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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월 20

(수위소설)[김정은]내사랑악녀.txt

#아래 소설은 일반인이 거북해 할수 내용이 담겨 있을수 있습니다. BDSM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면 되돌아가기를 누르기를 바랍니다.

'열 좀 받을거다.'

지혁은 수화기를내려놓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수현...
4년전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약간 통통한 얼굴에 큰 눈... 도톰한 입술. 보기에는 완벽한 콩쥐의 외모인
데, 성격은 왜 그리 더럽던지... 수현이 열 받아서 개거품 물며 부르르 떨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보니 지혁은 입가에 생기는 미소를 지울수가 없었다.

'하... 사랑한다고? 서지혁씨 단단히 오해하고 있나본데...
하.. 사랑하니까 도망치자고? 웃기지마...'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시 지혁의 귀에 울렸다.
지혁은 주먹을 강하게 쥐고 두 눈을 감았다.
치욕감... 그녀의 차가운 말이 계속 그의 귀에 울렸다.

'당신이 날 먹여살릴 자신이 있다고? 미안한데, 난 밑바닥부터 기긴 싫어.
내가 왜 남한테 구걸해야 돼?'

젠장... 이젠 내 차례야. 철저하게 응징하겠어.
지혁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젠 상황이 변했다. 그녀가 우습게 보던
서지혁은 이젠 세상에 없다. 지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쇼파에 앉았다.
이수현... 희대의 악녀...
정말 그녀에게 맞는 별명이다... 악녀....
네 높은 콧대는 확실히 꺽어주마...
지혁은 두눈을 뜨고는 책상으로 걸어갔다.

'삐...'

'네.. 사장님...'

'최이사 들어오라고 해요.'

'네...'

지혁은 의자에 앉아 서류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슬며시 나오는 미소는 지울수가 없었다.
잠시후 최이사가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지혁은 고개를 들고 최이사를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것을
보자 최이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거의 표정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아... 오셨습니까? 저기 앉으시지요.'

지혁은 일어나 쇼파로 걸음을 옮겼다. 지혁이 쇼파에 가 자리를 잡자
최이사 역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에 제가 알아봐 달라고 했던건 어떻게 됐습니까?'

'신화 그룹에 관한 것 말씀이십니까?'

'예...'

최이사는 의아한 눈으로 지혁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의례 그렇듯 다시
표정을 수습하고 지혁에게 말을 시작했다.

'신화의 이회장이 죽은 뒤 두 그룹으로 분리되는 듯 싶었습니다.
자식인 이 우현 물산대표쪽과 이회장의 동생인 이 수인 건설대표로요.
하지만, 어떻게 된일인지, 이수인 대표가 사퇴를 하고 현재는 이우현이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최이사의 보고에 지혁은 두 눈을 찌뿌렸다.

'형식적인 상황 말고요.'

그의 날카로운 말에 최이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개인적인 자산은 안 갖고 있는듯 합니다. 이 상인 회장이야 재계에서
도 굉장히 청렴결백한걸로 소문이 났고...문제는 현 회장인데, 도박을 좋아해
서 벌써 유산으로 받은 10억의 돈을 탕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옆집누나인 이수
현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상태이고요.'

'그럼 이수현은 어떻습니까?'

'글쎄요... 항간의 소문으로는 이우현회장의 자리가 사실은 이수현의 자리
였다고 하더군요.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자리를 마다하고 현재는 카페 및 레스
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룹의 커다란 일은 조금씩 관여
하고 있는듯 싶습니다. 다행히 개인사업은 잘되는듯 합니다.'

최이사의 말에 지혁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덖였다. 수현이라면 분명 잘 해
낼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부탁한것 잘 부탁드립니다.'

'사비로 하시는 것 말씀이십니까?'

'예... 신화쪽에는 극비로 추진해 주십시오.'

최이사는 일어나 지혁에게 인사하고 나갔다. 지혁은 두 눈을 감고 몸을 쇼
파에 기댔다. 기대감... 이제부터 게임의 시작이다.


내 사랑 악녀 3


수현은 쇼파에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머리가 아파왔다. 가슴속에 치미는 울분같은 것.... 수현은 눈을 감고 속
에 치미는 감정들을 달랬다. 지혁....
그를 16살때 처음 봤었다. 똑똑한 대학생... 자신의 과외선생....
큰키에 지적으로 생긴 두 눈이 자신을 쳐다볼때면 가슴이 두근 거렸는
데....
그가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리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증오
를 품을줄은 몰랐다. 하긴... 자신이 그렇게 당했다면, 자신도 칼을 갈았겠지
만...
그래도... 과거일 갖고 이런다는건... 좀 쪼잔한것 같은데...
수현은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아버지의 도움없이 자신의 힘으로 일구어낸 자리... 신화그룹의 총수보다는
여기가 더 큰 의미가 있는 자리이다.
집을 파는 한이 있어도 여기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새어머니는 그러면 쇼크를 받으실텐데... 망할 우현같으니... 하필이면 도박
에 미쳐가지고는....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짜내도 해답이 나오지가 않았다.

'똑똑...'

'네... 들어와요.'

수현의 말에 문이 열리고 우현이 얼굴을 내밀었다.

'하하... 잘 잤어?'

'미친... 네가 지금 웃는 낯짝으로 날 찾아오게 생겼냐?'

수현의 말에도 우현은 넉살좋게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돈은 돌고 도는거 아니야? 천하의 이수현이 겨우 20억을 갖고..
야.... 인상펴... 한 번만 다시 뜨면 20억정도는... 그냥....'

퍽...
윽.... 우현은 배를 움켜쥐고 쇼파에 쓰러졌다. 갑작스런 공격에 숨을
쉴수가 없을 정도였다.

'너... 어... 억... 아....무...리... 후우..훅...'

우현은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는 몸을 추수렸다. 수현의 주먹에 아직도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간신히 진정이 되자 우현은 수현을 노려보았다.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잘못되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냐?
그러다 내가 죽기라도 해봐... 으.... 이복동생을 죽인 이수현....
그룹의 재산다툼으로 비극초래... 이런 기사가 나올텐데... 너 내가 너의
주먹을 이겨내서 다행인줄 알아.'

우현은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면서 수현을 쳐다보았다.
수현은 그의 뻔뻔스런 모습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참자.. 어차피 터진일이니까... 한달이라도 먼저 나온 내가 참자...

'너의 소유로 되어있는 주식 다 팔아.'

낮은 수현의 목소리에 우현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미 결심을 굳힌듯한 모습이었다.

'전부 다?'

'그래.. 전부... 그래봤자 네 빚 반밖에 못갚쟎아. 안그래?'

그녀의 말에 우현은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
이상하다. 이렇게 눈을 피할 놈이 아닌데... 뭔가 켕기는게 있는 듯...

'너어... 설마....'

'있쟎아.. 그게... 승마로 한큐에 모든 빚을 다 갚을려구...'

'너어.....너....'

수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뻐끔 움직였다.
10억의 주식을 다아.. 몽땅... 도박에 쓸어 넣었다는 우현의 말에
수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것도 한큐에.. 한큐에....

'야... 이우현...'

수현은 우현의 이름을 크게 소리지르자, 우현은 움찔하며 상처받은
눈빛으로 수현을 쳐다보았다.

'난 최선을 다했단 말야... 분명히 승률이 높은 말이었다구...
그런데... 재수없게........... 아악..... 수현아... 악...'

수현은 있는 힘을 다해 우현의 머리를 잡아 끌었다. 수현이 손가락에
강하게 힘을 주고서 머리를 끌어당기자 우현은 머리가 뽑히는 고통에
눈물이 날려고 했다.

'수현아.. 아...악.... 아파.. 이 손 놔... 아악...'

'놓으라고... 웃기는 소리하지마.. 뭐? 10억을 승마로 날렸다구?
카지노에 다음으로 승마에?'

수현은 힘을 더욱 주며 우현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간신히 우현은 수현의 손을 떨쳐냈다. 우현이 머리를 털어내자 뜯기 머리
카락이 우현의 눈 앞에서 날리기 시작했다.

'아윽... 내 머리카락... 연하디 연한 내 머리카락을... 이수현.. 너...'

'흥... 네 머리는 다 뽑아놔도 부족해. 뭐? 지금 나한테 뭘 원하는건데?'

차가운 그녀의 말에 우현은 아까의 일은 다 잊은 듯 입가에 사람좋은 미소
를 지으며 수현을 쳐다보았다.

'이 세상에 핏줄이라고는 너와 나뿐 아니냐... 그렇지?'

'하.. 웃기지마셔. 이럴때만 핏줄찾는 네 수법엔 이젠 안넘어가.
너 혼자 해결해. 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안돼...'

수현의 자르는 말에 우현은 상처받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치 주인에게 혼이 난듯한 강아지 눈빛으로 처량하게 보자 수현은 또다시
마음이 흔들리려 했다. 하지만, 10억의 주식을 마권으로 날려버린 동생이
기에 수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더 이상 너 때문에 내 인생을 버리지는 않을거
야...

'더이상은 안돼... 지금 나도 자금난이야. 이젠 정말이지 집을 팔아야 될
거야.'

'안돼.. 그럼 난 그 마녀에게 죽는단 말야. 제발.... 수현아... 이 동생
좀 살려줘라...
그럼 나 다시는 도박하지 않을게... 절대루... 응... 수현아...'

수현은 두 눈을 감았다. 여기서 또다시 넘어가면 안돼... 절대로....

'너 알쟎아. 그 마녀 성격에 날 살려둘 것 같아? 분명히 성북동으로 와
서 살라고 할텐데... 그럼 사소한 것 하나도... 제발... 나 좀 살려줘라.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응... 정말 다시는 도박 같은 거 안 할게... 응? 수현
아....'

우현은 수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수현에게 빌고 또 빌었다.
그의 모습은 굉장히 애처로워 보였다. 젠장... 어떻게 하라는거야?
레스토랑 사업에 돈을 쏟아붓느라고 현재 자신에게도 유산은 얼마 남아있
지 않은 상태인데... 더구나 현금으로 돌릴수 있는 자금력은 거의 바닥이나 마
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현의 모습을 보니까 수현은 다시 흔들
렸다.

'아니면... 회사 공금이라도 유용해 버릴거야...'

'미친... 너 정말 죽고싶어? 오늘 죽어볼래?'

수현이 소리를 꽥 지르자, 우현은 움찔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럼 어떻게 하냐? 차라리 오늘 죽는게 낫지... 암... 오늘 차라리 날 죽
여라...'

체념한듯한 그의 말에 수현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물론, 우현이 할머니를 꺼리는 이유를 알고 있다. 첩의 아들... 아버지가
술에 취해 건들였던 여자가 우현의 새어머니였다. 할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10년
이 넘도록 용서를 안했고, 그 화살이 당연히 우현에게 돌아갔었다. 하지만,
착하기만 했던 자신의 새어머니는 우현을 불쌍히 생각해 자신의 아들처럼 길렀었다.
그리고 수현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고 사랑하라고 언제나 타일렀
고....

-네 동생이야. 수현아... 사랑해줘라. 얼마나 힘들겠니? 그지?-

하나밖에 없는 손자이지만, 할머니에게 인정된 핏줄은 수현뿐이었다.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정리를 해도 결과
는 한가지 뿐이었다. 그를 만나야 한다는 것...
그것만이 결과였다.


내 사랑 악녀 4



수현은 커피숍에서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 두 손을 주먹 쥐고 앉았다.
그에게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 된 자신이 너무도 죽고 싶을 뿐이었다.
분명... 자신을 비웃을 것이리라... 4년만에 입장이 바뀐 현실이 너무도
죽고싶을 정도로 싫었다.
수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잔을 쳐다보며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
다.
갑자기 테이블에 어두운 그림자가 덮었다. 수현은 고개를 들고 침입자를
쳐다보았다.
깊은 눈매... 약간 차가운 눈빛의 남자가 수현을 내려다 보았다.
수현은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만이군.'

'네... 오랜만이에요.'

지혁은 수현을 한번 훑어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인상을 쓰면서....
수현은 자리에 앉는 지혁을 보며 가슴 한편에 아려오는 고통을 누르려 노력
했다.
서지혁.... 그는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끔 해주었다. 자신이 알던 지혁은
언제나 미소를 짓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남자는 아무런 느
낌이 나지 않았다. 수현은 지혁이 앉자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뭣 때문에 만나자고 했지?'

차가운 목소리...
지혁은 언제나 따스한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는데....
얼음장 같은 목소리에... 수현은 생각을 다듬었다.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지혁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수현을 쳐다보았다.

'무슨? 미안하지만, 수현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수현은 속으로 숫자를 열까지 세기로 했다. 분명 지혁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않으리라... 수현은 숫자를 다 세자 눈을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그를 쳐다
보았다.

'우현의 빚 때문에 왔어요.'

지혁의 눈썹이 아치를 그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옛날과는 많이 변한 모습.... 통통하던 얼굴이 갸름해 졌다.
그래서인지 귀여웠던 그녀가 지금은 왠지 성숙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어렸던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해서 굉장히 섹시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지혁은 그녀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고는 눈을 그녀의 가녀린 목을
지나 풍만한 가슴으로 향했다. 어렸을때는 풋풋한 향이 아닌 완벽한
여인의 모습 그것이었다.
수현은 지혁의 노골적인 탐색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남자의 시선을 처음 받는 것은 아니였지만, 왠지 뭔가가 치밀어
오는 느낌... 수현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것봐요. 서지혁씨..'

화난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지혁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수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뻔뻔스런 표정에 수현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

'지금 어딜 보는거에요?'

날카로운 그녀의 말에 지혁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아까처럼
무례하게 그녀를 샅샅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우시장에서 소를 사는것처럼 그녀의 얼굴부터 시작해서 하나 빼놓지
않고서... 그녀의 모습을 품평이라도 하듯이 쳐다보았다.

'이것봐요?'

수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날이서자, 그제야 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 문제 있나?'

수현은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려고 노력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끌을려면 어쩔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무슨 물건이나 되나요? 어떻게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볼수 있는거죠?'

날카로운 그녀의 말에 지혁은 싱긋 웃고는 커피를 유유작작하게 마시기 시
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그녀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수현은 끓어오르는 분노
를 주체할길이 없었다.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물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나라면 그렇게 안하겠어. 수현...'

그의 날카로운 말에 수현은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무슨?

'내게 부탁을 하려면 부탁하는 어조로 얘기했음 좋겠군. 그리고 난 물세례
는 좋아하지 않아.'

젠장... 자신보다도 자신을 더 잘아는 지혁이 짜증스러웠다.

'좋아요. 그럼... 우혁의 빚 기간을 좀 줘요.'

그녀의 차가운 말에 지혁은 아무말도 안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수현은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미안하지만, 별로 얘길하고 싶지가 않군. 그리고.. 난 그러고 싶지가 않
아.'

'하지만...'

'그건 당신네 문제 아니야? 난 당장 받고 싶어. 오랫만에 만났는데...
회포도 못풀어서 아쉽군... 그럼...'

지혁은 낮게 얘기한후 몸을 돌려 커피숍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안돼... 이대로 모든걸 날릴수 없어. 더구나 집은.... 안돼...
절박한 심정에 수현은 나가려는 지혁의 손을 잡았다.

'안돼요. 난 지금 그 돈을 준비하지 못해요. 제발...'

그녀의 부탁에 지혁은 웃음이 나오려 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이정도로는 나의 치욕감을 치룰수
는 없다구...

'우현이 빌린 돈이야. 왜 수현이 준비하지?'

그의 말에 수현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찝찌름한 달콤함...
자존심이 상한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피가 맺힐정도로 입술을 씹었다.

'뭐... 누가 갚든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난 빨리 돈을 돌리고 싶군.
우현이 빌린다고 해서 일부러 가장 저리의 이자로 빌려줬다구.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젠장.. 이우현...

'하지만... 하지만...'

'뭔가 오해하고 있나본데, 이수현씨... 난 지금 원금을 원하고 있다구.'

수현은 두 눈을 감고 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어떻게든 그에게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해야했다.

'우선 3억을 먼저 갚을께요. 나머지 돈은... 현재 시장이율로 매달 갚을께
요.'

그녀의 처량한 어조에 지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답이 아니였다.

'별로 탐탁치 않은 제안이군. 별로야.. 수현.. 내가 원하는 조건은 아니
야.'

'그럼 뭘 원해요? 제발... 지금 우현이 수중에는 한푼도 없단 말이에요.'

'악녀에게도 핏줄은 땡기나 보군...'

악녀... 지혁의 입에서 그 별명이 나오자 수현은 죽고 싶었다.
어떠한 일이 있었어도 지혁은 자신에게 그런 얘기를 절대 하지 않았다.
강해야만 했던, 그래서 거칠기 까지 했던 그녀를 이해했던 사람이었는데...

'그래요... 그러니 뭘 원해요?'

그녀의 날카로운 반문에 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입을 대고는 속삭였다.

'4년의 고통...에 상응할 값...'

'무슨?'

그의 말에 수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올려보았다.

'당신은 내 자존심에 엄청난 먹칠을 했어. 아주 큰 먹칠을 말야....
그 값을 받고 싶어. 4년이라는 세월을 합해서 말야...'

'...'

지혁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며 그녀의 두눈을 쳐다보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시기까지 내게 순종하고 내가 시키는데로 한다면...
뭐.. 20억쯤이야....'

수현은 그의 말에 눈이 깜깜해졌다.

'어떻게... 그런...'

수현은 목소리가 안나오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화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뭐... 맘대로 하라구. 아참, 얘기 안한게 있지? 우현의 10% 신화주식
내가 갖고 있다는걸...'

수현은 머리가 하애졌다. 10% 주식이라구? 10% 주식?

'뭘 원해요?'

그녀의 낮은 말에 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약하게 저었다.

'아까 말했쟎아. 철저하게 내게 순응하는 당신이라고...
철저하게 말야...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이는 당신... 그리고 나로 인해
당신의 명예가 박살나길 바래...'


내 사랑 악녀 5




수현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대로 하는거야.-

지혁의 낮은 목소리가 계속 수현의 귀에 울렸다. 미친...
당연히 수현은 지혁의 뺨을 올려부치고는 화를 참으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커다란 목소리가 수현의 등 뒤에서 들렸었다.

-내 제안 3일이내 결정하라구. 오래 기다리지 못해...
뭐... 답이야 하나겠지만 말야...-

젠장.. 젠장....
지혁은 완전히 악마의 화신이 된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수 있단 말인가...
수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었다.
우당탕....
수현은 결국 책상의 집기물을 손으로 밀어버렸다. 뭔가를 던지고 싶은 욕
망...
결국 수현은 손에 잡히는 것을 잡고 문으로 던졌다.
쾅....

'아... 드디어 시작했나봐... 으... 또 몇일을 살얼음판에서 지내야 하는거
야...'

비서인 영희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추스리며 사장실을 노려보았다.
발작이 끝나고 치워야할 사장실을 생각하니 점점 화가 솟구쳤다.
지가 사장이면 다지.. 내가 청소 할려고 여길 다니는 줄 알아?
하지만.... 생각일뿐.... 이정도의 월급에 또한 미혼모인 자신을 받아줄 곳
이 없다는 현실에 영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빨리 발작이 끝나라.. 제발....
20분이 넘게 사장실은 소란스러웠다. 영희는 아예 체념을 하고 책상에 머
리를 묻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톡톡...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에 영희는 고개를 들었다.

'또 무슨일 있어요? 요즘 조용했는데...'

홍보부장인 김성욱 부장이 영희를 내려다보았다.
175cm의 평범한 키에 부드러운 눈매가 안경에 감춰진 얼굴...
영희는 성욱을 보며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괜챦았는데... 외출 후 저러시네...
휴...
또 오늘 야근하게 생겼어요...'

'자자... 걱정말아요. 오늘은 나도 뭐 일 저지른 것도 없는데... 회사일
과 상관없으면 그냥 퇴근하면 되죠... 뭐... 그나저나 내 명복이나 빌어줘
요.
저길 어떻게 들어간다....'

성욱의 말에 영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는 시늉을 했다. 그녀의 모습에 성욱은 살
며시 미소를 지은 후, 사장실을 노크했다.

'누구야?'

날카로운 목소리... 그럼에도 성욱은 꿈쩍도 안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난장판....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
성욱은 고개를 저으며 수현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수현은 이성을 찾을수
가 있었다.

'무슨일입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슨일이죠?'

성욱은 사장실 문을 닫고 성큼 수현에게 다가갔다.

'누군가 내게 SOS를 보내더라구. 도대체 무슨일이야?'

수현은 걱정스런 목소리의 성욱을 쳐다보았다.

'젠장.. 이래서 선배를 스카웃하긴 싫었다구... 왜 그렇게 눈치가 빨라?'

수현은 한숨을 쉬며 쇼파에 앉았다. 그녀가 앉자 성욱도 맞은편에 가서 자
리를 잡았다.

'무슨 일 있니?'

걱정스런 듯한 목소리에 수현은 고개를 들어 성욱을 쳐다보았다.
삼총사... 그래... 우리 셋은 삼총사였는데....

'그가 돌아왔어.'

낮은 수현의 목소리에 성욱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라니? 설마 지혁이?'

'응.... 내게 복수할거라고 하더라구. 후... 이렇게 될거라고는 예상하긴
했지만....'

수현은 두 눈을 감았다. 분노를 담은 검은 두 눈.... 자신을 비웃는 그의
입술...
수현은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그를 봤다는 행복감이 먼저 자신을 휩쓸었
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증오... 분노만을 얘기하고 있었
다.
수현은 암담해졌다. 하필이면 그가...

'사실대로 얘기하지 그랬어? 어쩔수 없이... 그런거라고...'

성욱의 말에 수현은 두 눈을 떴다. 후회가 그녀의 눈 속에서 흔들리고 있
었다.

'그럼... 그가 알았어 하고 날 단념할 것 같아? 천만에...
그가 날 잘 알 듯이 나도 그를 잘 알아... 그는... 내가 어쩔수 없이 떠났
다고 하면...
보면 몰라? 왜 나한테 복수하겠다고 하는지?'

그녀의 말에 성욱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말할까? 그때 네 상황에 대해서 말야...'

'그럼 선배 죽여버릴꺼야. 죽어도 안돼... 죽어도... 차라리 이런 게 낳
지,
그가 그 사실을 알면... 난 죽어버릴꺼야. 알았어?'

수현은 고함치듯 성욱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성욱은 한숨을 내쉬
며 쇼파에 몸을 기댔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난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굉장히 단순한 문제인데.. 서로가 이해만 한다
면...'

'알지도 못하면 아는척 하지마. 그 사람 얼마나 자존심이 센 사람인지 알
아?
만약.. 과거를 알면 그 사람 아예 나를 죽이려고 할꺼야. 됐어...'

수현 역시 몸을 쇼파에 기대고 앉았다. 젠장... 길이 안보인다... 길이...






내 사랑 악녀 6



이제 연락이 올때가 되었는데....
지혁은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수현이 이렇게 늦게 결정을 내릴 타입은 아닌데....
그녀는 생각은 신중하게 하되 결단은 빨리 내리는 타입이었다.
3일의 말미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벌써 하루가 지났다. 오늘 5시까지는
답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지혁은 전화기를 노려보면서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삑....'

'네...'

'예, 사장님. 지금 이수현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연결할까요?'

지혁은 비서의 말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럼 그렇지...

'예, 연결해줘요...'

'그래 결정은 어떻게 했지?'

수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지혁을 보며 속으로 저주를 열번도 넘게 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되죠?'

날카롭게 쏘는 그녀의 말에 지혁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변하지 않은그녀의 모습... (아니, 성격이 변하지 않은 건가?)
상상대로의 모습이었다. 4년을 이날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
이제 하늘이 나의 정성에 감동한 것이다. 지혁은 행복함에 어쩔줄 몰랐
다.
드디어... 이수현을 넘어뜨리다... 악녀를....

'글세... 당신이 OK하리라곤 생각을 안해봐서...
그때 행동으로는 분명 NO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계획을 짜지 않았는
데...'

그의 능글맞은 말에 수현은 화가 다시 끓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차피 칼자루는 지혁이 쥐고 있었다.

'그럼... 빨리 결정해서 통보해줘요.'

수현은 이빨사이로 낮게 말을 내뱉고는 일어나서 커피숍을 나갈려고 하자
지혁은 손을뻗어 수현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내 얘기는 아직 안 끝났어.'

수현은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그를 노려보았다.

'딴건 몰라도 첫째로 주의할건... 내게 순종적으로 행동할 것...
절대 내 말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서도 안되고, 지금처럼 날 노려봐서도 안
된다는 거야. 알았어?'

수현은 속으로 지혁을 저주하고 저주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가?

'당신 내가 알던 서지혁씨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어요?'

그녀의 말에 지혁의 입가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혁은 수현의 손목을 잡았던 손에 힘을 주었다. 수현은 그의 힘에 미간
을 찡그렸다.

'지금 내 모습이 뭐가 어때서 그렇지? 난 지극히 만족스러운데..'

지혁은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잡고는 그녀를 자신의 앞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둘째는 내 집으로 들어올 것....'

지혁은 낮게 수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수현은 앞이 깜깜해짐을 느꼈다.
설마... 수현은 자신이 잘못 들었을거라고 생각하며 지혁을 쳐다보았지
만, 그의 눈동자는 사실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자신을 가다듬은 후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어떻게 그런 제안을...'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지혁은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 화가 났군...
하지만, 여기서 그녀의 애원을 들어야 했다.
그래.. 수현.. 애원하라고...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차라리 다른 조건을 내걸라고... 그럼 다 받아들이겠다고 그렇게 애원하라
고...
지혁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수현은 두 눈을 감은 후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떴다.

'언제까지죠? 설마 오랫동안 그렇게 있으라는 말은 아니겠죠?
20억에 내 인생을 다버리기엔... 내가 너무 아깝군요.'

이런... 수현의 차가운 말에 지혁의 좋았던 기분은 똥물을 뒤집어 쓴 기분
으로 변했다.
자존심하고는... 지혁은 수현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맑은 눈동자
였다.
젠장.. 눈동자만 맑으면 뭘하나, 성격은 여전히 굽힐줄 모르는 막대기인
데...

'3년으로 하지. 3년... 3년동안 내가 원하는데로 행동하고, 내가 머무는
곳에 당신도 머물 것. 굉장히 후한 제안 아닌가?'

'좋아요. 받아들이죠'

수현은 부글부글 끓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힘이 들었다. 야비한 인간...
어떻게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게 한단 말인가? 정말 옛날의 서지
혁과 같은 인물이란 말인가?
악녀라는 별명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었지 결코 지혁에게 어울리는 말은
아니였는데... 이젠 차라리 지혁이 악마가 된 것 같았다.
수현은 두 눈을 들어 지혁을 쳐다보았다.

'이제 다 되었나요?'

'짐을 싸놓길 바래. 내일 당장 집으로 들어왔으면 좋겠어.'

지혁은 수현을 내려다보며 말을 했다.

'하지만...'

'하지만이란건 없어. 수현... 내일 이야. 아니면, 뭐 다 없던 일로 해도
좋구...'

이우현... 너란 인간때문에... 너... 너....
수현은 부글부글 끓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끄덕여 그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대신, 날 건들지 말아요. 당신 원하는 데로 순종적으로 할테니까...'

그녀의 말에 지혁은 비웃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

'맘대로... 나도 더이상 당신한테 욕망같은 것은 안 느끼니까...
대신... 복수심뿐이야.... 굉장히 기대되는군... 악녀와 삼년이라....'

지혁은 할말을 끝냈는 듯 일어나서 수현을 놔 둔채로 커피숍을 떠났다.
수현은 쥐고 있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떻게 이런일이...
수현은 현기증이 나려고 하자, 자신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강해... 이따위 일로 쓰러지거나 하지 않아.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난 강해... 난 그 무엇때문에도 쓰러지지 않아... 난.....
눈 앞이 뿌옇게 변하는 것이 느껴지자, 수현은 눈을 감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렸다. 이미 알고 있던 일 아냐? 수현....
지혁이 돌아온다면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란걸... 그거 알고 있던거 아냐?
수현은 자신을 가다듬고 커피숍을 빠져나왔다. 어둠속에 불빛이 굉장히 환
했다.
수현은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택시를 잡아탔다.

'한남동이요.'

수현은 택시에 몸을 기대고 두눈을 감았다.
3년... 그가 제시한 그 기간... 내가 속죄할 수 있다면 하리라...
그래.. 3년... 그 기간이면 내가 지은 죄 정도야....
그래.... 그래....



내 사랑 악녀 7




'축하해. 드디어 옛 애인과 재회야?
이거 나 때문에 다시 열렬히 사랑에 빠지는거...'

퍽...
우현은 갑자기 뒤통수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눈물이 났다.
우현은 뒤통수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수현을 노려보았다.

'우씨.. 왜 때려? 너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데...
나도 이제 참지 않을거야. 알았어?'

우현은 소리를 치며 수현을 노려보았다.
흠.. 이정도면 쫄았겠지? 하하... 이젠 너한테 쥐어 살지 않을꺼야.
이 수 현... 너의 시대는 이제 끝났어...
퍽....

'100년은 멀었어... 네가 나한테 개긴다구?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너... 정말 오늘 죽고 싶어?'

수현은 고함에 우현의 기가 꺽였다.
우현은 뒤통수를 만지며 수현을 노려보았지만, 수현이 그를 노려보자 눈을
피했다.
젠장... 한달차이로 꼭 옆집누나노릇을 할려고 한단말야...
꺽고싶은데, 왜 꺽질 못하는걸까?
한번 두 눈 감고 개겨볼까.... 곧 집을 떠나는데... 하하....
퍽....

'개길 생각도 하지마. 지금 내 기분 같아서는 너를 회쳐먹어도 아깝지 않
으니까...'

우띠... 눈물이 앞을 가릴려고 했다.
악녀.. 마녀... 마귀... 아무리 같다 붙여도 여전히 부족했다.
우현은 머리를 문지르면서 수현의 방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곧이다. 악녀가 이 집을 나가는 순간 난 천국이다..
야호... 난.... 드디어 해방이다.
하지만, 뒤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얼음물을 뒤집어 쓴 듯 우현은 자리
에 우뚝 섰다.

'좋아하지마... 우선 두달은 새엄마가 여기 와서 사시기로 했으니까.
뭐... 할머니도 맘이 변하시면 들어오실지도 모르지...'

우현은 몸을 돌려 수현에게 다가갔다.
착... 두 무릎을 꿇고 우현은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날 살려주라... 새엄마까진 모르겠지만, 할머니라니... 너 나 말라 죽는거
보고 싶냐?
응... 수현아... 네가 한마디만 하면 할머니 계속 성북동에 계시지 않겠
냐?
응.... 수현아...'

수현은 그의 모습을 보고 픽 웃었다.

'글세... 널 두고 가면 내가 어떻게 편안하겠냐? 글구....'

수현은 숨을 몰아쉬고 우현에게 미소를 띠며 내려다보았다.

'너 때문에 이렇게 꼬였는데... 너만 편하겠다구? 웃기는 소리마.
너 내가 그렇게 천사인줄 알았어? 내가 맘 고생하는 동안 너도 고생해
봐.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할머니를 여기다 모셔놓을테니까.. 알았어?'

수현은 우현의 귀에다 냅다 소리질렀다.
우현은 곧 울상이 되었다. 악녀의 할머니.. 고로.. 마녀....
으띠...

'차라리.. 그럼 네가 여기 있어라. 악녀까지는 어떻게 커버가 되는데...
마녀는 결코... 응... 수현아.. 응?'

'너 20억 있어?'

수현의 질문에 우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럼 신화 주식 10%는?'

우현은 또 열심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수현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짐을 싸던 오
른손을 그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아악....'

수현은 있는 힘을 다해 우현의 귀를 잡아 당겼다.

'아무 것도 없으면서.. 뭐라고? 너 빨랑 내 방에서 나가... 내가 더 열받
기 전에.. 어서...'

우현은 귀를 문지르며 수현의 방에서 도망쳤다.
우띠.. 악녀.. 초 울트라 특급 악녀같으니...
우현은 귀를 문지르며 자신의 방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울상인 얼굴도 방에 들어가자 조금씩 미소가 생겼다. 우현은 사랑
이 담긴 눈으로 수현의 방을 쳐다보았다.
수현을 짐을 싸다가 우현이 나간 방문을 노려보았다. 꼭 자신을 화나게 만
드는데 도사이다.
나쁜놈... 수현은 이를 갈다가 맑았던 우현의 눈을 기억하고는 피식 웃었
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의 눈동자...
수현은 배다른 그에게 형제의 사랑을 갖고 있었다.
물론, 우현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하지만... 문제 일으키는 것은 절대 NO THANK YOU다.
수현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우선 편하게 입을 청바지
몇벌과 회사에 입고 다닐 정장 7벌을 싸고 나니 조금 맘이 편해졌다.
설마 지혁이 날 잡아먹기야 하겠어? 맘 편히 가지자. 맘 편히...
수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가방을 들고 방을 나왔다.
그러고는 우현의 방 앞에 서서 우현의 방을 발로 두드렸다.

'이 우현... 나와... 당장...'

우현은 방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 내밀었다.

'왜?'

'너 짐들어서 내 차까지 옮겨놔. 알았어?'

우현은 싫다고 얘기하려다가 자신을 노려보는 수현의 눈동자에 어쩔수 없
이 고개를 끄덖였다.

'지가 나보다 힘이 더 쎄면서...'

퍽...
우현은 다시 눈 앞에 별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왜 때려?'

'입다물고 짐이나 옮겨. 알았어?'

으씨... 우현은 찍소리도 못하고 다시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차고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초특급 울트라 악녀... 소크라테스 아내같은 지지배... 마녀... 마귀... 구
미호....
속으로 궁시렁 대며 수현의 차에 짐을 넣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니까, 너 새엄마 화나게 만들면 죽을줄
알아. 알았어?'

'알았어. 어서 가기나 해...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은 너무 자주다.
한달에 한번 만 와. 알았지?'

우현은 그렇게 얘기하고 차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차문을 힘있게 열었다.

'오라잇...'

그의 행동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참...



내 사랑 악녀 8





'어서와. 난 안오는 줄 알았어.'

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짐이나 들어줘요.'

수현은 지혁의 앞에 트렁크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짐이 간단한데? 정말 이것밖에 없는거야?'

수현은 대답조차 하지않고 문을 밀어 지혁을 지나 거실로 들어갔다.
깔끔한 인테리어...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웠다. 수현은 인테리어가 맘에 들자 흡족한 미소를 지
었다.
지혁은 수현이 내려놓은 트렁크를 들고 들어왔다.

'당신이 머물 방 보여줄게.'

수현은 등 뒤의 지혁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흰 면티에 편안한 면바지를 입은 그는 굉장히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4년전의 그처럼 그런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어디에요?'

지혁은 거실의 오른쪽에 위치한 방을 열었다.
한남동에 있는 자신의 방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핑크빛으로 아름답게 꾸민
방이었다. 진짜 여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방 같았다.
수현은 지혁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으로 들어가서 그
녀의 짐을 내려놓았다.

'누가 머물렀었나요?'

수현의 질문에 지혁은 트렁크를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썹이 아치를 그렸다.

'왜?'

'아니.. 그냥...'

그녀가 우물거리며 말을 끝내자 지혁은 입가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4년동안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거야?
당신이 그렇게 내 가슴속에 깊이 자리잡았을 것 같아서?'

그의 대답에 수현은 입을 다물고 그의 눈을 피했다.
젠장... 4년동안 그가 수도승처럼 살았으리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하
지만...
수현은 자신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음을 인지했다.

'깊이 자리 잡기는 했지.. 증오로 자리 잡아서 문제지...'

지혁은 수현의 옆을 지나 방을 벗어났다.

'저녁은 7시에 먹자구. 오랜만에 재회니까.. 그래서 저녁을 불고깃감으
로 해왔어.
맛있게 요리해.'

그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요리라고?

'요리라구요? 서지혁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그녀의 말에 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녁 해놓으라구. 그럼 아무일도 하지않고 3년만 있으면 내가 20억을 없
애주리라 믿었던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한건 아니겠지?'

'하지만... 하지만...'

'이것봐요. 이수현씨.. 그럼 뭘로 20억을 탕감하려 했던거야?
뭐.. 내 욕망을 풀어주지도 않겠다고 했쟎아. 그럼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집 청소하고 요리하고.. 그런거 아냐? 거기다 3년에 20억이라면 굉장히 후
한 일당을 주는 거쟎아. 안그래? 뭐... 싫다면...
나야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젠장... 빌어먹을....
수현은 속으로 자신을 향해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할수 있는건 세가지 중 하나야. 첫째 청소하고 요리하던
지...
둘째 내 욕망을 풀게 해주던지, 아님 모든 계약 없던걸로 하던지...
나야 둘째나 셋째가 제일 좋기는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알았어요. 하면 되쟎아요.'

수현은 날카롭게 얘기하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대답에 지혁은 미소
를 지었다.

'난 어지러운거 정말 싫어해.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청소를 깨끗해 해놔.'

지혁은 웃으며 그녀의 방에서 나갔다.
수현은 방문을 닫고 지혁이 나간곳을 노려본후 체념을 했다. 하지만.. 요
리라니..
천하의 이수현이 요리를 하게 될줄이야.. 정말이지 자신없다....

내 사랑 악녀 9






수현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밥이라는게 어떻게 하는거지?
우선 쌀을 닦아야 하니까 물을 붓고 깨끗이 닦아야 하니까 세제 좀 넣
고....
쌀을 닦기 시작하니까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어... 안성댁 아줌마가 할
때는
분명히 거품이 안 일었는데... 이상하네... 그래도 수현은 열심히 쌀 닦기

열중했다. 세제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닦아도 닦아도 거품이 계속 나왔
다.
수현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오기 시작했다.
왜 자신이 이딴 짓을 해야하는지... 조금씩 조금씩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20억... 그놈의 20억에 신화주식 10%... 젠장... 열심히 닦아보
자구....
한 10분을 쌀을 닦아보니.. 드디어 쌀에서 비누거품이 나오지가 않았다.
드디어....
수현은 기쁨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지.. 지가 배겨날 수 있겠어?
그런데... 기쁨도 한순간...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쌀에다 물을 붓는건 알겠는데.. 얼만큼을 붓는건지...
에라 모르겠다... 우선 붓고 부족하면 더 붓지뭐....
수현은 물을 붓고 냄비를 가스렌지에 올려놓았다.
수현은 간신히 허리를 들었다. 계속 싱크대에서 허리를 굽히고 해서인지 허
리가 아파왔다.
으으윽... 이럴줄 알았으면 안성 아줌마가 신부수업 시켜준다고 할 때 할
걸...
수현은 다음 과제인 불고기를 생각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먹는 재료로 하는데 못먹기야 하겠어?
수현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요리하기 시작했다.
뭐... 색깔은 그래도 비슷하긴 하니까... 하지만, 맛을 보긴 약간 꺼림직했
다.
원래.. 요리사는 자신의 요리를 먹지 않는 법이니까....
수현은 흐뭇한 미소를 띠며 상을 차려냈다. 흰 쌀밥에 불고기까지...
뭐.. 이정도면....

'식사 준비 다 됐나?'

뒤에서 갑작스레 지혁이 얼굴을 내밀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의
자를 빼냈다.
수현은 지혁이 자리에 앉자, 밥통에서 밥을 퍼서 그의 앞에 놓았다.
식탁을 다 차리자 지혁은 의아한 듯 수현을 쳐다보았다.

'왜 1인분만 차렸어?'

'배가 고프지 않아서요. 요리하느라고... 별로 먹고 싶지 않네요.'

그 한마디를 한 후 수현은 재빨리 식탁에서 빠져나왔다.
저 인간이랑은 한 시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 같이 먹으면 분명 체하고
말텐데...
수현이 사라지자, 지혁은 아무일이 없다는 듯 숫갈을 들기 시작했다.
밥이 참 하얗다.
하지만, 숫갈질을 하자마자 지혁은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다.
이건 밥이 아니라 완전히 모래알...
어떻게 밥을 했기에 이렇게 따로 놀수가 있는거지...
지혁은 한숨을 쉬고 밥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불고기를 입에 넣기 시작
했다...

'푸후후...'

지혁은 밥을 삼키지 못하고 다 뱉어낸 후 물을 급하게 찾았다.
하.... 지혁은 식탁에서 거칠게 일어난 후 수현의 방을 거칠게 열었다.
그가 갑자기 방문을 열자, 그의 앞에는 하얀 여자의 등이 보였다.
수현은 옷에 음식 냄새가 배서 옷을 갈아입던 중이었다. 이상한 소리가 나
서 돌아본 수현은 자신을 쳐다보는 지혁을 보았다. 순식간에 얼어붙어서 아무
런 말을 하지 못하고 그를 같이 쳐다만 보았다.
그러다가 지혁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뭐하는 거에요? 안나가요?'

수현이 빽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지혁도 정신이 들었다.
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그녀의 방에 들어갔다.

'더 좋은 걸 보여주려고 요리를 그렇게 했나보군...
저녁을 안 먹어서 힘도 안 나는데... 그래도 수현이 원한다면야...
한번 힘 좀 내보지..'

무슨 소리야...
수현은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방에 들어
오면서 웃옷을 올려 벗으려는 그의 몸짓에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빨랑 나가요... 여자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수현은 빽 소리를 지르고는 벗으려던 옷을 다시 찾아 입었다.
그리고는 그의 곁을 지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강한 손....
그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고 강하게 그녀를 끌어당겼다.

'미쳤어...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요리하고 청소만 하면 된다며?
사람이 한입으로 두말 해도 되는거에요?'

지혁은 그녀가 개거품을 물며 그에게 따지자, 그는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
다.
그는 한숨을 쉬며 수현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진정하라구... 잡아먹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반항하는 여자한
텐 취미없다구.'

지혁은 그렇게 얘기하며 수현을 쳐다보았다.
큰 눈동자 놀라서 더욱 크게 뜨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실크같은 부드러움...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
가 그를 감쌌다. 익숙한 향기... 그를 들뜨게 했던 그 향기가 그를 감싸자 지혁은
욕망에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수현...'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나오자, 수현은 몸이 얼은 듯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가볍게 움켜쥐고 그녀의 얼굴을 자신과 마주보
게 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눈에 붙잡혔다. 언제나 그녀를 부드럽게 불러주던 그
입술...
지혁은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재빨리 고개를 숙여 그녀의 숨결을 빼앗
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지혁은 손을 그녀의 허리에 두르고는 그
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조그마한 몸이 그에게 폭 안겼다.
지혁은 턱을 잡았던 손을 그녀의 머리로 옮겼다. 실크같이 부드러운 머리
카락이 그의 손가락을 간질였다. 지혁은 그녀의 입술을 건들이며 희롱하던 혀를
그녀의 안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달콤함... 그 어떤 과일보다 달콤함이 느껴지자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며 그녀를 강하게 껴안았다.
수현은 그의 열정적인 키스를 받자 더 이상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
다.
그가 내는 신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에다 팔을 걸고 열정적으로 그
의 키스를 되돌리기 시작했다. 열정...
수현이 자신의 키스를 되돌리자 지혁은 그녀를 벽에 밀어 붙이며 더욱더 강
하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던 손이 어느새 그녀의 가슴
에 와 닿았다. 지혁은 그녀의 봉긋 솟은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을 때도 수현은 그
가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가 자신의 티를 올리고 맨살에 그의 손이 닿
자 그제야 수현은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수현은 그의 목에 감았던 손을 풀고 그를 밀어냈지만, 지혁은 꼼짝도 안하
고 그녀의 입술을 더 강하게 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현의 가슴을 애
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애무에 수현은 다시 이성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
기 시작했다.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자 지혁은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눕혔다.
수현은 자신의 등뒤에 차가운 시트를 느끼자 다시 이성을 찾을 수가 있었다.

'저리 비켜... 뭐하는 거에요?'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 지혁은 고개를 들어 수현을 내려다보았다.
하얀 피부와 가슴이 그의 눈을 붙잡았다. 지혁은 신음을 내며 그녀의 목
에 입술을 갖다댔다. 그녀의 동맥이 뛰고 있다.
지혁이 다시 자신에게 몸을 눕히자 수현은 겁이 나기 시작했다.
비켜... 비키란 말야... 수현은 그의 어깨를 강하게 치기 시작했지만, 지혁
은 꿈쩍도 안했다. 그녀의 반항이 계속되자 지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의 검은 두 눈에는 욕망만이 지배할 뿐이었다.
지혁은 그녀의 반항하는 두 손을 오른손으로 봉쇄하고 그녀의 목을 핥기 시
작했다. 그의 혀가 주는 느낌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기 시
작하자, 지혁은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안돼... 이대로 무너지면... 안돼...
수현은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고개를 저으며 그의 입술을 피했다.

'쉬... 괜찮아... 괜찮아...'

지혁의 허스키한 목소리.... 하지만, 여기서 그의 꼬임에 넘어가선 안돼...
지혁은 그녀가 계속 반항을 하자 왼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고정시키려 했
다.

'악...'

갑작스런 통증... 이런....
지혁은 자신의 왼손에 난 이빨자국을 본 후 수현을 노려보았다.
수현은 그가 왼손을 잡으며 자신의 두 손을 움켜쥐던 오른손이 사라지자 그
를 밀쳐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젠장... 지혁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욕했다. 이럴거라고 예상해야
했는데... 젠장...

'한번만 더 건드려봐. 그럼 손으로 끝나지 않을 줄 알아.'

지혁은 으르렁대는 수현을 보고는 치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려고 노력했다.
수현에게서 벗어난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녀를 원한다.... 그녀를 원한
다... 젠장...
가장 갖고 싶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그녀가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져야 했는데... 그런줄 알았는데.... 갖고 싶다. 그녀를 내 여자로 만
들고 싶다. 그런 욕구가 계속 지혁의 가슴에서 들끓었다.
수현은 그의 곁을 지나가 그가 벗겨놓은 티를 입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젠장.. 알았다구. 알았어. 그럼... 밥이나 제대로 해 놔야지..
난 수현이 내 두 번째 제안을 받아들인줄 알았다구...'

지혁은 욕망을 잠재우려고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이건 다 거짓이
야.
난 이 여자를 원하지 않아. 내게 그런 수치심을 줬던 이 여자를 원하지 않
는다구...

'그게 무슨 소리죠?'

수현은 여전히 그를 경계하면서 물어보았다.

'젠장... 그게 밥이야? 차라리 모래가 그것보단 맛있겠다. 그리고 불고기
도 색깔만 그렇지... 어떻게 만들었기에 그런 맛이 날수가 있는거지?'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이끌었다.
거기에는 하얀 쌀밥과 불고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한번 맛보라구.'

지혁은 음식을 떠서 그녀 앞에 내밀었다.
뭐가 문제라구? 보기에는 정말 맛깔나게 생겼구만...
수현은 그가 넘겨주는 숫갈을 받아 입에 넣었다. 우웩....
수현은 싱크대로 다가가 입에 집어넣은 것을 모두 버렸다. 에퉤테....
짜고 달고... 그 알수 없는 맛들... 수현은 멍한 표정으로 음식을 쳐다보았
다.
분명 색깔은 맞았는데... 그녀가 모르는 듯한 표정을 하자 지혁은 할말을
잊었다.

'왜 이런지 정말 모르는거야?'

'색깔은 분명 안성 아줌마가 만든 불고기하고 똑같았는데...'

수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했다. 그녀의 말에 지혁은 한숨을 쉬었다.

'색깔로 맞췄다고? 세상에... 양념이 뭐가 뭔지도 모르고 한거야?'

그가 따지듯 얘기하자 수현은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못한다고 했쟎
아...

'그럼 뭐로 맞춰요? 요리를 해봐야 하지... 시킨건 당신이쟎아요...'

그녀가 그를 노려보며 대답하자 지혁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요리를 못하리란걸 생각했어야 했는데...

'알았어... 대신 요리를 배워... 요즘 TV에 요리프로 많쟎아. 첫째 조건
을 원하지?'

그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끄덖였다.

'나참... 쉽게 두 번째나 아니면 없던 일로 하자구... 나 굶어 죽기 싫단
말야.

'먹게만 요리하면 되쟎아요. 안그래요? 아무튼 아직 3년은 안됐으니까..'

수현은 그렇게 얘기하고 그를 지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완전히 쪽이었다. 색깔은 정말 똑같았는데.... 으씨...

수현이 들어가는 것을 보자 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고생을 좀 할
것 같았다. 이건 쾌감을 느끼기전에 굶어 죽는게 아닐까? 지혁은 우선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내 사랑 악녀 10



'어떻게 된거야? 이틀째 회사에는 코빼기도 안내밀고...
결재할게 얼마나 밀렸는지 알아?'

성욱의 고함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려댔다.
수현은 고개를 묻고 끙소리를 내며 두 눈을 감았다.

'이수현 사장님...'

성욱의 목소리에 내키지 않는 듯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알았어... 젠장, 누가 사장이야? 나라고 안나오고 싶어서 안나온줄 알
아?
지금 죽고싶단말야. 일도 다 못하고 나와서 빨리 들어가야 한단 말야.'

'어딜? 너 무슨 일 하는데?'

젠장... 이놈의 주둥이...
수현은 아차했지만, 성욱은 눈을 반짝이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수현은 다시 책상에 고개를 묻었다. 젠장할... 이런식으로 자신에게 복수
할 생각을 하다니... 변태 같은 놈...
수현은 속으로 지혁을 욕하고 욕했다. 이틀동안 요리에 대해 트집잡고, 야
유를 보내구.. 걸핏하면 집을 어지럽히고 이것 청소해라.. 저것 닦아라...
덕분에 이틀동안 얼마나 운동량이 많았는지, 팔다리가 쑤셔왔다.

'야, 수현아...'

'됐어. 선배한테 죽어도 말 안해.'

수현은 고개를 묻고 손을 들더니 성욱에게 나가라고 손을 까닦까닦 흔들었
다.
그런 그녀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성욱은 책상 가까이 오더니 수현이 기댄 책
상에 팔을 댔다.

'이수현 사장님...'

성욱이 몸을 가까이 들이대자 수현은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한번 뭔가
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알아내고야 마는 그였다. 그런 성욱이 지
금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죽어도 지금의 상황 얘기 못해...

'이수현 사장님... 어서 부시죠...'

'할일 없어? 내가 공돈을 주나보지? 그런거 알아볼 시간 있으면 일이나
해...'

수현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얘기를 하자, 성욱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분명 뭔가가 있다.

'어서 얘기하시지... 응? 나 궁금하면 못 참는다는 것 잘 알쟎아?'

성욱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책상에서 그녀를 일으켰다.
수현은 그의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의 힘을 이겨낼수가 없었다.

'젠장.. 선배..'

쾅....
갑자기 사장실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사장실에 들어와 수현의 어깨를 잡고
있는 성욱을 죽일 것 같이 노려본 후 수현을 노려보았다. 갑작스런 침입자에 놀
라서 성욱은 고개를 돌려 침입자를 쳐다보았다. 지혁....

'지금 뭐하는 거지? 계약을 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뭐하는
거냐구?'

지혁은 수현을 향해 다가가면서 화를 냈다. 그러곤 그녀의 어깨를 잡고있
는 성욱의 손을 거칠게 그녀에게서 떼어냈다. 그의 그런 행동을 보며 성욱은 놀랄 노
자였다.

'서지혁....'

성욱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자 그제야 지혁은 성욱을 쳐다보았다.
김성욱... 젠장... 그인지 몰랐다. 집에 수현이 없어서 화가 나서 무턱대
고 그녀의 사무실에 쳐들어 갔던 그였다. 그리고 왠 남자가 수현의 어깨를 잡고 있
자 분노에 눈이 멀어 그가 성욱인지도 몰랐다.

'너 오랜만이다.'

성욱은 4년전과 변함없는 미소로 지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혁은 별로 내
키지 않는 눈빛으로 성욱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성욱은 그를 쳐다본 후
수현을 쳐다보면서 입가에 생기는 미소를 지울수가 없었다. 그런건가?

'어떻게 된 놈이 미국 가서 연락조차 안 할 수가 있냐? 너 친구 맞긴 하
냐?'

'어.. 그냥... 그렇게 됐다. 미안하다.'

'자식...'

성욱은 털털한 미소를 짓더니 지혁의 어깨를 툭 쳤다. 175cm의 그가 182cm
의 지혁의 어깨를 치는 모습은 조금 웃기기는 했지만, 성욱은 그렇다고 절대
주눅이 드는 모습은 아니였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친한 친구 였을지는 몰라도...

'그나저나, 너 여기는 왠일이냐? 수현이하고 계약이라니?
나도 모르는 계약이 있던가?'

수현은 두 눈을 감았다. 하나님.. 절 살려주세요... 어쩔수 없이 꼬인 상
황이지만, 여기서 더 꼬이면 어떻게 합니까? 수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에게 기도
를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지혁은 씩 웃으며 성욱을 쳐다보았다.

'몰랐나? 수현이 현재 내 집에 들어와 있다는걸?'

'뭐?'

지혁의 말에 성욱은 할 말을 잃었다. 수현은 지혁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못 들었어? 수현이 나와 같이 살고 있다구...'

지혁은 간단히 얘기하고 성욱을 쳐다보았다. 평상시 부드럽기만 했던 성욱
의 눈동자가 조금씩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지혁은 속에 뭔가 치밀어 오기 시
작했다.
성욱의 눈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눈에 떠오르는 자신에 대한 미
움...
차가움... 어째서 성욱이 자신을 그렇게 쳐다보는 걸까? 설마....
지혁은 떠오르는 의구심을 지울려고 노력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안그래도 수현 머리 아픈일이 한두가지가 아닌
데...
게다가 너와 헤어진거 아니였냐?'

성욱의 말에 지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혁은 수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는 성욱을 쳐다보고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저런.. 달링... 우리 화해했다는 것 안 알려줬어? 그래도 성욱에게는 알
려야지... 안그래?'

젠장... 수현은 그를 뿌리칠려고 했지만, 지혁은 그녀의 어깨를 더 단단히
감쌌다.

'내 조건 아직 이해 못한거야? 내게 순응할 것...'

지혁은 성욱에게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부드럽게 수현에게 속삭였다.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자신을 가다듬었다. 참자... 그래...

'미안해요. 낯 간지럽쟎아요. 4년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는게...
그래서 성욱 선배한테는 말 못했어요.'

수현은 성욱의 눈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지혁은 입가에 만족한 미소를 짓
고 성욱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내 여자다 라고 성욱에게 얘기하고 있
었다.
성욱은 황당했다. 분명 수현은 지혁을 죽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혁은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그녀를 한 손에 두고 주물렀다.
수현의 성격에 저렇게 참을 성격이 아닌데...
성욱이 뭔가 얘기하려 하자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한마디만 하면
성욱을 죽여버리겠다는 눈치였다. 성욱은 한숨을 내쉬며 의기양양한 지혁을 쳐다
보았다.

'급한일이 있어서... 나중에 한번 만나서 회포를 풀지...'

성욱은 궁금증을 뒤로하고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사장실을 빠져나오자 비
서인 영희가 그를 쳐다보았다.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누구에요? 부장님..'

그녀의 질문에 성욱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그 말을 끝으로 성욱은 자신의 홍보실로 갔다.
지혁이 돌아왔다... 수현이 그의 집에 들어가서 살고 있다?
아무리봐도 풀리지 않는 미궁이었다. 수현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혁이 다
시 그녀를 원한다? 더구나 그가 보였던 반응은... 아직도 수현을 사랑하는 건
가? 설마...


내 사랑 악녀 11





'어떻게 된 일이지?'

지혁은 성욱이 사장실을 나가자 그녀를 감싸 안았던 팔을 풀고 차갑게 수현
에게 말을 했다.

'뭐가요?'

수현 역시 그에게 뒤지지 않을 차가움으로 응수했다. 그녀의 대답에 지혁
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지혁은 자신의 눈길을 받아내며 똑같이 자신을 노려보는 수
현을 내려다 보았다.
한마디 하면 열마디로 되받아치는 여인... 한 번도 지지 않는 여자...
꼭 꺽고야 말리라...

'분명히 말 했을텐데... 오늘 집 청소 해놓으라고...
그리고 3년간은 내가 시키는데로만 한다고 하지 않았나?'

'알고 있어요.'

'알면?'

수현은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아무리 지가 내 3년을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냐?
수현은 지혁을 노려보았다.

'회사일 벌써 이틀치가 밀려있어요. 후임도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해요?'

지혁은 수현의 팔을 움켜쥐고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내 허락 없이 사라진다면, 이유 불문하고 계약은 없던 걸로 하겠어.
어떤 이유라도 말야...'

'당신 미쳤어. 어떻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수현은 그를 노려보며 말이 안된다는 듯 맞받아 쳤다. 지혁은 그녀의 손
을 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 수현은 소름이 돋
을려고 했다.

'맘대로 해. 나야 계약 파기 하는게 더 좋으니까... 아님... 두 번째로 하
던지...
두 번째로 하면 뭘 하던지 간에 상관하지 않겠어. 저녁에만 침대에 있어주
면 되니까 말야... 어떻게 하겠어?'

'비열한 새끼....'

수연의 입에서 욕이 나오자 지혁은 눈을 가늘게 내리뜨고는 수현을 노려보
았다.
그의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자, 수현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누가 더 비열한지 모르겠군... 4년전 네가 내가 했던 것 기억 안나나?
덕분에 아무것도 없이 미국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아직 멀었어.
난 아직 시작조차 안했다구.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내 쪽도 뭐..
당신 상황 봐줄 필요 없겠지. 모든 것 없던 걸로 하지...
20억 이번 주까지 준비해 놔. 이자는 이틀동안 당신이 일한걸로 치지.'

지혁은 주먹을 강하게 쥐고 분노를 참으려고 노력했다. 과거를 생각만하
면 치가 떨리는 그였다. 지혁은 몸을 돌려 사장실을 나가려했다.
안돼... 이렇게 그를 보내선 안돼...
수현은 긴박한 맘에 손을 들어 그를 붙잡았다. 그녀가 그를 잡자, 지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도대체 뭘 원해요? 내가 가정부 일하는 것 원하는 거에요?
난... 지금 사면초과라구요... 이 정도 봐주지도 못해요?'

지혁은 자신에게 부탁하는 수현의 모습을 보자 이상했다. 그 콧대 높은 수
현이 지금 자신의 손을 잡고 애원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녀가 애원하는 모습을 보자 느껴야 할 쾌감이 느껴
지지가 않았다. 필히, 이런 순간을 기다렸을 진데.... 이런 수현의 모습에 더욱
기분만 나뻐짐을 느꼈다.

'미안한데... 나도 사실은 당신이 집안일 하는 것 원하지 않아...'

그의 말에 수현은 희망을 느꼈다. 그는 이해해줄거야... 그래... 지혁씨
는 옛날에도 날 잘 이해해주었던 사람이니까...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혁의 강인하면서도 긴 손가락이 수현의 턱을
들어올렸다. 검은 두 눈이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다. 부드러운 두 눈빛
사이로 그녀가 알수 없는 빛이 반짝였다. 뭐지?
수현은 자신의 입술을 덮는 따스한 입술을 느꼈다. 지혁...
수현은 놀라서 그를 밀치려고 했지만, 지혁은 강하게 수현을 자신의 품으
로 끌어당겼다. 따스함... 수현은 더 이상 반항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
게 지혁의 목을 감싸고 그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지혁의 키스를 받아들였
다.
그의 혀가 그녀의 혀를 부드럽게 감쌌다. 음.. 수현은 그가 주는 열정에
취해 그에게 온 몸을 맡겼다. 지혁은 더욱더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수현
은 그의 키스에 열정적으로 답했다.
수현이 이성을 잃고 그에게 답하자 지혁은 신음을 하며 간신히 그녀를 자신
에게서 떼어냈다. 수현은 그가 자신을 떼어나자 넋을 잃은 듯 아무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아니 간신히 그에게 기댄체 서 있는척 했을 뿐이었다.

'당신도 나를 원해. 그렇지? 나 역시... 당신을 원하고...'

지혁은 그녀를 강하게 껴안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니야... 아니야... 수현은 부인하려 했지만, 지혁은 그녀를 강하게 안고
그녀의 귓가에 숨을 내쉬었다. 그의 따스한 숨결이 느껴지자, 수연은 또 다시 이
성을 잃기 시작했다.

'6개월로 기간을 줄이지. 낮에는 당신이 뭘하든 터치 하지 않겠어.
서로가 원하는 것 아니야?'

지혁의 말에 수현은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수현은 그의 말에 화가나서 그의 뺨을 올려 부치려 하자, 지혁
은 그녀의 손을 원천봉쇄하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그가 그녀를 탐하자 수현은 더 이상의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허리를 강하게 감쌌던 손이 어느새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
다.
지혁은 그녀의 입술을 탐했던 혀를 밑으로 움직이며 그녀의 목을 핥았다.
헉....
그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수현은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

'어차피 6개월 뿐이야. 수현... 단지 6개월이라구...
당신하고 나하고 서로가 피곤하지 않고 서로 즐길수 있쟎아.. 안그래?'

지혁은 그르렁 거리듯 내뱉고는 다시 수현의 입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현은 더 이상 다리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지혁의 목
을 감싸고 그에게 자신의 몸을 기대었다.

'내 제안 받아들이는 건가?'

그의 낮은 말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덖였다.
그녀가 동의를 하자 지혁은 그녀를 강하게 한번 안고는 그녀를 떼어놓았다.

'알았어. 그럼... 계약서를 써 보내지.. 이따 저녁에 보지...'

지혁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그녀를 떼어놓고는 사장실에서 나갔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수현은 부끄러워 죽고 싶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짓
을 한것일까? 세상에....
수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말도 안되는 제안이야... 그걸 받아들이다
니....
하지만....
수현은 앞이 깜깜해졌다. 하지만, 되돌릴 길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지혁을 원했다!!
그래.. 지혁을 원하고 있어... 그리고, 4년전과 마찬가지로 그를 사랑
해... 그를...
아니, 한번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 본적이 없어... 그를 사랑해....
그래... 그를 사랑해... 그가 원하는 만큼 나를 주겠어. 당신의 분노가 녹
일때까지...
그래....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쇼파에 몸을 기댔다. 자신은 그를 사랑한다....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자, 이상하게 모든 상황이 편해졌다.

내 사랑 악녀 12

그와 떠나면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수현의 아버지는 수현에게 협
박을 했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수현이 떠나는 걸 막지 못하리란걸 안 이회장
은 마지막 한 마디로 그녀의 사랑을 효과적으로 꺽어버렸다.

'우현이 역시 후계자로 되지 못하리란걸 알겠지?'

수현은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왜 그가 안되는 거에요?'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에 이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 말이 맞아. 그라면 너를 행복하게 하겠지. 하지만, 수현아, 넌 내 딸이
다.
네 할머니가 인정하는 단 하나의 핏줄이야. 그런 네가 단지 고아와 결혼하
겠다고 하면... 아마 그 불똥은 분명히 우현에게 튈거야... 그건 너도 잘 알쟎
아...'

그랬다. 자신만을 핏줄로 여기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지혁은 눈엣
가시같은 존재였다. 핏줄도 알수 없는 고아에게 자신의 손녀를 주다니... 그건 할머
니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 수현은 자신의 여린 동생 때문에 결국 사
랑을 포기했다. 아니, 지혁에게 어떤 위해가 갈까봐 그를 따라 갈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지혁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럼 그가 얼마나 분노하고, 슬퍼할까?
차라리 내가 모든걸 감수하는 것이 나을것같았다.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한
다...
지혁이 이렇게 얼음이 되어서 자신을 찾아오리라곤...
수현은 쇼파에 몸을 기대고 신음을 흘렸다. 벌써 퇴근시간이 훨씬 지났지
만...
수현은 퇴근하기가 싫었다. 어떻게 그를 보란 말인가?
하지만, 더 이상의 시간을 끌면 성질 더러운(?) 지혁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
는 일....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이런 기분 더럽다....

지혁은 창을 보며 수현이 차에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풀이 죽은 모
습...
자신의 품에서 열정을 품어대던 그 모습과는 너무도 틀린 모습...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증오할지 과히 상상만해도... 하지만, 그녀를 갖고
싶다.
그런 원초적 본능이 그의 이성을 앞질렀다. 아마 이 사실을 맥스가 알게되
면 황당하게 생각할 것이다.
지혁은 자신의 생각이 맥스에게로 옮겨지자 신음을 흘렸다. 세상에 서울에
있는 한달동안 까맣게 맥스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절대 한국에 호텔 지사를 만들
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를 구슬려 한국의 인터스 호텔을 인수하였는
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연락도 안하다니... 끙...
불같은 그의 성질에 아직까지 지혁에게 연락이 안 온 것은 정말 기적과 같
았다.
지혁은 시간을 따져 보았다. 11시가 가까워 오니까... 잘하면 전화통화가
되겠군...
지혁은 전화기를 들고 베버리힐즈로 전화를 했다.

'잘났군. 드디어 한달만에 전화하는 건가?'

화난듯한 목소리가 전화기에 타고 들렸다.

'하하... 조금 바빠서...'

'그래... 옛 애인과의 재회는 어떠하신가?'

능구렁이... 맥스 힐턴은 완벽한 능구렁이였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주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니, 그가 자신을 양자로 받아들였
다는 것 역시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50년을 혼자 살던.. 철저히 싱글로 살던 그
가 말이다.
아뭏든 맥스가 자신을 밀어준 덕분에 이 자리에 있기는 하지만...

'그냥 그렇죠... 그래.. 거기는 어때요?'

그의 대답에 호탕에 웃음이 들렸다.

'아주 좋아. 하지만 안젤로(지혁의 미국식 이름)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
어.
다시 일할려니까 머리가 아파... 빨리 한국쪽 일은 정리하고 여기로 돌아
와.
알았어? 휴가차 준 3달이야. 2달 남았어. 빨리 정리하고 돌아오라구...'

맥스의 말에 지혁은 쓴 웃음을 지었다.
물론, 처음에는 3달만 있다 가려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시 수현을 두고 떠날수 있을까?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뵈요. 맥스.'

지혁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과연 그녀를 다시 잊을수 있을
까?

'나 왔어요...'

지혁은 수현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피곤해 보이는 표정...
그녀에게 약한것을 보면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나 강한 여자인지 아는데... 왜 그녀의 눈빛만 보면 약해지는지...

'피곤해 보이는데?'

그의 따스한 말에 수현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 고개를 끄덖였다.

'피곤하긴 해요. 전화했어요?'

지혁은 싱긋 미소를 짓고 수화기를 잡았던 손을 풀고 그녀의 곁을 스쳐 지
나갔다.

'신경 꺼. 와인한잔 하겠어?'

지혁은 수현의 곁을 지나 찬장으로 다가갔다. 찬장에는 그가 즐겨마시는
양주의 종류가 즐비했다. 옛날에도 지혁은 수현에게 양주 예찬을 하곤했
다.
아무리 마셔도 뒷끝이 좋다구... 그런 그가 양주를 수집함은 당연한 일이겠
지만...

'네...'

지혁은 수현에게 와인한잔을 따라서 손을 내밀었다. 수현은 그의 손에서
와인잔을 받고 와인의 색깔을 보았다. 붉은 자주빛... 붉은 자주빛 속에 지혁의 눈
동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굉장히 조용하군... 무슨 생각하나?'

지혁은 조용히 잔을 받아드는 수현을 보며 물었다.
수현은 아무말도 안하고 잔에 담긴 와인을 쳐다보았다.

'질문이 있어.'

지혁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들고 자신을 내려다 보는 지혁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질문?'

'내가 떠난 후 누군가 있었어?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당신 버
진인가?'

수현은 이해가 안되는 표정으로 지혁을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그럼 당신은 4년동안 아무도 없었어요? 왜 내게 그런걸 물어봐요?'

날카롭게 되묻는 그녀의 목소리... 지혁은 씁쓸한 미소를 띠며 그녀를 보았
다.

'물론.. 혼자였다는 말은 하지 않아. 그래도 다른 놈이 현재 있다면...
뭐... 그래도 꺼리낌 없을 당신이지만 말야...

그의 말에 수현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혼자가 아니였다? 그리고 꺼리낌 없을 나라구? 나쁜 놈... 더러운 놈...
수현은 와인을 탁자에 소리나게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거실을 빠져나가 현
관을 나가려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잡고 지혁은 그녀를 다
시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어디 가는거야?'

수현은 독살스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그의 손을
떨쳐 냈다.

'더러운 새끼.. 어디다 손을 놓는 거야?'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 수현은 이성을 잃고 본능이 일으키는 대로 화
를 내고 있었다. 아니, 질투에 이성을 잃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지혁은 어리둥절 했다. 갑자기 변한 그
녀의 모습... 과히 기분 좋지가 않았다.

'무슨 소리지?'

지혁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녀의 눈빛을 당당하게 받아들
였다.

'이거 놔... 내가 잘못 생각했어. 어떻게든 20억 만들테니까... 이손 놓으
라구...'

다시 돌아온 이수현.. 하... 4년전 자신의 자존심을 갈가리 찢어놓은 그녀
의 모습...
그때의 모습이 다시 클로즈업이 되기 시작했다. 지혁은 조금씩 조금씩 증
오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만들겠다는 거지?'

낮아지고 차분해진 그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이성적으로 변하
면, 맥스는 그의 말에 무조건 ok했다. 그가 얼마나 화가 나있다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수현은 그것을 알기에는 너무도 오랫동안 그와 헤어졌었고, 또 분
노에 다른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남이사... 뭘하든 무슨 상관이야? 어서 내 몸에서 손을 떼시죠?'

'네 몸이라도 다른 놈에게 팔겠다는 건가?'

죽여버리겠어. 서지혁... 네놈 죽여버리고 말거야...
수현은 완벽하게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내가 다른 놈에게 몸을 팔던 말던 네가 무슨 상관이야? 이손 치
워...
꺼리낌 없을 나인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개XX..'

수현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흔들며 자신의 어깨에서 그의 손을 치웠다.
그리고는 그에게 등을 보이고 현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8... 18... 수현은 그를 향해 욕하면서 현관으로 걸음을 옮기려 할때 등뒤
에서 강한 팔이 그녀를 안아들었다. 갑작스런 일에 수현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뭐하는 짓이야? 이것 안놔?'

간신히 정신이 든 수현은 지혁의 귀에 소리를 질렀다.

'귀 안먹었어. 다른 놈에게 너를 팔겠다구?'

낮은 지혁의 목소리... 그제야 수현은 지혁도 자신만큼 화가 났음을 깨달았
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음에도 분노에 그의 화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몸부
림을 치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부림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작은 체구에 발버둥을 쳐봤
자...

'그래... 그럴거야... 어서 안놔? 20억 내일 당장 갚으면 되쟎아...당장
내려놔...'

수현은 고함을 지르며 그의 어깨를 강하게 치고 또 쳤지만, 지혁의 어깨는
강한 강철처럼 꼼짝도 안했다.

'그럴 필요 있을까? 내가 사지.. 널 내가 20억에 사겠어. 처음부터 그게
조건 아니였나?'

낮은 그의 목소리... 수현은 몸이 얼어오기 시작했다. 지혁은 분노에 젖어
있었다.
자신만큼... 하지만, 이런 재회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였다. 지혁이 화가 나
면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 잘 알고 있는 수현이었다.

'이것봐요.. 서지혁씨... 우리 이성적으로 얘기해요.. 네?'

수현은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지혁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냈다.

'하... 이제와서 대화로 풀자고? 미안하지만.. 꼬마...
이제 선택권은 내게로 왔어... 4년전 네가 내게 주었던 그 치욕감 그대로
네게 돌릴줄 알아... 기대하라구... 수현...
당신에겐 두번다시 선택권을 주지 않을 작정이니까...'

악마와 같이 낮게 얘기하며 지혁은 수현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내 사랑 악녀 13


수현은 꿈일거라고 지금은 현실이 아닐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지혁은 자신의 앞에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의 손이 수현의 브라우스에 닿았다. 그의 길면서도 강인한 손이 그녀의
브라우스 단추에 닿았다. 수현은 모두가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증오에 가까운 얼굴로 그의 여자가 되긴 싫다.

'저리 비켜... 제발.... 제발...'

수현의 입에서 부탁의 소리가 나오자 지혁은 고개를 들고 오만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잔잔한 그러면서도 차가운 미소가 생겼다.

'부탁하는건가?'

수현은 두눈을 감았다. 눈물이 날려고 했다.
지혁은 수현이 두 눈을 감자, 다시 단추를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새하얀 설원같은 몸이 조금씩 조금씩 그의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쇄골을 지나 가슴의 둔턱에 지혁은 손을 갖다 대었다. 따스함...
하얀 브래지어에 감싸인 풍만한 가슴위에 펼쳐지 하얀 설원....
지혁은 그녀의 쇄골을 따라 자신의 손을 조금씩 조금씩 밑으로 움직혔다.
수현은 두 눈을 뜨고 자신을 쓰다듬는 그의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움직임에 지혁의 눈썹은 휘어지며, 그녀를 내려보았다.

'오빠... 제발....'

잠긴 목소리로 수현은 낮게 그에게 부탁했다.
욕망으로 어두워진 지혁의 두 눈을 쳐다보며 수현은 눈물이 가득찬 눈빛으
로 그에게 부탁했다. 수현은 그의 오른손을 자신에게서 떼어냈다.
젠장.. 젠장... 오빠라니....
지혁은 그녀의 몸을 눌렀던 자신의 몸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로 가서 담배
를 물었다.

'나... 나.... 오빠...'

수현은 안나오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됐어. 네가 언제 나를 원한적은 있었니? 하....
이제와서 오빠라니... 4년전의 악몽을 완벽하게 재현시키는 구나....
넌 정말 마녀야... 어떻게... 그런 너를 사랑했던 내 과거가 증오스럽구
나...'

지혁은 그 한마디 말을 하고 방에서 나갔다.
탈칵... 지혁은 그녀를 두고 어디론가 나갔다.

-아냐... 난.... 그래... 내가 착하지 않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오빠를 사랑했어... 정말로 오빠를 사랑했어... 그리고 지금도 사
랑해...
그런데... 그런데... 오빠가 너무 변해서... 난 두려워....
오빠한테 내 모든것 주고 싶은데... 난... 두렵단 말야... 다시 오빠 상처
줄까봐...
나 다시 상처받을까봐...
차라리 악녀라는 틀에 있는게 편하단 말야... 그게.... 그게....-

수현은 침대에 몸을 눕히고 오열을 터뜨렸다.
16살에 만나 6년을 짝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그였는데....
그의 사랑을 얻어 행복해 했었는데...
수현은 과거의 설움때문에 울고 또 울었다.


젠장... 젠장...
지혁은 포장마차에서 애꿎은 소주만을 마시며 속으로 자신을 탓했다.
공포에 질린 슬픔을 갖고 자신을 쳐다보던 커다란 그녀의 눈동자...
수현의 눈동자에 그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강제로라도 그녀를
갖겠노라고 했으면서도.... 손을 댈수가 없었다... 젠장... 젠장....
꼭 복수하겠노라고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는데....
그녀에게 어떤 짓도 할수가 없었다. 아니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다.
지혁은 소주잔을 또 다시 채우면서 소주잔 속에 비치는 4년전의 과거를
마주보았다.


내 사랑 악녀 14


'수현아, 같이 가자.. 나 너 행복하게 할꺼야.. 나 믿지? 그지? 나 사랑
하지?'

지혁은 자신의 앞에 있는 수현을 안으면서 낮게 낮게 얘기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수현은 16살... 자신은 22살이였다. 어린 동생....
표독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책임감이 강한 그런 소녀였다.
그런 수현을 가르치면서(과외 선생으로요..) 그녀의 영민함에 너무도 흡족
해 했었다. 수현이 공부를 잘하면 인센티브조로 더 많은 과외비를 받을수가
있어서..
그렇게 어렸던 수현을 다시 보게된것은 26살 소개팅 때문이었다.
잘 아는 학교 후배가 소개팅을 해주었는데... 거기 나온 여자가 바로 수현
이었다.
동그랗고 통통했던 그녀가 여성적으로 변해 자신의 앞에 서 있었을 때는
거짓말인줄 알았다. 수현이 아닌줄 알았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자신이 가르치던 수현이 맞았다.
학교에서 그녀의 별명은 악녀... 어떤 남자도 함부로 할수 없는....
하지만, 자신에게는 붙임성 있는 그녀... 지혁은 조금씩 조금씩 그녀를 사
랑하게 되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녀는 지혁의 가슴에 파고 들더니, 결국은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너 행복하게 해줄거야. 거기서 살 집도 다 알아봤어. 같이 가는거지?'

'그거, 청혼이야, 오빠?'

수현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보자 지혁은 고개를 끄덖였다.

'결혼하자.
지금은 너에게 어울리는 반지하나 못 사지만, 곧 너에게 어울리는 반지 살
께....
결혼하자... 나하고 너...... 우리 둘이 사는거야...'

수현은 지혁의 청혼에 얼굴을 그의 가슴에 깊이 묻었다. 그리고 작게 웅얼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나랑 같이 가는거지? 나랑 같이 미국에 가는거
지?'

그때는 모든것을 다 얻은줄 알았다. 자신이 사랑하던 수현의 모습인줄 알
았다.
하지만, 단 삼일만에 그 모든것은 박살이 났다. 자신에게 모욕감을 주며
떠난 그녀와, 자신을 죽도로 패고 돈 한푼도 없이 미국으로 쫓아낸 그녀의 아버
지...
지혁은 그녀의 목소리를 잊지 못했다.

'하.. 사랑이라구? 내가 정말 거기 가리라 생각한거야?
아무것도 없는 당신과? 고아인 당신과 말야? 꿈깨... 조금 놀아주니까...
분수를 알아야지... 어디... 이것봐요.. 서지혁씨... 꿈깨요... 네?'


지혁은 소주잔을 던져버렸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런 기억따윈... 다 꺼져버리라구....
지혁은 고통만을 건진채, 포장마차에서 일어났다. 소주를 3병이나 마셨지
만, 정신은 말짱했다. 더러운 기분...
지혁은 자신의 아파트로 걸음을 옮겼다. 수현이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탈칵...

어두운 거실을 지나, 침실 문을 열었다.
자신의 침대에 왠 여자가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수현...
아까의 충격 때문인지, 그 모습 그대로 수현은 웅크린채 잠이 들었다.
지혁은 와이셔츠를 벗고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젠장.... 이젠 내 침대까지 뺏으려 하는군... 웃기지마.. 여기는 내집이란
말야...
지혁이 자리를 잡자 수현은 몸을 돌려 그의 가슴에 살포시 기댔다.
치우라고.. 치우라고... 지혁은 속으로 그렇게 곱씹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수현을 강한게 안고 두 눈을 감았다.
악녀... 악녀... 자신을 시험에 빠지게 하는... 젠장....
그녀를 안자, 그제야 술이 올라오는 듯 싶었다. 눈 꺼풀이 천근 만근을 달
은 듯,
지혁은 두 눈을 감았다.


내 사랑 악녀 15


따스함...
굉장히 따뜻한 무언가가 수현을 감싸안았다. 기분좋은 향내... 수현은 그
따스함과 함께 자신을 유혹하는 향기를 향해 몸을 돌렸다. 부드러운 감촉이 수현의
뺨을 간질였다. 그리고 따스한 것이 수현을 더욱더 깊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수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따스한곳에 얼굴을 묻으며 빙그레 미소를 지
었다.
유혹하는 향기... 처음에는 달콤한 향기였는데...
조금씩 조금씩 알콜의 향기가 수현을 감쌌다. 천성적으로 술을 싫어하는
수현은 그 냄새에 잠에서 깨어났다.
뿌연 자신의 눈앞에 갈색의 점 두 개가 보였다. 손을 움직여 눈을 비비려
했지만, 무거운 무엇인가가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이게 뭐지...
정신을 차리며 수현은 두 눈을 감았다 떴다. 유두... 분명 납작하고 단단
한 남자의 가슴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감싸안는 것은 단단한 남자의 팔이었다.
쿠당탕....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발로 그 정체불명의 남자의 가슴을 강하게 밀어냈
다.
잠이 깊이 들었던 남자는 침대로 쉽게 떨어졌다.
끙.... 지혁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천장을 쳐다보았
다.
떨어지면서 부딪친 머리가 너무 아팠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누가 자신을 침대에서 밀어낸걸까?
지혁은 생각을 가다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현...
수현이 독기를 품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하는 짓이야? 뇌진탕 걸릴뻔 했쟎아.'

지혁은 짜증을 내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어제 많이 마신 술 때문에 기분이 영 말이 아니였다.

'뇌진탕에 걸려야 하는건데... 아깝다... 지금 어디서 잔거야?'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 슬슬 지혁은 심술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내 침대...'

짧게 얘기하더니 수현이 있건 말건 상관없이 지혁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수현이 다시 발로 강하게 그를 밀어버렸다. 쿵.....
지혁은 몸을 일으키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 말야...'

'내가 먼저 자고 있었쟎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양심이 없어?
그리고, 여자가 잔다는거 알면서도 옷을 벗고 자는 인간이 어디있어?'

나참... 지혁은 할 말을 잃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잊고 있었다.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그녀를...
하지만, 억울하다. 여기는 분명히 자신의 침대인데... 그래... 내 침대
야...

'이 수현씨... 미안하지만, 여기는 내 침대야. 여자가 남자 침대에 누워있
으면 뻔한 얘기 아냐? 그래도 나니까 참고 있었지... 지금 누가 누굴 탓하는 거
지?
그리고 난 옷 입고 못자. 그거 답답해서 어떻게 자냐?'

수현은 지혁이 간단히 얘기하고 다시 침대에 눕는 것을 노려보았다.
신사라면 당연히 비켜주던지, 아님 자신을 깨워 다른곳에 자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오른발을 치켜들었다.

'아야...'

강한 손아귀가 그녀의 발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지혁은 수현의 발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거 안놔...'

수현은 고함을 치며 발버둥을 쳤다. 그래도 지혁이 자신의 오른발을 안 놓
자, 수현은 왼발로 그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윽... 짧은 신음...
지혁은 나머지 발마저 강하게 잡고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독기를 품은 눈이 자신을 노려보자 지혁은 한쪽 입술을 약간 올리며 그녀
의 다리를 놓고 그녀의 몸위에 올라 탔다.

'뭐하는 짓이야?'

수현은 겁이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같은 것은 안난다는 듯 꽥하고
그에게 소리를 쳤다. 읍... 지혁의 강한 입술이 수현의 입을 막았다. 수현은 놀
라서 그의 어깨를 치며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지혁은 마치 단단한 강철처럼 움직임
이 없이 그녀의 입술을 완벽하게 농락하기 시작했다. 수현은 머리를 흔들며 그의
입술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지혁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반항하지 못하
게 했다.
그의 강한 손아귀 힘에 수현은 눈물이 날려고 했다. 수현은 힘이 빠져 그
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반항이 없어지자, 지혁 역시 부드럽게 그녀를 탐했
다.
달콤함... 수현은 그에게 언제나 금단의 열매였다.
지혁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실크같은 느낌....
철썩....
지혁은 갑자기 자신의 눈에서 별빛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젠장..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밑에 있는 수현을 노려보았다.
수현의 커다란 검은 눈이 눈물을 흘릴 듯이 반짝이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
다.

지혁은 한숨을 쉬며 몸을 굴려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벌써 두 번째다.
그녀를 보면 이성을 잃고 갖고싶다는 감정... 휴....
그가 벗어나자 수현은 몸을 일으켰다.
분함... 자신을 맘대로 농락하고... 또 뜨겁게 만들고.... 치욕스럽게 만들
고...
수현은 손에 잡히는 베게를 들고 지혁의 머리에 강하게 펀치를 먹였다.

'나쁜 놈...'

그리고는 그가 일어날까봐 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그의 방을 빠져나왔다.

지혁은 그녀가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 픽하고 웃었다.
겁이 많으면서 없는 척 하기는...
그나저나 어제 마신 술 때문에 너무 속이 쓰렸다.

'북어국이나 끓여놔... 속 아프니까...'


내 사랑 악녀 16


'이게 북어국이냐?'

지혁은 눈 앞에 펼쳐진 아침식사에 할 말을 잃었다.
거의 까맣게 탄 식빵 2조각에 커피 한잔... 그리고 형태를 알수 없는 미지
의 후라이...

'난 북어국 끓일줄 몰라...'

하... 지혁은 두 눈을 감았다 떴다.

'너 말야, 도대체 무슨 똥배짱이야? 가정부 일도 싫다?
그렇다고 내 침대 따뜻히 데워주기도 싫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엉?'

지혁은 그녀에게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수현은
눈 꿈쩍 안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할머니가 그러셨어.
술 마신 다음날에 북어국 끓여주는 건 오늘도 술 마시고 오라는 얘기라
고...
그런 바보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어. 속이 아파야 다음에 또 술
을 마시지 않지... 우리집은 북어국이란 단어 없단 말야.'

뻔뻔한 그녀의 눈빛... 지혁은 두 눈을 꼭 감았다. 신이여... 절 굽어 살
피소서...
이 악녀에게서 나를 살려 주소서...

'너... 너...'

'그리고, 서지혁씨... 뭔가 오해하는가 본데, 나 당신 가정부 아냐. 알았
어?'

지혁은 두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뭔가 결연한 그녀의 표정...

'무슨 뜻이지?'

'어제 당신이 나를 화나게만 안했으면 되는 일이였어. 왜 나를 화나게 하
는거지?
나도 지긋지긋한 이런 일 3년씩이나 할 생각 없단 말야. 차라리 6개월 두
눈 질끈 감는게 낫지.'

그녀의 그런 말에 흥분해야 옳을진데, 무엇 때문에 지혁은 화가 나는지 모
르겠다. 괜시리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결심한거야?'

그의 말에 수현은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덖였다.

'당신 제안 어제 받아들였쟎아. 그대로야. 대신 부탁이 있어. 어제같은
그런 말 절대 내게 하지마. 나도 나 성질 나쁜거 충분히 알아. 괜히 화나게 하지
말라구.'

지혁은 아무말도 안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알았어. 시정하지.'

지혁은 식탁에 앉아 그녀가 만든 숯덩이 같은 빵에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는 식사를 끝내고 식탁에서 일어나자, 수현은 식탁의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
다.
싱크대로 몸을 돌리자 강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강인한 그
의 팔....
철썩.... 차가운 물이 지혁의 얼굴을 때렸다.

'뭐하는 짓이야? 너 분명히 승낙했쟎아.'

지혁은 화를 내며 그녀를 돌려 세웠다.
수현은 빙긋 웃으며 창문을 바라보며 눈짓했다.

'아직 아침이야. 분명히 밤만이라고 했쟎아. 안그래?
아침하고, 낮은 조건이 아니야.'

젠장... 미꾸라지 같이 피하기는....

'좋아. 오늘 저녁 또 다시 어제처럼 굴면 모두 없던 일로 하겠어. 알았
어?'

그의 말에 수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나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내 사랑 악녀 17


'뭐라고?'

성욱은 할말을 잃고 자신의 앞에 편안히 앉아있는 수현을 쳐다보았다.
마치 괴물을 보듯이...

'그러니까, 그냥 눈감고 실험해보기로 했다구?
빚 갚는 조건으로 그냥 눈을 감기로 했다구? 너 제정신이야?'

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성욱을 쳐다보았다.

'너 미쳤어. 딴 것도 아니고 우현의 빚 때문에 네 몸을 판다는 건...'

'몸을 판다는거 아냐?'

'그럼? 그게 그 뜻이 아님 뭐야?'

좀처럼 소리 질러본적이 없는 성욱이 고함을 쳤다. 화가 나긴 났나보다.

'미친 놈... 내가 그 자식 만나야 겠어.
너를 원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될일을... 그리고 지금의 위치라면
너에게 꿇일일도 없쟎아. 정정당당하게 할것이지... 만나겠어.'

'선배... 끼어 들지마. 제발..'

'그럼 이게 팔짱끼고 지켜봐야 할 일이란 말야? 너... 너...'

'나... 아직 그를 원해. 아까도 얘기했쟎아. 아직 혼란스럽다구... 그리
고...
그를 원한다구... 아직도 모르겠어... 그를 원해...'

성욱은 할 말을 잃고 수현을 쳐다보았다. 미친 것이 틀림없다.
자신이 알던 수현은 절대 이렇게 행동할 여자가 아니였다.

'할머니 뵈야겠다. 지금 상황...'

'죽을줄 알아. 입이라도 열면... 그땐 가만 안둘거야.'

'수현아...'

'할머니가 그를 받아줄 것 같아?
사장이 됐다고 그를 받아줄 할머니였음 4년전에 그렇게 반대하지 않았을거
야. 그가 고아라서 절대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 할머니야. 나도 머리 아파.
아무 생각 안하고 그냥 흘러가는 데로 맡기고 싶다구. 잠시 6개월만이라
도 말야... 알았어?'

수현은 슬픈 표정으로 성욱을 쳐다보았다. 젠장할 지혁...
성욱은 속으로 끙하며 고개를 쇼파에 대고 젖혔다.

'우현이 이 자식을...'

'큭...'

성욱이 이를 갈며 우현의 이름을 들먹이자, 수현은 픽 웃었다.

'너무 그러지마. 안그래도 우현이 나 때문에 지옥에 갔다왔는데...'

'어리석은 놈...'

성욱은 한숨을 내쉬며 수현을 바라보았다.

'괜챦겠어? 너...'

'괜챦아. 선배... 그리고... 4년전에 벌어졌을 일이였어.
그게 이제야 벌어지는 것 뿐... 어차피 요즘은 순결이 중요한 것 아니쟎
아.'

수현은 쇼파에 몸을 기대며 두 눈을 감았다.

'모르겠다. 알아서 행동해... 하긴, 내가 뭐라고 한들 네가 내 말을 듣기
나 하냐?'

성욱은 한숨을 쉬며 사장실을 나왔다.
고집이 강한 그녀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리요? 단지 상처를 받지 않았
으면....


내 사랑 악녀 18


성욱이 나가자 수현은 응접쇼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옮겼다. 쌓
인 결재서류들...
수현은 책상에 앉아서 결재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처음 아버
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패밀리 레스토랑... 4년전만 해도 불투명 했었는데, 지금
은 연일 매출액이 갱신에 갱신을 이루고 있었다. 서울에만 3군데의 분점을 낼 정도로 성
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분점을 내면... 수현은 아쉽게도 더 이상의 분점은 포기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맛을 맞춰났지만, 더 늘어난다면... 이도 저도 아닌
색깔이 나리라...
수현은 한숨을 쉬며 서류를 살펴보며, 기획안들을 따지기 시작했다.

'삑...'

비서의 호출...

'네... 뭐죠?'

'이우현씨가 왔는데요... '

'들여보내세요.'

후... 왠일일까? 요즘 너무 자주 우현이 자신의 사무실에 들른다.
양심에 찔리기는 한건가?
수현은 우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180CM의 키에 쌍커풀없이 커다란 눈...
수현과는 다르게 선한 얼굴을 가지면서도 절대 그 속을 내비치지 않는 우현
이었다.
단지 수현 앞에서만 어리광을 피우는 동생이었다. (단 한달차이인데도...
수현을 마치 새엄마 따르듯 따르른 그였다)

'또 왠일이냐?'

반갑지 않다는 듯한 그녀의 말에 우현은 한숨을 깊이 내쉬더니 쇼파에 가
서 앉았다.

'마녀 죽여버리고 싶어... 으윽.. 완전히 지옥이야...'

머리를 뜯어며 자학하는 우현... 쯧쯧 또 할머니한테 한방 먹었구만...

'뭣 때문에 그러는데?'

'그게...'

우현은 입을 열려다가 수현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가재는 게편이라던
가?
조심해야 할 인물임을 우현은 깨달았다는 듯 입을 꼬옥 다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냐. 매일 그렇지 뭐... 아참, 너는 잘 있었냐? 사랑 전선은
오케이구?'

수현은 우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별 싱거운 소리... 너 그거 알아볼려구 왔니?'

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뭔가 문제가 있는 눈빛... 뭔가 켕기는 일이 있는
듯...

'이 우현... 너 빨리 털어놔봐... 응... 어서....'

수현은 낮게 협박하듯 말을 하며 우현을 쳐다보았다.

'아무일도 아냐. 마녀하고 아침에 또 한바탕 해서 그래.
아참, 너 성욱이 형하고 무슨일 있었니? 나를 보더니 죽여버릴 듯 노려보더
니 인사도 안하고 가더라. 성욱이 형 눈빛이 그렇게 무서운거 처음이었어. 또 한바
탕 깬거야?'

넌 죽지 않은게 다행이야. 성욱 선배가 평상시에는 굉장한 천사표지만...
한번 물고 늘어지면 불독이란거 모르지? 다행으로 여겨라 동생아...
그냥 널 노려보았다는 것으로...
수현은 속으로 얘기하면서 겉으로는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 뭔 일인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오늘도 회사에 안가냐?'

'하하.. 마녀가 한달간 회사에 나온다고 하더라.... 피하는게 낫지...'

'뭐?'

수현의 날카로운 반문에 우현은 아차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수현은 우현을 노려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뭣 때문에? 무슨 일이야?'

이럴때는 침착해야 살아남을수 있다. 절대 침착... 아무일 없다는 듯 행동
해야...
그래야 살아남을수 있다.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아직 나는 젊기에...
어떻게든 무슨 거짓말을 해서...든.... 하지만, 수현이 노려보는 눈길에 우
현은 속으로 다짐하던 모든 말들을 잊어버렸다. 날카로운 그녀의 눈빛... 오... 신이
여... 신이여...

'무슨 일이지?'

여기 오는게 아니였다. 아무리 갈곳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기 오면 안되는
건데... 여기는...

'이 우현...'

'주식 팔아먹은거 마녀가 알았어. 젠장...'

우현의 말에 수현은 한쪽 눈썹을 치켜떳다. 뭐... 주식을 팔아먹은 것을
알면 할머니가 펄쩍 뛰리라는 것을 알겠지만.... 회사까지 갔다는 것은... 뭔가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응?'

수현은 모른 척 눈을 돌리는 우현의 뺨을 꼬집어 자신과 바라보게 했다.

'겨우 그정도로 할머니가 회사로 행차하시지는 않을텐데...
너 나를 지금 바보로 아는거야?'

우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차피 터질 일이리라....

'그게... 회사돈을 잠시 조금 빌렸었거든... 재수없게 마녀에게 걸릴 줄이
야... 아악... 악...'

우현은 두 눈에서 별빛이 보이자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얼굴을 떼어냈다.
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우현은 두 손으로 그녀가 잡았던 볼을 강하게 비
비기 시작했다.

'아파.. 흑... 넘 아파...'

'얼마였어?'

우현은 두 볼을 비비며 수현을 쳐다보았다. 주인을 쳐다보는 강아지같은
눈빛으로...

'얼마야?'

'얼마안돼... 2천만원밖에... 금방 채워놓으려고 했단 말야. 재수없게 그
날따라 마녀가 회계부장을 부를줄이야... 잘라버리고 말거야. 장부장...'

퍽....
수현의 오른손이 우현의 뒷통수를 그대로 쳤다. 으윽... 갑작스런 충격에
우현은 뒤통수를 잡고 충격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말로해... 넌 어떻게 되서 말로는 하지도 못하냐?'

'너.... 지금... 뭐? 할머니한테 걸려서? 얼마를 공금횡령했다구?'

수현은 우현을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할머니가 지금 어떤 이유들을
찾는지...
정말 우현은 아무 생각없이 일을 저지른다.
할머니가 신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도... 주식을 팔아치운 것 하
며, 회사 돈에는 절대로 손을 못대게 하는 가문의 철칙을 어겨서 공금횡령까지... 수현은
두 눈을 감았다. 아버지... 언제까지 제가 이 동생의 방패가 되주어야 합
니까? 아버지...

수현은 한숨을 내쉬고 우현을 쳐다보았다. 우현이 포커페이스로 수현을 쳐
다보았다. 무슨일로 저런 표정없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지?

'지혁이 형하고는 어떻게 지내?'

우현은 다 안다는 표정으로 수현을 쳐다보았다. 모든걸 이해한다는 표정으
로...

'무슨 소리야?'

우현은 고개를 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잘 잡아. 너 나 때문에 뭘 포기했는지 알아.
이젠 네가 잡아. 그 사람 널 사랑하쟎아. 너도 그렇고... 네가 행복하길
바래... 네가 가족이라는 사슬에 붙잡혀 있는게 너무 싫어. 다 내 탓 같구 말야. 정말이지,
할머니가 뭐라 그러든 너 하고싶은데로 해. 나 때문에 네가 짐을 지지는 말라구.'

'퍽...'

우현은 이번엔 복부를 움켜쥐었다. 젠장..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셀수
가 있냐?

'미친 소리 그만하고 어서 회사에나 가. 그리고 명복을 빈다. 하필이면
할머니한테 걸리다니. 몸 조심해... 알았어?'

우현은 수현의 사무실을 벗어나면서 고개를 돌려 수현을 쳐다보았다. 배다
른 혈육...
그녀가 가져야 할 것들을 자신 때문에 하나 누리지 못한 옆집누나....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감쌀려고 노력하는 그녀... 우현은 속으로 자기자신에 대해 욕을 하며 빠져
나왔다.
수현의 사무실을 지나쳐 복도로 나가자 성욱이 벽에 기댄채 자신을 기다리
고 있었다.

'포커페이스 이우현이 20억을 잃다?'

빈정대는 그의 음성... 우현은 모른척 하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성욱은 그
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일 벌이는지 모르겠지만... 수현이 더 이상 힘들게 하
지마. 알았어?'

부드러운 느낌의 목소리에 협박이 들어가자, 아이러니하게도 약간의 겁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우현은 아무런 표정없이 그를 지나쳤다. 우현이 아
무말도 하지않고 성욱의 곁을 지나치자 성욱은 오른손으로 우현의 왼손을 잡고 그를 제지시
켰다.

'수현이 너 때문에 더 힘들어 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젠장.. 형이 걱정 안해도 아는 사항이야. 내가 하는 일 갖고 감놔라 대추
놔라 하지마.
그리고, 형 역시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수현이와 지혁형 사이에 말
야.
물론 할머니한테 알리지도 않겠지? 형은 수현이가 행복하길 바랄테니
까....
그리고 난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해.'

우현은 그 한마디로 성욱의 손을 떼어내고는 복도를 벗어났다.
젠장할 놈... 맘에 정말 안든다. 포커 페이스... 수현에게는 어떻게 행동
할지 모르나,
그 외의 모든 사람에게는 포커 페이스... 그래서인지 알게 모르게 겁이 날
정도 였다.
어쩜 발톱을 감추고 있는 호랑이 일지도... 성욱은 속으로 우현에게 실컷
욕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내 사랑 악녀 19


'탈칵...'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마치 자신의 깊숙히 가두어 놓은 욕망이 그 자물쇠
를 열고 나오는 소리같았다. 수현은 긴 숨을 쉬며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에 들어갔
다.
은은한 불빛이 거실에서 비쳤다. 수현은 신발을 벗고 거실로 걸음을 옮겼
다.
지혁이 수현을 등지고 베란다를 통해 서울 야경을 보고있었다. 강인한 어
깨...
그의 어깨를 보자 수현은 입이 바짝 말라오고 있었다.
짜랑... 수현은 거실의 다이위에 열쇠를 내려놓자, 지혁은 몸을 돌려 들어
온수현을 쳐다보았다.
짙은 두 눈썹과... 쌍커풀이 강하게 그려진 두 눈... 속눈썹이 짙어 영화
에 나오는외국 배우같은 용모... 지혁은 수현에게로 다가갔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탁한 그의 목소리... 수현은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과연 그에
게 모든걸 다 허락할수 있을까? 아니.. 그의 사랑을 받을수 있을까?
수현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시선을 피하자 지혁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턱을
쥐었다.

'날 봐... 후회하는 거니? 후회하는 거라면...'

그의 쉰 목소리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후회하지 않아. 얼마나 원해왔던 시간인데... 신께 얼마나 기도드린 시간
인데...
수현은 고개를 저은 후 지혁을 쳐다보았다. 깊은 눈 속에 이글거리는 욕망
이 보였다. 지혁은 그녀의 턱을 잡은 손중에서 엄지 손가락으로 수현의 아랫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수현은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혀
로 침을 뭍혔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지혁은 손을 치우고 자신의 입술로 그녀
의 입술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부드러움... 부드러움...
지혁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빼앗기 시작했다. 수현
은 그의 열정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을 감싸며 그의 몸에 자신의 몸을 기댔다.
지혁의 혀가 수현의 혀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수현
은 자신의 혀를 그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혁은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안고 자
신의 품으로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하아... 드디어 기나긴 지혁이 입술에 떼자 수현은 그동안 참았던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할때 지혁의 혀가 수현의 목에 닿았다. 헉...
부드러우면서도 뜨거운 혀가 수현의 목을 간질이자, 수현은 두 눈을 감고
그가 주는 감촉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혁은 두 눈을 감고 그의 목에 손을 감은체 자
신에게 모든걸 맡기는 수현을 보자, 몸을 세우며 그녀를 안아들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쉰 목소리로 입을 연 지혁은 수현을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길고 검은 머
리가 베게에 흩어졌다. 조그맣고 흰 얼굴의 1/4정도가 되보이는 커다란 두 눈
을 감고 수현은 긴장해있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긴장으로 약간씩 떨리고 있었
다.
지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잠시 자신이 치한이 된 듯 했다.

'눈 떠... 나를 보라구... 수현이 너도 원하쟎아.... 눈을 떠... 아무것도
너를 아프게 하지 않아...'

그의 낮은 목소리에 수현은 안떠지려 하는 눈을 간신히 떴다. 지혁의 두
눈이 그녀를 부드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수현이 눈을 뜨고 그의 눈을 마주보자
지혁은 멋진 입가에 미소를 짓고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얼마나 바랬는지 몰라... 너하고... 이렇게 되길... 한번도 잊어본적 없
어...'

수현은 오른손을 들어 강인해 보이는 그의 턱을 쓰다듬었다. 거친 수염의
느낌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느낌마저 수현에게는 행복이었다.

'과거 잊어버려요. 오빠... 내가 실수했던 그 과거.. 잊어줘요..
아니, 잊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순간 만큼은... 잊어줘요... 부탁이에
요...'

수현은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지혁에게 부탁을 했다. 그녀의 부탁에 지혁
은 몸이 굳어지려 했지만, 그녀에 눈에 어린 눈물을 보자 마음속 깊이 받은 상처가
마치 봄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지혁은 그녀의 두 눈에 가볍게 입을 맞추
었다.

'지금 이순간은... 아무것도 문제되지 않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지혁은 수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수현은 두 눈을 감고 그의 입
술을 받아들였다. 지혁은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며 그녀의 몸을 샅샅
히 애무했다. 부드럽고 자신에게 딱 맞는 나긋한 그녀의 몸매... 지혁은 이성을
잃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여신에게 자신의 모든 이성을 빼앗길것 같았다.
그리고... 지혁은 그의 여신에게 모든 이성을 빼앗기고 철저하게 본능이 이
끄는 데로 수현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수현의 몸에서 한올의
실도 남지 않았다. 새하얀 우윳빛 피부에 분홍 유두...
지혁은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핥기 시작했다. 그녀만의 달콤함... 지혁
은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그녀를 가지지 않고는 더이상 참아낼수가 없었다. 지혁
은 급한 몸짓으로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그녀의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급하게 그녀의 안으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악....

수현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밀어냈다. 갑작스런 통증...
수현의 반항에도 지혁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잡고는
그대로 그녀의 모든것을 소유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것을 소유할때... 느껴
진 하나의 막... 지혁은 그녀가 처음인걸 알았지만... 멈출수가 없었다. 이미 리듬
을 탄 그는 수현 역시 자신과 같이 움직이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안.. 미안...'

지혁은 부드럽게 수현을 감싸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두 눈에 키스를
했다.
그녀가 아파하며 몸을 비틀을 때마다 부드럽게 애무하며 그녀에게 환희를
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의 노력에 수현도 지혁과 같이 절정에 이루게 되었다.



내 사랑 악녀 20


음...
수현은 부드러운 커피향을 느끼며 두 눈을 떳다. 자신의 머리맡에 지혁이
커피잔을 든 상태로 수현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어났어?'

'음...'

수현은 기지개를 피려고 몸을 뒤로 젖히자 온 몸이 약간씩 쑤셔왔다.
아.... 자신도 모르게 신음같은 소리를 내자 지혁은 커피잔을 탁자에 내려
놓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수현을 쳐다보았다.

'괜챦아?'

'응... 괜챦아요. 몸이 약간 아퍼..'

그녀의 말에 지혁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처음한 다음날에는 몸이 많이 아프다더라. 어제... 넘 아프게 했지?'

그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눈을 피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녀의 그런 행동에 지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무지 사랑스럽다는 듯 강
하게 그녀를 안았다. 조그마한 그녀의 몸이 지혁의 가슴에 쏙 들어왔다.

'아침 먹어야지... 어서 일어나...'

지혁은 침대에서 일어나서 수현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수현은 그에게 커피
를 받아들었다. 부드러운 헤이즐넛 향....

'기억하고 있어요?'

'뭘? 아.. 너 헤이즐넛 커피 좋아한거? 글쎄.... 왠지 그 일 후 널 미워한
다고 하면서도 커피는 나도 모르게 헤이즐넛 커피를 찾는 나를 알게 되었어. 그래
서 너를 더욱 증오했었지. 날 너란 알지못하는 끈으로 묶어놓은걸 말야.'

지혁은 헛 웃음을 지으며 방에서 나가려고 하자, 수현은 침대에서 일어났
다.

'오빠... 난... 그때....'

'됐어. 이미 지난일이야. 과거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너랑 다시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첫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야.
너를 여기서 놓아주기는 싫어. 그냥... 과거는 뭍어버리자..'

지혁은 낮게 얘기하며 식당으로 걸어갔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수현은 나에게 순결을 주었으니... 그래.... 과거는 과거일뿐.... 지혁은
스스로 이렇게 얘기하며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뒤에서 자신을 안는 수현
이 느껴졌다.

'고마워요. 나 이제 오빠 안떠날께요. 정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오빠를 떠나지 않을께요... 오빠를 지킬꺼에요... 나를 지킬꺼에
요...'

수현은 그의 등에 얼굴을 대고 눈물을 흘렸다. 따스한 눈물이 그녀의 볼에
서 지혁의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사랑 악녀 21


쾅....
뭔가를 집어던지는 소리가 서재를 가득 메었다.

'이게 무슨 사진인가? 이걸 내게 믿으라고 내놓는 겐가?'

한 노부인이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따지고 있었다. 그 남자의 발밑
에는 벼루같은것이 깨진체 떨어져 있었다. 남자는 아무말도 안하고 노부인을 똑
바로 쳐다보았다.

'지금 수현이가 그 고아 놈하고 붙어있다? 그말인가?'

노부인의 말에도 남자는 아무말도 안하고 그녀를 꼿꼿이 쳐다보았다.

'그 고아 놈하고 붙어있냐고 그말일세? 자네 벙어리라도 되었는가?
어서 얘기하게...'

불호령같은 소리에 드디어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예... 같이 산지 10일이 넘었습니다.'

'10일이라구? 그럼...'

노부인은 주먹을 움켜쥐고 화를 참으려고 노력했다. 감히.. 고아놈 주제
에...
고얀 놈... 고얀 놈...

'어떻게 수현이 그렇게 될때까지 내게 아무런 말을 안할 수가 있지?
왜 이제야 내게 알리는 건가? 그 이유가 뭔가?'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근시일내에... 아가씨의 소
재가 몇 군데에 노출이 된 듯 싶습니다.'

노부인은 남자를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당장 데려오게... 수현이 머리채를 당겨서라도 당장 끌고오게... 이 사실
절대 소문이 되면 안되네... 소문이 나기 전에 어서 끌고 오게...'

노부인은 살기 어린 목소리로 남자에게 명령하고는 몸을 돌려 서재를 나갔
다.
그래서 제 에미보고 한남동으로 오라고 한거였어. 그래서... 고얀것....
어디.. 이젠 네 방종도 이것으로 끝이야. 하나뿐인 손녀라 이뻐하고 이뻐
했건만...
감히... 네가 내게...


'맙소사...'

지혁은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수가 없었다.
정체를 알수 없는 요리들... 지혁은 수현을 쳐다보자 수현은 자랑스러운 듯
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이게 뭐야?'

그의 질문에 당당했던 그녀의 얼굴이 약간 찌그러 졌다. 하지만, 당당하게
수현은 입을 열었다.

'오무라이스...'

오무라이스... 이 알수없는 것들이... 오무라이스란 말인가... 쌀이라곤 찾
을수 없고, 또 까만 오무라이스라니...

'어서 먹어봐.. 생긴건 이래도 맛이 얼마나 좋은데...'

그녀의 재촉에 지혁은 등에 진땀이 나려고 했다. 세상에나 이런 음식
을....
지혁은 수현에게 되도록이면 식사를 부탁하려 하지 않았다. 라면을 끓여도
그녀만의 독특한 맛에 라면조차도 자신이 직접 끓였다. 하지만, 아침에 일
어나 보니 벌써 문제가 생겼다. 새벽부터 아침을 준비한 것이다. 아침을...

'어서... 응?'

지혁은 움직이지 않는 손을 간신히 들어 숟갈의 1/4만을 두 눈을 감고 자신
의 입으로 가지고 갔다.

'잠깐...'

수현이 갑자기 그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오오... 수현아 네가 나를 살릴려
구...

'그것같고 맛을 알수 있겠어? 남자가 먹을려면 이렇게 푸욱.. 푸고...'

지혁은 수현의 손 놀림에 두 눈을 완전히 질끈 감았다. 신이여.. 신이
여...
그의 입에 느껴지는 음식 맛이라고는... 소금... 소금...
우웩...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싱크대에 가서 오바이트를 했다.

'이씨.. 남자가 비유가 약해서는...'

수현은 지혁을 노려보며 뚱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이게... 비유가 약해서냐? 너 한번 먹어봐...'

지혁이 수현을 노려보며 얘기하자 수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작품을
과감하게 싱크대에 버리기 시작했다.

'야.. 너 먹으라니까...'

지혁이 소리지르자 수현은 그를 보며 혀를 내밀었다.

'오빠... 맛없다며... 그걸 내가 왜 먹냐? 내가 바본줄 알아?'

하... 그녀의 말에 지혁은 할 말을 잊었다.
안하무인 그녀.... 수현에게 할말을 잊었다. 수현은 그런 그의 옆으로 오더
니 그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지혁이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키스에
답을 하려하지 수현은 입술을 떼고 지혁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오빠가 라면 끓여주라. 오빠가 끓인 라면이 젤 맛있어. 알았지?'

수현은 그 한마다로 방으로 들어갔다. 지혁은 그녀의 행동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앞치마를 둘러 썼다.


내 사랑 악녀 22


지혁의 가슴에 안겨있을땐 정말 너무도 편안하다. 수현은 지혁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미소를 지었다. 미래가 어떻게 되던지 상관없다. 지혁의 곁
에 머물수만 있다면... 내일은 생각하지 않겠어.
수현이 지혁의 가슴에서 꼬물꼬물 움직이자 지혁은 수현을 강하게 안고
가만히 있게 하였다. 하지만, 수현은 계속 손가락으로 지혁의 몸을 조금씩
간지럽히며 계속 그를 고문했다.

'수현아... 제발...'

지혁의 목소리가 탁했다. 수현은 고개를 들어 지혁을 쳐다보았다.
깊은 검은 두눈이 욕망에 번들거렸다.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그랬지? 이제부터 내가 요릴 안하면 오늘은 내 맘대로라구 말야...'

윽... 지혁은 두 눈을 감았다. 그저, 살고 싶어 한말이었는데, 이렇게 고
문을 할줄이야... 탄 오무라이스 이후로 정체모를 음식이 시간마다 그를 괴롭혔
다.
하지만, 지혁은 입가에 스미는 미소를 지울수가 없었다.
수현의 손가락이 지혁의 가슴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지혁의 가슴이
움찔거리며 움직이자 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이상해... 어떻게 이렇게 움직일수가 있지? 난 안움직이는데...'

수현은 얼굴을 가슴에 가까이대고 손가락으로 그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지혁은 참느라고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윽.. 제발....
수현은 그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앗차, 회사... 지금 몇시지? 헉... 11시... 성욱선배한테 죽었다...'

수현은 욕망의 늪에 빠져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지혁을 놔두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으로 걸음을 움직였다. 갑작스런 그녀의 움직임에 지혁은 멍한 표정으
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런... 이대로 일어서서는 안된다구...

'뭐야? 이수현... 너....'

'아차... 미안 오빠... 오늘 결재해야 할 서류가 있어서리... 나머지는 이
따 하자구..'

지혁은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천국까지 올려놓고 한순간에 지옥이라니... 안돼... 이대로 지옥에 떨어질
수는 없다구.,.. 지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으려는 수현을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너...'

수현은 자신의 위에 자리잡은 지혁을 보며 싱긋 웃더니 그의 얼굴을 잡고
깊은 키스를 했다. 달콤함... 4년동안 상상했던 것보다 달콤한... 세상에 제일
달콤한...

'오빠... 지금 낮이란 말야. 난 동물이 아니라구. 이성이 있는 문명인!!!
지금 회사 가지 않으면 안돼... 아참, 오빠는 일 안해? 빨리 일어나...
응... 으응~'

수현은 순진한 표정으로 지혁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렸다. 순진한 그러
면서 두 눈을 크게 뜨고 그에게 어서 일하러 가자고 조르고 있었다. 젠장...
귀신에 홀린듯 지혁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혁이 일어나자 수현은 그의
목에 손을 감고 그에게 업혔다.

'너 뭐야? 이수현.. 당장 안놔...'

'으응.. 싫어. 오빠가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까, 조기 옷장앞으로 빨리 갔
다놔.'

지혁은 두 눈을 감았다. 안하무인 이수현... 너... 저녁에 보자구...
지혁은 끙 소리를 내며 수현을 안고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

'어서 옷장 문 열어..'

'야.. 어서 안내려...'

'후...'

수현의 입김이 지혁의 귀에 느껴졌다. 지혁은 힘이 빠지려고 했다.

'내가 시키는 데로 하는거 아냐? 어서 옷장 문을 여시지요...'

지혁은 속으로 꿍시렁꿍시렁 거리면서 옷장문을 열었다.

'어떤 옷 입을까? 오빠가 결정해.'

지혁은 그녀를 등에서 내려 놓는 것을 포기하고 옷장을 살펴보았다.
한결같은 정장들... 지혁은 거기에서 검은 투피스정장을 꺼냈다.
도도하고... 차갑고... 커리어 우먼같은 수현... 다른사람이 모두 수현을
그렇게 보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떼쟁이에, 안하무인.. 그리고.. 굉장히 섹시한
수현은 나만의 모습이라구....
지혁이 옷을 꺼내자 수현은 옷을 낚아채고는 지혁의 등에서 내렸다.

'좋았어. 딱 내 맘에 맞다니까... 그럼... 난 오빠 옷 골라볼까?'

수현은 됐다고 하는 지혁을 제쳐놓고 그의 옷장을 활기차게 열고는 주의깊
게 그의 옷을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고급브랜드... 수현은 지혁이 자신에게
골라 준것과 같이 검은 정장으로 골랐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커플 룩 같지 않아?'

그녀의 앳된 표정에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얼마만에 찾아보는 웃
음인가..
수현과 지혁은 서로 옷을 챙겨 입히면서 장난치기 바빴다. 옷 입는 것만으
로도 장장 1시간... 12시가 되자 수현은 점심 먹고 출근하겠다며 지혁에게 점심
을 요청했고, 지혁은 기꺼운 마음에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수현 아가씨 어디 계시죠?'

성욱은 자신의 앞에 자리잡은 남자를 보며 화가 나려고 했다. 자신을 내려
다 보는 눈빛하고는... 정말 정나미 떨어지는 사람이라니까...

'글쎄요. 사장님께서는 아직 출근 하지 않으셨습니다.'

성욱의 대답에 박비서는 인상을 찌뿌렸다.

'제가 말을 해볼까요? 서지혁씨의 아파트에서 아직 출근하지 않으신 거겠
죠?'

젠장... 성욱은 속으로 18을 되새기며 박비서를 노려보았다.

'글쎄요. 사장님 사생활은 제 영역밖의 일이라...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
군요.'

박비서는 성욱을 보며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생각했다. 하긴 수현의 곁에
있는 사람중에 만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과연 만만한 사람이 수현의 곁에
서 남아날수나 있을까?

'성북동 사모님께서 수현 아가씨를 찾으십니다.'

성욱은 두 눈을 감았다.
그 마귀할멈이 무슨 일을 저질르려고 수현을 찾는단 말인가?
다시 사랑을 찾은지 얼마되지 않은 수현인데... 또 무슨 일을 저질르려
고...
박비서는 그런 성욱의 앞에 사진 한장을 내밀었다. 성욱은 그가 내민 사진
을 보았다. 사진에는 행복하게 웃는 수현과 지혁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
얼마만에 보는 수현의 웃음인가...

'사진기자가 이 사진을 저희에게 넘기더군요. 잘못했다간, 신문에 기사화
될뻔 했습니다.'

성욱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래서요? 두 사람 다 성인 인데... 무슨 문제 있습니까?'

박비서는 더이상 얘기해봤자 답이 안나올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냥 여기서
철수하는게 나을것 같았다. 박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성욱은 한숨을 쉬
었다.
다행히 오늘따라 수현이 늦게 출근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박비서가 사무실에서 나가자 성욱은 길게 한숨을 쉬며 수현의 핸드폰에 전
화를 했다.

'예.. 이수현 입니다.'

'어디야?'

'어? 성욱선배... 응... 나 지금 회사 가는 중이야.'

'됐어. 오지마... 다른데서 만나자. 알았지? 회사에는 절대루 오지마.
내가 갈테니까. 알았지?'

성욱은 강하게 얘기한 후 더이상의 수현의 말은 듣지 않은 채 만날 장소를
얘기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 사랑 악녀 23


수현은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할머니...
그녀에 대한 할머니의 집착... 자신에 대한 집착에 너무도 힘겨웠다. 비
단, 자신뿐만이 아니라 우현이 역시...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또다시 지혁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를 보내고 또다시 암흑속에서 있는 것은... 죽어도 그것만은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
아.
수현은 커피숍에 차를 세우고 성욱을 보러 들어갔다. 성욱은 자리잡고 앉
아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선배 고생했겠어....'

그녀의 말에 성욱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한두번 당하냐. 뭐.. 큰일도 아니였는데... 그나저나 너 어떻게 할
거야?
박비서의 협박으로 봐서는...'

그의 말에 수현은 두 눈을 내리 깔고 생각에 잠겼다.
향긋한 커피향이 수현의 생각을 돌려놓았다. 헤이즐넛... 깊고 풍부한 달
콤한 향...
수현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성욱을 쳐다보았다.

'선배, 악녀에 대해 알아?'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성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무슨소리야?'

'내 별명이 악녀인거는 알지?'

그녀의 질문에 성욱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덖였다.
그의 대답에 수현은 성욱을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악녀는 말야.. 절대 뒤돌아 보지도 옆을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하나만
을 봐.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서 어떤 상처를 받아도 모르지... 다들 뭐라고 욕을
해도 그저 앞만을 바라봐.'

수현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성욱을 보며 긴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수현은 다시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나는 진짜 악녀가 될거야. 앞만을 바라보고 갈거야. 뒤도 옆
도 안보고...
단지 앞만을... 내가 4년 전에 바보같이 그를 포기했어. 이젠 포기할 수
가 없어 선배...'

수현의 고백에 성욱은 할말을 잃었다. 아직까지 진행형이었던건가...
4년이라는 세월동안... 그저 죄책감이 아닌 진행형이었던가....

'난 불꽃같은 사랑 하고 싶었어. 내 모든 것 태우고 태워 재조차도 남지
않게...
그렇게 불꽃같이 사그러지는 순간 흔적조차 남지 않게... 그런 사랑 하고
싶었어.
그리고 그 촉매제는 언제나... 언제나... 지혁씨였고... 난 이제 모든걸 태
울거야. 선배...
추호도 남김없이 다 태워버릴거야. 재하나 남김없이.... 그럴거야.'

그녀의 말에 성욱은 할 말을 잃었다. 외사랑... 외사랑은 얼마나 힘든것인
가...
4년동안 바라본 그녀는 자신을 선배로밖에 보지 않았다. 안다. 지혁과 수
현이 얼마나 사랑을 했는지...
그래... 결국 나는 너를 놓아주는 수밖에...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수밖
에...
내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사랑이니... 네가 행복하길... 그러길...

'지혁과 같이 한국을 떠나. 네 할머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

성욱은 쓰게 내뱉었다. 과연 수현이 없는 곳에서 있을수 있을까? 4년동
안 자신을 머물게 했던 수현을 떠나게 하고 여기에 있을수 있을까?
그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성욱을 쳐다보았다.

'내 불꽃은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난... 여기서 한발짝 물러서
면...
다시 그를 찾을 명목이 없어져. 난 내 모든 것 태운다고 했어. 그리고 태
울거고... 당당히 받아들일거야. 그리고 두 번다시 그를 놓치진 않을거야.'

수현은 커피를 내려놓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성욱을 쳐다보았다.
이런 눈빛의 수현에게는 어떤 말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그저 옆에서
지켜볼뿐...
차라리 한국을 떠나는 것이 나을텐데....

'내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쟎아. 선배하고 우현이... 이젠 이겨낼수 있
어.
아니... 이겨내고야 말거야.'

수현은 가볍게 얘기한 후 커피숍에서 일어났다.

'어서 가야지. 일 많이 밀려있지?'

수현의 걱정없는 모습에 성욱은 안도감을 느꼈다. 수현은 이겨낼 것이다.
어떤 어려움에도 여지껏 버텨왔던 그녀였는데...


내 사랑 악녀 24


'감히 거절을 해?'

한여사(수현의 할머니)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박비서를 보내서 데려오라
고 했더니,
수현이 경비를 이용해 박비서를 사무실에서 내쫒았다고 했다. 하... 감
히...
여지껏 자신의 말에 반항이라곤 해본적이 없던 수현이... 더러운 핏줄...
그 혈족도 알 수 없는 놈과 살겠다구? 절대 허락 못한다. 내 눈에 흙이
들어온다 할지라도...

'내가 뭐라 했던가? 어떻게든 끌고 오라고 했지 않나.'

서릿발 같은 한여사의 말에 박비서는 움찔했다. 완고하고 독선적인 한여사
의 명령을 이루지 못했으니 그녀의 채근이 얼마나 클지... 하지만, 수현 역시 그런 한
여사에 만만치 않았다. 누가 그 핏줄이 아니랄까봐... 지금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
과 똑같은 눈빛으로 박비서를 노려보더니 간단하게 경비를 불러서 자신을 내쫒은 그녀
였다.
한여사는 납치를 해서라도 데려오라지만...

'면목없습니다.'

'내 두 눈에 흙이 들어와도 그 놈은 안돼. 절대로..'

한여사는 낮게 얘기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주먹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한여사는 고개를 들어 박비서를 쳐다보았다.

'어떤 짓을 해도 좋으니 당장 내 눈앞으로 끌고 오게. 알겠나? 두 번의 실
패는 용서할수 없네.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나?'

한여사는 낮게 얘기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박비서는 이마에 솟구
치는 땀을 닦아냈다. 젠장... 마녀할멈 같으니... 아무리 제 손녀라구 해
도...
박비서는 한여사를 속으로 욕하며 자리를 떴다.





'어머님... 차라도 낼까요?'

'됐다.'

한여사는 서릿발같은 목소리로 얘기한 후 자신의 며느리를 쳐다보았다. 단
아한 모습...
벌써 새아기가 오십이 넘었던가? 어느새 주름이 잡힌 얼굴...

'어머님... 수현이가 무슨 문제라도?'

조심스레 정숙이 입을 떼자, 한여사는 입을 열려다 닫았다.

'됐다. 아무일 아니니 너는 신경쓰지 마라.'

한여사는 간단하게 얘기한 후 고개를 돌렸다.

'어머님... 제가 이런 얘기 한다고 노하실 지는 모르지만....'

정숙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고 약간 겁이 든 표정으로 한여사를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수현이 놔 주세요. 그 아이 혼자서도 잘 살 아이에요. 다시 옛날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죄송하지만 전 버텨낼수가 없어요. 어머님... 그러니...'

탕... 한여사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강하게 내리치더니 차가운 눈으로 정숙
을 노려보았다.

'됐다지 않냐. 내 너에게는 할말이 없다구... 그리고... 그 고아놈에게
내 손녀를 주라구? 어림없는 소리... 내 두눈에 흙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것만은 용
서할 수가 없어. 감히... 고아놈과...'

한여사의 우레와 같은 말에 정숙은 움찔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가다듬고 한
여사를 쳐다보았다.

'어머님... 지혁이 청년 정도면... 비록 고아라고는 해도... 알아보니까 미
국에서도 알아주는 성공을...'

쾅...
한여사는 다시 탁자를 강하게 내리치고 정숙을 노려보았다.

'더이상의 말을 하지 마라. 알겠냐? 더 이상의 말을 하면 아무리 너라도
용서치 않겠다. 수현이가 어떤 아이냐? 이씨 집안의 핏줄이야. 비록 여자라고
는 해도 내가 인정한 핏줄은 그 아이밖에 없어. 그런데 감히 고아를 들이라고 하는
게냐?
아무리 너라 해도 더 이상의 말은 용서치 않겠다. 어서 물러가거라.'

정숙은 더 이상의 얘기를 해봤자, 한여사의 노여움만 더 커질것이라는 걸
느끼고 방에서 나왔다. 절대 자신의 생각을 꺽지 않을 그녀였다.

'걱정마세요. 새어머니.. 수현이 행복할거니까...'

우현이 정숙이 나오는 걸 보며 입을 열었다. 착한.... 자신의 자식이 아니
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랑했던 남편의 아들... 자신의 실수라 한번도 우현을 제대로 쳐다
보지 않았던 남편... 정숙은 우현이가 불쌍했다. 머리도 영민한 우현이었는데, 언제나
수현에게 가려서... 그럼에도 수현을 사랑하고 자신을 새엄마로 받아들인 우현.... 우
현은 정숙의 아들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 기댈수 있는 아들...

'걱정이구나. 네 할머니 저렇게까지 화내시는거 처음이다. 4년전만해도
저렇지는 않았는데... 수현이가 힘들텐데... 어미라고 있는게 언제나 힘이 되지 못하
니...'

정숙은 우현에게 기대서 참던 눈물을 기필코 쏟고 말았다.

'걱정마세요. 이젠 제가 수현이 지킬께요. 새어머니... 수현이 행복하게 만
들거에요. 걱정마세요.'

우현은 흐느껴 우는 정숙을 껴안고는 그녀를 진정시켰다.


내 사랑 악녀 25


'회사 안가도 괜챦니?'

지혁은 거실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수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질문
에 수현은 싱긋 웃으며 일어나서 지혁의 무릎에 앉고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
다.

'오빠야 말로 회사 안가?'

수현이 질문을 하며 지혁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었다. 따스한 숨결이 느껴
졌다.
지혁은 고개를 숙여 수현을 쳐다보자 수현은 자신을 향해 내려다보는 그의
검은 눈을 보며 싱긋 웃더니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의 키스에 지혁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

수현의 입술이 지혁의 목에 닿았다. 그녀의 따뜻한 입술에 지혁은 이성을
잃고 수현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얼굴을 올렸다. 크고 검은 두 눈이 자신을 쳐
다보자 지혁은 알수 없는 신음을 흘리며 수현의 입술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열정.. 화산과 같은 열정으로 수현 역시 지혁을 받아들였다. 지혁의 입술
이 철저히 수현을 소유할 때 지혁의 손 역시 수현의 가슴을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
들어 가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지혁의 손에 알맞은 크기... 작지도 그렇다고 너무 크
지도 않은...
너무도 아름다운 크기의 가슴... 지혁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쓸
자, 그녀의 가슴은 그의 손 아래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다.

지혁은 알수 없는 신음을 흘리며, 그녀를 일으키고 그녀의 셔츠를 급하게
벗기기 시작했다. 하얀 설원같은 그녀의 상반신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하얀 가
슴위를 덮은 검은 브래지어가 지혁의 욕망을 부채질했다. 지혁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
고, 자신의 무릎의 꿇고는 그녀의 가슴을 맛보기 시작했다. 금단의 열매와도 같
이....
그녀의 가슴은 오만하게 솟아있었다. 지혁의 혀가 그녀의 유두를 핥아내
자, 수현의 목에서는 동물의 그것과 같은 신음이 나왔다.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지혁
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가슴을 내밀었다. 지혁의 손이 수현의 허리를 강하게 잡으면
서 지혁은 맘껏 수현의 가슴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헉... 수현은 숨을 내뱉더니 허리를 꺽고는 쓰러지듯 그의 품에 안겼다.
지혁은 그녀를 안아들고는 침실로 옮기고는 수현을 부드럽게 침대에 눕혔
다.
하얀 시트에 수현의 검고 아름다운 머리가 흩어졌다. 지혁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는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술을 대었다. 수현은 그의 애정어
린 표현에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결에 손가락을 넣고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
런 그녀의 장난에 지혁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앞에 끌어 당겼다.
희고 긴... 귀족적으로 생긴 그녀의 손가락이 지혁의 손 안에 있었다. 자
신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녀의 손가락... 지혁은 그녀의 손가락 하나 하나에 부드럽게 키
스를 하기 시작했다. 지혁의 행동을 보던 수현은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하자 지혁은 손가락에 힘을 주고 그런 그녀의 행동을 자제했다.

'너한테 가장 아름다운데가 어딘지 알아?'

욕망으로 탁해진 그의 목소리... 수현은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날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이 손이야. 희고... 아름답고... 절대 만족을 모
르는... 이 손... 나를 언제나 들뜨게 만드는...'

지혁의 혀가 수현의 엄지손가락을 핥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
다.
그녀의 신음에 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는 그녀
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이젠 놔주지 않아. 넌 내 여자야. 절대 놔주지 않아... 절대...'

수현은 지혁의 웅얼거리는 듯한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나도 오빠 놔주지
않아. 절대루... 포기하지 않을거야. 절대루...
지혁의 손가락이 수현의 가슴을 지나 배꼽 근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밑
으로 밑으로 여행을 계속해 나아갔다. 그녀의 허벅지에 이르자 수현은 숨을 들
이마쉬었다.
지혁의 길고 강인한 손가락이 그녀의 안을 조금씩 침입하며 수현의 안을 촉
촉하게 만들어 갔다. 수현은 그의 손가락에 몸부림을 치며 그를 강하게 끌어 안
자, 지혁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수현을 사랑해가기 시작했다. 그 무엇도 안중에
없는 듯 격렬하게... 모든 것을 불태울 정도로 격렬하게... 그렇게 둘은 서로를 소
유해갔다.


'어떻게 성공한거야?'

수현은 지혁의 가슴에 안겨 입을 열었다. 그녀의 질문에 지혁은 두 눈을
감았다.
4년전...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이 났었다. 아는 사람 한명도 없
고...
가진 것 한 푼도 없었던 그때... 단지 건강한 몸과 미국에서 통하지도 않
는 학위로 많은 일자리를 찾아다녔고, 참 많이도 면접을 보았다. 돈이 없어서 굶기
도... 참 많이 했었다.

'운이 좋았어. 다행히 호텔에 취직을 했는데, 거기는 벨보이였던 나에게
기회를 주더군. 그 기회를 놓칠수가 없었어. 4년간 일에 미친 듯 파고 들었어. 4
년이 지나니 초고속 승진에 승진을 하고, 어느덧 파트너가 되어 있더군. 4년이 지나고
나니 왠지 한국에 다시 와야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때 우현이를 보게 되었
어.
그래... 그게 이유가 된거지.'

지혁은 피식 웃으며 자신에게 안겨있는 수현을 쳐다보았다. 4년동안 자신
을 괴롭히던 환영... 그 환영이 실체가 되어 자신의 품에 안겨 있었다.

'넌 어떻게 지냈어? 왜 아직까지 결혼을 안한거지? 그때 상황으로 봐서
는 네가 결혼할줄 알았는데...'

수현은 피식 웃었다. 그를 떠나보내고 얼마나 울었는지... 다시 사업을 시
작할때까지 그 누구도 수현을 건들수가 없었다. 일우그룹과 사돈관계를 맺으려던 할머
니의 명령을 무효화시킬려고 얼마나 단식을 했는지...
수현은 아무말도 안하고 얼굴을 지혁의 가슴에 묻었다. 넓고 따스한... 강
인한 그의 가슴에 묻자 지혁은 그녀를 강하게 안았다.

'왜 여지껏 혼자 였어?'

'난... 오빠 뿐이었어. 웃기지? 오빠한테 그렇게 상처를 주고... 다시 오
빠를 봤을땐...
정말이지 죽고 싶었어. 오빠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데...
난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어. 오빠를 떠나지 않으면... 우현이가 모든걸
잃어서... 나 때문에 우현이가.... 그래서...'

지혁은 자신의 가슴에 무언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자 고개를 숙였다. 수현
의 큰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맙소사... 지혁은 수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젠 오빠 포기안해. 내 모든 것 태울때까지... 하나 남김없이 태울때까
지 오빠를 사랑할거야. 정말이지... 그때 죽고 싶었어. 오빠 보낼 때... 얼마나...
얼마나...'

수현의 나머지 말은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지혁은 수현의 입술에 강하
게 키스하며 그녀를 위로했다. 수현이 역시 힘든 4년이었구나. 나만이 아닌... 너 역
시...

내 사랑 악녀 26

'아뇨. 괜챦습니다. 한번정도의 열병이야 모든 사람이 걸리는 건데요.
뭘...
다만, 그 상대가 제가 아니라는게 조금 불쾌할 뿐이죠.'

한여사는 젊은 남자의 대답에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과연... 내 손주사
위가 되도 아깝지 않겠어. 한여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덖였다.

'자네가 그리 생각하니 참 고맙군. 기다리게나. 방황이야 금방 끝날테
니... 너무 걱정말게나. 내가 자네에게 면목이 없네.'

'할머님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다음주까지는 그녀를 볼수 있겠죠? 더 이
상 기다리는 것은 싫습니다. 4년이나 기다렸는데...'

'자네 맘 내가 잘 알지. 걱정말게나. 곧 정신을 차릴걸세...'

한여사가 다짐하듯 얘기하자 남자는 일어나서 한여사에게 인사한 후 방에
서 나왔다.
후... 그의 입에서 한숨이 비어지듯 나왔다.

'나 같으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어.'

뒤에서 화난 듯한 목소리가 영준의 뒤에서 들렸다. 영준이 소리 나는 곳으
로 몸을 돌리자 우현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가 신경쓸일 아닐텐데... 그리고 아쉽게도 수현이 결혼하는 사람은 나
야.'

우현은 영준이 곁으로 다가가서 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수현이 건들지 마라. 할머니는 네 정체를 잘 몰라도 나는 너란 놈 어떤 놈
인지 알아.
알겠어? 수현이 건들였다간 내가 널 죽인다.'

우현의 협박에도 영준은 콧웃음을 치며 그를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핏줄로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나에게 협박하는 건가? 하.. 너나 처신 잘하
시지.
그리고 네 매형될 사람에게 반말이라니... 핏줄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가?
미안하지만, 수현에게는 내가 어울려. 그리고 그녀를 포기할 생각따윈 눈꼽
만치도 없어.'

우현은 그의 말에 입가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를 무시하는 말
을 했는데도 우현의 입가는 즐거운 듯 미소가 걸렸다. 우현은 부드럽게 그에게
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글세... 말대로 되길 기도해 주지. 하지만, 한가지 잊은게 있어.
수현이 마녀의 손녀야. 과연 네가 그 피를 길들일수 있을까? 내기해도 좋
아. 수현이 죽어도 네 여자 안된다는 사실을...'

우현은 영준을 한 번 더 훑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재수없는 자
식...
자신보다 4살이나 어린놈이 언제나 반말을 해대며 자신을 우습게 본다.
힘도 없는 놈이...
내가 수현과 결혼을 하면 너란 놈이 발 붙힐곳이 없음을 보여주지. 건방진
놈...
영준은 똥씹은 표정으로 대문을 나와서 집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나를 두고 고아놈과 사랑을 하다? 이수현.... 네가 아무리 그래도 넌 내여
자야.
네 실수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겠어. 두고두고 말야...



'어딜 간다구?'

지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거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회사... 벌써 이틀을 결근했어. 오늘은 정리좀 해야해.'

수현의 말에 지혁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맙소사... 하나님... 이 겁없는 여자를 정신차리게 해주세요.

'너... 네 할머니가 이 사실 안다며... 너 잡아오라고 그랬다며. 그런데 회
사를 간다구?'

지혁의 화난 목소리에도 수현은 고개를 끄덖였다.

'알아. 그래도 가야지. 놀고 먹고 살수는 없는거쟎아. 그리고 내가 아니면
처리하지 못할 일이 많아. 오빠도 알쟎아. 회사 사장이라면 해야 할 일이
뭔지...
오빠 잘 알쟎아.'

'하지만...'

'난 앞밖에 못봐. 절대 옆을 보지 못해. 그 앞에는 언제나 오빠 뿐이고...
절대로 할머니 맘대로 안돼. 아직도 모르겠어? 이젠 어린 수현이가 아냐.
난 내인생 내가 만들어 갈거야.'

수현은 가볍게 얘기하며 지혁의 볼에 키스를 했다. 불안감...
불안감이 그를 언습했지만, 수현의 눈에는 강인한 의지만이 보였다. 젠
장...
지혁은 속으로 욕을 하면서 고개를 끄덖였다.

'넌 내 여자야. 알겠니? 난 네꺼구. 절대 잊지마. 만약 네가 다시 나를 떨
쳐낸다면...
그때는 난 널 정말 용서하지 못해. 어떤 것도 다 이겨낼수 있지만, 네가 나
를 떨쳐내는 것 만큼은...'

그의 낮은 말에 수현은 고개를 끄덖였다.

'내 불꽃은 이제 붙기 시작했어. 재조차 남지 않게 할거야.
두 번다시 후회같은 것 안해.'

수현은 신발을 신고 불안해 하는 지혁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랑
해...


내 사랑 악녀 27


'너 미쳤어. 미쳤어. 지혁이 품에서 얌전히 누워있지, 여기가 어디라고
나와?
이수현... 너 빨리 안들어 갈래?'

성욱은 자신의 앞에서 태연히 결재서류를 보고있는 수현을 보자 황당했다.
뻔히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 배짱좋게 회사에 나오다니...
성욱이 화를 내며 수현을 노려보자 수현을 살펴보던 결재서류를 내려놓고
성욱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해야할 일 있어. 그리고, 여긴 회사야, 선배... 큰 소리 안냈으면
좋겠어.'

하... 정말 미치겠군.
아무리 강단이 100단이 넘는다고 해도 이렇게 무모하게 행동을 하다니...

'이수현 사장님...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십니까? 회사일은 제가 맡
겨두시죠.
사장님이 이러는게 더 걱정입니다.'

수현은 싱긋 웃더니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는 서류를 성욱에게
넘겨주었다.

'제가 알아서 하니까 걱정마세요. 아참, 그리고 이번달도 순익이 괜챦네
요.
한번 풀러 안갈래요?'

성욱은 두 눈을 감았다. 강단에 강단... 누가 이수현을 막으리요...

'삑..'

그때 비서인 영희로부터 호출이 왔다.

'네...'

'예, 사장님.. 지금 최영준씨라고, 사장님 뵙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최영준... 성욱은 영희의 얘기를 듣자 수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걱
정이 가득했다. 수현은 싱긋 미소를 짓고는 성욱에게 어깨를 으쓱였다.

'수현아..'

성욱의 걱정스런 목소리에도 수현은 눈깜짝 안하고 입을 열었다.

'네.. 들여보내세요.'

'수현아..'

'됐어. 괜챦으니까, 어서 나가...'

'최영준이라면...'

'괜챦다니까... 어서 나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성욱은 결국 더이상의 말을 포기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성욱이 나가려 문
을 열자 문 밖에는 영준이 서있었다. 성욱은 영준을 한번 노려보고는 그를 지나쳐
나갔다.

'오랫만이에요. 영준씨.'

수현은 표정없는 얼굴로 영준을 맞으며 그를 쇼파에 앉도록 권했다.

'그동안 잘있었어?'

수현은 표정없는 얼굴에 입가에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덖였다.

'영준씨는요?'

'하하.. 잘지냈지. 수현이 굉장히 보고싶어하면서 말야... 건강해보이니
좋군..'

수현은 영희가 차를 갖고 들어오자 영준에게 권했다. 언제나 즐기던 헤이
즐넛향..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커피향을 느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

수현은 두 눈을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영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입가
에 미소를 띠며 들고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무슨 소리요?'

'글쎄.. 그건 수현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다는것? 그 얘기인가요?'

'더 이상의 방황은 안했으면 좋겠어. 4년동안 기다렸으면 됐지, 얼마나
더 나의 인내심을 시험해야 기분이 좋겠어?'

그의 말에 수현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영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전 영준씨한테 결혼하자고 한적이 없어요.
할머니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영준씨 결혼상대자로 생각해
본적 한번도 없어요. 할머니가 혹시 나를 영준씨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셨다면,
잊으세요. 당사자인 전 아니니까...'

수현은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얘기했다. 영준은 피식 미소를 짓고 수현
을 쳐다보았다.

'과연 수현이 맘대로 될까? 수현이 할머님 두 그룹이 하나로 합병되는것
굉장히 바라고 계셔. 그리고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아인 서지혁을 받아들일
것 같나? 절대 아닐걸.. 그건 수현이 네가 잘 알텐데..'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치미는 울분을 참았다. 고아...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가줘요. 지혁씨 고아이든 말든 내겐 그 뿐이니까.. 어서 나가줘요.'

영준은 싱긋 웃더니 일어나서 수현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의 방종만 봐주겠어. 더 이상의 방종은 안돼. 어서 모든것 정리하
고 현실을 받아들여. 알았어? 내가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더이상을 봐주지 않겠어.'

영준은 낮게 협박조로 얘기하더니 나갔다.
수현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자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하... 방종이라구?
최영준... 잘못 짚었어. 한순간의 방종이 아니야. 할머니가 뭐라든.. 네
가 뭐라든..
나를 막지는 못해. 나를 절대...


내 사랑 악녀 28


'뭐라 그러든?'

성욱이 영준이가 회사를 떠나자 수현을 찾았다.
그의 질문에 수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뭐.. 내가 지랑 결혼한다고 언제 그런적 있나? 나참, 황당해
서...'

그녀의 말에 성욱은 피식 웃었다. 알만하다
성욱은 쇼파에 앉아서 수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검은 눈이 확
고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혁아... 너... 정말 고생하겠다.

'그래.. 정말 이렇게 계속 지낼거야? 이렇게 지낼수 있을것 같아?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어서 양자간의 결단을 하는게 좋지 않겠어?'

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성욱을 쳐다보았다.

'무슨 결단? 몰라... 머리 아파..'

'이수현... 지혁이에게 결혼하자구 해. 너 어린 나이도 아니고... 그냥
확 결혼을 해버리라니까...'

수현은 쇼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책상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수현은 슬픈 목소리로 성욱에게 말을 꺼냈다.

'내가 결혼하자구 그러라구? 선배... 그건 너무 힘들어. 그리고 지혁
씨... 아직 어떤 마음인지 몰라. 과연 나랑 결혼하고 싶은건지.. 아님..'

'이수현? 그것 정도 말도 못하니? 너희 둘 사랑하쟎아. 그럼 되는거 아
냐?'

그의 말에 수현은 피식 웃었다.

'그가 결혼을 원할때 까진 안돼... 그건 그의 몫이야.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것 다 했어. 나머지는 지혁씨가 손을 내미는 것 뿐이야. 그리고 자존
심상해.
아직까지 결혼을 얘기 안하다니.. 하긴.. 다신 만난지 한달도 안됐으니까
그럴수 있다지만... 그래두...'

수현은 자리에 앉아서 성욱을 쳐다보았다.

'뭐.. 상관없어. 아무리 그래도 지혁씨 놔줄 생각없으니까 말야...'

성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결혼해서 자신에게 걱정을 안끼쳤으면 좋겠
구만..
성욱은 쇼파에 일어났다.

'알았다. 알았어. 너희 둘의 줄다리기에 내가 끼어들면 뭐.. 또 화만 내겠
지?'

성욱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수현의 사무실에서 빠져나왔다. 따르릉..
그가 사무실에 빠져 나가자 핸드폰이 울렸다.

'네... 이수현입니다.'

'어디야?'

지혁의 낮고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리자 수현은 행복함을 느꼈다.

'응.. 사무실... 오빠는?'

'응.. 나도... 너 무지 보고싶어졌어. 헤어진지 5시간도 안됐는데 말
야...'

그의 어리광피우는 듯한 목소리에 수현은 피식 웃었다.

'나 아무래도 너한테 중독됐나 보다. 네가 안보이는데도 너랑 사랑하고 싶
어져.
너의 목소리만 듣는 지금도 내 욕망에 미치겠다. 사춘기처럼... 제어를 못
할 것 같아. 이러다간... 그냥 아무 여자하고나..'

'서지혁... 죽고 싶어? 뭐? 아무여자?'

수현의 말에 지혁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웃자 수현은 화가 나려했다.

'웃어? 지금? 앞에 있으면 죽었어. 뭐... 아무 여자랑?'

'하하.. 농담이야... 그런데... 그건 진짜야. 못참겠다는 말... 일이고 뭐
고 손에 안잡혀... 결재서류를 펴면 네 하얀 나신만 생각이나니.. 나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
이거 어떻게 치료하지? 응.. 수현아... 네가 앞에 있으면, 치료될것같은
데...
그지? 너도 그렇지?'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에 수현은 두 눈을 감았다. 맙소사.. 전화를 이용해
자신을 유혹하다니...

'몰라... 어서 전화 끊어. 그런 소리나 할려구...'

'나..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 기다려..'

지혁은 그 한마디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혁오빠.. 오빠...'

이미 전화는 끊겨 아무리 수현이 소리를 질러도 답이 없었다.
젠장... 뭘 기다리라는거야?
수현은 더이상의 생각을 접고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삼십분동안 스피디
하게
결재서류를 검토했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군... 난 열심히 밟아서 왔구만.., 섭하다... 기다릴
줄 알았는데... 정말.... 섭하네...'

수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지혁을 보고 할말을 잊었다. 어떻게....
지혁은 벙뜬 수현의 얼굴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그녀를 일으켜세웠
다.
뜨거운 지혁의 입술이 수현의 입술을 덮었다. 맙소사...
수현은 그를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정열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
을 열고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그만 너희 들어가라. 지금 회사서 뭐하는 거냐?'

수현은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지혁을 밀어냈다.
지혁은 화난 신음을 하더니 몸을 돌려 성욱을 쳐다보았다.

'젠장... 하나도 안고마워... 이럴땐 모른척 있어야 하는게 예의인지도 모
르냐?
어떻게 된 놈이...'

성욱은 피식 웃더니 지혁을 쳐다보았다.

'그런 말은 하지말고 집에서 수현이 못나오게 감시나 잘해. 나 쟤때문에
애 떨어진적이 한두번 아니다. 알았냐?'

지혁은 성욱의 말에 싱긋 웃고 고개를 끄덖였다.

'알았다. 내 모시고 가지. 걱정 붙들어 매시게나...'


내 사랑 악녀 29


'제발 부탁이다.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 알았니?'

지혁은 출근 하면서 수현을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성욱의 얘기를 들은 후
더욱 걱정이 되었지만, 수현은 태연하기만 했다.
지혁은 수현의 눈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꺽지 않겠다는 고집..
지혁은 한숨을 쉬며 수현의 두 손을 잡았다.

'일주일만 부탁하자. 수현아... 일주일만 나 걱정없게 해줘. 부탁이
다...'

지혁의 말에 수현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덖였다.

'미안해. 오빠 힘들게 해서... 난...'

'됐어. 너 때문에 힘든거 없어. 그러니까 그런말 하지마. 알았지?'

지혁은 수현을 가볍게 안았다가 출근했다. 자신 때문이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들... 아니, 수현을 잊어버렸던들...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임을 잘 알고 있다. 죽어도 수현이란 이름은 자신
의 가슴에서 지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지혁을 알고 있었다.

지혁은 한숨을 내쉬며 차에 들어갔다. 차 안에서 지혁은 불안하게 수현이
있는 아파트를 올려보았다. 한 순간의 바람결에 낙엽이 지혁의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지혁은 얼굴을 한번 흔들고서는 차에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



'한번 만나고 싶소. 약속장소는 칼튼호텔에서 보죠.'

지혁은 한숨을 내쉬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삐.... 네..

'예.. 사장님 미국 본사에서 전화입니다.'

'고마워요. 미스 김..'

'정말 미치게 하는 군... 안젤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도대체 회사일 하는거야, 마는거야?'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에서는 화난 남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혁은 전화기를 귀에서 떼어내고 10을 세었다.

'오랫만이에요. 맥스...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런.. 완전히 능구렁이가 다 되어가는군... 자네 내가 왜 할 일없이 한국
에 호텔을 오픈하는건지 알아? 순전히 자네가 책임진다고 한거였쟎아...
그런데, 전화도 없고, 가타부타 한국상황에 대해 보고하는 것도 없고...
내가 죽는거 볼려고 그러나?'

맥스의 말에 지혁은 헛웃음을 지었다. 천하의 맥스가 겨우 나 때문에 죽는
다?
그건 말도 안돼는 소리다.

'겨우 저 때문에 죽는다뇨? 맥스... 너무 허풍이 심하네요.
그리고 한국에 온건 제가 알기로는 휴가겸 일겸해서 온거로 아는데...
아닙니까? 걱정마시죠. 여기 일은 만사 OK 이니까요.'

'자네 말만은 못 믿겠네. 내일 비행기로 한국에 가기로 되어있으니까 그
리 알게나.'

'뭐라고요?'

'30년만에 가보는군... 내일 비행기니까 아마 내일 모레에 한국에 도착할걸
세.
나머지 스케쥴은 카렌하고 얘기하게. 그럼... 끊겠네.'

'맥스? 맥스?...'

지혁이 아무리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러도 이미 맥스는 전화를 끊은 상태
였다.
지혁은 속으로 욕을 해대면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하필 이럴 때 한국에 오겠다고 하다니... 아주 나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나셨군.
젠장... 지혁은 수화기를 노려보다가 다시 전화를 들었다.

'본사 회장실 카렌하고 연결시켜 줘요.'

지혁은 비서가 전화를 연결하는 동안 한숨을 내쉬었다.


내 사랑 악녀 30


'딩동.. 딩동...'

'누구세요?'

수현은 현관문을 열었다.
박비서... 수현은 아파트문을 닫으려 하자 박비서는 어깨를 들이밀고 들어
왔다.

'아가씨... 이만 돌아오시죠.'

박비서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난 더 이상은 신화그룹의 이수현으로 살진 않을거에요.'

박비서는 수현을 보며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모님께서 어서 돌아오시라고... 더 이상은 용서치 않으시겠다고 하십니
다.
아시지않습니까? 그분... 어차피 원하시는 걸 끝까지 얻으실겁니다.
아가씨가 어찌 되든...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는걸... 아가씨...
그만 끝내시죠. 한달을 참으셨습니다. 더 이상 그분의 심기를 건드리
면...
아가씨... 저도 아가씨께 이런 말 드리고 싶진 않습니다만...'

수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됐어요. 박비서님. 전 신화고 뭐고 다 필요없어요. 할머니께 전해주세
요.
절 죽이지 않는 한 절 다시 데리고 갈수 없다는 걸요.
아니 죽어도 가지 않는다는 걸요.'

그녀의 말에 박비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누가 마녀의 손녀가 아니
랄까봐.. 그렇게 얘기해도 고집을 꺽지 않기는....
박비서는 결국 한여사의 명령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 방법으로 모시고 가기는 싫었는데...
박비서는 현관문을 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현은 그가 떠나는 줄 알고
한시름을 놓았었지만, 박비서가 현관문을 열자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아파
트로 들어왔다. 설마?

'죄송합니다. 하지만, 모셔가야겠습니다.'

안돼...
수현은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질러봤지만, 입에 건장한 남자 한명이 손수건
으로 틀어막자 수현은 기절하고 말았다. 수현이 몸부림을 치면서 탁자에 있는
수현과 지혁의 커플 찻잔을 깨버리고 말았다. 수현이 기절하자 박비서는 고갯짓
을 하고 수현을 데려 나오게 했다. 박비서의 명령에 따라 두 남자는 수현을 가볍
게 안고는 지혁의 아파트에서 나왔다.
찝찝함...
박비서는 맹렬히 자신들에게 반항하는 수현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꼈다.
어느 상황에도 그렇게 이성을 놓고 감정정으로 행동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상처받은 표정을 해본적이 없는 그녀였는데...
자신이 십몇년동안 수현을 봐왔지만, 여지껏 그녀의 모습은 다 가면이 아니
었나 싶다. 상처받은 그녀의 눈빛... 박비서는 찝찝함을 털어내려고 고개를 저
었다.
어차피 수현은 신화그룹의 후계자다. 겉으로는 우현이로 되어있을지 몰라
도 대부분의 주식은 수현의 몫이였다. 그런 그녀가 한여사에게 대항해 서지혁
과 사귄다... 말도 안되는 소리...
어차피 한번을 치를 홍역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내 사랑 악녀 31


회사일이 끝나고 지혁은 서둘러 칼튼 호텔로 걸음을 옮겼다.
호텔 커피숍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지혁은 한번 커피숍을 주욱
돌아보다가 한 사람이 지혁을 보고 일어나는 것을 보자 그리로 걸음을 옮겼
다.

'오랫만이에요.'

우현은 지혁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지혁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우현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오랫만이군요. 그 동안 잘지냈습니까?'

지혁의 격식에 차린 말에 우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말 놓으시죠. 4년만이라고 해도 한때는 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시쟎아요.'

지혁은 털털한 우현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딱딱한 집안에서 우현이는 수현과는 다르게 맘대로 자랐다.
수현은 할머니와 아버지가 원하는데로 클려고 노력했던 반면 우현은 방탕
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이 원하는 데로 자랐었다. 자유...
수현이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를 우현은 맘껏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현에게도 수현이처럼 자신을 억제하는 모습이 있었다.

'수현이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쪽에서는 물론 반대를 하시겠지만...'

우현은 지혁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말씀 놓으세요. 수현이 옆집누나하고 결혼하신다면 제 매형이 되시는 건데...'

우현의 말은 허락의 말이었다. 수현과 결혼을 축하한다는 무언의 축하...
지혁은 우현의 두 눈을 보았다. 가식없는 맑은 두 눈... 수현과 같은 눈
빛...

'하지만 걱정이군요. 할머님 절대 허락하시지 않으실텐데...'

우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혁을 쳐다보았다.
지혁은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갑갑함.... 신화그룹의 실질적인 주인인 수현의 할머니...
그녀의 눈빛이 기억나자 지혁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언제나 더러
운 뭔가를 보듯이 보던 수현의 할머니였다.
하지만, 이제와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까지 오지 않았는가?
지혁은 담배를 끄고는 우현을 쳐다보았다.

'이젠 상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가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지 수현은 내
여자입니다. 더이상 그녀를 놓아주는 바보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미국으로 도망을 쳐서라도 그녀와 결혼 할겁니다. 아니, 그전
에 어른들께 허락받는걸 우선으로 해야지요.'

지혁의 말에 우현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생각과 맞아 떨어졌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그 둘은 서로를 위한 사람이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더라도 그 둘은 절대 굴할 연인들이 아니였다.

'고맙습니다. 수현이 잘 부탁합니다. 덕분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우현의 말에 지혁은 싱긋 웃더니 우현에게 서류한장을 내 놓았다.

'그나저나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에서 제게 20억을 빌리지
않아도 빌려줄 사람이 많았을 텐데...'

지혁의 말에 우현은 싱긋 웃더니 그 서류를 받아들었다. 차용증서...
우현은 지혁의 눈을 바라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를 마셨다.

'다들 놀라더군요. 이 우현씨가 도박에서 20억씩이나 잃었다는 사실에...
게다가 돈까지 빌렸다는 사실에는 모두 농담으로 생각하더군요.'

'운이 나빴던 게지요.'

지혁은 그의 말에 더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

'나머지 지분도 제게 양도하실수 있겠습니까?'

'나머지 지분?'

지혁은 우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우연히 우현이가 전문 도박사라는걸 알
고 얼마나 놀랬던가? 게다가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금융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로 맹활약하는 투자가가 그였다.

'신화 주식 10% 말고 나머지 우현씨가 갖고 있는 지분을 원합니다.'

우현은 싱긋 미소를 짓더니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몸을 지혁앞으로 기
울였다.

'조건은요?'

그의 말에 지혁은 아무말도 안하고 우현이 입을 열기를 바랬다.

'아시겠지만, 10%로는 선물로 헐값에 드린겁니다. 나머지 부분은 그에 상
응하는 값을 바라는데...'

지혁은 우현의 말에 싱긋 웃었다. 이런 우현이기에 미국의 금융가에서도
큰손으로 자리잡을수 있는 것이겠지...

'말하시죠. 선물은 제가 과분히 받았으니... 우현씨의 조건을 받아들이겠
습니다.'

우현은 그의 말에 호탕하게 웃고는 지혁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서지혁... 과연...
4년동안 이만큼의 부를 이룩한 값이 있겠어. 수현의 천생배필이야.
우현은 지혁을 훑어보며 흥정을 시작했다. 이런 흥정의 시간이 우현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 사랑 악녀 32


'어째서... 어째서 모든게 할머니 맘대로에요? 난... 난 지혁씨 아니면 안
되는데..'

수현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할머니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비참한 마음에 울지 않겠노라고 어떤 일이 있어도 눈물따윈 흘리지 않겠노
라고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지금 이순간은 눈물만이 계속 흘렀다.

'더러운 고아놈과는 안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돼. 절대로...'

'내 인생이야. 할머니가 뭐라든 그건 내 인생이라구... 절대로 그를 포기
하지 않을꺼야. 죽으면 죽었지 그를 포기하지 않을거야.'

짝... 한여사의 손이 결국은 수현의 뺨을 때렸다.

'감히 네가... 어디서....
너에게 그런 소리 들을려고 내가 널 귀여워한줄 알아? 어떻게 핏줄도 알
지 못하는 그런 놈을 이 가문에 들인다는 게야... 그럴 거였으면 너를 그리 키
우지도 않았을 게다. 감히...'

한여사는 주먹을 쥐고 수현을 노려보았다.

'더이상의 말은 필요없다. 네 신랑감은 영준이다. 뭐라그래도 내가 인정
하는 손주사위는 그 아이뿐이야.'

한여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수현의 방에서 나갔다.
분노... 으윽... 콰당탕....
수현은 화를 못 참고 자신의 화장대에 있는 물건들을 밑으로 던져버렸다.
쨍... 화장품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아끼던 그릇들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자신의 마음처럼...
수현은 몸을 돌려 방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문을 열리지도 않았다.
이렇게 하시겠다는 건가요? 이렇게 나를 가둬놓으면 모든게 다 잘풀릴거라
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젠 아니에요. 아무것도 날 붙잡게 하지 못
해요.
아무것도....
수현은 우선 화를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감정적으로 했다간 아무것도 이루

못한다. 그래...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성적으로....


텅빈 아파트...
씁쓸한 미소가 지혁의 입가에 번졌다. 결국에는 데리고 갔는가?
지혁은 허리를 굽혀 자신의 발 밑에 깨져있는 커플컵을 들었다.
이렇게 깨지게는 놔두지 않을거야. 조금만 기다려. 수현...
이렇게 깨진 관계는 이제는 없을거야. 이렇게 깨진다면 어떻게든 붙여놓고
야 말테니... 조금만 기다려...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컵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붉은 핏방울이 손가락
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픔같은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자신의 곁에 없다는 상실감에 아픔같은 것은 존재치도 않았다.


내 사랑 악녀 33


'내가 뭐라 그랬어?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올것을...'

영준의 말에 수현은 화장을 하다말고 영준을 노려보았다.

'무슨 말이죠? 최영준씨? 돌아가다뇨?'

수현은 화장하던 것을 멈추고 일어나서 영준을 향해 몸을 돌렸다.

'뭔가 오해하시나 본데.... 절대로 그런일은 없을 거랍니다.'

수현의 차가운 어투에 영준은 문을 닫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젠장... 신화
그룹의 일만 아니였으면, 그 후계자만 아니였으면 절대 쳐다보지도 않을 여자였다.
게다가 자신을 화나게 하는 이 여자를 어떻게 사랑할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를 꺽어야 하긴 했다. 그저 결혼해서 아내로서 데리고 살려
면 최소한 꺽고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야 했다. 영준은 문을 닫고 수현에게 다가갔다.

'다시 말하지. 우리 결혼은 다음달에 올릴거야. 더이상 헛된 망상은 그
만 두시지.'

'결혼이라구? 웃기는 소리 마요. 난 당신 사랑하지 않아.'

'하... 사랑이라구? 요즘 누가 사랑해서 결혼을 하나? 의외인걸... 이수
현이 그런 낭만적인 단어나 곱씹고 있다니 말야...'

짝...
수현의 손이 정확하게 영준의 뺨을 때리자 영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
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누가 우위인지 알려주겠어.'

영준의 입술이 분노로 수현의 입술을 내리 눌렸다. 고통... 분노...
수현은 발버둥을 치려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똑똑....

밖의 노크소리가 다행히 수현을 살려주었다. 영준은 낮게 욕을 해대면서
수현을 놓아주고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우현이 서서 그를 노려보았다.

'수현아, 준비 다 되었으면, 할머니가 나오라고 하셔...'

수현은 아까의 상황에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억지로 끌려온지
일주일..
그 동안 영준은 끈질기게 자신을 찾아와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더니 결
국에는 아까와 같은 상황을 일으켰다. 자신을 구해준 우현에게 수현은 감사한 마
음이 들었다.

'수현이 옷갈아 입어야 하는데, 최영준씨는 나오시죠. 둘이 같이 있는걸
남들이 보면 과히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차가운 우현의 목소리에 영준은 낮게 욕을 하며 우현을 지나쳐 수현의 방에
서 나왔다.

'더러운 사생아...'

우현은 화가 났지만 두 주먹을 쥐고 참았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
지만, 우현의 두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영준이 나가자 우현은 수현의 방에 들어왔다. 비참함이 수현의 눈에 얼룩
였다.
우현은 아무말도 안하고 수현을 안아주었다. 우현의 품에서 수현은 참았
던 눈물을 터뜨렸다. 최악이다... 최악....

'오늘 잘 견뎌..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맹세하는데, 너 절대로 저 영준
이 새끼랑 결혼 안시킬거야. 날 믿어... 알았지?'

우현이 오늘따라 굉장히 믿음직스러웠다. 수현은 우현의 가슴에 안겨 눈물
이 멈추길 기다렸다.

'평범했으면 좋겠어. 아님, 지혁 오빠처럼 고아이던지... 더이상 오빠 가
슴에 못을 박고 싶지는 않은데... 언제나 그렇게 돼... 난 오빠 뿐인데... 왜 그게 이
리 힘든걸까.
단 하나만을 원하는데... 왜 그게 안돼는 걸까...'

우현은 수현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악녀야. 그렇지? 그럼 악녀답게 행동해. 너처럼 말야.. 이런건 너한
텐 정말이지 안 어울려...'

그의 말에 수현은 픽 웃었다. 악녀라...

'자.. 이제 너의 시간이 오는거야... 나가서 네가 하고싶은 데로 행동
해...
주위는 생각도 말고 너 내키는 데로.. 설마 널 죽이기야 하겠니?'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우현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 설마 죽기야 하겠
어...

내 사랑 악녀 34


'호호호... 수현씨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요. 들리는 말에는 굉장히 몸이
안좋았다고 하던데...'

여우같은 여자... 수현은 자신의 앞에서 미소를 띠며 말을 거는 여자를 노
려보았다.
뻔히 자신에 대해 무슨 소문이 났을지 알만했다. 위선의 가면들...

'아프다니요? 누가 그런 얘기를 했나요? 처음 듣는 말이네요. 굉장히 건
강했는데...'

수현의 가시돋힌 말에 상대여자는 숨을 들이켜 쉬었다. 수현은 아무말도
안하고 자신의 손에 쥐여진 샴페인을 마셨다. 그리고는 최영준을 눈으로 찾아보았
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할머니 곁에서 만반의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수현
은 이를 악물었다. 절대로 할머니 뜻대로 살지는 않겠어. 절대로...
그때 파티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술렁임... 무슨일일까?
수현은 고개를 돌려 웅성거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수현은 자
신도 모르게 샴페인잔을 떨어뜨렸다. 서지혁...
서지혁은 수현을 보자 눈이 반짝이며 수현이 앞으로 다가갔다. 지혁은 허리
를 숙여 다행히 깨지지 않은 잔을 들어 올렸다.

'잘 지냈어?'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 지혁은 뭐가 즐거운지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의 미소를 보자 수현 역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잘 못 지냈어... 오빠는?'

그녀의 대답에 지혁은 싱긋 웃었다.

'너다운 대답이야. 나도 그랬어. 네가 너무 보고싶었어.'

지혁은 그리웠다는 눈빛으로 수현을 내려다보았다. 지혁은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핑크빛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수현을 살펴보았다. 피부가 약간
은 상해보였고, 몸무게도 줄은 것 같았다. 지혁은 손을 들어 지혁의 뺨을 어
루만졌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오는게야?'

한여사의 천둥같은 고함에 들려오던 음악소리가 일시에 끊겼다. 지혁은 수
현을 쳐다보던 눈을 들어 수현의 뒤에 서있는 한여사를 쳐다보았다. 그리 많이
변하지 않은 모습... 지혁은 미소를 지으며 한여사를 쳐다보았다.

한여사는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 지혁을 보자 왠지 모를 소름이 돋으려 했
다.
4년전의 서지혁이 아니였다. 어리고 순한 그가 아닌... 뭔가 자신에게 협
박하는 그의 모습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안된다...

'오랫만에 뵙겠습니다.'

'자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이만 나가 주게나...'

지혁은 한여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녀의 등뒤에서 자신을 훑어보
고 있는 영준을 보았다. 그의 눈이 한순간 작아졌다. 하지만, 금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거였다.

'초대장을 받아서 온겁니다. 4년동안 한국 많이 변한 것 같았는데... 여기
오니까 변하지 않은것도 있네요.'

한여사는 지혁이 내미는 안내장을 보았다. 분명히 여기서 발행이 된 초대
장이었다.
어떻게.. 한여사는 분노에 손이 떨렸다.
한여사의 모습을 보던 정숙(수현의 새어머니)이 빨리 그녀의 곁에 다가갔다.

'오랫만이에요. 지혁 총각...'

지혁은 정숙을 보자 눈빛을 풀었다. 한여사와는 다르게 자신을 좋게 봐주
었던 그녀였다.

'오랫만입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지혁의 칭찬에 정숙은 얼굴을 붉혔다.

'크리스티?'

저음의 목소리가 지혁의 등뒤에서 들렸다. 지혁은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
에 몸을 돌렸다. 맥스... 자신의 상사이자 파트너인 맥스 역시 이 파티에 참석한것
이었다.
맥스는 정숙을 보자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맙소사.. 정말 오랜만이오. 그동안 잘 지냈소?'

맥스를 보던 정숙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도 맥
스는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두 손을 내밀어 정숙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다.

'예전 그대로군요. 여전히 아름다워요. 아참, 안젤로라고 아오? 내 미국
파트너요.'

맥스는 그렇게 얘기하며 몸을 돌려 지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지혁의 옆에 서있는 수현을 보았다. 그의 두 눈이 휘어지며 수현
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당신 딸이오?'

맥스의 말에 정숙은 고개를 끄덖였다. 맥스는 정숙의 손을 놓고 수현 앞으
로 다가갔다.

'맙소사.. 옛날 크리스티의 모습 그대로군... 이상인 이놈... 내게 거짓말
했어.'

흠흠... 한여사의 헛기침에 그제야 맥스는 고개를 돌려 한여사를 바라보았
다.
완고해 보이는 노인...

'아.. 실례했습니다. 크리스티의 친구 맥스 말콤입니다. 상인이와도 친했
지요.
미국서요.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맥스는 그렇게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맥스의 모습을 보며 지혁
은 놀랐다. 세상에 맥스와 수현의 부모님이 친구였다구?

'어떻게 들어오신 거지? 서지혁씨도 그렇고 이 외국인도 그렇고...'

한여사의 말투는 화가 난 듯 했다. 그런 한여사를 보며 맥스는 특유의 미
소를 지었다.

'아... 죄송합니다. 할머니... 제가 말을 안했나 보네요. 말콤씨는 서지혁
씨의 파트너이자, 엠엑스그룹의 회장입니다. 한국 시장을 알아보려 오셨다고 해
서 제가 초대한겁니다.'

우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엠엑스 그룹의 오너라구?
우현의 말에 한여사는 입을 다물었다.
엠엑스라면 아직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굴지의 회사가 아
닌가.

'고맙소. MR. LEE. 안젤로가 한국에 호텔 체인하나 낸다고 해서 한번 그
의 안목을 보러 왔죠. 이 친구 정말 진국입니다. 그 단기간에 제 파트너가
된 괴물은 안젤로밖에 없죠. 그래서 부탁을 드리고 얼굴을 익히고자 왔습니
다.
한국에서 호텔체인을 내보고 싶다고 해서... 뭐.. 그리 끌리는 시장은 아니
지만, 이 친구가 한다고 해서... 이친군 한다면 하는 친구거든요.'

맥스는 싱긋 웃으며 지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참, 크리스티, 당신 딸 이름이 뭐요?'

정숙은 그의 질문에 작게 수현의 이름을 말했다.

'수현이라... 당신 젊었을 모습 그대로인데.. 성격도 똑같소?
그렇다면... 장난 아니겠는걸?'

맥스는 싱긋 웃으며 수현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연신 입가에 미
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덖였다. 그의 미소에 지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치, 미국에서 여자를 꼬실때 쓰던 그 미소였다. 맥스의 미소에 지혁은
수현을 자신의 곁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지혁의 행동에 맥스는 한쪽 눈을 치켜올
리더니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눈길을 정숙에게 옮겼다.

'성격이라뇨? 저희 새어머니가 성격이 있단 말입니까?'

우현은 놀랍다는 듯 맥스에게 물어보았다. 맥스는 예의 입가에 미소를 지
으며 정숙을 내려다보았다. 파란색 눈에서 알수 없는 불길이 일었다. 정숙은
그의 눈길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저런... 몰랐단 말입니까? 어떻게 된거지... 크리스티... 우리 젊었을
때...'

'과거는 과거에요... 그렇지 않나요? 맥스... 암튼, 만나서 반가워요. 손
님이 계서서 먼저 실례할께요.'

정숙은 차갑게 얘기한 후 몸을 돌려 그들의 곁에서 멀어졌다. 한여사는 자
신을 내려다보는 외국인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언챦게 보는 눈빛
에 자신의 며느리를 쳐다보는 눈빛도...

'암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즐거운 파티가 되시죠....
그리고, 수현... 넌 영준이와 같이 있으렴... 네 약혼자 혼자 두면 안되쟎
니?'

한여사는 그렇게 얘기하며 수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한여사의 말을 들어도 수현은 지혁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
다.
지혁 역시 수현의 허리를 잡은 손을 풀지 않고 한여사를 쳐다보았다.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회포를 풀게 해주시지요.'

지혁은 그 한마디와 함께 수현을 한여사가 없는 한산한 곳으로 데리고 갔
다.
더러운 놈... 감히... 한여사는 주먹을 쥐고 화를 풀려고 노력을 했다.
영준 역시 화가 나서 계속 위스키를 마시며 그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얘기했지 않나.. 절대로 넌 안된다고...'

우현이 영준의 옆을 지나가면서 낮게 얘기했다. 영준에게만 들리도록...
영준이 우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우현은 맥스에게 말을 걸며 안내를 하
고 있었다.


내 사랑 악녀 35


지혁은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으로 수현을 이끌고 갔다. 정원을 지나 뒤
로 가니 사람들도 없고 한적했다. 지혁은 나무들이 심어있는 곳 뒤로 수현을 끌었
다.

'어떤 배짱이야? 오빠.... 응? 어떻... 읍....'

지혁은 수현의 입에 강하게 키스를 했다. 얼마나 그리고 그리던 그녀인
가...
4년이나 헤어졌을때보다 단지 일주일... 일주일이 너무도 길고 길었다.
지혁의 키스가 화인처럼 뜨거워지자 수현은 이성을 놓고 가슴에서 시키는
데로 그의 혀의 움직임에 같이 동조를 했다. 지혁의 혀가 수현의 안을 구석구
석 탐험하자, 수현 역시 그의 혀를 따라 부드럽게 그를 이끌었다.
수현의 동조에 지혁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오른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
었다.
아... 수현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혁은 손길을 급하게 움직이며 수현의 드레스안으로 손을 넣고 자신에게
너무도 딱 맞는 그녀의 가슴을 감쌌다. 따스함이...
지혁은 키스하던 입을 밑으로 내려 수현의 목에 자신의 키스마크를 새기기
시작했다. 수현은 두 눈을 감고 그의 행동에 보조를 맞추었다.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왼손으로 그의 가슴을 부드럽게 매만졌
다.
지혁의 입술이 다시 수현의 입술을 찾았다.

'그리웠어. 네가 너무 많이... 정말이지 다 죽이고 싶었어...'

지혁의 말에 수현은 두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 보는 지혁을 보았다.
수현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생겼다.

'나도 그래... 너무 많이 보고싶었어. 너무 많이...'

지혁의 입술이 다시 수현의 입술을 찾았다. 갈망...
수현은 그의 움직임에 같이 보조를 따라하며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지혁의 손이 계속 움직이더니 수현의 치맛단을 살며시 올렸다. 하얀 다리
가 지혁의 눈에 보였다. 지혁은 손을 그녀의 종아리부터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녀의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까지 지혁의 손가락이 훑듯이 올라오자 수현은
두눈을 감고 그가 주는 감촉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혁의 손가락이 수현의
얇은 속옷속을 지나 들어왔다. 검은 수풀속에 그녀만의 따스함이 숨어 있
는곳...
지혁은 천천히 가운데 손가락을 갖고 그녀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수현은
두눈을 감고 그가 주는 열망에 온 몸을 맏겼다.
그녀가 촉촉히 젖어드는 것을 느끼자 지혁은 손가락을 천천히 그녀 안으로
집어 넣기 시작했다. 폭풍같은 감정이 그 둘을 휘감기 시작했다.

'헉... 오빠... 오.빠... 나...'

지혁은 수현의 입을 막았다. 여기서 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의 이
성이 날아갈것 같았다. 지혁은 수현의 안에서 맘껏 농탕질을 했다. 수현은 고
개를 숙여 지혁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여기서 자제하지 않으면 이 곳에서 널 가져야 할 것 같아.'

지혁은 손가락을 빼내며 다시 수현의 입술에 강한 키스를 했다.

'기억해.. 내가 다시 너를 찾을 거야. 4년전처럼 그렇게 쉽게 널 놔주지
않을꺼야.
기억해... 이젠 널 어디도 가지 못하게 할거야. 절대로...'

지혁은 수현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내고 그녀의 옷을 다시 정리해주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 지혁은 훗 하고 미소를 지으며 수현의 이마에 키스
를 했다.

'모두 알겠다. 네가 내 여자라는 걸...
조금만 기다려... 완벽하게 널 내여자로 만들때까지... 네 할머니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받아들이게 만들고 말테니까....'

지혁은 그렇게 얘기하며 수현을 다시 꼬옥 안았다.


내 사랑 악녀 36


수현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아까와 같은 상황은 정말이지 다시 놓이고 싶지 않았다. 더러운 놈이라며
지혁을 한 없이 헐뜻는 할머니에게도 지혁은 아무런 표정없이 받아들였다.
그런 무심한 그의 반응에 할머니는 더욱 화를 참지 못했다. 수현은 파티내
내 머리가 아팠다. 드디어 파티가 끝났을때는 드디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현은 지혁을 생각하다가 문득 그와 같이왔던 외국인을 생각했다. 파란눈
에 큰 키가 굉장히 인상적인... 그리고 그가 자신의 새엄마를 쳐다보던 그 눈길...
설마... 설마... 하지만, 왠지 그 외국인이 새엄마를 사랑하길 바랬다.
그래서 자신의 새엄마를 이곳이 아닌곳으로 데리고 가길 바랬다.
지옥같은 이 현실에서, 할머니에게서 자신의 새엄마를 데리고 떠나길 바랬
다.

'후...'

수현을 한숨을 내쉬고 화장을 지우려고 화장대로 걸음을 옮겼다.

-나를 받아들이게 하겠어... 나를....-

갑작스레 지혁의 말이 생각이 났다. 그게 무슨 뜻일까? 받아들이게 하겠
다니...
수현은 생각에 빠져든채 기계적으로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주식 지분율이 변경되다니?'

한여사의 말에 박비서는 땀이 비오듯 흘렀다.

'누가 2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누가?'

'서지혁입니다.'

그의 말에 한여사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쳤다.

'누가 팔은겐가? 누구의 지분이 그놈에게로 간게야?'

박비서는 두 눈을 감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 누군가가 우현이라는 것
을 알면...
쾅... 한여사는 박비서를 노려보며 답을 채근했다.

'우현 도련님의 주식지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우현 도련님은 신화의
주식을 1%로도 갖고 계시지 않습니다.'

'이런... 망할... 감히.... 당장 그놈을 불러오게... 당장...'

한여사는 고함을 치며 박비서에게 우현을 데려오라고 했다. 박비서는 그
곳에서
벗어나고픈 열망에 바로 나갔다. 그리고는 우현의 방에 노크를 했다.

'네...'

'할머님께서 부르십니다.'

우현은 방문을 빼꼼 열고는 박비서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
았다.

'무슨일이죠?'

우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듯 박비서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에 박
비서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것은 한여사가 우현에게 풀리라는
기대감에 화를 누그려뜨렸다.

'글쎄요. 직접 내려가 보시죠.'

우현은 괜시리 찝찝해 졌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1층으로 걸음을 옮겼
다.
똑똑... 우현이 한여사의 방에 노크를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
다.
똑똑... 우현은 다시 노크를 했다.

'들어와라.'

화난듯한 억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우현은 깍듯이 얘기한 후 방에 들어갔다. 한여사는 우현이 들어오는 모습
을 보며 화를 참았다. 곱상한 얼굴... 쌍커풀은 없지만 커다란 눈... 천한 제 어미
를 닮은 모습이 보기 싫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손자이길래 울며 겨자먹기 식으
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여사는 우현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우현은 표정
없이 달관한 모습으로 앉았다.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그게 사실이냐?'

'무슨 말씀인지...'

퍽...
우현의 말에 한여사는 화를 떨칠수가 없어 손에 잡히는 것을 우현에게 집어
던졌다.
연필통이 정확히 우현의 머리에 맞았다. 강한 충격 때문이었는지, 우현은
한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한여사를 바라보는 우현의 두 눈에는 증오가 잠
시 스치듯 지나갔다. 우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한여사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 고아놈에게 주식을 모두 팔은게냐?'

그녀의 질문에 우현은 픽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그녀를 쳐
다보았다.

'제 지분입니다. 어떻게 하던지 그건 제 마음으로 알고 있는데요.'

'뭐라고? 다른놈도 아니라... 너 일부러...'

'맞습니다. 서지혁은 원하고 있고, 시가보다 좀 더 비싸게 팔았으니 전 이
익보고...
서로 득이 되는 거래였으니까요.'

우현의 말에 한여사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한여사의 모습을 보던
우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외적인 회장은 제가 되기로 묵시로 약속을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우려하시는 것이 그것이라면 걱정마시죠. 그 핏줄도 훌륭한 이
씨 가문에서 아직도 회장을 하니까요.'

짝...
우현의 말에 한여사는 결국 분을 참지못하고 따귀를 올려붙였다.
얼굴이 돌아갈정도로 세게 맞은 우현은 고개를 바로 하고 한여사를 쳐다보
았다.
그의 두 눈에는 평온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가라... 당장 내 집에서 나가... 네 놈 꼴도 보기 싫다. 어서 나가...
어서...'

한여사의 고함에도 우현은 표정없는 얼굴로 한여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수현이 놓아 주십시오. 그렇다면 다시 되돌려 놓겠습니다.'

우현의 말에 한여사는 그를 노려보았다. 분노로 쥔 손이 바르르 떨고 있었
다.

'감히 네가 나에게 흥정을 하자는 게냐? 웃기는 소리 마라.
수현인 너와 근본부터 틀린 아이다. 가문의 수치는 너로 족해.
절대 그리는 안된다..'

근본부터 다르다? 한여사의 말에 우현은 피식 웃었다.
그 근본이라... 첩의 자식인 자신과 수현은 다른 핏줄이라...
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여사를 내려다 보았다.

'맘대로 하십시오. 저야 이 가문에 아무런 미련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수현인 내가 인정한 하나밖에 없는 핏줄입니다. 수현이가 행복해
진다면 모든 것 다 버릴 준비가 되 있으니까요. 맘대로 하시죠.'

우현은 한마디를 하고 한여사의 방에서 나왔다. 퍽... 방문을 닫자 문에
는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한여사가 분을 이기지 못해 뭔가를 던진것이었으리라.
우현은 방문에 잠시 기대고 서서 두 눈을 감았다. 여지껏 너무도 힘든 일
이 많았던 수현이었다. 자신 때문에 자유를 포기했던 수현이었다. 가문에 얽매여
그 초롱했던 눈빛마저 잃었던 수현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언제나 방관만 했
다.
이제 그리하지는 않을거야. 너만 짐을 지게 하지는 않을거야.
나도 떳떳한 인간이고, 너와 똑같은 이상인이라는 사람의 자식이야.
이젠 내가 내 자리를 찾겠어. 내가...
우현은 두 주먹을 단단히 쥔 후 심호흡을 했다.


내 사랑 악녀 37


'왜 하필 신화의 주식 매집에 그리 혈안이 된거지? 자네 한국에 온 이후부
터 좀 이상해. 무슨 일인가?'

맥스의 말에도 지혁은 아무말도 안하고 손에 쥐어져 있는 위스키잔을 뚫어
지게 쳐다보았다. 황금빛 위스키잔... 맥스는 그런 지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
다.
뭔가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아무리 옆에서 뭐라고 해도 자신이 결정한 것
은 절대 불복하는 그였다. 차가운 눈빛으로 위스키잔을 쳐다보는 지혁을 쳐다
보다 맥스는 자신의 손에 놓여진 위스키 잔을 쳐다보았다.

근 삼십년만에 만나는 크리스티(수현의 새엄마)... 그녀의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다.
언제나 호기심에 반짝이던 그녀의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세월에 치여서
슬픈 눈빛만을 간직한... 자신이 생각하던 크리스티가 아니였다.

'자네... 설마 신화에 눈독 들이는 건가?'

맥스의 말에 지혁은 싱긋 미소만을 지었다.

'난... 자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하네... 정정당당히 하게... 크리스티의 딸
을 그리 원한다면...'

'모르는 소리 마십시오. 그녀의 할머니가 나를 받아들일 것 같습니까?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겁니다. 날 받아들이지 않을거라구요. 고아인 나
는 그에겐 더러움 뿐입니다.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받아들이게 만들 수 밖에
요...
더 이상의 고생은 원치 않습니다.'

지혁의 강한 말에 맥스는 한숨을 쉬었다.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데.... 난 그럴바엔 차라리 자네가 나를 따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으면 하네... 미국에는 아직도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어...'

맥스의 말에 지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직 제겐 한달이라는 기간이 더 남았습니다.'

짧고 단호한 그의 목소리... 맥스는 한숨을 내쉬며 남은 위스키를 한번에
마셨다.
후끈한 열기가 가슴 저 안에서 올라왔다.

'자네 고집을 누가 꺽겠나. 하지만, 이것만 알아두게...
수현이는 크리스티를 닮았어. 가족이 먼저일거야. 그리고 의무가 먼저일
거고...
크리스티가 그랬던 것처럼 말야... 그녀의 두 눈은 크리스티를 많이 닮았거
든...'

지혁은 의아한 눈으로 맥스를 쳐다보았다. 맥스는 예의 멋진 입술에 비틀
어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은 고통과 회환 등이 담아 있었다. 설마...

'상인이놈... 내게 거짓말 했어. 나쁜 놈... 나쁜...'

맥스는 낮게 읊조리더니 빈잔에 위스키를 다시 담았다.
그리고는 한입에 털어 놓았다.
그런 맥스의 모습을 처음 보지만, 수현에게 생각이 미치자 지혁 역시 위스
키를 한입에 털어넣었다.

'수현인 제 여자입니다. 더 이상 그녀를 놓치는 그런 어리석은 짓 하고싶
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든 그녀를 제 여자로 만들겁니다. 뭐라 그러
든 말든...'

지혁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맥스는 빙그레 웃고는 지혁에게 건배하듯 잔을
올렸다.

'나 역시... 그럴 생각이야. 남들이 뭐라든 내 여자를 찾아야겠네...
자네처럼 말일세... 서로의 사랑을 위해 건배...'

맥스의 말에 지혁은 의하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맥스는 위스키를 마시
며 그의 눈을 피했다.


내 사랑 악녀 38


'맙소사... 너.... 설마...'

'난 신화에 관심 없어. 그건 네가 더 잘 알쟎아. 이참에 이 고리타분한데
서 도망칠까봐...'

우현의 말에 수현은 할 말을 잃었다. 도망친다... 도망친다...
헉....
갑작스레 자신의 멱살을 잡은 수현 때문에 우현은 숨이 막혔다.

'웃기는 소리마. 너... 너한테 그 자리를 줄려고 했던 일이야. 죽어도 안
돼...
그건 네 자리야... 아버지가 그리도 원했던 네 자리라구.'

수현은 화가 솟구쳤다. 신화그룹의 회장자리를 그만두겠다니... 그에게
그 자리를 주기 위해 지혁을 떠나 보내던 것이었는데...

'됐어. 더 이상 그 시원챦은 것 때문에 널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

하....
수현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웃기는 소리마. 네가 그리 한다고 내가 좋아할 것 같아?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 걱정말라구... 내가 알아서 하니까... 그리
고...
할머니한테 더 이상 휘둘리지 마. 알았어?'

수현은 그의 멱살 잡았던 손을 풀고 그를 노려보았다.
젠장할 놈... 기껏 생각한다는게 주식을 팔아버리고 회장자리에서 사퇴한다
구...
겨우 그까짓게 해답이었단 말야?

'젠장... 이놈의 자리 지긋지긋해. 그래.. 사실은 너를 핑계삼아서 하는
소리야.
난 이깟일 정말 싫다구... 정말이지..'

철썩...
우현은 수현의 따귀를 맞고나서 숨을 고루 쉬려고 노력했다. 자신을 노려
보는 수현의 두 눈동자가 눈물로 그득했다. 이런... 수현이 나로 인해... 이
런...

'아버지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아버지가... 너한테... 어떻게...'

수현은 우현의 옷을 잡고 울기 시작했다. 너무도 엉켜버린 실타래... 풀
기 힘들 정도로 엉켜버린... 우현은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억눌린
것은 정말 싫다. 정말이지...

'난 괜챦아. 수현아... 난... 아무것도 원치 않아. 괜시리 껍데기 뿐인
나 때문에 네가 힘드니까... 나하고 다른 네가 힘드니까... 그래서...'

우현은 수현을 강하게 안았다. 작은 수현...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핏
줄...

'안돼... 아버지... 아버지가... 난... 아버지 유지를 받아들여야해...
난...
네가 이렇게 쉽게 포기..하면... 4년전의 내 희생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거쟎아...'

우현은 두 눈을 감았다. 어떻게 이렇게 엉키게 하셨습니까? 아버지...
처음부터 전 욕심이 없었다는 걸 알고 계셨으면서... 알고 계셨으면서...
어떻게...

'할머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이건... 네가 할 일이라구... 나를 위해
서도... 그건...'

우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 때문에 수현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일에 집착인거지...

'알았어. 미안하다... 네게 걱정을 끼쳐서... 네 생각이 그렇다면... 알았
어.'

우현은 수현을 앉혀놓고 일어났다.

'대신 두 번다시 울지마. 어떻게든 수습할테니까... 알았지?'

우현은 수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더니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난 네가 우는게 더 힘들어. 내 몫까지 모두 네가 짊어졌는데... 울면 내
가 힘들어. 절대 울지마. 알았어? 절대루...'

수현은 우현이 자신의 방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서럽고 서러워 울고 싶은데, 우현의 한마디가 수현의 가슴에서 울려댔다.
울지마... 절대...




'어찌 네가 그런 얘길 한다는 게냐?'

한여사는 자신을 쳐다보는 정숙을 보며 부르르 떨었다.

'수현이 결혼 지혁 총각과 시키겠습니다. 어머님이 반대하신다 하시더라
도...'

하....
얌전하던 정숙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자 한여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

'제겐 하나밖에 없는 딸입니다. 그 아이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겠어요.
어머님이 뭐라고 하셔도 이번만큼은 굽히지 않겠습니다.'

'어찌... 네가...'

정숙은 사실 겁이 나긴 했다. 엄한 시새어머니였다. 30년간 모시고 살던 시
어머님...
한번도 편하게 모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집안의 어른으로 어려운 일
을 모두 이겨낸 분이었기에 존경하는 마음에 한번도 반항이라는 걸 해본적이 없었
다.
하지만, 이건 아니였다.

'어머님... 어째서 수현이에겐 이리 엄하게 하십니까?
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지만...
그렇게 어머님께서 영준이에게 집착하시는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정숙의 말에 한여사는 주먹만을 강하게 쥔채 입을 열지 않았다.

'어머님...'

'됐다. 물러가라. 두 번다시 그런 망발을 입에 담으면 가만두지 않을게
야.
다른 놈도 아니라... 지금껏 얘기는 모두 없던 일로 하자.'

'아니요. 그렇게는 못합니다. 수현이 지혁이와 결혼 할 겁니다.'

쾅...
한여사는 상을 강하게 내려치고는 정숙을 노려보았다.

'그리 해보기만 해봐. 가만 두지 않을테니...'

한여사는 그렇게 얘기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정숙은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지 않는다. 아무리 가문끼리의 결합이라 하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차남인 영준이보단 혼자의 힘이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지혁
이 더 나은 사위감인데...


내 사랑 악녀 39


'사모님 전화왔는데요....'

정숙은 쇼파에 넋을 놓은채로 앉아있다가 안성댁의 얘기에 정신을 차렸다.

'누구에요?'

정숙의 말에 안성댁은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하는 말을 도통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죠...'

안성댁의 말에 정숙은 싱긋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듣고 싶던 목소리였어. 크리스티...'

굵은 저음의 목소리... 맙소사... 맥스...
정숙은 손이 떨려서 수화기를 놓칠뻔했다.

'여보세요... 전화 듣고 있어? 크리스티?'

'예...'

정숙의 대답에 맥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반응은 정말 쉽지 않다.

'도대체 맘에 안들어. 왜 그러는거야?'

'뭘요?'

정숙의 대답에 맥스는 울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맥없는 목소리는
정말이지 화가 난다.

'내가 알던 크리스티 맞는거야? 이런 김빠지 콜라같은 목소리가 네 목소리
가 맞는거냐구?'

'맙소사.. 맥스...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다 듣고 있어요. 왜 소리
는 지르고 난리에요.'

정숙의 화난 목소리에 맥스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 이런 게 크리스티
지...
자신이 20살에 만난 크리스티...

'됐어. 이제야 내가 알던 크리스티를 보는 것 같군... 그나저나 지금 뭐하
고 있어?'

'뭐하긴... 그냥 있어요.'

'나와. 나 한국 관광이나 시켜줘.'

'바빠요...'

'저런... 30년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렇게 매몰차게 그럴거야? 응?
내가 그리로 갈까?'

맙소사...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의 맥스는 경계대상 1호다. 그리고 맥스
는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절대루 자신이 거절한다구 쉽
게 포기할 남자가 아니였다.

'알았어요. 어디서 만날까요?'

그녀의 대답에 맥스는 휘파람을 불렀다. 이젠 놓치지 않겠어.
상인아... 괜챦은거지? 네가 사랑했던 여인 내가 행복하게 해줘도...
하긴... 네가 나한테서 크리스티를 뺏어간건데.. 네놈이 뭐라한들 무슨 상
관이냐?
안그래?


'무슨 소리에요?'

수현은 놀란 표정으로 박비서를 쳐다보았다.

'주식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상하게 절반도 안되게 평가되고 있
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수현의 말에 박비서는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말인지는 뻔히 아실텐데요... 서지혁이 지금 주식시장에 장난치고 있
습니다.
무슨 일때문인지 외국인들이 신화의 주식을 전부 매도하고 있는 상황입니
다.'

박비서의 말에 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그 일이 지혁씨 때문이라고 할수 있죠?'

수현의 질문에 박비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한여사가 수현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놈이 내게 전화 했다. 널 놓아주지 않으면 계속 신화의 목을 조르겠다고
말이다.
네가 계속 영준이와 결혼하지 않으니 그쪽으로 도움을 청할수도 없는 노릇
이고...'

수현은 한숨을 내쉬며 한여사를 쳐다보았다.

'그럼 간단한 일이네요. 절 놔주세요. 그럼 되쟎아요.'

수현의 말에 한여사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안되는 소리... 뭐라 그래도 그놈은 안돼. 절대로...'

수현은 한여사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지혁씨 아기를 가졌다고 하더라도요?'

수현의 말에 한여사가 새하얗게 됐다.

'그게 정말이냐? 정말로 임신한거냐?'

수현은 씁씁한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나 해서요...'

'절대로 안돼. 네가 그놈의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안된다. 절대 허락 못
해... 절대로...'

'할머니... 그건 고집이에요. 전 아기를 가졌으면 죽어도 그 아기 키울거
에요.
죽어도.'

수현은 그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할머니 앞에 서서 그
녀를 내려다 보았다.

'두 가지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에요. 전 여지껏 할머니 원대로 살았어
요.
이젠 싫어요. 그리고, 신화에 대한 집착 우리 누구도 할머니만큼 하진 않
아요.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죠?'

그녀의 말에 한여사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낮은 협박...
수현의 두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수현은 한여사를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아비가 퍽이나 좋아했을 말이구나... 집착은 나만이라구?'

젠장... 한여사의 말에 수현은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여기서 아버지 얘
기를 할 줄이야...

'난 누가 뭐라고 해도 널 잘 안다. 네 아비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도...
과연 네가 그 모든 것에서 등을 돌릴수 있을까? 네 아비의 지론을 깨면서
말이다.
웃기는 소리... 결국 넌 내가 시키는 데로 할게다.'

한여사는 그 한마디와 함께 등을 돌려 수현의 방에서 나왔다. 문을 닫기
전에 잠시 섰다.

'영준이와 결혼해라. 마지막 권유다. 알겠니? 더 이상 날 화나게 하지
마라.'

후... 한여사가 나가자 수현은 한숨을 내리 쉬었다. 젠장...


내 사랑 악녀 40


'주식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게다 주거래 은행인 대한은행에서도 대
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강이사의 말에도 우현은 두 눈을 감고 듣고만 있을 뿐 이었다.

-아직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십니까? 정말 끝을 보고 싶으세요?-

지혁의 압박에도 한여사는 여전히 수현과 영준의 결혼을 밀어붙히고 있었
다.
고집불통... 정숙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자 영준의 집에가 결혼 날짜까지
받은 한여사 였다. 우현은 두 눈을 감았다. 아무리 협박을 해도 굽히지 않은
한여사...
무엇 때문에 그리 두 가문의 결합을 원하는 걸까?

'회장님...'

강이사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강이사님..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했습니다.'

우현의 말에 강이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들어 왜이러는지 모르겠
다.
집안에 가장 파워가 없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굉장히 날카로웠는데... 게다
가 그의 옆집누나인 이수현의 힘이 뒤를 받쳐주었는데, 요즘은 왠지 아무런 일도
손에 대지 않는 우현이었다.

'누군가 일부러 회사를 망칠려고 작전한 듯 싶습니다. 더 이상 주식이 떨
어지면, 그땐 정말 속수무책입니다.'

강이사의 말에 우현은 서류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한계점이기는 했다.
더 이상 떨어지면 대외적으로 입장이 곤란해질 수 밖에 없었다. 우현은 한
숨을 내쉬었다. 할머니에겐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생각에 빠지다가 우현은 입가에 미소를 빙긋 지었다. 신화에도 이득이고,
내게도 이득인 방법...
분명 게거품을 물고 할머니는 쓰러질거다. 하지만, 이 방법 밖에는 없
다.
극약처방...

'됐습니다. 더 이상 주가는 떨어지지 않을겁니다. 아니, 오히려 반등해
서 원위치 시킬겁니다.'

우현은 그렇게 얘기한 후 강이사를 쳐다보았다. 표정없는 얼굴이 자신을
쳐다보자
강이사는 그의 말에 믿음이 갔다. 26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이였지만, 정
말 경제의 흐름은 정확히 볼줄 알는 눈을 가졌다. 회장이 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
지만, 그가 하는 일들은 모두 인정할만 했다.

'다른 조치 할 필요는 없습니까? 자금이 필요하지는...'

'됐습니다. 강이사님. 돈 없이도 원상복귀 될겁니다. 그가 흔쾌히 받아
만 들인다면.'

우현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윗도리를 걸치더니 회장
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박미영씨, 잠시 외출해요. 두시간 동안은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전화 사
양입니다.'

우현은 자신의 차를 탄 후 시동을 걸었다. 서지혁...
정말이지 그도 힘든 싸움일거다. 하지만 이제부터 정확한 진짜 싸움이 되
는거다.
왜냐면... 매일 할머니를 봐야 하니까.. 후훗...




'하하하... 하하... 정말? 그리 해도 될까?'

지혁은 자신의 앞에서 태연히 차를 마시는 우현을 보며 배를 잡고 웃었
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맞아... 바보같이 힘을 빼면서까지 주식시장을
주시할 필요는 없겠군.

'마지막 수단이에요. 형... 수현이 결혼 날짜까지 잡혔어요.'

우현의 말에 지혁의 웃던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미친 노친네 같으니... 정말 끝을 보려구 하나...'

지혁의 말에 우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혁은 두 눈을 감았다.
젠장할...

'아참, 그럴려면 현재 형의 회사와의 일도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하쟎아요.'

우현의 말에 지혁은 두 눈을 떴다.

'아니, 괜챦아. 어차피 나 역시 맥스의 동등한 파트너이구, 맥스는 내 아
버지야.
아들 이기는 아버지 봤나?'

'아버지?'

우현의 말에 지혁은 싱긋 웃었다.

'양아버지... 정식으로 입적할뻔 했지. 하지만, 내겐 아버지이지. 내가
가질 수 없던 것, 느낄 수 없던 것을 보여주신 분이거든. 내겐 친 아버지야.'

'그럼 그렇게 하죠. 아참, 그럼 내일 저녁에 집에서 식사를 해요. 뭐...
소화가 안되도 어쩔수는 없지만...'

우현의 말에 지혁은 싱긋 웃었다.

'소화제야 근처에 널렸쟎아. 걱정마. 그나저나 노친네나 걱정해. 아무래
도 내일 쓰러지지나 않을지 걱정이군.'




'정말이야? 너...'

'네 말대로 회사 안심하지, 내 위치 굳건하지... 뭐... 일석 이조가 아니
라 일석 몇조냐? 아무튼 오늘 저녁 기대하라니까... 하하... 할머니만 머리좋은게
아니지.'

수현은 우현의 말에 두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오늘 영준씨 오기로 되어 있는 날이야.'

수현의 말에 우현은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럼, 오늘이 더 즐거워지는데...'

'그런데, 그거 할머니가 허락할까?'

수현의 말에 우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서지혁 20%, 너 25%, 새엄마 10%의 주식이면...'

우현의 말에 수현은 빙긋 웃었다. 하긴... 대주주인 내가 OK 하면 뭐...

'아뭏든 네 할머니의 고집 정말이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어떻게 내 할머니냐? 네 할머니지..'

우현과 수현은 서로가 자신의 할머니가 아니라고 다퉜다.
우현이 방을 빠져 나가자 수현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웠다. 그가 정말
보고 싶다.
어떻게 저녁까지 기다릴수 있을까? 어떻게...


내 사랑 악녀 41




'말도 안돼...'

한여사의 고함에도 불구하고 우현과 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한여사 앞에
서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했다. 그리고는 정숙에게 나머지 난에 서명을 요청했
다.
정숙은 얼굴이 붉어진 한여사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결심
했다는 듯 아이들이 내미는 종이에 서명을 했다.

'이것으로 서지혁씨는 우리 그룹의 동등한 파트너이자 부회장이 된 겁니
다.
기자회견은 내일 하기로 하죠.'

우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여사는 지혁의 앞에 다가갔다. 철썩...
강한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더러운 놈... 네가 그런다고 그리한다고 내가 수현이를 너에게 맡길 것 같
은가?
하... 오히려 잘 되었군. 더 이상 머리 쓸필요 없겠어. 더 이상은 아니
다.
더러운 놈...'

한여사의 행동에 모두 놀랐다. 이리도 그를 싫어할것이라고는...
지혁은 한여사의 행동에도 표정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러고는 수현옆에 다
가 가더니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녀의 입술에 강하게 키스했다.
그의 갑작스런 키스... 할머니 때문에 화가 나서인지 거칠기까지 했지만,
수현은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그런다고 허락할 것 같은가? 천한 피를 보여주는군... 네 부모와 같
이...'

그런 얘기를 하다 한여사는 자신이 실언했다는 듯 입을 꼭 다물었다.
하지만, 마지막말을 들은 지혁은 한여사를 노려보았다.

'내 부모라고요?'

한여사는 지혁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그녀
의 그런 행동에 불구하고 지혁은 한여사의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나도 모르는 내 부모에 대해 알고 계시나 보죠? 어떻게 된겁니까?'

한여사는 입을 꼭 다물고는 지혁의 얼굴을 피했다. 수현은 자신의 할머니
에게 다가갔다. 지혁의 출생에 대한 키는 할머니가 쥐고 있었던가?

'할머니? 어떻게 된 거에요? 어떻게 할머니가 오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있는 거죠? 할머니?'

수현의 질문에 한여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잘못 들었을 게다.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피곤하다. 모두 물러가.'

한여사의 강한 말이 더욱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지혁은 한여
사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여사의 팔을 잡았다.

'사실대로 말씀하시죠. 제 부모라니요? 제 부모를 알고 계십니까?
어서 말씀하시죠.'

지혁은 자신의 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자 알지 못하
는 분노를 느꼈다. 부모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니, 증오했었다. 자
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놓고, 버린... 그래서 고아라 천시 받았던 세월... 지혁
은 한여사를 붙잡고 흔들며 자신의 부모에 대해 얘기하라고 그녀를 거칠게 흔
들었다.

'그만하게. 지혁군... 그리 몰아쳐서야... 오늘은 그만하게나. 내가 알아
보겠네. 그러니 이성을 찾게...'

정숙이 지혁을 떼어놓으면서 그에게 조용히 말을 했다. 정숙의 말에 지혁
은 손을 풀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그만하게... 내가 알아보겠네. 지금 어머님도 충격을 받으셨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정숙의 말에 지혁은 한여사를 쳐다보았다. 완고한 노인네의 얼굴이 하얗
게 질려 있었다. 지혁은 얼굴을 들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숨을 내쉬려
노력을 했다.

'좋습니다. 오늘은 그만 가지요. 하지만,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지혁은 그렇게 얘기한 후 몸을 돌려 거실을 나가려 했다. 그가 몸을 숙이
고 신발을 신으려 할 때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팔을 살며시 붙잡았다. 수현이
었다.

'조심해서 운전해. 알았지?'

아무런 대답도 하기 싫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
고 고개를 끄덖였다.

'다 잘 될거야. 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어. 나... 점점 널 사랑하는 것에 자신감을 잃는
다.
4년전보다 지금이 더 힘들어 지고 있어. 그때는 널 증오하면 되었는데, 지
금은 널 증오하지도 못하고... 널 소유하지도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잃어가고 있어. 너를 사랑하는 것에...
지혁은 신발을 신고 나서 몸을 들었다. 작은 수현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
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커다란 눈이 슬픔을 담고 있었다. 지혁은 한숨을 내쉬고
는 수현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래... 그럴거야... 그래...'

지혁은 수현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차가운 밤
공기가 그를 휩싸고 있었다.


내 사랑 악녀 42


'좀 만나도 될까요?'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에 맥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리스티... 그녀의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무슨 일이오? 지금 몇신줄 알고?'

'젠장... 맥스... 당신이 언제 시간에 신경을 썼어요? 지금 나올거에요,
말거에요?'

'알겠어. 지금 어디에 있소?'

맥스는 전화를 끊고 옷을 입었다. 세상에나 새벽 2시에 나오라고 하다
니...
그런다고 나가는 나는 어떻고...
하지만, 크리스티... 당신 내 감정 책임져야 할거야....

맥스는 차를 몰고 크리스티가 얘기한 한강으로 갔다. 차가운 강바람...
어두운 강물은 금빛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맥스는 강둑 앞에 흰색 벤츠
앞으로 갔다. 크리스티가 운전석에서 두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톡톡...
맥스가 유리를 두드리자, 정숙은 두 눈을 뜨고 자신을 걱정스레 내려다 보
고있는 맥스를 쳐다보았다. 그가 왔다는 걸 알자 정숙은 손짓을 해서 자신의 옆자
리로 오라고 했다.

'무슨 일이지?'

정숙은 앞을 바라보다가 껄끄러운 입을 열었다.

'당신 상인씨한테 분명 지혁이를 부탁 받은거였죠? 그래서 그를 돌본거죠?'

정숙의 말에 맥스는 앞의 강을 쳐다보았다. 금빛 빛깔의 반사된 빛이 바람
결에 흔들렸다. 고요한 흔들림...

'맥스.... 어서 얘기해요... 어서...
상인씨 당신한테 지혁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어요? 어서요..'

정숙의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굉장히 참고 있는 듯...

'그게 무슨 말이야? 상인에게 들은 것 없어. 아무리 상인이 내게 부탁을
하였어도 실력이 안되면 내가 파트너로 삼을 것 같아?'

맥스의 차분한 목소리에 정숙은 고개를 숙였다. 사업에 대해서는 한없이
냉정한 맥스라는 걸 왜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지혁이 그 능력에 부합되지 않으
면 절대 그를 발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하지만, 맥스와 지혁이 연결되어 있
다면, 그건 상인 때문일텐데...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지난 얘기를 하는 거지?'

맥스의 말에 정숙은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불빛을 쳐다보았다. 저 화려한
불빛이 자신의 딸 수현이 같았다. 저리도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지혁이... 어머님 죽어도 받아들이지 않아요. 죽어도... 그 이유를 제가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된 지금, 어머님 뜻 따를 수밖에 없어요. 수현이... 지혁이
아니면 안되는데... 왜 그 둘은 그렇게 엉킨거죠?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
에...'

정숙은 입을 꼭 다물었다. 정숙의 말을 들은 맥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
다. 그 둘이 그리도 사랑하는데 왜 다른 삼자들이 반대를 하는거지? 왜... 크리스
티...
당신이 상인을 사랑했기에 나도 둘을 방해하지 않았던 건데... 왜... 당신
이 당신 딸의 사랑을 방해하는 거야... 왜...

'무슨 말이지? 크리스티? 난 이해가 안돼... 안젤로만한 젊은이가 어디
에 있다고...
내가 만약 딸이 있다면 난... 아무 걱정 하지 않고 내 딸을 보내겠는데...
왜 안 된다는 거지?'

'당신은 몰라요... 맥스... 당신은 죽어도 이해 못해요.... 상인씨라도 사
실대로 알게되면 당연히 그 둘 만나지 못하게 할거에요. 어머님을 힘들게 하
고...
그렇게 하면서까지 그 둘을 허락할순 없어요.'

맥스는 정숙을 노려보았다. 무슨 시덥지 못한 소리인가? 겨우 낼 모레면
세상에서 사라질 노인 때문에 젊은이들이 상처를 받아야 한다고? 정말이지... 이건
맘에 안든다... 이런 상황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안젤로를 내게 보
낸거냐? 이 망할 상인아... 너 크리스티가 얼마나 맘이 약한지 알면서..
내겐 아무런 얘기도 안하고 그냥 안젤로를 내게 보낸거냐?
어떻게 하라고 한마디도 안한거냐?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야?
안젤로가 무슨 문제라는거야?

'알려줘... 무엇 때문에 안젤로가 안되는건지... 알려줘... 안젤로는 내게
아들과 같은 아니, 내게 아들이야. 왜 안되는거지?'

정숙은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그래.... 맥스라면 이해하겠지... 그
리고, 지혁을 막아주겠지.

'수현이 고모가 있었어요. 수현이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님께 굉장히 예쁨
을 받는 딸이었어요. 저도 한번 봤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었죠. 그 딸이 고학생에
게 마음을 빼았겼어요. 그리고 어머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결혼했죠.
그리고... 일년이 지난 후에 보니까, 그 고학생은 따로 사랑했던 여자가 있
던 거에요. 그리고... 후... 고모는 자살을 하고, 그 남자는 자신의 사랑하
던 여자에게 갔죠. 그 여자와 그 남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지혁이었던 거에요.
우습게도 지혁이 태어나고 얼마 안 있다가 그 남자와 여자는 사고로 죽고,
어머님은 지혁이를 고아원에 보냈죠. 두 번 다시 안보겠다고 했는데....
그러셨는데... 참, 이상하죠. 수현이 가정교사가 하필이면 지혁이 일 줄이
야...
어머님 이해해요. 이젠...'

하... 업친데 덥친격... 그 노친네 그리도 방방 뛰는 이유가 있긴 있었
군...
맥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티... 안젤로...가 원해서 그리 태어난건 아니야. 당신 시새어머니
를 이해하긴 한다고 해도, 그 둘을 갈라놓을 권리따윈 없어. 그 둘을 봐...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쟎아. 난 그 둘이 잘되길 바래.'

정숙은 고개를 돌려 맥스를 노려보았다.

'누가 그걸 몰라요? 하지만, 안되요. 두사람, 절대 안되요...
아니, 제가 못하게 할거에요. 그 두사람... 절대로 안되요.'

정숙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말에 맥스는 정속의 손을 잡고
자신을 마주보게 했다.

'젠장... 당신이 알아?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지켜봐야만 하는 아픔
을 알아?
처음에는 사랑이었을지 모르지만, 일년.. 이년... 시간이 지나면서 증오로
바뀌는걸 알아? 가슴에 한 이름만 새겨놔서 다시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 가슴을 알아?
하! 안젤로를 그렇게 만들라고? 과거의 망령 때문에 안젤로를 그렇게 만들
라고?
4년동안 한 여자만 그리워했던 그를 겨우 과거의 망령 때문에 망가뜨리라
고?
웃기는 소리하지마. 죽어도 그렇게 안해. 안젤론 내게 하나밖에 없는 아
들이야.
절대로..'

맥스는 속사포같이 퍼붓고나서 가슴을 진정하려고 했다. 정숙은 맥스가 자
신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자 두 눈을 찡그렸다.

'그래요... 알아요. 지혁이 정도면... 하지만, 어머님을 더 이상 힘들게
할 수는 없어요. 절대로요.'

정숙은 잡힌 손을 빼내려 했다. 읍... 맥스의 금발이 정숙의 얼굴을 간질
였다.
그의 다급한 키스... 맙소사... 정숙은 고개를 저으면서 그를 떨어뜨리려
고 했지만, 맥스는 그럴수록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근 3년만의 포옹이었
다.
남편이 죽고 난 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인과도 이렇게 열정적인 키스
는 받아보지 못했었다.
정숙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고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
다.

'얼마나 바래왔는지 알아? 크리스티... 얼마나 꿈꿨는지 알아?'

쉰 듯한 목소리가 정숙의 귀에 들렸다. 맙소사.... 설마...

내 사랑 악녀 43


수현은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짙은 어둠... 태양이 뜨기 전의 어둠...
그 어둠에 휩싸인 정원을 내려다 보았다.
후... 그것이었나? 할머니가 지혁씨와 나를 반대하는 이유가?
어제 수현은 새엄마가 자신의 할머니를 모시고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스
쳐 지나가다가 둘이 하는 얘기를 들었었다. 사진으로만 보았었던 예쁜 고
모...
할머니가 가끔씩 나와 비슷하다며 사진을 참으로 사랑스런 눈길로 쓰다듬으
며 나와 대조시켰던 고모... 그 고모를 배신한 남자의 아들... 하... 신파의
사랑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거지? 하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니, 수현은 할
머니의 말에 함부로 반항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정말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뒤죽박죽 섞여서... 뒤죽박죽... 수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방에서 나갔다.
어두운 거실 벽을 더듬어서 일층으로 내려갔다.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현이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내 마시려 했다.

'여기서 나가. 수현아...'

가라앉은 우현의 목소리... 수현은 몸을 돌려 우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는 싱긋 웃었다.

'무슨 소리야?'

'너 지혁 형 사랑하지? 어서 나가... 오늘부터 여기에 너는 없는 거야. 어
서..'

우현의 말에 수현은 목이 잠길려고 했다. 우현아... 너의 노력에도.. 너의
마음에도... 그리고 나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난 이제 정리해야 할 것 같
아...
나의 사랑에 모두를 힘들게 할 수가... 이젠....

'넌 사랑을 위해 살았으면 해. 넌 행복해야해...'

우현의 말에 수현은 두 눈을 감았다. 그래... 잠시 행복해도 되겠지...
그 한달의 행복을 잠시 다시 맛봐도 되겠지... 잠시... 영원한 그리움을 위
해서..
잠시... 수현은 고개를 끄덖였다. 그녀의 동의에 우현은 수현의 손을 잡고
차고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도련님... 어디에...'

최기사의 말에 우현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수현이와 잠시 바람을 쐬겠습니다. 잠시만... 괜챦죠?'

우현의 말에 최기사는 안된다라고 얘기하려 했지만, 슬픔에 젖은 수현의 모
습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일찍 오십시오. 아시겠습니까? 제발...'

'알았어요...'

우현은 수현을 차에 태우고 시동을 켰다.

'수현아... 아무 생각하지 마. 알았지?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너한
테...
난 네가 행복했음 좋겠어... 네가 웃어야 내가 웃을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일이 있어도... 넌 행복해야해.'

우현이 지혁의 아파트 앞에서 차를 세운 채 수현에게 말을 했다. 그녀를 바
라보는 그의 눈이 사랑으로 넘쳐있었다. 그의 말에 수현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난 말야... 내가 악녀가 되야 네가 행복 할 줄 알았어. 새엄마가 그래야 고
생 안 할 줄 알았어. 그런데, 너하고 새엄마는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행복을 느끼
지 못한 것 같아. 난 내 나름대로 행복했는데... 아마, 또 악녀가 되야 할거야...'

수현은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 오려고 해서인지, 상쾌한 공기
가 그녀를 감쌌다. 그리고는 우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지혁의 아파트로
걸음을 옮겼다. 우현은 수현이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 한숨을 내쉬고 차를
돌렸다.
우현의 차가 돌아가는 것을 보자 수현은 아파트의 난간을 붙잡았다.

가슴을 억누르는 뭔가가 그녀를 아프게 했다.
울지마... 넌... 언제나 강했쟎아. 이제야 약한 척 하지마.. 그건 너하고
안 어울려...
넌 약하지 않아... 넌 강해... 너..는.... 넌... 자신도 모르게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수현은 오른손으로 눈물을 닦은 후 심호흡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탈칵...

현관문을 열자 거실이 보였다. 지혁의 성격을 얘기하듯 굉장히 깨끗했다.
수현은 지혁의 방문을 열었다. 텅 빈... 한번도 여기에서 잔 적이 없는 흔적...
수현은 왠지 모를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그 방안을 보
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수현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스쳐지나갔
다.
자신의 작은 침대에 지혁은 몸을 구부리고 잠이 들어있었다. 수현은 살며
시 그의 곁에 다가갔다. 향기나면서 깨끗한 머릿결... 수현은 그의 머리를 부드럽
게 쓰다듬었다.

내가 오빠곁에서 떠나면 오빠 어떻게 할까? 잘 지낼수 있을까? 그럴거
야...
4년을 지낸 것처럼 더 앞서 가면서 나를 비웃겠지...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만나겠지... 근데, 나 그런 모습 상상하기 싫어.
그런 모습 상상하면 내가 가슴이 넘 아프거든...

지혁은 자신을 쓰다듬은 따스한 손길에 눈을 떳다. 이건 꿈일거야...
어떻게 수현이...

'바보같이... 왜 내방에서 자고 있어?'

수현의 말에 지혁은 그녀가 실제임을 알았다. 지혁은 오른손을 들어 그녀
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차가왔다.

'너 차가워...'

그의 말에 수현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다.

'밖에서 방금 와서 그래....'

'어떻게...'

수현은 빙긋 웃더니 지혁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부드러운 그녀의 혀가 그
의 혀를 쓰다듬었다. 지혁은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안고는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
다.
수현의 두 팔이 지혁의 목을 강하게 껴안았다. 그 둘은 서로가 떨어질수 없
는 듯 강하게 껴안고 갈구하듯 서로를 탐하고 탐했다. 지혁은 그동안의 시간을
보충하려는 듯 급하게 그녀의 옷을 벗겨냈다. 새하얀 나신...
그토록 보고팠던 그녀였다. 지혁은 수현을 침대에 눕혀놓고 그녀의 가슴을
맛보기 시작했다. 미치도록 달콤한... 그녀만의 맛...
지혁은 고개를 들고 수현에게 강하면서 부드럽게 키스하며 그녀를 소유하
기 시작했다.
내 모든 것의 여인... 내 여자... 지혁과 수현은 서로를 다급하게 소유하
며 욕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수현은 지혁이 지쳐 완전한 잠의 나락으로 떨어지자 침
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아까 벗어 논 옷을 입었다.

사랑해... 사랑해... 그런데... 오빠와 내가 짊어져야 할 짐 감당할 자신
이 없어...
나 때문에 오빠 조금씩 조금씩 웃음을 잃어 가는 것 볼 수가 없어....
아니, 사실은 내 사랑 때문에 할머니가 힘들어하는 것 볼 수가 없어.
새엄마가 힘들어하는 것 볼 수가 없어... 우현이가 힘든 것 볼 수가 없어...
나와 오빠만 약간 힘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질텐데...
내 악녀로서의 기질은 언제나 오빠에게 향한 건가봐... 언제나 오빠 가슴
에 증오를 심어 놓는다...

그녀의 눈물이 지혁의 볼에 떨어졌다.

근데 그거 알아? 오빠의 가슴에 증오를 심어 놓고, 난 내 가슴에 아무것도
채우질 않아... 차라리 증오로 시간을 보낸다면 덜 아플텐데... 아무것도
없는 난...
밤마다 오빠의 목소리로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걸... 다시 오빠 가슴에 증오
를 심어놓을거야. 이젠 영원히 날 용서할수 없을 정도로... 그래...
차라리 날 미워하고, 저주해... 난... 정말...난... 괜챦으니까....


수현은 일어나서 하얀 종이를 화장대에 놓고 지혁의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내 사랑 악녀 44 - END




'아무리...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한여사는 우현을 바라보며 가슴을 쳤다. 어떻게 수현을 보낼수가 있단 말
인가?

'그만하세요. 어차피 할머님 모시고 살 사람은 저 아닙니까? 수현이 놔줘
요...'

'이 놈이... 이 놈이..'

한여사가 우현의 멱살을 잡으려 할 때 하얀 손이 한여사의 손을 강하게 잡
았다.

'너어...'

우현은 수현의 모습을 보자 말이 안나왔다. 어떻게 다시 돌아올 생각을 했
지?

'이젠 모두 정리했어요. 할머니... 이젠 다 됐어요... 4년전처럼...
이젠 모두 다 정리했어요.'

수현은 그렇게 한마디 한 후 계단을 올라가려했다. 계단앞에는 자신의 엄
마가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끝이야. 새엄마... 그러니까, 이젠 새엄마도 자유로워지세요... 엄
마... 우현이... 모두...'

수현은 자신의 방에 올라와 방문을 잠갔다.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조금씩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다 끝이야... 다... 끝이야... 이젠 끝내야 해... 모
두 행복하길 위해서... 잠시... 난...



지혁은 미치고 싶었다. 그녀가 쓴 편지...
모두 거짓이길 바랬다... 이럴 수는 없어... 어떻게...
수현은 이제 가문의 어른들이 바라는데로 결혼할거라 했다. 어제는 마지막
을 위한 그 마지막을 위한 추억을 만든 날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약혼자와, 5년을 기다린 그와 결혼할거라 했다...
다신 날 보지 않을거라 했다. 수현을 위해 한국을 떠나달라 했다. 한국
을...
지혁은 손에 잡히는 것들을 모두 던졌지만, 화가 풀리지 않았다.
겨우, 너의 사랑이... 겨우... 겨우... 그거였나? 겨우...
지혁은 유리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유리가 깨지면서 손에 피가 났지만,
아픔을 느낄수가 없었다. 수현이 내고 간 상처에 빌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네가... 어떻게...
지혁은 옷을 걸쳐입고 수현의 집으로 가려고 아파트 문을 열자 맥스가 걱정
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그녀에게 가려고?'

'저리비켜요... 맥스...'

지혁은 맥스를 밀치고 지나가려했지만, 맥스는 지혁의 팔을 강하게 잡고 놔
주지 않았다. 지혁은 분노에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맥스는 더 힘을 주면서 그
를 놓아주지 않았다.

'젠장... 이거 놓으란 말야... 이거 놔.. 이렇게 그녀 놔줄수 없어. 놔주
지 않아.. 이것 놔...'

지혁은 소리를 치며 맥스의 팔을 뿌리치려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맥스는 지혁을 놔주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크리스티의 전화에, 그녀의 부탁에
그럴수가 없었다...

'기다려..'

퍽...
지혁은 참다 못해 맥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반항에 맥스는 통증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그의 팔을 놓아주지 않았
다.

'너를 포기한 여자야. 뭐 때문에... 널 포기한 여자라구...'

맥스의 말에 지혁은 포효하듯 비명을 질렀다. 이런 모습 되려고 한국에
온 게 아냐... 이렇게 그녀를 놓칠려고 다시 그녀를 만나게 아니야... 이럴려고,
그녀를 다시 사랑한게 아냐...

'미국으로 돌아가자. 안젤로... 크리스티의 딸 결혼날짜 잡았어.
이만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자...'

맥스의 말에 지혁의 이성의 끈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지혁은 맥스를
강하게 밀어 넘어뜨리고는 뛰어서 아파트를 뛰쳐 나갔다. 모두 거짓말이야...
모두 거짓...이야..... 모두....


쾅....
지혁은 열리지 않는 현관을 부여잡고 계속 흔들어 댔다.

'어서 열어... 수현아... 어서... 문 열어... 너 거짓말 그만해... 어
서...'

지혁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문을 계속 흔들어 댔다.
하지만, 집에서는 아무도 나오질 않았다.

'어서... 너 거기 있는 것 알아.. 어서 문 열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질러도... 안은 움직임이 없었다.
근 30분을 소리쳤을까, 지혁은 실망감에 대문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나 이제 떠나면, 정말 두 번 다시 한국에 안돌아와...
나 이제 너를 잊으면, 정말로 널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아... 그래도 되
니?
너 날 그렇게 만들어도 행복해? 그런거니?'

지혁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무리 그 앞에서 기다려도 수현은 나오지 않았다. 지혁이 고개를 들어 수
현의 방쪽을 쳐다보았다. 수현... 그녀가 서있었다. 수현은 아무런 표정도 없
이 그를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
그래... 그게 네 답이구나... 그게....
지혁은 일어나서 수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걷기 시작했
다.
그래... 네 원대로 이젠 떠나줄게... 영원히 이 한국땅에서.... 영원히....

그래... 오빠... 참 끊질긴 인연이었어... 미안... 나 오빠 아프게 한
것...
내가 다 벌받을거야... 그러니까... 행복해... 오빠... 알았지?



'752편 미국 뉴욕행 비행기가 한시간 후에 출발할 예정이오니, 탑승객은 출
국수속을 하시기 바랍니다.'

출국 안내방송이 공항내 청사를 울리고 있었다.

'정말 괜챦니? 너...'

성욱의 말에 지혁은 아무말도 안했다.

'지혁아... 오늘... 수현이...'

'됐어. 아무말 하지마... 아무말... 이젠 한국에 두 번 다시 안와... 두
번 다시...'

지혁의 말에 성욱은 할말을 잃었다. 지혁의 눈빛이 상처 받은 눈빛...
4년전 그때보다 더 아픈 눈빛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녀를 만나게 되면..... 전해줘... 네 뜻대로 영원히 증오할거라
구...
아니 완전히 잊어주겠다고....'

지혁은 성욱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조용히 얘기했다.

'너... 어떻게.... 어떻게....'

지혁은 짐을 들고 출국수속 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맥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펑... 펑...
신문기자들의 사진 찍기 위한 후레쉬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여러곳에
서 온 하객들 때문에 결혼식장은 굉장히 붐볐다.
수현은 신부대기실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지혁이 미국으로 돌아가
는 날이다... 그래... 이젠 됐어... 이젠... 모든게....

'괜챦니?'

정숙의 말에 수현은 두 눈을 떴다. 그러곤 싱긋 웃었다.

'나하고 약속 잊지마.... 나 결혼식 끝나면 새엄마 미국에 가는거... 알았
지?'

수현의 말에 정숙은 두 눈이 뜨거워졌다. 맥스를 따라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 정말로 불행해 질 거라며 자신에게 협박하던... 딸...

'나 오늘 이뻐?'

'그래... 아주... 많이... 그렇지, 우현아?'

정숙의 말에 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수현은 정말 아름다웠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너무도 아름다웠
다.

'오늘 끝까지 기대해... 우현아... 알았지?'

수현은 그렇게 얘기한 후 살짝 우현에게 윙크를 했다. 그녀의 윙크에 우현
은 약간 의아했다.




지혁은 톨게이트를 지나 비행기 통로가 오픈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워
진 눈빛,
아무런 말도 안하고 꽉 다문 입술... 내 아들 안젤로는 이런 분위기가 아닌
데...

'안젤로... 잠시 앉아서 기다리자.'

맥스의 말에도 지혁은 아무말도 안하고 앞만을 바라보자, 맥스는 한숨을 내
쉬고 지혁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신랑 입장...'

영준이 입장하자 시끌 벅적한 실내가 일순 조용해졌다. 영준은 입가에 미
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식장을 걸어 들어갔다.

딴따다다... 딴따다다...

'이제부터, 이결혼식의 하이라이트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의 입장
이 있겠습니다. 하객여러분께서는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여 크게 박수를 쳐
주시기 바랍니다. 신부입장...'

결혼행진곡에 맞춰 수현은 자신의 작은 아버지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들
어갔다. 딴따다다...




'뭐하는 겁니까? 어서 돌아가십시오...'

경비들의 말림에도 불구하고 지혁은 소리를 지르며 공항을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이거 놔... 이대로... 그런 바보같은 이유로 그녀를 잃을 순 없어...
이것 놓으란 말야...'

지혁이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피우자 경비원들이 제지하려 하자 맥스는 경
비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어서가... 늦을지 모르니까...'

'바보같이... 바보같이...'

지혁은 가로막는 경비들을 밀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가까운 곳
의 택시를 잡았다.



'신랑 최영준군은 신부 이수현양을 아내로 맞이 하겠습니까?'

'예...'

강한 목소리가 식장을 가득 메웠다. 그의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주례는 입
가에 미소를 짓고는 수현을 내려다 보았다.

'신부 이수현양은 신랑 최영준군을...'



'아저씨 빨리요... 제 여자가 다른 놈이랑 결혼하려고 한단 말입니다. 어
서요...'

지혁은 운전기사를 닥달하며 신라호텔로 재촉했다.
제발... 제발... 수현아... 너 나 아님 안되쟎아. 그건 네가 더 잘알쟎
아... 그렇지...
그렇지... 수현아....
지혁은 두 손을 마주잡고 기도하고 기도했다. 과거의 망령때문이라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난... 나 혼자 컸어... 아무도 날 키우지 않았
다고...
과거의 한낱 망령일 뿐이라구....

'아저씨 빨리요....'

지혁의 재촉에 정말 택시는 총알같이 서울 시내를 관통해서 호텔까지 도달
했다.
지혁은 수표를 내고는 잔돈 받을 새도 없이 뛰어 호텔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다이아몬드 룸이 어디요?'

안내데스크가 표시한 쪽으로 지혁은 뛰어가기 시작했다. 쾅....
이미 비어버린 결혼식장...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그저 치우는 사람
들 뿐이었다.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이대로 끝인건가... 그런거
야...
그런거야...
지혁은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
다.
지혁은 고개를 돌렸다.

'여기 어떻게 왔어요? 형?'

우현... 그였다. 지혁은 일어나서 우현의 어깨를 강하게 쥐고 흔들었다.

'수현이 어디에 있어? 어디로 갔냐구?'

지혁의 말에 우현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은거 아네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한번도 수현이를 잡지도 못해놓
고...
이제와서 뭘 어쩔려구요? 너무 늦었어요.'

우현의 말에 지혁은 상관하지 않고 그를 계속 흔들어 대며 수현의 신혼여행
지를 물어보았다.

'신혼여행지에서 수현이를 데려올건가요?'

우현의 말에 지혁은 고개를 끄덖였다.

'내 여자야.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 말도 안되는 이유로... 혼자 짊어지
려 해...
같이 짊어져야지... 난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 십년을 기다려 허락받
을수 있다면 십년이라도 기다릴수 있어... 어디야... 어서 말해...'

지혁은 소리를 지르면서 우현의 어깨를 흔들었다.

'수현이 지금 병원에 있어요. 서울병원... 거기로 한번 가봐요...'

우현의 대답이 끝나자 마자 지혁은 그의 어깨를 놓고는 바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야? 수현... 아무것도 다쳐선 안되는데... 무슨 일이야... 도대
체...

지혁이 급히 뛰어가는 모습을 보자 우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도 사랑을 한번 해볼까나....



'이수현... 이수현...'

지혁은 병실을 모두 열어보면서 수현의 이름을 불렀다. 아무리 안내데스크
에 화를 내도 이수현이란 환자는 없다고 했다. 지혁은 어쩔수없이 층층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경비가 와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지혁은 경비들을 완강하게 반항하며 앞으로 앞으로 걷기만 할 뿐이였다.

'어디있어? 이수현... 어서 대답해... 어디냐구...'

지혁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그제야 저쪽 끝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을 보게 되었다. 설마... 지혁은 경비원들을 강하게 밀어뜨리고는 그쪽으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사람을 밀어 젖히고는 병실로 들어갔다.

'수현아...'

하지만, 병실 침대에는 수현이가 아닌 한여사가 누워있었다.
수현은 지혁의 목소리에 흠짓 놀라 고개를 들었다. 수현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한여사의 손을 쥐고 있었다.

'맙소사... 오빠...'

지혁은 수현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웨딩드레스의 수현...

'이모습은 나를 위한거여야해... 알겠어? 넌 내여자야. 아무리 뭐라그래
도, 그래,
내 핏줄이 아무리 천해도... 난 널 포기못해... 그 웃기지도 않은 핏줄 때
문에 널 포기하는 것... 웃기지마... 넌 내여자야... 넌... '

지혁은 그렇게 얘기한 후 한여사를 쳐다보았다. 무엇 때문에 충격을 받았
는지 얼굴이 하애보였다. 지혁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제겐 수현이 뿐입니다. 어떤 핏줄이라 해도, 할머님을 힘들게 한 그 핏줄
이라 해도, 전 수현이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허락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그런 핏줄이라서... 하지만... 수현이는 포기하지 못합니
다.
할머님께서 하라는 것 모두 할테니, 제발 우리 둘 허락해주십시오.'

맙소사.. 자신 때문에 지혁이 무릎을 꿇자 수현이 울면서 지혁의 어깨를 감
싸며 같이 무릎을 꿇었다.

'됐어... 넌 무릎꿇지마. 이건 내가 해야 할 거야... 넌 거기서 기다
려... 그냥 기다려...'

지혁은 수현을 일으키고는 다시 무릎을 꿇고 한여사를 쳐다보았다.

'수현이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절대 슬프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부탁입니
다.
허락해 주십시오.'

한여사는 두 눈을 감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 같은 것이 맺혀있었
다.
상희... 자신의 하나밖에 없던 딸... 이젠... 네 영혼도 더 이상 붙잡으면
안되겠다.
살아있는 내 손녀 더 이상 불행하게 할 수 가 없어... 상희야... 미안하
다...

'젊음의 치기이겠지... 박비서 날 일으켜 주게...'

한여사의 말에 박비서는 한여사를 부축했다. 앉자마자 한여사는 지혁을
쳐다보았다.

'만약 수현이 두 눈에서 눈물이 나면 그땐 가만두지 않겠다. 알았지? 네
핏줄이 얼마나 사랑에 약한지 확인하고 말겠어...'

한여사의 말에 지혁은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예 알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지혁은 떨리는 가슴을 가라 앉힐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떨리는 가슴
을 가라앉힐수가 없었다.

'신랑... 어디있어요... 기념 촬영 해야죠....'

지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신부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수현이 지혁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둘은 사진사가 원하는 데로 포즈를 잡았다.

'그런데 궁금한게 있는데, 너 어떻게 결혼을 망친거니? 아무리 우현에게 물
어도 웃기만 할뿐 대답을 안하더라...'

지혁의 질문에 수현은 싱긋 웃더니 조용히 얘기했다.

'주례가 왜 이런 말 하쟎아... 신부 신랑을 맞이하겠습니까? 란 질문...'

수현의 말에 지혁은 고개를 끄덖였다...

'그래서 내가 사실대로 대답했지... 아뇨... 전 이남자 사랑하지 않아요.
죽어도... 절대루... 그리고 결혼은 더더구나 원치 않고요...'

하하하... 수현의 말에 지혁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자 신랑 입장이 있겠습니다. 준비하세요...'

지혁은 수현의 손을 강하게 잡고 있다가 논후 그녀의 뺨에 가볍게 키스했
다.

'신랑 입장...'

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식장을 걸어 들어갔다. 이젠 그 누
구도 우릴 갈라놓을수 없어.

'신부 입장...'

음악소리에 맞춰 수현이 식장에 들어왔다. 지혁은 급한 걸음으로 그녀에
게 다가가 그녀의 작은 아버지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그녀를 인도 받았다. 그녀의 손
이 약간 떨려왔다.

'신랑... 서지혁 군은... 신부 이수현양을 맞이 기쁠때나...'

주례의 질문이 끝나자 지혁은 강하게 소리쳤다. 네... 네... 네...
그의 대답에 모든 하객들은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신부... 이수현 양은... 신랑.. 서지혁군을 맞아...'

주례의 질문이 끝나자 수현 역시 강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수현의 대답에 할머니는 다시 머리를 움켜쥐었다. 지혁은 하얗게 변한 얼
굴로 수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너...

'미래뿐만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도... 지혁씨만을 사랑할거에요.'

수현은 지혁을 쳐다보며 찡긋 윙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혁은 그런 그
녀를 보며 같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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