신을 소유
한 그에게 반응하며 열망을 느낄 수 있단말인가....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뭔가 아쉽고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더욱 참담해져 눈물을 쏟아냈다.
[나한테서 사과를 바라지마. 난 계약대로 널 소유한거야 네가 날 만족 시켰으니 나도 약속
을 지키겠어]
등을 돌리고 있는 란아에게 그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란아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그녀 자신이 너무 수치스러워 그를 쳐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그의 손길이 뻗치자 움츠러들며 그를 피했다. 하지만 그는 힘하나 들이
지 않고 다시 그녀를 그의 여자로 소유해 나가기 시작 했다.




- 3

란아가 돌아간 다음 유하는 혼자 술을 마시며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 그녀에게
상처 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쓴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자신이 그녀에게 그렇게 쉽게 무너져 자제력을 잃었
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란아!' 그녀가 등을 돌린채 흐느끼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자 그는 단숨에 술을 들이 마셨다.
알싸한 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 갔지만 그에겐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유하는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차가운 성격이었다. 어떤일이 있어도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그
였기에, 오늘 란아에게 한 행동은 잘못 된것이다. 그는 두눈을 감고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를 생각 했다.
긴 머리에 둥글고 사랑스런 얼굴, 그녀의 미소는 그의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란아는 그의
관심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란아를 보면서 차츰 그녀에게 빠져 들었다.
그는 33년만에 처음으로 감정적인 고민에 휩싸여 어찌할바를 모르는 심정이 되어 버렸다.
란아! 그녀를 어떻게 해야 될까? 그녀를 한번 소유하면 그의 열망도 사라질거라는 믿음은
이렇게 그녀를 기억하는 건만으로도 흥분하는 그의 몸을 보니 깨져 버렸다.
이제 그녀를 그의 마음에서 떨쳐 낼수 없다면 완전한 그의 여자로 만들것이다. 그렇게 결
심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그는 쇼파에 몸을 깊숙히 묻고 잠을 청했다.


[란아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니?]
병원 침대에 누운 새엄마는 너무도 창백해 보여 가슴이 저려 왔다.
그녀를 혼자서 키우시느라 건강에 제대로 신경도 못 쓰신 새엄마였기에 지금 이렇게 자리에
누워 고생하시게 된것이다.
장 유하는 약속대로 그녀에게 돈을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 돈을 찾아 새엄마의 수술비로 썼
다.
[난 괜찮아! 새엄마 내가 천하 장사라는거 잊었어? 난튼튼 하니까 걱정하지 말아]
란아는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밝게 말했다.
[요즘도 만화 그리느라 철야 작업하고 그러니? 며칠전에 집에 전화했을 때 안 받던데..]
새엄마의 물음에 란아는 며칠 전 장 유하의 집에서 보낸 일이 생각 났다. 그녀를 여자로 만들
어 준 사람....
란아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새엄마는 걱정스런 눈을 하셨다.
[란아야!]
[새엄마, 그런 표정 짓지마. 스케줄이 잡혀 있는게 있어서 며칠 철야 작업 했어. 그때 새엄마가
전화 했나 보네!]
[그럼 다행이구나, 네 표정이 어두워 보여서... 란아야, 새엄마가 아프니, 네가 고생하는구나!
정말 미안하다. 얘야]
새엄마의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란아는 유하의 생각을 당분간 접고 새엄마의 건강에 신경 써야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새엄마, 기쁜 소식이 있어. 어느 독지가가 기부를 했어. 이제 새엄마도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
어. 그러니까 기운내고 아무 걱정하지마!]
[그래? 정말이지. 누가 기부 했을까? 고마운 분이네! 네가 알아내서 고맙다고 꼭 인사 드려
라 알았지 란아야!]
[그래, 알았어. 새엄마]
새엄마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니 란아는 자신이 잘 선택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조
금 더 새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병원을 나왔다.
란아가 집에 도착 했을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 자영이었다.
[란아야, 지금 뭐하니?]
[병원에 갔다가 지금 집에 도착 했어!]
란아는 다리가 아파서 방바닥에 주저 앉으며 말했다.
[오늘 만나자!]
자영의 씩씩한 목소리는 수화기를 타고 란아에게 전해 졌다.
[미안하지만 오늘 꼼짝도 못하겠어! 나중에 보면 안돼니?]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영에게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그럼 내가 갈께]
[자영아!]
란아가 재빨리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진 뒤였다.
란아는 뒤로 누우며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적막감이 감돈 방안에 누워 있으니 왠지 뼈속까지 깊은 외로움이 밀려 들었다.
장 유하! 왜 그가 지금 생각 나는 걸까,그녀는 드디어 미쳐 가고 있나보다. 그를 싫어 했는
데....그의 여자가 되고 나니 그에게 왠지 신경이 쓰였다. 외로워서 그러는 걸까?
란아는 하루 종일 그의 생각을 떠 올리곤 하는 자신이 이상했다.


[란아야! 문 열어줘 ]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박 잠이 든 란아는 놀라서 일어 났다. 잠이 덜깬 상태에
서 자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 와라]
란아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야아! 너 그사이에 잠들어었니? 어지간히 피곤한가보다.]
자영은 란아를 따라 방에 들어서며 말을 건넸다. 란아는 뒤를 돌아보며 자영에게 미소를 지
었다.
[조금 피곤하긴 해. 새엄마때문에 신경을 좀 썼더니 힘들긴 하다. 어쨌든 너 보니까 반갑다.]
[참 새엄마는 어떠셔! 건강해 지셨니?]
자영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란아에게 물었다.
[열흘후에 수술하시게 됐어]
[어머!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너 돈은 어디서 ....]
자영의 물음에 란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자영이 무엇을 묻는건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의 제안은 자영이의 입을 통해서 들었기때
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녀의 자존심이 자영에게 유하와의 일을 털어 놓는 것
을 꺼리고 있었다. 자영이 아무리 그녀의 친한 친구일지라도 유하의 일만큼은 비밀로 하고
싶었다.




- 4

[아빠의 친척분한테 빌렸어. 그쪽한테는 손 벌리긴 싫었지만, 새엄마의 건강때문에.... 어쩔수
없었어!]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의 표정이 안도의 눈빛으로 변했다. 란아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란아야 저... 교수님이 혹시 너에게 전화하지 않았니?]
자영의 물음에 란아는 흠칫했지만 곧 평이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없었어! 왜그러니?]
[저번에 내가 너에게 그의 제안에 대해 얘기 했잖아! 물론 네가 펄펄 뛰긴 했지만, 그뒤로
혹시 교수님이 연락하셨나 해서...]
란아의 얼굴을 살피며 자영이 물었다.
[없었어! 내가 그사람에게 직접 말했잖아! 가당치도 않는 소리를 해서 내가 얼마나 화가 났
는데... 우리 그남자 이야긴 하지 말자]
란아는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그녀에게 말했다.
자영이 한참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란아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다행이다 교수님이 연락을 안했다니...사실 나 교수님을 사랑하고 있어! 물론 나의 짝사랑
이긴 하지만]
자영의 놀라운 고백에 란아는 잠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자영이가 장 유하를 사
랑한다니...믿어지지 않았다.
[란아야! 내말이 너에게 쇼크를 줬나 보구나 네안색이 창백해졌어]
[그래! 너무 놀랐어 믿을 수도 없고, 어떻게 그 남자를 사랑할수 있니?]
그녀의 음성이 떨리듯 나왔지만 자영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란아는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머리속이 하얗게 채색 되어진 느낌, 텅빈 공간에 혼자
던져 버려진 아찔한 마음이 그녀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영에게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될까? 그녀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알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잘알고 있어, 사실 너에게 교수
님 말을 전할땐 묘한 기분이더라, 그에 대한 이미지가 깨진 느낌... 나 사실 그날 밤새도록
울었어. 우리 교수님은 아주 냉정하신 분이거든 우리 학교 여대생들이 흠모하여 쫒아다녀도
눈하나 깜짝 안하시는데, 왠지 너에겐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것 같아 질투했었어. 다행인건
네가 교수님에게 아무런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거야]
자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란아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름답고 똑똑하며 활
기가 가득찬 자영이 그녀가 유하를 짝사랑하고 있다는건 아이러니하다.
장 유하 그는 무슨맘으로 그녀를 안았을까 왜 그녀에게 그의 연인이 되어달라고 했을 까?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자영을 선택할수도 있는 문제였다. 지극히 평범한 그녀보다는 ...
란아는 자영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조금씩 신경을 쓰고 있었다. 잊으려
해도, 그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려 해도 그의 말과 행동,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얼
굴은 그녀의 정신에 아로 새겨져 있었다.
[글쎄! 난 네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다. 단지 자영이 네가 상처 받는 일이 없었으
면 해]
자영에게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자영이 상처 받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나중에 그
와 그녀의 관계를 알게 된다해도...
[상처 받을 수도 있겠지? 지금은 짝사랑이지만 교수님 마음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자영은 웃으면서 이야기 했지만 슬픈 표정이었다.
란아는 자영에게 아무말도 해줄수 없었다. 이건 그녀가 해결 해야 할 문제였다.
[란아야! 얼굴 찡그리지마. 나 오늘밤에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
[그럼, 언제든지 자고 가라. 우리 밤새도록 이야기 할까?]
자영과 란아는 각자의 생각을 접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10시가 지나자 란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자영이 재미 있는 말을 던져 그녀는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나야! 즐거운 일이 있나 보군 목소리에 생기가 도는 걸 보니]
유하의 낮은 음성이 들리자 란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자영을 보니 그녀는 누구냐는듯
입모양으로 외쳤다.
란아의 눈이 부자연스럽게 밑으로 향했다. 자영과 눈을 마주 칠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왠일이세요?]
그녀는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만나고 싶어서 전화 했어! 지금 집 앞인데 나올 수 있겠어?]
[안돼요. 친구가 집에 와 있어요 오늘 친구랑 같이 자기로 했어요]
[어떤 친구지?]
그가 잠시 사이를 두고 굳은 음성으로 물었다.
[자영이예요]
란아는 간단하게 말했다.
[자영이가 와 있다고? 그럼 곤란하겠군 그렇지? 란아 넌 자영이에게 우리일 말안했겠지?]
그는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 했다.
[녜 그래요!]
그녀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자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주시 하고 있었다.
[네가 며칠동안 전화하지 않아서 내가 했어! 내일 내 빌라로 와 저녁에 기다리고 있겠어!]
그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란아는 화가 났지만 자영이 있어서 화를 낼수 없었다.
[누군데 그래? 네 얼굴 볼만하다. 잔뜩 찌푸린 얼굴이야! 무슨일 있니?]
란아의 표정에 호기심이 담긴 어조로 자영이 물었다.
[아무일도 없어! 우리 그만 잘까? 졸립다.]
란아는 얼버무리며 대꾸했다.
[란아 너 뭐 숨기는거 있지? 누구야 빨리 말 해봐]
자영이 란아의 몸을 간지럽히며 집요하게 물었다. 란아는 웃음을 참으며 그녀의 손길을 피
했지만 자영의 끈질김에 못 이겨 항복 했다.
[알았어! 자영아 이제... 그만해! 말할께..]
[자 빨리 말해봐!]
[최근에 안 사람이야 이제 진행 중이라 너에게 말할건 없어]
란아는 그말을 하면서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 했다. 그를 만난건 1년 전이었지만 그와 관
계를 맺은 것은 최근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이야?]
믿을 수 없다는듯 자영이 반문했다.
[그래! 나중에 너에게 얘기 해 줄께 좀더 진행이 되면...]
[알았어! 나중에 꼭 얘기 해주기다.]
[그래 꼭 얘기 할께 이제 그만 자도 되지?]
[응!]
자영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란아도 그녀에게 웃음을 되돌려 주었다.




- 5

전화기의 신호음이 길다고 느껴졌을 때 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낮고 섹시한 그의 음성이 들리자 란아의 가슴이 뛰었다.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 모
르겠다.
[저예요! 란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를 낼려고 애쓰며 말했다.
[란아! 무슨일이지? 이 시간에 전화를 다하고... 설마 못오겠단 소리를 하려면...]
[그게 아녜요!]
란아는 화를 내려하는 그의 말을 끊고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는 퉁명스럽게 그에게 사정
을 설명했다.
[오늘 9시30분까지 야근을 해야 되기때문에 조금 늦게 되서 전화 한거예요.]
그는 란아의 말을 믿어야 할지 잠시 생각하는듯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그의 그윽한 음성이
다시 전화 수화기를 타고 그녀의 감정을 지배했다.
[좋아 그럼 내가 데리러 가지!]
[됐어요 내가 갈께요 끝나는데로]
그녀는 황급히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너를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래,그러니까 내가 널 데리러 가는게 좋겠어!]
유하의 목소리가 너무도 은근하고 부드럽게 울려 란아는 그가 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나를 보고 싶다고?'
그게 무슨 뜻일까? 그녀는 혹시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음성은 아주 부드럽게 들렸
다. 갑자기 그녀의 온몸이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것 처럼 열기가 솟아 났다가 차가운 얼음이
그녀의 몸을 애무하고 지나간듯 오싹한 기운이 내리쳤다.
란아는 정신을 차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는데 열중 했다. 그녀는 에니메이터로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이 직업을 선택 했다. 가끔 시간에 쫓겨 힘들때도 있지만 작품
이 없을 때는 좀 한가한 편이라 집에서 쉬거나 영화를 보러가곤 했다.
보수도 괜찮고 실력도 인정 받고 있어서 작업하는걸 즐기는 편이었다.
란아는 일에 열중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란아 언니 집에 안가?]
란아의 옆자리에 앉은 선희가 그녀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란아는 멍한 눈을 들어 선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가야지! 그런데 지금 몇시쯤 됐어?]
[10시가 되어가는데...]
선희가 시계를 보며 말하자 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뭐라고? 벌써 10시야? 어머 어떡해 늦었다.]
[왜그래? 언니]
란아가 당황하며 허둥거리자 선희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하지만 란아의 귀에는 선희의 목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정신은 온통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유하에게 가 있었다.
란아는 대충 정리한다음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재빨리 사무실에서 빠져 나왔다.
그녀가 회사 밖으로 나와 두리번 거리며 그를 찾자 길건너편에서 차의 경적소리가 들려 왔
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그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미안해요. 좀 늦었어요]
란아는 조수석에 올라 타며 사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체 운전만 했다.
란아는 그가 침묵하고 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는 게 좋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더이상 침묵을 견딜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왜 늦은거지?]
비난하는 어조였다.
[시간 관념이 없어서요.]
비꼬듯이 맞 받아치는 그녀를 보고 그가 웃었다.
[반성하는 태도가 아닌데?]
[아까 사과 했잖아요! 그런데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이 누구였죠?]
유하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답하는 그녀가 거슬린다기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다른 여자가 그에게 그랬다면 건방지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특별하게 느
껴 졌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하고 그녀가 다른 점이 또 있다면 그의 주변 여자들은 그의
안색이 조금만 굳어져도 쩔쩔매며 그를 달래려 애썼다. 하지만 란아는 있는 그대로, 그녀의
생각을 말로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여자는 흔치 않은데 그녀는 그 흔치 않은 여자중
의 한사람인것이다.
그의 집에 도착한 란아는 그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 대해서 떨리는 마음과 기대, 흥분, 두려
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유하가 갑자기 란아의 몸을 건들었을 때 그녀는 깜짝 놀라 펄쩍 뛰어 올랐다.
[긴장을 좀 풀지 그래! 내가 잡아 먹을까봐서 그렇게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나?]
유하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화가 난 란아는 그를 노려 보며 쏘아 부쳤다.
[날 잡아 먹을 거잖아요! 아닌가요? 당신은 음흉하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죠]
유하는 란아가 쏘아 부치는 말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 트렸다.
그녀는 확실히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그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뒤로 물러 섰다.
[그래 난 음흉한 남자야 조금 있다가 그대를 잡아 먹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난 좀 씻어야
하니까]
그는 웃음을 참으며 침실로 들어갔다. 란아는 분해서 발을 동동 거렸다.




- 6

한참을 기다려도 그가 나오지 않아서 그녀는 그의 침실문을 열고 들어 갔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그가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온듯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기 때문이다. 란아는
그의 알몸으로 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정말 완벽해 보였고, 큰 키에 군살이 전혀 없는 근육질을 가지고 있었으며 얼굴은 조
각으로 빚어 놓은 듯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정교하게 잘 생겼다.
란아는 남자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와 사랑을 나눌때에는그의 몸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방안의 밝은 빛은 그의 몸에 후광을
실어 주면서 그녀에게 아름답게 비쳐주고 있었다.
란아의 깊은 곳에서 열기가 솟구치며 그를 갖고 싶다는, 그의 멋진 몸을 만지고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가 생겼다.
유하는 뜨거운 욕망이 담긴 눈빛으로 란아를 삼킬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녀는 그에
게서 헤어 나올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절망 했다.
유하가 란아 앞으로 다가와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로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란아 널 갖고 느끼고 싶어. 네안에 나를 온전히 묻어서 네가 절대로 날 무시할수 없게 만
들고 싶다. 나 없이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게 만들어 버렸으면...]
그의 거칠고 낮은 음성이 은밀함을 담고 절실하게 그녀의 귓가에 들리자 란아의 영혼이 뿌
리 채 흔들렸다.
그는 그녀를 가까이로 끌어안아 입술을 덮었다. 그 순간 그녀의 영혼은 그에게 붙잡혀 영원
한 그의 미로안에 갇혀 버렸다.
그의 입술과 혀, 그리고 그의 애무하는 손길은 란아를 알수 없는 쾌락의 세계로 인도 했다.
유하는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얼굴과 목에 키스를 하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였다.
벌거벗은 그의 맨 몸에 그녀의 가슴이 닿자 그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는 재빨리 그녀가 입
고 있는 셔츠를 머리 위로 벗기고 란아의 가슴에 뜨겁고 촉촉한 입술을 대고 애무했다.
그의 혀가 가슴에서 벗어나 아랫배를 향해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고 그의 손은 그녀의 바지
와 속옷을 벗겼다.
란아의 심장이 미친듯 빠르게 뛰었고 그녀의 갈등과 생각들은 완전히 사라져 오직 그의 손
길만이 그녀의 뇌리에 새겨 졌다.
그녀는 알수 없는 쾌감에 벌거벗은 채 헐떡이고 있었다. 유하는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허
벅지 제일 윗부분을 애무하며 키스하다가 허벅지 사이로 움직여 갔다.
란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젖히고 허벅지를 떨면서 미친 듯 신음했다.
그가 그녀의 안으로 파고 들어 깊고 빠르게 움직이자 란아는 흐느끼며 애원 했다.
유하가 그녀의 안에 뜨거운 불길을 쏟아내자 란아는 온몸을 심하게 떨며 깊은 쾌락의 심연
에 빠져 들었다.
란아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를 사랑하지도 않는 데 그와의 사랑의 행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그녀의 혼을 빼앗았다.
그는 란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그녀의 몸안에서 빠져 나온뒤 란아에게 팔베게를
해줬다.
[그런 표정 짓지마! 가슴이 아프니까]
유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왜요? 내 표정이 어떤데요]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항의 했다.
[세상 다 끝난것 같은 표정, 자신을 혐오하는 눈빛 보기 안 좋아!란아 자신에게 조금더 너그
러워 져봐. 그리고 우리 사이를 인정해! 비록 서로 처음엔 안좋게 시작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난 너라면... 우린 서로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마치 자신에게 이야기 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손길에 속
수 무책으로 무너지는 그녀이기에... 이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얼마나 그를 두려워 하고 혐오 했던가! 이제 그런 감정들은 흔적 없는 먼지가 되어
버렸다. 그에게 육체적으로 끌리고 있는 지금 그녀로선 어떻게 해야 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유하는 란아의 얼굴에서 고민하는 흔적을 눈치 채고 그녀가 쓸데 없는 감정에 빠지기전에
다시 그녀의 몸을 끌어 안고 그녀의 온몸을 더듬기 시작 했다.
그녀는 온몸에 그의 손길과 입술을 느낀순간 그모든 생각들이 사라져 그만이 줄 수 있는 쾌
락의 늪으로 깊게 빠져 들어갔다.




- 7

란아와 유하는 그밤 이후로 자주 만나 대화를 하고 사랑도 나누며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 갔다.
또 그녀의 새엄마가 수술 할때도 곁에 있어 줬다.
그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을 소개 했지만 새엄마는 그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는 새엄마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고 수술 시간 내내 란아의 옆에 서서 란아의 손을 잡아 주
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가 너무 고마웠다. 만일 그녀 혼자서 있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새엄마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는 누구보다도 기뻐 해 줬다.
그는 유하가 자신이 생각 했던 것보다 더 인간적이고 괜찮은 남자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었다.
그가 구해준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새엄마를 부탁하고 란아는 그의 집으로 갔다.
유하가 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그녀는 그녀를 지켜 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
었다.
눈에 뛸 정도로 아름답고 예쁜 여자가 자신을 경멸을 담고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예요?]
란아는 대충 눈치를 챘지만 모른척 하고 물었다.
[당신 뭐하는 여자야? 뭔데 이 집 열쇠를 갖고 있는 거냐고?]
예쁜 얼굴에 비해 목소리는 상당히 신경질적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아가씨는 누구예요? 누군데 나에게 그런 말투로 심문하는거냐고?]
란아는 그 여자의 말투를 흉내 내어 비웃듯이 말했다.
[나.. 난 그의 약혼녀야!]
란아의 비웃음이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그 여자가 히스테릭하게 큰 소리로 외쳤다. 란
아는 황당하고 기가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봐요 아가씨! 그 말에 책임 질 수 있어요? 그런 거짓말은 안하는게 좋아요!]
란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듯이 말하자 그 여자의 얼굴이 창백 해 졌다.
[나에 대해서 알고 싶나요? 그럼 유하씨에게 직접 물어 봐요 조금 있으면 그가 올테니...기
다렸다가 만나고 가겠어요?]
란아가 팔짱을 끼며 느긋한 어조로 말하자 그여자는 란아를 죽일듯이 노려 보더니 휙 되 돌
아서며 층계를 내려 갔다.
란아는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 유하가 자신에게 싫증을 느끼면 그녀 자신도 그를 쫓아다니며 매달리는 다른 여자들
신세처럼 될것이다.
란아는 그를 사랑하게 됐는데 그에게 버림을 받는다면 그녀는 아마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에 대한 감정을 확실하게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마음을 주는 일 따윈 없
을 거라고 혼자서 중얼 거렸다. 그리고 아직은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지만 만약에 그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녀는 그를 떠날 것이다라고 속으로 되뇌였다.
란아는 저녁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커피를 타서 쇼파에 앉아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깊은 생각에 잠겨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자영이, 너 지금 어디 있어?]
자영의 활발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란아는 커피를 마시다가 사래가 들렸다.
'자영이' 그녀는 신음을 내 뱉었다. '그래 그녀가 있었지' 유하를 사랑하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 그녀를 잊고 있었다.
[어 나 지금...친구네집 ...]
란아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때 마침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와 말을 건넸을 때는 기절
하는 줄 알았다.
[지금 뭐하고 있어? 란아!]
그의 다정하고 즐거운듯한 음성이 들리자 란아는 손가락을 입에 대고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곤 침착한 목소리를 낼려고 애썼다.
[친구집? 어! 그런데 왠 남자의 음성이야?]
눈치가 빠른 자영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리고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야기 했
다.
[너 설마... 그 때 이야기 했던 남자니? 너 너무 빠른 것 아니...]
[그래! 그 남자야...자영아 무슨 일 있어?]
란아가 재빨리 자영의 말을 끊고 화제를 돌렸다.





- 8

[기집애! 그러면서 현재 진행중이라고 말했니? 너 진도 빠르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네가 바로 그 꼴이네]
자영이 장난기 서린 목소리로 그녀를 놀렸다.
[알았다. 한 란아 재미 봐라. 나중에 다시 연락할께! 아니지 너 내일 시간좀 내라 란아야!
내가 내일 다시 전화 할테니까 너 내일 나와서 다 이야기 해줘야해!]
자영은 자기 할말을 다하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 란아는 어이가 없어서 전화가 끊겨 졌어
도 한동안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란아! 뭐하고 있어! 내가 왔는 데 보지도 않고 말이야]
그가 투덜거리며 란아를 일으켜 품에 안았다.
그의 넓은 가슴에 안겨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영이가 전화 했어요!]
란아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그는 그녀를 떼어내고 란아의 눈을 바라봤다.
[자영이 왜? 뭐라고 했길래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야?]
유하의 무심한 어조에 란아는 화가 났다
[자영이 마음을 알고 있었죠?]
그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 주었다. 란아는 한숨을 내 쉬었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녀에게 그런 제안을 나에게 말하게 시킨건가요? 당신 참 잔인해요]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이니까, 난 너를 갖고 싶었고 자영은 너의 가장 둘도 없는 친구잖아!
그래서 그녀를 이용했어! 그래 자영의 마음은 잘 알고 있었지! 결국 너에게 내 제안에 대해
이야기 했고 넌 나의 여자가 되었어 내 생각대로 말이야]
[내가 자영에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땠는줄 알아요? 충격 받았어요!]
란아는 원망스런 눈을 하며 격하게 이야기 했다.
[만일 내가 싫증이 나더라도 자영이를 통해서 말하지 말고 나에게 직접 말해주세요 그럼 언
제든지 당신 앞에서 사라져 줄 테니까요]
유하는 냉정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곁을 떠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그녀의 말이 뜻 밖의 충격으로 다
가와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그의 곁에 없다는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을 느끼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 했다.
유하는 란아를 거칠게 꽉 껴안았다.
[바보군 너는... 미안하지만 내가 널 놔줄때까지는 절대 내 옆을 떠난다는 말은 하지 않는게
좋아]
감정이 격해진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는 유하의 등을 껴안은채 란아는 마음이 아파 눈을
꼭 감았다.
[자영이에게는 내가 이야기 할거니까 모른척 하고 있어줘요 부탁이예요]
[그래 란아 네가 말할때까진 입 다물고 있을께]
유하의 뜨거운 혀가 란아의 입술을 찾아 부드럽게 안으로 침범해 들어갔다.
그는 놓치기 싫다는듯 란아를 꽉 껴안으며 정열적으로 그녀의 온몸을 애무했다.

그는 란아를 그녀의 회사앞에서 내려주고 출근 했다. 그가 가버린다음에야 어제 여자손님이
왔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게 생각이 났다.
나중에 그에게 이야기 해야 되겠다. 아마 그는 짜증을 낼 것이다.
오늘은 리테이크를 수정하고 주변정리만 하는 거라 생각 보다 일이 빨리 끝나 자영에게 전
화를 해서 시간과 약속 장소를 정했다.
자영의 강의가 늦게 끝나게 될거라 그녀는 집에 걸어둘 그림을 한장 그려서 색칠을 했다.
그 작업이 모두 끝나자 정리 하고 회사를 나왔다.
자영이가 있는 대학을 향해 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오늘은 그녀에게 사실을 이야
기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그녀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9

그녀는 대학 근처 카페에서 자영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영이를 만나면 어떤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될까? 무슨말을 해야 자영의 마음에 상처를 주
지 않고 그와 란아의 관계를 이야기 해줄수 있을지 그녀는 답답한 심정이 되었다.
아마 어떤 말을 한다해도 자영은 상처 받을 것이다.

[미안해 란아야! 내가 좀 늦었지? 오래 기다렸었니?]

자영이 애교 섞인 사과를 했지만 란아의 표정은 굳어진채였다.

[왜그래? 란아야! 혹시 집에 무슨일 있니? 새엄마에게 무슨일 있어서 그러는거야?]

자리에 앉은 자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걱정하는 말을 하자 란아는 입을 열었다.

[아무일 없어! 새엄마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곧 있으면 퇴원 하시

게 될거야!]

[그런데 네 표정이 왜그래? 난 무슨일 있는줄 알고 가슴이 철렁 했잖

아! 정말 다행이다. 새엄마가 건강해지셔서...]

[내 표정이 어때서? 널기다리다 지쳐서 그런가....]

[기집애 짖궂긴.. 네가 너무 일찍 끝나서 그러는거야! 어쨌든 미안하

다. 널 너무 기다리게 만들어서 대신 내가 맛있는 거 사줄께!]

자영은 란아에게 우스운 표정을 지어 그녀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너의 새엄마의 건강이 좋아지셔서 다행이다. 네가 그동안 고생 많이 했

어! 축하해 란아야]

자영의 진심어린 말에 란아는 목이 메었다.

[고마워! 자영아 넌 역시 나의 둘도 없는 친구야!]

[고맙긴 너와 나사이에... 그것보다 네남자에 대해 이야기 해봐 너 어

제 그남자 집에 있다고 했잖아 그사람 누구야 어떤 사람이야! 어느 정

도까지 간거야]

쉴 새 없이 질문하며 몰아 부치는 자영으로 인해 란아는 한순간 망설

였지만, 이야기 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에 침울한 어조로 털

어 놓기 시작 했다.

[미안해! 자영아 정말 미안해 너에게 미리 이야기 안하고 속인점 정

말 미안하게 생각해]

란아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사과에 자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그러는 거야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알아 듣기 쉽게 이야기 해

봐 란아야]

란아는 고개를 숙이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네가 궁금해 하는 그 남자 사실은...]

란아는 고개를 들고 자영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의 이름을 내 뱉었다.

[너희 학교 교수님이야!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장 유하 교수님이야]

그녀가 힘들게 말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자, 자영은 처음엔 멍한 표정

을 지었고, 다음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고, 그리고 안색이 하

얗게 탈색 되어 갔다.

[너! 지금 농담하고 있는거지? 그래... 분명히 내가 잘못 들은거야..

그렇지 한 란아! 말해봐! 그런 농담은 정말이지 싫다.]

자영은 격렬한 감정을 애써 자제하려는듯 힘들게 말한마디,한마디를

잇새로 내뱉었다.

순간 자영이와의 거리가 아주 멀어진것을 깨달은 란아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그와의 관계를 털어 놓았다.

[그럴리가 없어... 넌 분명히.. 그때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잖아! 만난

적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나에게 거짓말을 할수가...]

자영의 울부짖는 말에 란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장 유하로 인해 그녀의 소중한 친구를 잃어 버렸다.

[자영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그때... 너에게 이야기 할때는 그와

다시는 만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유하씨도 날 가지면 다시는 날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고... 그러면 그날 하룻밤에 나에게 일어 났던

일은 깨끗이 잊어줄거라고 그렇게 생각 했어! 제발 자영아!]

[그만 그만해! 란아 넌 이기적이야 내가 교수님 사랑한다고 이야기 했

을때 넌 나에게 사실대로 말했어야 했어 그랬으면...]

자영은 감정이 북 받쳐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란아가 이야기를 했

다면 과연 자영은 그녀의 말을 들어줬을까?

[자영아! 내가 이야기를 했다면 날 용서 해 줬을까? 그러면 그와 나사

이를 인정 해 줬을까?]

되뇌이듯 말하는 란아를 자영이 노려 보며 차갑게 말했다.

[용서 못해! 지금 나 네 얼굴 보기가 힘들어 우리 당분간 만나지 말자

그리고 나 너와 교수님 사이 인정못해 절대로..]

자영은 분노의 말을 란아에게 퍼 부었고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

라본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란아는 자영이 나간뒤에도 한참을 울면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자영과 오랫동안 지내온 세월이 식은 커피처럼 차디찬 무정으로 변해

그녀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 피멍들게 만들었다.




- 10

유하는 란아와 통화한뒤 그녀에게 무슨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착

가라앉은 음성. 떨리는 목소리가 많이 운듯한 흔적이 전화 수화기를

통해 그에게 전달되었다.

란아의 힘없는 음성이 계속 그의 가슴을 차지하고 있었기때문에 그는

강의에 집중할수 없었다.

[교수님! 뭐하세요?]

자영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그에게 물었다.

[생각좀 할께 있어서...그런데 무슨일이지?]

[교수님과 이야기좀 하고 싶어서...]

자영의 표정에 유하는 긴장했다. 란아의 음성이 안좋은건 혹시 자영이

때문인가?

[란아의 어떤점이 교수님의 마음을 차지한거죠?]

자영은 말을 돌려서 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를 원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하필 란아죠? 왜 그애와 교수님인가요?]

[왜냐고? 이유가 없어 처음 널 찾아온 란아를 보았을 때 귀엽고 사랑

스럽다고 생각 했어! 나에게 가식이 없는 여자, 싫으면 싫다고 확실하

게 말하는 그녀에게 난 흥미를 느꼈어! 그래서 그녀와 계약 연애를 하

기로 했지. 그녀가 날 거부했을 때 난 화가 났어! 거절당하는데 익숙

하지 않아서... 하지만 얼마뒤 그녀는 나를 찾아왔어! 그녀의 새엄마때

문에, 그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지만 기회는 그때 뿐이라 받

아 들였어! 그애를 한번 안으면 나의 욕망이...그녀를 향한 나의 갈증

이 없어질거라 생각했는데...]

유하는 냉정한 말로 자영의 피흘리는 가슴에 소금을 뿌렸다. 자영에게

희망의 여지를 하나도 남겨 두지 않고 그는 가차 없이 말했다.

[그녀를 안으면 안을 수록 나의 소유욕과 욕망은 커져서 나로서도 어

쩔수 없이 그녀에게 빠졌어! 내가 지금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널

통해서 그애와 계약을 맺은게 아니란거야! 만일 널 통해서 계약을 맺

었다면 넌 다른 행동을 할수도 있었겠지? 자영아 네가 그녀와 나의

관계를 인정해 줬으면 좋겠구나!]

마지막으로 그는 자영에게 일격을 가했다.

[처음엔 계약 연애였지만 지금은 틀려 란아는 내여자야 . 나만의 사랑

스런 연인이야! 그렇기 때문에 네가 란아에게 상처를 준다면 난 널 용

서하지 못하게 될거야]

그의 싸늘한 어조와 차가운 눈빛에 자영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

했다. 절대 용서할수 없다고....

그녀가 사무치도록 사랑하고 아껴두었던 님은 이제 자영의 마음에서

떠나 친구의 품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영은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절대 양보할수 없다고'

[후! 축하해요 교수님 원하시는데로 돼서요...]

자영은 울지 않을려고 입을 꼭 다물고 그에게 인사한다음 교수실에서

나갔다.

유하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깊숙히 기대었다.

란아가 더이상 괴로워 하지 말아야 될텐데...

그는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날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저리를 쳤다.

갑자기 그녀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가서 위로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재빨리 움직여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 11

란아는 침대에 멍하니 앉아 눈물샘이 마를때까지 울었다. 울다 지치면

잠이 들었고 깨어나면 다시 울었다. 그녀의 정신이 멍해지자 그가 몹

시 그리웠다.

[란아! 어디 있어?]

그의 걱정스런 음성이 들리자 란아는 자신이 환청을 듣고 있는 줄 알

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란아!]

다시한번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

리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란아!]

그는 문을 열고 란아를 발견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내 화가난

목소리로 그녀를 나무랐다.

[있으면서 왜 대답을 안한거지? 그리고 불은 왜 끄고 있는 거야!]

[안돼요 불 켜지 말아요!]

그가 불을 켜려하자 란아는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자신의 몰골이

신경 쓰여서 견딜수 없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그래? 란아!]

[저 지금 엉망진창이예요!]

갈라진 그녀의 음성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란아! 그렇게 괴롭고 힘들어? 미안해! 너에게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

하게 생각해]

그의 진심이 담긴 사과에 란아는 또 울음이 쏟아질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자영이가...]

란아가 힘겹게 자영이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유하는 그녀의 말을 끊었

다.

[자영이 나를 찾아왔어! 란아..]

그의 눈빛에 담긴 연민에 란아는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아요!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아요 당신을 원망하

지는 않아요 단지 자영이가 걱정 돼서...]

[난 자영이보다 네가 더 걱정이 돼 그애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건 한때의 열병이야 아니면 사랑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그건 그애의 감정을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

지예요! 당신은 그런말 할 자격이 없어요 난 당신의...]

란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의 잠자리 상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계약으로

잠깐동안만...

[란아 그런 생각하지마!]

그가 란아의 생각을 읽고 화난 어조로 내 뱉었다.

[난 적어도 너를 진심으로 대했다고 생각해! 널 놀잇감으로 생각한적

은 한번도 없었어 나에게 그런식으로 말하지마 넌 자영의 마음만 중요

하고 우리의 마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건 잘못된거야

난 너와 내가 중요해 자영은 이차적인 문제야 그앤 언젠가 좋은 남자

를 만나면 모든걸 잊을 수 있어! 하지만 우린 틀려]

그는 감정을 억제하며 란아에게 호소 했다.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란아 진심으로...]

란아는 그의 말에 너무 놀라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녀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자신을 사랑한

다고 말할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진심으로 말했다는 것을 그

의 눈을 보고 알았다.

[그럴리가 당신이 어떻게.. 나를 사랑할..리..가...]

란아는 믿을수 없는 일이라 말을 더듬었다.

[부정하지마! 난 너에게 내 온몸으로 고백했어 널 사랑한다고. 그랬

기때문에 강제로라도 널 안고 싶었던거야! 널 내여자로 만들어야 안심

이 됐기 때문에 널 계약으로 묶어 뒀던거야!]

그의 뜻밖의 고백에 란아는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

웠다. 그가 그녀에게 원하는 건 오로지 육체 뿐이라고 생각해온 그녀

였기 때문에 더욱 그에게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더욱이 그녀는 유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도 아직 확실히 몰랐

기때문에 그의 사랑한다는 말에 자신도 그러하다고 돌려 줄수가 없었

다.

[란아! 무슨말좀 해봐! 설마 자영이때문에 나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가?]

그의 상처받은 눈빛과 음성에 란아는 어쩔줄 몰라서 당황했지만 그대

로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 12

란아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 만졌다.
안타까운듯 부드럽고 친숙한 손길에 그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겹쳐지고 부드럽고 촉촉한 혀가 들어와 부끄러운듯 살짝 살
짝 망설이며 그의 혀를 애무했다.
그의 온몸을 관통하는 아찔한 쾌감이 몸 구석 구석에 퍼져 나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란아 그녀가 이렇게 자기에게 온몸으로 다가서는것은... 그것은 왠지 불
안하게 그에게 경고 하는듯 했다.
란아의 정열적인 공격에 그는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의 욕망을 최
대한으로 이끌어 내고 있었기 때문에...
유하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애무하려 했지만 그녀는 그를 제지했다.
자신이 옷을 벗고 그의 옷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거칠게 벗기고 그의 건장한 몸을 그녀의
손과 입술이 탐색해 들어 갔다.
유하는 꼼짝도 못한채 란아가 주는 고문에 속수 무책으로 무너져 갔다.

란아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난 유하는 잠자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 보았다. 어젯 밤 자신을
몇번이나 기쁘게 해준 그녀의 얼굴은 몹시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문득 그가 고백한 사랑에 대해 그녀가 답변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그녀는 마음의 문을 조금 열고 그에게 완전히 그녀의 몸을 내 주지 않았던가! 그녀는
온몸으로 대답한것이나 다름 없다고 그는 위안을 삼았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래서 유하는 손을 뻗쳐 그녀의 얼굴을 매
만졌다.
부드럽고 촉감있는 피부가 그의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란아가 그의 접촉에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그의 손길을 피해 돌아 누워 버렸다.
유하는 왠지 란아에게 외면 당한 기분이 들어 가슴이 저릿 저릿하게 아파 왔다.
어느새 그에게 사랑으로 새겨진 란아의 모습
이렇게 그의 가슴 속에 너무도 간절히, 절실함으로 그녀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원하게 될줄
은 그도 미처 몰랐었다.
어쩌면 처음 그녀를 만나면서 이미 몸은 알고 있었는지도... 어젯밤에 그녀가 마음의 문을
그를 향해 활짝 연채로 그를 사랑해 주었을때
그는 기쁨으로 인해 가슴이 터 질것같았다.
그는 란아가 좀더 그에게로 완전히 올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릴수 있었다. 그가 란아를 기다
리는 그 순간조차 그는 아껴둘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녀는 눈이 부셔서 이마를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게 잠겨 있
었다.
[언제 깼어! 네가 잠드는 동안 네 얼굴과 모습을 내 기억속에 영원히 저장하고 싶었는데....]
유하가 장난기가 서린 표정으로 부드럽게 말했다.




- 13

[지금 몇시예요?]
란아는 그의 말을 못들은척 그에게 물었다. 유하는 그런 그녀가 못마땅 했지만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9시가 다돼가는데...]
[뭐라고요? 이런 늦었다. 오늘까지 끝내야 되는데]
란아는 벌떡 일어나다가 자신이 알몸이라는게 기억이 났다. 이렇게 밝은 곳에서 그가 지켜
본다고 생각하니 왠지 쑥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저기 돌아누우면 안돼요?]
[왜그래 새삼스럽게 당신몸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때는 전부 어두울때 그랬잖아요. 제발 유하씨!]
그녀의 말에 유하는 뒤돌아 누웠지만 역시 불만이었다. 그녀는 왜 그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려고만 하는 걸까? 그가 애정을 표현해도 그녀는 자꾸 어색해 하는 모습만 그에게 보여
줬다.
그가 숨김 없이 그녀를 대하는데도 란아는 불편하다는 인상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을 좋
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생각이 자꾸 나쁜쪽으로 흐르자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유하씨! 너무 늦어서 먼저 가야겠어요!]
씻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온 란아는 그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잠깐 기다려! 옷만 걸치고 내가 바래다 줄께!]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그녀가 나가려고 하는 것을 막았다.
[괜찮아요! 저 혼자 갈께요 유하씨도 출근해야 되잖아요]
[난 오늘 오후에만 강의가 있어 그러니 조금 늦게 나가도 괜찮아]
란아가 그의 알몸을 외면한채 말하자 그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유하씨! 도대체 왜그러는 거죠?]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그만 가자고 늦어졌다고 했잖아!]
그는 옷을재빨리 입었다. 그리고 그녀를 지나쳐서 문을 열고 나갔다. 란아는 어쩔수 없이 그
를 따라 나서야 했다.
그녀의 회사로 가는동안 그는 입을 꼭 다문채 운전만 했다.
란아가 몇번 침묵이 견딜 수 없어서 그에게 말을 걸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는 짧은 대답
만 들려 주었다.
란아는 결국 입을 다물고 있어야만 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란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른 차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는 란아를 끌어안고 마치 벌 주듯이 거칠고 뜨겁게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리고 란아를
밀어냈다.
[넌 너무 무심한 여자야!]
유하는 차가운 어조로 말한뒤 그녀를 내려주고 가버렸다.
란아는 멍하니 그의 차를 보고 있다가 회사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하루종일 일에 집중 할수 없었다. 유하가 왜 화를 내는지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봐
도 이해 할수 없었다.
'넌 너무 무심한 여자야' 그의 말이 자꾸 생각이 났다.
그와 나누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몹쓸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가 여러번 그의 사랑을 표현 했지만 그녀는 그때마다 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안해요 유하씨! 난 아직도 사랑에 대해서는 겁이 나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당신에
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는 혼자 독백하듯이 중얼거렸다.

유하는 란아로부터 많이 늦어질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와 만나 술 한잔을 했다. 그녀가
없는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하 너 무슨 고민 있냐? ]
[없어!]
딱 잘라 말하는 유하에게 친구인 재호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네 얼굴이 그러냐? 굉장히 어두운 표정이야!]
[재호야 나 아무래도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여자들을 울린 죄로]
유하가 자조하듯이 내뱉자 재호는 놀란 얼굴을 했다.
[이거 내가 잘못 들은건 아니겠지 천하의 장 유하가 그런 말을 하다니
...]
재호가 빈정 거리며 이야기 하자 유하는 피식 웃었다.
[너 정말이구나 도대체 어떤 여자야?]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나를 부담스러워해]
재호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건지 의심스러웠다. 그가.. 냉정하기 그지 없는 그가 사랑을 입에
담다니 세상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유하의 얼굴을 보면서 그가 여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
[자식 많이 힘든가보군]
재호는 술을 유하의 술잔에 따라 주면서 그의 말을 들었다.
그는 여자의 말을 하면서 무척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둘은 점점 술에 취해 갔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여자의 목소리에 유하는 고개를 들어 여자쪽을 돌아 보았다. 자영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무슨일이야!]
유하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친구랑 한잔 하러 들렸다가 교수님이 보이길래 인사하려고 왔는데 너무 하는군요]
자영이 새침하게 이야기 하자 재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 14

재호는 그 여자가 유하의 그녀인줄 알고 그녀더러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유하의 얼굴은
술이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갑기 그지 없어서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민 자영 너 거기 앉지 말고 네 볼일이나 보라고]
유하가 여자에게 너무 냉정하게 이야기 하자 재호는 당혹스러웠다.
[야! 너 그게 무슨말이야 실례되잖아!]
[너 꺼지라는 말 안들려?]
유하는 취해 있었다. 그래서 자영이 더 미웠었는지도 몰랐다. 그녀때문에 란아가 상처 받았
고 또 그에게 냉정해지기도 하지 않았는가 그녀가 란아의 친구만 아니었어도 란아는 그에게
마음을 보여줬을지도 몰랐다.
[괜찮아요! 교수님이 많이 취하셨나봐요]
자영은 화가 났지만 참았다. 제3자가 있는데 굳이 그녀가 장 유하에게 화를 터 뜨릴수는 없
었다.
[아 미안해요 아가씨 오늘 이친구가 안하던짓을 하는걸 보니 많이 취하긴 취했나 보네]
재호는 당황하며 유하가 저지른 일을 수습했다. 하지만 여자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유하가 차갑게 대하는데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았다.
' 도대체 둘이 어떤사이길래...'
[야 정신차려! 집에 가자 너 많이 취했어]
[제가 도와 드릴께요]
자영이 재호를 도와 유하를 부축하자 그는 실눈을 뜨고 자영을 보더니 그녀의 손길을 뿌리
쳤다.
[이거 놔 너 때문이야 란아가 날 외면하는건 전부 너로 인해서야]
자영은 란아의 이름을 듣자 화가 났다.
[어째서 그게 저때문이라는거죠?]
재호는 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듣자 그녀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자영은 그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교수님 친구분이라고 하셨죠? 제가 교수님을 모셔다 드릴께요 제가 차를 가지고 왔는데
제차에 교수님좀 태워 주세요]
자영이 그를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말에 재호는 좀 안심이 되었다. 그도 지금 술을 많이 마
셔서 자신의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재호가 자영의 차에 유하를 태우자 자영은 바로 출발했다. 그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자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교수를 보자 그와 란아를 떼어 놓을수 있는 방법이 생각
났다.
자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계획한대로라면 그둘은 반드시 헤어지게 될 것이다.




- 15

란아는 일이 끝나자 마자 바로 회사를 나왔다. 그녀는 늦더라도 집에 가기로 생각 했기때문
에 여관에서 자고 간다는 일행에 끼지 않고 바로 나와서 회사 앞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왔
다.
그녀는 문을 열자 마자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늦는다고
해서 잠이 일찍 들었나 싶어 그녀는 침실문을 열었다.
벌거벗다시피한 자영의 모습을 보고 란아는 너무 놀라 우뚝 서버렸다.그녀는 무슨말을 어떻
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만 벌린채 그렇게 서 있었다.
[이제 왔니? 네가 없는 동안 난 교수님을 상대해 드리고 있었어! 그는 역시 멋있는 연인이
야! 네가 못 떠날 만도 해]
자영의 비꼬는 어조에 란아는 화가 나야 했다. 정말로 그랬어야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가슴
이 아파왔다.
처음에 자영의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은 알몸이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잠들어 있었다.
[자영아!]
란아는 그녀의 이름을 안타깝게 불렀다.
[네가 뭐라해도 난 사과 할 마음 없어 그를 사랑하니까]
자영은 란아를 외면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정도였니? 그를 향한 마음이 그 정도였어?]
란아의 고통이 담긴 어조에 자영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 봤다.
[뭐가 그 정도라는 거니? 넌 어쩜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담담하니?]
자영은 란아의 태도를 힐난 했다.
란아는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며 슬프게 웃었다.
[내가 담담하게 보이니? 난 지금 너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어!
내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그의 마음을 아
프게 했는데 이제 더 이상 그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돼 버렸어]
[그게 무슨 뜻이야?]
자영은 란아의 말에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무것도...너의 행동에 화가 나야 되는데... 너에게 기회를 준 유하씨를 원망해야 하는데...
난 지금 새로운 내 자신을 깨달아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버렸어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화가 나고 내 자신이 싫어져서 견딜 수가 없어져 버렸어!]
자영은 란아의 울부짖는 음성에 가슴이 아려 왔다. 그녀는 자신을 비난하고 있었다. 자신의
연인과 함께 있었던 자영을 비난하고 있는게 아니고.
[너 왜 그래?]
손을 뻗어 울고 있는 란아를 위로 해 주고 싶었지만 자영은 모질게 마음을 먹고 그대로 서
있었다.
[왜지? 란아 넌 왜 나를... 교수님을 비난하지 않는거야?]
자영의 물음에 란아는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왜냐고? 훗, 믿으니까 그를... 바보같은 나를 사랑해준 그니까? 이기적이었던 내 생각까지도
고스란히 사랑해 줬던 그였으니까..]
잠시 말을 멈춘 란아는 자영의 얼굴을 괴로운듯 쳐다 보았다.
[그리고 난 너도 믿어...]
[거짓말 넌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거야!]
란아의 말에 그녀는 화가 나서 외쳤다.
[그래 그럴지도... 난 지금 애써 자제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영아!]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보고 란아는 애써 울음을 삼키었다.
[부탁할께 네가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를 네가 지켜줘 난 더 이상 그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되버렸어!]
란아의 말에 자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지? 란아 너 왜그러는 거야?]
란아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자영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건
지도 몰랐다.
[사랑하니까! 지금 몹시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지금 떠날거야 난,
맹세 했어 내가 그를 사랑하면 떠날거라고..
난 여지껏 내마음을 확신 할수 없었어! 육체적으로 그에게 끌렸지만 그게 사랑이라곤 생각
하지 못했어! 그에게 느끼고 있었던 욕망도 사실은 사랑의 일부인데.... 네가 깨닫게 해 줬
어]
자영은 나가려는 란아의 손을 잡았다.
[란아야! 너 지금 무슨 소리하고 있는거야?]
[그를 잘 부탁해! 너 밖에는 아무도 없어]
자영은 란아의 행동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란아는 간단하게 짐을 싸고 자영에게 인사한다음 자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그를 뒤로 한채....




- 16

자영은 란아가 돌아간뒤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신의 친구가 왜 그를 떠나는지 이해를 못했
다. 사랑한다면서 그를 떠난다니... 그가 잠에서 깨어나면 어떤말을 해 주어야 할까?
한참의 시간이 흐른후에 그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머리가 아픈듯 눈살을 찌푸렸다.
[란아 물 좀 갖다줘]
유하는 몸을 일으키며 란아를 불렀다.
[란아는 없어요.]
자영은 그가 깨어날때까지 조그만 탁자에 기대어 있다가 그가 깨어 나자 의자에 똑바로 앉
아서 그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하기 싫은 말을 내 뱉었다.
[내 말 못 들었어요? 란아는 없다고 했잖아요!]
자영은 신경질적으로 다시 그에게 쏘아 부쳤다.
그는 멍해진 눈을 들어 자영을 보고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네가 여긴 무슨일이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란아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
야?]
유하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란아가 없다니 자영이가 지금 무슨
잠꼬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앤 왜 내 침실에 있는거야'
[란아!]
유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란아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
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유하는 집안을 뒤지면서 란아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그는 다시 침실로 돌아와 태연히 앉아 있는 자영을 노려보며 그녀를 추궁했다.
[자 말해봐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우선 왜 네가 내집에 있는 거야?]
유하의 싸늘한 어조에 자영은 또다시 상처 입었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험이 닥쳤다.
[기억이 안 나시는건가요?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있는 건가요?]
[그게 무슨말이야?]
유하는 지난 밤의 일이 전혀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그는 가슴 밑 바닥에서 스멀거리며 피
어오르는 생각에 구역질이 날것 같았지만 애써 자제하고 자영의 말을 기다렸다.
자영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얼굴 표정에서 읽었다. 그녀는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저 오만하고 냉정한 얼굴이 지금은 일그러져 그대로 생각이 드러났다. 그러나 한편
으론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그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정도로 란아를 사랑한다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우리가 어젯밤에 서로에게 뒤엉켜 있는걸 란아에게 들켰어요! 그다음엔 말안해도 알겠죠?
그앤 짐을 싸들고 나가 버렸어요]
자영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끝내자 마자 그는 자영의 뺨을 때렸다.
[거짓말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유하는 혐오스럽다는 듯 치를 떨며 자영에게 욕설을 퍼 부었다.
자영은 그에게 뺨을 맞자 왠지 시원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것은 죄책감때문이었다. 란아에게
느끼는 죄책감, 그녀는 왜 자기가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사실이예요 란아는 슬픈 표정이었어요 아니 공허한 얼굴이었나...]
자영은 마지막의 란아의 얼굴을 떠 올리며 그녀도 공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란아를 찾아가 보세요 어쩌면 그애가 떠나기전에 붙 잡을수도 있을테니까!]
자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말했다.
그녀는 란아가 떠난뒤 유하에 대해 많이 생각 했고 지금 그의 행동으로 보아 그는 절대 그
녀를 받아 주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그에게 자영은 란아가 그녀로 인해 떠났다는 것을 생각나게 할것이고 그럴때
마다 그는 자신을 저주 하며 살아가겠지...
자영은 그게 못 견디게 싫었다. 차라리 지금 상실감을 잊으며 사는게 더 나을 것이다.
[행운을 빌어요 교수님! 당신을 포기하겠어요 만일 란아가 내게 화를 냈다면 난 절대로 포
기하지 않았을거예요... 그앤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나도 사랑했다는 걸 지금은 알게 되
었어요 그래서 당신 사랑하는거 포기 할거예요! 내자신을 위해서.. 교수님 란아를 꼭 찾기를
바래요]
자영의 진심이 담긴 어조에 그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
[만일 내가 란아를 찾지 못한다면 널 용서하지 않겠어! 한가지만 묻겠어 내가 너를 건드렸
나?]
자영은 그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심보다는 진심이 이겼다.
[아니요! 교수님은 저에게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았어요 그러니 란아에게 죄 지은거 없어
요]
자영은 그말을 남기고 문을 열고 나갔다.
유하는 전화기로 다가가 병원에 전화 했지만 그녀의 새엄마는 아침 일찍 퇴원했다는 말을 들
었다.
그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억누른채 그녀의 집에, 회사에,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지만 무
응답이었다.
유하는 좌절감에 무너졌지만 이내 옷을 갈아 입고 직접 그녀의 집을 찾아 가기로 마음을 먹
고 집을 나섰다.
그녀가 어디로 가든지 그는 반드시 되찾고 말리라고 결심했다.




- 17

그녀는 멍하니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그를 떠나오면서 부터 그녀는 가끔 생각에 잠겨 있는 일이 많아졌다. 게다가 눈물도
많아졌다.
그녀는 절대로 그를 그리워 해서는 안되었다.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그녀가 그를 생각하고
있어선 안되는 것이었다.
란아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얼굴에 묘한 자부심이 담긴 미소가 지
어 졌다.
[란아야 너 정말 그 남자를 만나지 않을 거니?]
새엄마의 잔소리가 또 시작 되었다. 란아가 아기를 가진것을 알면서 부터 새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로 그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란아야! 제발 그 남자에게 연락이라도 해야지! 네가 아기를...]
[그만 해요 새엄마 또다시 그 남자를 언급하면 나 잠적 해버릴거야]
란아의 신경질적인 어조에 그녀의 새엄마는 궁시렁 거리며 그녀를 야단쳤다.
[네가 그래선 안돼지 넌 괜찮은 남자를 걷어 찬거야 제복을 제 발로 차다니...쯧쯧]
[새엄마 그만해 사랑은 신기루 같은거야 가까이 다가가면 없어지는 신기루말이야 아버지도 그
랬고 언젠가 유하씨도 그러할거야]
[란아야 넌 어쩜 그렇게 옹고집이니? ]
새엄마는 한숨을 내 쉬었다.
[란아야 네 아버지와 장 교수는 틀리단다. 그리고 나 네 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아 네 아
버지는 적어도 나와 살때는 나에게 최선을 다 하셨어]
[난 그게 싫어! 새엄마 그에게 있어서 난 언제나 첫번째가 되고 싶어 만일 그가 내가 싫어지
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면 난 아마 못살거야! 그래서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을 때 그
의 곁을 떠나온거야]
란아는 그말을 하면서 그때 일을 떠 올리고 있었다.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그녀는 두려워 졌다.
그래서 그렇게 급히 이곳으로 도망쳐 왔다.
며칠이 지난뒤 그녀는 자신이 유하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는 그 사실이 매우 반가웠다.
그를 잊지 못해 안절부절하며 보내온 시간이 아기로 인해 모두 사라졌다.




- 18

[란아야 만일 그가 네가 임신한 사실을 안다면...]
[새엄마 제발 이제 그만해 이 아이는 내가 낳아서 키울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의 이야기는 꺼
내지 마세요.]
란아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새엄마에게 말했다. 새엄마는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타
까워 했다. 란아는 그런 새엄마를 외면하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이기적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그는 아마 그녀를 애타게 찾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란
아는 그에게 돌아갈수 없었다.
그녀가 겁쟁이라고 그와 다른 사람들이 비난 한다고 해도 어쩔수 없었다.
란아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둘러 보았다.
처음 이집에 왔을 때 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담하게 꾸며진데다 따뜻한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처음으로 가진 자신의 집이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아주
싸게 살수가 있었다.
그녀는 유하에게 또 한번 신세를 진 셈이었다. 그와 살면서 조금씩 모아둔 돈과 새엄마의 병
원비와 수술비를 제외하고도 많은 돈이 남았다.그에게 돌려 주려고 놔두었는데 자신이 그를
떠나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고 또 갑자스럽게 떠나게 되어 돌려 주지 못했다.
그녀는 그 돈으로 이곳에 집을 마련했다. 새엄마의 건강을 위해서도 경치 좋고 공기가 좋은
이곳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나중에 돈을 벌면 그에게 갚을 계획이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핸드폰을 꺼내서 그한테 온 전화와 자영이에게서 온 메세지를 읽어
보았다. 그것은 매일 하루 란아가 하는 일과였다. 지워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미련이 남아서 보관 해두었다가 꺼내 보곤 했다.
자영은 그녀에게 무슨말을 하고 싶은 걸까 둘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는 아닐까 하고 몇번씩
생각하고 되뇌이고 가슴 아파하곤 했다.
이제 이런 짓도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아기에게만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
다.
유하와 자영이 결혼을 한다해도 그녀로서는 할말이 없었다.
란아는 이율 배반적인 마음에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그가 자신의 흔적을 쫒아서 찾아왔으
면 하는 마음이 들때는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란아는 마음을 다스리면서 되도록이면 고요하고 안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마음의 평안을 빌
었다.
[새엄마! 가게는 어때요 좀 되는것 같아요?]
란아는 밝은 목소리로 새엄마가 새로 시작한 반찬 가게일을 물어 보았다.
[그래! 주문이 많이 들어 왔단다. 이곳 사람들이 도시락도 겸해서 해보면 어떠냐고 물어 보
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건강해지신 새엄마의 얼굴을 보니 란아는 행복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흠 괜찮은 생각이네 새엄마는 요리 솜씨가 좋아서 호응이 좋은것 같아!]
[이곳에 공장이 많으니까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도 괜찮겠다.]
[그럼 배달하는 사람도 구해야잖아!]
[그래 당장 사람을 구해야겠다.]
새엄마는 들떠서 옆집 아줌마에게 물어 본다고 나가셨다. 란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다행
이라고 생각했다.
새엄마가 없었으면 그녀는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항상 새엄마가 그녀에게 의지하고 힘들면 그녀에게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 해 왔는데
오히려 그녀가 새엄마에게 의지하여 살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두사람을 버리고 떠나셨을 때 그녀는 10살이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버린
바람에 새엄마가 얼마나 고생하셨던가?
어린 란아를 데리고 생활하기에는 새엄마에게 너무 벅찼지만 새엄마는 한번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단지 아버지가 생각 나셨을 때는 란아에게 많이도 화를 내셨지만... 새엄마는 꿋꿋하게
견디셨다.
그녀는 배를 어루만지며 자신도 새엄마처럼 그녀의 아이에게 버팀목이 될수 있는 새엄마가 되기
를 바랬다.





- 19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대체 란아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걸까? 그는 초조함과 그
녀가 없다는 상실감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자신을 떠나버린 란아가 증오스럽기까지 한 자신의 마음에 그는 상처 입고 무력감에 치를
떨었다.
자영이 가끔 연락해 란아의 소식을 물었지만 유하는 그녀에게 좋은 기분으로 대할수가 없어
서 자영을 피하고 있었는 데 그녀에게 또 연락이 왔다.
유하는 그녀의 메모리를 무시하고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잠을 편하게 자본지가 아주 오래 돼서 그는 피곤한 마음에 눈을 감고 상념에 빠져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지만 그는 꼼짝도 하기가 싫어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한참 벨이 울리더니 자동
응답기가 돌아가기 시작 했다.
[교수님 저 자영이예요. 요즘 연락하기가 쉽지 않네요 왠지 교수님이 저를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교수님께 란아를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직접 전하고 싶은데...]
유하는 자영의 마지막 말에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란아를 찾을 수 있다니 정말이야?]
유하의 다급한 말에도 불구하고 자영은 여유 있는 목소리로 그를 비난했다.
[교수님 계시면서 전화도 안 받으시다니 너무 한거 아니예요?]
[자영아 제발...]
유하는 자영의 비난을 무시하고 간절한 음성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전화 수화기를
통해 자영이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할수 없군요. 이번에 제가 봐 드리죠. 란아의 새엄마가 저를 찾아 왔어요 교수님을 찾아서 대
학에 가셨는데 교수님이 그만 두셨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저를 찾아 오셨더라고
요]
[란아의 새어머니가 나를 보러 오셨다고?]
[그래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시고 가셨지만 전, 이야기 하지 않겠어요! 교수님이 직접 란
아를 보는게 나을것 같으니까! 그애의 새엄마가 교수님더러 어떤 상황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란아를 대하라고 전해 달래요!]
[좋아! 알아 들었어 그래서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다고?]
유하는 지금 마음이 급해 자영이 뜸 들이며 이야기 하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영을 재촉 했다.
[경기도 마석우리라고...]
그는 한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메모지를 꺼내 자영이 불러주는 주소를 적었다.
[고마워 자영아 란아를 만나면 그때 너도 용서해주마!]
[눈물 나게 고맙네요! 교수님! 행운을 빌어 드리죠 아! 한가지 말씀드릴께 있어요 그앤 아버
지에게 버림받아서 아마 교수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교수님이 란아에게 확신을
심어주지 않으면 힘들걸요]
자영은 그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었다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거지?' 유하는 생각끝에 깨달았
다. 그럼 그녀가 나를 떠난건 아버지때문이었다는 건가? 그러자 그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를 믿지 못해서 떠난것이다.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생각때문에 감히 그를 떠날
수가 있단 말인가
유하는 그녀에 대한 분노를 삭히려고 노력했다.
그는 찬물로 샤워를 한다음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 20

란아에게 가는 길이 이렇게 더디고 힘들다니... 그의 마음은 급하고도 초조했다. 그가 가는
동안 그녀가 어딘가로 또 사라져 버렸을거라는 상상이 들자 가슴이 조여 들었다.
차를 운전하면서 속도를 높이다 사고가 날뻔하자 그는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휴게소에서 잠
시 쉬었다.
유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란아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할까 생각 했다.
처음 그녀가 그를 떠났을 때 분노에 휩싸여 그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심이 일었다고
이야기 하면 란아는 어떤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까
그는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온 유치한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유하는 쓸데 없는 잡념들을 떨쳐 버리며 기지개를 편다음 산뜻한 기분으로 핸들을 잡고 운
전을 했다.
처음 출발했을 때 보다 기분이 많이 나아진 그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
그녀의 집에 도착한 그는 잠시 차안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집은 조그맣지만 무척 따스해 보였고 집둘레에 핀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멋들어
지게 어울렸다.
유하는 차에서 내려 현관문이 있는 곳으로 다가 갔다. 그는 잠시 망설인뒤 문에 달린 종을
울렸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문이 열렸다. 기대 했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
주 앳되게 생긴 소녀가 열린 문앞에 서 있었다.
[누구세요? 무슨일이시죠?]
[저.. 여기가 한란아씨 집 아닌가요?]
그는 심장이 뛰었다. 란아가 벌써 가버렸을까 그를 피해서...
소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이리 길다니, 마치 오랜 시간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 졌다.
[맞는데요! 그런데 누구시죠?]
그 소녀가 대답한 순간 그는 멈추었던 숨을 몰아 쉬었다. 소녀가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자신
을 보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난 그녀의 친구예요 지금 그녀가 집에 있나요?]
[란아 언니! 언니! 친구가 찾아 왔어요!]
그 소녀는 큰 소리로 안을 향해 소리를 질러 란아를 불렀다. 그러자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
가 들리며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명이야! 그렇게 큰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잖아! 아기가 잠들지...]
란아는 유하를 발견하자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유하씨! 어떻게 여기에...]
갈라진 그녀의 음성을 듣자 그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화도 나고 미워도 한 그녀였는데 이렇게 막상 그녀의 얼굴을 눈앞에 두고 보니
아무런 할말이 떠 오르지 않았다.
그냥 그녀를 안고 울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품안에서 평안을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
금의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져 낯설은 기분이 들었다.
[자영이에게서 들었어!]
유하는 떨리는 음성을 감추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널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널 보니 아무말도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하군]
[그래요? 명이야! 이제 가도 돼 오늘 고마웠어!]
란아는 그들을 지켜보며 서 있는 소녀를 향해 말했다.
[알았어요! 자리를 피해 드릴께요 언니!]
명이란 소녀는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켜 줬다.
[날 계속 여기에 세워 둘 작정이야?]
그녀가 계속 아무말도 없이 그를 막아서며 있자 유하는 기분이 상해 퉁명스런 어조로 내 뱉
었다.
란아는 잠시 망설인 표정을 지으며 움직이지 않았지만 곧 자리를 비켜 주며 그를 향해 말했
다.
[들어 오세요!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겠네요 뭐 마실거 줄까요?]
[술 없어? 그거 마시면 긴장을 풀 수 있을것 같은데...]
[난 술 안마셔요! 그러니 여기서 술 달라고 할 생각은 버리시는게 좋겠는데요]
란아는 딱딱한 말투로 빈정거리며 차갑게 말했다.
[농담이야! 넌 안 보는 사이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버렸나 보군]
[사는데 바빠서요]
[계속 그렇게 빈정거릴거야?]
유하는 그녀의 말투가 거슬려 소리쳤다.
[미안해요! 뭐 마실래요?]
란아는 그의 화난 표정에 사과했다.
[시원한 걸로 아무거나 있으면 돼! 오늘은 날씨가 무척 더운 것 같아!
]
그는 란아의 시원한 옷 차림이 부러웠다.
짧은 탱크 톱에 배꼽이 드러난 짧은 면 반바지차림의 그녀의 몸을 보는 동안 그의 하복부
아래에서 열기가 솟아 올라 왔다.
란아의 분위기가 뭔가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그 묘한 분위기가 그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녀
를 갖고 싶다는 충동이 일게 했다.
그는 그녀의 어디가 달라져 있을까 생각이 들어 자세히 그녀를 관찰했다.
얼굴살이 약간 붙었고 좀 밋밋했던 몸매가 볼륨 있게 변해 있었다.
가슴이 많이 풍만해지고 엉덩이살도 조금 붙은 것 같았다.
[살이 좀 찐거 같군]
그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란아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좀 말라 보였다. 아니 많이 여
의어 보여 가슴이 아팠다.
[당신은 살이 빠졌군요 힘들었어나봐요]
[너 때문이라면? 네가 날 힘들게 했다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 약간은 원망섞인 어조로 말했다.
란아는 애써 그의 말을 무시하며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고 음료수를 꺼냈다.
그녀는 컵에 음료수를 따라서 그에게 내밀고 그녀가 마실것을 준비 했다.
란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전에 그는 적어도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지금은 그에게서 짙은 허
무함과 공허감이 배어 나왔다.
가끔씩 짓는 쓸쓸한 표정이 그녀의 심장을 파고 들어 멍들게 했다.
[널 보니 아주 잘 지낸 것 같아! 그게 왠지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군]
[그 말은 조금 섭섭하게 들려요 하지만 당신이 왜 그말을 하는지 이해는 가요!]
란아는 그의 마른 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란아! 널 안고 싶어! 키스하고 싶다. 허락해 줄수 있어?]
그의 간절한 어조에 란아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그를 문앞에서 보자마자 안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녀는 감히 그에게 안길수가 없어서 참았었다.
[그런건 물어보는게 아니예요! 당신도 변했군요 전엔 내 허락같은건 무시하지 않았었나요?]
[네가 그렇게 만들었어!]
유하는 내뱉듯이 말하고 그녀를 일으켜 그의 가슴에 꽉 끌어안고 거칠고 열정적인 입맞춤을
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 오자 그녀는 그의 혀를 붙잡아 부드럽게 빨았다.
얼마나 그리워 했던 서로의 품이었던가! 그들은 정신없이 서로를 탐닉하며 거침없이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유하의 손이 그녀의 짧은 상의를 위로 벗기고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애무하자 란아의 입
술에서 환희에 젖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는 전에 없던 그녀의 뜨거운 반응에 모든 자제심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녀의 안에 깊숙
히 자신의 몸을 묻고 싶어 졌다.
그의 거칠고 성급한 손길이 그녀의 몸 안에 파고 들때 그들의 쾌락에 젖은 신음소리를 뚫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의 애무에 넋이 나가있던 그녀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자 온몸이 얼어 붙은듯이 굳어져
버렸다. 그녀는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냉
랭하게 바라 보았다.




- 21

[그런 얼굴로 나를 보지 말아요!]
란아는 옷을 다시 입으면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해도 그는 그녀를 용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란아가 주방을 빠져 나가려 하자 그가 손을 붙잡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연약한 살을 파고
들어 아픔이 느껴졌지만 란아는 그에게 항의조차 할수 없었다.
[놔 주세요 아기가 깼나봐요]
[누구 아기야? 설마 네 아기라는건 아니겠지?]
그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그녀에게 대답을 요구 했다. 란아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내 아이예요! 별 이상한 질문을 다하는군요!]
란아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아기가 있는 방으로 갔다.
유하는 란아의 말을 듣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의 아이라니...
그는 란아의 뒤를 따라 갔다. 그녀에게 물어 보고 싶은 말이 많았다.
열린 방문을 통해 란아가 아기를 달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기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란아를 향해 방긋 웃었다.
[우리 유성이 착하지! 배 고프겠구나 새엄마가 맘마 줄께]
란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한번도 그녀가 부드럽게 이야
기 하는것을 들어보지 못했던것이다.
[넌 진짜 변했구나! 믿을수 없는 장면이군 내가 안봤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거야 란아!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수 있는거지? 아기 아빠가 있으면서 나에게 그렇게 반응 한건가?]
그가 공허한 음성으로 말하자 란아는 가슴이 아팠다. 그는 아기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하씨 어떻게 나에게 그런말을 하는거죠? 아기에 대해 모르면서 난 절대로 당신을 배반한
적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건 당신을 떠나왔다는 거고 그리고 또 한가지는...]
란아는 망설이다가 어차피 알게 될일이라는 생각에 거침없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또 한가지 죄를 지은것 같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아기아빠니까 잠시전
에 그렇게 반응을 한거였어요!]
란아의 우회적인 말에 그는 잠깐 할말을 잃어 버렸다가 그녀가 중간에 말한 단어가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아기 아빠니까' 분명히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봐 란아! 당신말은 그러니까 아기의 아빠가 나라는 얘기라는 건데....]
유하는 떨리는 음성으로 긴장한체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는 확실한 답을 원했다.
[맞아요 당신 아들이예요 인제 두달정도 됐어요!]
란아는 체념섞인 어조로 그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란아는 그의 얼굴표정이 변하는걸 지켜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 22

유하는 사실 온몸이 타오를 정도로 화가 났다. 그녀를 어떻게 해야 속이 시원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 자란 성인인데 말 안듣는다고 때릴수도 없지 않은가 그는 그녀에게
로 향하려고 하는 주먹을 꽉 움켜 쥐었다.
[당신 표정을 보니 날 칠거 같네요! 차라리 날때리고 나가서 다시는 오지 않는게 어때요 그
럼 기꺼이 당신에게 맞아 줄 수 있어요]
그녀는 그를 자극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제기랄! 넌 너무 무신경해! 란아 네가 저지른 짓이 어떤 건지 알고 있어? 넌 나에게
서 첫 아이를... 내가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간거야! 그걸 알고 있는거야?]
그의 격하고 가슴 저리는 말에 란아는 망치로 얻어 맞은것 처럼 충격을 받았다.
[내가 널 사랑한다고 했는데... 넌 그말을 듣자 마자 날 버렸어! 너처럼 무정하고 사랑할줄
모르는 여잔.. 남을 배려할줄 모르는 여자는 아기를 키울자격이 없어!]
유하는 란아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그가 받은 상처만큼 그녀도 아파야 했다. 그가 란아를
찾아 헤매이는 동안 란아는 이곳에서 아기를 낳고 그를 비웃으며 잘 지내고 있었던것이다.
바로 그의 아들과 함께...
자신이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미쳐가고 있을 때 그녀는 그의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
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이 견딜수 없이 싫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나더러 유성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다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도 많이 힘들었어요 그애를 낳다가 거의 죽을뻔 했는데...]
란아는 그의 말에 울부짖으며 외쳤다.
[자업 자득이야! 넌 나에게 연락 했어야 했어 그랬어야 했다는건 너도 잘 알고 있을거야 넌
알면서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던거야!]
그는 매몰차게 대꾸했다.
[어떻게 연락을 할수 있어요? 자영이가 당신 옆에 누워 있었는데]
그는 자영의 이름이 나오자 안색이 굳어졌다.
[자영이와 난 아무사이도 될수 없다는건 너도 알고 있잖아 넌 알면서 그걸 구실로 삼아 날
떠났던거야 그러니 그따위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그랬다. 유하의 말이 옳았다. 그녀는 자영을 핑계로 그의 곁을 떠난것이나 다름 없었다. 문
제는 자영이에게 있는게 아니라 그녀 자신에게 있었다.
[유성이는 내가 데려 가겠어!]
그의 차갑고 무미 건조한 말에 란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가 극도로 화를 자제하
고 있는게 느껴 졌다.
[그럴수는 없어요! 당신이 데려다가 어떻게 키운다는 거죠? 유성이한테는 내가 필요해요!]
그녀는 그에게 소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본가로 들어가면돼 내아이 내가 못 키울거 같아? 적어도 너보다는 낮다고 생각해!]
[안돼요! 그럴수는 없어요 유하씨 내가 잘못 했어요 당신에게 이야기 안한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는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그래요 사실 당신에게 이야기 안한걸 얼마나 후회하고 있었는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좋아 유성이에 관해서는 다음으로 미루지! 애가 배고픈거 같으니까 일단 이 문제에 대해서
는 아기가 다 먹거든 얘기하자고]
란아는 그의 말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기에게 먹일 분유를 탔다




- 23

란아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유하의 가슴속에 벅찬 감정이
차 올랐다.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아기를 사이에 두고 따뜻한 기운이 두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란아가 자신을 떠난 사실때문에 그녀를 원망하고 미워 했지만 막상 이렇게 그녀가 자
신의 곁에 있으니 망각수를 마신듯 잊어버려 다시 그녀와의 사랑을 꿈꾸게 되는 자신을 발
견 했다.
유하는 어쩌면 아기가 그들을 이어줄수 있는 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히 희망을 가
져 보았다.
그녀가 아기에게 분유를 거의 다 먹였을 때 그는 상실감과 배신감이 배인 음성으로 그녀에
게 물었다.
[아기때문에 많이 힘들었어?]
란아는 깊은 상처가 엿보이는 그의 눈동자를 보며 자신의 무신경함을 저주 했다.
[조금요. 몸도 안좋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사실은 당신이 몹시 그리웠어요 당신이 내 옆에 있어주길 얼마나 간절히 바랬는지 몰라요'
란아는 그말을 그에게 해줄수가 없었다. 자신이 왜 이렇게 과거에 집착하면서 말도 안돼는
생각으로 그에게 상처주며 자신도 아파하는지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그건 아마 아주 힘들었을때 늘 생각 나던 아버지의 뒷모습때문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엄마가 매달리며 울던 모습과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가던 매정한 아버지. 그녀는 자꾸만 자
신과 유하의 미래 모습으로 겹쳐져 비치는 영상으로 인해 미칠것만 같았다.
[유하씨 이대로 나와 아기를 놓아줄수 없어요?]
란아는 모진 마음을 먹고 그에게 사정했다. 부드럽던 그의 눈동자가 차갑게 변해가는게 그
녀를 몹시 아프게 했다.
[넌 아직도 변하지 않았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자야 너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노려 보았다. 그리고는 싸늘하게 식은
어조로 그녀에게 가차 없이 공격을 가했다.
[나에게서 아기가 태어나는 걸 볼 수 없도록 그 기회를 빼앗더니 지금은 그 아기가 성장해
가는걸 못 보게 하려고 하다니... 넌 최소한의 동정심도 없나? 미안하지만 이제 절대 날 가
지고 놀지 못하도록 하겠어!]
유하의 분노에 란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가 저렇게 화를 낸다면....
[좋아! 네가 그렇게 나를 싫어한다면 넌 놔줄 수 있어 하지만 아기는 안돼!]
그의 선언에 란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녀를 놔 주겠지만 아기는 안된다니...그
녀는 유성이 없인 하루도 살수가 없다.
아기와 떨어져 있는 그녀는 도저히 상상할수도 없었다.
[농담하지 말아요! 하나도 재미 없으니까! 어떻게 감히 그런말을 할수가 있는거죠?]
란아는 애써 침착을 가장하며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란아의 반응을 보면서 작은 희망을 가졌다.
[농담 아니야 넌 내 성격을 잘알고 있을거야! 너한테서 유성이를 빼앗을수 있는 능력이 나
에겐 있어 하지만 넌 유성이를 나한테서 지킬 수는 없을거야]
그는 되도록 감정을 배제하고 사무적인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란아는 그의 말에 화가 치밀었지만 반박 할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유성이를 뺏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유하씨 제발 그러지 말아요 난... 나에게 유성인 전부예요]
그녀는 한번도 나약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기에 유하는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
게 전부였기에 도저히 포기할수 없었다.
[그렇게 간절하다면 한가지 방법이 있어!]
[그게 뭐죠?]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감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 24

[나랑 결혼하는거야!]
그의 너무도 간단한 한마디에 자신이 왜 놀라서 이렇게 충격을 받아야 되는걸까
[내가 지금 잘못들은건 아니겠지요? 결혼이라니...그게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 건 잘 알고
있잖아요!]
[글쎄! 왜 그게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거지? 유성이에게 제대로 된 가족을 갖게 해주고 싶
은 내 마음을 그런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지!]
그는 란아를 쳐다보며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네가 정상적인 새엄마라면, 적어도 유성이를 사생아로 만들지 말아야해! 넌 네 자신만을 생각
하고 설마 내 제의를 거절하는 바보짓은 안하겠지? 안그래 한 란아! 유성이를 네가 말한 것
처럼 그렇게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다면 말이야!]
그의 말에 란아는 얼굴이 하얗게 변색되어 갔다. 그가 감히 그녀를 비난하다니... 어떻게 유
성이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의심할수가 있단말인가!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할수가 있는거죠? 난 누구보다 유성이를 사랑하고 있어
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의심할수가 있는거죠?]
란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강하게 말했다.
[그럼 증명해봐 네가 그애를 위해 나와 결혼할수 있어?]
그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요구했다. 란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요!]
[나랑 결혼하면 내가 널 만지며 잠자리를 요구해도 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래도 할수 있
겠어?]
그의 은근한 어조에 란아의 얼굴이 희미하게 붉어졌다.
[우리가 결혼하면 이혼이란 있을 수 없어 명심해!]
[알았어요 다 받아들이면 되잖아요! 하지만 유하씨 다시 생각해 볼수 없어요? 우린 절대 안
될거예요! 당신은 행복해질수 없을거예요]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야! 난 내아들을 내곁에서 지켜 보며 키울거야! 내 아들이 태어나는
걸 보지 못한만큼 그애를 사랑해 주고 싶어!]
감정이 담긴 유하의 말에 란아는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는 차가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
다.
[네가 결혼을 허락했으니 빠른 시일내에 준비하도록 하지 한가지 명심할께 있어 나를 안심
시키고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 네가 또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달아난다면 그땐 정말
용서하지 않겠어!]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경고한다음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갔다.
그가 가고 난 다음에도 란아는 깊은 생각에서 헤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다
시 그를 피해 도망가자고 부추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도망갔다가 붙잡히면 다시는 유성이를 보지 못하게 될것이다. 그녀는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에 자신의 심장을 안으로 깊숙히 숨기고 갑옷을 입힌다음에 그에게 상처 받지
않도록 단단히 무장하리라 생각했다.
란아가 유성이랑 씨름하는 동안 그녀의 새엄마가 돌아오셨다. 그녀는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면
서 장 유하랑 결혼하기로 했다는 말을 전했다.
새엄마는 무척 기뻐하시며 잘됐다는 말을 하시고 그녀의 결혼 준비를 하신다며 들떠계셨다.
[그렇게 좋아요? 새엄마!]
그녀는 새엄마의 환한 미소를 보며 퉁명스런 어조로 물었다.
[그럼! 아주 좋지! 미혼모가 된 내 딸이 장교수처럼 멋진 남자와 결혼하게 됐으니 얼마나 기
쁘니?]
[난 하나도 안기뻐 그는 여전히 강압적이고 냉정해!]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가 얼마나 너에게 잘했니? 네가 말도 없이 사라졌어도 그는 너를
용서하고 결혼하자고 했잖니! 게다가 아기 낳은것도 말하지 않는 너를 다 받아들이니 얼마
나 고맙니!]
그녀는 새엄마의 말에 고개를 들고 그녀의 새엄마를 바라보았다.
[새엄마! 다 알고 있었어?]
[그래 내 딸 표정만 봐도 새엄마는 다 알아요 난 네가 장 교수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단다. 새엄마가 바라는 건 그것 밖에 없어!]
[난 남자를 믿지 않아! 새엄마도 그걸 잘 알고 계시잖아요!]
상처받은 흔적이 묻어나는 음성에 새엄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세상 남자들이 다 아버지랑 똑 같지는 않아! 네 아버지 일은 잊어버리고 장교수에게 잘
해라!]
새엄마의 슬픈 표정에 란아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의 새엄마는 아직도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슬프고 괴로운 표정이셨다. 그러면서 어떻게
아버지를 잊으란 말인가!
새엄마가 잊지 못하고 계시는 데 그녀가 어떻게 잊는다는 말인가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 졌다. 하지만 이제 피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새엄마와
아기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좀더 용기를 낼 필요성이 느껴 졌다.




- 25

란아는 창밖으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눈으로 쫒고 있었지만 마음은 다른 생
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로 간 유하에게서 며칠동안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가 내일 결혼식에 오지 않는
다면 그녀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 란아는 쓸데 없는 생각에 가슴 저리며 시간을 보내는 자
신이 못마땅했다.
[저렇게 준비하라고 사람까지 보냈는데 설마 안오거나 하지는 않겠지]
란아는 중얼거리며 그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 자신이 왜 그렇게 그가 오지 않을거라는 생
각을 하면서 불안해 하는지,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해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씁쓸
한 미소가 떠올랐다.
란아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있었는지 새엄마가 들어 오시며 한마디 하셨다.
[왜 그러니 무슨 근심이 있는거냐?]
[아! 새엄마 잘 다녀왔어?]
란아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그녀의 새엄마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가 이렇게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다니... 적어도 새엄마에게 네 결혼식 준비를 다 해줄
시간을 충분히 줬으면 얼마나 좋겠니?]
[미안해요 새엄마 그가 워낙에 서두르는 바람에... 새엄마도 그의 마음을 이해해줄수 있지?]
[그래! 그러니까 내가 허락했지 이게 다 네탓이야! 네가 그를 떠나 온 바람에 그가 불안해
하는 것도 당연하지]
[다행이네 새엄마가 그렇게 생각해줘서]
란아는 새엄마에게 혹시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나 물어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만일 그녀가 걱
정하고 있는줄 알면 새엄마도 불안해 하실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사람들 고생하는 데 간식이라도 준비 해야겠어!]
[장교수가 너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거 같아 란아야 그에게 잘해주렴]
[새엄마! 난 영원한 사랑같은건 믿고 있지 않아!]
란아의 부정적인 말에 새엄마는 슬픈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런 얼굴 하지마! 새엄마 나도 그가 나에게 잘해주는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갈까! 유성이때문에 그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난 아마 불안해 하면 살겠지! 이
사람이 내가 싫어지면 다른 사랑을 찾아서 날 떠나겠지? 그럼 나와 유성인... 그를 의지 하
며 살았는데 그 의지를 잃어버린다면 난 더 힘들어지겠지? 새엄마처럼]
[란아야! 내가 잘못 선택했는지도... 난 널 볼 면목이 없어지는구나 지금 네 모습을 보니 내
가 잘못 생각했다는걸 알수가 있어! ]
란아는 새엄마가 우울한 어조로 중얼거리는 말을 이해 할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말이야? 새엄마!]
[아니 나중에... 지금은 뭐라고 이야기 할수가 없으니까]
[새엄마 무슨일인지 말해줘 그게 무슨 뜻이냐고?]
란아는 뒤돌아서는 새엄마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괴로운 얼굴만을
란아에게 보여 줬다.
[란아야! 저 사람들 간식을 좀 준비할테니 너도 좀 도와 주렴]
다시 란아에게 말을 건넨 새엄마의 얼굴은 무표정한 가면을 쓰시고 계셨다. 란아는 새엄마에게
계속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요즘은 건강이 많이 좋아지시긴 했지만 란아는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갖고 새엄마의
건강에 신경쓰고 있었으므로 새엄마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란아가 그녀의 새엄마와 함께 간식을 만들어서 밖에서 예식장을 꾸미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있을 때 그의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란아는 그의 얼굴을 보자 반가운 마음과 그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속으로
기쁜 마음이 채워져 감을 알았다.
그녀는 유하를 몹시 사랑하고 있었지만 애써 그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녀는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헛된
꿈을 꾸었다. 유하라면 자신을 사랑해줄수 있지 않을까하는 부질없는 욕심이 드는 것은 어
찌할수가 없었다.
[란아! 준비는 다 돼가는거야?]
[보자마자 그거 부터 물어 보는 건가요? 그동안 왜 연락한번 안했죠?]
란아의 투정에 유하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는 저절로 기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걱정 했어? 고마운데...]
[누가 자기 걱정했다고 이래요?]
란아는 자신의 속 마음을 감추려고 그에게 톡 쏴 부쳤다.
유하가 자꾸 차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란아도 그의 눈길을 따라 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차 문이 열리며 왠 남자가 내렸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온 몸이 굳어졌다.




- 26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볼수 있었다. 사진속의 그는 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항상 그녀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선 사람은 많이 늙은 모습이었
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대신 가슴이 아리도록 슬픈 미소를 그녀에게 보내고 있었다.
[어째서 저사람이 여기 있는거야! 새엄마 도대체 이게 무슨일이야?]
란아는 그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아니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토록 증오하고 미워하
며 그리워 했던 아버지였다. 그를 쫓아내야 하는데 그를 보고 싶지 않은데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란아야! 네가 란아구나 그렇지?]
중후하고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많이 망설이는듯한 어조에 란아는 비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제가 란아예요 댁은 누구신데 우리집에 오신거죠?]
란아의 싸늘한 어조에 그의 몸이 움찔했다.
[왜 그러시죠? 이곳에 무슨 염치로 찾아 오셨나요?]
유하는 자신의 껍질속으로 몸을 숨기는 란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이러지 말고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까!]
란아는 그녀의 손을 붙잡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쓸데 없는 짓을 했군요 유하씨! 저사람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아요!]
란아는 그를 노려보고 화를 냈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 갔다.
유하는 장모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찾아냈군 장교수]
[녜!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장인 어른이 이사를 하신바람에 좀 늦어졌어요]
민 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전 남편을 바
라보았다. 그도 세월은 비켜 갈수 없었는지 준수하고 잘생겼던 모습에서 세파에 찌든 모습
으로 그녀앞에 서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장교수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민지희는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래 당신도 잘 지낸거 같군!]
[녜! 미안해요 당신을 용서하는데 10년이 걸려서... 그래서 우리딸이 당신을 증오하며 살게
해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 해요]
[이해해! 이제라도 당신이 나를 용서해줘서 고마워! 장교수에게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쁘더
군!]
전 남편의 부드러운 음성을 듣자 민지희는 조용히 눈물을 지었다. 자신의 고집때문에 부녀
사이가 10년을 넘게 갈라져 있었다.
[란아에게 어떻게 설명하죠? 순전히 나때문에 그앤 당신을 나쁘게 보고 있어요]
[내 잘못이 크니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야 당신은 걱정안해도 돼 난 그애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 난 그애의 그런 마음을 깨뜨릴 생각은 없어!]
[고마워요 그리고 정말 미안해요!]
그는 민지희에게 용기를 붇돋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란아에게 가 봅시다. 그녀석 괜찮은 남자를 골랐더군 그라면 란아의 아픈 마음을 치
료 해 주며 살거야!]
[그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장교수 아니었으면 난 아직도 당신을 원망하며 마음을 열지
않았을거예요}
민지희는 전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란아는 유하의 끈질긴 설득에 일단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새엄마가 그와 다정한 미소를 나누며 들어 오는 걸 보고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치밀어 오는
울화를 참을수 없었다.
어떻게 새엄마는 저 남자를 간단히 용서 할수 있는거지? 그녀의 생각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
지 않은 행동이었다.
[란아야 그런 얼굴로 나를 보지 말아 난 너에게 숨긴 사실이 하나 있단다.]
새엄마는 그녀의 새초롬한 표정을 나무랐다.
[그게 뭔데!]
란아의 딱딱한 행동에 민지희는 자신의 딸이 사실을 알고 난후 자신을 원망할까 봐 겁이 났
지만 다시 용기를 내 그녀에게 고백했다.
[네 아버지는 너에게 연락을 했단다. 편지도 써 보내고 네 생일때는 선물을 사서 보내기도
했지! 하지만 난 네 아버지가 너를 만나고 네 주변에 있는게 무척 싫었어! 그래서 네게 아
무것도 주지 않았어! 그에게도 만일 네 곁에 있다면 네가 더 적응을 못할거라고 말했다. 그
래서 네 아버지는 너를 위해 물러 났어 내 말대로 해준거야! 하지만 그는 여전히 네게 생일
선물을 보내 왔다. 그리고 네 근황에 대해 묻곤 했어!]
란아는 새엄마의 고백에 쇼크를 받았다.
[새엄마 그게 사실이야?]
[그래 사실이야 난 그가 혹시라도 귀찮게 할까봐 너의 사진을 네 아버지에게 보냈다. 해년
마다 그는 그걸로 만족해 했어]
[새엄마 어떻게 그러실수가 있는거죠?]
[미안하다. 정말! 란아야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믿을 수가 없어요]
란아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그녀는 도저히 인정할수 없는 일이었다.




- 27 [ 완결 ]

[왜그랬어? 새엄마 도대체 왜?]
란아가 새엄마를 다그치자 그녀의 아버지가 앞으로 나서며 조용한 음성으로 그녀를 달래듯 말
했다.
[네 새엄마는 그럴수 밖에 없었어. 나를 용서할수가 없었던거야! 단 한번의 실수로 난 네 새엄마
와 너를 잃어버렸지.]
그는 회한이 담긴 얼굴로 차분히 이야기를 했다.
[내가 네 새엄마를 버리고 결혼한 여자는 나보다 한참 연하였어 바로 내 제자였지! 그녀는 나
를 몹시 따랐고 그애가 내게 함정을 만들었을때는 어쩔수 없이 말려 들었어! 그리고 네 엄
마가 알게 됐을때 난 용서를 빌었지만 네 새엄마는 날 용서하지 않았어! 그러던 와중에 그애
가 내 아이를 가지고 있고 얼마 못산다는 것을 알게 됐단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때일을 기억하는듯 미간을 찌푸렸다.
[난 결국 그애를 선택할수 밖에 없었어! 네 새엄마는 나를 혐오하고 있었으니까 난 나를 필
요로 하는 그애의 옆에 있었지! 그앤 후회하지 않았단다. 나랑 9개월 밖에 못살았어도 아이
를 가지고 있어서 더 고통스러웠는데도 그앤 죽을때까지 웃는 모습만을 나에게 남겨 줬어.
란아야! 난 너를 두고 떠났을때 정말 괴로웠지만 그애가 나에게 아이를 안겨 줬을때 너를
잊기로 했지만 난 그러지 못했어! 그 점이 제일 미안했단다. 그녀에게...]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본 란아는 마음이 아파 왔다. 아버지는 적어도 란아를 잊
지 않으셨다.
[아버지!]
란아의 입술에서 흐느끼는듯 작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란아의 음성을
놓치지 않았다.
[나를 용서 해 다오 너와 너의 새엄마를 너무 힘들게 한점 정말 미안하구나!]
[어째서 당신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는거죠? 당신이 보내준돈 한푼도 쓰지 않고 도로 당신에
게 되돌려 보낸건 나였어요! 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서 란아도 고생시킨거예요. 그건 어디
까지나 내 자업 자득이예요. 란아야 너에게 정말 미안한건 나야!]
그녀의 새엄마는 용서를 바라듯 간절한 어조로 란아에게 말했다.
[너와 아버지 사이를 벌어지게 만든건 나 자신때문이야! 그땐 아집과 고집으로 똘똘 뭉쳐서
네 아버지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어 내가 그여자옆으로 너의 아버지를 보낸거야! 그때 잡
았던들...란아야 날 용서해주렴!]
민지희는 딸이 그녀를 차갑게 보는 걸 원치 않았다.
[새엄마!]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걸 깨달았단다. 장교수는 묵은 상처는 어떻게든 고치고 새로운 살이
나오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어! 그리고 너를 위해선 어떻게든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야 된다
고 했다.]
[새어머니가 란아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민지희는 유하의 말에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군!]
[천만에요! 이렇게 장모님과 장인 어르신이 같이 있으니 보기 좋아요.]
[고맙네! 란아야 할말이 없니?]
[있어요 난 새엄마 미워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제 아버지가 왜 나를 떠나야만 했었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이젠 정말 괜찮아요]
란아는 씩씩한 음성으로 밝게 말했다.
[아버지 내 결혼식에 새엄마와 둘이서 같이 계실거죠?]
[그래 네가 허락한다면.... 그보다 란아야 넌 참 괜찮은 남자를 만난것 같구나!]
란아는 아버지의 말에 그녀를 지켜보고 서 있는 유하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정한 미소로 그
녀를 바라보았다.
[당신 손자 보지 않을래요?]
민지희는 둘을 지켜보다가 재빨리 란아의 아버지를 독촉해 거실에서 나가셨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고마워요!]
란아는 머뭇거리며 조용한 음성으로 그에게 인사했다.
[고맙긴 난 네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멍애를 지고 사는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새어머니
를 설득했어!]
[새엄마도 당신도 다 한패거리네요! 난 사실 당신에게서 연락이 안와서 무척 불안해 했는데
새엄마는 그런 내 마음을 모른척 했어요!]
[확실한게 아니니까 새어머니는 조심스러우셨던거야!]
란아는 그에게 말을 해야 된다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이윽고 란아
는 자신이 이래서는 안된다는것을 깨달았다.
나의 자존심으로 인해 그를 잃는다는건 상상도 못할일이었다. 그녀는 유하를 바라보았다.
[유하씨 난 애정표현에는 서툴러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아주 조금 사랑하는건 아니
예요! 나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어요 마음으로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거예요 나의 영원
이 끝나는 그날까지]
유하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 끌어 안았다.
[나도 되돌려 줄께 너의 사랑을 두곱으로 해서 영원히 사랑한다 란아! 그리고 날 사랑해줘
서 고맙다.]
그는 그녀의 입에 뜨겁게 키스하며 그녀와 함께 하나로 녹아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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