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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7월 10

(SM소설,조교소설,MC물) 모용삼국지 1

#출처,비번문의 http://beautifulfatefs.blogspot.kr/
#아래 소설은 일반인이 거북해 할수도 있는 내용이 담겨 있을수 있습니다. BDSM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되돌아가기를 눌러 주세요.



쓰기에 앞서...

이번에 이곳에 연재된 연희삼국지를 보고 (그로 인해 리플로 알게 된 연희무쌍을 클리어 하고 난 후) 갑자기 급 삘을 받아서 이걸 쓰게 되었는데 이 소설은 작가의 검은 욕망을 분출하기 위한 돌출구일 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쓰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내킬 때 쓰는 거고... 그런 거죠. 그냥 블로그에 글 올리듯 -. 삼국지를 한 대여섯 번 읽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하네요. 그래서 년도 이런 거는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인물 상관관계도요. 어차피 이건 소.설.이니까. 그냥 재미로 쓰는 거에 골치 아플 필요는 없단 생각입니다. 뭐... 나중에 알고 보니 조운이 조조 아들이었다.... 이런 스토리도 가능하고요. 나이도 제멋대로, 등장시기도 내 멋대로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자로 바뀌는 장수는... 역시 내멋대로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남자 장수가 더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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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 3일 째. 현성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코에이 사에서 발매한 삼국지X를 밤늦게 까지 즐기다가 세이브를 하고 침대에 누웠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 와중에 삼국지를 즐기면서 느낀 묘한 흥분감에 '아 내가 저 때에 태어났더라면.'하는 생각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다.

그리고 3일 동안 돌아다녀다 본 결과... 그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조난을 당했다는 걸 알았다.

"여긴 정말 후한 말의 중국인가."

그는 쉽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뭐 울고불고 난리친다고 현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망상으로만 치부되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른바.

"일부다처제!"

물론 그가 괜히 이런 생각을 품은 건 아니었다.

"상태."

그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명령하듯 말하자 반투명한 창이 생겨났다.

[이름 : 모용환]
[통솔 : 100]
[무력 : 100]
[지력 : 100]
[정치 : 100]
[매력 : 100]

보기만 해도 뿌듯해지는 능력치였다. 삼국지X에서 만든 캐릭터 자체가 현성 그 자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순수무력은 이 시대 최강의 사나이라는 여포와 비등하고, 지력은 제갈량, 통솔은 조조, 정치는 순욱, 매력은 유비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었다. 최고 천재들의 장점만을 모아 만들어진 남자, 그것이 모용환이었다. 비록 몸속의 알맹이는 현성이었지만.

분명히 현실인 것 같았는데 이렇게 능력치를 볼 수 있어 신기한 그였다. 그 자신의 능력치뿐만 아니라 저잣거리의 모든 사람들의 능력치까지도 관찰이 되었다. 게다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도 이름과 자를 말하면 탐색이 가능했다. 시대를 헤쳐나갈 중요한 무기를 얻은 셈이었다.

"이제 모용환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거야. 가만, 이제 무엇을 한다?"

정착할 생각을 하자 평소 안돌아가던 머리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력 100의 효능일지도.

"정보... 일단 현재 상황을 자세히 알아야 해."

2일 후.

"젠장맞을! 대체 어떻게 되먹은 세상이야!"

그게 알게 된 이 땅의 역사는 뒤틀려도 제대로 뒤틀리고 있었다. 십상시와 대장군 하진의 극한 대립까지는 얼추 아귀가 맞아 떨어졌는데... 십상시를 도우러 온 동탁의 도착 시기가 틀렸다. 동탁은 예정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고 대장군 하진과 낙양에서 격돌했다. 그리고 그 난리의 와중에 황제가 병사하고 황족들이 씨몰살을 당한 것이다. 소문에는 소수의 황족들이 살아남았었는데 전쟁에서 승리하고 천자의 자리에 욕심이 생긴 동탁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렸다나... 안 그래도 황건적의 난이다 뭐다 해서 한황실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동탁이 그런 짓까지 저지르자 각지의 제후들이 그에 편승해 살아남은 유씨들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적어도, 한 황실에 보존되어 있는 족보에 기록되어 있는 자들은 모두 죽거나 숨어버렸다.

그렇게 서로 황제가 되려고 다투는 와중에 수춘 땅의 제후 원술이 한 인물을 내세웠다.

한황실 증산정왕 유승의 후예 유비!

여기까지 알아낸 모용환은 다시 한 번 식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유비가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원술은 유비를 내세우고 그녀와의 혼인식을 대대적으로 공표한 후 천명(天命)이 자신에게 있다 선언했다. 그에 그의 형 원소까지 그를 편들고 나서니 대의명분을 얻은 두 형제의 세력은 연일 욱일승천(旭日昇天)했다.

"허. 삼국지라면 당연히 유비삼형제 아닌가? 이거 참. 초장부터 꼬이는군. 게다가 장비 역시 여자라니... 유비를 호위하는 호위무사라고? 게다가 관우는 원술군 소속의 맹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니. 이건 뭐... 개판이군."

"상태 유비 현덕."

[이름 : 유비]
[통솔 : 42]
[무력 : 11]
[지력 : 88]
[정치 : 81]
[매력 : 99]

"매력 빼고는 완전히 동떨어진 능력치군... 상태 장비 익덕."

[이름 : 장비]
[통솔 : 68]
[무력 : 92]
[지력 : 73]
[정치 : 19]
[매력 : 50]

"호위무사라고 했지? 종군직이 아니라 그런가? 통솔이 희한하게 낮군. 그리고 또 지력은 희한하게 높고. 무력은... 높은 거야, 낮은 거야? 장비 정도면 97, 98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역시 이상해. 상태 관우 운장."

[이름 : 관우]
[통솔 : 96]
[무력 : 98]
[지력 : 76]
[정치 : 64]
[매력 : 93]

"이분께서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하-. 모르겠다."

모용환은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군웅들이 여기저기서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뚜렷하게 강한 세력은 중원의 원술과 조조, 하북의 원소와 공손찬, 옹주와 사예를 가로지르며 가장 많은 영토를 가지고 있는 동탁 정도였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동탁이 죽어있어야 맞는데... 이제 어쩔까. 음... 한번 유비를 만나보는 거야."

천재 수준의 머리로도 지금 뭘 어떻게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에 모용환은 결국 원술이 지배하는 수춘성으로 향했다.
긴 생머리를 엉덩이까지 늘어뜨린, 소녀티를 벗지 못한 여인이 가냘프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 궁장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불알달린 사내들이 본다면 누구라도 입을 헤 벌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침착하지만 동공 깊은 곳에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는 서글서글한 눈동자는 조용히 옆에 시립해 있는 여무사를 향했다.

백색궁장의 여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충분히 남정네들을 홀릴만한 미모에 날카로운 눈매가 두드러지는 여무사는 비록 투구는 쓰지 않았지만 두터운 갑주를 입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드라진 몸의 곡선은 궁장 여인과는 다른 성숙한 염기(艶氣)를 흘렸다.

"장 언니, 대체 어쩌다가 제가 이런 꼴이 되었을까요?"

"유비님..."

다른 이에게는 북풍한설 같은 그녀였으나 그녀가 지키는 대상인 유비에게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했다. 그랬기에 유비는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않는 속마음을 장비에게 푸념하듯 털어놓고는 했다. 대외적으로는 황실의 마지막 남은 핏줄로써 위엄을 보이려 애쓰는 그녀였지만 알맹이는 이제 18살인 나약한 소녀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장비는 친언니 같은 존재였다.

장비는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그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제 내일이면 원술과의 혼인식을 올릴 테고, 이 소녀는 평생 대의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평범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자들에 의해 끌려와서는 그들에 의해 한황실의 후예임을 강요당했다. 그리고 이제는 꽃다운 나이에 원술이란 자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된 것이다.

"흐흑...!"

유비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원술과는 딱 한 번 대면한 적이 있었다. 간사해 보이는 얼굴로 첫 대면부터 자신의 몸을 음탕한 눈길로 훑어보던 남자. 남들은 일세의 간웅(奸雄)에게 시집가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그런 자에게 시집가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그 때, 멋지게 수염을 기른, 삼십대쯤 되어 보이는 장수가 들어왔다. 키는 9척에 풍채가 당당했으며 얼굴이 붉었다. 윤기 나는 검은 수염은 단전까지 내려와 있어 준수한 풍모를 더했다. 자신의 키보다 좀 작은 청룡언월도를 들고 있는 남자. 바로 후에 무신이라고 일컬어 지는 관우였다.

"유비님. 유비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자가 있어... 음."

관우는 유비에게 말을 하다 뒷말을 삼켰다. 유비의 빨개진 눈가 주위의 눈물 자욱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를 짐작한 관우는 속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지만 자신은 이 험한 수춘성에서 유비의 안위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원술의 휘하에 있는 처지였다.

한편 관우의 뒤에서 뒤따라 들어오던 모용환은 빨간 토끼눈을 하고 있는 유비를 보고 머리가 아찔해졌다.

'유, 유비가 저, 저런 미녀?! 허억! 그럼 저 옆의 몸매 착한 미인이 장비?'

모용환이 이 후원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쉬웠다. 모용환이라는 캐릭터를 현성이 만들 때, 단 한명만 지정할 수 있는 장수와의 상성. 우연치 않게 현성은 당시 제일 호감가는 장수였던 관우를 선택해 100을 지정해 놓았던 것이었다. - 사실 이때 현성은 유비 삼형제로 편입되어 사형제를 꿈꿨었다. - 그리고 여기에 또 기막힌 우연이 겹쳤다. '우연'하게 궁성에서 가장 가까운 주막에 들렀었는데 거기서 유비에 대한 걱정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으로 술을 퍼마시고 있던 관우를 보게 된 것이었다. 당장에 합석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그들은 곧 의기투합했고 관우는 모용환을 유비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해 후원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제가 좋지 않은 때에 온 것 같군요... 가세."

관우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가라앉은 유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훈장 일을 하셨던 아저씨가 저 때문에 이런 곳에 온 것만으로도..."

간신히 감정을 가라앉히다 또 다시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 지 유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말에 모용환은 대략 전후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원래 유비는 평민인 줄 알고 살았다고 했지? 아마 서당훈장을 하던 관우에게서 학문을 배웠나 보군... 그런데 어떻게 스승보다 지력이 12나 높아? 정말 똑똑한가 보네.'

그 때 장비가 모용환을 보며 관우에게 물었다.

"운장님. 저 사람은?"

"아, 술집에서 만난 내 아우일세."

상성 100의 위력은 '과연'이었다. 관우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아우란 말이 나왔고 모용환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서 포권을 해 보였다.

"미흡하나마 관우님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모용환이라고 합니다."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훤칠한 미남.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을 얼굴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유비와 장비는 경계심을 풀지 못했다.

"유비예요. 저를 만나고 싶으셨다지요?"

어느새 감정을 추스른 유비는 평상시의 음색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모용환은 속으로 감탄했다.

'뛰어난 감정 절제. 관우형님이 말하길 18살이라고 했지, 아마? 역시 성별과 나이는 바뀌어도 네임밸류는 어디 가는 게 아니구나.'

"그렇습니다. 유비님의 고민을 덜어드리기 위함입니다."

"제... 고민요?"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한 유비의 눈이 깜빡였다.

'크! 예쁘구나!'

속으로 이뻐 죽겠다는 표정을 뒤로한 채 모용환은 겉으로는 무척 진지하게 말했다.

"실례지만... 좀 전에도 내일 있을 혼인식 때문에..."

샥!

장비의 창끝이 어느새 모용환의 목젖에 닿아 있었다. 그녀는 무척 성나 보이는 얼굴이었다.

"무슨 짓인가! 장 매!"

"아무리 오라버니의 아우라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아닌가요? 더 이상 유비님께 무례를 범하게 놔두진 않겠어요!"

장비가 앙칼지게 외쳤다. 모용환은 장팔사모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지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성질은 그대로구만.'

"무례 여부를 판단하는 건 장비님이 하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뭐라고!"

오히려 당당한 모용환의 태도에 장비는 울컥했다. 당장에 장팔사모를 휘두르려는 찰나 유비의 목소리가 그녀의 행동을 저지했다.

"장 언니, 무기를 거두세요."

"하지만!"

"저 사람과 대화를 해 보겠어요."

어리지만 당찬 유비의 일면이 드러나자 장비는 모용환을 한번 노려보고는 유비의 뒤에 시립했다. 유비가 자신의 말을 들을 기미를 보이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모용환이 입을 열었다.

'이건 원래 손책이 원술에게서 도망칠 때 써먹었던 계책인데.'

"혼인은 하기 싫고, 도망가자니 원술의 감시가 삼엄하고, 무사히 도망쳐도 평생 쫓겨다녀 결국 잡힐 테고. 이게 고민 아닙니까?"

무례하다면 무례하달 수 있는 말투에 장비의 아미가 다시 찌푸려졌지만 유비는 손짓으로 제지한 후 일말의 기대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요. 당신은 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아시나요?"

"물론입니다. 원술에게서 도망치면 그만 아닙니까."

유비는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모용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밀고 당기기'는 이익을 극대화 할 때 꼭 필요한 수법. 처음부터 진국을 맛보여 주면 안된다.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제가 이러지는 않을 테죠."

"물론 제가 말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우선 관우형님께서는 서주의 도겸이 세력이 약해졌으니 토벌하겠다고 나서십시오. 원술도 관우형님과 유비님의 관계는 잘 알고 있을 테니 혹시 혼인식날 있을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허락해 줄 겁니다. 물론 형님의 무력에 대한 기대도 클 테니 도겸을 흡수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할 테지요. 어차피 유비님이 이곳 수춘에 있는 이상 관우형님이 배신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군사는 관우님의 재량껏,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많이 얻어내십시오."

처음과는 달리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말에 유비, 관우, 장비는 멍하니 그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모용환의 말은 계속되었다.

"형님은 그 길로 회음까지 가셨다가 도겸이 있는 하비로 가지 마시고 광릉으로 빠져 오로 가십시오. 현재 오에는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상태. 원술에게 받은 군세라면 충분히 무혈입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강동의 오는 인구가 많고 물자가 풍부한 곳. 기반을 다지기에는 적격입니다. 그렇게 오로 가 계시면 제가 혼인식 전에 유비님과 장비님을 수춘에서 빼내어 오로 향하겠습니다."

연의에서 이 전략으로 손책은 주치와 여범을 데리고 원술에게 옥새를 맡기는 대신 군사를 빌려 탈출에 성공했었다. 단지 여기서는 옥새가 유비가 되었을 뿐, 대략적인 전개는 비슷했다.

장황한 모용환의 계획에 잠시 얼떨떨해 있던 세 사람은 그의 말이 끝나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당신의 말대로 된다고 하죠. 하지만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믿을 것이며, 당신이 우리를 어떻게 탈출시킨다는 거죠?"

장비가 따지고 들자 모용환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관우가 나섰다.

"장 매.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일세. 그리고 그의 실력은... 나와 비등할 정도. 아니 그 이상이지."

'알아보았나?'

새삼 관우의 무인 보는 눈에 감탄을 한 모용환이었다.

"형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부끄럽군요."

장비는 관우의 말에 더 이상 나서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크게 놀란 상태였다. 관우가 결코 허언을 하지 않을 사람임을 그녀는 안다. 관우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인데, 이 약관의 청년이 불세출의 무장인 관우와 비슷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니?

그녀 역시 강함을 존중하는 무인. 조금은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모용환을 백안시하던 태도를 바꾸었다.

"결례를 범했군요."

"당신의 계획을 따르겠어요!"

장비의 말이 끝나마자 유비가 소리쳤다. 좀 전까지 어두운 기색이었던 그녀의 안색은 흥분으로 인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감정절제를 할 줄 안다지만 역시 그녀는 어렸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이 한마디로 인해 기쁜 마음이던 세 사람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모용환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음. 내가 너무 들떠있었군. 아무리 자네라도 오늘 처음 본 우리를 위해 이처럼 목숨을 걸리는 없는데. 그래, 조건이 뭔가?"

"유비님을 위해 목숨을 거는 대신, 나중에 일이 성공하면 제 요구를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알겠어요."

유비는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즉각 허락했다. 그녀로써는 빨리 이 감옥 같은 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일념뿐이었다.

모용환은 씨익 웃었다.

"그럼, 일을 시작하도록 하죠."

-------

이제 ㄱㄱ 밀담이 오고간 후 관우는 바로 원술에게 가서 서주의 도겸을 토벌하겠노라 말했다. 안 그래도 관우가 유비를 데리고 도망갈까 항상 노심초사하던 원술은 크게 기뻐하며 정예보병 5천과 1천의 궁병, 2천의 기마병을 주었다. 그 길로 관우는 서주로 - 사실은 강동으로 - 떠났다. 이윽고 몇 시진이 지나, 밤이 되었다.

그 때까지 유비의 처소에 숨어있던 모용환은 흑색 경장으로 갈아입은 유비와 마찬가지로 경갑옷을 입은 장비를 데리고 처소를 나섰다.

"절대 떨어지지 마십시오."

"아, 알았어요."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모용환은 이미 처소 주위를 돌며 감시를 하던 일반 병사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보내버렸다. 모든 특기가 있는 먼치킨 캐릭터인 그로써는 '은밀'과 '기습'을 활용한 이런 식의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사람을 죽였는데도 별 느낌이 없군. 내가 비정상인건가?'

모용환은 조금 기분이 석연찮아졌다.

관우의 말로만 듣다가 직접 모용환의 실력을 본 장비는 그가 자신에 비해서도 한 수 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쪽으로."

그들이 향한 곳은 마구간이었다. 도망치려는 말은 필수. 당연한 수순이었다.

"누구... 윽!"

마구간지기를 보낸 모용환은 말을 두 마리 이끌고 왔다.

"왜 두 마리죠? 세 마리여야..."

"저는 지금부터 성문을 열겁니다. 말을 타고 갈 여유가 없습니다. 성문이 열리면 바로 달리십시오."

모용환은 장비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성벽위로 몸을 날렸다. 귀신같은 그의 움직임에 장비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유비를 말에 태우고 그녀 자신도 말에 올라탔다. 성문 위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있었지만 이미 모용환의 신위를 본 터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누, 누구냐!"

"적군인가!"

갑자기 사람이 성벽위에 나타나자 당황하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커다란 덩치를 지닌, 여기저기 문양이 있는 갑주를 입은 자가 눈에 띄었다. 바로 원술 군에서도 관우를 제외하면 최고의 맹장이라 불리는 기령이었다. 이런 일에 대비해 원술이 특별히 그에게 성문을 관리하게 한 것이었다.

"누구냐? 네놈은?"

"알 것 없다!"

기령도 모용환이 갑작스레 달려들 것을 예상했는지 두 개의 손도끼를 휘두르며 맞섰다. 하지만 90도 안되는 무력의 기령이 그를 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모용환은 특기 '기염'으로 기령의 기세를 제압했다.

"으윽!"

기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춤 물러섰고, 그 기회를 놓칠 모용환이 아니었다. 재차 특기 '삼단'을 발동한 모용환은 빠른 쾌검으로 기령을 베어버렸다.

"큭!"

기령이 무릎을 꿇자, 모용환은 재빨리 그의 목에 칼을 갖다대고는 주위에 포진한 병사들에게 외쳤다.

"이 자가 죽고 싶은 걸 보고 싶지 않거든 빨리 성문을 열어라!"

안절부절 못한 병사들이 굼뜨게 행동하자, 기령의 목에 칼날이 조금 박혀들며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고 기겁한 병사들은 재빨리 성문을 활짝 열었다. 그것을 본 장비와 유비는 눈을 빛냈다.

"이랴앗!"

말을 박찬 두 사람은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것을 본 병사 하나가 놀라서 외쳤다.

"유비님입니다!"

기량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지며 모용환을 올려다 보았다.

"그렇다면 네놈의 목적은?"

하지만 이미 모용환은 장비와 유비가 성문을 통과할 타이밍에 성벽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모용환은 직경사인 성벽을 밟고 중력을 무시하듯 달리더니 이내 뛰어올라 유비가 탄 말의 뒷 안장에 착지했다. 그리고 덤으로.

"꺄악!"

낯선 남자에게 허리를 휘감긴 유비는 자기도 모르게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모용환은 무례를 범했다는 듯 재빨리 놔주었지만 그 감촉은 여전히 그의 팔에 맴돌았다.

'후후.'

그의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워 유비나 장비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원술에게서 탈출한다는 상황에 도취되어 힘껏 말을 박찼다.

"히히힝!"

말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들은 그렇게 오로 향했다.



며칠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그들은 마침내 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에 원주인은 엄백호라는 자였는데 세력이 미미하고 폭정을 일삼아 관우의 군대가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는 재산을 챙겨 어딘가로 내 빼 버렸다. 그러는 사이 관우는 무사히 오에 입성해 유비 일행을 맞아들일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그들이 초저녁에 도착하자 일행은 관우와 만나 재회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유비가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곧 몸을 씻고는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장비 역시 피곤하긴 마찬가지여서 평소라면 늦게까지 유비 곁을 보호했을 테지만 그녀에게 배정된 방으로 가는 모양새가 곧 잠들 것 같았다. 관우는 그런 일행을 배려해 오래 붙잡아두지 않았다. 그렇게 오에서의 첫날이 지나가는 듯 했다.

밤이 깊었다.

"후. 슬슬 봉사 후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할까."

지금은 항시 유비 곁을 지키는 장비도 여독에 절어 곤히 잠든 상태. 관우는 막 점령한 오의 업무 처리 일로 바쁠 테니 그 둘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는 상황이었다. 말하자면, 오늘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만일은 대비해 야행복으로 갈아입은 모용환은 자기 방의 불을 끄고는 특기 '은밀'을 발동해 유비의 방으로 숨어들었다. 특기를 발동한 그에게 있어 주변을 지키는 병사들의 이목을 따돌리는 일 따위는, 저번에도 말했지만 누워서 떡 먹기였다.

모용환은 조심스레 창문을 통해 유비의 방으로 잠입했다. 그의 타겟인 유비는 비단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다. 가냘픈 몸에 얇은 침의를 입고 잠들어 있는 모습은 청초 그 자체였다. 하지만 창문을 뚫고 들어온 달빛에 비친 얼굴은, 청초한 몸과는 달리 묘하게 유혹적이었다. 특히 촉촉해 보이는 도톰한 입술은 더욱 그녀의 얼굴을 색정적으로 보이게 했다.

"이래서 달빛에 비친 여인은 요물이라고 하는 건가..."

수춘에서의 탈출 때도 느껴본 적 없는 긴장감에 모용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

나름 절단 마공? 대담하게 침입하긴 했지만... 막상 무방비 상태의 소녀를 앞에 두자 머리가 어질 거리는 그였다.

'젠장! 벌써부터 이러면 어떻게 하냐구. 나의 원대한 계획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인데!'

짝 소리 나게 상기된 볼을 두 손으로 친 모용환은 고개를 흔들며, 그러나 아직도 떨리는 손으로 유비의 침의 하의를 내렸다. 처음에는 무슨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었지만 일단 손이 움직이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하의를 발목까지 내리자 보이는 하얀색 비단 고의... 상당히 흰색을 좋아하는 듯싶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최후의 보루마저 점령해 버렸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고의가 벗겨졌다. 그러자 눈에 확 들어오는 18세 소녀의 은밀한 곳이 보였다.

'윽! 쏠려!'

모용환은 머리와 하체로 피가 쏠리는 걸 느끼며 눈앞에 펼쳐진 신천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유비의 계곡은 특이하게도 음모가 거의 없었다. 솜털만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 탓에, 붉게 갈라진 계곡의 틈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후욱."

모용환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비의 꽃잎을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살짝 주변을 매만지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강한 충동이 일어 손가락 하나를 옥궁에 찔러 넣었다.

".... 응...."

유비가 숨소리를 내며 몸을 옆으로 뒤척였다. 그 탓에 살짝 벌려졌던 그녀의 다리가 오므려졌다. 덕분에 그녀의 다리 사이에 팔목이 끼어버린 모용환은 유비의 옥궁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음. 이렇게 된 거.'

그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이런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 놓지 않았던가. 그는 그녀의 옥궁에 중지와 검지를 찔러 넣고는 질벽을 살살 긁으며 엄지로 음핵을 애무했다.

"... 으응..."

유비가 다시 몸을 뒤척일 기미를 보이자 모용환은 그대로 상체를 숙여 유비의 석류 같은 입술에 키스했다. 남자의 혀가 입술 속으로 침투하면서 꽃잎 속을 애무하는 손길의 자극이 강해지자 곤히 잠들어 있던 유비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녀는 한 눈에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 외간 남자한테 겁탈당할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그 남자가... 바로 목숨을 걸고 자신을 도와주었던 모용환이라는 남자라는 것까지.

"읍!"

그녀는 양손으로 모용환의 탄탄한 가슴을 밀쳤다. 의외로 모용환은 순순하게 물러났다. 그녀의 입술과 모용환의 입술 사이에는 서로의 타액으로 이루어진 가는 실이 월광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벗겨진 자신의 하체를 보고, 부끄러움에 일순간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곧 냉정한 얼굴을 했다. 모용환은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경우 울고불고 난리를 치지 않던가?

"왜 그랬나요?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나요?"

차분하지만 조금 떨리는 음성이었다. 모용환은 부인하지 않았다.

"본래는 이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만. 당신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확실히 말하자면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고 내가 도움의 조건을 걸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난 당신을 원합니다."

그런 짓을 하고도 당당하게 요구를 하는 모용환의 모습에 유비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했나요?"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장비님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꽃이 꺾이는 걸 보고만 있을 리는 없겠죠."

유비는 한동안 침묵했다. 무거운 침묵이 꽤 지속되자 모용환은 뭐라 말을 걸어 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말을 걸기도 전에 유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또... 또...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군요."

"무슨..."

"...장 언니의 말을 들었어야 했어요.... 그날 날 처음 본 당신이... 순수하게 우리를 도와줄 리 없었는데... 원술에게서 빠져 나온 지금.... 지금은 이미 돌이킬 수 없어요... 또 다시... 잘못된 판단으로... 아저씨와 언니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어....... 나 때문에 ......."

마지막 말은 거의 흐느낌이었다. 그녀가 숨죽여 울자 모용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속으로는 유비라는 어린 여인이 지금까지 짊어지고 있었을 고통을 간과한 자책감도 들었지만 이미 저질러 버린 일. 유비의 말대로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

갑작스런 모용환의 말에 유비는 물기에 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당신과 계약을 했습니다. 당신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내 목숨을 바칠 것이고, 그 대가로 난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 두 분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습니다. 피해가 간다면, 내가 죽은 다음이겠죠. 당신이 이고 있는 짐은 내 목숨으로써 덜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당신을 가지겠습니다."

유비는 멍한 얼굴로 자신을 안아 오는 모용환의 손길에 몸을 내맡겼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지금 비명을 지르면 장비와 관우가 달려올 것이다. 그러면 이 남자에게 안기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그 후에는? 이 남자의 무력은 설령 이 자를 죽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장비와 관우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이 남자의 머리가 없으면 앞으로의 계획도 없었다. 애초에 이 남자 때문에 모든 게 시작된 거니까... 유비의 얼굴에 단념의 빛이 떠올랐다.

"조용히...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해 줘요... 부탁이에요...."

그녀의 젖은 목소리에 모용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좋아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난 정말.... 슬플 것 같아요...."

"....그렇게 될 겁니다."

유비의 눈에서 다시금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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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본격 붕가붕가인가...

그냥 새벽에 다 쓰려고 했는데 너무 졸리네요 그냥 자겠음

p.s / 재미로 쓰던게 조회수 보다 보니깐 의무화 되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 모용환은 왼손으로 유비의 턱을 잡고 그대로 입맞춤했다. 달콤한 타액의 맛이 느껴졌지만 이것은 그의 일방적인 감정일 뿐이다. 눈을 꼭 감고 있는 유비를 보자 묘한 반발심이 생긴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유비의 꽃잎을 벌리고 그녀의 비지를 침입했다.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애무한 효과가 있었는지 미량의 물기가 느껴졌지만 여전히 그곳은 뻑뻑했다.

"......"

처녀에다 생전 처음으로 외간 남자에게 소중한 꽃잎이 만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비는 금침의 비단을 꽉 잡으며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모용환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그녀의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얇은 침의와 젖가리개에 가려져 있는 말캉한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옷에 가려져 볼 수는 없었지만 한 손에 아담하게 잡히는 부드러운 유방의 감촉을 잠시 음미한 그는 중앙의 작은 유실을 살짝 꼬집었다.

"... 으..."

유두에서의 생소한 느낌에 유비의 눈가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모용환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 참으십시오."

더 이상의 전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두 손으로 누워 있는 유비의 두 다리를 들어 올려 M자 형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그의 눈앞에는 촉촉한 이슬을 머금고 있는 붉은 꽃잎이 한껏 벌려진 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흐트러진 상의를 입은 채 바들바들 떨리는 몸으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유비의 새하얀 몸은 더없이 유혹적이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그는 자신의 육봉을 유비의 꽃잎에 그대로 삽입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처녀의 고통.

"아으, 아으으..."

유비는 필사적으로 신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앙다물었지만 가랑이가 세로로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에 결국 고통스런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런 그녀를 보며 모용환은 단번에 뿌리 끝까지 그녀의 깊은 곳에 찔러 넣었다.

"아...!"

몸을 그대로 관통하는 고통에 유비가 눈을 부릅뜨고 뾰족한 비명을 내지르려 하자 모용환은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서로의 몸이 결합된 상태로 그녀의 상체를 거칠게 안아 일으켰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젖가슴을 이곳저곳 애무하면서 모용환은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음... 으..."

유비는 뜨거운 불기둥이 자신의 내부를 가득 채우며 진퇴를 거듭하자 온 몸에서 피어나는 기이한 열기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게다가 모용환의 손이 그녀의 유방을 부드럽게 말아 쥐며 집요하게 유실을 공략하자 짜르르 울리는 느낌에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후읍... 후우..."

유비의 살짝 찡그린 얼굴을 마주하며 그녀의 달짝지근한 타액을 음미하던 모용환은 그녀가 더 이상 비명을 지를 기미가 없자 그대로 그녀의 상의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박속을 뒤엎어 놓은 듯한 새하얗고 아름다운 유방이 드러났다. 그 꼭대기에 매달린 붉은 석류를 본 그는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끼며 그녀의 젖가슴을 한껏 베어 물었다.

"하악..."

모용환의 혀가 유두를 희롱하자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 밀려왔다. 유비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하며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긴 생머리가 출렁이며 땀에 젖은 육체에 달라붙자 그 교태로움은 폭발적이었다.

"후욱!"

달빛에 비친 유비의 반짝이는 나신을 보며 모용환은 크게 달아올랐다. 그러던 차에 육봉을 감싼 꽃잎의 조임이 강해지자 그는 더욱 격렬하게 그녀를 밀어붙였다.

퍽. 퍽. 퍽.

"으... 히이익!"

"으음!"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렸다. 가슴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 유비는 은어 같은 팔로 모용환의 상체를 깊게 끌어안으며 미처 참아내지 못한 단말마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내부에서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둘이 동시에 절정을 맞이함과 동시에 유비는 그대로 실신해 버리고 말았다. 절정의 황홀한 쾌감을 견디기에는 그녀의 몸은 너무 지쳐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몸에 삽입을 한 상태로 사정의 여운을 즐긴 모용환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육봉을 그녀의 꽃잎에서 빼냈다.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꽃잎 깊은 곳에서는 앵혈과 함께 하얀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후. 나쁜 짓을 했군."

지금 후회해봐야 무엇하랴마는, 유비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원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녀를 처음 맞대면하면서부터 끓어오른 욕정을 끝내 참지 못했다. 미리 준비한 천으로 땀에 젖어 있는 그녀의 육체를 닦아준 모용환은 벗겨낸 유비의 침의를 마저 입혀준 후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강동 땅의 달빛 아래 하나의 꽃이 꺾인 날이었다.



다음 날이 밝자 처소에서 일어난 모용환은 관우의 집무실로 향했다. 일어나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늦잠을 잤나 보군, 하고 생각한 모용환은 가는 길에 유비의 소식을 물었다.

"유비님은 여독이 덜 풀리신 모양인지 피곤하시다며 처소에서 나오시지 않고 계십니다."

"음. 그런가. 알았네."

처음으로 남성을 받아들였으니 하체에 느껴지는 고통이 상당할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모용환에 대한 배신감에 유비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 모용환은 그건 유비가 모습을 드러내면 해결하기로 생각했다. 집무실에 도착하자 관우가 반갑게 맞았다.

"피로는 다 풀렸는가?"

"형님의 염려덕분 이지요. 그런데 내치(內治)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관우는 걱정말라는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그것은 걱정 말게. 엄백호란 자가 어지간히 폭정을 했는지 백성들은 쌍수를 들고 우리를 환영하는 분위기네. 내가 군율을 엄격히 잡아놓았으니 병사들도 엉뚱한 짓을 하진 않을 거야. 다만 한 가지 걱정이라면... 원술이 차후 가해올 보복 일 텐데.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 두었나?"

혼례가 바로 다음 날이라 사후 대책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당금 제후들 중 가장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세력 중 하나인 원술의 대응이 걱정되는 관우였다. 모용환은 미소를 지었다.

"후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술은 이미 세력을 팽창하던 중요한 명분을 잃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의 명분에 혹하여 그의 휘하로 들어갔던 자들이 흔들릴 거란 얘기지요. 유비님의 존재는 옥새와도 같습니다. 원술이 섣불리 오로 쳐들어온다면 그 옆의 동탁이나 조조가 가만히 지켜볼 리 없지요. 누구든지 유비님을 노리는 세력은 나머지 세력들의 공적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오오! 그렇군."

관우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모용환의 말에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효과가 통용되는 것은 제후들이 아직 한황실에 대해 쥐꼬리만큼이나마 충성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소용없겠지요. 전국시대 주나라 꼴이 되고 말 겁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힘을 길러 이 난국을 타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 강동지방을 평정해야 하지요."

"그 말이 옳네. 그렇다면... 건업을 치잔 소린가?"

"그렇습니다. 건업에는 항만이 있어 해상교통의 중심지입니다. 반드시 나중을 위해 필히 쳐야 될 곳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지요. 땅은 있어도 사람이 없습니다."

모용환의 말이 옳았다. 건업을 쳐서 점령한다고 해도 거기를 맡아 통치할 사람이 없었다.

"그렇군... 하지만 사람을 모으긴 쉬워도 인재를 모으긴 어렵네. 하지만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

관우가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 보듯 말하자 모용환은 뜨끔 했다. 하지만 곧 그의 눈에 담긴 무한한 신뢰의 감정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일말의 죄책감마저 생겼다.

"음. 그렇게 믿어주시니 소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이 나온 지금 시작하는 게 가장 좋겠지요. 저자를 한번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이를 말인가. 이 우형은 언제나 자네를 믿네."

집무실을 나가는 모용환의 표정은 살짝 굳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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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란은 수위 조절 필요 없지요?

아니면 자삭하겠음

h씬 쓰는게 이렇게 똥쭐빠지는 일인지 처음 알았다는... 하악하악 한편 유비는 자신의 방 침실에 누워 우두커니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모용환과 정사를 하면서 결심을 굳히긴 했지만 처녀성 상실이란 사실은 그녀의 마음을 착잡하게 했다. 유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더 이상 나 때문에 그들을 힘들게 할 수는 없어. 나만 아픈 걸로 된다면... 정신 차리자! 유비!"

다시 결심을 되새기며 기분전환도 할 겸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한 유비는 문득 새벽에 그와 정사를 하느라 몸이 땀에 젖었음을 상기했다. 그가 닦아줬는지 은밀한 곳에서 질척이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 세심히 자기가 사정한 정액을 닦아줄 정도로 친절한 남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씻어야겠어."

시녀를 불러 목욕물을 준비하게 한 그녀가 옷을 벗으려는 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비님. 장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유비의 얼굴에 언뜻 반가운 기색이 어렸다.

"아! 장 언니, 들어오세요."

유비의 침소에 들어오던 장비는 문득 기묘한 냄새를 맡았다. 무예를 수련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감각이 발달한 그녀는 야생적인 후각을 지니고 있었다. 조금 흠칫한 그녀였지만 이내 그런 기색을 지우고 온화한 얼굴로 유비를 대했다.

"씻으시려고요?"

"네. 어제는 너무 졸려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거든요..."

살짝 웃은 유비는 친언니 이상으로 의지하는 장비 앞이었기에 거리낌 없이 옷을 벗었다. 걸치고 있던 침의를 모두 벗고 젖가리개 마저 벗었을 때였다.

"아, 아니. 유비님! 그건... ?"

"네...? 아!"

장비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당황해하자 유비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는 장비보다 더욱 당황해했다.

백옥 같은 젖가슴에는 희미한 이빨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유비는 그제야 간밤에 모용환이 그녀의 가슴을 세게 베어 문 것을 깨달았다. 그때는 경황중이라 깨닫지 못한 것을 장비에게 들켜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가슴을 가린 채 털썩 주저앉았다.

장비는 유비의 행동을 보고서야 아까 맡았던 기묘한 냄새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여인의 방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사내의 육향(肉香). 장비는 유비가 밤에 사내를 받아들인 것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내 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얼룩졌다.

"누굽니까?"

"아, 아니에요... 이건... 정당한 대가..."

"대가요?!"

장비의 언성이 높아졌다. 유비는 아차 했지만 장비는 이미 모든 전후사정을 깨달은 뒤였다. 그녀의 눈에서 새파란 살기가 번뜩였다.

"모용환! 그자가... 대가를 요구한 거군요!"

흉수를 알아낸 이상 남은 건 보복 뿐. 그녀는 주저앉아 있는 유비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고는 이내 모용환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며 방을 나갔다. 뒤늦게 장비가 나가는 것을 본 유비가 소리쳤다.

"장 언니! 가지 말아요! 장 언니는 그를 감당할 수 없어요!"

하지만 장비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 같아 망연자실해 있던 유비는 이내 옷을 챙겨 입었다. 어서 장비를 말려야 했다.

한편 궁성의 경비병에게 모용환이 저잣거리로 나갔다는 정보를 입수한 장비는 이를 갈며 모용환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예상외로 그를 찾는 것은 쉬웠다. 모용환은 마침 오에서 가장 큰 주막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장비는 그를 보며 살기어린 외침을 토해냈다.

"모용화-안!"

등 뒤에서 낯익은 외침소리를 들은 모용환은 짙은 살기를 느끼고 재빨리 허리춤의 검을 빼내어 본능적으로 장팔사모의 공격을 막아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장비의 눈을 본 그는 설마 했지만 태연한 신색으로 물었다.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우리가 이런 사이였소?"

"닥쳐라! 네가 유, 유.... 으음!"

차마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곳에서 황실의 후예인 유비를 겁탈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는지 장비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뒷말을 짐작한 모용환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이 여자가 어떻게 그 사실을...?'

"모용환. 네가 남자라면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따라와라."

창을 거둔 장비의 발걸음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고 있었다. 모용환은 그녀를 따라가면서도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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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삽화는 유비. 그냥 재미로 넣어 보았슴 오의 전 주인인 엄백호가 백성들에게 폭정을 한 탓에 비어있는 성내에 널려 있었다. 그 중 제법 큰 장원의 뒤뜰로 장소를 잡은 장비는 창대를 바닥에 찍으며 일갈했다.

"이 파렴치한 놈!"

"대체 무슨 말이오? 설마, 유비님과 운우지정을 나눈 것 때문에 그러시오?"

너무나 태연한 신색으로 말하는 모용환의 태도에 장비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놈!"

"큭!"

다짜고짜 장팔사모를 휘둘러 오는 장비의 공격을 막아낸 모용환은 그 일격에 실린 강한 힘에 꽤 충격을 입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장비. 그 무력이 어디 갈리는 없었다. 모용환의 무력이 100이라지만 분노에 휩싸인 장비의 일격은 그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챙!

다시 한 번 검과 창대가 맞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이 여자의 무력이 원작의 장비처럼 97, 8 정도 였으면... 끔찍하군.'

정해진 무력보다 더 강한 느낌에 모용환은 네임밸류의 위력을 실감했다. 하지만 겉표정은 속마음과는 영 딴판이었다.

"장비, 억지 부리지 마시오."

"죽어!"

분노게이지로 인해 공격력은 상승했으나 빈틈이 많았다. 모용환은 장비의 공격을 흘림과 동시에 팔꿈치로 그녀의 가슴을 강타했다.

"큭!"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장비의 얼굴에는 고통보다도 여전히 거센 살의가 가득했다. 모용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나와 그녀의 문제요. 나는 그녀를 원했고 대신 목숨을 바쳐 그녀를 지켜 주기로 하였소.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오."

"닥쳐! 감히, 감히 유비님을!"

처음에는 말로 설득하려던 모용환의 눈은 장비의 거센 반응에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그는 냉소하며 검첨을 장비에게 향했다.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는 여자군. 덤비시오."

"이야앗!"

부웅!

장팔사모가 거센 파공음을 내며 쇄도했다. 모용환은 창대를 검면으로 쳐낸 후 그녀의 다리에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발을 피해낸 장비는 다시 장팔사모를 휘둘러왔다. 그렇게 그들은 삼십여 합을 겨루었다.

모용환은 일을 오래 끌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분노로 이성을 잃은 자는 특기 '반격'이 먹히기 가장 적합한 상대였다. 장팔사모와 격렬하게 맞부딪치며 겨루던 모용환은 갑자기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막 공격을 거두어들이던 찰나에 모용환이 예상 밖의 행동을 보이자 그녀는 당황하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그러나 모용환이 한발 더 빨랐다.

퍽!

명치를 강타당한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틈으로 인해 모용환은 그녀의 팔을 뒤로 꺾고 무릎을 꿇렸다. 장비는 모용환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

그녀는 이를 갈며 외쳤다.

"살인멸구(殺人滅口)를 하려는 거냐? 죽이려면 죽여라!"

짝.

그녀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장비의 뺨을 갈긴 모용환은 차갑게 말했다.

"정말 편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여자군. 일을 벌려 놓고는 죽이면 그만이라? 그렇게 책임감이 없나?"

입안이 찢어진 듯 장비는 핏물을 모용환의 얼굴에 퉤 뱉었다. 모용환은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무슨 소리냐!"

"당신이 죽으면 그녀는 누가 지키지?"

"......!"

"나는 다른 세력이 그녀를 넘보지 못하게 힘을 키울 뿐이다. 호위무사가 아니야.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 옆에 있어줄 사람은 당신 밖에 없어."

"우릴 속인 더러운 녀석이... 말은 잘하는군!"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답답하군. 내가 요구한 걸 좋다고 수락할 때는 언제고 대가를 받자 죽일듯하다니... 정작 욕을 들어야 할 사람은 당신이지 않소?"

"크윽..."

어느 정도 진정되어 이성을 찾은 장비는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그는 분명하게 그런 요구를 해왔고 수락한 건 자신들이었다. 이쯤은 각오했어야 할 일인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그래도 그가 설마 유비의 몸을 가질 줄은 몰랐던 탓이다.

"나는 당신들을 속인 적이 한 번도 없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용환일 뿐이오...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결코 여자를 마다하는 남자가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장비의 가슴 쪽에 시선을 주었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장비의 경장은 앞섬이 조금 벌어져 풍만한 유방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모용환은 한쪽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우악스럽게 틀어쥐었다.

"으윽!"

가슴에서 전해지는 아픔에 장비가 신음성을 내지르자 모용환은 그녀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결코 분별이 없는 남자도 아니오."

그 말을 끝으로 모용환은 그녀의 몸을 제압하고 있던 손을 풀며 일어섰다. 모용환이 검을 검집에 넣고 뒤돌아 서는 동안에도 장비는 무릎을 꿇은 그대로 묵묵히 땅만 보고 있었다.

그 때 장원을 나가려던 모용환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장원 입구에 숨을 헐떡이는 유비가 서 있었던 탓이다.

"유비님...? 이곳에는 어떻게?"

유비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장비와 자신 앞에 서 있는 모용환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안도한 기색으로 모용환에게 다가왔다.

"장 언니를... 말리러 왔어요."

오면서 무슨 불길한 생각을 했는지 그녀의 눈가는 금방 울 듯 젖어 있었다. 어떨 땐 어른스럽다가도 이럴 땐 참 눈물이 많은 아가씨라고 모용환은 생각했다. 장비는 유비를 보자 힘겹게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무슨 소리에요... 전 장 언니가 무사한 것만으로도..."

결국 뒷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모용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마치 두 자매를 갈라놓으려는 악당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모용환은 유비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장원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두 여인은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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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 모용환... 장원을 나와 뒤숭숭한 마음으로 무작정 거리를 걷던 모용환의 눈에 일단의 무리가 들어왔다. 각진 턱에 굳건함이 느껴지는 얼굴을 한 푸른 옷의 젊은이를 필두로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모의 아가씨와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짙은 검미가 인상적인 미공자가 보였다. 그 뒤로 하나같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청년들이 있었고 일행의 맨 뒤에는 형형한 안광을 내뿜는 중년의 무장들이 시립해 있었다.

'남루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명가(名家)의 기품이 묻어 나오는 일행이군. 특히 선두의 저 남자와 그 뒤의 청년들...'

미녀와 미공자도 눈에 뜨이긴 했지만 남자는 암만 잘생겨봤자 관심이 없는 그였고 좀 전의 일 때문인지 미녀를 봤지만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을 그냥 지나쳐 가려는데, 지나가던 행인을 잡고 뭔가 물어보던 청의의 남자가 모용환을 불러 세웠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모용환님이 아니십니까?"

단박에 자신에 대해서 물어오는 남자의 말에 모용환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대답했다.

"제가 모용환이라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누구십니까?"

청의 사내는 강인한 인상에 어울리지 않게 환한 표정으로 모용환의 손을 맞잡았다. 느닷없이 손을 잡힌 모용환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흘러나오는 사내의 말에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악적 원술로부터 유 황손님을 탈출시킨 모용환님의 무용은 오면서 익히 들었습니다. 단신으로 기령이 지키는 성문을 점령하고 수백의 병사들과 맞서 싸우면서 유 황손님의 탈출을 도우셨다지요?"

'수백은 아닌데... '

그의 감탄에 모용환은 겸연쩍어 하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사내가 이렇게 자신에게 호감을 내비치는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과분한 찬사에 이 모용 모,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헌데, 무슨 용무로 저를 찾으셨는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모용환의 말에 사내는 이제까지 웃던 표정을 싹 지우고 진중한 얼굴로 그를 대했다. 일변한 사내의 비범한 풍채에 모용환은 작게 감탄했다.

"저는 손책 백부라고 합니다. 모용환님께 씻을 수 없는 은혜를 입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손책!'

속으로 경악성을 내뱉은 모용환은 새삼 그의 일행을 다시 보았다. 이 청의 사내가 손책이라면 필시 저들은 연의에서 그의 기반이 되어주는 장수들일 것이었다. 모용환은 놀란 속을 진정시키며 겉으로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손백부님이셨군요. 그런데... 제게 은혜를 입으셨다니?"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역시 아버님이 전사하시고 원술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사람 보는 눈이 미천하여 그의 음흉한 속내를 알아채지 못했지요. 그 자는 우리를 그저 전쟁터의 화살받이 정도로 여길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제 여동생에게까지 음심을 드러냈지요. 그 사실을 안 저는 그와 극한 대립상황에 있었는데... 마침 그 때 모용환님께서 수춘을 들쑤셔 놓으신 덕에 그 혼란한 틈을 타 가족들을 이끌고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대략적인 상황을 짐작한 모용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상황은 그가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손견이 전사한 후 손책은 원술에게 의탁하는데, 이는 원술이 순전히 그가 가지고 있는 옥새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손책은 그 옥새를 빌미로 모용환이 썼던 방법으로 그에게서 탈출하게 된다. 지금 이곳의 역사는 이상하게 뒤틀린 상황. 손책에게 옥새가 있었다면 진작에 빠져나갔을 테니... 아마도 손책에게 옥새는 없는 모양이었다. 손책의 말은 계속되었다.

"도망치긴 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더군요. 아버님께서 들고 일어나셨을 때처럼 황건적이 난립하는 상황이라면 병사를 모아 세력을 키울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때에는 그럴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관우님과 모용환님께서 유 황손님을 모시고 강동으로 가셨다는 말을 듣고 한손을 보태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는 내내 모용환은 속은 복잡했다. 이들을 받아들인다면 큰 보탬이 될 것이지만 나중에 이들이 마음을 바꾼다면? 손책은 자수성가하여 오나라의 기반을 일군 영웅이다. 지금은 약이 되겠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모용환님께서는 혹여 저희들이 배신을 하지 않을까 염려하시는지요?"

저음이지만 청량한 느낌을 주는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속내를 들킨 모용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응시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처음에 눈에 띄던 절세의 미공자였다.

"당신은?"

"손책 형님의 의제인 주유 공근이라고 합니다."

'주유! 역시...'

과연 명불허전. 모용환은 주유의 상태창을 불러냈다.

[이름 : 주유]
[통솔 : 91]
[무력 : 65]
[지력 : 96]
[정치 : 86]
[매력 : 93]

'음... 어쩐지 잘생긴 얼굴이더라니. 그런데 주유의 무력이 저렇게 낮았나? 하긴 저기서 무력까지 높으면...'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현재 오성은 관우형님의 통치 하에 안정을 되찾는 중입니다. 말은 고맙지만 혹시라도 분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습니다."

모용환은 직설적으로 나가기로 했다. 설마 모용환이 직접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는지 그를 떠볼 요량이었던 주유는 침음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례한 언사긴 했지만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에 분노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손책의 뒤에 서 있던 성질 급해 보이는 중년의 무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분란이라니! 주군이 그럴 사람으로 보이시오!"

"덕모! 은공 앞에서 무슨 무례인가!"

"아아, 괜찮습니다. 손공. 좀더 이야기 길어질 듯한데, 괜찮은 자리를 잡고 일행분들을 소개해 주심이 어떻습니까?"

"음. 확실히 노상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모용환의 말에 수긍한 손책은 일행을 이끌고 모용환이 장비와 만나기 전에 들어가려 했던 주막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다란 식탁에 일행이 모여 앉자, 손책은 일일이 일행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주고받으며 모용환은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들은 반드시 우리가 흡수해야 한다.'

말이 필요 없는 역전의 용사들인 정보, 한당, 황개는 제쳐두고라도 손책, 손권 형제와 절세 미인 손상향, 희대의 전략가 주유, 실무 행정에 능한 주치와 여범까지. 무척 큰 메리트가 있는 일행이었다.

일행과 모두 인사를 나눈 후 모용환이 묵묵히 술만 들이키고 있자 손책은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

"이제 막 기반을 다지신 모용공께서 이 손모가 저의를 가지지 않았나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어찌하면 유 황손님에 대한 충의를 보일 수 있겠습니까?"

모용환은 지그시 깍지를 끼며 말했다.

"일단은 호칭부터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유 황손님의 신하로 들어간다는 것은 황개님이나 한당님, 정보님 모두 손책님과 동등한 직위가 된다는 뜻. '주군'이라 불림은 마땅치 않습니다."

"그런...!"

장수들이 놀라 무어라고 하려 했으나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을 저지한 손책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씀입니다. 덕모(정보), 의공(한당), 공복(황개). 그대들은 더 이상 나를 주군으로 여기지 마시오. 내 말을 어긴다면 그 동안 우리가 나눴던 친교도 모두 없었던 일이 될 것이니."

"... 알겠습니다."

손책의 단호한 태도에 장수들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밖에 다른 것은...?"

"이 정도면 되었습니다. 한손이라도 아쉬운 판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결례지요. 한의 신하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손공."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해올 줄 알았던 모용환이 뜻밖에도 먼저 손을 내미니 손책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그와 술잔을 맞부딪혔다. 그것은 주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을 듯 투명한 눈빛으로 모용환을 주시했다.

'무슨 꿍꿍이지?'

그러나 그가 모용환의 속셈을 간파하기도 전에 모용환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호쾌하게 외쳤다.

"이럴 게 아니라 유 황손님과 관우형님을 당장에 만나러 가지요. 따라오십시오."

모용환은 손책 일행을 데리고 궁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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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손책. 그런데 제가 다음편을 더 올리려고 하는데 조아라에도 하루에 올릴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나요? 문피아는 하루 3편 제한이거든요. ??? 답변좀 그들을 데리고 가면서 모용환은 그들의 능력치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 시대가 원래대로 돌아갔다면 인물들의 특징을 대충 기억하겠지만 유비가 여자이고, 손책이 차지했어야 했을 강동을 자신이 차지한 마당에 능력치가 비슷할 거란 생각은 방심이나 다름없었다.



[이름 : 정보]
[통솔 : 85]
[무력 : 86]
[지력 : 78]
[정치 : 73]
[매력 : 85]

[이름 : 한당]
[통솔 : 76]
[무력 : 89]
[지력 : 56]
[정치 : 53]
[매력 : 63]

[이름 : 황개]
[통솔 : 79]
[무력 : 85]
[지력 : 69]
[정치 : 68]
[매력 : 81]

[이름 : 손책]
[통솔 : 95]
[무력 : 93]
[지력 : 69]
[정치 : 66]
[매력 : 92]

[이름 : 손권]
[통솔 : 76]
[무력 : 68]
[지력 : 83]
[정치 : 89]
[매력 : 94]

[이름 : 여범]
[통솔 : 73]
[무력 : 55]
[지력 : 74]
[정치 : 73]
[매력 : 67]

[이름 : 주치]
[통솔 : 70]
[무력 : 58]
[지력 : 74]
[정치 : 73]
[매력 : 76]

[이름 : 손상향]
[통솔 : 72]
[무력 : 86]
[지력 : 67]
[정치 : 63]
[매력 : 86]

대체적으로 그들의 능력치는 모용환이 알고 있던 것과 비슷했다.

궁성에 도착한 모용환은 그들과 함께 관우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마침 관우의 거구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붓으로 정무를 보고 있던 관우는 모용환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일어서며 그를 맞았다.

"어서오게. 음? 저분들은 누구신가?"

'후후... 형님도 무인이시니 내색은 안하셔도 내심 이런 일을 하신다는 게 고역이시겠지.'

마치 잠시 쉴 핑계를 만드려는 관우의 태도에 모용환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물론 그의 표정에는 그런 내심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분들은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셨던 분들입니다...."

대략적으로 모용환에게 설명을 들은 관우는 신중히 생각하는 듯 했다. 이런 결집력이 강한 무리가 갑자기 섞이게 되면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갈등하던 관우는 모용환과 시선을 마주 쳤다.

씨익.

의제의 웃음을 본 관우는 결정을 내렸다. 그가 아는 의제는 결코 허투루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걱정하는 일을 의제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그만큼 모용환을 믿었다.

"좋소. 그대들을 오에 받아들이겠소. 집무실 밖의 사람이 유비님께로 안내해 드릴 거요."

"신장(神將)이라 불리는 관우님과 만나 영광이었습니다."

손책이 포권을 취해보이며 밖으로 나가자 모용환도 따라 나가려는 참이었다. 그 때 관우의 묵직한 저음이 들려왔다.

"아우는 잠시 남게나."

손책 일행이 나가고 모용환과 독대를 한 관우는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자네, 장 매와 무슨 일이 있었나?"

'역시 그거였나.'

사람들의 눈이 많은 저잣거리에서 장비가 그 난리를 피웠으니 어떻게든 관우의 귀에 안들어갈 리가 없었다. 모용환은 장비가 알아서 처신하리라 생각하고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형님. 소제가 병사들과 어울리던 참에 무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호기를 참지 못하고 여무사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아마 이것이 장비님의 귀에 들어가..."

모용환이 고개를 숙이자 관우는 껄걸 웃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하핫! 장 매의 성격이라면 그런 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게 당연하지! 그래서 둘이 신명나게 한 판을 벌인 거로군. 부럽구만. 이 우형은 이 집무실에서 꼼짝도 못하는 처지라... 크흠. 장 매도 일단 판을 벌여본 이상 자네의 실력을 알았을 거네. 털털한 여인이니 마음 쓰지 말게."

관우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하면서 모용환을 위로해주자 그는 관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이토록 자신을 믿어주는 자에게 자신은 숨기기만 하고 있다. 모용환은 다시 마음을 굳게 먹으며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았다. 모든 것을 밝힐 날이 있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네."

"문제라면...?"

"자네의 공으로 인재와 병사가 모였네. 땅도 있고 말이지. 하지만 오랜 수탈로 이곳은 피폐하네. 기반을 확실히 하려면 오를 재건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한계가 있네."

"자금이 부족하단 말씀이시군요?"

"으음. 그렇네. 내 듣기로 이곳에서 탈출한 엄백호가 이끄는 이천여 무리가 경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오각산에 자리 잡았다고 들었네. 산세가 험해서 우리가 함부로 추격대를 보내지 못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네. 어떤가?"

관우의 의도를 짐작한 모용환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은 그 순간 빛나고 있었다.

"제가 놈들이 가지고 도망친 재물들을 도로 가져오겠습니다. 보병 8백이면 충분합니다. 이 기회에 손공 일행의 실력을 보도록 하지요."

'더불어 그들에게 확실한 족쇄를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모용환의 미소에 관우는 의제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믿겠네."



장비와 함께 궁성에 돌아와 있던 유비를 만나고 온 손책 일행은 느닷없이 토벌대에 합류하여 같이 엄백호를 치자는 모용환의 제안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주유가 조금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말입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일단 여독을 푸시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것저것 준비할 게 있어서 이만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는 모용환을 본 손책이 낮게 중얼거렸다. 약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토벌대라니? 무슨 꿍꿍이지?"

주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마 마침 엄백호를 치려던 차에 저희가 우연히 온 것이겠지요. 지금 오에 주둔하는 군대는 원술에게서 빌린 것입니다. 원정을 구실로 빌린 군대이기에 일정량 이상의 군량은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들이 차지한 곳은 엄백호에 의해 피폐해진 오... 자금이 부족했을 겁니다. 그리고 엄백호는 그들이 필요한 걸 가지고 있지요."

"그렇군..."

"그 외에도 우리의 기량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제 느낌이지만... 모용환이라는 저 남자, 지금까지 제가 본 인물 들 중 가장 위험한 인물입니다."

"음!"

주유의 사람 보는 눈은 굉장히 뛰어나다. 그런 그가 그렇게 말한다면 모용환은 정말 뛰어난 인물이라는 소리다. 손책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비록 지금은 이런 신세지만 그는 인물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포기하십시오."

"윽."

손책의 속을 꿰뚫어 본 주유가 정곡을 찌르자 손책은 졌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유는 모용환을 떠올리며 미처 손책에게 하지 못한 말을 되뇌었다.

'그 남자는... 결코 누구 아래에 있을 남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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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관우. 연참은 이어집니다. 날이 밝자 모용환을 모용환을 대장으로, 손책을 부장으로 삼은 800여 명의 토벌대가 오를 떠나 오각산으로 향했다.

"모용 오라버니. 정말 혼자서 수백 명과 싸우셨어요?"

방년 18세의 소녀, 손상향은 행군 내내 모용환의 옆에 붙어서 재잘거렸다. 손책의 호통에도 그때만 조용할 뿐 전혀 소용이 없었다. 아마 손책 일행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막내라서 그런 듯 했다. 유비와는 동갑이지만 성숙하면서도 청초한 매력을 풍기는 유비와는 달리 좀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다. 뭐랄까, 유비가 여인이 되어가는 소녀라면 손상향은 이제 막 소녀로서 한창 만개한 모습? 특히 활달하고 시원한 이목구비가 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성격 역시 당차서 얼마 말을 붙여보지도 못한 모용환에게 서슴없이 오라버니라 부를 정도였다.

모용환은 지겹지도 않은지 연신 웃는 낯으로 그녀의 질문 공세를 받아주고 있었다.

"하하. 그건 조금 과장된 거야. 사실 내가 상대한 병사들이라고는 오십도 채 안되었어. 그리고 전부를 상대한 것도 아니지. 기령만 빠르게 제압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그들에게 위협을 가했으니까."

"기령은 저도 발치에서 본 적이 있어요! 덩치가 한당 아저씨보다도 큰데, 두 자루의 도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맹장이라고요! 그런 사람을 정면으로 상대해서 병사들이 어떻게 해 볼 틈도 안주고 제압하다니! 오라버니는 정말 굉장해요!"

손상향의 눈이 몽롱해졌다. 잘생긴 얼굴에다 뛰어난 무용, 그리고 언제나 높게만 느껴졌던 원술을 농락하듯 탈출한 배짱까지! 모용환은 그녀가 꿈에도 그리던 왕자님이었다.

"그런데 유 황손님은 어떻게 모시게 된 거에요?"

손상향의 질문에 표는 내지 않았지만 일행의 신경이 모두 모용환의 입에 쏠렸다. 사실 그들도 궁금하던 차였다. 어느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듯한 모용환이라는 자. 원술의 군사로 오를 점령한 관우는 일찍부터 그 명성이 사해에 퍼져있는 맹장이었지만 유비를 탈출시킨 모용환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음... 첫눈에 반해서 랄까?"

"네?"

"하하. 이거 좀 쑥쓰러운데... 유비님께 반해서 당장에 신하가 된 거지."

"에엣?"

"허."

"으음..."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일행은 허탈해 했다. 천하의 원술에게서 유비를 탈출시킨 이유가 첫눈에 반해서라니. 무모한건지 대담한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일행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고 있을 동안 손상향의 얼굴은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그녀의 백마탄 왕자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니... 소녀의 첫사랑은 처음부터 제동이 걸렸다.

그녀는 어제 본 유비를 떠올렸다. 한 떨기 백합 같은 청초한 아름다움은 같은 여자인 그녀마저도 감탄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나이답지 않은 그 의젓함이라니. 여러모로 자신이 처지는 것 같아 그녀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지만 이윽고 그녀는 작은 주먹을 꼬옥 말아쥐었다.

'손씨 가문의 사람은 이렇게 쉽게 포기해선 안돼!'

소녀의 다짐을 뒤로 한 채 부지런히 행군을 한 토벌대는 이틀 만에 오각산에 당도했다. 오각산은 과연 산세가 험하고 여기저기 안개가 끼어 있어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면치 못할 듯 했다. 모용환은 손책, 주유와 함께 어떻게 엄백호를 공략할 것인지 상의했다.

"엄백호의 진지는 산 중턱에 있다고 하나, 정확한 위치는 모릅니다. 적도들의 병력은 어림잡아 2천. 우리의 병력은 그 반도 되지 않으니..."

정작 관우에게 그 정도의 병사를 내어달라 말한 모용환 자신이 자신 없다는 듯 말끝을 흐리자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주유와 손책은 그를 위로했다.

"이 정도의 병력으로도 도적놈들 따위는 충분히 척살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모용 공."

"일단 적의 위치를 알아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모용환은 주유의 말에 동의했다.

"일단 한 시진 정도 정찰대를 풀어 진지의 위치를 확인 한 후 난입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물론 적들이 수상한 낌새를 채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이런 일에는 은밀한 행동에 능숙한 자가 적격입니다. 병사들 중 몸이 날랜 자들을 뽑도록 합시다."

그리고는 뒤이어 말했다.

"나 또한 정찰조원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예? 그 무슨 소리이십니까! 모용 공은 토벌대의 대장입니다!"

손책이 대경하여 말하자 모용환은 씨익 웃었다.

"이곳에서 가장 몸이 날랜 사람은 접니다. 쉬운 길을 돌아갈 필요는 없지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마십시오."

그의 결심이 확고한 듯 보이자 손책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친목의 의미로 모용환과 정보, 한당이 대련을 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손견이 거느리던 장수들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두 장수가 연이어 덤볐는데도 모용환은 시종일관 여유있게 그들을 상대했다. 비록 둘다 무승부로 끝나긴 했지만 관전을 했던 사람들은 모용환의 실력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20명으로 이루어진 정찰대는 축축한 안개 때문에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산 속으로 은밀하게 들어갔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수 많은 샛길 중 하나로 빠진 모용환은 산세를 보면서 산채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몸놀림은 실로 신출귀몰했다. 무력도 무력이지만 온갖 특기를 전부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약 반시진 정도가 지난 후 모용환은 산 중턱 어느 곳에 세워진 목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몇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곳이군.'

엄백호의 산채를 파악한 그는 주변의 지리를 머리 속에 집어넣었다. 산채로 진입할 수 있는 3곳의 진입로 중 그가 있는 곳은 가장 험한 곳. 쳐들어온다면 병사들의 피해가 가장 클 진입로였다.

"어째 오늘은 좀 춥군."

"기분 탓이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도적들 사이를 은밀하게 누비며 모용환은 자신의 계획에 적합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눈에 딱 맞는 물건이 눈에 띄었다.

'독(毒)!'

여러 가지 크기의 자루들 속에 담겨있는 분말가루들은 분명 독이었다. 어차피 토벌대가 온다면 산 아래에서 올라올 테니 그들을 향해 뿌릴 생각으로 준비해 두었을 것이다. 지금 시대에 이런 가루독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지는 않지만, 상당량을 흡입해서 신경이 마비되는 정도는 가능했다. 모용환은 준비해온 물건을 그 중 적당한 크기의 자루에 섞어 넣었다. 물론 표식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행군 내내 자신의 옆에서 쫑알거리던 귀여운 소녀를 떠올렸다.

'젠장... 맨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의 계획은 어떻게 된 거냐! 약해지지 마. 그녀는 훌륭한 족쇄가 될 수 있다.'

사전 공작을 마친 그는 정찰조의 집결지로 돌아갔다. 대부분 허탕을 친 정찰조원들은 엄백호군의 진지를 발견했다는 그의 말에 반색했다. 어쨌거나 정찰조의 임무는 완수한 셈이다.

주둔지로 돌아온 모용환은 휘하 장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내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엄백호의 진지는 이쪽 갈림길에서부터 세 곳으로 갈라져 들어갈 수 있소. 나는 중앙을 맡을 것이오."

"상향은 오라버니와 같이 가겠어요."

손책은 손상향이 모용환을 따라나서겠다고 나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모용환의 무위를 본 이상 그의 옆이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리지만 손상향 또한 무가인 손씨 집안의 자손이다. 제 몸 하나 지킬 실력은 충분히 되었다. 모용환은 그 나름대로 안 그래도 데려갈 생각이었던 손상향이 자진해서 따르겠다고 하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손상향을 혼자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주유도 나섰다. 모용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었기에 그는 수락했다.

그렇게 중군 300에 모용환, 손상향, 주유, 좌군 250을 손책, 한당이, 우군 250을 정보, 황개가 이끌면서 토벌대는 엄백호의 산채로 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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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좀더 자란 손상향 -_-ㅋ; "주유님은 참전 경험이 있으십니까?"

세 갈래 길에서 좌, 우군과 헤어진 모용환은 선두에서 같이 걷고 있던 주유에게 문득 물었다.

"병사들을 통솔해 본적은 있지만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건 처음입니다."

"그럼 상향 역시 그렇겠군요."

왠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손상향은 주먹을 쥐고 흔들어 보였다.

"이래 뵈도 손견 장군의 딸이에요. 직접 참여해 본 적은 없어도 무수히 많은 전장을 전전했다구요."

"그래, 그래."

모용환이 건성으로 애를 달래는 듯한 말투를 하자 그녀는 삐쳤는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워 모용환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 같지 않게 한담을 나누며 진군하던 그들은 모용환이 손짓하자 행군을 멈추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책이 보일 것이다. 적이 많다 하나 모두 오합지졸. 공을 세우는 자에게는 그에 마땅한 포상을 할 것이니! 전군, 공격하라!"

모용환의 특기 '기합'과 '돌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발동되자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는 군사들이 사기 가득한 눈빛으로 대열을 한층 절도 있게 했다.

"부탁합니다."

주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에 모용환은 주유에게 모종의 지시를 내려놓았었다. 모용환은 주유를 뒤로 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손상향을 데리고 몸을 날렸다.

"저, 적이다!"

"징을 쳐라! 대장님께 이 사실을 알려라!"

순식간에 목책을 무너뜨리며 들이닥친 토벌대 중군의 모습에 원래 오합지졸인 산적들은 혼란에 빠졌다. 무기를 들고 덤비는 자가 있는가 하면 정예 보병들의 모습에 기가 질려 도망가는 자들도 있고, 모아둔 재물을 챙기러 숨어드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수가 워낙에 많은 탓에, 병사들은 처음 어느 정도 적진에 파고들자 난전 상태로 돌입했다. 졸개들을 병사들에게 맡긴 모용환은 손상향, 주유와 함께 일전에 봐둔 곳 -엄백호의 처소로 짐작되는-으로 향했다.

때맞춰 좌군과 우군도 도착한 듯 동쪽과 서쪽에서도 창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아군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딱 봐도 '대장 집' 이라고 써놓은 듯 큰 처소에서 튀어 나온 사람은 화려한 갑주만 봐도 딱 '나 대장이오'하고 써놓은 듯한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였다.

콰아앙!

모용환은 그 자가 엄백호임을 짐작하고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며 그가 지나쳐온 전각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갑작스런 폭음에 엄백호나 손상향은 크게 놀란 듯 했다. 모용환 역시 생각보다 더 대단한 위력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지?"

"네 종말을 알리는 소리다."

모용환이 검극을 겨누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엄백호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백호는 이내 여유 있게 웃었다.

"네놈이 나를 토벌하러 온 토벌대의 대장이냐?"

"그래. 모용환이다."

"한가한 놈이군. 옆에 계집을 품고 온 것을 보니."

엄백호가 음탕한 눈길로 손상향을 훑어보자 손상향은 온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녀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썩은 동태 같은 자식! 모용 오라버니께서 단죄해 주실 거다!"

"크흐흐... 나와주시죠."

엄백호의 말에 그의 처소 옆에서 한 사내가 말을 탄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모습을 내보인 순간 모용환은 전신을 압박하는 거대한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광포한 한 마리 맹수를 마주했을 때의 느낌... 묵색의 갑주를 입은 남자에게서는 야성미가 물씬 풍겼다. 사자의 갈기와도 같이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는 뒤로 넘겨 한데 묶었고 높게 치솟은 짙은 검미와 턱의 옆선까지 뻗어 있는 구렛나루는 남자의 인상을 더욱 강인하게 만들었다.

"내 허락 없이 그를 죽일 수는 없다."

고요한 저음. 모용환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목소리 안에 갈무리 된 흉포한 살기를 느낀 때문이다. 우리에 가둬둔 맹수처럼 한 번 구속이 풀리면 닥치는 대로 부숴버릴 광포함이었다. 손상향 역시 그의 위압감을 느꼈는지 작게 몸을 떨며 모용환의 뒤로 물러섰다. 어린 그녀가 감당하기엔 사내의 기세는 너무도 사나웠다.

모용환은 검자루를 굳게 쥐었다. 손바닥이 긴장으로 인해 젖어왔다. 그는 이 사내가 누구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풍기는 기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가 탄 말, 보통의 말의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붉은 거마(巨魔)! 게다가 새파랗게 빛나는 방천극까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인중여포 마중적토(人中呂布 馬中赤兎).

모용환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 시대 최강의 무인과 마주했다. 그는 속으로 여포의 상태를 일람했다. 여포의 능력치를 본 그는 경악했다.

[이름 : 여포]
[통솔 : 100]
[무력 : ?]
[지력 : 87]
[정치 : 11]
[매력 : 32]

'말도 안 되는! 무력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저 터무니없는 지력은... 대체!'

아무래도 오늘은 길보다 흉이 많을 것 같다.

"여포... 당신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상향. 물러서."

모용환의 얼굴에 떠오른 심각한 기색을 읽었는지 손상향은 순순히 물러나면서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안색은 '여포'라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파랗게 질려 있었다.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그녀라고 어떻게 여포를 모르겠는가. 그가 이끄는 흉노 천명의 흉노 기병대는 '패왕기(覇王騎)'라 불리며 불패무적의 신화를 가지고 있었다.

"나를 알면서도 나와 싸우겠단 소린가?"

여포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주인의 기분을 느꼈는지 적토마가 거친 콧김을 뿜어내며 투레질을 했다.

모용환은 여포를 앞에 두고 이를 악물었다. 이 세계로 온 뒤 처음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무력은 측정불가... 게다가 적토마까지 타고 있는 이상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기선을 잡아야 한다!'

모용환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날려 적토마의 발을 자르려 했다. 하지만 여포는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방천극을 그대로 내리 휘둘러 모용환을 세로로 쪼개왔다. 모용환은 기습이 실패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검면으로 방천극의 날을 막았다.

깡!

"윽!"

여포의 무지막지한 힘에 내리찍는 가속도까지 붙은 방천극은 막아도 막은 게 아니었다. 팔이 부러질 듯한 충격에 모용환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히히힝!

적토가 콧김을 뿜어내며 커다란 앞발굽으로 모용환의 머리를 찍으려 했다. 무릎을 꿇는 바람에 자세가 흐트러진 그는 할 수 없이 땅바닥을 굴러 발굽찍기를 피했다. 단 일합을 주고받았지만 힘의 우위는 확실했다.

엄백호는 범상치 않아 보이던 모용환이 여포에게 낭패를 당하자 비릿한 웃음을 짓고는 걱정스런 기색으로 모용환을 보고 있는 손상향에게 달려들었다. 엄백호가 지근거리에 접근해서야 그의 존재를 눈치챈 손상향은 뾰족한 비명과 함께 단검을 휘둘렀다.

"큭!"

어린 여인이라 방심한 엄백호는 팔뚝에 기다란 자상을 입었다. 그의 험상궂은 얼굴이 분노로 얼룩졌다.

"이 년!"

활을 주로 사용하는 손상향은 큰 체격과 힘을 가진 업백호가 근접하여 달려들자 금방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한편 모용환은 여포와 무기를 맞댈 때마다 내장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카앙!

날카로운 격돌음이 울리며 모용환은 연신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그의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여러 번 거친 땅을 구르느라 긁힌 상처에서 피가 옅게 배어나왔다.

'난... 너무 안일했던 건가.'

모용환은 자신이 자기 능력만을 과신하고 매사에 자만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방천극과 부딪치면서 그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마치 게임을 하듯 했다! 이건 엄연히 현실인데도!'

'상대의 능력을 볼 수 있다.'는 기이한 능력이 그것에 한 몫을 했는지도 몰랐다. 무한히 샘솟는 능력이 그러했고. 마치 마약에 중독 된 듯, 몽롱한 정신 상태로 사람을 대하고, 일을 대했다. 유비와 정사를 가진 것도 별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단지 아름다워서, 안고 싶어서 안았을 뿐이다. 현실인 걸 알면서도 현실임을 무의식중에 부정하고 있었으니까! 몸은 이 세계에 있으면서도 정신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삼국지를 플레이하는 '현성'의 것이었다.

"대단하군. 모용환이라고 했나? 너는 지금까지 내가 본 무인들 중 가장 강한 자다."

여포가 뭐라 말하는 듯 했지만 이미 그의 귀에 여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지독한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미친놈. 한번 다시 살게 해주니까 두 번도 가능한 줄 알아?! 두 번은 없다. 도망치지 마. 이건 진짜다.'

굳게 쥔 주먹은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는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장한 결심이 서자 무거웠던 몸에 활력이 샘솟는 것 같았다. 그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여포는 조금이지만 실망이 섞인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너 같은 강자도 죽음이 두려운 건가..."

여포의 말에 모용환은 팔로 눈물을 닦아내며 씨익 웃었다. 그 미소는 누구라도 가슴이 설레일 만큼 환한 미소였다.

"천만에. 이건 현성이라는 얼간이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눈물이다."

그 때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악! 아, 안돼! 모용 오라버니!"

찢어지는 듯한 손상향의 비명에 모용환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손상향을 제압한 엄백호가 그녀의 옷을 찢듯이 벗기고 있었다. 옷이 벗겨짐에 따라 그녀의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 광경을 본 모용환은 아차 싶었다. 아무리 손상향의 수치적인 무력이 높아도 그녀는 근접전에 약했고, 경험도 없었다. 그녀의 몸이 빳빳하게 굳어 있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전에 보았던 신경독에 당한 듯싶었다.

엄백호는 음흉한 미소를 터뜨리며 여포에게 말했다.

"여포님. 어서 놈을 절단내고 오시지요. 처음은 양보하겠습니다."

손상향의 옷이 전부 벗겨지며 백옥 같은 나신이 드러나자 엄백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충혈된 눈으로 솥뚜껑 같은 손을 뻗었다. 그것을 본 모용환은 분기탱천하여 몸을 날렸다.

"멈춰!"

"내 허락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름끼치는 파공음과 함께 휘둘러진 방천화극에 의해 모용환의 움직임은 제지당했다. 그의 앞에는 여전히 태산처럼 버티고 있는 무신 여포가 있었다.

"아..."

이제 혀마저 굳어버렸는지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손상향은 모용환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모용환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흐흐흐!"

엄백호는 소름이 돋은 손상향의 눈처럼 흰 살결을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다가 그녀의 작지만 귀여운 유방을 감싸 쥐며 유두를 거칠게 비틀었다. 소중한 곳을 침범하는 거친 사내의 손길에 손상향은 눈을 부릅떴지만 온몸이 마비된 그녀는 작은 반항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겁에 질린 사슴처럼 몸을 떨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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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여포! "뻣뻣하면 재미가 없지."

손상향의 여린 가슴을 주물럭거리던 엄백호는 그녀를 구석으로 끌고 가서는 벌렁 드러눕더니 손상향의 엉덩이를 자신의 얼굴쪽으로 향하게 한 채 그녀를 자신 위에 엎드리게 했다.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손상향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엄백호가 조정하는 대로 자세를 취했다. 고개를 든 채 겁에 질린 눈망울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손상향의 몸이 움찔거렸다.

엄백호가 그녀의 탄력 있는 양 엉덩이 살을 부여잡더니 힘껏 벌린 것이었다. 소녀의 은밀한 수림이 갈라지며 빨간 조갯살과 그 안의 주름진 동굴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그 위의 여린 국화까지도 그 수줍은 모습을 낯선 사내에게 공개했다. 한 번도 사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소녀의 비밀스러운 곳을 낱낱이 살펴본 엄백호는 음소를 흘리며 콧김을 뿜어냈다.

"흐흐...! 고것 참!"

그는 한껏 벌려진 손상향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는 탐욕스럽게 그녀의 꽃잎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살포시 튀어나온 소녀의 음핵을 이빨로 깨물기도 하고, 혀는 조갯살을 헤치며 동굴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이런 일을 많이 해본 듯 양손 역시 부지런히 놀렸는데, 왼손은 쉼 없이 그녀의 유두를 희롱하면서도 오른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 살을 벌리고 있었다.

"......!"

음란한 엄백호의 혓바닥이 꽃잎 깊숙한 곳에 침투하자 손상향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 18년 간 그녀가 고이 간직해 온 순결이 짐승만도 못한 자에게 짓밟히려 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눈망울에서 또르륵 방울진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상향이 엄백호에게 유린당하는 모습을 본 모용환은 이상하게 침착해 지는 걸 느꼈다. 그의 몸은 여전히 여포와 겨루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어떻게든 손상향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상향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 모용환은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뼈를 내주고 그녀를 구한다!'

모용환은 땅을 박차며 여포에게 달려들었다. 사선으로 그어진 검날이 적토마에 얹혀 있는 여포의 다리를 노렸다. 하지만 여포는 방천극의 창대 부분으로 그 공격을 가볍게 박아낸 후 모용환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모용환은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여포의 공격을 무시하고 그를 지나쳤다. 그 순간 여포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푸화아악!

방천극의 날에 모용환의 등짝이 길게 베이며 피가 솟구쳤다. 일순간에 중상을 입은 모용환이었지만 그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흐흐... 앞구멍은 여포님께 양보한다지만 뒷구멍 맛은 봐도 괜찮겠지."

손상향의 전신을 농락하던 엄백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허리춤을 끌러 발기한 육봉을 꺼냈다. 그는 지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살기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일에 몰입해 있었다. 그가 개처럼 엎드린 손상향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막 그녀의 국화 입구에 귀두를 가져다 대었을 때였다. 소녀의 항문과 맞대어진 귀두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감촉에 그는 극도로 흥분했다.

"크흐흣! 이 년아, 이 어르신께서..."

서걱!

엄백호는 흥분으로 달아오른 그 얼굴 그대로 목이 떨어졌다. 차가운 표정으로 단숨에 그의 목을 따버린 모용환은 손상향과 눈을 마주쳤다. 다행히 그녀는 악적에게 농락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쳐버리거나 정신이 이상해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그녀의 젖은 눈은 등 뒤에서 피가 솟구치는 모용환을 염려하는 기색으로 가득했다. 강한 여인이었다. 모용환은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피에 절은 자신의 장포로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다.

손상향을 엄백호로부터 구한 모용환은 천천히 일어선 후 좀 전의 자리에서 미동이 없는 여포를 노려보았다. 여포는 감정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어느 순간 여포는 피식 웃어보였다.

"목숨을 도외시하고 여자를 구하다니. 그만큼 소중한 사람인가?"

"알 필요가 있나? 못 다한 승부를 내도록 하지."

모용환은 출혈 과다에다 여포를 상대하면서 입은 내상으로 여포는커녕 엄백호 같은 자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모용환의 허세에 여포는 고개를 저었다.

"내 임무는 엄백호로부터 재물을 받은 후 그를 죽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물건을 받기도 전에 엄백호가 죽어버렸으니 임무는 완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난 너에게 이 일의 책임을 묻지 않을 생각이다."

예상외의 여포의 행동에 모용환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냥 간다는 얘기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모용환의 표정을 완전히 굳어버렸다.

"하지만 날 무시하고 그 여자를 구한 것은 따져야겠지. 넌 무인 대 무인의 신성한 대결에 오점을 남겼어. 난 단 한번 저 소녀를 공격할 것이다. 재주껏 막아낸다면 그냥 돌아가도록 하지."

말을 마친 여포는 방천극을 사선으로 늘어뜨린 채 적토마를 타고 일직선으로 손상향에게 달려갔다.

"안돼--!"

갑자기 고음의 비명소리가 모용환의 귀를 울렸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손상향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모용환은 그녀에게 집중되는 흉폭한 야수의 기운을 모두 받아내고 있었다. 허공에 쳐들리며 햇빛에 번쩍인 방천극의 칼날이 단두대처럼 떨어져 내렸다. 모용환은 이를 악물었다.

쾅!

도저히 검과 창극이 맞부딪친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폭음이 울리며 모용환의 신형이 허공으로 붕 뜬 채 삼 장정도 날아갔다.

입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가는 모용환의 눈에 갑자기 달리기를 멈춘 탓에 앞발굽을 들어올리는 적토마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손상향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녀는 적토마의 발굽에 찍혀 죽게 될 것이다. 그가 절망에 빠지려는 찰나 갑자기 나타난 인영이 손상향을 끌어안은 채 적토마의 앞발굽에 옆구리를 채여 바닥을 굴렀다.

"아아악!"

손상향을 끌어안은 사람은 주유였다. 사전에 밀가루를 곱게 빻아 표시를 해둔 자루에 넣고, 그것을 적진에 두고 온 모용환은 주유에게 표식을 알려주며 적도들 중 그 자루를 든 자가 보이면 불화살을 날려 그 자루를 터뜨리라고 지시했었다. 무력은 낮았지만 궁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주유였기에 그는 어렵지 않게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잠시 후 공기 중에 퍼진 분말 가루들 때문에 분진 폭발이 일어나 적진 중앙을 날려 버렸다. 물론 대충 폭발의 규모를 예상한 모용환이 미리 병사들을 물려둘 것을 지시했기에 토벌대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작전을 완수한 한 후 주유는 느긋한 걸음으로 엄백호의 처소에 온 것이었는데, 막 그곳에 들어섰을 때 그가 본 것은 거대한 말을 탄 흑색 갑주의 사내가 손상향과 모용환에게 말을 몰아가는 장면이었다. 그 상황에서 주유는 달리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달려가 손상향을 감싸 안은 것이었다.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울컥 피를 토하는 주유를 본 여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모용환을 흘낏 일견한 후 적토마의 말머리를 돌려 어디론가 가버렸다.

"후으...."

여포의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난 모용환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주유의 상세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끌다 시피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불안한 눈으로 주유를 바라보고 있을 뿐 무사한 것 같았다. 그러나 주유는 중태였다.

"아, 안됩니다."

"무슨 소립니까? 보아하니 위쪽 갈비뼈가 나간 것 같은데, 폐를 압박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빨리 맞춰야 합니다."

모용환은 주유의 말을 무시하고 주유의 상의를 벗겼다. 그러자 천으로 친친 감은 주유의 상체가 드러났다. 모용환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의 상체를 감싼 천을 마저 벗겨냈다. 그리고 그 후의 광경에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여, 여자?"

천으로 강하게 압박되어 있던 주유의 가슴은 압박이 사라지자 마치 공이 튀어 오르듯 탱탱한 원형을 되찾았다. 희고 탐스러운 가슴의 중앙에는 가슴에 비해 작은 유두가 부끄러운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주유는 땀으로 범벅인 얼굴을 붉히며 간신히 기어나오는 음성으로 말했다.

"어, 어서 치료를..."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모용환은 될 수 있으면 그녀의 가슴 쪽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상처 부위에 손을 넣어 갈비뼈를 맞췄다. 오른쪽에 길게 찢어진 상처는 아마도 흉터가 남을 듯싶었다.

"미안합니다."

상처로 인한 고통으로 거동이 어려운 주유는 모용환의 사과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꼭 감을 뿐이었다. 사실 그가 사과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러는 와중에 그들은 한 가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후우. 이제 다른 장수들이 산채의 잔당을 소탕하고 이곳으로 오는 걸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요... 윽!"

"모용 공!"

주유의 화들짝 놀란 목소리를 들으며 모용환은 머리가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하늘이 뱅뱅 돌았다. 주유의 뼈를 맞춰주느라 자신이 계속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었다. 깨달았어도 그 스스로 등 쪽에 난 상처를 지혈할 수 있는 없는 건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몸이 노곤해지며 졸음이 밀려왔다.

"자면... 안되는데..."

스르륵 감기는 그의 눈에 황급히 달려오는 손책의 모습이 흐릿하게 투영되었다. 그는 입에 만족한 미소를 베어 물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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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 엄백호 -_-ㅋ;;; 여자로 나왔으면 하는 장수좀 댓글로 추천해 주세요-!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따갑게 망막을 두드리는 햇살을 느끼며 모용환은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한 방 안의 전경이 들어왔다. 몇 번 눈을 깜빡이자 사물이 선명하게 보였다.

"일어나셨군요."

옆에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앉아서 자신을 보고 있는 유비와, 그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장비가 보였다. 모용환은 상체를 일으켰다. 등 쪽에서 약간 가려운 느낌이 들었지만 별 통증은 없었다. 오랜만에 관절이 움직이자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적토마에 탄 여포를 상대하고도 살아남다니, 명줄이 질기군."

아직 앙금이 남았는지 자신을 비꼬는 장비의 말에 모용환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나정도 되는 사람이니까 그런 것 아니겠소? 하하."

모용환이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웃자 옆에 가만히 앉아 있던 유비가 뜻밖의 말을 했다.

"걱정했어요."

"예?"

"네가 나흘 간 정신을 잃고 있을 때 유비님은 밤낮으로 네 간호를 하셨다. 약골 자식, 상처는 다 나아 놓고 얼마동안이나 정신을 놓고 있는 거야."

모용환은 충격을 받았다. 나흘? 상처가 다 나았다? 그는 손을 뒤로 해서 등의 길게 갈라졌던 상처를 매만졌다. 우둘투둘한 느낌이 남아있긴 했지만 통증은 거의 없었다. 나흘 동안 쉰다고 나을 상처가 아니었는데... 잠시 자신의 회복력에 대한 고찰을 하던 모용환은 곧 그 생각을 접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유비와 시선을 마주했다.

"저를 간호하셨다고요?"

유비는 머뭇거림없이 대답했다.

"그래요."

"제가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그녀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이겠죠... 하지만 난, 아, 아니 우리는 당신이 필요해요."

유비는 모용환과 시선을 똑바로 맞추면서 말했다. 모용환은 갑자기 그녀가 더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는 양 팔을 뻗어 유비의 가녀린 몸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너, 너 무슨 짓이야!"

옆에 서 있던 장비가 크게 당황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유비는 갑작스런 키스에 눈을 크게 뜨면서도 저항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모용환의 혀가 유비의 앵두 같은 입술을 벌리고 살짝 굳어 있는 그녀의 혀를 휘감았다. 한동안 유비의 달콤한 타액을 음미하던 모용환은 이내 입술을 뗐다. 유비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모용환은 씩 웃었다.

"이건 상입니다."

"무례한 자식!"

장비가 무섭게 노려보는 게 느껴졌지만 모용환은 그 시선을 무시했다. 유비는 상기된 얼굴로 일어섰다.

"이만 가겠어요."

유비가 몸을 돌려 장비와 함께 나가는 것을 확인한 모용환은 침상에서 빠져나와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전신이 가뿐한 것이 도저히 그 때 그 만신창이가 되었던 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모용 공. 일어나셨습니까."

유비가 나가자마자 손책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크게 경직되어 있었다. 모용환은 그를 반갑게 맞았다.

"손 공이시군요. 방금 전에야 의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손책은 모용환의 인사에도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잠시 동안 묵묵히 있던 그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제 동생을... 구해주셨더군요. 자세한 상황은 그 아이에게서 들었습니다..."

'음. 그것 때문에...'

모용환은 손책의 내심을 짐작했다. 하나 뿐인 여동생이 발가벗은 채로 장포 하나만 걸치고 있었으니 그것을 본 오라비의 마음은 어땠을까?

"죄송합니다. 그녀를 데려간 제 불찰입니다."

"아니, 아닙니다. 어차피 그건 그 아이가 자청한 것이었지요... 전장에 나간다면 그 어떤 일도 감수해야 합니다.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요. 게다가 상대는 그 천하최강이라는 여포가 아니었습니까? 모용 공께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그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해 주셨으니..."

손상향에게 장포를 덮어준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주유가 옴짝달싹 못하고 모용환이 정신을 잃은 그 상황에 그가 손상향의 몸을 가려주지 않았다면 손책을 따라온 병사들도 그녀의 나신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무가의 여식이라지만 수많은 사내들에게 알몸을 보인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수치였기에 그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손상향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몰랐다.

".... 유 황손님과는 긴밀한 사이시더군요."

"아... "

갑자기 손책이 유비를 들먹이자 모용환은 그저 헛기침만 할 뿐이었다. 손책이 유비와 입맞춤한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손책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상향 그 아이는 이미 결심이 선 모양이더군요... 유비님이 계시니 그 아이를 받아들여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여동생이 행복할 수 있게만 해 주십시오... 이것이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못난 오라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손책은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모용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황한 모용환이 그를 일으키려 했지만 손책은 요지부동이었다.

"이 손책. 대장부로 태어나 대의(大義)가 무엇인지 배웠고, 가슴에 천하를 향한 웅심을 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천하를 평정한들 소중한 사람이 잘못되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비록 소인배가 될망정 저는 가족을 위하는 길을 택하렵니다. 그 아이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는 그간 가슴에 품고 있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웅심을 품고 있다 함은 유비 일행을 이용할 생각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손상향이 비참한 지경을 당할 뻔 하자 이 호랑이 같은 사내는 스스로 그 야망을 저버렸다.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의 맹세.

모용환은 강제로라도 취하려 했던 것을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얻자 심경이 복잡해졌지만 그렇다고 마다할 수도 없는 일.

"충성의 맹세는 내가 아니라 유 황손님께 하십시오."

그 말에 손책은 고개를 저었다.

"저를 속이려 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대외적으로 유 황손님의 세력이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모용 공이 아닙니까? 이제 한황실의 유일한 핏줄은 유 황손님 분입니다. 그러나 유 황손님 자체로는 한황실을 표방할 수 없습니다. 이제껏 여제(女帝)란 전례가 없던 일. 반발이 클 것입니다. 결국 한을 일으켜 세울 자는 유비님의 부군 되시는 분일 터..."

모용환은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그는 손책의 충성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주의를 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

"나를 대하는 태도는 변함이 없어야 할 겁니다."

손책은 무거운 짐을 던 듯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핫! 주군, 전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닙니다."

이쯤되자 모용환은 주유의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주 공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그것 역시 그녀에게 들었습니다. 주군께서 그녀의... 음."

손책은 민망한지 말끝을 흐렸다.

"알고 계셨습니까?"

"하하... 주유는 어렸을 때부터 저와 같이 자라왔습니다. 하지만 여자답지 않게 포부가 컸었지요. 그래서 남장을 한 채로 아버지 휘하에 들어갔습니다. 그녀를 딸같이 아껴주셨던 아버지였기에 당장에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만, 주유는 독하게 버텼지요. 그렇게 지금의 주유가 있게 된 겁니다. 뭐, 이젠 하도 오랫동안 남장을 해서인지 종종 여자임을 잊기도 하지요."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존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크흠... 그것도 문제인데... 말씀드리자면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무척 조숙한 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저마저 그녀의 알몸을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

손책의 강인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아쉬운 표정을 보고 있자니 모용환은 뒷골이 땅겨왔다. 모용환의 그런 기색을 눈치 손책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처음으로 사내에게 알몸을 보인 그녀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알 수 없군요. 주군께서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하하. 이 몸, 친우와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몸이 닳을 때까지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손책은 크게 웃고는 모용환의 처소를 나가기 전에 그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상향이 많이 괴로울 겁니다. 그녀의 처소에 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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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달립니다 ㄱㄱ 짤방은 주유 남장 모습 아직 초저녁이라 그리 어두운 편은 아니었지만 손상향의 처소는 그 약간의 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아 짙은 암흑으로 덮여 있었다. 초는 방이 배정되었을 때 거의 그대로의 새것이었다. 촛대의 초를 켜서 방 안을 밝힌 모용환의 시야에 금침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상향, 나야."

이불이 움찔 떨렸다. 서서히 이불이 내려가며 손상향의 수척한 얼굴이 드러났다.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예전의 발랄했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모용 오라버니... 쾌차하신 건가요?"

"아, 그래. 덕분에."

모용환이 침상에 걸터앉자 손상향은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며 울먹였다.

"저 때문에... 흐윽... 전, 흐끅.... 오라버니가 죽는 줄... 흐아앙..."

작은 훌쩍임으로 시작하던 그녀는 말하면서 감정이 북받쳤는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모용환은 이불채로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난 원체 튼튼해서 그 정도로는 죽지 않아. 나보다는 네가 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불 사이로 모용환의 체온을 느끼며 숨죽여 울던 손상향은 소곤거리듯 작게 말했다.

".... 주세요."

목소리가 너무 작았기에 모용환은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응?"

"... 제 처녀를 가져가 주세요."

모용환은 조심스레 이불을 들추었다. 그 사이로 손상향이 토끼처럼 큰 눈망울에 비장한 기운마저 담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한바탕 울었기 때문인지 딸꾹질을 하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

"모용 오라버니가, 흐끅. 유비님을 좋아하는 건 알아요... 저를, 흐끅. 바라봐주지 않으셔도 돼요. 흐끅, 단지... 전..."

모용환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울지 마."

모용환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옷을 벗었다. 어두운 조명 사이로 드러나는 사내의 윤곽에 손상향이 다시 움찔하는 게 보였다. 이불 속에서 손상향의 가녀린 몸을 끌어안은 모용환은 조심스레 그녀의 옷을 벗겼다.

작지만 소담스레 부푼 젖가슴을 시작으로 눈 덮인 설원같이 흰 아랫배가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작은 고의마저 벗겨지자 검은 수림으로 뒤덮인 도톰한 계곡이 보였다.

모용환은 손을 뻗어 손상향의 계곡 주위를 어루만졌다. 그러면서 그의 혀는 그녀의 유두 주위를 애무하고 있었다.

"히끅......"

손상향이 딸꾹질을 하면서 신음을 참는 듯 보이자 모용환은 그녀와 가볍게 입맞춤했다.

"참지 마. 느낀다면 솔직하게 소리 내도 돼."

"안... 느껴요... 흐끅."

부끄러운 듯 손상향이 숨죽여 말하자 모용환은 미소를 지으며 검지와 중지를 그녀의 꽃잎 안에 슬쩍 찔러 넣었다.

"......!"

모용환의 손가락이 그녀의 꽃잎 안을 왕복하자 손상향의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의 꽃잎에서 애액이 흘러 나왔는지 모용환의 손가락이 출입을 반복하자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몸은 거짓말 하지 않잖아."

모용환은 손가락으로 손상향의 꽃잎을 왕복하면서, 그녀의 붉게 부풀어 오른 음핵을 살짝 눌렀다.

"아...!"

돌기에서 피어나는 쾌감에 손상향이 뜨거운 숨결을 토해냈다.

"그래. 그렇게..."

"... 두려워요."

느닷없는 손상향의 말에 모용환은 애무를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손상향은 슬픈 얼굴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단지 책임감 때문에 저를 안는 건 아닌지... 흐끅. 절 버리는게 아닌지 ... 두려워요. 그리고 유비님께 미안해요... 흐윽..."

모용환은 살짝 굳은 얼굴로 그녀를 주시하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껴안았다.

"바보야. 세상 어느 남자가 너처럼 사랑스러운 여인을 저버릴 수 있겠어? 난 절대 널 버리지 않아. 읏차!"

느닷없이 모용환이 일어서며 자신의 몸을 들어올리자 손상향은 화들짝 놀랐다.

"아... 무, 무엇을..."

모용환은 그녀의 등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안은 채 양 손은 그녀의 허벅지를 받쳤다. 손상향은 모용환에게 떠받쳐진 채로 마치 오줌을 눌 때와 같은 부끄러운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모용환은 뒤에서 혀로 손상향의 목을 애무했다.

"갈게."

"놔, 놔주세요... 이건, 아악!"

모용환은 손상향의 몸을 그대로 하강시켜 그녀의 꽃잎 안에 자신의 육봉을 삽입했다. 눅진눅진한 손상향의 조갯살이 벌어지며 육봉의 앞부분이 그녀의 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처녀지는 손쉽게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항이 거센데?"

모용환이 귓불을 살짝 깨물며 장난스레 말하자 손상향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 이 자세는... 너무 부끄러워요... 아욱, 악!"

다시 한번 모용환의 육봉이 깊게 파고들었다. 그의 육봉은 이번에는 후퇴 따윈 생각지 않는 다는 듯 가차 없이 최후의 방어선을 뚫고 뿌리까지 깊게 박혀들었다. 꽃잎과 육봉이 단단히 결합되며 그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아픔으로 인해 꽃잎의 조임이 강해지자 모용환은 상하 운동을 시작했다. 손상향은 고통을 참지 못해 고개를 돌려 모용환의 입술을 찾았다. 두 남녀는 깊게 입맞춤했다.

질걱. 질걱.

한동안 육봉으로 그녀의 꽃잎을 들쑤시던 모용환은 억센 팔로 그녀의 두 다리를 그대로 받치고 한쪽 손을 밑으로 내려 부풀어 오른 돌기를 두 손가락 사이에 넣고 비볐다.

"아... 하아...!"

손상향은 모용환과 혀를 섞으며 가쁜 신음을 토해냈다. 이제 고통이 아니라 짙은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감쌌다.

모용환의 행위가 더욱 격렬해졌다. 그에 따라 손상향의 교성도 더욱 커졌다.

"아아... 끝에... 닿아요...! 더... 하아!"

모용환의 큰 육봉이 질벽을 가르며 자궁 끝에 닿기를 여러 번, 그녀는 쉽게 느끼는 체질이었기에 여러 번 절정에 올랐다. 치밀어오는 쾌감으로 인해 머릿속이 하얗게 된 그녀는 육봉이 꽃잎에 박힐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였다.

모용환은 어설프나마 기교가 더해진 그녀의 조임에 참을 수 없는 분출의 욕구를 느꼈다.

퍽. 퍽. 퍽.

"아아... 하아악!"

"음!"

육봉의 움직임이 최고조에 달하며 이내 끝에서 거센 폭발이 일어났다. 뜨거운 것이 내부를 가득 채우는 느낌에 허공으로 쳐들어진 손상향의 발가락이 꽉 움츠러들었다. 두 사람의 결합부에 하얀 정액이 흘러내리며 바닥으로 뚝 뚝 떨어졌다.

"너무... 좋았어요..."

모용환이 그녀를 침상에 내려놓자, 손상향은 쾌감으로 가득찬 얼굴로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 역시."

모용환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핥아서 닦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처소에서 나가기 위해 의복을 걸치려 했다. 그러자 손상향이 그의 몸을 꽉 껴안았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모용환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가세요... 좀더... 오라버니와... 하고 싶어요."

손상향이 간절한 애원조로 말하자 모용환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걸치려던 의복을 내려놓았다. 두 남녀의 땀으로 번들거리는 몸이 다시 결합되었다.

"하아... 아아! 사랑해요...!"

숨 가쁜 교성은 밤새도록 그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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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투표 결과대로 정력왕으로 가봅시다(...) 짤방은 장비 이른 아침 모용환은 생각보다 빨리 눈을 떴다. 새벽녘까지 손상향과 격렬한 정사를 벌였지만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기 때문인지 오래 잘 수가 없었다. 그는 알몸으로 자신을 껴안고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손상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꽃잎에는 그녀 자신의 애액과 모용환의 정액이 뒤섞여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온몸에 정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모용환은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그녀의 처소에서 나왔다. 몸을 씻은 후 그가 향한 곳은 집무실이었다.

"어서 오게."

역시 관우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있었다. 뜻밖에도 그곳에는 유비와 장비도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앉아서 업무를 보는 사람이 유비라는 것이었다. 관우는 평복으로 실무를 볼 때와는 달리 가벼운 갑주를 걸치고 청룡언월도를 들고 있었다.

설명을 요구하는 모용환의 눈빛에 관우는 유비를 보며 대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은 임시로 내가 일을 했다지만 엄연히 이곳의 주인은 유비님이시네. 당연한 것이야."

그제야 모용환은 유비의 지력과 정치가 각각 88, 81이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내정을 맡기에 꽤 우수한 능력치였다. 지금 경험이 부족해서 조금 더딜지도 모르지만 한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오는 탄탄대로를 깐 듯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그건 그렇고, 자네 나와 아침운동 삼아 대련이나 하지 않겠나?"

'운동이라면 밤새 뽕을 뽑았습니다만...'

"그러지요."

모용환은 관우와 집무실을 나서기 전에 유비에게 인사를 했다. 고개를 숙이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모용환은 자신과 마주친 그녀의 눈빛이 무척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왜일까? 그 의문은 자신을 잡아끄는 관우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다.

유비는 집무실을 나서는 둘을 보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일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연무장으로 향하며 관우가 말을 꺼냈다.

"아우, 일어났으면 이 형님에게 달려오는 게 예의 아닌가?"

질책하는 어조였지만 그의 눈에 담긴 따뜻함으로 미루어 보아 모용환은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염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래, 손 소저의 방에서 밤을 보냈다지?"

그의 말에 모용환은 뜨끔했다. 이런 사소한 일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관우가 알고 있다면 이미 궁내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기야 초저녁부터 여인의 방에 들어간 남자가 밤새도록 나오지 않고 방에서 신음소리만 계속 들린다면 볼 장 다본 것 아니겠는가. 문득 유비의 쓸쓸한 눈빛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설마...?'

모용환이 아무 말이 없자 관우가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상황인 걸 알고 있네. 손공에게 얘기를 들었지. 그녀를 내자로 받아들일 생각인가? 아... 오해하지 말게. 이 우형도 자네의 그런 것까지 알고 싶은 생각은 없네... 하지만 아무래도 유비님이 자네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네."

"예?"

"자네가 손 소저의 방에 있다는 사실은 우연히 알게 되었네. 유비님께 일을 인계하기 위해 그분과 같이 집무실로 향하던 중이었지. 나와 내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시녀들이 자네의 이야기를 하더군. 그걸 들은 때부터 말이 없으시더니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흐느껴 우시더군."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유비가 그런 행동을 하다니... 모용환은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그녀와 처음 정사를 할 때 그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당신을 좋아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울먹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내 비록 남녀간의 일은 잘 모르지만 유비님께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네. 내가 봐도 자네와 유비님은 무척 잘 어울려. 염치없는 부탁이네만 혹시 손 소저를 내자로 맞아들일 거라면..."

"아직 그녀와 혼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모용환의 단호한 대답에 관우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신장이라 불리는 이 사내를 이렇게 만들 정도로 유비는 그에게 소중한 존재였던가. 유비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관우의 모습이 손책과 겹쳐졌다.

그 즈음 둘은 연무장에 도착했다. 대련을 하기 전 의례로 관우와 손을 맞잡으면서 모용환이 말했다.

"저의 첫 여인은 유비님입니다."

무척 중의적인 표현이었지만 관우는 그 나름대로 그 말을 해석하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관우와의 대련을 마친 모용환은 아직도 손목이 저릿한 걸 느꼈다. 과연 신장이라 불리는 장수다웠다. 기다란 수염을 휘날리며 폭풍처럼 휘둘러오는 청룡언월도를 막아낼 때마다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력 98이던가? 아니... 그 괴력은 여포와 거의 동급이었어.'

모용환이 체감하는 관우의 힘은 여포와 동급이었다. 물론 여포나 관우나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겠지만... 갈수록 갈길이 멀다고 느껴지는 그였다.

아침에 손상향의 처소를 나오며 몸을 씻었건만 또 땀으로 흠뻑 젖은 의복을 바라보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영락없이 다시 씻어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모용환은 자신의 처소로 가기 위해 긴 복도를 하염없이 걸었다.

'응?'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본 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갈색과 보라색이 섞인 궁장을 입고 긴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린 여인이었다. 특이하게도 면사를 썼기에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흰 면사 아래로 보이는 고운 턱선과 붉은 입술은 미인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곳에 저런 여인이 있었던가?'

이곳 궁성에 온 이후로 토벌이다, 기절이다 하는 이유로 제대로 둘러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걸 감안하면 그가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하늘거리는 궁장을 입었음에도 빼어난 몸매를 뽐내는 저런 여인에 대한 말을 못들었을 리가 없었다.

모용환은 그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졌지만 그렇다고 처음 보는 여인을 불러 세울 필요를 느끼진 않았다. 그보다는 땀 때문에 불쾌해진 몸을 씻는 쪽에 더 관심이 있는 그였다.

그렇게 모용환이 여인을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 꾀꼬리가 우는 듯 맑은 목소리가 그를 멈춰 세웠다.

"모용 공."

'누구지?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같기도 한데...'

모용환이 의아해 하며 고개를 돌리자 그와 마주본 면사 여인이 천천히 면사를 올렸다.

"저를 모르시나요?"

가느다란 아미, 기다란 속눈썹, 시원하게 뻗은 코... 별을 담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 굉장한 미인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모용환은 누군가 생각날 듯 말 듯 했다. 그가 아직도 떠올리지 못하는 듯하자 여인을 한숨을 내쉬었다.

"앞머리를 풀어서 가렸고, 눈썹을 짙고 크게 그렸어요. 갈색 가루약을 발라 얼굴색을 좀더 어둡게 했고요. 물론 화장도 하지 않았지요."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알아서 유추해 보라는 듯 모용환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모용환은 그 말을 듣고는 머릿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그녀가 말한 대로 꾸며보았다. 그리고 완성된 절세 미공자의 몽타주...

"주유?!"

그의 경악성을 들은 여인은 양손을 허리에 붙이고는 짐짓 화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는 '공'이라는 말도 붙이지 않는 군요? 처음으로 제 몸을 본 남자가 정작 기억을 하지 못한다니... 실망이에요."

"그, 그... 일전에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답지 않게 잠시 말을 더듬던 모용환은 이내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주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임지세요."

"예?"

"처녀의 청백지신을 보았으니 당연히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당한 주유의 태도에 모용환의 머릿속에는 손책의 말이 뱅뱅 맴돌았다. '그녀는 무척 조숙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의식이 강했다니... 지금은 어련하겠는가. 그녀로서는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더군다나 모용환은 고자가 아니었다.

이른 아침에다 모용환의 처소로 가는 복도는 외진 곳에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껴안았다.

"무, 무슨 짓이에요?"

갑작스럽게 모용환이 허리를 안아오자 주유는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모용환은 그녀와 시선을 똑바로 맞추었다.

"전 미녀를 마다하지 않는 나쁜 남자입니다. 후회하지 않습니까?"

박력 있는 말에 말없이 그의 눈을 쳐다보던 주유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주유의 고갯짓을 본 모용환은 머뭇거림 없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한편 주유는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온 모용환의 혀가 자신의 혀를 간질이자 처음 맛보는 이질적인 느낌에 살짝 경직되었으나 곧 그의 움직임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모용환에게서 진한 땀내음이 풍겨오자 그녀는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림을 느꼈다.

모용환은 그녀를 으스러져라 껴안으며 격렬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잘 다져진 탄탄한 상체가 옷을 사이에 두고 그녀의 탄력 있는 유방을 짓눌렀다.

간신히 모용환의 집요한 혀로부터 벗어난 주유가 힘겹게 말했다.

"누, 누가 보면... 읍!"

그녀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거칠게 부딪쳐오는 모용환의 입술에 말을 다 마치지도 못했다. 주유와 전신을 밀착시키며 진한 입맞춤을 나누던 모용환은 한손으로 그녀의 궁장 치마를 들춰 올렸다. 치마가 길었기 때문에 허리어림까지 올라오며 주유의 늘씬한 다리가 드러났다.

모용환은 주유의 고의를 벗기고 거칠게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몸이 움찔 떨면서도 주유는 눈을 꼭 감고 계속해서 입으로 모용환의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주무르던 그의 손은 더욱 밑으로 내려가 국화와 꽃잎 사이를 문질렀다. 그녀의 꽃잎은 진한 입맞춤 탓인지 뜨거운 애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모용환은 그녀를 복도의 벽 쪽으로 밀어 붙이며 입술을 떼었다. 주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하아... 하아..."

타액이 길게 이어진 채로 잠시 주유를 바라보던 모용환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가 젖어있는 삼각지대를 꽉 움켜쥐었다.

"흐윽...!"

음모가 뽑혀나갈 것 같은 통증에 주유가 신음을 흘렸다. 모용환은 흠뻑 젖어있는 그녀의 조갯살을 살살 어루만지며 씩 웃었다.

"누가 오기 전에 그만 하도록 하지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하앗!"

그래도 그냥 가기는 아쉬운지 모용환은 빨갛게 부푼 그녀의 음핵을 살짝 비틀었다. 그 바람에 주유가 뾰족한 교성을 터뜨렸다. 멀어져 가는 모용환을 본 주유는 다리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질퍽거리는 하체가 차가운 바닥와 맞닿았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나쁜 자식이잖아..."

한번 달아오른 몸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은지 주유의 손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애액으로 질펀해진 꽃잎으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몸을 추스른 그녀는 다시 한번 모용환의 처소 쪽을 노려보고는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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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투표결과에 따를 뿐.(...) 짤방은 여성 버전 주유입니다!
p.s / 한가지 사실을 추가하자면 주유의 외상은 모용환의 특기 '의사', '회복' 덕분에 거의 완치...오늘은 일단 글을 쓰기에 앞서 지금까지 리플로 질문하셨던 것들에 대해 작가의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합니다. -_-ㅋ 1.삽화문제.
에... 편수마다 올라오는 삽화는 작중 인물의 현재 모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인물의 최전성기...라고 해야하나요? 여자라면 가장 이뻤을때, 남자라면 가장 늠름할때를 가정한 삽화인거죠 ㅋㅋ 뭐, 그런 셈입니다. 참고로 삽화는 제가 스스로 구한 것도 있고 삼국지 도원결의 카페에서 다운 받은 것도 있고, 원래 게임에 있던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어떤게 어떤건지 구분을 할 수 없으니 양해를 -_-; 2.현재로써는 관우의 명성이 낮아야 하지 않나요?
소설 상 시기는 삼국지로 따지자면 194~195년 정도 될 겁니다... 아마도. 이때쯤이면 동탁이 죽어야 정상이지만 동탁은 아직 살아있습죠.(왜냐고 물으신다면 작가의 변덕이라고밖에)그리고 원술의 세력이 원작보다 더욱 큽니다. 작중 원술은 수춘과 소패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강도 거의 원술의 지배하에 있죠... 조조(남자로 할 것이냐, 여자로 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녀석..)와 함께 중원지방을 양분하고 있는 세력입니다. 하비의 도겸은 곁다리죠(..) 관우는 원술군에서 1년 정도 몸담았으며 당시엔 원술의 근거지는 수춘뿐이었습죠. 원술이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관우의 활약은 지대했기에(원술에겐 기령 말고는 마땅한 장수가 없죠.), 군문에 투신한 시간은 짧았지만 명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라는 설정입니다. -_-r 3.특기문제.
제가 편의상 작중에서 '특기 xx'가 발동되었다... 라고 쓰지만 이건 게임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의 그 관련된 능력이 무척 높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특기나 막 만들 수 있는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삼국지에 등장했던 특기들. 나열해 보자면 농업, 상업, 기술, 치안, 징병, 훈련, 보수, 돌격, 화시, 일제, 진정, 고무, 기습, 은밀, 반복, 저지, 유인, 혼란, 천문, 지리, 석진, 회복, 기합, 기염, 반격, 역공, 삼단, 나선, 위압, 항변, 반론, 반박, 논파, 도발, 면박, 군사, 명사, 제독, 간첩, 주호, 의사, 신선. 정도입니다. 헥헥... 그것도 주인공이 의식하는 특기는 꽤 다룰 수 있지만, 말싸움에 관련된 특기라던가, 천문 같은 특기들은 사실 현실에서 발휘되기가 어렵죠. 현실에서 논파! 크윽, 내가 졌다! 이러고 놀면 얼마나 웃기겠습니까..

에... 말도 안되지만 그냥 밀어붙이자!...는 동기로 썼지만 쏟아지는 예리한 지적에는 이렇게라도 변명을 만들 수 밖에 없군요.. 쿠흐흐(자기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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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 후 오에서 평정이 시작되었다. 현재 유비군의 군세는 유비라는 명분과 관우, 모용환 등의 명성이 더해져 몰려든 병사들로 인해 처음의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모든 병과를 합쳐 현 군세는 3만 2천. 목표는 유요의 건업이었다. 유비는 관우를 군세장으로 삼고 모용환을 부장으로, 주유를 군사로 삼아 병력 1만 5천을 주어 건업을 치게 했다. 참전 장수는 정보와 황개였다.

오에서 건업까지의 거리는 말을 달려 이틀거리. 하지만 보병 위주였기에 관우 군대가 건업까지 당도하는 데에는 며칠이 더 걸렸다. 건업성 앞에 진을 친 관우는 자신의 막사로 장수들을 불러들였다.

직사각형 모양의 탁자에 북쪽에는 관우가 앉고, 왼쪽으로는 모용환과 주유가, 오른 쪽으로는 정보와 황개가 자리를 잡았다. 주유는 한 달 전 모용환에게 여장을 한 모습을 보인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원래의 모습(?)을 하고 다녔다. 물론 여기서 주유가 여자인 것을 아는 사람은 모용환 밖에 없었다. 정보와 황개 등이 손견을 모시기 이전부터 주유가 남자행세를 했기 때문이었다.

"건업에 주둔하고 있는 유요의 군세는 우리와 엇비슷하네. 하지만 우리가 공성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 훨씬 불리하지. 건업을 공략할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게."

관우가 운을 떼자 군사인 주유가 입을 열었다.

"유요는 심약한 인물이라 걱정할게 못됩니다. 그 휘하의 장수들도 그저 그런 인물들이지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군대를 이끌고 있는 태사자는 요주의 인물입니다."

관우가 그 이름을 듣고 침중한 기색을 보였다.

"으음. 태사자라면 나 또한 들은 기억이 있지. 여인의 몸이지만 한 자루 창을 귀신처럼 다룬다는 얘기를 들었네. 동향이라는 이유로 유요의 밑에 있기에는 아까운 장수야."

모용환은 태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다 깜짝 놀랐다.

'태사자도 여자? 뭐,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군...'

[이름 : 태사자(?)]
[통솔 : 90]
[무력 : 95]
[지력 : 70]
[정치 : 51]
[매력 : 80]

'주의할 만 하군. 근데 이름 옆에 물음표는 뭐지?'

요새 상태창이 자주 자신을 엿 먹이는 걸 체감하고 있는 모용환이었기에 그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여포 덕분에 물음표만 나오면 괜히 불안해지는 그였다.

"태사자는 천성적으로 호승심이 강하고 선두에서 군대를 이끄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조금만 도발한다면... 아?!"

"음? 왜 그러나?"

건업을 공략할 방법을 설명하던 주유가 갑자기 말을 끊자 관우와 정보 등은 의아한 기색이었다.

"아, 아닙니다..."

주유는 별일 아닌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녀의 다리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모용환이 태연한 얼굴을 하고는 은근슬쩍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기 때문이었다.

"... 군대를 비슷하게 맞춰 이끌고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녀는 아마... 관우 장군과 겨루고 싶은 호승심에... 해볼만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나올 겁니다... 사실 건업의 실권자는.... 그녀니까요..."

조금 상기된 얼굴로 말을 살짝 살짝 끊으면서 말하는 주유의 모습에 정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자네, 아직 여포에게 당한 상처가 다 낫지는 않았나 보군."

주유의 태도에 의아한 얼굴이던 관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군사의 말을 따르도록 하지.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니 좀 쉬도록 하게."

아까부터 더 깊게 파고든 모용환의 손은 그녀의 꽃잎 부분을 마음껏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바지를 입고 있어서인지 직접 만져지는 것보다는 자극이 덜 했지만 몸이 달아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달 전 이후로 주유와 모용환은 한번도 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다. 모용환은 그녀를 놀리듯 이렇게 몰래 그녀를 애무하기만 하고 정작 갈증을 해결(?) 해주진 않았다. 처녀의 자존심상 말은 못했지만 남자의 손길이 가져다주는 쾌감을 알게 된 그녀는 미칠 지경이었다.

"예에... 죄, 죄송합니다..."

주유는 황급히 일어서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관우는 염려하는 눈빛으로 그런 주유를 보고 있다가 모용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우는 어찌 생각하나?"

"주 공의 말을 따르도록 하지요."

모든 장수가 주유의 계책에 동의하자 관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보와 황개, 모용환도 그를 따랐다.

그 날로부터 건업성을 겨냥한 관우군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병사들이 북을 치며 고래 고래 욕설을 날려대는 것은 물론이고 선두에선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들고 무력시위를 해보이길 이틀 째. 그 모습을 건업성벽에서 지켜보던 한 여인이 으르렁거렸다.

"이래도 참으라고?"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임을 아시지 않습니까."

주흔이 그녀를 말리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적 병력은 1만 5천이야. 우리는 거의 2만이고. 공성하는 놈들이 오히려 병력이 더 적어. 이게 우릴 완전히 얕보는 거지 뭐야?! 아마 저 관우라는 아저씨를 믿고 저러는 모양인데, 어디 두고 보라지."

"태사자님!"

하지만 이미 불이 붙은 태사자는 주흔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갑주를 입고는 성문 앞에 두었던 애마에 올라탔다.

"출진한다! 성문을 열어! 전 병력은 나를 따른다!"

그녀의 붉은 망토가 휘날렸다. 한편 성문이 열리는 모습을 본 관우군의 장수들은 전열을 재정비했다. 모용환은 선두에서 말을 탄 여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태사자를 본 정보가 헛웃음을 흘렸다.

"허... 저 여인이 그 유명한 태사자란 말입니까?"

은빛 갑옷과 붉은 망토를 걸친 여인이었다. 거칠게 틀어 올린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휘날렸다. 기이한 문양의 강철 서클렛 모양의 투구 아래의 얼굴은 야생적인 아름다움을 물씬 풍기는 앳된 여인이었다.

"음. 여인이라 얕보면 안 되네. 상대는 건업의 귀신이라 불리는 태사자일세."

한동안 집무실에 박혀 있었던 탓에 관우 또한 어느 때보다 불타오르는 눈을 하고 있었다. 다가가면 데일 것 같은 기운에 모용환은 미소를 지으며 슬쩍 물러났다. 그런 그의 배려를 알아챈 관우는 모용환이 고마웠다.

"고맙네."

"마음껏 어울리십시오. 단, 죽이시면 안 됩니다."

"후후... 우형의 청룡에는 발톱은 있지만 눈은 없다네. 하지만 노력은 해 보도록 하지."

그 때 태사자를 선두로 한 물경 2만에 육박하는 군대가 돌격해오는 것이 보였다. 황개가 작게 침음했다.

"예상보다 더욱 많은 것 같네만..."

"그래도 우리가 이긴 다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모용환의 말에 관우는 크게 웃으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맞는 말이네! 전군, 돌격하라!"

각 군대의 대장을 꼭지점으로 하여 돌격한 양 진영의 싸움은 태사자의 창날과 청룡언월도가 불꽃을 튀기면서 시작되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관우 운장?"

"허명일 뿐이네!"

부웅!

옆으로 강하게 베어오는 언월도의 일격! 태사자는 마상에서 그대로 몸을 숙여 그의 공격을 피했다. 머리카락 몇올리 잘려나가 나풀거렸다.

"하앗!"

태사자는 힘찬 기합성과 함께 몸을 숙인채로 창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관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얇은 창대로 창끝을 막아냈다. 그 반탄력에 태사자의 몸이 뒤로 밀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어지는 무서운 참격!

캉!

"크윽!"

태사자는 창대를 두 손으로 들어 내리쳐지는 청룡언월도를 막으려 했지만 무시무시한 거력을 담은 일격은 강철로 만든 창대를 두 동강 내버렸다. 대경한 그녀는 얼른 얼굴을 틀어 고운 얼굴이 세로로 쪼개지는 끔직한 사태만은 면할 수 있었다.

"무기가 망가졌군. 계속 할 텐가?"

"이익!"

모처럼 몸을 풀게 되었지만 시시하게 끝나버린 대결에 관우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음성으로 물었다. 단창이 되어버린 창을 들고 관우를 노려보던 태사자는 분에 못 이겨 창을 관우에게 던졌다.

챙!

가볍게 그것을 튕겨낸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갖다 대었다.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에 태사자는 결국 체념했다.

"죽여."

"내 의제가 특별히 자네를 살려두라 부탁해서 죽이진 않겠네. 물론 나 역시 자네 같은 무장이 쉽게 죽는 걸 바라지도 않고."

살려주겠단 말에 태사자는 숙인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녀의 눈엔 의아함이 가득했다. 이런 강한 사내의 의제와 자신이 안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그런 일은 없었다.

"의제?"

"음. 모용환이라고... 저기 있군. 저 장수라네. 아마... 이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한 남자지."

관우의 극찬에 태사자는 고개를 돌려 그가 말하는 방향을 보았다. 하얀 백마를 타고 전장을 제집마냥 휘젓는 사내가 보였다. 기다란 장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건업의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채로 날뛰는 귀신같은 무위. 더욱 무서운 것은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주변의 병사들까지 영향을 받아 적군은 몸이 굳어지고 아군 병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힘이 들어간다는 사실이었다. 전장을 지배하는 자, 가히 전신(戰神)이라 할만한 장수였다.

모용환이 단연 돋보이는 무위로 적진을 휩쓸고 지나가면 정보와 황개가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전투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병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건업군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아..."

태사자는 힘없이 머리를 늘어뜨렸다. 이런 자들이 있는 군세를 상대하려고 했었다니. 자신의 무모함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관우는 병사들을 시켜 자책하는 그녀를 포박했다.

"끝났나."

물론 아직 적군은 많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관우의 눈에는 모용환이 성문까지 도달한 게 보였다. 아직 성문은 열려 있는 상태. 유요는 그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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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 계속 올릴까요? 사실 주유의 여자버전은 삼국지10의 대교입니다. 가치관의 혼란이 온다면 이번 태사자를 마지막으로 자제하지요 -_-ㅋ...

연참과 워크래프트를 두고 갈등을 때리고 있습니다.... 리플을 꾸역꾸역 먹여주신다면 오늘 중으로 몇편을 더 올릴지도.... (퍽- 군세장끼리의 일기토에서 관우가 승리하고, 성안으로 난입한 모용환이 유요의 목을 베자 나머지 군사들과 장수들은 쉽사리 항복해왔다. 유요의 휘하에 있었던 번능, 진횡, 착융, 주흔은 전쟁 중에 말에 밟혀 죽은 번능을 제외하고 포로로 잡혔다. 태사자와 함께 그들을 수감한 관우는 주유의 건의로 곡물창고를 개방해 민심을 안정시켰다.

다음 날, 임시로 건업 태수를 맡은 관우는 장수들을 소집시켰다.

"포로의 처우는 일단 건업을 정비한 후에 결정하겠소. 현재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내정이오. 원래 내정을 맡던 자들은 문관이 아니라 장수들이라 성의 행정이 엉망이오. 그렇다고 군에서 차출하자니 제대로 내정을 할 사람은 군사와 아우밖에 없으니..."

관우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자 주유는 기다렸다는 듯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럴 때마다 빛을 발하는 주유의 재지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건업에는 꼭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인재가 두 명 있습니다."

"호오? 그들이 누구요?"

"평성의 장소와 광릉의 장굉입니다. 웬만해서는 자택을 벗어나지 않는 그들이 지인들과 학문을 논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하지만 출진을 앞당긴 것입니다. ... 사실 지금 주연에 동참해달란 명목으로 그들에게 초청창을 보냈습니다. 임관해달라는 부탁을 하면 거절할까 하여... 때문에 궁 안에 작은 주연를 열었습니다. 독단을 용서해 주십시오."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인데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소. 군사가 한 일이라면 믿을만 하지."

처음부터 그들을 끌어들일 계획을 세워 놨다는 소리였다. 모용환은 주유의 설명을 들으며 수긍했다. 장소와 장굉이라면 내정의 대가들로 그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들어본 바가 있었다.

[이름 : 장굉]
[통솔 : 24]
[무력 : 14]
[지력 : 86]
[정치 : 95]
[매력 : 82]

[이름 : 장소]
[통솔 : 35]
[무력 : 9]
[지력 : 84]
[정치 : 97]
[매력 : 80]

'음... 역시 원래대로라면 오의 '이장'이라 불렸을 내정의 전문가들이군.'

주유는 그들을 추천하며 살짝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고집 센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는지..."

주유가 자신없어 하자 관우는 주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하하, 걱정 된다면 아우와 함께 가도록 하시오. 아우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으니 성공할 수 있을거요."

"아, 아니... 그건..."

"형님이 원하신다면 기꺼이."

주유는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재빨리 모용환이 말을 막자 그를 흘겨보았다. 물론 모용환은 그 시선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건 그렇고 군사. 몸이 이리 허해서야 어디 남자 구실을 할 수 있겠소? 몸을 좀 단련하도록 하시오."

"네? 네..."

관우의 질책아닌 질책에 주유는 당황하여 고개를 숙였고 그 이유를 아는 모용환은 숨죽여 웃었다.



"무슨 생각입니까!"

평정을 마치고 나오며 주유가 화를 내자 모용환은 능청스레 웃었다.

"무슨 생각이긴? 이럴 생각이지. 그리고 이럴 땐 말 놔도 돼."

"앗!"

완전히 평대로 바뀐 모용환이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치자 주유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더니 이내 고개를 팩 돌리며 주연이 열리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모용환은 킥킥대며 주유를 따랐다.

주연을 열었다더니 연회라기도 민망한 간소한 술상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두 명의 청수한 중년 문사들이 보였다. 술잔을 기울이던 그들은 주유와 모용환이 들어오자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해보였다.

"장굉 자강이라고 하오."

"평성사람 장소 자포라고 하네."

"군사를 맡고 있는 주유 공근입니다."

"건업 태수이신 관우형님의 의제인 모용환이라고 합니다. 자는 없습니다."

정방형의 식탁에 위쪽에는 장소와 장굉이, 아래쪽에 모용환과 주유가 자리를 잡았다. 자택에 묻혀 살다시피 하여 세상사에는 별 관심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모용환이라는 자가 유비를 탈출시킨 유명한 일화는 알고 있었다.

"호오... 그렇다면 당신이 유 황손님을 탈출시켰다는? 대단하외다, 대단해."

"무모한 도박이 운 좋게 성공한 것이지요."

장굉의 칭찬을 모용환이 겸손하게 받자 몇 순배의 술이 돌았다. 네 사람은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주유는 힘 있는 음성으로 말했다.

"두 분께서는 여전히 임관하실 뜻이 없으십니까?"

그 말을 듣자 장소는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네."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절이었다. 주유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그러자 모용환이 대뜸 말했다.

"도망치는 겁니까? 명망 높은 사람들이라더니, 실망입니다."

"음...?"

"갑자기 무슨 말인가!"

갑작스런 모용환의 무례한 언사에 화기애애했던 술자리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자존심 꼿꼿한 그들이 그런 말을 듣고 참아 넘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다급한 표정이 된 주유가 식탁 밑으로 모용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모용환은 얼굴로는 여전히 장소와 장굉을 하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굳게 잡았다. 모용환의 체온이 손으로 전해지자 주유는 잠시 그를 응시하더니 이내 불안한 표정을 풀었다.

'생각이 있겠지...'

"왜,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쁩니까?"

"그래도 이 자가!"

"정말 무례한 자군! 가세!"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모용환은 호통치듯 외쳤다.

"대체 학문을 배우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자기수양? 흥, 그렇다면 차라리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든지 산에 들어가서 구도나 하십시오! 세속에서 명망을 쌓았으면 마땅히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진정한 지자(知者)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자기만족을 위해 죽은 지식을 머릿속에 우겨넣기에 바쁘고, 세속에 관심이 없는 척 하면서도 자신들을 명사로 대우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모리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태도를 확실히 하십시오!"

모용환의 외침에 장소와 장굉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새파란 청년에게 강동의 명사인 자신들이 훈계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청년의 말을 감히 반박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속으로 침음을 삼키며 묵묵히 자리에 앉았다.

"... 자네 말이 맞네."

한동안의 침묵 끝에 장소가 입을 열었다. 옆에서 장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잠깐 사이에 십년은 늙은 듯 보였다.

"이렇게 술자리에 나온 것도... 어쩌면 우리를 써주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르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몰랐던 얼간이들이었어. 허허..."

장굉이 자조섞인 말을 하자 장소가 못을 박듯 말했다.

"유비님에게 협력하도록 하겠네. 건업의 내정을 맡겨주게."

모용환은 그제야 표정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충격요법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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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캐발려서 오늘은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군요...계속 연참이나 할랍니다 짤방은 장굉...ㅋㅋㅋ 가끔 이런 짤방도 있어야... 뭘 바라신 겁니까. 장소와 장굉이 마음을 정하자 분위기는 처음보다 더욱 훈훈해졌다. 주유는 알아주는 지자들을 언변으로 넘어오게 한 모용환에게 작게 감탄했다.

'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아앗!'

그녀는 술이 들어가서인지 조금 풀어진 눈으로 모용환을 바라보다 바지 속을 파고드는 손길에 깜짝 놀랐다. 내려다보니 모용환의 한쪽 손을 그녀의 하의 안으로 집어넣은 게 보였다. 한쪽 손으로는 음흉한 짓을 하면서도 태연한 신색으로 장굉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그를 보면서 주유는 기가 막혔다.

'이 남자가 또... 아으...'

고의 안으로 불쑥 들어온 수풀을 헤치고 다가와 민감한 점막을 살살 만지자 그녀는 몸을 배배꼬았다. 그런 그를 보고 장소가 물었다.

"주 공. 어디 편찮으시오?"

"하하! 군사는 술이 약합니다. 취기가 올라와서 그런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 제가 술이 좀...."

두 사람의 얼버무림에 장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비를 무사히 넘기자 주유는 모용환을 흘낏 보았지만 얄밉게도 그는 그녀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장굉과 담소를 나누었다.

"흠흠, 아무리 그래도 아까는 좀 심했네."

'아윽!'

소음순을 자극하던 손가락 두개가 동굴 안에 쑥 하고 들어갔다.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손가락들이 질벽을 문지르는 게 느껴지자 주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좀 전에는 저도 흥분이 지나쳤던 듯 합니다."

"허허, 됐네. 이 사람아. 그냥 해 본 소리네."

'미, 미치겠어!'

신음소리를 내면 장굉과 장소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긴장감 있는 상황이 그녀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꽃잎 속에서 왕복 운동을 하는 모용환의 손가락 때문에 그녀의 은밀한 곳은 끊임없이 토해낸 꿀물로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질척질척.

고개를 깊숙이 숙인 탓에 모용환의 손가락이 그곳을 출입할 때마다 질척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주유는 오줌을 쌀 것만 같은 기분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다리를 잔뜩 오므리면서 모용환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나서는 모용환에게 말했다.

"귀 좀..."

"응?"

모용환은 의아한 얼굴도 주유를 바라보았지만 하도 간절해 보였기에 귀를 그녀의 입에 갖다댔다.

'하, 하지마요... 쌀 것 같단 말이에요...'

그녀의 애원에 모용환은 주유가 간절한 표정을 지은 원인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재밌는 것을 알았다는 악동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모용환은 그녀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바지 꼬락서니가 꼭 오줌 싼 것 같네.'

장난기 가득한 그의 말에 주유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말대로 그녀의 가랑이 부분이 동그랗게 젖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꼴로 일어나긴 좀 그렇겠지? 이 아저씨들 빨리 보낼 테니까 팔 좀 놔줘.'

반색한 주유는 잡고 있던 그의 팔에서 얼른 손을 뗐다.

'아, 다리도 좀 더 벌려봐.'

무슨 밀담을 나누는지 시시각각 변하는 주유의 표정을 재미있다는 얼굴로 주시하던 장굉이 물었다.

"우리만 빼놓고 무슨 얘기를 하나? 주 공의 안색이 무척 나쁘군."

"허허, 나이 많은 사람들은 끼워주지도 않는 건가?"

주유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자 장굉이 짐짓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장소는 조금 섭섭한 기색이었다. 모용환은 호탕하게 웃었다.

"군사가 속이 안 좋은가 봅니다. 아쉽지만 이만 자리를 파해야 될 것 같군요..."

모용환이 미안하다는 듯 말을 흐리자 장소와 장굉은 주유의 정말 심각해보이는 표정을 보고 수긍했다.

"속이 안 좋다는 데야 더 권할 수는 없지. 우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그들이 막 돌아가려는 찰나.

철벅철벅.

"음? 이게 무슨 소리지?"

"하...윽! 토, 토할 것 같아!"

갑자기 들리는 요상한 소리에 장소가 발걸음을 멈추자 주유는 재빨리 식탁에 엎어 져서 괴로운 듯한(?) 신음을 냈다. 모용환은 난처한 얼굴로 일어섰다.

"군사가 아무래도..."

"으음... 이럴 때는 빨리 피해주는 게 예의지. 가세."

토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 장소와 장굉의 머릿속에는 좀 전의 의문은 이미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이 사라지자 모용환은 뒤에 숨기고 있던 오른 손을 꺼냈다. 그의 손은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인해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꽤나 음란한걸? 하하."

주유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하아, 하아... 당신... 언제까지 이렇게 할 거죠?"

"뭘?"

"정작... 안아주지는 않잖아요."

주유가 부끄러운 듯 작은 소리로 말하자 모용환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음... 내 걸 입에 넣은 채로 '제발 해주세요!' 하면 해주지."

"뭐, 뭐예요!? 어떻게 그런...!"

처녀의 몸으로 사내의 양물을 애무라하니. 그것도 입으로!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주유가 패닉 상태가 되자 모용환은 그녀에게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싫으면 말고."

미련 없다는 듯 바로 문을 열고 나가는 모용환의 모습에 주유는 이를 갈았다.



늦은 밤. 건업에 새로이 마련된 처소에서 모용환은 늦게까지 잠을 설치고 있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나오긴 했지만 주유의 매끈한 조갯살의 감촉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자, 참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근 한달동안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그였다. 유비는 도끼눈을 뜨고 있을 장비 때문에, 손상향은 요새 한창 무예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라 건드리기가 껄끄러웠다. 그렇다면 남은 건 주유인데, 나중에 눈치 보지 않고 안을 수 있게 만들려면 확실하게 해두어야 했다.

"음?"

행복한 상상을 하던 모용환은 달빛을 은은하게 들여보내는 창문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비친 것을 보았다.

'자객?'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검은 그림자가 창문을 스쳐지나간 후 얼마 뒤에 그의 처소의 문이 끼익하며 열렸다. 모용환은 잠든 척 하며 살금살금 들어오는 그림자를 곁눈질했다. 월광에 반사된 칼날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모용환이 잠든 걸 확인한 자객은 이내 칼자루를 거꾸로 쥐어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대로 허공으로 쳐들고 내리 찍었다.

푸욱!

무언가 꿰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아..."

칼이 꿰뚫린 모용환을 보며 자객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무서운 것을 보았을 때의 입 벌어지는 소리? 대충 그러한... 뭔가를 두려워하는 소리였다.

그 때 죽은 줄 알았던 모용환이 번쩍 눈을 떴다. 그와 눈이 마주친 자객은 어찌나 놀랐는지 '헉!'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참 어설픈 자객이 아닌가. 눈을 감고 칼을 꽂지 않나, 겨드랑이 사이에 칼이 낀 것도 모르질 않나... 그리고 또 사람을 죽여 놓고는 무서워하는 건 뭔가? 응? 남자가 아니로군."

모용환은 완전히 드러난 자객의 모습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몸의 굴곡이 완연한 여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곧 냉정을 되찾았다.

"어설픈 자객 공. 자객일을 하려면 그런 풍성한 머리카락부터 자르던지, 두건으로 묶어야 하지 않겠나? 보아하니 그대는 한번도 사람을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는 것 같군."

그제야 모용환이 귀신이 아니라는 걸 안 자객은 벌떡 일어서서는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딜!"

모용환은 침상 옆에 세워두었던 검을 검집째로 휘둘렀다. 하지만 자객은 간단히 그것을 피하고는 반격까지 했다. 어설픈 자객이라 얕봤던 모용환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공격이었다. 그가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자객은 밤고양이 같은 움직임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이런!"

모용환은 다급히 뒤쫓았지만 이미 자객은 종적을 잡을 수가 없었다. 허탕을 친 모용환은 머리를 긁적이며 침소로 돌아왔다.

"희한한 자객이군. 무예는 뛰어난 것 같은데 정작 자객으로서의 실력은 너무 어설프니... 오늘 처음 개업했나? ... 젠장! 안 그래도 잠이 안와서 미치겠는데!"

결국 모용환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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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수수께끼의 자객. 누구인지 알아맞춰 보세요... 크흐흐.. 물론 여러분이 잘 아시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묘용환이란 놈을 잡지 못했소?"

원술은 짜증 섞인 기색으로 말했다. 그의 앞에는 희고 여린 어깨선을 살짝 드러낸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 있었다. 상큼한 눈망울에 탐스럽고 촉촉한 입술을 지닌 여인의 미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울 정도였는데, 거기에 진한 화장까지 더해지자 가히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할 만 했다. 여인은 원술의 말을 듣고는 교태로운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꽃이 한번에 만발하는 듯한 요염함에 원술은 숨이 멎을 듯 했다.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원술의 옆에 살짝 앉으며 말했다.

"호호. 모용환은 단기로 유 황손님을 강탈해간 용장이에요. 중원을 쥐고 계시는 원술님의 손에서 빠져나간 자가 그리 쉽게 잡힐 리 없겠지요."

교묘하게 원술의 체면을 세워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원술에겐 이미 그런 말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자신의 옆에 살짝 기대오는 여인에게 모두 쏠려 있었다. 청초미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유비를 거의 손에 넣을 뻔 했던 그이기에, 그녀가 유비와 겹쳐 보이면서 성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헛기침을 하며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저런 우물(尤物)을 앞에 두고 참아야 한다니.'

저 여인은 그의 형 원소가 가지게 될 여인이었다. 이미 한번 유비를 원술에게 양보한 전력이 있는 원소였기에 원술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크흠흠... 맞는 말이오. 내가 너무 성급했군. 그럼, 제갈 군사만 믿겠소. 이만 가보리다."

"임시일 뿐이지요. 살펴가세요."

원술이 나가는 순간 까지도 미소를 잃지 않던 여인은 원술이 나가자마자 무너지듯 의자에 몸을 기댔다. 무척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 때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야행복을 입은 인영이 들어왔다.

"제갈 언니, 저 왔어요."

"아, 아운(兒蕓)이니? 방금 왔어?"

들어온 사람은 모용환의 처소를 기습했던 자객 여인이었다. 돌아오는 길이라 복면을 벗은 얼굴의 그녀는 조금 앳되어 보였다.

"아까 전에요. 그 사람 보기 싫어서 지금 온 거예요."

"으응, 그래."

여인, 제갈량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술은 유난히 색탐이 심해 그녀들을 음흉한 눈초리로 훑어보곤 했다. 특히 어쩔 수 없다는 걸 아는 제갈량보다는 조운에게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그리고 이젠 아운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저도 이제 다 컸다고요. 조운이라고 불러요, 조운!"

가벼운 투정에 제갈량은 미소를 지었다. 원술을 대할 때처럼 기계적인 미소가 아니라 진정 즐거운 마음에 짓는 미소였다. 불알 달린 사내라면 천금을 주고라도 갖고 싶어 할만한 미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조운은 그 미소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언니가 그렇게 웃으면 정말 예뻐요."

"너만 하겠니? 그런데... 일은 어땠어? 역시 못했지?"

조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귀신이네요. 찌르긴 찔렀는데... 겨드랑이 사이를 찔렀어요. 그 사람, 자는 척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벌떡 일어나서는 검으로 베어 오는데...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어요."

제갈량은 정말 두려운 듯한 조운의 표정에 조금 놀랐다. 비록 한번도 사람을 죽여 본 적은 없지만 조운의 실력은 그녀가 생각하기로 천하에서 당할 사람이 열 손가락으로 꼽을까 말까였다. 이미 그 무위가 사방에 알려진 여포나 관우 정도라야 그녀를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대련이라는 전제 하에.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조운이 직접 말하니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그녀였다.

"건업에서 빠져나온 것만 해도 어디니? 거기엔 관운장도 있었을 텐데... 그러니까 보기만 하라고 했잖아."

"괜찮아요. 내가 원해서 하는 거잖아요."

조운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자 제갈량은 가슴이 아파왔다. 괜히 자신의 복수극에 그녀를 끌어들인 것 같아 죄책감이 밀려왔다.

조운은 다시 한 번 강조하듯 말했다.

"모용환이라는 사람. 건업성에서 전쟁하는 걸 봤는데요. 정말... 강해요. 만약에 언니가 그 사람의 외모를 말해주지 않았으면 전 그 사람이 여봉선이라고 생각했을 걸요?"

정말 강하긴 한가보다. 그녀가 조운에게 설명해준 여포는 전장을 단기로 휩쓰는 무신(武神). 그런 사람하고 비교를 하다니... 제갈량은 다시 모용환이라는 이름을 머리에 새겨두었다. 일이 어려워질 듯 했다.

"일 얘기는 그만 하자. 피곤하지? 오랜만에 같이 씻을까?"

"그래요... 얼른 씻고 자야겠어요."

옷을 벗은 두 여인은 욕실로 향했다.



예전 하내 땅 사마(司馬) 가문에 재색(才色)을 겸비한 딸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무척 아름다워 이름을 휘(徽 : 아름다울 휘)라 했다. 사마휘는 학문에 관한 문일지십(聞一知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나 그녀가 14세가 되자 주변에 더 이상 학문을 배울 곳이 없었다. 하지만 하늘이 시기한 탓일까, 어느 날 시장에 볼일이 있어 외출을 했던 그녀는 괴한에게 납치되어 겁탈을 당하고 말았다. 머리만큼이나 뛰어난 미모 탓에 생긴 불행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임신까지 하게 된 그녀는 가족들의 냉대까지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차마 아이를 뗄 수 없어 일년 후 아들을 출산한 그녀는 그녀의 성과 이름을 따, 아들의 이름을 의(懿 : 아름다울 의)라 지었다. 사마의가 태어나자 가족들의 멸시는 더욱 심해졌고 견디다 못한 그녀는 두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오게 되었다.

17살에 집을 나와 아이를 데리고 천하를 전전하던 그녀는 다행히 모진 일을 겪지 않고 융중 땅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녀의 뛰어난 학식을 높이 산 유생 가문에 식객으로 들어간 덕분이었다. 본래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녀는 자리를 잡자 학문에 정진했고, 25세가 되자 젊은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유생들의 존경을 사 수경강사(水鏡先生)이라 불렸다. 학문에 정진하는 동안 형편이 넉넉해진 그녀는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거두었는데 여아(女兒)가 2명, 남아(男兒)가 1명이었다. 그녀는 세 아이들의 성명을 각각 서서, 제갈량이라 지었다. 남아인 방통은 지인의 부탁으로 입양한 아이였기에 이름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한편 아들인 사마의는 어머니의 소질을 그대로 닮아 준수한 용모와 빼어난 학식을 지닌 청년으로 자라났으나, 어릴 때 '애비 없는 자식'이라며 갖은 멸시를 당했기 때문인지 크게 비뚤어져 있었다. 반면 나머지 세 아이들은 마치 그녀의 친자식인 양 그녀를 쏙 빼닮은 듯 자라났다.

사마휘의 열정적인 가르침은 사마의, 서서, 제갈량, 방통을 천하를 논할만한 재사로 키워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마휘도 그로 인해 야기될 결과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가 33세가 되었을 때였다. 당시 사마의는 18세, 다른 세 아이들은 각각 17세였다. 수경강사 사마휘는 방통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자 방통의 고모부 뻘이 되는 방덕공(龐德公)에게 심부름을 보내고 자택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한가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나 그날 오후, 대흉(大凶)이 그녀의 집을 덮쳤다.

사마휘는 요즘 갑골문자에 심취해 있었다. 조용히 독서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도저히 삼십대에 접어든 여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소녀처럼 어려보이는 동안에 성숙한 여인의 체취를 물씬 풍기는 사마휘는 농염하게 무르익은 한 송이의 꽃이었다.

"으음... 어렵네."

고문(古文)은 해독하기가 무척 어려웠기에 박학다식한 사마휘라도 종종 어려움에 직면할 때가 있었다. 그녀는 고운 미간을 찡그리며 해석에 몰두했다. 그 때 밖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꺄아악!"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던 일을 마저 하려던 그녀였으나 수양딸인 서서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방문을 열고 나온 그녀는 뜻밖의 참상을 목도하고 놀라서 입을 벌렸다.

서서와 제갈량이 밧줄에 몸을 묶이고 재갈이 물린 채 바닥에 무릎 꿇려져 있었고 집 안의 하인들은 모두 피를 흘리며 널 부러져 있었다. 아마도 모두 죽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다섯의 장정들을 뒤로 한 채 우뚝 서서 웃고 있는 그녀의 아들, 사마의가 있었다.

"의, 의아(懿兒)야! 이게 대체...!"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사마의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뒤의 장정들에게 명령했다.

"주인께서 나오셨다. 뫼셔라."

"무, 무슨 짓... 아악!"

그의 명령에 장정들은 사마휘의 손을 뒤로 묶고 그녀의 딸들과 마찬가지로 사마의의 앞에 무릎 꿇렸다. 꿇어앉은 모친을 본 사마의는 그녀 앞에 쭈그려 앉았다.

"어머니. 축하해주십시오. 소자, 저의 재능을 알아보신 곽가란 분을 만나 드디어 한 세력에 임관하게 되었습니다. 난세에 태어나서 주군을 잘 만나 웅비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하셨지요?"

사마휘는 아직도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그래."

"그런데 막상 가려니 미련이 남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날래고 용맹스러운 장정 다섯을 빌려 이렇게 일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잠시 혼란스러워 하던 사마휘는 아들의 말이 또렷하게 귓가를 울리자 평소의 신색을 되찾았다. 사마휘가 벌인 행동에 화가 난 그녀는 서릿발 같은 표정을 짓고 묶인 채로 사마의를 질책했다.

"이 무슨 짓이란 말이냐! 당장 네 누이들을 풀어주거라!"

그녀의 호통에도 사마의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저 계집들 말입니까? 피도 섞이지 않았는데 어찌 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마의의 말에 사마휘의 눈이 분노와 실망으로 얼룩졌다. 삐뚤어지던 아들이 걱정되긴 했으나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지 못한 탓이었다.

"너...!"

그녀가 눈을 부릅뜨며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눈을 붉게 물들이며 모친을 노려보던 사마의가 갑자기 그녀를 거세게 끌어안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이게 다 당신 때문입니다... 왜 저를 낳으셨습니까?! 아비없는 자식으로 키울 거면, 그 때문에 당신의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을 거라면 대체 왜 저를 낳으신 겁니까!"

사마의의 눈은 모친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한 모친, 힘겹게 자신을 키운 모친의 모습이 겹쳐지며 자신이 마치 악의 근원처럼 생각되어진 것이다. 그 모든 일의 발단은 그가 태어남으로써 시작되지 않았던가. 그는 죄책감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 사랑이 겹쳐 삐뚤어진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애증으로 가득 찬 그의 눈을 보며 사마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껏 그녀 앞에서만큼은 조용히 지내왔던 아들이 대놓고 감정을 폭발시키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한동안 그녀의 품에서 울부짖던 사마의는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괴소를 흘리며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돌변한 아들의 모습에 사마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사마휘는 태연히 말했다.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몸을 가질 겁니다."

"나, 난 너를 낳은 몸이다."

당당한 그의 말에 사마휘는 극도로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사마휘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그녀의 옷을 벗기길 계속했다. 겉옷을 모두 벗기고 젖가리개와 고의만 남자, 사마휘는 뒤를 돌아 장정들을 보고 명령했다.

"뒤로 돌아서라! 내가 일을 끝마칠 때까지 뒤돌아보지 마라. 이 후에 저 계집들을 너희에게 상으로 주겠다."

사마의의 말에 음심으로 가득한 장정들의 눈이 서서와 제갈량을 훑어내렸다. 사마의의 만행에 치를 떨고 있던 소녀들은 그의 말에 대경해 눈을 치켜떴다.

"읍! 으읍!"

재갈이 물린 채 발버둥치는 사마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응시하던 사마의는 그녀의 젖가리개를 잡아 뜯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폭발적으로 돌출되는 두개의 성숙한 융기가 보였다. 옷을 입었을 때에는 호리호리해 보이던 사마휘의 유방은 거악의 봉우리마냥 풍만했다. 그녀의 젖가슴은 탱탱한 원형을 전혀 잃지 않은 싱싱함이 감돌고 있었다.

물컹.

"하아..."

사마의는 그녀의 보드라운 젖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마지막 남은 고의마저 끊어냈다. 그러자 두개의 옥주 사이로 울창한 수림이 드러났다. 일생에 단 한번밖에 사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마휘의 꽃잎은 소녀의 그것처럼 풋풋한 느낌을 주었다.

"효도해 드리지요."

혀로 오뚝하게 솟은 유두를 간질이며 내려오던 사마의의 혀는 기름진 아랫배를 지나 붉은 과육을 내보이고 있는 계곡에 다다랐다. 그 첨단에 작게 고개를 내민 석류를 본 사마의는 양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쫘악 벌리고는 그녀의 조갯살을 이빨로 깨물었다.

"......"

사마휘는 재갈을 물은 채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그녀가 낳은 자식한테 겁탈당하는 이 상황을... 생모의 몸을 탐할 만큼 사마의는 지독하게 삐뚤어진 애정을 갖고 있었다.

까칠한 방초를 입술로 훑던 사마의는 최대한 벌려져 주름 진 질 내부까지 살짝 엿보이는 그녀의 동굴에 코를 박았다. 따스했다. 그리고... 향기로운 냄새. 아기였을 때 이후로 느껴보지 못한 포근함이었다. 고향의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후후... 이겁니다. 내가 원했던 것..."

사마의는 일어나서 잔뜩 성이 난 자신의 육봉을 꺼냈다. 혈관이 도드라져 언뜻 징그러워 보이는 남성. 그는 사마휘의 가는 허리를 부여잡고는 그대로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꽃잎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남녀의 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사마휘는 뜨거운 인두로 소중한 꽃잎을 지지는 듯한 아픔 탓에, 사마의는 보드라운 질벽이 자신의 육봉을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에 도취된 탓이었다.

이윽고 사마의는 힘차게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으윽!"

사마휘는 재갈이 물린 와중에도 입을 크게 벌리며 눈을 부릅떴다. 아주 오랫동안 사내를 받아들이지 않은 탓에 느끼는 고통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별 전희도 없었기에 여린 조갯살들이 찢어지는 듯 했다.

"헉, 헉!"

강하게 옥죄어 오는 긴축감에 사마의는 자신의 육봉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첫경험이라 이런 것에 내성이 없던 그는 이내 허리를 맹렬하게 움직였다. 너무 거친 움직임 탓에 사마휘의 꽃잎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질이 조금 찢어진 듯싶었다. 그만큼 사마의의 행위에는 배려심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본능에 의해 여린 꽃잎을 쑤셔대고 있었다.

"허억!"

절정에 다다른 그는 경련을 일으키는 사마휘의 몸 내부에 정액을 가득 채워 넣었다. 여운이 남는 눈길로 피와 뒤섞인 허여멀건한 액체를 줄줄 흘려대는 빨간 조갯살을 어루만지던 그는 멍한 얼굴로 허공만을 바라보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했다. 그리고 이내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유방을 입에 물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한동안 알몸인 채로 사마휘의 몸에 누워있던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 저 계집들과 즐겨도 좋다."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장정들은 음흉한 표정으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제갈량과 서서에게 다가갔다. 뒤에서 들려온 질퍽한 살 부딪치는 소리에 그들의 남성은 잔뜩 성이 나 있었다.

그 때였다.

"이 무슨 만행인가!"

한 중년의 사내가 말을 타고 사마휘의 자택에 나타났다. 그의 안장 뒤에 그의 허리를 꼭 부여잡고 있는 어린 소녀가 보였다. 사내는 발가벗겨진 사마휘와 난행을 당한 흔적이 역력한 그녀의 음부를 보고는 분노어린 일갈을 토해냈다.

"천인공노할 일이로군!"

사마의 역시 자신의 아늑함을 방해받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자를 죽여라!"

그가 명령하지 않아도 거사(?)를 방해당한 장한들은 무기를 꼬나들고 사내에게 덤벼들었다. 마상에서 창을 휘두르는 사내의 솜씨는 대단했지만, 장한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조조의 최측근인 곽가를 호위하는 최고의 정예들이었다. 게다가 이 쪽은 다섯이 아닌가.

"크윽!"

중년사내는 팔 어림에 칼이 스친 것을 느끼고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인정했다. 몇 합 겨루지도 않았는데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마저 흉을 당할 판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어린 딸마저 있지 않은가. 뒤에서 움츠러든 딸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차핫!"

결심을 굳힌 중년사내는 크게 창을 휘둘러 사내들을 물러나게 하고는 가장 가까이 있던 제갈량을 낚아챈 후 말을 몰아 달리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게 중년사내에게 구함 받은 제갈량은 그의 손에 들려진 채로 손을 뻗어 서서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단단히 묶여 있었다.

지옥에 남겨진 서서와 구원 받은 제갈량의 눈이 마주쳤다. 서서의 부릅뜬 눈이 그녀의 눈에 밟혔다.

'가지마.'

'나만 두고 가지마-!'

두 소녀는 그렇게 헤어졌다.



"언니? 무슨 생각해요?"

조운은 욕탕에 몸을 담근 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제갈량을 불렀다. 상념에서 깨어난 그녀는 살포시 웃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하기도 싫은 일을 왜 떠올린 걸까. 5년이 지난 지금, 사마휘의 생사는 알 길이 없었고 방통 또한 소식이 없었다. 사마의는 조조의 군사가 되었고, 서서는.... 어찌 된 일인지 동탁의 군사가 되어 있었다. 제갈량은 당장에라도 장안으로 달려가 그녀를 만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때의 그 간절한 눈빛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은 복수에만 집중하자.'

그녀의 목적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통한 조조의 멸망이었다. 그녀가 지금 천하를 일통할 세력을 꼽는다면, 동탁, 조조, 원소였다. 유독 그 세 세력에 인재와 물자가 몰려 있었다. 공손찬과 원술이 있기는 하지만 공손찬의 북평은 변두리였고 그는 여진족과 싸우기에도 급급했다. 아마, 머지않은 장래에 하북은 원소의 차지가 될 것이다. 또 원술은 세력은 크나 본인의 그릇이 작았고, 주위에 인재가 없어 형인 원소에게 흡수될 듯 보였다.

'나중에는 아마 서쪽의 동탁, 중앙의 조조, 동쪽의 원소가 크게 번성할 터...'

최후에는 이들 삼국만이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조조의 세력은 동탁과 원소에 의해 양분될 것이다. 중앙에 낀 조조가 엇비슷한 양 세력의 힘을 감당하기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사마의! 너만은... 내가 꼭!'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원소의 군사가 되어야 했다. 지금처럼 원술의 임시 군사로 있어서는 안된다. 모용환의 처리 문제는 그녀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첫관문. 물론 이 일에 실패해도 그녀는 원소의 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소는 그녀의 능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제갈량의 눈빛이 암울해졌다.

'내 몸을... 그에게 주어야겠지.'

그녀의 미모는 원소의 마음을 녹이에 차고 넘쳤다. 여자의 몸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복수를 위해 그에게 처녀성을 바치는 것이 당연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언니... 울어요?"

조운이 조심스레 묻자 그녀는 조운을 꽉 껴안았다. 자신은 어찌 되도 좋았다. 이렇게 착한 동생이 있으니까...

그녀는 그 상태로 조운에게 속삭였다.

"... 내일은 아버지 산소에나 다녀올까? 이번 기일에는 찾아뵙지도 못했잖아."

그녀의 말에 조운은 반색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제갈량을 구할 때의 상처가 도져 2년 전에 명을 달리했다.

"그래요. 언니.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예요."

두 여인의 재잘거림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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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양이 좀 많군요. 외전격인 일화가 들어 있어서 그런가.. 근친상간은 제 취향이 아니지만 일단은 확실한 악역을 정하기 위해. -_-ㅋ... 제갈량과 조운을 뭉뚱그려 여성화 해달라는 요구가 많더군요. 확실히 접수했습니다 ㅋㅋ. 그런데... 제갈량, 원소한테 줄까? 말까?
p.s / 후후후 삽화는 제갈량입니다. 이걸 보고 지금까지의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시는 분들은 필히 리플을. 사마의는 잠에서 깨어났다. 가늘게 떠진 눈꺼풀 사이로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문사 복장을 한 채로 독서를 하고 있는 여인의 이름은 사마휘... 그가 세상에서 가장 갈망했고, 마침내 완전히 그의 것으로 만든 여인이었다.

5년의 세월도 사마휘만은 비껴지나간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마의는 지극 정성으로 몸에 좋다는 건 전부 그녀에게 복용시켰기 때문이었다. 또 그녀의 얼굴이 축복받은 동안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억을 잃었다.

겉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아들에게 강간당한 충격에 그녀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처음 그녀를 데려온 2년간 사마의는 그녀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했다. 기억은 잃었어도 자질은 그대로여서, 그녀는 빠르게 글자를 습득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말도 할 줄 알고 글을 쓸 줄도 알았다. 다만 정신연령은 유아 수준이었다.

그녀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자 사마의는 본격적으로 그녀의 몸을 탐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자기 전. 그것은 이제는 완벽히 정해진 일과가 되어 버렸다.

사마의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뒤에서 사마휘를 껴안았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는 게 느껴졌다.

"어머니, 무슨 책을 보고 있습니까?"

"으, 응.... 이야기책."

사마의가 보니 쉬운 글자로 되어 있는,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 같은 걸 적어 놓은 책이었다. 사마의가 아무 말 없이 뒤에서 끌어안고만 있자 그녀는 몸을 살짝 움츠렸다. 일순간 사마의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어렸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무서워하는 걸 싫어한다.

"왜 그러지요?"

"벌... 받아?"

사마휘는 고개를 돌려 두려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마의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큰 죄를 지으셨으니 벌은 매일 받아야 합니다."

사마휘는 울상을 지은 채 사마의의 침대에 반듯하게 누웠다.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문사복을 입은 모습이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사마휘는 자신의 손으로 바지를 벗고는 스스로 고의마저 내렸다. 그리고 앞섬을 풀어 헤쳐 풍만한 유방이 드러나게 했다. 그녀는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스스로 꽃잎을 벌려보였다. 은밀한 붉은 계곡이 낱낱이 드러났지만 그녀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지난 몇 년 간 사마의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가 이것임을 그녀는 몸으로 체득했던 것이다. 그녀의 얼굴엔 앞으로 가해질 체벌에 대한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사마휘가 스스로 꽃잎을 벌리자 사마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배가 살짝 부른 것이 눈에 들어오자 그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그는 조금 부푼 그녀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전보다 더 배가 부른 것 같군요..."

"미, 미안."

그녀는 임신 중 이었다. 그녀는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사마의의 얼굴이 굳어지자 사과를 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과로 될 일이 아닙니다.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육봉을 꺼냈다. 그것을 본 사마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것이야말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그녀를 벌주는 몽둥이였던 것이다.

사마의의 귀두 부분이 그녀의 민감한 점막에 잇대어지자 사마휘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녀의 꽃잎에는 여기저기 자잘한 상처들이 있었다. 워낙 민감한 부분인 탓에 만지기만 해도 아픈 것이다.

"아파!"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흡!"

"아아악!"

전희 따위는 없었다. 사마의의 육봉은 거세게 그녀의 꽃잎을 꿰뚫고 뿌리까지 박혀들었다. 육봉에 난자당한 꽃잎에서 핏물이 새어 나왔다. 지난 몇 년간 그녀의 하체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 상처가 아물 만 하면 사마의의 육봉이 다시금 상처를 냈기 때문이다.

퍽! 퍽! 퍽!

"아악! 아퍼! 악!"

"악마를 뱃속에 숨기고 있으니 당연히 아파야 합니다!"

사마휘가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든 말든 사마의는 상관하지 않고 충혈 된 눈으로 그녀를 다그쳤다. 그가 거칠게 밀어붙이자 그녀의 허벅지가 바들바들 경련을 일으켰다.

"허억! 헉!"

사마의는 숨을 몰아쉬며 풀어헤쳐진 앞섬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젖가슴을 빨아댔다. 임신을 하고 있어 유선이 발달한 탓에 더욱 풍만해진 것 같았다. 유두에서 하얀 색의 모유가 흘러나와 사마의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끊임없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던 사마의의 몸이 문득 부르르 떨렸다. 뱃속이 뜨거운 무언가로 가득 찬 걸 느낀 사마휘가 울면서 물었다.

"으흑... 끝난 거야? 흐흑... 너무 아파..."

그 때 방문이 드르륵 열리며 풍채 좋은 삼십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가 들어섰다. 그는 사마의가 사마휘의 꽃잎에 육봉을 삽입한 채로 그녀의 몸에 올라타 있는 걸 보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실례를 했군. 주군께서 부르시니 어서 가세."

사내를 본 사마의는 살짝 언짢은 기색이었지만 상대가 상대였기에 곧 고개를 숙였다.

"곽가형님은 미리 가 계시지요. 소제는 곧 따라가겠습니다."

"음. 그럼세."

곽가는 방문을 닫으며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의 친모가 아닌가? 배가 부른 걸 보니 이번이 두 번째 임신이로군... 저놈은 또 낙태를 시키겠지? 다른 건 다 좋은 놈이 유독 친모에게는 완전히 미친놈이 되어버리는군...'

사마휘는 자신과 동년배다. 그 역시 높은 학식으로 이름 높은 수경강사의 명성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그런데... 외간 남자가 들어왔는데도 희멀건 가슴을 다 드러내 놓고 훌쩍이는 모습이라니. 문득 그가 사마휘의 자택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사마의는 모친의 몸을 탐하며 그녀를 가졌으니 자를 중달(仲達)이라 짓겠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친모를 그런 꼴로 만든 사마의는 정말 독한 놈이었다.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서서라고 했던가... 그 소녀도 그랬지."

그는 한 소녀를 떠올리자 쓴웃음을 지었다. 천재적 모사인 자신이 사마휘의 자택에서 잡아온 소녀에게 완벽하게 속은 일을 떠올린 것이다. 지금 그 소녀는 적대 세력인 동탁의 모사가 되어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었다.

"세상사 요지경이로군."

허창을 중심으로 한 조조군의 평정이 개최되었다. 궁성 내부, 허창에 있는 휘하 장수들이 모두 모이자 주렴으로 가려진 태사의에서 곱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정을 시작한다. 본후는 완을 공략할 생각이다. 의견이 있다면 말해보도록."

주렴이 조금씩 흔들릴 때마다 붉은색의 화려한 의복을 입은 여인이 보였다. 섬세한 인형 같은 이목구비에 삼단 같은 머리는 온갖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그녀야말로 철혈(鐵血)의 제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조조 맹덕이었다.

조조의 제일 참모 곽가가 운을 뗐다.

"완의 장수라면 그다지 위협이 되는 자가 아닙니다. 다만 걸리는 것은 그의 군사인 가후 문화인데... 완 공략전에서는 오로지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만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녀의 귀계는 끊임없이 몰아치는 연환계로 유명하지요."

"좋다. 곽가, 대책은 있나?"

"하하... 저보다는 이 친구에게 기회를 줘 보시지요."

곽가는 사마의를 지명했다. 사마의는 곽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사마의는 지병을 앓고 있는 곽가가 그를 후계자로 점찍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주렴 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낀 사마의는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말씀드리기 전에 주군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완을 점령하길 원하십니까, 짓밟길 원하십니까?"

뜻밖의 물음에 주렴 안에서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사마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완을 점령하면 영토가 넓어지는 대신 동탁과의 전선 역시 확장됩니다. 동으로는 원술과, 북으로는 원소와 전선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대신... 완을 완전히 파괴한다면 오히려 동탁을 견제할 수가 있습니다. 동탁이 한중과 장안에서 군대를 이끌고 이곳 허창까지 오려면 화산, 무관, 완, 노양, 숭산을 거쳐야 하는데 이 중 완에서 식량수급을 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강행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탁이 실성하지 않은 이상에야 올 수 있을 리가 없지요. 그러면 우리 군세는... 마음 놓고 남벌을 행할 수 있지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지금까지는 성을 점령하면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을 당연시여겨 왔는데 사마의는 오히려 그곳을 파괴하자는 말을 하는 것이다.

조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곽가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 때 순욱이 반대하고 나섰다.

"확실히 사마 공의 제안은 일리가 있소. 하지만 그 뒤에 쏟아지는 원성은 어떻게 감당할 셈이오?!"

사마의는 일견하기에도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자진해서 불을 지르게 하면 됩니다. 성을 완전히... 불바다로 만드는 거지요. 백성들은... 가후, 그녀만을 원망하게 될 겁니다."

그 말에 순욱은 할말을 잃었다. 저 준수한 외모 안에 감춰진 악마의 내면을 들여다 본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구체적으로 말해보도록."

사마의의 입에서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계략이 쏟아졌다. 그 악독함에 대부분의 장수들은 치를 떨었다. 하지만, 이미 조조의 명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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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후 좆됐음.... 지못미;;; 에.. 저는 주인공에게 너무 많은 여자를 할당할 생각이 없습니다... 한 열명?(이게 안 많은 건가??) 너무 많으면 캐릭터 하나 하나의 개성이 안 살아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수경강사님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인생이 항상 해피할 순 없기 때문에... 엄한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고 딱 그꼴. ㅠㅠ 죄송해요 이제 이런 외전격인 얘기들은 집어치우고 주인공 얘기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p.s / 짤방은 수경강사 사마휘 건업을 점령한지도 두 달이 흘렀다. 모용환은 자신의 암살미수 사건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흉수도 누군지 정확히 모르거니와 그 어설픈 솜씨로 미루어봐선 그다지 위협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장소와 장굉의 등용으로 건업은 순조롭게 안정되었고, 잡혀 있던 포로들도 하나 둘 관우의 권유에 임관을 했다. 오직 태사자만이 아직도 갇혀 있을 뿐이었다.

물론 모용환에게 그런 것은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태사자에게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손을 벌려 논 여인들마저 소화(?)를 못 시키는 판국에 손을 더 벌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문제는 바로 주유에게 있었다. 어떻게 된 여자가 그토록 애를 닳게 했으면 못 이기는 척 안겨 와도 될 텐데 도무지 반응이 없었다. 대담하게 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 애무를 하면 가쁜 숨을 몰아쉴 뿐 그녀는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

그는 애써 태연한 얼굴이었지만.

'제길! 자그마치 두 달이야! 무슨 여자가 이래?! 이 정도 됐으면 그냥 항복해도 되잖아!'

주유는 그녀 나름대로.

'흥! 야만인! 나보고 양물을 빨아달라고요? 헛소리 작작 해욧!'

현대에서 살다 온 모용환으로서는 이 시대의 도덕관념을 이해하기 못했던 게 실수였다. 그는 그저 남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펠x치x를 받아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도덕관념을 새겨 넣은 주유는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완전히 자존심 싸움이 되어 버렸다. 모용환은 물론이고 쾌락을 알게 된 주유까지도 무척 굶주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쪽이 평생 지고 살게 되는 셈이었다.

"아... 상향이 보고 싶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비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자연히 생각난 손상향의 파릇파릇한 육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오로 달려가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태수인 관우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또 손책은 그렇다 쳐도 그녀의 또 다른 오라비인 손권은 어찌할 것인가? 이래저래 난관이 많았다.

"미치겠군."

새 인생을 살게 되면서 눈이 너무 높아졌나 보다. 워낙 미녀들과만 정사를 나눴더니 웬만한 여자로는 흥분이 되지도 않았다.

"밤마다 잠도 못 자겠고..."

밤이 되면 자연히 유비, 손상향 등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수음(手淫)을 하면 그 얼마나 우스운 꼴인가.

"모용 공. 여기서 무엇을 하십니까?"

'음. 이 목소리는...'

이 모든 욕구불만의 근원(?)이자 이제는 가증스럽게 조차 느껴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주유였다. 모용환은 힐끗 그를 보고는 퉁명스레 말했다.

"여긴 아무도 없어. 징그러우니까 그런 말투 쓰지마."

"알았어요."

모용환이 말하자 대뜸 말투를 바꿔버리는 주유였다. 모용환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은근하게 물었다.

"왜, 몸이 달아올랐나?"

물론 정작 급한 건 자신이었지만... 모용환은 최대한 약세를 안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주유의 싸늘한 코웃음.

"흥! 천만에요. 당신이야 말로 내 몸을 희롱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지 않나요?"

'이 여자가 이렇게 드셌나...?'

괜히 주유의 성질을 건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모용환이었다.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녀 말대로 그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싶었지만 자제해야 했다.

"크흠! 그것도 아니라면 무슨 일이야?"

"태사자에 관한 일이에요."

"음?"

뜻밖의 말에 모용환이 의문성을 발했다. 주유는 그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건업을 평정한 지 두달 이에요. 이제 태사자만 아군에 들어오면 모든게 완벽해져요. 다른 장수들도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들은 쭉정이에요. 진짜는 태사자, 그녀죠."

"으음... 쭉정이라."

그들이 이곳에 있었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모용환은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말이 통할 것 같지 않던데."

"맞아요. 그녀는 건업의 패배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자책감 때문에 많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이럴 땐 말 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법이에요. 예를 들면 몸으로 말이죠."

"......!"

이게 여자가 할 소린가?! 모용환은 눈앞의 남장여자가 그토록 성도덕 관념이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는 주유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보고 그녀를 가지란 소린가?"

"관우님이 그녀와 정사를 하기엔 나이차가 좀 많죠."

"!"

연달아 원투펀치다. 모용환은 어떤 것이 그녀의 본모습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봐... 누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의 정사를 바라겠어?"

"그녀는 천생 무인이에요. 강자를 동경하죠. 이번에 건업을 쉽게 함락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그런 기질 때문이고요. 그거 알아요? 관우님께 패한 후, 그녀는 당신이 전장을 휩쓰는 모습을 보면서 넋을 잃었다고요."

"......"

물론 모용환이 알았을 리가 없다. 알려줄 사람도 없었고. 모용환은 쉽게 얘기하는 그녀를 보면서 갑자기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난 너의... 엄밀히 말하면 지아비야."

"뭘 말하고 싶은 거예요?"

주유는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런 나한테 다른 여자를 안으라고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어?"

모용환의 어조에 분노가 어리자 주유는 냉소했다.

"당신이 원하는 일이 아닌가요? 당신은 미녀라면 마다하지 않잖아요?"

그가 처음 주유에게 했던 말을 지금 그녀가 들먹이고 있다. 그 말을 듣자 모용환은 기분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는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좋아."

"좋다니 당장 가도록 하죠."

주유가 몸을 돌리려는 찰나 모용환은 거칠게 그녀를 잡아끌었다.

"아프잖아요!"

모용환은 팔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화를 내는 그녀와 시선을 똑바로 맞추며 힘 있는 목소리로 한자 한자 끊어서 말했다.

"넌 내 여자야. 나 말고 누구도 널 가질 순 없어."

단호한 모용환의 어조에 주유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모용환은 그녀를 잡았던 손을 놓고 태사자가 감금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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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한숨자고 연참... 이건 나름대로 절단? 왠지 담편에는 3p가 이어질 삘이군요... 아닐수도 있고요ㅋㅋㅋ....역시 정력왕 루트로 가니 이런 씬을 자주 쓰게 된다는 짤방은 캐럭셔리 조조공주 p.s / 주인공도 굶주림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군요... 좀 더 먹이를 던져줘야겠음작중 인물들의 나이나 등장시기에 관한 태클은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문에서 썼듯이 그런 건 작가의 설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따지다 보면 유비가 소녀인 것부터가 뭠미;;; ------------------------------------------
태사자가 구금되어 있는 곳은 감옥이라기보다는 일반 장수의 처소와 비슷했지만 단지 문과 벽이 좀 두껍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다는 점이 틀렸다. 말하자면 쇠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주유와 함께 온 모용환은 문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격려했다.

"수고하는군. 지금부터 포로의 설득을 할 터이니 경비를 철저히 서게."

"예!"

병사들의 힘찬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모용환은 주유와 같이 태사자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는 문을 열며 새삼 문의 두께에 놀랐다. 그는 주유를 흘낏 쳐다봤다.

'방음은 문제없겠는데? 이 여자, 이것까지 생각한 건가?'

두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태사자는 아무 반응 없이 목봉을 손질하고 있었다. 방 안에서 땀내음이 풍겨왔다. 책 같은 것에 흥미가 없는 태사자는 달리 할 것이 없었기에 목봉으로 무예수련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땀에 젖은 탓에 착 달라붙은 평복에, 아무렇게나 기른 듯 삐죽삐죽 자라 있는 야성적인 머리카락은 색다른 아름다움이었다.

태사자는 모용환과 주유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임관 따윈 안한다고 했잖아. 죽일 테면 죽이고, 아니면 그냥 돌아가."

모용환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녀를 주시하다가 성큼 다가가서는 그녀의 목봉을 빼앗아 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대의 행동에 유일한 낙을 뺏긴 태사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성을 냈다.

"뭐야?! 이젠 그것까지 빼앗아 가려고?"

모용환은 말없이 목봉을 한바퀴 부웅 돌리더니 이내 그것을 부러뜨렸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본 태사자는 신경질적으로 베개를 집어 던졌다.

"그냥 죽여! 이렇게 날 붙잡아 두는 이유가 뭐야! 윽!"

태사자의 턱이 모용환의 억센 손아귀에 잡혀 쳐들렸다. 그녀는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무기도 없는데다가 상대는 무력 100의 괴물이다.

"네가 죽는다고 네 책임이 지워지는 건 아니지."

친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웬만하면 존대를 하는 그였으나 태사자에게는 처음부터 평대를 했다. 정곡을 찔린 태사자는 발버둥치는 걸 우뚝 멈췄다.

"네가 생각 없이 행동함으로써 수천의 병사들이 죽었고, 네 주군이었던 유요의 목도 떨어졌다. 이미 넌 그만큼의 무게를 짊어졌다. 편히 죽는 건 그걸 벗어던지는 것 밖에는 되지 않아."

태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용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비수로 찔러 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난....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행복하게 살아."

뜻밖의 대답이었다. 태사자는 고개를 들어 모용환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웃고 있는 게 보였다.

"네가 그들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주면 되는 거야. 이런 생각은 안해 봤나? 너로 인해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건업에서 농성하는 병사들을 몰살시켰을지도 몰라. 달리 생각하면 넌 나머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한 셈이라고."

"아..."

태사자는 가볍게 입을 벌렸다. 그 모습을 본 주유는 비록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모용환의 언변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간...'

모용환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안겨."

"에?"

태사자의 어리둥절한 얼굴을 보며 그는 씨익 웃었다.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되어 주지. 네 짐을 모두 나한테 떠 넘겨. 난 안 그래도 나쁜 놈이니까... 네 것까지 짊어져도 거기서 거기야."

보는 사람의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든든한 미소였다. 하지만 태사자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자, 잠깐... 꺅!"

모용환은 태사자의 대답은 듣지 않고 그녀를 침상에 쓰러뜨렸다. 한 데 엉겨 쓰러지는 남녀를 보며 주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용환은 태사자의 옷을 찢듯이 벗겨버렸다. 수련을 하느라 그녀는 가벼운 옷차림이어서, 그녀는 순식간에 나신이 되었다. 그녀의 몸은 매끈하게 잘 단련되어 있었다. 손상향과 비슷한 크기로 보이는 작은 가슴은 탄력이 있었고, 팽팽한 복부에서는 윤이 나는 듯 했다. 모용환은 그녀의 고의를 한 손으로 들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진한 땀냄새가 풍겨왔다.

"매일 이렇게 열심이야?"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나신이 되어 버린 태사자는 붉어진 얼굴을 한 채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려 했다. 그러나 모용환은 그녀의 반항을 무시한 채 그녀의 젖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악!"

유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태사자가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한쪽 손을 이불 쪽으로 뻗어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려고 했다.

"응?"

그녀의 불안한 시선이 한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모용환은 그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조금 상기된 얼굴인 주유가 서 있었다.

그제야 뭔가 낌새를 눈치 챈 모용환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이봐, 주유. 여기 태 공이 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부끄러워하잖아. 어서 옷을 벗으라고."

뜻밖의 주문에 주유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 듯하자 모용환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타일렀다.

"아니면 말만으로 '같은 여자니까 벌거벗고 있어도 돼요.'라고 말할 참이야? 이런 상황에서 누가 그걸 믿겠어? 완전히 다 벗어."

주유는 당황했다. 왜 자신이 생각 없이 이곳에 따라왔는지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저 이런 제안을 한 것이 자신이니까... 안내도 겸해서 자연스럽게 온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나가자니 문 밖에 있는 병사들이 마음에 걸렸다. 문이 열리면 그들이 상황을 눈치 챌 가능성이 높았다.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상황. 주유는 숨을 포옥 내쉬며 남장을 풀었다. 태사자가 수련 후 몸을 씻으려고 했던 물에 세안(洗眼)을 하자 짙게 그린 눈썹과 피부에 발랐던 가루들이 씻겨져 내려가며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리고 밀도 높게 압축해서 한데 묶었던 머리를 풀자 풍성한 머리카락이 솟구쳐 나오며 가볍게 휘날렸다. 그녀는 곧 실오라기 한 점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태사자는 남자인 줄 알았던 주유가 절세가인으로 변모하자 크게 놀랐다. 모용환 역시 그녀의 여장 모습은 이제 두 번째로 보는 것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별처럼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내포한 신비로움이 그를 매료시켰다.

하체에서 뜨거운 기운이 용틀임하는 걸 느낀 그는 자신의 옷도 벗었다. 그러자 육중하게 치솟아 있는 육봉이 드러났다.

"이 쪽으로 와서 그녀의 다리를 잡아 줘.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아."

"....알았어요."

주유는 모용환의 요구대로 태사자의 머리 쪽으로 가 그대로 몸을 숙여 그녀의 다리를 양 손으로 잡았다. 그 바람에 그녀의 음부는 태사자의 얼굴 위에서 적나라하게 벌어졌다.

이슬을 머금은 채 벌어져 있는 주유의 꽃잎을 본 태사자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생전 처음 보는 음란한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얼굴에 닿을락 말락 하는 거리여서, 태사자는 꽃잎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육향을 선명하게 맡을 수 있었다.

주유는 주유 나름대로 이 엉거주춤한 자세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런 자세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있어서인지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다리 힘이 풀린다면 자신의 꽃잎과 태사자의 얼굴이 맞닿게 된다.

두 여인의 오묘한 자세를 감상하던 모용환은 킥킥 웃었다.

"뭐야? 너, 젖어 있었잖아?"

모용환의 손길이 꽃잎을 어루만지자 주유는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 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모용환을 노려보았다.

"다, 닥치고... 빨리 하기나 해요. 힘들단 말이에요!"

모용환은 사악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사양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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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딱 자르겠습니다. 피곤하네요 ^^ㅋ 짤방은... 훗날의 조운입니다.
p.s / 참고로 말하면 저 아직 제갈량 어떻게 할지 못정했습니다. 흐흐... 제가 좀 사악한 면이 있는 걸까요 -_-? 제갈량의 강간씬를 보고 싶지 않은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충격에 잠시 동안 굳어 있던 태사자는 모용환이 그녀의 민감한 조갯살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벼락을 맞은 듯 몸을 퍼덕였다.

"소, 손가락... 빼!"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모용환은 마치 흡반처럼 달라붙는 질벽의 감촉에 감탄했다. 손가락을 꼼지락댈 때마다 착착 달라붙는 주름진 속살은 명기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좀 뻣뻣하군."

"으흑!"

"으읍!"

그 때 주유가 불안정한 자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결국 몸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 바람에 그녀의 붉은 조갯살이 태사자의 살짝 벌어진 입술을 막았다. 잇닿은 꽃잎에서 피어난 묘한 감각이 전신을 찌르르 울리자 주유는 얼른 엉덩이를 들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모용환은 그녀의 엉덩이 윗부분에 손을 얹어 그대로 내리 눌렀다. 덕분에 그녀의 둔부는 더욱 강하게 태사자의 얼굴을 압박했다.

"아!"

"으읍! 읍!"

주유는 자기도 모르게 열락에 찬 신음을 터뜨렸다. 모용환은 항상 손으로만 애무를 했기에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은 그녀에겐 신선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같은 여자. 평소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금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묘한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수, 숨 막혀!"

코와 입을 짓누르는 주유의 하체에 태사자는 헐떡거리며 얼굴을 이리 저리 움직였다. 주유는 태사자의 머리가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자신의 음부를 자극하자 무의식중에 엉덩이를 들썩였다.

살짝 벌어진 주유의 입술에 입맞춤을 한 모용환은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히죽 웃었다.

"여인들끼리 입맞춤이라니... 너무 음탕하잖아? 한 명은 아랫입으로, 한 명은 윗입으로..."

"하아! 닥쳐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유는 한손으로는 자신의 젖가슴을, 다른 손으로는 태사자의 유두를 애무하고 있었다. 모용환과 주유의 집요한 애무가 계속되자 전신에 힘이 풀려 버린 태사자는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다.

손가락을 넣어 태사자가 충분히 젖은 것을 확인한 모용환은 그대로 그의 육봉을 그녀의 꽃잎에 박아 넣었다.

"헉...!"

"악-!"

과연 명기는 명기였다. 거대한 불기둥이 처녀막을 뚫어버리고 자궁 속으로 들어오자 그녀의 질벽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마냥 사방에서 육봉을 쫙쫙 죄여왔다.

가만히 있다간 금방 쌀 것 같은 위기감에 모용환은 열심히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진퇴를 거듭할 때마다 추욱 늘어진 그녀의 몸이 힘없이 출렁였다.

"하악!"

주유는 눈을 하얗게 치떴다. 기습적으로 들어온 태사자의 혀가 동굴 깊숙한 곳을 휘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체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자극을 견딜 수 없었는지 엉덩이를 쳐들었다. 그러자 태사자가 숙여진 그녀의 등을 껴안아왔다.

"무, 무슨?"

적극적인 태사자의 행동에 놀란 주유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가 다리를 벌린 채 소중한 꽃잎으로 모용환의 육봉을 받아들이면서 힘없이 웃고 있는 게 보였다.

"당신도 처녀잖아? 나만 당할 순 없지."

주유를 자신의 몸 위에 쓰러뜨려 69자세를 만든 태사자는 꿀물을 흘려대고 있는 그녀의 꽃잎을 핥기 시작했다. 같은 여인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조갯살을 빨자 주유는 짙은 쾌감에 몸을 떨며 뜨거운 애액을 질펀하게 토해냈다.

"하아! ... 아아아!"

질걱. 질걱.

주유의 열락에 겨운 신음성을 풍악삼아 흥겨운 마음으로 태사자의 꽃잎을 쑤셔대던 모용환은 사정할 것 같자 재빨리 육봉을 빼내었다. 태사자의 여린 속살이 딸려 나오며 그녀의 조개가 입을 벌름거렸다. 모용환은 애액과 피로 범벅이 된 육봉의 첨단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주유의 얼굴에 갖다댔다.

그는 탐스러운 붉은 입술을 벌리고 음탕하게 신음하고 있는 주유를 보자 그녀의 입에 육봉을 박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충동을 실행에 옮겼다.

"우웁!"

작은 입 안에 거대한 육봉이 삽입되자 주유는 눈을 부릅뜨고 머리를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모용환의 손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모용환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맹렬히 진퇴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한쪽 손으로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유방에 붉은 손자국이 남겨질 때마다 그녀는 황홀하게 피어나는 쾌감에 몸부림쳤다.

쭙쭙거리는 소리를 내며 모용환의 육봉은 그녀의 작은 입을 사정없이 출입했다. 주유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본능만으로 혀를 놀려 그의 육봉을 빨았다.

"음..."

울컥울컥.

모용환이 육봉을 그녀의 입에 끝까지 박아 넣은 채로 사정을 하자 목구멍을 가득 메우는 정액 때문에 숨이 막힌 주유가 컥컥거렸다. 모용환은 육봉을 쑤셔 넣은 채로 그녀의 머리를 놔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것을 꾸역꾸역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나쁜!"

간신히 정액을 모두 삼킨 그녀가 표독스런 눈초리를 하자 모용환은 어느새 다시 발기한 육봉을 그녀 앞에 들이댔다.

"아직 안 끝났어. 후후, 나 많이 굶었다고. 이젠 네 처녀도 가져야겠지?"

"흐으윽!"

모용환은 거칠게 그녀의 몸을 돌려 세우고는 태사자의 타액과 애액으로 열탕이 된 그녀의 조갯살을 갈랐다. 방 안에 다시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쳤다.



손상향은 요즘 들어 유비와 같이 있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궁성에 동년배라고는 그녀 밖에 없기도 했고, 처음에는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유비가 그녀와 다름없는 평범한 소녀라는 것을 알자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이었다.

오늘도 두 소녀는 궁성 계단에 나란히 앉아 재잘대고 있었다. 주로 손상향이 말하고 유비가 대답하는 식이었다.

"...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상향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군요."

유비의 말에 손상향은 밝게 미소 지었다.

"헤헤. 조금 힘들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행복해요. 모용 오라버니와 만났고, 유비님도 만났으니까요... 장 언니도 좋고, 관우 아저씨도 좋아요. 음. 또, 또..."

모용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뒤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장비 역시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 상향은 그 분을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에? 당연하죠! 전 모용 오라버니랑 그... 그..."

뭔가를 말하려던 손상향은 잔뜩 목이 붉어져서는 말끝을 흐리며 손가락만 꼬물거렸다. 손상향은 그와 몸을 섞은 사이. 유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뒷말은 짐작이 갔다.

유비의 어두운 표정을 본 손상향은 조심스레 물었다.

"유비님도 모용 오라버니를 좋아하지 않나요?"

그를 좋아한다? 그에게는 좋은 기억이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그가 자신을 수춘에서 탈출시켜 주고 오에 왔을 때까지는 무척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었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통스러웠던 첫경험은 그에 대한 호감을 모두 지우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 싫어하진 않아요."

예상외의 대답을 들은 손상향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요. 전 당연히 유비님이 모용 오라버니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저번에 모용 오라버니한테 물은 적이 있었거든요."

"무얼요?"

"유비님을 도운 이유요."

"나를... 도운 이유?"

거기까지 말한 손상향은 갑자기 유비를 보며 장난스레 웃었다.

"첫 눈에 반했대요."

"...네?"

"모용 오라버니가 유비님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모시게 되었다네요. 유비님은 몰랐어요?"

"......"

"에에? 몰랐나 보네요?"

유비가 아무 말이 없자 손상향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계단에서 일어났다. 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녀를 혼자 있게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막 그곳을 떠나려던 손상향은 몸을 돌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의 짝사랑이었다면 내게도 기회는 있는 거겠죠?"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떠나가는 손상향의 모습을 잔잔한 눈으로 보고 있던 유비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짐짓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장 언니, 오늘도 열심히 일해야겠죠?"

"쉬엄쉬엄 하셔도 됩니다."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일을 등한시 한다면 제대로 된 군주라고 할 수 없어요."

'불쌍하신 분.'

장비는 묵묵히 유비를 따르며 연민어린 눈으로 그녀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의 어깨가 더 작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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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한테 딴짓 했다간 으슥한데 매장당하겠군..-_-; ㅎㄷㄷ 짤방은 가후인데... 아마 비참하게 죽을듯 싶습니다. 사마의의 악랄함을 보여주는 희생양...........이 될지도. "조조의 10만 대군이 출병했다고 하오. 무슨 대책이 없겠소?!"

장수는 조조 군의 선전포고를 받아 든 후부터 안절부절 못했다. 완에 있는 병력이래 봐야 죄다 긁어모아서 3만이었고 그중 대다수는 농사나 짓던 무지렁이들. 현 제후들 중 정예 보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조조군을 어떻게 당해낸단 말인가.

그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가후마저도 비관적인 모습이었다. 단아한 미모를 지닌 가후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 때, 휘하 무장들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호거아가 말했다.

"주군! 어차피 조조의 군세를 막아낼 수 없다면, 차라리 귀순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귀순?! 나보고 그자에게 항복하란 소리요?"

"조조가 아닙니다. 그 여자는 결코 우릴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우린 동탁에게 항복하는 거지요."

장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줄을 발견한 듯 눈을 빛냈다. 그는 호거아의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장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동탁이 과연 우릴 받아 주겠소?"

"받아 줄 수 있게 해야지요."

"어떻게 말이오?"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는 장수를 보며 호거아는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일전에 군사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성을 포기한다면 조조군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 군사, 그건 아직 유효하겠지요?"

묵묵히 그 말을 듣고 있던 가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만 호거아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니 의외였다. 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하지 않아 '성을 포기한다.'라는 명제 때문에 채택하지 못했던 계략.

"조조의 10만 대군을 전멸시키고 동탁에게 귀순한다면 그는 절호의 기회를 준 우리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오오... 과연! 일리가 있소!"

장수가 크게 기뻐하자 가후는 문득 불안감이 온 몸을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했다.

"하오나 주군.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일 때를 가정해 말씀드린 계책입니다! 그 계책을 쓰게 되면 백성들이...!"

장수는 단호히 그녀의 말을 잘랐다.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오! 백성?! 내가 죽는다면 백성도 없는 것이오! 게다가 그 계책은 일전에 군사 스스로 말한 게 아니오?"

가후는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장수는 자기의 생명이 위협받자 이성을 잃고 있었다. 일전에 하도 불안해하는 장수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봉책으로 말해두었던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이야.

"군사는 그만 들어가 쉬도록 하시오. 때가 되면 부르도록 하겠소."

"예..."

힘없이 나가는 가후를 마땅찮은 표정으로 보고 있던 장수에게 호거아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 일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것으로 주군의 명성에 누가 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음."

확실히 장수가 이번 일을 시켰다는 것이 천하에 알려진다면 백성들의 원망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그러니 이 일은 어디까지나 군사의 주도로 시작된 겁니다."

"오호!"

장수는 무릎을 탁 쳤다. 호거아의 비릿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 계략을 낸 것도 그녀이니... 사실은 사실이지요."

음모의 먹구름이 완을 뒤덮고 있었다.

"지금 당장 성 안 곳곳에 장작더미를 쌓아 놓아라!"

"아니! 나리! 이게 무슨 짓입니까요?!"

성벽 주변에 나무더미가 쌓이는 걸 불안한 눈길로 응시하던 백성들 중 한명이 병사들을 지휘하는 무장에게 가서 물었다. 무장은 불쾌한 얼굴로 그를 밀쳐냈다.

"군사님의 명이시다! 이는 조조군을 막기 위한 계책! 그들이 입성하면 성을 불태울 것이다!"

"예!?"

성을 불태운다니. 백성들은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무장은 신경질을 내며 다시 소리쳤다.

"성을 불태운단 말이다! 알았으면 저리 꺼져라!"

다시 한번 사실임이 확인되자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얼굴을 했다. 삶의 터전을 불태운다면 자신들은 어디로 가서 살란 말인가. 더군다나 이 일을 주도한 것이 평소 인자함으로 이름 높던 군사 가후라니.

그에게 밀쳐진 농민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나리! 여길 버리신다면 저희들은 어떻게 먹고 삽니까요? 제발..."

"에잇! 이 무지렁이가!"

"컥!"

무장은 단칼에 농민을 베어버렸다. 가슴이 쩌억 갈라진 농민은 원통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더니 입을 벌리며 쓰러졌다. 쥐 죽은 듯한 침묵이 백성들 사이에 전염되듯 퍼졌다. 의기양양해진 무장은 피 묻은 칼을 높게 치켜 올리며 외쳤다.

"방해하는 놈들은 모조리 참하라는 군사님의 명이다! 그러니 죽기 싫으면 닥치고들 있어!"

그런 일이 성 안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었다.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넘실거리는 화마(火魔)는 성 안 곳곳에서 피어오르며 순 식간에 성 전체를 휘감았다. 인세에 연옥(煉獄)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까? 불길이 성 전체를 태우자 검은 연기가 푸른 하늘을 뒤덮었다. 태양마저 가린 암천(暗天)이 아비규환이 된 성 내를 오만하게 오시하고 있었다.

자택에서 근신하고 있던 가후는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뛰쳐나왔다.

"아니...!"

그녀는 하늘에 닿을 듯 치솟아 오르는 불길에 말을 잃었다. 아직 조조군은 오지도 않았을 텐데?!

"여기 있었군. 군사."

호거아였다. 그는 핏물이 묻은 작은 자루를 한 손에 쥐고 여유있는 얼굴로 그녀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호 공!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가후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게 진정 주군인 장수의 뜻인가? 호거하는 히죽 웃으며 그녀 앞에 자루 안을 펼쳐 보였다.

"......!"

장수였다. 그의 목이 길게 혀를 빼물고 자루 속에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뒤통수를 맞은 걸 깨달았다. 호거아는 이미 적과 내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거아...! 조조와 내통하고 있었습니까!"

그도 양심이 찔리는지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었다네. 이 멍청한 장수를 언제까지나 주군으로 섬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그러던 차에 조조님의 군사인 사마의라는 자가 내통을 조건으로 나를 천거해 주겠다고 했지. 장수의 목이라면 단숨에 요직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이야."

"사마의...!"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로써 조조군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완을 차지, 아니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마의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이토록 무서운 자일 줄이야.

"군사. 옛정을 생각해서 내 손으로 직접 죽이진 않겠네. 조조님께는 그대를 볼 수 없었다고 말해주지. 내 마지막 호의라네. 무사히 탈출 할 수 있길 바라네."

"...으윽!"

분하지만 일단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가후는 호거아를 지나치며 황급히 뛰어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호거아는 음흉하게 웃었다. 좀 전의 호의어린 얼굴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군사. 나한테 죽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 거네. 크흐흐."

성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불길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 새까맣게 탄 시체를 부여잡고 울부짖는 사람, 부모를 놓쳤는지 서서 우는 아이.... 사람들은 성문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정체불명의 병사들이 이미 성문을 봉쇄하고 있었다.

"조조군!"

그녀는 작게 침음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성문은 적군에게 봉쇄당했다. 그녀가 이리저리 서성이며 탈출로를 찾고 있을 때 한 농민이 외쳤다.

"군사다!"

"뭐?!"

"저 년이!"

백성들의 붉게 충혈된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원망, 증오, 분노... 수 많은 악감정이 서린 눈빛들이 그녀를 옥죄었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난 아니야...!"

"네 년이 성을 불태우라고 했어!"

"너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죽었어!"

"너 때문에...!"

"너...!"

그녀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돌멩이가 날아왔다. 처음엔 한두개 씩 날아오더니 이내 거센 돌팔매질이 그녀의 가녀린 몸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그 때 성난 농민들 한 사내가 나왔다.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잠깐! 이 년을 이대로 죽여서는 분이 안 풀려! 어차피 살아나는 것도 글렀으니 이년이라도 잡고 분을 풀어야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사내는 자신의 바지춤을 끌렀다. 몸을 웅크리고 돌팔매질을 참고 있던 그녀는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크흐흐! 그래, 어차피 죽을 몸! 저런 야들야들한 년을 맛보고 죽는 것도 좋겠지!"

"곱게 자랐을 테니 천한 것들에게 윤간 당하는 건 씻을 수 없는 치욕일 거다. 크하하!"

이미 이성을 상실한 농민들이 슬금슬금 그녀에게 다가왔다. 군중에게 둘러 싸여 도망칠 수도 없게 된 그녀의 눈이 암울하게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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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떻게 할까? 짤방은 서서입니다.
p.s / 조아라 아줌마들이 글을 자른다고요? 에... 여기는 성인란인데? 뭐... 잘리면 연중해야지요. 다른 곳에 글을 올릴 생각은 없습니다. "조조의 대군이 완을 치러 출병했대요!"

조운의 말에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어째서 지금 굳이 완을 치는 걸까? 완을 친다면 동탁과의 전선이 더욱 넓어져 방어에 부담이 커질 텐데...'

제갈량이 턱을 괴고 그녀의 초점이 조금 흐릿해지자 조운은 입을 다물었다. 깊게 생각할 때 제갈량은 항상 저런 모습을 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완은 차의 명산지. 차는 고가품이니 재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전비로 잃는 게 더 클 테고... 가후 때문에? 아냐... 그녀를 원했다면 은밀히 회유를 할 거야. 이렇게 대대적으로 칠 이유가 없어. 아무리 봐도... 조조도, 동탁도 굳이 가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장수는 지금까지 태수 자릴 유지할 수 있었던 거야. 운 좋게도 지리상 완은 두 세력의 완충지대니까... 그런데 대체 지금 왜?'

머릿속이 복잡했다. 상식적으로 조조군의 지금 행동은 말이 되지 않았다. 완을 침은 곧 동탁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원소 등을 처리한 이후라면 몰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문득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사마의! 그 자라면?'

물론 조조군의 제일 참모는 곽가지만, 그가 책략을 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뭔가를 생각해 낸 그녀의 몸이 흠칫 떨렸다.

'파괴! 모두 죽일 셈이야! 어떻게? .... 아마도 성 전체를....'

성 전체를 불태운다. 살육전을 벌인다면 숨어서라도 살아남는 자가 생길테고, 그렇게 되면 조조군의 이미지에 치명적이 된다. 방법은 모두 태워서 말소시키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 완을 버리면 조조군은 확실한 이득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아운..."

"네?"

왠지 침울한 그녀의 음성에 조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완으로 가자."

"지금요?"

"그래. 서둘러야 해."

제갈량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그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성을 태운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었지만, 그녀가 아는 사마의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고도 남았다.

"가후...! 그녀를 구해야 해."

어쩌면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탕을 치더라도 가후는 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여인이었다. 조조군도 그녀를 포로로 잡았으면 잡았지, 쉽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그녀는 생각하기로 했다. 사마의라면 또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자와 관련해서 생각하기는 싫었다.

그리고 이런 일에는 인원이 적을수록 좋다. 조운과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생길지도 몰랐지만... 그건 나중의 일.

수춘에서 죽립을 깊게 둘러 쓴 두 사람이 탄 두 필의 말이 완으로 출발했다.



'안돼... 최소한 발버둥이라도 쳐보자.'

가후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이대로 죽는 건 싫었다. 죽는 것 자체는 두렵지 않았지만 세상사람들이 그녀를, 가후 문화라는 사람을 희대의 악인으로 인식하는 게 싫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빠져나가 결백을 밝혀야 했다.

다가오는 사내들을 보며 그녀는 체념한 듯 겉옷을 벗었다. 뽀얀 속살과 얇은 속옷이 훤히 드러났다. 유백색의 고의와 젖가리개가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곧 죽을 상황에서도 음심이 동했는지 사내들이 꿀꺽 침을 삼키는 게 보였다.

가후는 힘없이 말했다.

"제 죄는 몸으로 갚겠어요... 하지만 제 처녀는... 제가 선택한 사람과 저 집에서... 하게 해주세요. 그 뒤에는 절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요."

그녀의 애원에 선두의 사내들 중 얍삽하게 생긴 자가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년이 지금 상황 파악이 안되나 본데..."

"어이, 잠깐."

무리 중 가장 덩치가 큰 텁석부리 장한이 그의 말을 막았다. 우람한 사내의 덩치에 얍삽해 보이는 사내는 찍 소리도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텁석부리는 가후에게 다가가서는 은근하게 물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 다는데 아무리 악녀라지만 미녀의 소원을 거절 할 순 없지. 그래, 누가 네 처녀를 가지길 원하나?"

"당신이에요."

망설임없는 가후의 대답에 사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크게 외쳤다.

"들었지? 내가 확실하게 개통시켜 놓을 테니 그 후에는 마음껏 즐기라고."

가후는 텁석부리와 함께 그녀가 지목한 집 앞에 다다랐다.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힘껏 텁석부리를 밀치고는 재빨리 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궜다.

"이 년이!"

"어서 문 안 열어!"

"간악한 년!"

쾅쾅!

"하아... 하아..."

문을 부술 듯 두드리며 밖에서 소리치는 게 들렸다. 가후는 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 요량으로 집 안에 들어오긴 했지만 막상 들어오니 돌파구가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쾅!

"문 열어!"

그러는 와중에도 밖에서는 문을 두들기며 아우성이었다. 그녀는 귀를 틀어막고는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으악!"

"크아아악!"

그 때 밖에서 각지각색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가후는 머리를 들었다. 불길이 군중을 덮친 것일까? 아니, 그랬다면 이 집도 타들어가야 마땅했다.

한동안 계속해서 들려오던 비명소리는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자 가후는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순간 밖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후 문화. 그 안에 있소? 나는 조조님 휘하의 허저라고 하오. 그대의 목을 가지러 왔소."

"아아...!"

그녀는 다시금 깊은 절망을 느껴야 했다.

허저 중강!

조조휘하의 맹장으로 그 용맹과 무력이 인재들만 모였다는 조조군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장수. 전장에서는 무지막지한 돌진력으로 호치(虎齒)라 불리는 남자였다. 8척 거한인 그가 대도를 휘두른다면 이깟 나무문쯤은 가볍게 부숴질 터.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나오시오. 깨끗하게 목숨을 끊어주겠소."

이어지는 허저의 말에 가후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끼이익.

나무문이 열리며 가후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호치라는 별명이 얼굴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몰라도 허저는 딱 호랑이 상의 장수였다. 그는 얇은 옷차림인 가후를 보고 잠시 놀랍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묻은 대도를 곧추세웠다.

"주군을 잘못 만나 단명하는군. 제는 지내 주도록 하겠소."

"...고마워요."

가후는 무릎을 꿇고 목을 늘어뜨렸다. 가녀린 목덜미가 드러났다. 허저는 하늘 높이 도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가 막 가후의 목을 내려치려는 순간.

한줄기 외침이 들려왔다.

"멈추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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ㄲㄲㄲ 질질 끌기 신공.
짤방은 개생키 사마의입니다.

p.s/내일은 낮에 한편정도(못올릴지도) 올리고 주말 동안 못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창회가 있기 때문에 외박도 하고 뭐... 흐흐... 일요일날 일찍 집에 오면 올릴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독자 여러분께 달렸...(퍽! 허저의 대도가 허공에서 우뚝 멈춰 섰다. 그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와 같이 조조의 친위를 맡고 있는 장수, 우금이었다.

"무슨 일이오? 우금."

"포로는 일단 모두 성 밖으로 데리고 나오라는 명령이오. 잊으셨소? 주군께선 포로의 처우를 군사의 재량에 맡기셨을 텐데."

"음..."

허저는 작게 침음하며 도를 바닥에 늘어뜨렸다. 우금은 병사들에게 눈짓을 해 가후를 성 밖으로 끌고 나오게 했다. 우금이 주위를 둘러보며 크게 외쳤다.

"완전히 불태워 버려라!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이날 인구 10만의 도시인 완이 완전히 전소(全燒)되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가후는 병사들에게 끌려 나오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성문을 틀어막고 있던 병사들이 좌르륵 길을 열어주었다. 그 끝에는 화려하지만 가벼워 보이는 갑주를 걸친 준수한 사내가 오만하게 앉아 있었다. 그 옆에 배신자, 호거아도 보였다.

"호오! 군사, 용케도 살아나왔군!"

조롱하듯 혀를 놀리는 호거아의 말은 가후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정면의 사내만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사내가 슬쩍 일어섰다. 가후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그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확 잡아당겼다.

"악!"

가후는 사내가 머리채를 잡아당기자 엉거주춤 일어서며 그와 시선을 맞댈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눈앞에서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 10만 명을 학살한 악마.

"....사마의..."

"흠. 역시 영리하군. 단번에 날 알아보다니. 우린 일면식도 없을 텐데 말이야..."

옆에서 호거아가 맞장구쳤다.

"그 계집은 무척이나 영리하오. 사마 공, 필히 그 년을 죽여야 후환을 없애는 길이 될 것이오."
사마의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말이 많군."

조용히 중얼거린 사마의는 갑작스럽게 허리춤에 찬 검으로 호거아의 가슴을 찔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호거아의 가슴에서 주르륵 선혈이 흘러내렸다. 좀 전까지 부귀영화를 꿈꾸며 득의양양해 하던 호거아는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검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입을 달싹였다.

"왜... 왜?"

"한번 배신한 놈은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는 활짝 웃었다.

"...개...같은..."

치를 떨며 그런 사마의를 노려보던 호거아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부릅떠진 그의 눈은 원통함이 가득했다.

예상 밖의 사태에 가후는 살짝 놀란 듯 했지만, 지금 그녀가 남 걱정할 때는 아니었다. 그녀의 그런 기색을 눈치챈 것일까, 사마의는 그녀의 머리채를 놓아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숨은 살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마침 똑똑한 시녀가 필요하던 참이니."

"...시녀?"

"내 시중이 아니다. 내 여인을 시중드는 거지. 그녀의 말상대도 되어주고 말이야... 가 보면 알게 될 터. 끌고 가라."

"예."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가후는 병사들에게 끌려가며 사마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었다.

사마의는 끌려가는 가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을 응시했다. 성 내의 아우성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그는 옆에 놓여 있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기분 탓일까, 잔에 가득 찬 맑은 술이 붉게 물들어 보였다.

사마의는 술을 들이키며 중얼거렸다.

"최고의 불꽃놀이군."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제갈량과 조운은 잿더미가 되어버린 완성을 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성 전체가 불타버린 것이다. 엄청난 대규모의 화재였기에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조운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언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 이런 짓을 할 자는 사마의. 그 자 뿐이야."

"그 사람이..."

조운 역시 제갈량의 과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연히 '나쁜 놈'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었을 뿐, 조운은 실제로 사마의에게 별 악감정은 없었다. 말로만 들어서는 실감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던 차에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벌인 자가 그녀들의 최종적인 목표인 사마의라는 걸 알자 그에 대한 적개심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에요. 이건."

조운의 순수한 분노에 제갈량도 동의했다.

"전쟁의 피해는 군이나 민간할 것 없이 미치지만... 적어도 목숨을 잃는 경우는 병사들에게 국한되어야 해. 그게 최소한의 선이야... 하지만 그 자에게는 그런 정도라는 것이 없어.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 그래서 그 자는 더욱 최악이야."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 그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무의식 중에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지만 사마의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어떻게 공격해 올지, 무슨 계략을 쓸지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들이 눈앞의 참상에 분노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늦었군."

"예상이 빗나가길 바랬습니다만... 정말로 모두 태워버렸군요."

"세상에..."

2남 1녀였다. 그들은 완을 보고 잠시 어이없어 하다가 제갈량과 조운을 발견했는지 그 쪽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조운이 속삭였다.

'어쩌죠?'

'침착해.'

그러는 사이 세 명의 일행은 그녀들 바로 앞까지 말을 몰아왔다. 한 명은 준미한 용모를 지닌 건장한 사내였고, 한 명은 갸름한 얼굴의 미남자였으며, 한 사람은 들꽃 같은 매력을 풍기는 여인이었다. 가벼운 무장을 한 것으로 봐서 무예를 수련한 여인인 듯 했다.

그들은 마상에서 그녀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실례지만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계십니까?"

제갈량은 고개를 저었다. 죽립을 깊게 눌러썼기에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저희도 방금 도착했기 때문에..."

모용환은 죽립 속에서 들려온 아름다운 미성에 내심 놀랐다. 죽립 여인이 그들을 조금 경계하는 듯 보이자 모용환은 손을 내저었다.

"아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유비님 휘하의 모용환이라고 합니다. 조조군이 완으로 출병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조사차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주유라고 합니다."

"태사자... 라고 합니다."

존댓말이 입에 붙지 않는지 태사자의 말이 조금 끊겼지만 임관한 이상 예의는 차려야 한다고 주유가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기 때문에 그나마 좀 나아진 편이었다.

유비 휘하에는 이제 제법 많은 인재들이 모였지만 하나 부족한 게 있다면 계략을 짜내는 모사의 존재였다. 정보, 한당, 황개, 태사자, 관우, 손책, 모용환 등 뛰어난 무장들도 있었고 장소, 장굉, 그리고 유비 자신 역시 어느 정도의 내정이 가능했지만 모사라 할만한 존재는 주유밖에 없었다. 물론 만능 모용환이 있었지만 그가 몸이 세 개가 아닌 이상에야 그렇게 혹사시킬 수는 없었고, 앞으로 좀더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유능한 모사가 필요했기에 완에 오게 된 것이었다.

제대로 된 군주를 만나지 못해 재능을 썩히는 가후는 그 틈을 메꿔 줄 탐나는 인재였으니까. 그런데 허탕을 치게 생겼다.

그들의 소개를 들은 제갈량과 조운은 꽤나 놀란 상태였다. 그녀들이 죽여야 할 상대가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났으니... 모용환의 속내를 꿰뚫어 보듯 심유한 눈빛은 그녀의 머리에 경종을 울렸다.

왠지 이 자 앞에서는 본명을 밝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건 여자의 직감이라 해도 좋았다.

'위험한 자...'

그녀는 조운이 나서기 전에 재빨리 말했다.

"유비님 휘하의 분들이셨군요... 저는 초선이라고 해요. 이 아이는 제 동생인... 월영이에요."

'초선?!'

연의의 일을 거의 알고 있는 모용환이다. 폐월수화(閉月羞花), 침어낙안(沈魚落雁)... 모두 삼국지 최고의 미인인 초선을 위한 말이 아니던가. 동탁을 망하게 하고 여포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이란 고사를 몸소 실현 시킨 여인.

그러고 보니 월영이란 이름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 같기도 했다. 하지만 초선을 앞에 두고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일단 이 초선이 그 초선이 맞는 진 모르겠지만 모용환의 본능은 그 초선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초 소저는 무슨 용무로...?"

"소녀는 단지 동생과 유람을 하다... 우연히 완을 지나려던 참이었어요. 말도 지쳤고, 식량도 떨어져서요. 그런데..."

그녀가 말끝을 흐리자 모용환은 대뜸 동행 제안을 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동행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식량이 넉넉하니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저 여자라면...!'

주유와 태사자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호의에 감사드려요."

제갈량은 생각대로 모용환이 동행을 청하자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정공법으로는 처치하기 어려운 자니 일단 동행하면서 기회를 엿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주유를 경계했다. 처음 그가 했던 말을 되새겨보니, 마치 완이 파괴당할 줄 예상했다는 어조였기 때문이다.

'주유라는 사람이 그걸 예상했다면... 보통이 아니야.'

조운은 모용환의 시선이 자기에게로 향하자 화들짝 놀라며 제갈량의 뒤로 숨었다. 체형으로 봐서 그녀 또한 여인임을 짐작한 모용환은 조운이 자신을 피하는 듯 보이자 의아해했다.

'수줍음 많은 아가씨군.'

그렇게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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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허저입니다. 클클... 독자여러분들의 소원대로 '멈추시오!'의 주인공은 사마의가 아니라 우금이었습니다... 전 잘못 없..
p.s / 오늘은 이걸로 끝입니다. 전 이제 외박하러... ㄱ-; 내일 일찍 오면 올리고 늦게 오면 못올리는거죠. 추,춪현을 해주신다면 늦게 와도...

"10만 명이 죽었다지."

주렴 뒤에서 들려오는 조조의 음성에 사마의는 고개 숙인 채로 대답했다.

"애초에 각오 하셨던 일. 대의(大義)를 위한 것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렴 바로 옆에 서 있던 곽가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순욱 등 처음부터 이 계략을 반대했던 자들 역시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분위기가 좋지 않자 사마의와 같이 완 파괴 공작에 투입되었던 우금이 나섰다.

"10만을 희생해 100만이 산다면 그들 또한 영광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저승에서나마 뿌듯해 하겠지요."

그 때 곽가의 맞은편에 서 있던 하후돈이 외눈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우금, 그 무슨 궤변이란 말인가!"

대의를 중시하는 하후돈이었지만 이번 일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었다. 일찍부터 말려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렇게라도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마의가 머리를 들었다.

"장군. 주군의 뜻이셨습니다."

"크으!"

수하된 입장에서 주군의 뜻에 토를 달수는 없는 일. 그러나 하후돈은 이런 일에 조조를 걸고넘어지는 사마의가 더욱 못마땅했다.

그 때 주렴에서 조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정이 없어보이는 목소리는 마치 인형이 말하는 것 같았다.

"그만. 이번 일은 본후가 지시한 일이다. 이견은 용납하지 않는다."

장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충!"



성공적인 임무 수행으로 포상을 받은 사마의는 감금해 놓았던 가후를 데리고 자택으로 향했다. 자택에 도착하자 사마의는 시녀들에게 가후를 씻기고 평상복으로 갈아입힐 것을 명했다. 그 후 그녀와 함께 사마휘가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후는 손과 얼굴에 먹물을 여기저기 묻힌 몰골로 글을 쓰고 있는 문사복의 여인을 보자 놀란 얼굴이었다. 무척 성숙한 여인이었지만 어려운 한자를 못 써 울상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어려워."

"옷이 엉망이 됐군요."

사마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자상하게 말하는 사마의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 남자가 10만 명을 학살하기 위한 계책을 짠 그 남자가 맞단 말인가?

가후의 놀람은 사마의의 말이 이어지면서 더욱 커졌다.

"내 어머니시다. 수경강사이라 불리셨던 분이지."

"수경강사 사마휘?!"

그녀가 아직 어렸을 때에 이미 유생들의 존경의 대상이었던 수경강사을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더욱이 젊은 여인이라는 사실에 가후는 그녀를 동경하고, 역할모범으로 삼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그녀가 은거했다는 소문을 듣고 가후는 무척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지금 사마휘는 그녀가 평소 상상하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이미지는 맞아 떨어지지만 낙서하듯 써 놓은 글자들 하며, 온통 먹물자국인 모습은...

"기억을 잃으셨다. 그 깊던 학식도 모두 사라졌지. 지금까진 내가 어머니를 가르쳤지만... 이젠 네가 전속의 시녀가 되어 그 일을 대신해야 할 거다. 난 지금부터 좀 바빠질 테니, 얼마 동안 집보다는 궁성에서 생활할 것이다."

언뜻 들으면 효심이 무척 묻어나는 말이었다. 가후는 이 남자에게 이런 면도 있었나 하고 생각했다. 시녀라지만 그녀가 무척 존경했던 수경강사 사마휘를 시중드는 일이다. 죽임을 당하거나 겁탈 당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일 판국에 이런 대접은 그녀로서도 환영이었다.

"단, 집 밖으로는 나가지 못한다."

그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알았어요."

"이름도 바꾸도록 하지. 가후라는 이름은 지금 밖에서는 악의 대명사일 테니. 시녀가 자가 있을 필요는 없을 테니, 그냥 문화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말투도 시녀답게 고쳐라."

잊고 있었다. 그녀가 삶을 택한 이유... 가후는 잠시나마 가졌던 사마의에 대한 호감이 완전히 사라짐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오늘부터 얼마간 궁성에서 생활할 것이다. 너는 그동안 어머니를 잘 모시면 된다."

고개를 숙이고 사마의의 지시를 듣고 있던 가후, 이제 문화가 된 그녀의 눈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사마휘의 배가 들어왔다.

"저기..."

"뭐지?"

"수경강사님께서... 임신 중 이십니까?"

사마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역린을 건드린 것 같자 문화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이 사내의 눈 밖에 나면 안 된다. 누명을 벗을 때 까지는!

"신경 쓸 것 없다. 넌 네 할 일만 잘하면 돼. 그만 가보도록 하지. 밖의 시녀들에게 언행을 배우는 게 좋을 거다."

"......"

묵묵히 머리를 숙이고 있는 문화를 잠시 동안 쏘아본 사마의는 쾅 하고 문을 닫았다. 무겁게 짓누르던 중압감이 한 번에 사라진 것 같자 문화는 숨을 푹 내쉬며 사마휘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그녀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사마휘가 물었다.

"누구야?"

천진난만한 얼굴과 말투. 기억을 잃어 지능이 어린 아이 수준이 된 모양이었다. 도저히 삼십대 후반 같지 않은 사랑스러운 용모에 문화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모자라면서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사마의가 어둠이라면 사마휘는 빛, 극과 극이었다.

"오늘부터 사마휘님을 모시게 된 가... 아니, 문화라고 합니다."

"문화? 나랑 같이 있는 거야?"

무척 기대에 찬 얼굴이 무척 귀여워 문화는 상대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일순간 잊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훗. 네에."

"이야아!"

사마휘는 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아니, 사실은 정말로 뛰려고 하다가 부른 배 때문에 뛰지는 못하고 손만 허공으로 휘저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문화는 그녀가 무척 외로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심하셨어요?"

"으응. 글쓰기만 하는 거, 지겨워. 그런데 안하면 의아가 화내."

"의아요?"

"응. 문화랑 같이 들어왔잖아."

어렸을 때 사마의의 아명이었던 모양이었다. 흔히 이름에 아이 아(兒)를 붙여 부르는 약칭이니까.

그렇게 사마휘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문화는 가장 궁금했던 사실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녀는 사마휘의 배를 가리켰다.

"임신하신거죠?"

사마휘는 알지 못하는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임신? 그게 뭐야?"

"아, 그게..."

임산부에게 때 아닌 성교육을 해야 할 판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처녀가 그런 설명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하지만 그 보다는 호기심을 풀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에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도 중얼중얼 임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에... 남자, 여자가 뭐지요?"

"움... 휘는 여자. 의아는 남자."

고민하면서 말하는 게 왠지 못미더웠다. 문화는 한번 더 물었다.

"그럼, 저는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우움..."

잠시 고민하던 사마휘는 갑자기 손을 뻗으며 문화에게 안겨들었다.

"아앗!"

물컹.

"헤헤. 문화는 여자."

문화의 품에 안긴 사마휘가 기분 좋다는 듯 헤실거리며 그녀의 젖가슴을 쥐락펴락 했다. 잠시 당황했던 문화는 자신의 품속에서 아이처럼 웃고 있는 사마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남녀의 차이는 아는 것 같았다.

그녀는 사마휘를 안은 채로 설명을 계속했다.

"남자는 다리 사이에 기다란... 에... 뭔가가... 있는데 그걸 여자의... 에... 그러니까 그... 오, 오줌 누는 곳... 거, 거기에... 다른 구, 구멍이 있는데... 거기에 그, 그걸... 특별한 날에 넣으면... 휘님처럼 배가 불룩해져요. ... 그리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태어나죠. 큼, 흠흠! 그게 임신이에요."

머뭇머뭇 횡설수설. 어떻게 설명을 끝마치긴 했지만 사마휘가 이해했을지 영 불안해지는 그녀였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사마휘는 왠지 모르게 어두운 얼굴이었다.

"그거... 틀렸어."

"네?"

"임신 아니야. 벌이야. 의아가, 내가 잘못할 때마다 배가 커진다고 그랬어. 그래서 맨날... 벌 받아."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문화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벌이요?"

"응..."

사마휘는 갑작스럽게 바지를 벗고 고의를 내렸다. 아무리 여자끼리라지만 갑자기 은밀한 곳을 내보이는 사마휘의 행동에 문화는 당황스러웠지만 곧 그녀의 정신연령을 생각하고는 고의를 도로 입히려 했다.

"여기... 맨날 아파."

그러나 그녀의 행동은 사마휘가 스스로 자신의 조갯살을 벌려 보이자 뚝 멈추었다. 그녀의 조개 깊은 곳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드문드문 피딱지도 보였다.

"누가 이런...!"

"의아가. 맨날 벌 받아."

"그가... 수경강사님을요?"

충격적인 사실에 문화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알고 보니 사마의는 친모를 범한 패륜아였던 것이다.

그녀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사마휘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당해오기만 한 것 같았다. 문화는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를 꼬옥 껴안았다. 영문도 모르고 그녀에게 안긴 사마휘는 어리둥절해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문화는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는 사마휘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제부턴 제가 곁에 있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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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외박 예정이라 여기가 끝입니다 --ㅋ 짬내서 하는 거라... 짤방은 없습니다. 등장한 여자들 얼굴은 다 올렸으니까...쩝쩝 따닥. 따닥.

모닥불에서 작은 불똥들이 튀며 나뭇가지들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폐허가 된 완에서 말머리를 돌린 일행은 신야성과 여남성을 지나 진으로 가던 중 날이 어두워지자 인근의 야산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동행 하던 중 초선과 월영이 죽립을 벗은 모습을 모자 모용환은 새삼 놀라야 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초선의 미모는 옛 고사가 하나 틀린 게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거기다 동생인 월영 역시 조금 풋풋한 모습이었지만 상큼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모용환은 월영을 보고 역시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깊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모닥불을 중간에 두고 옹기종기 앉아 있는 일행은 무척 어색한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오는 도중에도 주로 모용환과 초선만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다른 일행 간에는 별 얘기가 오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모용환이 건포만 먹을 수는 없다며 사냥감을 잡으러 사라진 뒤라 1남 3녀(사실 4녀)는 말없이 타들어가는 나뭇가지만 보고 있었다.

"저..."

가장 나이가 어린 월영(조운)은 어색함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는지 주유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십니까? 월 소저."

"... 저기, 주 공자님은 무척 잘생기셨네요."

"풋!"

"크, 크흠."

뜻밖의 말에 주유는 헛기침을 했다. 주유가 여자인 걸 알고 있는 태사자는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했다. 월영은 그런 태사자를 보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자기를 놀리는 거라 생각한 월영은 새치름한 얼굴로 그녀에게 일침을 가했다.

"태 언니는 이름하고 얼굴이 너무 안 어울려요."

"에?"

한번 말문이 터지자 이 당돌한 소녀는 거침이 없었다.

"이름이 사자가 뭐예요?"

"월영, 태 소저께 실례잖니."

옆에서 초선이 월영을 타일렀지만 월영은 오히려 기세가 등등해졌다.

"그렇잖아요. 저렇게 예쁜 얼굴을 가진 언니가 이름은 무척 무섭다고요. 분명 본명이 아닐 거예요. 맞죠?"

월영이 확신하듯 물어오자 주유는 어이없다는 얼굴이었지만 태사자는 오히려 머리를 긁적이며 뜻밖의 대답을 했다.

"그, 그게... 내 본명은 마가 많이 끼었다고 해서... 개명을 한 거야. 그런데 워낙 어렸을 적이라 옛 이름이 기억나질 않네. 하하."

자기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게 된 월영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녀는 초선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역시! 봐요, 언니. 내 말이 맞죠?"

"그건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모용 공자!"

풀숲 사이에서 모용환이 토끼 두 마리를 어깨에 들쳐매고 나타났다. 바닥에 토끼를 내려 놓은 모용환은 태사자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었다.

"이름 때문에 그렇게 드세진 건가?"

'그래서 이름에 물음표가 있었나 보군.'

"머, 머리 만지지마!"

태사자가 손을 밀쳐내자 모용환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토끼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가죽을 벗겨내고 부위별로 고르게 고기를 잘라낸 후, 기다란 나뭇가지에 꼬치를 만들어 모닥불에 굽기 시작했다.

고기가 익어가며 맛있는 냄새가 풍기자 일행은 자기들도 모르게 시선을 토끼고기에 모았다.

그 때 모용환이 월영에게 말을 걸었다.

"월 소저."

"네, 넷?"

그에게는 왠지 모르게 찔리는 게 있었기에 월영은 말을 더듬었다. 모용환은 그런 그녀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이것도 인연이니 편하게 대해도 되겠지?"

"그, 그러세요."

"이 나이에 모용 공(公)이란 소리를 들으면 너무 늙어 보인단 말이야. 월영은 어리니까 오라버니라고 불러."

당황스런 와중에도 어리단 말에 월영은 발끈했다. 그녀는 그런 쪽으로 묘한 콤플렉스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리지 않아요! ...오라버니."

"그래. 그런데, 월영.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야..."

"뭐, 뭔데요?"

그의 말투가 은근해졌다. 덩달아 초선도 이 남자가 의문을 품은 건 아닐까, 순진한 조운이 엉겁결에 정체를 누설하진 않을까 생각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태사자의 이름 얘기를 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월영이란 이름도... 본명은 아니지 않아?"

"......!"

무언가 눈치 챈 것일까? 월영은 모용환의 물음에 완전히 굳어버렸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표정관리를 못하는 월영을 보며 초선이 재빨리 나섰다. 이미 표정에 다 드러난 이상 숨기긴 어려운 일. 다른 식으로 무마를 해야 했다.

"모용 공자. 월영은 이 아이의 이름이고, 성은 황이에요. 하지만 사정이 있어 숨겼을 뿐이니 나쁘게 여기진 말아주세요."

"하하! 장난삼아 물어봤을 뿐인데... 따지고 보면 이름만 말한 것도 숨겼다고 할 수 없고, 사정이 있어 가명을 말하는 걸 탓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죄송하게 되었군요."

호탕하게 웃는 겉보기완 달리 모용환의 내심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냥을 하던 중 문득 초선의 상태가 어떤지 보고 싶어 상태창을 보게 된 그였는데, 그는 그걸 보고 무척이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름 : 초선(?)]
[통솔 : 83]
[무력 : 38]
[지력 : 100]
[정치 : 98]
[매력 : 92]

무려 지력이 100이었다. 게다가 결정적인 건 이름 옆의 (?)... 그가 알기로 삼국지에서 지력이 100이고, 정치가 98이 될 만한 사람은 제갈공명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갈량은 남자. 절세의 미녀일리 없...는게 아니라 있을 수도 있었다. 이곳은 무언가 뒤죽박죽인 세계. 제갈량이 여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제갈량이라 친다 하더라도 초선이라는 가명은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이미 초선의 상태를 본 이상 그는 월영의 상태까지도 보았다.

[이름 : 월영(?)]
[통솔 : 90]
[무력 : 96]
[지력 : 70]
[정치 : 65]
[매력 : 81]

... 이 정도면 분명 그가 모르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름 옆에 (?)가 있는 것으로 보아 본명은 아닐 테고, 그래서 그녀를 떠 보았다. 새파랗게 굳어진 얼굴과 조금 당황한 듯한 초선의 변명.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모용환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연의와는 너무도 다른 세계이니, 그녀가 제갈량이라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연의에서 제갈량은 사마의보다 먼저 임관을 하지만, 제갈량이 등장하지도 않은 지금 사마의는 조조군의 촉망받는 군사로 활약하고 있었다. 제갈량이 죽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다.

'아군으로 끌어들인다.'

누구면 어떻게 누구면 어떤가. 어차피 아군이 되면 그런 것도 다 필요 없을 텐데.

"고기가 다 익었군."

모용환은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토끼꼬치에 가져온 조미료로 양념을 하고는 일행에게 나누어 주었다.

"맛있어!"

태사자가 탄성을 내질렀다. 주유나 초선도 의외로 한번 깨물자 입 안 가득히 퍼지는 육즙에 살짝 놀란 듯 했다. 다만 월영은 아직도 굳은 얼굴로 고기를 씹는 둥 마는 둥 하며 먹고 있었다.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이 오라버니가 못하는 건 없다니까. 잘들 먹어둬. 부지런히 가다 보면 내일 해질녘쯤에 진에 도착할 테니 내일은 노숙 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군요."

주유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요즘 잦은 노상으로 몸이 배겨나질 못하던 그녀였다. 토끼고기로 충분히 배를 채운 일행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내가 불침번 설 테니 안심해."

야산이라 산짐승들이 있을 수도 있고, 확률이 희박하긴 하지만 산적도 있을 수 있었기에 모용환은 여전히 그루터기에 앉은 채였다. 일행은 무척 미안한 얼굴이었지만 태사자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여행한 것도 무척 피곤할 여인들이었기에 군말하지 않고 잠들었다.

이내 모두 잠들었는지 쌕쌕거리는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모용환은 마른 나뭇가지를 툭 하니 모닥불에 던져 넣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현대의 흐린 하늘과는 달리 별세계인 듯 환한 밤하늘이었다.

그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잠든 꽃들 가운데서 밤하늘의 별들을 헨다... 복 받은 인생이군."

그렇기에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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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없습니다. 새로 등장한 여자가 있어야 말이지요...(..)
이교를 넣어달라는 주문이 많군요... 사실 이교를 생각해 놓긴 했습니다만...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제가 생각한 이교는 조금 로리이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루트 선택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_-ㅋ 1. 로리 자매(15~16years old)

2. 손책/주유의 예처럼 대교는 손책, 소교는 쥔공에게... 이 경우 로리는 아니지요 3. 십라 다 내취향 아님 그냥 넣지 마셈 선택지를 드리는 이유는 이 두경우에 연결될 사건들을 다 생각해 놨기 때문이지요. 그 이상은 상상 초과로 패스.

답변은 리플로 해주세요.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연참하겠습니다. 진에 당도한 모용환 일행은 관우가 보낸 전령을 만날 수 있었다. 전령은 손책이 회계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제 그다지 위협될만한 세력이 없는 건안과 시상을 점령하면 양주를 손아귀에 넣는 것이었다. 유비군이 한 주의 패자가 되는 것이다.

당분간 자신이 필요할 일이 없어 보이자 모용환은 진로를 허창으로 바꾸었다. 원래는 바로 수춘 쪽으로 향해야 할 것을 허창과 진류를 거쳐 우회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 것이다. 언젠가 부딪쳐야 할 조조군을 염탐하는 의미도 있었고, 초선과 월영의 목적이 천하유람이라니 그녀들을 배려하는 의미도 있었다.

일행은 진에서 출발한지 이틀 후에 허창에 도착했다. 인구가 완의 두 세배는 되는 대도시인 만큼 볼거리도 무척 많았다. 그 동안 일행은 그동안의 어색함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

"와아! 사람 정말 많네!"

이런 대도시에 처음 와보는 태사자는 보는 것마다 신기한 것투성인지 연신 '우와'를 연발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기에 바빴다.

모용환도 이런 곳을 처음 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태사자에게 꿀밤을 먹였다.

"아얏!"

"너무 티 내지 마. 다 쳐다보잖아."

"신기한 걸 어떻게 해?!"

이마를 부여잡고 노려보는 태사자를 무시하며 모용환은 일행에게 말했다.

"배고프지?"

"네에."

월영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일행에게 돈은 많았기에 모용환은 일행을 데리고 근방에서 가장 큰 주루에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 점소이인 듯 조그만 아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어서 오세요! 다섯 분이세요?"

"그래... 그런데 사람이 좀 많아 보이는구나."

모용환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간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한가롭게 즐기고 싶었는데 주루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의 표정을 보자 점소이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1, 2층은 지금 사람이 많지만 3층은 두 분만 계십니다. 한가로운 걸 원하시면 3층에 가시면 되는데요... 3층은 돈이 조금 많이 들어서요."

"음, 그래? 돈이라면 걱정 마라."

쩔렁.

모용환은 묵직해 보이는 전낭을 들어 보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돈이 꽤 많아 보였다. 점소이는 바로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며 그들을 3층으로 안내했다.

부자들만 받는 3층은 과연 제 값을 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허창의 거리는 사람을 내려다보는 것이 취미인 자들을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주루 옆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3층에서는 나무들이 연출하는 녹색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있었다.

일행이 3층에 올라가자 넓은 층에 단 둘이서 술을 기울이고 있는 사내들이 보였다. 점소이가 말한 손님들인 듯 했다.

"헤헤. 뭘 시키실 건지?"
"여기서 가장 잘하는 걸 인원수에 맞춰 내 오거라. 술은... 소홍주가 좋겠는데..."

모용환은 말끝을 흐리며 일행을 바라보았다. 주유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 됐습니다."

"전 마시고 싶네요."

"나도!"

"음, 안 마실래요."

태사자는 그렇다치고 의외로 초선이 술을 원하자 모용환은 점소이에게 소홍주 3병을 주문한 후 요리가 나올 때 까지 일행과 한담을 나누었다.

그 때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사내들 중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삼십대 중반의 풍채 좋은 문사였다. 여자 꽤나 울렸을 듯한 얼굴이었다.

"하하핫! 꽃들의 향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오게 되었소."

"봉효! 그냥 이리 오게!"

"원양, 자넨 너무 딱딱해서 탈이야. 딱 보기에도 고지식한 친구 같지 않소, 형장?"

은근히 합석을 원하는 문사의 태도에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형장이라니 과분합니다. 전 모용 모라고 합니다. 이리 앉으시지요."

"뭔가 아는 친구로군! 자자, 자네도 이리 오게."

"아니... 크흠!"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원양이라는 사내는 계속되는 문사의 권유에 결국 일행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다시 보니 원양이라는 사내는 한 쪽 눈을 다쳤는지 안대를 하고 있었다.

사내 두 명이 합석하자 처음에는 못마땅한 기색이던 나머지 일행들은 시간이 자나자 자유분방한 성격의 문사와, 여자들에게 둘러싸이자 입도 못 열고 끙끙대는 외눈 사내라는 묘한 조합에 그런 기색을 지울 수 있었다.

"크흠! 세 분 소저는 정말 절세가인(絶世佳人)이구려. 여기 주 공자와 모용 공자도 천하의 미남이고. 오늘 개안을 했소이다."

"과찬이세요."

"하하! 그런 말은 많이 들었어."

딱!

"아, 왜 때려!"

"여자답게 좀 굴어."

"내가 뭐 어때서?!"

"호호호! 모용 오라버니, 태 언니 정말 귀엽지 않아요?"

"뭐?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게!"

"......"

일행의 외모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 문사와는 달리 외눈 사내는 그저 애꿎은 술만 들이키고 있었다. 그로서는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는 듯 했다.

한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던 문사는 문득 진지한 표정을 하며 모용환과 시선을 맞추었다.

"모용 공자. 혹시 자네는 요즘 이름을 떨치는 유비님 휘하의 모용환이 아닌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여기는 조조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허창이었다. 적이라면 적이라 할 수 있는 모용환의 정체가 알려져서는 안 되는 곳인 것이다. 일행은 긴장했지만 뜻 밖에도 모용환은 순순히 인정했다.

"맞습니다. 다시 소개 드리지요. 유비님을 모시고 있는 모용환이라고 합니다."

외눈 사내는 흥미롭단 얼굴이었고, 문사는 조금 예상외란 얼굴로 다시 말했다.

"숨기려 하지 않는군? 자네가 모용환이라면 주 모라고 말한 공자는 유비님의 군사인 주유, 그 옆의 소저는 유요 휘하에 있던 태사자가 아닌가? 나머지 두 소저는 모르겠군."

"역시 다 알고 계시는군요."

문사의 눈이 다시 한번 빛났다.

"역시라? 우리가 자네들을 알 거란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건가?"

모용환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는 아니지요. 자를 듣고서부터입니다. 허창에서 봉효, 원양이라 불리는 두 사람. 한 명은 문사고, 한 명은 독안의 장수라면... 당연히 곽가 봉효님과 하후돈 원양님을 떠올리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 인물들이 저희를 못 알아 볼 리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곽가님은 어디에 있던 허창의 모든 정보를 알고 계시겠지요? 특히 저희처럼 눈에 띄는 일행이라면 사전에 보고를 받으셨을 겁니다."

허창은 조조가 있는 곳인 만큼 혹시라도 모를 암살자의 침입에 방비가 철저할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곽가는 무릎을 탁 쳤다.

"대단하군, 대단해! 소문이 오히려 그대를 적게 평한 것이었군. 인물이야."

"곽가님에 비할 수야 있겠습니까."

모용환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하필이면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 곳에 조조의 왼팔과 오른팔이라 불리는 곽봉효와 하후원양이 있을 줄이야. 한 사람은 조조의 제일참모로 수많은 귀계와 전략을 짜내고, 한 사람은 모든 군사를 총괄하는 총대장으로 허저, 전위 같은 쟁쟁한 무장들의 위에 군림하는 자였다.

'미치겠군.'

그들의 상태창을 본 모용환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름 : 곽가]
[통솔 : 81]
[무력 : 35]
[지력 : 100]
[정치 : 97]
[매력 : 80]

[이름 : 하후돈]
[통솔 : 97]
[무력 : 97]
[지력 : 61]
[정치 : 76]
[매력 : 87]

이건 완전히 제갈량과 관우가 아닌가. 모용환은 자기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높은 곽가와 하후돈의 능력치에 당황했다. 지력 100은 제갈량 말고는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만 알고 있기는 하지만 지력 100인 사람을 한 자리에서 두 명이나 보게 될 줄이야.

곽가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사실 난 자네를 잡아둘 생각이었네. 주군을 위해서라도."

"......"

직설적인 곽가의 말에 모용환은 침묵했다. 오히려 발끈하고 나선 것은 태사자였다.

"뭐야!"

"가만히 있어."

"우리를 잡아둔다잖아!"

말리는 모용환을 보고 언성을 높이려던 태사자는 그의 진중한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곽가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여기 원양 정도면 자네를 잡아둘 수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자네가 들어올 때 원양이 말하더군. '못이길 지도 모르겠다'고."

겨루어보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한다? 무인으로서는 치욕적이라면 치욕적일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하후돈은 정말 그랬는지 곽가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원양의 승리를 믿네. 하지만 자존심 강한 그가 인정할 정도의 사내라면 그렇다는 거겠지. ... 그것도 그렇지만, 흥미가 생겨버렸어."

모용환을 비롯한 일행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나는 이제 곧 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이네. 내 후계자도 생각해 두었지. 자네는 그를 시험하기 위한 내 안배가 될 걸세. 주군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는 자네를 놓아 줄 것이네."

"일선에서 물러난다니요!"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은 모용환이 아니라 초선이었다. 초선은 평소와 같은 침착함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곽가는 그녀의 말에 당황하지 않고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뭐, 자네들도 얼마 뒤면 알게 될 테니 말해 주도록 하지. 나는 예전부터 지병을 앓고 있었네. 아마... 얼마 뒤면 죽을 터. 하하하, 그런데 자네 같은 가인이 날 걱정해 주다니 행복하게 갈 수 있겠군."

초선은 곽가의 농담조에도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후계자란 사람이...?"

"사마의라는 친구인데, 들어 보았나?"

"......!"

초선은 입술을 깨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곽가는 의아스러워 했지만 이내 이어진 모용환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그 후계자를 위한... 곽가님의 안배가 되어드리지요. 단! 이건 제 의지입니다."

"흠... 그래도 위신을 세우고 싶은 건가? 자네는 이미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따라야 하네."

"그럴까요? 저 역시 곽가님을 보고 고민을 했었지요. 이 강적을 죽이고 달아나느냐, 마느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럴 자신이 있습니다."

시종일관 여유있던 곽가와 하후돈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만만한 것도 좋지만 용기와 만용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하네."

"글쎄요. 만용일까요? 저는 수춘에서 유비님을 데리고 탈출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 때는 장비라는 혹도 있었지요. 여기라고 다를 것 같지는 않군요... 하지만, 이미 중병을 앓으신다니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모용환은 미소를 지으며 양 옆에 앉아 있던 주유와 태사자의 어깨에 양 손을 걸쳤다. 그녀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모용환을 바라보았다.

"저는 혼자서 탈출할 수 있지만 이 덤들을 데리고 탈출하긴 힘들 것 같군요. 하후돈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 뭐,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어차피 사마의라는 자가 조조님의 군사가 된다면 맞부딪쳐야 할 상대.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졸지에 덤이 된 그녀들은 얼굴을 붉히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갑작스레 박장대소하는 곽가의 웃음소리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푸하하핫! 정말 인물이군! 좋네. 이건 자네 의지네. 이런 세기의 대결을 못 보고 가는 게 정말 아쉽군!"

그 때 한 사내가 3층으로 올라오더니 곽가에게 서신을 정했다. 그 서신을 받아든 곽가는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주군께서 부르시는군. 이만 실례하겠네. 허창에서 마음껏 즐기다 가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곽가가 가고, 하후돈이 남았다. 그 때까지 묵묵히 있던 하후돈은 갑자기 잔에 술을 담아 모용환에게 내밀었다.

"받게. 운이 나쁘다면 생애 마지막으로 마실 수 있는 술인지도 모르니까."

"... 무슨 뜻입니까?"

"봉효는 자네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난 아니네. 그건 주군을 위해서 있을 수 없는 일."

역시 성질 급한 태사자가 소리쳤다.

"뭐야?! 아저씨,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히 쫌생이잖아?!"

"아녀자가 낄 자리는 아니네."

다시 발작하려는 태사자를 팔로 막으며 모용환이 물었다.

"곽가님은 조조군 군사의 자격으로 우리를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약속을 어기실 생각입니까?"

"약속은 어기지 않네. 약속대로 병사들은 자네들을 막지 않을 것이고. 단지 자네는 나와 일기토를 하는 거지. 봉효와 나의 지위는 같으니 그의 약속에 내가 구속될 이유는 없지."

하후돈의 논리는 타당했다.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실질적인 군권은 하후돈에게 있었으니 그가 병사들을 움직여도 할 말은 없었던 것이다.

"좋습니다. 나가도록 하죠."

"음."

관우와 대련한 경험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련. 제대로 된 장수와 목숨을 건 일기토를 벌인 적은 없었다. 아니, 여포와의 대결이 있긴 했지만 그건 너무 일방적이어서 대결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모용환의 무력이 100이라지만 상대 역시 무력 97의 역전의 무장. 태사자와 관우의 경우처럼 무기의 차이가 명백하지 않은 한 승패를 가늠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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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로리로 가야 할까? 푸후후 반전이 있어야 재밌는 법.
예를 들면 여기서 하후돈에게 주인공이 죽는다... 정도? ㅋㅋㅋ 하후돈이 먼저 내려가고, 모용환도 그를 따르려는데 그의 옷깃을 잡아끄는 손길이 있었다. 주유였다. 그녀는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모용 공. 가지 마십시오.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이대로 밖으로 나가 말을 타고 도망치는 게..."

"저 쪽에서는 약속을 지키는데, 정작 내가 어길 순 없어."

단호한 모용환의 태도에 주유가 화난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우린 그와 만난지 한시진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의 말을 그렇게 순순히 믿을 수 있습니까?! 평소의 당신답지 않습니다!"

모용환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보더니 킥 하고 웃었다.

"남자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법이야."

"저, 저도 남, 남자입니다!"

모용환은 당황하여 더듬거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 구경중에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는 소리도 못 들었어? 잘 보고 있으라고."

주유는 장난스레 말하고 내려가는 모용환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자 대 남자 같지 않은 둘의 태도에 초선은 묘한 눈빛을 했다. 갑자기 주유의 어깨를 태사자가 툭 쳤다.

"건업에서 너도 봤잖아? 저 인간은 쉽게 죽지 않아. 전장에서는 이 나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구."

"...하지만..."

월영이었다.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모용 오라버니가 강하다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상대는 조조군의 군총수 하후돈님이라구요. 워낙 군을 통솔하는 능력이 뛰어나 개인적인 무력은 별로 부각되지 못했지만 맨손으로 조조님을 공격하려던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사람이에요. 그 때 한쪽 눈을 잃었다고 하구요."

하후원양이 밀행을 하던 조조에게 달려들던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이야기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그 때부터 하후돈의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이 아닌 장수로서의 능력 역시 그에 못지않음이 확인되었으니까. 일행의 분위기가 다시 암울해졌다. 거기에 초선이 결정타를 날렸다.

"제가 듣기로는 강한 무인 둘이 겨루면 서로 힘을 조절하지 못하기에 한 쪽이 이겨도 한 쪽이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모용 공자가 이기면 좋겠지만... 만약에 하후돈님이 중상을 입거나 만약에라도... 죽는 경우,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예요. ...지금은 모용 공자를 믿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네요."



"좀 늦었군."

"하하,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달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걱정 받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 보아하니 검을 쓰는 것 같은데, 이걸 쓰도록 하게."

하후돈은 검집에 꽂혀 있는 검 하나를 통째로 모용환에게 주었다. 검집은 수수했지만 모용환이 검을 빼고 보니 검신이 투명하리만큼 깨끗하고 날에 새파란 예기가 서려 있는 것이 천하의 명검이었다.

"이건... 척 보기에도 굉장한 보검같군요."

"청공검일세. 본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검이지. 일전에 주군의 가문에 내려오던 의천검을 하사 받았기에 내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이네. 자네의 검은 일반 대장간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검이고, 나는 의천검을 들고 있으니 공평성을 위해서라도 자네도 명검을 쓰는 것이 합당하지. 나를 이긴다면 청공검을 가져도 좋네."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모용환은 청공검의 차가운 검신을 쓰다듬었다. 이전까지는 무기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었는데, 태사자가 관우에게 맥없이 진 이유를 알게 되면서 명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청공검이라니. 청홍검, 천공검 등으로 불리며 원래는 조조가 하후은에게 하사했던 것을 장판파에서 조자룡이 그에게서 빼앗아 썼다는 희대의 명검이 아닌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 검을 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겠군요."

"이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겨보게. 그럼 가도록 하지!"

쐐애액!

산이라도 부술 듯한 거력(巨力)이 담겨 있는 일격이 허공을 갈랐다. 모용환은 피하지 않고 맞부딪쳤다. 챙! 하는 맑은 충돌음이 울리며 두 사내는 검날을 맞대었다.

부르르!

교차된 검신들이 떨려왔다.

"호리호리해 보여서 힘도 못 쓸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외눈이라고 봐주지 않겠습니다!"

"역시 건방지군!"

차앙!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내는 대치를 풀며 세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하후돈은 물러섬과 동시에 발끝으로 땅을 박차며 화살이 쏘아지듯 빠르게 공격해왔다.

"큭!"

안 그래도 무시무시한 힘에 손목이 아파오는데 선공까지 빼앗기고 가속도까지 가미된 하후돈의 공격을 막으려니 모용환은 연신 뒤로 밀렸다. 승기를 잡은 하후돈은 맹수처럼 독안을 빛내며 폭풍처럼 모용환을 몰아쳤다.

밖으로 나와 대결을 보고 있던 일행들은 모용환이 밀리는 것을 보고 무척 불안한 얼굴들이었다. 심지어 주유는 눈까지 감고 있었다.

촤악!

하후돈의 빗발치는 공세를 모두 막을 수는 없었는지 모용환의 좌측 어깨 쪽 옷이 길게 갈라지며 붉은 검상이 새겨졌다.

어깨를 베었음에도 의천검의 검날에는 피한방울 묻지 않았다. 오히려 백색 검광을 더욱 짙게 흩뿌리고 있었다.

"아까의 당당함은 대체 어디로 갔나?!"

"큭!"

실전 경험의 차이였을까. 모용환은 다시 한번 허벅지 쪽에 검상을 입으며 피를 흘렸다. 일방적인 하후돈의 우세였다. 하후돈의 눈에 약간이지만 실망감이 어렸다. 자기가 사람을 잘못 보았단 말인가?

"조금 이르지만... 이게 전부라면 끝을 내도록 하지."

하후돈의 외눈이 살기로 물들었다. 정말 이 정도가 끝인 사내라면 청공검을 주면서까지 굳이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모용환은 의천검에 실린 경력이 더욱 막강해지며 뼛속까지 파고드는 충격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반격을 하고 싶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 아직이다.'

호승심에 불타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막고만 있다가는 기회가 오기도 전에 죽을 것 같았다.

'도박을 할 수 밖에!'

여포 때도 그렇고 강자들만 만나면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상황이었다. 내심 쓴웃음을 지은 모용환은 내리쳐오는 하후돈의 공격을 막으며 슬쩍 몸을 비틀었다. 자연스럽게 노출된 빈틈이었다.

하후돈의 눈이 시퍼런 안광을 토해냈다.

푸욱!

"아악!"

"안돼!"

의천검이 모용환의 몸을 관통하자 일행은 참담한 얼굴이었다. 월영은 비명을 질렀고 태사자는 모용환에게 달려갔다. 주유는 슬며시 눈을 뜨며 파랗게 질린 얼굴로 굳어버렸다. 초선만이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하후돈은 냉정한 얼굴로 모용환을 보며 말했다.

"자네가 졌... 아니?"

스윽.

승리를 선언하려던 하후돈은 목가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는 것을 느꼈다. 청공검의 검날이었다. 그가 다시 모용환을 바라보니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이대로 손을 쓴다면 하후돈님은 죽게 될 겁니다. 배를 찔린다고 죽지는 않으니까... 제가 이긴 거 아닙니까? 그나저나 이거 너무 아프니 좀 빼주십시오. 뱃속까지 시리군요."

그제야 하후돈은 모용환이 일부러 약세를 보여 그를 도발시켰다는 걸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답은 쉽게 나왔다.

'만약 내게 상처를 입힌다면 온전히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거군. 하, 그래서 이런 식으로 승부를 본 건가? ...빚을 졌군.'

그는 공정한 대결이라 생각했지만 모용환이 느끼기엔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상황이 그랬으니 하후돈은 할 말이 없었다.

"괜찮아?!"

"아, 아파 죽겠다..."

태사자가 달려오자 모용환은 엄살인지 진짜 아파서 그러는 건지 몰라도 아파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넘어간 태사자는 그녀답지 않게 안절부절 못하며 황급히 모용환을 지혈했다. 그녀는 도중에 하후돈을 노려보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모용환의 승리가 된 걸 깨달은 일행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주유는 다짜고짜 모용환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모용환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를 달랬다. 알맹이는 여자라도 남들이 보기엔... 오해의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조, 좀 떨어지면 안 될까?"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모용환의 말에 주유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았다. 바로 옆에서 웃음을 참는 태사자의 얼굴을 시작으로, 묘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월영과 초선, 헛기침을 하는 하후돈 등... 그녀의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그런 그녀를 초선이 구해주었다.

"주 공자, 상처를 닦아야 하니까 뜨거운 물과 깨끗한 천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그, 그러지요!"

주유는 도망치듯 주루로 다시 들어갔다. 그녀가 사라지자 하후돈이 뭔가 어색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허창에는 좀 더 머무르게 되겠군. 사과의 의미로 자네의 치료비와, 허창에 있는 동안의 비용은 모두 내가 내도록 하겠네. 미안하군."

"... 고맙습니다만,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크흠! 뭘 말인가? 그럼 난 이만 가 보도록 하겠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군."

안 어울리게 어색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하후돈을 보며 모용환은 주유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남장을 풀게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응? 그러고 보니 왜 아직도 남장을 하고 있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그녀는 왜 아직도 남장을 하고 있을까? 하긴 이제 와서 다시 여장을 하려면 본인도 어색할 테고, 정보, 한당, 황개 등 그녀를 남자로 알고 있는 장수들과의 관계도 좀 이상해질 테니... 하지만 언제까지 남자로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욱이...

"모용 오라버니. 주 공자님이랑 정말 친구사이 맞아요?"

"저도 조금 궁금하네요."

오해의 골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해결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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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하후돈입니다.
Neo스타이너/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사마의가 먼저 임관을 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_-ㅋ 태사자의 성 문제는 사실 저도 고민을 하긴 했었는데... 그냥 태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라면? 태 언니 > 태사 언니 ......... 태사 언니는 좀. 뭐, 앞으로 태사향이 나올 일은 없을 테니... 혹시라도 주인공과 태사자가 붕가붕가를 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몰라도.

곽가는 자택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워낙에 술과 미녀들을 좋아하는 그는 커다란 창문을 열어놓고 달빛 아래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것을 무척 즐겼다. 이 난세에 월하독작(月下獨酌)의 흥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큰 기쁨이었다. 그래서 이 취미를 즐길 때면 주위에 하인들이 얼씬도 못하게 했다.

"크-! 좋군, 좋아."

죽엽청(竹葉靑)은 이름 그대로 대나무를 연상케 하는 연두빛깔의 술이다. 그런 술에 달빛이 비춰지니 그 신비로운 푸르름에 영혼이 빨려들어 갈 듯 했다.

"저기..."

전신에 퍼지는 청량한 술기운을 만끽하던 그는 하인의 부름에 살짝 인상을 구겼다.

"이 시간대에는 방해하지 말라 일렀잖느냐."

"죄송합니다요. 그게, 면사를 쓴 여성분이 만나 뵙고 싶으시다기에..."

"면사를 쓴 여성?"

곽가의 미간이 골이 패였다. 이 늦은 밤중에 자신을 찾아올 여자는 그가 알기로 없었다. 주군인 조조라면 모를까... 평생을 풍류남아로 보낸다고 했었지만 여자들과는 일정 이상 가까워지지 않은 그였다.

그의 반응에 하인은 말하기가 민망스러운지 더듬더듬 말했다.

"저, 그게... 나리의 정부(情婦)시라고..."

"으음?"

정부라니? 평생 어느 여자에게도 정을 준 적이 없는 그였다. 이미 죽음이 정해져 있는 몸이 책임지지도 못할 짓을 왜 하겠는가?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그녀가...?! ...들어오시라고 해라."

"예."

잠시 후 검은 옷을 입은 면사의 여인이 그의 방으로 들어섰다. 면사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면사 아래의 굴곡진 몸매는 뭇 남정네들의 마음을 녹일 정도로 늘씬했다. 그녀가 걸어옴에 따라 허리어림까지 늘어진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요요롭게 빛났다.

여인은 사뿐사뿐 방 안으로 들어와서 말없이 곽가의 정면에 앉았다. 그리고 면사를 벗었다.

가는 눈썹에 젖어 있는 눈, 앙다물린 붉은 입술과 백옥 같은 얼굴. 그러나 왠지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젊은 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곽가는 얼굴을 드러낸 여인을 보자 피식 웃었다.

"설마 했더니... 적진에 몸소 납실 줄은 몰랐군."

"취미는 여전하군요."

여인은 그의 앞에 놓여 있는 술상을 보며 대뜸 말했다. 그녀의 음성은 차가웠지만 잔잔한 떨림이 있었다.

"내 유일한 낙이니까. 그런데, 정부라? 자존심 강한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요?"

쏘아붙이는 여인의 말에 곽가는 술잔을 탁 내려놓았다.

"흠, 그건 네가 유혹한 것 아니었나."

"살아야 했으니까... 당신이라면 못 참을 것도 없었을 텐데요."

곽가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떴다. 지금의 화제는 그의 인생의 오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조용히 여인의 이름을 읊조렸다.

"...서서. 많이 아름다워졌구나."

예전, 사마의를 발탁하기 위해 그의 호위대 다섯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사마의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에 그가 향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가 목도한 것은 패륜을 저지른 사마의와 한 소녀를 능욕하려는 자신의 호위대였다.

천인공노할 일에 곽가는 당시 그 다섯 사내들을 모조리 참수해버리고 사마의를 반 년 간 근신시켰다. 제 때에 그가 도착한 덕분에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은 소녀였지만, 서서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충격을 받았는지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었다. 곽가는 그런 서서를 자택에서 요양시켰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그 날도 어김없이 곽가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얇은 옷차림의 서서가 들어왔다. 그녀는 깜짝 놀란 곽가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었다. 달빛에 비춰져 은은하게 드러나는 소녀의 유혹적인 나신에 곽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인을 좋아하되 안지는 않는다는 신조의 그였지만 취기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게다가 소녀의 어설프나마 유혹적인 몸짓은 흡사 달의 요정처럼 아름다워, 거부할 마음조차 들지 않게 했다. 곽가는 그 자리에서 소녀의 처녀를 가졌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곽가는 자기의 실태를 깨달았다. 그렇지만 서서는 온데 간데 없었고, 서신 하나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곽가는 그 서신을 보고서야 소녀가 충격으로 말을 못한 게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해 못한 '척'했다는 것을 알았다.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계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달 동안 그의 집에서 그의 성격이나 버릇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놓고 있었다. 지난밤의 모든 행동 역시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회상을 끝마친 곽가는 피식 웃었다.

"서신 마지막은 걸작이었지. '내게 빚을 졌다고 느낀다면 날 쫓지 말아요. 그리고 말과 돈은 나중에 갚겠어요.'였던가?"

"엄연히 조조군에 억류되어 있었던 몸. 도망치다 잡히면 죽을 수밖에요. 그리고 약속대로 그 때 빌려간 돈과 말은 두 배로 갚았으니 우리 사이에 이제 빚은 없어요."

"나도 동정이었는데, 내가 너무 손해 본 것 아닌가? 푸후후. 어쨌거나 거의 5년만이로구나, 서서. 이런 이야기나 하려고 동탁의 군사인 네가 친히 온 것은 아닐 테고, 무슨 용무지?"

지금도 그는 가끔 생각하곤 한다. 융중에서 그가 만난 사람이 사마의가 아니라 서서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그의 후계자는 그녀가 되었을 테고 어쩌면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되었을지도.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서서는 차갑게 말했다.

"완에서의 일을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죠?"

"역시 그것 때문인가? 짐작하다시피 사마의의 계책이었지. 난 일절 관여치 않았어."

서서는 잠시 침묵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죽음이 머지않은 건가요?"

"흐음?"

"당신의 성격으로 봐서 그런 일을 막지 않을 리 없어요. 그런 사내였다면 예전에 난 당신에게 구함 받지도 못했겠죠. 그런 당신이... 사마의를 막지 않았다는 건 그에게 자리를 물려 주려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당신이 지병을 앓는다는 것, 잘 알아요. 곧 죽을 몸이라는 것도. 그렇다면 지금의 행동은..."

거기까지 들은 곽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맞았어. 난 이제 곧 죽게 돼. 1년도 못 살 테지."

쾅!

갑자기 서서가 술상을 두 손으로 내리쳤다.

"그렇게 쉽게 말할 일이 아니잖아요! 당신은 죽는다는 게... 술을 마시듯 쉬운 일인 줄 알아요?! 영영 못 보게 되는 거잖아요! 나, 난...!"

그녀의 마지막 말은 급격히 떨리고 있었다. 곽가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살짝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보기 위해 온 건가...? 다행이야. 짝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후후."

"...당신..."

서서의 얼굴에서 손을 떼며 곽가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죽을 때가 가까워져서야 마음 속 연인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감상적인 것도 여기까지다. 더 이상은... 더 이상 선을 넘으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질 것 같았다. 벌써부터 마음이 아파오지 않는가. 죽기 싫다고, 이 여인을 남겨두고 죽기 싫다고 가슴 속에서 외치는 듯 했다.

그는 애써 화제를 돌렸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걸 보니 아직 동탁의 신임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군 그래."

보통 군사라면 이렇게 장기간 성을 비울 수 없다. 그녀가 군사가 된 건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아직 동탁의 신임을 완전히 얻지는 못한 듯 했다. 할당되는 일이 별로 없으니 이렇게 올 수 있었을 터.

"...맞아요. 하지만 너무 오래 나가 있어서도 안 되니 이제 곧 돌아가야해요."

여인의 몸으로 동탁의 세력에서 군사가 되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 것인가. 그녀는 마치 곽가가 자신을 잡아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 곽가 역시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그렇군. ...잠시만 기다려."

곽가는 잠시 방을 나갔다 왔다. 다시 돌아온 그의 손에는 푸른 봉투와 붉은 봉투가 있었다. 그는 그 두개의 봉투를 서서에게 건넸다.

"아마 여기서 머물다 갈 순 없겠지? 외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심 많은 동탁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혹시라도... 동탁에게 팽(烹)을 당하거든, 붉은 봉투를 뜯어봐. 그러면 네가 어찌해야 할지, 푸른 봉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 알 수 있을 거야. ... 이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 되겠군."

붉어진 눈으로 곽가를 보고 있던 서서는 두개의 봉투를 소중히 받아들었다. 그것으로 그들의 짧은 만남은 끝났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보겠어요."

"그래. 배웅하지는 않을 거야. ... 다음에 보도록 하자."

서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도 알고 곽가도 알고 있듯이, 다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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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상대방 공격을 막고 손이 아프다고 해서 힘이 딸리는 건 아닙니다...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이 힘껏 내리친걸 막아도 손이 아프지 않습니까? 그런 이치죠. 힘에서 완전히 밀린다면 무기를 놓치거나, 쓰러지거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무력 100=힘100이 아닙니다. 힘30%2B기술70일 수도 있고 힘 90%2B기술10일수도 있죠. 개인 기량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태사자가 무력이 높다고 힘이 ㅎㄷㄷ 한것도 아니듯이...

p.s / 짤방 보는 법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적습니다. 그냥 메뉴 중에 '작품삽화'를 누르시면 됩니다 ^^ 이번화 짤방은 비운의 천재 곽가입니다.

작가 정말 예쁘지 않나요? ㅋㅋㅋ 하루에 한두편씩 꼭꼭 올리는 이런 작가 드뭅니다 고로 추천 ㄱㄱ 복부의 관통상보다도 더욱 모용환을 난감하게 했던 주유와의 관계(?)는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었다. 얼굴의 눈물 자국 때문에 남장을 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이제 마땅히 남장을 할 이유도 없고 모용환의 강요도 있고 해서 주유는 본래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갔는데, 갑자기 확 바뀐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기가 민망한지 웬만하면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모용환의 경이적인 회복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어 이틀이 지나자 상처는 거의 다 아물게 되었다. 하지만 상처가 거의 다 나았음에도 모용환은 할 일이 없었다. 초선과 월영은 볼일 때문에 잠시 밖에 나간데다가, 주유는 방 안에만 박혀 있었다. 이틀 간 요양을 하느라 방 안에만 있던 그로서는 심심해 죽을 지경이었다.

결국 모용환은 점심을 먹고 태사자와 심심풀이를 겸해 대련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호승심에 불이 붙어 꽤 격렬한 대련이 되었다. 결과는 그의 승리.

태사자는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역시 못 당하겠어. 혹시 이것도 봐준 거 아니야?"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나름대로? 쳇, 난 이만 씻으러 갈 거야."

태사자는 툴툴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모용환은 마찬가지로 땀에 젖은 옷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씻어야겠군."

모용환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새 의복을 챙겼다. 막 욕탕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그는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췄다.

"... 같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태사자의 방이었다.

쏴아-.

태사자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들려온 것은 물 끼얹는 소리였다. 모용환은 훌렁 옷을 벗고 짖궂은 얼굴을 한 채 욕탕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즉각 날아오는 바가지와 뾰족한 비명.

"꺄아악! 누구야!"

모용환은 가볍게 바가지를 받으며 씩 웃었다.

"이럴 땐 여자 같은데?"

상대가 모용환이란 걸 안 태사자는 욕조 안에서 머리만 빼꼼 내민 채 알몸으로 욕탕에 난입한 그를 보며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뭐, 뭐야?"

고급 주루라서 그런지 욕조도 컸다. 모용환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욕조 안에 풍덩하고 들어갔다. 알몸의 모용환이 욕조에 들어오자 깜짝 놀란 태사자가 욕조를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모용환이 한쪽 팔로 그녀의 배를 단단히 안아왔기 때문에 시도로만 그쳤다.

"같이 목욕하자는 거지. 서로 못 볼 거 볼 거 다 본 사인데 뭐 어때?"

품에 그녀를 껴안은 채로 모용환이 속삭이자 태사자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아무리 한 번 운우지정을 나눈 사이라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와 같이 씻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 앗!"

태사자는 모용환의 팔에서 몸을 빼내려고 하다가 자신의 엉덩이에 딱딱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닿는 것을 느끼고 움찔했다.

모용환은 혀로 그녀의 상기된 목을 애무하며 소담스런 젖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뚝 솟아오른 유두가 손가락 사이에 걸리며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는 손가락 사이에 그녀의 유두를 끼우고 짜내듯 힘을 주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자극에 태사자는 뜨거운 신음을 토했다.

"아..."

"... 난 더 이상 못참겠는데?"

모용환은 태사자의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강렬한 욕망이 느껴지는 그의 눈길에 태사자는 한 손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가렸다. 평상시의 그녀답지 않은 여성스러운 모습에 모용환은 더욱 흥분이 되는 것을 느꼈다.

"그, 그렇게 쳐다보지마... 힉!"

태사자는 모용환이 자신의 몸을 욕조 한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이자 묘한 탄성을 흘렸다.

모용환은 그녀의 몸을 끌어안은 채로 일어섰다. 물 속에 잠긴 그녀의 나신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끌어안은 채 열기가 느껴지는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두 남녀. 태사자는 더 이상 거부의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아름다워..."

"... 갑자기 들어온 주제에."

물기를 잔뜩 머금어 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한층 더 붉어 보이는 입술. 모용환은 시선을 더 내렸다.

조금은 작다 싶은 유방과 꼿꼿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유두, 그 아래 앙증맞게 파인 배꼽과 물에 젖어 일정한 결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검은 수림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비쳐 보이는 붉은 속살... 모용환은 인내의 끈을 놓아 버렸다.

"하아악!"

태사자의 조갯살이 좌우로 벌어지며 모용환의 육봉을 깊숙하게 받아들였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에 태사자는 숨넘어갈 듯한 비음을 토했다.

"흐읍!"

모용환은 육봉을 태사자의 꽃잎에 완전히 삽입한 채로 허리를 밀어 올렸다. 그 때문에 태사자는 발뒤꿈치를 들어올려야 했다. 그녀가 몸이 들려지는 느낌에 까치발을 하자 이번에는 쑤욱 하고 그의 육봉이 꽃잎을 빠져나왔다.

"에?"

내부를 꽉 채우고 있던 느낌이 사라지자 태사자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야에 다시 맹렬히 돌진해 오는 육봉이 보였다.

쑤욱! 척! 척! 척!

다시 들어온 육봉은 처음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그녀의 꽃잎을 파고들며 진퇴를 거듭했다. 물기 젖은 살들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꽃잎을 찢을 듯 커다란 육봉이 깊숙이 박힐 때마다 달짝지근한 신음성이 들려왔다.

"하아! 아아아!"

"후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다고. 방심하지 말아."

미소를 지은 모용환은 태사자의 살짝 벌려진 입 안에 혀를 넣었다. 달콤한 그녀의 설육을 느끼며 모용환은 빙글빙글 그녀의 입 안을 헤집었다. 그의 양손은 힘없이 늘어진 그녀의 팔목을 욕탕벽에 딱 붙여놓고 있었다.

쑤욱! 쑥!

한동안 왕복운동을 계속하던 모용환은 그녀의 팔목을 고정시키던 손들을 떼어 한 손으로는 그녀를 껴안고 한 손은 태사자의 다리 사이에 넣어 그녀의 엉덩이살을 움켜잡았다. 그 바람에 그녀의 다리 한쪽이 그의 팔에 걸쳐져 들려지게 되었다.

"아... 조, 좋아! 하악!"

태사자의 동공이 살짝 풀렸다. 다리가 벌어지자 꽃잎이 활짝 만개한 모양새가 되어 자극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려왔다.

"헉!"

그녀의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 주무르며 꽃잎을 격렬하게 쑤셔대던 모용환은 절정의 신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한껏 치켜 올렸다. 덕분에 까치발을 하고 있던 태사자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

"하아아악!"

태사자 또한 정액이 자궁 속에 가득 쏟아지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폭발과 동시에 그녀 또한 절정에 오른 것이었다.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잠시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모용환에게 안겨있던 태사자는 갑자기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의 꽃잎 깊숙이 꽂혀있던 불기둥이 다시 자궁 안을 꽉 채우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모용환은 물기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씩 웃었다.

"난 아직 안 끝났어."

그녀는 그 미소가 두렵게 느껴졌다. 그녀는 더듬더듬 말했다.

"대련도 했는데... 아, 안 힘들어? 나, 나 죽을지도 몰라. 학!"

"이런 예쁜이하고 있는데 왜 힘들겠어? 하하!"

모용환은 태사자의 젖가슴을 베어 물며 다시 열심히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철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태사자의 비명이 욕실 가득 울려 퍼졌다.



태사자의 방을 나오며 모용환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몇 번 사정을 하고 나니 태사자가 더는 못한다며 우는 소리를 했기 때문에 쫓겨나듯 그녀의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번 불이 붙는 그의 육봉은 여전히 시들 줄 몰랐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뭔가 더 강해진 느낌이군.'

원인이야 어떻든 일단 이 몸을 식혀야겠기에 모용환은 태사자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주유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벌컥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응?"

흐트러진 옷차림을 한 주유가 한쪽 벽에 기대어 주저 앉아 있었다. 상의는 모두 풀어헤쳐져 뽀얀 젖가슴이 드러나 있었고 그녀의 한쪽 손은 치마 아래로 살짝 엿보이는 고의 속에 손목까지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모용환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 옷매무새를 바로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상황파악을 하고 사악한 미소를 지은 모용환이 그녀의 팔을 잡고 내리누르는 바람에 그대로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후후. 이 벽 옆은 태사자의 욕실인데... 지금껏 쭉 듣고 있었던 거야?"

그의 은근한 물음에 주유는 당황하여 얼버무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현행범으로 잡힌 마당에 나올 핑계가 있을 리 만무했다.

"아, 아니... 난..."

"아니긴? 여긴 이렇게... 호오! 완전히 홍수가 났잖아?"

모용환이 그녀의 치마를 들춰보이자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고의와 바닥까지 흘러내린 애액이 보였다. 그리고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도. 변명의 여지가 없자 주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워낙 뜨거운 몸을 가진 그녀인지라 모용환과 태사자가 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자 참을 수 없어 자위를 하게 된 것인데, 그걸 모용환에게 딱 들켜버린 것이다. 그녀의 머릿속에 온갖 안 좋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날 음란한 여자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날 안 좋게 볼 거야... 아아... 내가 왜 이런 짓을...!'

유난히 성도덕관념이 강한 그녀다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용환은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를 껴안고 다정스레 말했다.

"내가 있는데 왜 이런 짓을 해? 자기 남자에게 해달라고 하는 건 나쁜 게 아니야. 특히 난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뜻밖의 말에 주유는 고개를 들었다.

"저, 정말인가요?"

"그래. 어디 얼마나 혼자 즐겼는지 볼까?"

모용환은 그녀의 옷을 찢듯이 벗기고는 자신의 옷가지도 벗었다. 그러자 장대한 그의 육봉이 드러났다. 그는 주유를 번쩍 안아들고는 침상에 엎드리게 했다.

"음, 잘 안보여. 엉덩이 좀 들어봐."

남자의 눈앞에 엉덩이를 쳐들어 보이라니.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수용 못할 요구였지만 지은 죄가 있는지라 그녀는 부끄러운 마음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모용환의 지시대로 했다.

뜨거운 꿀물로 열탕이 된 그녀의 꽃잎과 국화가 드러나자 모용환은 급격히 하체로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문득 이번에는 다른 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전희는 따로 필요 없을 듯하니...

그는 꽃잎 주위를 매만져 손가락에 애액을 묻힌 후 그녀의 국화 주변에 발랐다. 항문의 주름을 쓰다듬는 느낌에 주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 거긴 더러워요..."

폭.

그와 동시에 모용환은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항문에 삽입했다. 손가락이 국화를 뚫고 들어오자 주유는 엉덩이를 앞으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모용환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하으윽!"

"좀 힘들겠는데. 뭐, 많이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모용환은 손가락을 빼낸 후 육봉을 그녀의 항문에 삽입했다. 그녀의 몸이 작살을 맞은 듯 퍼덕였다.

"아아악! 아파요!"

절반밖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육봉이 직장을 뚫고 들어오는 고통은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모용환은 그 나름대로 거세게 죄여오는 그녀의 괄약근 힘에 육봉이 끊어질 듯 했기에 지체하지 않고 뿌리 끝까지 박아 넣었다.

"악-!"

그녀의 입이 떡 벌어지며 온몸이 빳빳하게 경직되었다. 그녀의 항문은 육봉의 둘레만큼 동그랗게 벌려져 모용환의 거대한 육봉을 전부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욱! 힘 좀 빼. 나도 아프다고."

"흐으으..."

어찌나 아픈지 주유는 눈물마저 글썽이고 있었다.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 모용환은 몸을 숙여 가슴을 그녀의 등에 맞대었다. 그는 그 상태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껴안고 탱탱한 유방의 돌기를 문질렀다. 태사자와는 다른 풍만함이 손바닥 한가득 느껴졌다.

"미안해. 다양하게 즐기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두 사람은 암캐와 수캐가 교미하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모용환은 주유의 유방을 손으로 애무하며 조심스럽게 진퇴를 시작했다. 주유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소리를 지르진 않았다.

쑤욱! 쑥!

반쯤 뽑혔다가 들어가길 몇 번, 모용환은 크게 왕복을 하기 보다는 그녀의 몸 속 안의 육봉을 이리저리 움직여 그녀의 직장 안을 마음껏 휘젓고 있었다. 그녀의 고통이 가실 때까지 기다리는 일종의 배려인 셈이었다.

한동안 육봉을 주유의 항문에 밀어 넣은 채 상하좌우로 노를 젓던 그는 주유에게 속삭였다.

"이제 가도 돼?"

"...네."

주유의 승낙을 얻은 모용환은 상체를 밀착시킨 그대로 허리와 엉덩이만을 움직여 거세게 박아대기 시작했다.

"아흑...! 하아악!"

주유의 감창소리에 더욱 흥이 난 모용환은 상체를 세우고 그녀의 양 팔을 뒤로 돌려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주유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한껏 내밀어진 그녀의 유방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퍽! 퍼억! 퍽!

"아아아! 하, 하윽!"

벌겋게 달아오른 육봉이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주유의 항문에 반발하듯 거칠게 그녀의 안을 쑤셔대자 그녀의 신음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그녀의 탄력 있는 둔부와 모용환의 고환이 맞부딪치며 음탕한 풍악을 울렸다.

고통이 사라지고 미칠 듯한 쾌감이 밀려오자 주유는 본능적으로 괄약근에 더욱 힘을 주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하체에서 피어오르는 쾌감에 그녀는 한껏 도리질을 쳤다.

"흐으읍!"

주유의 국화가 적극적으로 육봉을 물어오자 모용환은 수십 개의 끈이 육봉을 묶고 죄이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는 갑자기 쾌락에 젖은 주유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쯔걱.

모용환이 엎드린 주유의 몸을 돌리자 그녀의 국화잎 역시 빙글 회전을 하며 물기 젖은 마찰음을 냈다. 항문에 삽입을 한 채로 정상위 자세를 취한 모용환의 눈에 갈증에 찬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주유의 홍조 띤 얼굴이 들어왔다.

"하아아... 계속...!"

"후, 안 그래도 그럴 참이야."

모용환은 그녀의 젖무덤을 손아귀에 잡았다. 땀 때문인지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그는 주유의 유방을 빙글빙글 주무르면서 허리놀림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퍽! 퍽! 퍽!

"흐으윽! 아아아!"

육봉이 국화를 출입함에 따라 국화잎이 커졌다 작아지기를 여러 번, 점차 그 속도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분출의 욕구를 느낀 모용환은 그녀에게 엎어졌다. 남녀의 입술이 서로를 거칠게 탐했다.

울컥울컥

"음..."

"흐아앙..."

항문에 사정하는 느낌은 자궁에 싸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것은 주유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기묘한 신음소리를 냈다. 그녀와 깊게 입맞춤하며 정액 한 방울까지 토해낸 모용환은 이내 몸을 일으켰다. 폭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육봉이 주유의 국화에서 빠져나왔다. 육봉이 빠져나왔음에도 그녀의 항문은 붉게 벌려진 그대로 희멀건 정액을 찔끔찔끔 쏟아내고 있었다.

"낮인데 조금 무리했나."

장난스레 말하는 모용환을 땀에 젖은 얼굴의 주유가 하얗게 흘겨보았다.

"어떡할 거예요? 난 지금 너무 아파서 걸을 수도 없다구요."

"하하. 어차피 나오지도 않잖아? 음식은 내가 가져다 줄 테니까 걱정마. 정 아프면 내가 약이라도 발라 줄까?"

그렇게 말하며 모용환이 다시 국화 쪽으로 손을 뻗어오자 주유는 얼른 다리를 오므리며 빽 소리쳤다.

"됐으니까 얼른 나가요! 씻어야겠어요!"

"걸을 수도 없다며? 씻겨줘? 컥!"

끝까지 장난치다 결국 베개에 얻어맞은 모용환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그녀의 방을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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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정력이 강해진 것은 다수 88%25의 축복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거다.
간만에 h씬 세트입니다... 원래는 나누어 올리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주루로 돌아온 초선과 월영은 겸연쩍은 표정의 모용환에게 출발 일자가 다시 연기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주유의 상태가 별로 안좋다나. 태사자 또한 한낮인데도 내려오질 않아 3층에는 단 셋만 남게 되었다. 따로 이렇다 할 일이 없는 그들은 자신들만의 조촐한 연회를 열었다. 그로부터 한 시진이 조금 넘게 지났다.

"하후 공께서 비용을 대주시니 이런 것도 나쁘진 않군요."

모용환이 유비군에 있을 때는 일찍이 즐겨본 적 없는 진수성찬들을 맛보며 말했다. 신생세력이라 군자금이 부족했기에 장수들의 식단도 항상 간소했던 것이다.

"흥, 모용 공자의 속셈은 딴 데 있는 게 아닌가요?"

초선이 살짝 눈웃음치며 말하자 그 요염함에 모용환은 숨을 멈출 뻔 했다. 좀 전에 욕정을 해소하지 않았다면 절제를 잃었을지도 몰랐다. 노상에서 여행할 때는 초선이 죽립과 경장을 입어서 몰랐는데 초선은 이곳 주루에서 와서 상당히 파격적인 옷을 입었다. 지금만 해도 아찔한 어깨선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크윽, 이 여자가 날 작정하고 유혹하는 건가?'

그렇다고 헤벌레하고 덮칠 수도 없는 일.

"하하핫! 두 미인과 함께라면야... 세상 모든 남아가 절 부러워 할 겁니다."

그 때 체구에 맞지 않은 대식가인 월영이 젓가락을 쪽 소리 나게 빨며 물어왔다.

"모용 오라버니... 더 먹어도 되나요?"

"물론이지."

월영 때문에 잠시 끊겼던 두 사람의 대화는 초선이 다시 말을 걸어옴으로써 이어졌다. 그녀는 빈 술잔을 모용환에게 내밀며 작은 입술을 달싹였다.

"한 잔 주세요."

"그러지요."

쪼르륵.

황색빛깔의 소홍주가 비단 실처럼 흘러 내렸다. 초선은 넘칠 듯 말 듯 채워진 술잔을 곱게 받아들고 입술을 적셨다. 지금까지 몇 순배가 돌아서인지 그녀의 볼은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멍하니 한 폭의 미인도를 감상하고 있던 모용환은 그림 속의 미녀가 말을 걸어오자 상념에서 깨어났다.

"언제 쯤 출발하실 거죠?"

"흐음. 내일 쯤 가면 되겠죠. 주유도 많이 아픈 건 아니니까요."

'내일이면 걸을 수 있으려나.'

엉덩이를 부여잡고 울상을 짓던 그녀를 떠올린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초선은 취기가 감도는 눈빛으로 창 밖의 풍광을 바라보았다.

"... 주 공자가 여자였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호호호, 어쩐지 너무 곱다고 생각했어요."

"깜빡 속았지 뭐예요."

줄곧 두 사람의 대화에 끼지 못해 뾰로통하던 월영이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쳤다. 모용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속이려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괜찮아요. 동행하는 두 분 소저가... 정인이신가요?"

초선은 그윽한 눈길로 모용환을 응시했다. 술에 취한 절세미녀의 시선에 이런 쪽으로는 나름대로 면역이 되었다고 자부하는 모용환마저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었다.

"깊은 관계긴 하지만... 글쎄요. 단정하긴 어려운 관계군요."

"깊은 관계라면... 흐응, 인기 많은 남자네요. 모용 공자는."

그녀가 콧소리를 내며 몸을 살짝 비틀자 그녀의 상의가 조금 밀려 내려가며 동그란 어깨가 완전히 드러났다. 더불어 볼록한 형태의 우윳빛 가슴 윗부분이 살짝... 저기서 조금만 내리면... 모용환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애써 그녀의 가슴 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었다.

"모용 공자..."

"...왜 그러십니까, 초 소저."

그녀는 술잔에 반 정도 남은 술로 목을 축였다. 완전히 취했는지 초선은 술잔을 내려놓을 때 살짝 몸을 휘청였다. 깜짝 놀란 모용환은 팔로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노을이 참 예쁘네요."

그의 팔에 안긴 그녀가 문득 말했다. 모용환은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나 지난 것일까. 성벽 너머 산등성이에서 해가 반쯤 몸을 숨긴 게 보였다. 황금빛 노을을 중심으로 연보라빛 하늘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모용환은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풍광에 감탄했다.

"장관이군요. 그런데... 초 소저가 이렇게 자제력을 잃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동행한 사이긴 했지만 생전 만난 적도 없는 낯선 사내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을 살짝 질책하는 말투였다. 붉은 노을빛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눈가가 다른 때보다 붉게 물들은 듯 했다.

"제가 그런 여자로 보이나요?"

직설적인 초선의 물음에 오히려 모용환이 당황했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녀는 씁쓸하게 말했다.

"5년 전부터... 생긴 버릇이죠. 속이... 상해서 그래요. 풋, 그런 거 있잖아요? 남자들도... 실연 당하면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듯이... 그런 거랑은 좀 다르지만, 저도 비슷해요. ... 저 아이는 벌써 잠들었군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갈등어린 눈으로 모용환을 쳐다보았다. 모용환은 고개를 돌려 월영을 보느라 그런 그녀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여기서 그를 찌르면 되는데... 아냐, 아직은... 그가 죽으면 곽가나 하후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순간의 갈등이었지만 그녀는 냉철하게 상황판단을 내렸다. 지금 그를 죽이면 득보다 실이 많다. 곽가에 의해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었다.

"... 그렇습니까."

왠지 자조하듯 말하는 그녀에게 진한 아픔이 어려 있는 것 같아 모용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어느새 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월영에게 장포를 덮어주었다. 가을이긴 하지만 저녁 밤바람은 꽤나 차기 때문이다.

"졸려요..."

느닷없는 초선의 말에 모용환은 조금 당황했다.

"예?"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모용환을 응시했다.

"졸립다구요... 잠시만... 잠시 동안만 기댈게요..."

눈을 감은 초선은 비스듬히 모용환에게 기대왔다. 모용환은 자기도 모르게 한쪽 팔로 그녀를 껴안았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초선은 눈을 감은 채 픽 하고 웃었다.

"... 엉큼한 짓 하지 말아요..."

"하하. 저 또한 그런 남자는 아닙니다. 내일 아침에 진류로 출발할 테니 푹 자두십시오."

초선은 이미 잠들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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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줄것 같슴??? 좀 이따 연참 많은 일이 있었던 허창을 뒤로 하고 일행은 아침 일찍 진류로 향했다. 말안장에 앉자마자 고통을 호소하는 주유 때문에 일행은 마차를 사야했다. 물론 마부는 모용환이었다. 네 여인을 마차에 태우고 진류에 도착한 모용환은 거기서 이틀 째 기다렸다는 전령을 만날 수 있었다. 전령은 원술이 건업을 침공할 것 같으니 빨리 복귀하라는 내용을 전했다. 더 이상 늑장을 부릴 수 없게 된 모용환은 초선과 월영에게 양해를 구해 관도로 가지 않고 산을 넘어 바로 초로 가기로 결정했다. 초에서 수춘, 합비를 거쳐 바로 건업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좋았지만 운이 나빴다. 설마 이 깊숙한 산중에서 산적들을 만날 줄이야.

"크헤헤헤! 이런 곳에서 횡재를 하게 될 줄이야! 계집들이 야들야들해 보이는 것이... 꿀꺽!"

"저 년은 내꺼다!"

"난 저 계집!"

음흉한 얼굴의 산적들이 족히 일백은 되어 보였다. 이 험한 산 어디에서 이런 산적떼가 숨어 있었단 말인가. 모용환은 똥 밟은 기분이었다. 여기가 평지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런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그가 산적들을 상대하기엔 최악의 상황이었다.

"어, 어떡하죠?"

월영이 모용환과 등을 맞댄 채 불안한 음성으로 물었다. 대답은 태사자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창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어떡하긴? 싸워야지!"

"음..."

모용환은 침음했다. 월영과 태사자는 문제될 게 없지만 문제는 주유와 초선이었다. 그나마 손견군에서서 종군했던 주유는 무력이 65로 보통 산적 한 명과 맞설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초선은 38... 이렇게 사방이 포위된 상태에서 그녀를 지키며 싸울 수 있을까?
산적들은 무기를 빼든 일행을 보고 비웃었다.

"크하핫! 저년들이 재롱을 떨려고 하는데?"

"클클! 귀엽구만 그래."

그 때 초선이 낮은 음성으로 일행에게 말했다.

"모용 공자만 빼고는 모두 사로잡히지 않을 정도로만 싸우도록 해요. 저들이 원하는 건 우리들의 몸이니, 될 수 있으면 상처를 입히려 하지 않을 거예요. 그동안은 모용 공자가 전력으로 싸울 수 있어요."

일행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어차피 월영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으니 따로 일러두지 않아도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할 게 뻔했고... 태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 역시 기대할 만한 무력은 아니었다.

산적들은 그녀의 생각대로 행동했다.

"사내놈은 죽이고 계집들은 사로잡아라! 상처는 입히지 말고!"

챙! 채앵!

여기저기서 무기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일행은 가장 무력이 떨어지는 초선을 한 가운데에 놓고 사방에서 달려드는 산적들과 맞섰다.

산적들은 처음의 당당한 기세와는 달리 모용환의 청공검에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산적들은 그제야 모용환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놈들이 작전을 바꾸기 전에 한 놈이라도 더!'

청공검은 한치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가히 섬광처럼 청공검이 움직일 때마다 팔이 튀어 오르고 목이 떨어졌다. 족히 그 혼자 수십을 벤 것 같았다.

"이익! 보통 놈이 아니구나! 사내놈은 무시하고 계집들을 쳐라!"

올게 왔다. 놈들도 바보는 아니었는지 덤벼봤자 죽을 게 뻔한 모용환을 무시하고 여인들에게 덤비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호랑이가 하나 더 있었음을 산적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태 소저!"

초선의 외침에 소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던 태사자의 장창이 강한 살기를 담고 폭풍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크아악!"

"꺽!"

지금껏 산적 한두명도 겨우 상대하던 여인들이었기에 얕보며 달려들었던 산적들 대다수는 허무한 죽음을 면치 못했다. 태사자의 실력도 모용환에 비해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니었고, 장창의 장점을 살려 주유나 월영에게 달려들던 자들도 급소가 꿰뚫려 죽어버렸다.

태사자의 신위에 산적들이 주춤하자 모용환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태사자와 합세하여 그들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백명이 넘었던 산적들은 이제 이십도 채 되지 않았다.

그 때 계산 밖의 일이 일어났다.

"아, 아...!"

월영이 자신의 창에 목이 꿰뚫려 그르륵 거리는 산적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모용환과 태사자의 살육의 공포에 잠식당한 산적 한 명이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며 초선에게 달려들었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월영이 움직인 월영의 창이 그대로 그를 즉사시킨 것이었다.

월영은 창을 산적에게 꽂아 넣은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원한어린 산적의 눈동자가 그녀를 잡아먹을 듯 부릅떠져 있었다.

"월영!"

"정신 차려!"

초선과 태사자가 외쳤다. 하지만 그녀들만이 월영의 상태를 눈치 챈 것은 아니었다.

"이 년!"

그녀의 몸이 굳어버린 것을 알아챈 산적 한명이 주먹을 휘둘러왔다. 인질을 잡고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달려온 초선이 월영을 밀쳐냈다. 덕분에 산적의 주먹은 월영이 아니라 초선의 복부를 가격했다.

"아악!"

사내의 무지막지한 주먹에 배를 맞은 초선은 숨쉬기가 어려운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산적은 그녀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거칠게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는 단도를 그녀의 목덜미에 들이댔다.

"멈춰!"

이제 산적은 여섯만이 남았다. 모용환과 태사자의 손에서 살아남은 산적들은 인질을 잡은 자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이 년이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무기를 버려라!"

"음..."

진퇴양난이었다. 어떻게 한다? 자칫 잘못하면 독기를 품은 저들이 초선을 죽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정말 무기를 버릴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는 일단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는 스산한 살기를 담아 말했다.

"그녀를 죽인다면 너희 또한 절.대.로. 쉽게 죽지 못할 것이다!"

동료의 반수 이상을 홀로 도륙한 사신이 살기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오시하자 그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독기 품은 눈만은 모용환의 살기에 굴복하지 않았다.

"크흐흐... 이래저래 죽을 몸이라면 하나라도 더 데려갈 것이다."

퍼억!

초선을 방패로 삼아 뒤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던 자의 머리가 어디선가 날아온 창에 의해 관통되어 버렸다. 일행과 산적들의 시선이 창이 날아온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월영이 서 있었다.

자신을 붙잡고 있던 자의 손에서 힘이 빠지자 초선은 그의 시체를 밀치고 빠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튕겨나간 모용환이 창백한 안색의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모용환을 흘겨보았다.

"하아... 하아... 이젠 절 껴안는데 거리낌이 없군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놓아 주세요. 월영에게 가봐야겠어요."

모용환의 품에서 벗어난 그녀는 월영을 달래기 위해 그녀에게 향했다. 모용환은 이제 다섯이 된 산적들을 노려보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해줄까?"

차갑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자비심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자 자포자기한 산적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스걱.

"크악!"

"으아악!"

깨끗한 다섯 번의 칼질. 산적들은 달려오던 순서 그대로 몸이 제각각 양단되어 죽었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모용환은 월영을 중심으로 일행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월영은 아직도 파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괜찮니?"

초선이 손을 감싸며 물어오자 월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 살인. 이제 갓 스무 살이 되는 그녀가 견뎌내기에는 충격이 클 터였다. 그녀는 피칠갑을 한 채 다가오는 모용환을 왠지 모를 두려움이 깃들어 있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 모용 오라버니."

"아, 월영. 괜찮아?"

"오라버니는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죠?"

모용환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다가오던 그대로 몸이 굳었다. 그것은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라니..."

"...아직도 저 사람이 절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알아요. 저 사람들을 죽여야 우리가 살 상황이었다는 거. ...하지만 너무 무서워요. ...으으... 전부, 저 사람도 무섭고 오라버니도 무서워요... 이러면 안 되는데..."

월영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다른 여인들이 그녀를 달랬지만 그녀는 눈물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월영을 지켜보던 모용환은 우뚝 선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피로 물든 의복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얼굴이 비춰져 보이는 듯 했다. 살인이라? 지금껏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데...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의문을 느낀 적이 있지. 난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런 내가 정상인건가?'

생각해보면 이 세계는 이런 살인이 정당화되는 세계다. 오히려 모용환이 정상이고 월영이 이질적인 것 아닐까? 모용환은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두려운 눈으로 자신을 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하루 이틀 고민한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야... 해결될 리도 없는 문제고.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간단한 거다.'

결국 그가 해줄 말은 하나 밖에 없었다.

"월영, 네 질문에 내가 해 줄 말은 하나야. ...난 결코 후회하지 않아. 그거면 된다고 생각해. ...이만 가도록 하자. 여기서 노숙하기엔 피냄새가 진동을 하니까..."

어쩌면 내 몸에서도 피냄새가 진동하는지 모르지. 모용환은 뒷말을 삼켰다. 일행은 묵묵히 앞장서는 모용환의 뒤를 따랐다. 터벅터벅 걷는 모용환의 옆으로 초선이 다가왔다.

"... 미안해요. 월영이 심한 말을 한 것 같아서."

"초 소저가 미안해할 것 없습니다. 월영도요.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니까..."

모용환은 왠지 입맛이 씁쓸해졌다. 잠시 모용환의 옆에서 말없이 걷던 초선은 갑자기 모용환에게 물었다.

"제가 잡혔을 때 만약 제가 죽었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예?"

"흥, 월영이 창을 던지지 않았다면 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새침하게 말하는 그녀는 조금 토라진 듯 보였다. 어느새 그녀와 이런 말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된 건가? 모용환은 뒤통수에 작렬하는 따가운 두 여인의 시선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글쎄요... 그 때는 저도 경황이 없었는지라. 하하! 잘 해결됐으니 된 거 아닙니까?"

"흐응, 그러시겠죠."

홱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행동에 모용환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날 야영을 한 일행은 다음 날 낮에 원술의 근거지인 수춘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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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부터 주인공 피똥좀 쌀듯... 연참을 할지 말지 -_-? "분위기가 좋지 않네요."

인구 20만을 웃도는 도시인 수춘이다. 하지만 허창과는 달리 사람들의 얼굴에는 활력이 없었고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없었다. 마치 죽어버린 도시 같은 분위기에 주유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아. 아마도 대대적인 징병을 하고 있는 모양이야. 건업을 치기 위해서겠지."

수춘에서는 농민들이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강제징병을 당하고 있었다. 아버지나 아들들이 군대에 끌려간 사람들의 표정이 좋을 리 만무했다.

"여기는 그냥 지나가자. 칙칙해서 하룻밤도 있기 싫어."

태사자가 투정부리듯 말했다.

"그래도 제대로 된 음식으로 배는 채워야지. 건량은 질렸다고."

"그러는 게 좋겠어요. 모용 공자, 저기는 어떤가요?"

원술이 건업을 침공하게 된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모용환 역시 이곳에 오래 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허름한 객잔을 지목하는 초선의 의견에 따라 그곳으로 들어섰다. 객잔은 겉보기처럼 역시 한산했다.

"어서오십시오. 뭘 드릴까요?"

다른 객잔처럼 흔한 점소이도 없었다. 주인이 직접 주문을 받는 모양이었다.

"소면으로 주십시오."

모용환은 그렇게 말하며 일행을 돌아보았다. 주유가 말했다.

"어차피 거하게 먹을 거 아니니까 소면으로 통일 하도록 해요."

"예, 알겠습니다. 소면 다섯 그릇이지요?"

일행은 낡은 식탁에 앉아 주문한 소면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초선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저희는 건업까지 동행하지 못할 듯해요."

뜻밖의 말에 일행은 잠시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수긍하는 듯 했다. 그녀들은 우연히 만난 사이였고, 유람의 목적으로 천하를 주유하고 있었다. 다만 이제까지 같이 겪은 일이 많아 정말 한 일행처럼 생각되어졌다. 하지만 본래는 엄연히 다른 두 일행이 지금까지 동행한 것뿐이었다.

또, 모용환 역시 그녀들을 자신이 벌인 전쟁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음. 저 역시 초 소저나 월영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후에 어디로 가실 예정인지?"

"소패로 갈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이곳에서 헤어져야 하겠군요... 아쉽지만 할 수 없군요. 그런데 월영은..."

월영은 아직까지도 모용환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마저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와 그나마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초선뿐이었다. 첫 살인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어두운 얼굴로 차만 홀짝이고 있는 월영은 모용환이 자신을 언급함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초선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도 곧 기운을 차리겠죠."

"에-? 정말 가는 거야?"

"태사자, 그녀들을 건업으로 데리고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요."

"쳇. 나도 알고 있다구."

헤어지기 싫은 기색이 역력한 태사자와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아쉬운 얼굴의 주유를 보며 초선은 살포시 웃었다.

"작별 인사는 객잔을 나선 후에 하도록 해요. 아직까지는 일행이니까..."

초선은 속으로 '아직까지는...'을 다시 되뇌었다. 그렇게 일행이 이별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데 주인이 직접 쟁반에 소면 다섯 그릇을 담아 식탁에 내려놓았다.

객잔은 낡았지만 요리 솜씨는 꽤 준수했다. 통통한 면발들은 한 눈에도 쫄깃해 보였다. 식욕이 돈 일행은 후루룩거리며 소면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 내내 월영은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소면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주변까지 침울해지는 것 같았다. 보다 못한 주유가 젓가락으로 소면을 집어 월영의 입가에 대주었다.

"어서 들어요. 힘든 건 알겠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요?"

"... 미안해요. 주 언니..."
"아니, 미안할 건 없... 아?"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진 주유가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몸에서도 힘이 점점 빠지는 것 같았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초선과 월영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도 젓가락을 손에서 놓치고 몸을 비틀거렸다.

"이게 무슨..."

"어지러워..."

모용환은 눈이 감기는 와중에도 몸을 일으켜 세웠다. 빈혈에 걸린 듯 눈앞이 아찔해 졌지만 아직까지는 견딜 만 했다.

이런 종류의 독은 엄백호의 산채에서 일전에 겪은 적이 있었다.

'독... 마비독인가? 수면독이 첨가된... 누가...? 설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초선과 월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을 본 모용환은 불길한 생각이 맞아떨어졌음을 깨달았다. 화사하게 웃던 초선은 싸늘한 얼굴로 돌변하여 일어서고 있었고 월영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쯤 되자 주유와 태사자 역시 상황을 파악한 듯 했다.

주유는 불신감어린 음성으로 힘겹게 말했다. 태사자 역시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초 소저가...?"

"... 너희들이?"

초선은 냉소했다.

"역시 대단하군요... 그 독에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잃지 않다니. 걱정 말아요... 주 소저와 태 소저에게 해가 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전 오직 모용 공자만 죽이면 되니까."

모용환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내리 참으며 물었다.

"왜?"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왜냐면 제갈량, 그녀는 원술님의 군사이기 때문이지. 저 죽을 줄도 모르고 잘도 기어 들어왔구나, 쥐새끼. 난 원술님 휘하의 이풍이라고 한다."

객잔의 문이 걷어차이며 십여 명의 병사를 대동한 장수가 들어섰다. 그를 본 모용환은 모든 게 확연해짐을 깨달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를 죽일 작정으로 일행이 된 것이다. 이 객잔을 선택한 것도 그녀였고, 그들에게 독을 먹인 것도 그녀였다.

이미 주유와 태사자는 정신을 잃어 힘없이 쓰러진 상태였다. 모용환은 지독한 배신감에 몸을 떨며 씹어뱉듯 말했다.

"... 그런가. 처음부터 날 죽일 작정으로 접근한 거였나?"

초선, 아니 제갈량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는 음성이었다.

"현실 인식이 빠르군요. 당신에게는 수면독을 많이 먹이지 않았으니 정신을 잃을 일은 없을 거예요. 죽는 이유는 알게 해야 한다는 지시였기에... 설명해드리죠. 초선이라는 이름은 제 본명이 아니예요. 이 아이 역시 마찬가지죠. 모두 당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어요. 완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었지만... 당신을 만난 순간부터 계획을 세웠죠. 그래서 당신을 떠보았고, 예상대로... 당신은 우리에게 일행이 될 것을 권유하더군요."

모용환은 날카로운 비수로 심장이 후벼 파지는 듯 했다. 그렇다면, 허창에서 그의 품에 안긴 채 노을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모습도, 웃으며 잠이 들던 모습도, 그에게 다정하게 대한 것 모두 거짓이었단 말인가.

"그래... 그렇단 말이지. 모두 거짓이었군..."

자조하는 모용환에게 제갈량은 쐐기를 박았다.

"허창에서는 당신의 품속에서 갈등했었어요. 비수로 당신을 찌를지 말지. 하지만 그 때 당신을 죽였다면... 곽가가 그냥 지나갈리 없었겠죠. 그래서 시도하지 않았어요. 두 번째로는 산적들이었어요."

"그렇다면 그 때 그 산적들이..."

"제 지시로... 매복하고 있었던 자들이죠. 설마 그들마저 물리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인질로 잡혔던 건데... 조운이 예상외의 행동을 했죠. 아니, 설마 조운이 살인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

모용환은 묵묵히 그녀를 쏘아보았다.

"...이게 끝이에요.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군요. ...당신에게 원망 받아도 할 말은 없어요. 다만 조운은 당신들을 정말 좋아했으니까... 이 아이는 원망하지 말아요. 그리고 두 소저는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녀는 살짝 물러서며 이풍에게 눈짓을 했다. 이풍은 병사들을 풀어 모용환을 에워쌌다. 그는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검을 빼들었다.

"네놈은 내 손에 죽는다. 크하하!"

제갈량의 뒤에 선 조운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창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 모습을 본 제갈량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네게도... 미안해."

"... 언니."

결국 조운은 창을 잡은 손에서 힘을 뺐다.

모용환은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미동이 없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꽤나 강한 마비독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만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제갈량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뿌득.

빳빳이 굳어 있던 손가락 관절이 비명을 지르며 굽어졌다.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던 이풍과 병사들은 아직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모용환 역시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옷 아래에 감춰진 전신에서 혈관이 툭툭 튀어나왔다.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하니 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크아압!"

뿌드득!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모용환은 청공검을 허리춤에서 빼어 휘둘렀다. 그가 움직일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병사 다섯이 촤르륵 베이며 짚단처럼 쓰러졌다. 그는 그대로 땅을 박차 제갈량을 향해 뛰어올랐다. 검극은 정확히 그녀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제갈량은 예상외의 상황이 일어났는데도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내세에서 사죄하겠어요."

너무나 담담한 목소리에 모용환의 검극이 찰나지간 흔들렸지만, 진로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모용환은 그녀를 죽이지 못했다.

"이놈!"

정신을 차린 이풍이 그의 허리를 깊숙하게 베어왔기 때문이다. 저 공격에 당하면 허리가 양단될 것이기에 모용환은 청공검을 틀어 그의 공격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크윽!"

전신에 쥐가 난 듯 근육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모용환은 객잔의 창문을 부수며 뛰어나갔다.

"젠장!"

이를 간 이풍과 병사들은 다급하게 그의 뒤를 쫓았다. 순간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제갈량이 휘청이자 옆에 있던 조운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는 슬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차라리 지금 죽었으면 편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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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똥좀 싸봐라 "크으...!"

모용환은 몸이 부서질 듯 한 통증에 신음하며 눈을 떴다. 미친 듯이 도망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진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옥인가?"

하지만 방 안의 모습은 감옥은 절대 아니었다. 약재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자신은 나무 침상 위에서 온 몸에 침을 꽂고 누워있었으니.

"일어났나?"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바로 옆에 노인 두 명이 서 있는 줄도 몰랐다. 한 명은 삐쩍 마른 몰골에 주름진 얼굴이었고 한 명은 노인이라기 보다는 반백의 장년인 이었다. 큰 덩치의 장년인은 커다란 활을 등 뒤에 매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저는 왜 이런 곳에..."

"흠. 나는 화타라고 하네. 이곳은 내 집이지. 한승, 이 친구가 길에서 나자빠진 자네를 두고 볼 수 없어서 데려온 거네."

한승...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반백의 장년인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황충 한승이라고 하네. 보아하니 자네가 원술 놈에게 밉보여서 쫓기는 것 같기에 구해준 것일세. 그놈에게 쫓긴다면 악인은 아닐테니까."

'황충...'

촉의 오호장군 중 일인이며 최고의 명궁인 역전의 노장. 게다가 신의라고 불리는 화타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었다. 모용환은 감사의 포권을 취하려다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에 다시 신음했다.

화타가 그의 몸에 꽂힌 침들을 뽑아내며 말했다.

"지독한 마비독에 당했더군. 그러고도 도망칠 수 있었다는 게 기적이야. 덕분에 몇몇 힘줄들이 파열되었지만... 자네 몸이 힘줄들을 다시 잇고 있다네. 내 평생 자네 같은 괴물은 처음 보네."

"... 제가 정신을 잃은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이제 이틀이 지났네."

"이틀!"

모용환은 다시 자신의 몸상태도 잊고 일어나려다가 주저앉아야 했다. 태사자와 주유가 수춘에 잡혀있을 것이다. 제갈량... 그녀가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대로 자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렇지도 않을 터. 제갈량을 떠올리자 모용환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화타님이라면 천고의 신의시라고 알고 있습니다."

"흐음... 과찬일세. 중원 천지에 의원이 얼마나 많은데 어찌 나 홀로 신의라 불릴 수 있겠나."

"... 저를 지금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으십니까? 저는 반드시 원술의 궁성으로 가야 합니다."

화타는 고개를 저었다.

"나보고 지금 겨우 살려낸 사람을 다시 죽이란 건가?"

모용환은 그의 말을 듣고 더욱 절박해졌다.

"하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지금 제 여인들을 구해야 합니다! 제발, 한시진이라도 좋습니다. 이 빌어먹을 몸을 좀 움직일 수 있게 해주십시오!"

모용환도 막무가내였지만 화타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보다 못한 황충이 자꾸 일어서려는 모용환을 내리 누르며 말했다.

"이런 독에다, 이풍이란 놈까지 자네를 잡으러 투입되었으면 자네는 보통 인물이 아니군. 일단 진정하고 얘기를 들어 보세. 무슨 사정인지... 그러고 보니 우리는 자네의 이름조차 모르지 않나?"

"... 저는 유비님 휘하의 모용환이라고 합니다..."

그는 지난 얘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가후를 구하기 위해 완에 간 것, 조운과 제갈량 일행을 만난 것, 그 후의 여정... 그리고 그들의 배신. 거기까지 들은 황충과 화타는 침중한 얼굴이었다. 모용환의 말대로 유비를 원술에게서 탈출시킨 원흉의 일행을 원술이 언제까지고 가만 둘리는 없었다. 제갈량이 약속했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군사가 아닌가.

"얘기를 들어 보니 정말 심각하군..."

"하지만 지금 무리하게 움직였다가는 폐인이 될 것이네. 한승, 자네는 앞날 창창한 이 친구가 평생 불구로 살길 바라나? 들어보니 지닌바 무용도 훌륭한 친구지 않은가?"

"하지만...!"

"자네에게 묻지 않았네."

화타는 단호하게 모용환의 말을 잘랐다. 황충 또한 화타의 말에 동의했다.

"상황파악을 하게. 원술 주변에 인물이 없다지만 그 몸으로 어찌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놈은 아니야."

"......"

그 때 화타가 옆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하루만 참도록 하게. 정 급하다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루 안에 자네를 회복시켜 보지. 자네의 회복력이라면 어찌 어찌 가능 할 수도 있네. 단, 조금 많이 괴로울 거야. 어떤가?"

솔깃한 제안에 모용환은 일고 없이 승낙했다.

"감사합니다."

"빨리 시작할수록 좋으니... 반 시진 정도 뒤에 시작하도록 하겠네."

그렇게 해서 일단 모용환은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차분해지자 평소 명석하게 돌아가던 두뇌가 다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궁금증이 떠올라 황충에게 물었다.

"그런데... 두 분께서는 원술을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 왜 이곳 수춘에 계십니까?"

"흥, 원술 놈이 온갖 악정을 일삼는 통에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네. 아마 제후들이 통치하는 도시 중 가장 황폐한 곳일 게야. 의자(醫者)로서 이런 곳에 배운 걸 써먹어야지 어디다 써먹겠나?"

화타가 원술의 얼굴을 떠올렸는지 심히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황충은 허허 웃었다.

"나야, 원화 이 노인네가 하도 겁도 없이 돌아다니기에 두고 볼 수 없어서 같이 다니는 거지. 힘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는 주제에 겁도 없다니까."

"예끼! 같이 늙는 처지에 그게 할 소린가? 그러는 자넨 언제까지고 힘이 장사일 것 같나? 나중에 나한테 와서 보약 한 첩 지어 달라고 빌빌대지나 말게!"

겉보기에는 화타가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는데 아마 황충은 몸을 극한까지 단련해 덜 늙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두 노인이 어린애처럼 티격태격 하는 모습은 잠시나마 모용환의 시름을 덜어주었다.

모용환은 잠시 그들을 지켜보다 갑작스럽게 말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응?"

"뭔가?"

"건업성의 태수 관우님께... 서신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화타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서구 같은 것은 없네만 사람을 시키면 가능하지."

"지필묵 좀 빌려주십시오."

화타에게서 지필묵을 넘겨받은 모용환은 관우에게 보낼 서신을 작성했다. 그 후 종이로 접어 만든 봉투에 서신을 봉해 화타에게 넘겨주었다.

"... 가능한 빨리 전해주십시오."

"심각한 얼굴을 보니 더욱 뜯어보고 싶어지는구만. 알겠네."

"흠, 그럼 나는 뭘 하면 되나?"

황충이 물어오자 모용환은 손을 내저었다.

"더 이상 두 분에게 폐를 끼칠 순 없습니다."

황충은 껄걸 웃으며 모용환의 어깨를 두드렸다.

"폐라면 이미 많이 끼쳤네, 이 친구야. 지금 밖에는 원술의 군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네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네. 일반 민가 같은 곳에 마음대로 들어가 수색하기도 하지. 그나마 이곳은 백성들의 성지나 다름없기에 그 놈들도 함부로 못 오는 것일세. 또, 내가 워낙 은밀하게 자네를 이곳으로 데려왔기에 여기 환자들도 자네가 있는지는 모른다네. 크흠, 내가 잠시 샛길로 샜군. 하여튼 지금 자네는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거네. 자네, 잡혀간 여인들의 상태가 궁금하지 않나?"

모용환은 눈을 빛냈다. 황충은 마치 주유와 태사자에 대한 것을 알아봐 줄 수 있다는 듯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무엇보다 그녀들의 소식을 알아야 했다.

"... 알아봐 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일세. 보면 알겠지만 나는 활을 주로 쓴다네. 나 같은 무인은 상대와 거리를 좁히지 않기 위해 발이 빨라야 하지. 거기에다 적성을 살려 좀 은밀하게 움직이는 법을 배워뒀더니 웬만한 자객은 따귀를 때려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네. 크허험!"

"거, 자화자찬 하고는."

화타의 핀잔에도 황충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나마 내 기척을 알아챌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놈은 기령이란 녀석뿐인데 그 놈은 유비님을 놓친 죄로 소패로 좌천되었네. 흠... 마음만 먹으면 원술 놈도 죽일 수 있네만 그렇게 하면 후계다툼으로 수춘이 어찌 될 수 알 수 없으니..."

화타는 작게 혀를 찼다.

"끌끌. 그 주군에 그 부하인 거지. 죄다 머릿속에 똥만 찬 머저리들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군. 시술을 시작하세."

"그럼 난 궁성에 다녀오도록 하겠네. 그 소저들의 방명이 주유, 태사자라고 했나?"

"예."

황충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에서 나갔다.

화타는 모용환을 침상에 반듯하게 눕도록 했다. 그는 아까 그의 몸에서 빼낸 침들을 아까보다 더욱 빼곡하게 그의 전신에 꽂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프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침들이 많이 꽂힐수록 통증이 올라오더니 백여개쯤 되자 미칠 듯한 고통이 전신에 엄습해 왔다.

"크으으!"

"으음... 역시 몸을 결박해야겠군."

이럴 때를 위한 장치인 듯 화타는 침상에 달려 있는 줄로 모용환의 손과 발, 몸통을 묶었다.

"절대 정신을 놓으면 안 되네!"

108번, 마지막 침이 꽂히자 고통은 극에 달했다.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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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ㅎㄷㄷ하군요 아무도 제갈량의 배신을 예상하지 못하셨나 -_-ㅋ? 다른 애들도 배신하면 작가 죽을듯...
에. 자 그러면 리플로 물어보셨던 의문들에 대한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1. 어째서 제갈량은 원술따위한테 의지하는 건가?
처음 제갈량이 등장할때를 잘 읽어보셨으면 아실 텐데 -_-ㅋ; 정확히는 원술이 아니라 원소에게 의지하는 겁니다. 모용환을 죽이는 것은 원술의 원한도 풀겸, 원소가 제갈량의 능력을 시험하는 거죠. 제갈량에게는 원소의 신임을 얻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작중 원소는 하북의 패자니까요. 원술은.. 세력은 넓지만 형의 위세도 한 몫하는 찌질이라고나 할까...

모용환에게 붙는다? 제갈량은 모용환처럼 상대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천하를 다툴만한 세력은 원소, 조조, 동탁입니다. 이것도 예전에 설명드렸던건데.. 유비세력에서 명성이 좀 있는건 모용환과 관우뿐입니다. 그나마 장소, 장굉, 정보, 한당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장소 장굉은 오랫동안 묻혀 지내서 이름만 높지 실적은 없고 정보 한당 등도 고만고만 합니다.. 손견이 뭣도 못해보고 죽었기 때문에요. 당시 새내기였던 주유 손책 등도 무명인건 당연하죠. 손견의 죽음은 나중에 외전 식으로나마 쓸 생각입니다만..

제갈량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가장 강성한 세력 중 하나인 조조군의 떠오르는 샛별 사마의입니다... 그런데 변방에서 놀구 있는 유비 세력에 들어갈 생각을 할까요..

조운... 아무리 그동안 모용환과 친해졌다지만 5년 동안 같이 살아온 제갈량을 배신할 순 없죠 -_-ㅋ 이건 성격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열정적인 리플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큼 제 소설을 사랑해 주신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아닌가요 -_-;;;;;

그리고 월영... 황월영 맞습니다. ^^ 저번에도 나왔었죠. 황씨라고...
주유와 태사자는 수춘 궁성 안에 마련된 내옥(內獄)에 갇혀 있었다. 내옥은 쇠창살만 있다 뿐 평범한 방이었다. 세 끼 식사도 꼬박꼬박 나왔고, 목욕 등 갖가지 편의도 제공되었다. 포로에게 하는 대우치고는 파격적이었지만 그녀들은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다. 자신들은 그렇다쳐도 모용환이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유는 식사를 하던 도중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태사자가 쳐다보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못 먹겠어... 입맛이 없어요."

"그를 못 믿는 거야? 반드시 우릴 구하러 올 거라고. 그 때 우리가 맥이 빠져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렇지만... 그 사람도 독에 당했다구요."

"아직까지 아무런 조짐이 없는 걸로 봐서 안 잡힌 건 확실해."

"......"

주유는 고개를 떨구었다. 스스로 모사(謀士)라고 자부하는 그녀가 태사자보다도 더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 때 내옥의 문이 열렸다.

"몸은 좀 어떤가요?"

제갈량이었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쇠창살 가까이까지 다가왔다. 태사자가 독기어린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벌떡 일어서더니 퉷 하고 침을 뱉었다. 제갈량의 뺨에 태사자의 침이 묻었다.

"건강한 것 같군요."

제갈량은 뺨을 닦지도 않고 웃었다. 태사자는 그런 그녀를 보고 화가 치밀었는지 쇠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제갈량은 목이 졸리자 답답한 신음성을 냈다.

"윽!"

"당장 여기서 죽여 버릴 수도 있어! 말해! 그는, 모용환은 어떻게 했어?!"

주유에게는 안심하라더니 그녀 또한 속을 태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제갈량은 목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조금 빠지자 콜록거리며 말했다.

"... 그는 도망쳤어요. 하지만 정상적인 몸은 아닐 테니 조만간 잡혀 죽겠죠. 큭!"

태연한 그녀의 말에 분노가 치민 태사자가 거세게 목을 조여 오자 주유가 태사자를 말렸다.

"그만해요. 그녀를 죽인다면 우리 또한 살아서 나갈 수 없어요."

"흥!"

태사자 또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간신히 풀려난 제갈량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주유가 그런 그녀를 보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죠? 좋지 않은 꼴을 당할 걸 뻔히 알면서."

그러고 보면 굳이 쇠창살 가까이에 다가올 이유도 없었다.

"콜록. ...글쎄요. 어쩌면 그 좋지 않은 꼴을 당하려고 온 걸지도 모르죠."

묘한 미소를 짓는 제갈량을 보며 주유는 아미를 찡그렸다.

"월영은요?"

"조운이에요. 그 아이는 종일 처소에 있어요. 본래 심성이 착한 아이니까... 아마 당신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하겠죠..."

"흥! 잘도 그러겠군!"

비아냥거리는 태사자의 말에 제갈량의 표정이 일변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아이는 제가 시킨 대로 했을 뿐. 당신들이 죽도록 원망해야 할 사람은 바로 저예요."

그 때 내옥으로 네 사람이 들어왔다. 간신 수염을 기른 얄팍한 인상의 남자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에 멋들어진 수염을 기른 기품 있는 남자. 그리고 그 뒤에 시립해 있는 거구의 두 장수. 그들이 들어오자 제갈량은 그녀답지 않게 당황해했다.

간신같이 생긴 남자가 태사자와 주유를 보며 탐욕스러운 눈으로 두 여인을 훑어보았다.

"호오! 이 계집들이 그 놈의 일행이란 말이지? 포로들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군?"

"... 원술님, 원소님. 갑자기 왜 이런 곳에..."

제갈량의 말에 주유와 태사자는 깜짝 놀랐다. 원술은 그렇다 치고 원소라니. 이곳에서 원소의 본거지인 업은 혼자 말을 달려도 족히 일주일은 걸리는 거리였다. 하북에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둔 원소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다니? 제갈량 또한 원소가 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한 눈치였다.

"여긴 내 궁성이오. 군사. 내가 가지 못할 곳은 없지 않소?"

클클 웃는 원술을 보며 제갈량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원소에게 시선을 돌렸다.

"후후. 군사가 보고 싶어서 왔다오. 공손찬놈이 발악을 하지만 놈은 여진 때문에 여력이 없고, 한동안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지. 오면서 들으니 모용환이란 놈을 거의 다 잡았는데 놓쳤다고 하더군."

"그건..."

"아아. 물론 그건 군사의 잘못이 아니지. 다 잡은 놈을 빨리 처단하지 못한 이풍이란 놈의 잘못 아닌가? 안 그런가, 아우?"

"그, 그렇지요. 형님."

원소가 원술에게 묻자 원술은 진땀을 빼며 대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형의 그림자에 늘 가려져 있던 원술이었다. 지금은 독립해서 세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걷어내기엔 이미 그를 덮고 있는 원소의 그림자가 너무 컸다. 그는 심리적으로 원소에게 눌려 살고 있었다. 원소 역시 그 점을 잘 알았다. 사실 이미 원술의 세력은 간접적으로 원소의 지배 하에 놓여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제갈량의 핑계를 대고 있기는 하지만 원술의 세력 내에 심어진 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시찰차 왔을 것이다. 원술 역시 그 사실을 알지만 참을 수 밖에.

"......"

제갈량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는 원소는 무서운 남자였다. 실적을 중시하고 상벌을 명확히 하며 수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았다. 독선적이면서도 굽힐 때는 굽힐 줄 아는 패자. 그렇기에 그의 주위에 뒤에 시립해 있는 두 장수, 안량, 문추, 또 장합, 고람 같은 무장들과 저수, 전풍, 봉기, 심배 같은 인재들이 모여들었을 것이다.

"군사. 그 동안 잘 지냈소? 이런, 뺨에 그건 뭔가?"

원소는 제갈량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뺨에 묻은 침을 닦아주었다. 제갈량은 말없이 그에게 안겼다. 원소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모용환을 처형하는 날 그대를 내 애첩으로 삼지. 아마 머지않을 터. 어떤가?"

제갈량은 몸을 살짝 떨었다. 원소는 그녀의 미모를 탐내긴 했어도 이렇게 직접적인 요구까지는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그녀를 탓하진 않아도 아마 그의 내심은...

'그를 놓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는 거야...'

몸으로 갚으라는 거다. 어쨌거나 일은 반쯤 틀어졌고 일은 계획한 그녀에게 책임이 안 돌아갈 수는 없었다. 원소는 상벌이 명확했으니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조금 머뭇거리는 듯하자 원소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제갈량 또한 알고 있었다. 원소의 성격상 이럴 때는 아양을 떨면서 반겨야 한다는 것을.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까... 하지만 왠지 그러기 싫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고 해도 좋았다.

"흠흠. 형님, 미인을 얻으셨으니 축하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군사. 이 계집들은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원술이었다.

"이...!"

태사자가 분기를 못 참아 뭐라고 하려 했지만 주유가 막았다. 지금 그들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은 건 없었다.

제갈량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저들의 처우는 제가 결정하겠어요."

"뭐라?!"

평소처럼 고분고분하지 않은 제갈량의 태도에 원술은 길길이 날뛰었다.

"군사! 형님의 총애를 얻었다고 벌써부터 기고만장한 거요? 나는 원술이오! 원술 공로란 말이오! 지금 군사가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원술은 콧김을 내뿜으며 쇠창살로 다가섰다. 원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흥미로운 얼굴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격한 반응을 보이는 원술을 보며 제갈량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원소의 품에서 벗어나 원술의 앞을 막아섰다. 원술은 원소를 등에 업은 제갈량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의 머릿 속에 이미 존칭 따위는 없었다.

"이 년이!"

원술이 제갈량의 뺨을 갈기려고 손을 들어올리자 그의 팔을 잡는 우악스런 손길이 있었다. 원소의 뒤에 시립해 있던 문추였다.

"아무리 원술님이시라지만 주군의 여인을 상하게 하실 순 없습니다."

"이익! 놔라!"

이제는 원소의 수하에게까지 제지를 당한 원술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우를 놔 줘라. 문추. 이 일은 내가 해결하지."

"예."

원소는 제갈량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싸늘히 웃고 있는 그가 다가오자 원술은 주춤거렸다. 제갈량은 여전히 꼿꼿이 서 있었다.

주유와 태사자는 숨죽이며 돌변하는 장내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흐음. 당차군. 역시 내 여자가 될 자격이 있어. 그래, 군사. 그토록 결사적으로 아우를 막는 이유가 뭔지 들어볼까?"

"...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

"모용환이라는 자인가?"

제갈량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원소는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시선을 맞추었다. 그녀의 몸이 살짝 떨려오는게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하지만 제갈량의 두 눈만은 단호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를 잡기 위해 얼마 동안 같이 여행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 동안 정이라도 들었나?"

"...단지 약속일뿐입니다. 신의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원소는 불쾌한 얼굴이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는 유달리 사람이든 물건이든 소유욕이 강한 인물이었기에 누가 그 자신의 것에 손대는 것을 참지 않았다.

"신의가 아니라 사랑일지도 모르겠군. 군사가 그 놈과 몸을 섞었을지, 또 모를 일이지."

원소가 의심을 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올렸던 것이 물거품이 되고 있었다. 제갈량은 이를 악물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렇게 하도록 하지. 지금 당장 저 계집들을 어떻게 하지는 않겠다. 군사가 그놈과 약속을 했다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놈이 죽으면 그 약속은 무효가 되는 것이겠지?"

"그 말씀은..."

"모용환을 죽일 때까지는 손대지 않겠다는 뜻이다. 동의하나, 군사?"

달리 방법이 없었다. 원소는 양보할 만큼 양보한 셈이었다. 제갈량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것에 안도했다.

"...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확인할 게 하나 있군."

원소는 갑자기 앞에 선 제갈량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치마 속에 손을 넣었다. 제갈량은 본능적으로 그를 밀치려고 했지만 이내 그의 의도를 깨닫고 부르르 떨기만 할 뿐 반항하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손은 그녀의 고의 속까지 침범했다. 원소의 손이 들어간 바람에 치마가 들춰져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훤히 드러났다.

원소의 손길이 제갈량의 여린 꽃잎을 쓰다듬었다. 그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좋은 감촉이군. 내 것에 그놈이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어서 말이야. 이해하게나. 군사."

"......"

제갈량은 수치심에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원소는 검지와 약지로 그녀의 꽃잎을 벌리고 중지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아욱!"

처녀막이 찢기는 고통에 제갈량은 결국 비명을 토해냈다. 중지가 거센 저항을 당한 것을 느낀 원소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그녀의 치마 속에서 손을 빼내었다. 피로 물든 손가락을 확인한 그는 천으로 손을 닦으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군사의 충성을 잠시나마 의심해서 미안하군. 아우, 내 말을 잘 들었나? 모용환이 잡힐 때까지만 참으면 되네."

"예, 예... 형님."

"이만 가도록 하지."

네 사내가 내옥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쇠창살 앞에 서 있던 제갈량은 여전히 그 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주유와 태사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낯선 사내들이 보는 앞에서 치욕적인 일을 당했으니 심정이 오죽할까. 제갈량을 미워하는 그녀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같은 여자로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또, 결사적으로 원술을 막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금 마음이 풀린 것도 있었다.

제갈량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녀의 얼굴은 처음 들어왔을 때 그대로였다.

"... 약속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겠군요. 다음에 다시 올 때는, 당신들을 이곳에서 탈출시키겠어요."

"에?"

"그러면 당신은요?"

"...내 걱정까지 해 줄 필요는 없어요. 내가 했다는 걸 눈치 못 채게 하면 될 거예요...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뭣 때문에 그렇게 그와의 약속에 집착하는 거예요? 당신은 하마터면 원소에게 쌓아온 신뢰를 잃을 뻔 했어요."

주유가 날카롭게 물었다. 제갈량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당신들을 배신한 내 모습을 보고... 예전에 스승님을 배신했던 누군가를 떠올렸는지도 모르죠. ...복수를 한다면서 내가 똑같이 되면 안 되잖아요?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갈량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하체의 통증 때문일까, 그녀의 걸음걸이가 무척 힘겨워 보였다. 주유와 태사자는 말없이 그녀의 등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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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본 작에서는 연의의 제갈량처럼 흠좀무스러운 인물은 아마 나오지 않을 겁니다.. 가장 비슷한 인물이라면 사마의..려나. 연의에서 제갈량은 마법도 부리죠 팔진도(...) 연의가 제갈량을 너무 신격화해서 작가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니 어떻게 인간이 저래? 이런 묘한 반발심 때문에..

하지만 그런 제갈량도 소설에서는 이상한 짓을 좀 하더군요.. 가령 도겸이 서주를 주겠다는걸 굳이 거절하는 유비를 끝까지 설득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관우 복수한답시고 나가는 유비를 못 말린 것도 그렇고.. 자기 목숨 다하는건 보면서 관우 장비 죽는건 예측 못했을까요.. 쩝. 개인적이지만 삼국지 최고의 모사는 가후라고 생각합니다.(작품과 무관ㅋㅋ) "원소라니. 일이 어렵게 됐군."

황충은 천장에서 일어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원소가 문제가 아니라 그 뒤의 두 장수, 문추와 안량이 문제였다. 그들 하나하나는 자신과 맞먹는 맹장. 장합까지 왔는진 몰라도 그 둘만으로도 일이 몇 배나 어렵게 된 것만은 확실했다.

"방금 나간 그 처녀가 그가 말한 배신자인 것 같은데... 그렇게 나쁜 처녀로는 보이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 오히려 저 처자들을 보호하려다... 쯧쯧."

황충은 제갈량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다. 다만 아름다운 처녀가 원소에게 몸을 망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는 내옥을 나와 내성의 담장을 넘어섰다. 소리를 죽이고 담장을 넘은 그가 몸을 일으키는데 어두운 그림자가 그를 덮쳐왔다.

"헉!"

쾅!

담벼락이 박살나며 무너져 내렸다. 빠른 발로 간신히 불의의 일격을 피한 황충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습이 드러난 인영을 보았다.

"기다리기 지루했다. 좀 늦었군."

거의 구척에 달하는 거구에 어깨에 걸친 커다란 참마도. 원소의 호위장 중 하나인 문추였다. 황충은 작게 침음했다.

"알고 있었는가..."

"클클. 쥐새끼가 그렇게 시끄럽게 찍찍대는데 못 알아채면 병신이지. 말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살고 싶으면 덤벼라. 흠, 날 이겨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내옥에서 그가 숨어있단 걸 들킨 것이다. 어깨 너머로 배운 잔재주로 안량과 문추 같은 맹장들을 속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쾅!

문추가 커대란 참마도를 망치로 못을 찍듯 땅을 내리쳤다. 정확히는 땅이 아니라 황충의 머리였지만, 그가 피했기에 참마도는 애꿎은 땅만 팼다.

"크클. 피하는 것 하나는 잘하는구나!"

비웃는 문추를 보며 황충은 생각했다.

'놈은 아직 내 정체를 모른다. 그렇다면 방심하고 있을 터...'

몸을 빼내는 것이 상책이었다. 어차피 몸이 빠르기로는 그를 당할 자는 별로 없었다.

황충은 문추를 무시하고 외성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십여 명의 병사들이 활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도망을 치다니!"

뒤에서는 문추가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는 상태. 황충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화살을 시위에 걸고 쏘아댔다. 그가 공격해오자 병사들 역시 조준하고 있던 화살을 발사했다.

핑! 피융! 핑! 핑!

화살들이 날아가는 소리가 난무했다. 황충은 옆으로 달려가면서, 그럴 능력이 없는 병사들은 기계처럼 서서 쏘았는데, 황충이 한 번에 두발씩 쏘아대는 통에 병사들은 순식간에 급소에 화살이 박혀 쓰러졌다.

"큭!"

하지만 방패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날아오는 십여 발의 화살을 막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황충은 왼팔에 화살을 맞고 말았다. 활대를 지탱하는 왼팔에 상처를 입자 화살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죽어라!"

부웅!

수평으로 베어오는 칼날을 간신히 피한 황충의 눈에 외성벽이 보였다.

'됐다!'

하지만 희망으로 빛나던 눈은 다시 어두워졌다. 외성문에서 버티고 있는 거한이 보였기 때문이다.

'안량!'

"크하핫! 설마 하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 문추, 실망이다!"

"크아아! 저 쥐새끼 같은 놈!"

외성문이 넓다 하지만 안량이 버티고 있는 저 곳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황충은 고개를 저었다. 답은 아니올시다였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앞에는 안량, 뒤에는 문추. 절체절명이었다.

"이놈들!"

황충은 노성을 지르며 아직 거리가 있는 안량대신 바로 뒤에서 달려들고 있는 문추에서 화살을 쏘았다.

"크윽! 빌어먹을 늙은이가!"

워낙 근거리라 하나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허벅지에 박혀버린 문추가 이를 갈았다. 그의 참마도가 다시 내리쳐졌다. 한방의 위력이 큰 대신 공격 후의 빈틈 역시 컸다. 그는 그 틈을 놀려 다시 화살을 쐈다.

티잉! 팅!

"아니!?"

문추의 몸에 명중한 화살들이 힘없이 튕겨 나왔다. 찢어진 의복 사이로 반짝 빛을 발하는 철비늘들이 보였다. 그는 몸통에 철갑옷을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크흐흐! 하는 짓도 야비하군!"

"여기 나도 있다!"

뒤에서 안량이 공격해오는 것을 느낀 황충은 이를 악물고 철궁을 들어 안량의 공격을 막았다. 둔중한 충격이 전신에 퍼졌다. 그 빈틈을 문추는 놓치지 않았다.

"늙은이, 죽을 때가 됐다!"

"크으윽!"

길게 휘둘러진 문추의 참마도. 황충은 황급히 몸을 틀었으나 옆구리가 깊게 베이는 중상을 입었다. 갈라진 옆구리 틈으로 뜨거운 김을 피어 올리는 내장들이 보였다.

한 손으로 쩍 벌어진 옆구리를 틀어쥔 황충은 철궁을 외성 밖으로 던져버리고는 등의 화살통에서 다섯 개 남은 화살을 전부 꺼내어 손으로 화살을 던졌다. 손으로 던졌다고는 하지만 일반 병사가 쏜 것과 비슷한 위력을 지닌 화살들이었다.

안량과 문추는 그 화살들을 막느라 시간을 지체했다. 황충은 그 틈에 외성문 밖으로 달려갔다. 앞을 막는 병사들을 발로 차버린 그는 땅에 떨어진 철궁을 주워들고는 멀리 도주해버렸다.

그다지 몸이 빠르지 못한 안량과 문추는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문추가 참마도를 내던지며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놓쳤나?"

"크흐흐. 출혈이 심하니 얼마 버티진 못할 거다. 굳이 죽을 놈을 추적할 필요는 없지. 천하의 신의라도 있지 않은 이상에야..."



안량의 예상과는 달리 천하의 신의는 있었다. 그것도 외상에는 대라신선이라고 할 수 있는 화타가. 화타에게 시술을 받아 몸을 안정시키고 있던 모용환과 그에게 약을 지어주던 화타는 피를 흘리며 들어서는 황충을 보고 깜짝놀랐다.

"크으...!"

"아니, 어르신. 이게 대체..."

"비켜서게. 과다출혈이야! 어서 지혈을 해야하네!"

화타는 모용환에게 황충을 침상에 눕히도록 하고는 깨끗한 천으로 그의 상처를 감쌌다. 상처를 꿰매기 전에 임시로 지혈을 하는 것이었다.

"원술에게는 황 어르신을 이렇게 만들 장수가 없습니다! 누굽니까?!"

"...문추... 안량..."

황충은 거기까지만 말하고 정신을 잃었다. 모용환은 원술에게는 있을 수 없는 장수들의 이름이 나오자 당황했다. 지금 하북에 있어야 할 그들이 왜? 하지만 그 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을 떠올리고 이를 갈았다.

"제갈량!"

그녀라면 어떻게든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도망치자 그들을 데려왔단 말이지...! 그렇게 내가 죽이고 싶었나!"

산적들을 학살한 그의 무위를 똑똑히 목격한 그녀다. 웬만한 장수로는 상대가 안될테니... 원술을 부추겨 원소 휘하의 장수들을 데려온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하북에서 수춘까지는 일주일은 넘게 걸리는 거리고, 그가 정신을 잃었던 시간이 이틀임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가정이었지만 분노에 휩싸인 모용환은 그 점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화타는 일단 지혈을 마치자 침과 바늘을 준비하고, 뜨거운 물로 상처를 소독했다. 화타가 황충의 상처를 꿰매는 것을 보며 모용환이 물었다.

"어르신의 상세는 어떻습니까?"

"글세... 과다출혈로 기절한 건데, 언제 정신을 차릴지는 모르겠군.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어. 조금만 더 출혈을 일으켰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아니... 지금도 충분히 위험하지만. 최소 열흘은 정양해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군."
"열흘입니까..."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화타 역시 문추와 안량이 얼마나 대단한 자들인지 알았다. 그들이 나타남으로써 모용환이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시술한 것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원술만 있다면 모를까 이미 용담호혈이 되어버린 수춘궁성에 들어간다는 건 자살행위인 것이다.

"후... 모르겠습니다."

모용환은 분노하긴 했지만 불에 섶을 지고 뛰어드는 바보가 됐을 정도로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할 일이 없다면, 이 친구가 흘리고 온 핏자국 좀 없애주게. 혹시 원술놈이 추적해 올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모용환은 밖으로 나갔다. 핏자국 핑계를 대긴 했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라는 화타의 배려인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문추... 안량이 왔다. 그리고 그들만 왔으리란 법도 없다. 원소 휘하의 맹장이 누구 있지? 장합, 고람...'

모용환은 일단 그들의 상태창을 보았다.

[이름 : 문추]
[통솔 : 88]
[무력 : 96]
[지력 : 24]
[정치 : 23]
[매력 : 43]

[이름 : 안량]
[통솔 : 90]
[무력 : 95]
[지력 : 43]
[정치 : 34]
[매력 : 52]

"제기랄."

혹시 문추와 안량의 무력이 낮지는 않을까 기대했던 모용환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다. 다른 건 개판인데 이럴 때는 묘하게 실제 삼국지와 맞아떨어진다. 문득 그는 원소의 능력치가 궁금해졌다.

[이름 : 원소]
[통솔 : 96]
[무력 : 82]
[지력 : 85]
[정치 : 85]
[매력 : 91]

"원소라고? 이게? 조조랑 헷갈린 거 아닌가?

몇 번을 다시 봤지만 분명 원소였다. 모든 방면에서 균일하게 뛰어난 군주.

"... 과연 하북의 패자란 건가. 제기랄이군..."

모용환은 앞길이 더욱 암담해지는 걸 느끼며 주먹으로 나무를 내리쳤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자 그를 이 상황까지 몰고 간 제갈량에 대한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제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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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씬은 좌백님의 '천마군림'에서 한번 따와본 겁니다 -_-; 다음권 언제나와... 몇년짼지.
저는 즉흥적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스토리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도 생각하면 그냥 얘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해놓고 만나는 거랑 최후엔 죽는다 산다... 이 정도면 정해 놓죠. 나머진 기분따라... 또는 독자 여러분 의견따라... 언제든지 좋은 의견 있으면 리플로 남겨주세요 ^^

p.s / 제갈량 때문인가... 추천수가 점점 주는 느낌이군요... 어제는 5연참... 오늘도 3연참이나 했는데... 힘들어라... 모용환은 일단 변장을 하고 성 주위에서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당장이라도 주유와 태사자를 구하고 싶었지만 성 안에 안량과 문추 말고 또 누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은 범 아가리에 머리를 내미는 미련한 짓인 것이다. 더군다나 제갈량의 약속도 있었으니... 일단 그것 하나에 희망을 걸었다.

'배신한 여자의 약속에 그녀들의 안위를 맡기다니... 난 최악의 남자로군. 젠장.'

정보수집이라고는 하지만 안 그래도 흉흉한 성내 분위기에 수춘궁성에 대해 이리저리 묻고 다니는 모습은 수상하게 보일 여지가 있어 모용환은 궁성 내에 몰래 숨어들어 하인들의 이야기를 엿듣기도 하면서 약 보름간을 보냈다. 시간이 이렇게 걸린데에는 황충이 몰래 숨어든 사실 때문인지 경비가 한층 강화된 때문도 있었다.

그래도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는 않아 아직 그녀들이 무사하다는 것과, 원소가 수춘에 와 있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황충 역시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격렬한 움직임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그 즈음 모용환은 붉은 깃이 달린 화살을 누가 성밖에서 성문에 쏘고 도망친 것 때문에 병사들이 한바탕 소란스러운 것을 보았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때가 되었군."

때는 아직 한낮. 경비가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반 병사들이 그의 움직임을 알아채는 것은 무리였다.

모용환은 외궁성에 숨어들어 병사들의 처소에 불을 질렀다. 목재 건물인 탓에 불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불이다!"

"으아! 도망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불길이 치솟자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며 이리저리 달아났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라면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 하겠지만 그들은 강제 징집된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그 시간, 제갈량 또한 외성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을 보았다.

'모용환! 그가 왔어!'

지난 시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어 정말 도망치다가 객사한 것이 아닐까 불안해하던 차에 피어오르는 불길은 그가 왔음을 확신케 했다. 그다지 건조한 날도 아닌데다가 불길이 피어오르는 곳은 병사들의 숙소가 있는 곳이었다. 밤이라면 모를까 사람이 거의 없는 지금 시간대라면 불이 날 일은 없었다.

십중팔은 인위적인 방화였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모용환밖에 없었다.

제갈량은 다급히 내옥으로 향했다. 밖의 소란에 의아해하던 주유와 태사자는 그녀를 보자 물어왔다.

"밖이 왜 이리 시끄러운 거죠?"

"설명해 줄 시간이 없어요. 모용환, 그가 온 것 같아요."

제갈량의 말에 주유와 태사자가 기쁨의 탄성을 발했다.

"진짜야?!"

"정말 인가요?"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쇠창살 사이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일단 여기서 나가요. 당신들은 지금 시녀복장을 하고 있으니까 소란 중에 밖으로 나간다 해서 의심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아, 그래서 우리에게 이 옷을..."

주유는 제갈량의 재지에 감탄했다. 이런 소란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이와 비슷한 일을 벌일 작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용환이 온 것과 시기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녀들이 내옥에서 나오고 있을 때, 그 앞을 가로막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선두에 선 사내를 보자 제갈량은 침음했다.

그는 바로 원소 본초였기 때문이었다. 그 옆에 원술과 문추, 안량도 보였다. 게다가 안량에게 잡혀 있는 건...

"언니!"

조운이었다. 그녀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나온 듯 어리둥절한 얼굴이다가 제갈량과 주유, 태사자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보자 안색이 변했다. 어찌 된 일인지 대충 짐작을 했기 때문이었다.

원소는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가? 응? 대답해 보게. 군사."

제갈량은 그의 말투에서 그가 폭발 직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결국 그녀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따로 감시역을 그녀에게 붙여두었음이 확실했다. 그녀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소의 동태나 반응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일을 벌인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혼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갈량이 아무 대답도 안하고 있자 그의 옆에 있던 원술이 노성을 내질렀다.

"이 년! 그렇게 저 계집들을 감싸더니 결국 이게 목적이었군!"

"아우는 가만히 있게. 대답해라, 군사. 날 납득시키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원소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은..."

제갈량은 원소의 말을 무시하고 주유와 태사자에게 말했다.

"어서 도망치도록 해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어요."

"넌 어떻게 하려고?"

"지금 날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머뭇거리는 그녀들을 보며 제갈량이 답답한지 크게 소리쳤다. 그런 세 여인을 보고 있던 원소의 수염이 푸들푸들 떨렸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저 년들을 모두 죽여라!"

"존명!"

문추가 앞으로 나서며 그녀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지붕위에서 뛰어내리며 갑자기 달려드는 그림자 때문에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챙!

문추의 참마도와 푸른빛을 내뿜는 보검이 충돌했다. 그림자의 모습을 알아본 주유와 태사자가 탄성을 질렀다. 모용환이었기 때문이다.

"올 줄 알았어!"

"오셨군요!"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참마도의 이가 나가게 한 모용환은 일그러진 얼굴을 한 문추를 노려보며 말했다.

"누굴 죽인다고?"

"크으으! 이 놈이!"

다시 쇳소리가 울리며 두 사람이 떨어졌다. 원술은 모용환을 알아보았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저놈! 저놈이 모용환입니다!"

뜻밖의 강자의 출현에 분기를 가라앉히고 흥미롭게 주시하던 원소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저놈이? 그런데... 저 검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설마... 청공검? 하후원양의 청공검인가? 저놈이 어떻게 그의 검을 가지고 있지?"

원소는 인상을 찌푸렸다. 현재 중원의 삼강(三强)으로 분류되는 동탁, 조조, 원소는 소규모 국지전만 벌일 뿐 대대적인 전면전은 피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전선이 형성되지도 않았거니와 두 세력이 맞부딪친다면 나머지 한 세력이 어부지리를 취할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모용환이 하후돈과 연관이 있다면 일이 복잡하게 된다. 조조의 실질적인 군권은 하후돈이 쥐고 있다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애검을 맡겼을 정도로 모용환과 친분이 깊은 사이라면...

하지만 원소는 자존심이 강한 사내였다. 게다가 명분은 그들에게 있었다. 그들은 모용환을 죽일 충분한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후돈 하나 때문에 그를 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모용환과 문추는 십여 합을 겨뤘으나 쉽게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부딪칠 때마다 문추의 참마도에서 이가 빠지는 게 확연히 보였다. 문추가 불리해질 것 같자 원소는 안량에게 붙잡혀 있던 조운을 손수 제압하고는 안량에게 명령했다.

"문추를 도와라."

"예!"

안량이 거치도를 크게 휘두르며 싸움에 합세했다.

차앙!

날렵한 체구의 모용환과는 달리 문추와 안량은 엄청난 거구였기에 일단 기본적으로 힘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둘이 아닌가. 모용환은 안량의 공격을 막고 문추가 재차 공격해오자 재빨리 뒤로 빠졌다. 여포라도 이 둘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아니... 가능 하려나?'

무력 ??? 라면 가능할지도... 라고 생각하던 모용환은 어정쩡하게 무리 가운데에 서 있던 제갈량을 보자 씹어뱉듯 말했다.

"탈출을 막으려고 대기까지 했던 모양인데 미안하군. 넌 곧 내 손에 죽게 될 거야."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용환의 말에 제갈량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유는 모용환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변호하려 했다.

"아니, 그녀는 오히려 우릴..."

"와아아아아!"

그녀의 말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커다란 함성소리에 묻혀 버렸다. 외성벽 쪽이었다. 깜짝 놀란 중인들의 시선이 돌려졌다. 그 소리를 들은 모용환은 씩 웃었다.

"왔군! 가자!"

"네? 대체 뭐가..."

모용환은 안고 갈 생각인 듯 한 팔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 옆에서 그걸 본 태사자가 볼멘소리를 했다.

"나는?"

"넌 튼튼하잖아. 그냥 따라와. 아, 치마라서 좀 힘드려나. 이러면 되겠군."

촤악!

모용환이 청광검을 휘둘러 태사자의 다리 사이를 중간부터 길게 잘라 놓았다. 태사자는 기가 막혀 입만 벙긋거렸다. 모용환은 한 팔로는 주유를, 한 손으로는 태사자를 이끌며 성벽 쪽으로 달렸다.

그 모습을 본 원소가 대노했다.

"당장 저것들을 잡아! 방금 그건 뭐냐!"

그 때 원술의 휘하 장수 중 한명인 악취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관우가 이끄는 적의 대군이 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
좀 이따 연참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문을 보시면 알겠지만 처음에는 날림으로 쓰려고 작정한 글이었기에 엉성한 부분이 많습니다... 아니 지금도 내가 왜 이걸 연참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드는(..) 묘하게 책임감이 생겨버렸습니다. 리플과 조회수를 보다보니...

한 동안 연중하고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두고 봐야할 일이구요. 어쨌든 많은 관심에 작가는 기쁩니다 ㅠ "적은 오합지졸이다! 성문을 뚫어라!"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높이 쳐들며 소리쳤다. 물경 3만에 달하는 대군이 수춘성을 기습 공격하고 있었다. 수춘성에는 그보다 많은 군사들이 있었지만,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병사들이 많이 빠져있었고, 내부에서는 모용환이 휘젓고 다니고 있었기에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장수가 마땅히 없었다. 원술의 고질적인 문제, 인재가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기령은 소패에 있었고, 교수, 양강, 염상 등의 장수가 있었지만 그들은 대군을 이끌 능력이 없었다. 그나마 유능하다고 할 수 있는 양홍이 있긴 했지만 그 역시 평범한 문사였지 지휘관의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통제를 벗어난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며 아직 관우군이 성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도 성문을 막으려는 생각보다는 도망치기 바빴다. 그 덕분에 관우군은 성문을 쉽게 돌파할 수 있었다.

"성문이 열렸다!"

그 때 선두에 선 관우에게 달려드는 장수가 있었다. 이풍이었다.

"이놈 관우야! 신장이라더니 기습이나 하는 비열한 놈이로구나! 나 이풍이 상대해주마!"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맞섰다.

"너는 내 상대가 아니다!"

번쩍!

단 일합. 무기는 부딪치지도 않았다. 이풍은 달려오던 그대로 목이 잘려 나자빠졌다. 마상에서 순식간에 적장을 해치우는 관우의 무위에 병사들의 사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나와 맞설 자는 없느냐!"

"와아아아!"



외성벽으로 향하던 모용환은 자신이 휘젓고 다닌 덕분에 오히려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걸 알았다. 밖에서 관우의 군대가 수춘을 공략하기는 쉬워졌지만 병사들이 안으로 몰린 탓에 자신이 빠져나가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몰려드는 군사들 때문에 외성벽으로 가는 게 불가능해지자 그는 내성벽 위로 올라섰다. 좁은 성벽의 폭을 이용해서 적들을 상대하려는 것이다.

그는 바닥에 널려 있는 병사들의 무기들 중 장창을 집어 태사자에게 건넸다.

"이걸로 날 좀 엄호해 줘."

"알았어."

모용환은 주유에게 자신과 태사자의 옆에 꼭 붙어있으라고 말한 뒤 검을 곧추세우며 성벽을 올라오는 원소 일행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놈!"

원소는 오늘따라 심기를 거슬리는 일만 일어나자 화가 끓어올랐다. 고분고분 하던 제갈량의 돌변한 태도도 그렇고, 저 모용환이라는 놈이 감히 자기가 보는 앞에서 마음껏 날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다 관우의 침공까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형님..."

옆에서 원술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못난 동생의 상판을 보자 원소는 심화가 더욱 뻗쳤는지 거세게 소리쳤다.

"넌 당장 관우를 막아! 대군이라고는 하나 수에서는 아직 우리가 압도적일 거다! 설마 그 정도도 못한다고 하지는 않겠지!"

윽박지르는 원소를 보며 원술은 자라목이 되었다. 수하 장수들과 함께 물러가는 원술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보던 원소는 뒤에서 끌려오는 제갈량의 뺨을 후려쳤다.

쫘악!

"......"

제갈량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그녀의 볼은 발갛게 부어올랐다. 입 안이 터졌는지 그녀의 입가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운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몸이 묶인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빌어먹을 계집 같으니라고. 네 년은 쉽게 죽이지 않겠다. 평생 노리개로 삼아 주마. 물론 저 계집도 함께!"

원소는 조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평소 냉정한 원소였지만 악재가 겹치자 무척 격양된 듯 했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의 것이라고 했던 제갈량의 뜻하지 않은 반항이 큰 몫을 차지했다.

모용환은 그 모습을 보며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갈량과 원소는 한편이 아니었나? 어쨌거나 그녀의 목숨은 그가 취해야 했다.

"네가 원소인가? 적을 앞에 두고 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원소를 고개를 홱 돌려 모용환을 노려보았다.

"물론 네 놈 역시... 사지를 찢어 죽여주도록 하마."

원소는 분노가 차갑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는 후우 숨을 쉬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를 도발하여 심리적 우위를 점하려 했던 모용환은 예상외로 원소가 화를 가라앉히자 아쉬운 마음이었다.

'원소는 원소란 말이군. 그 능력치가 환상이 아니었다는 거지...?'

모용환은 건들거리던 자세를 바로 잡았다. 원소는 성벽 밑에서 멀뚱히 구경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활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활을 쏴라! 저 계집들을 향해서!"

모용환이 주유와 태사자를 보호할 것을 염두에 둔 명령이었다. 과연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났다.

피융! 핑!

여기저기서 화살이 날아왔지만 역시 전문적인 군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명중률도 떨어졌고, 화살에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물론 몇몇 위험한 공격이 있기는 했지만, 모용환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태사자에게 무기를 주었다.

팅! 팅!

태사자는 창날로 화살들을 튕겨내며 씩 웃었다.

"여기는 염려마."

원소는 연약해 보이는 여인들 중 한 명이 놀라운 무예로 화살을 튕겨내자 다시 열불이 뻗칠 지경이었다. 평소 수많은 모사들의 통찰로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손아귀에서 가지고 놀 듯 하는 것을 즐기는 그였는데 오늘은... 너무 변수가 많았다.

"문추! 안량! 죽여라!"

그의 기분은 안량과 문추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들 역시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저번에는 침입자를 놓쳤고 (죽었을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한번 칼을 맞댄 모용환을 그 자리에서 쳐 죽이지 못했다. 그들의 머릿속엔 지금은 성벽 위라 도망치지도 못하니 이번엔 기필코 죽이고 말리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흐아압!"

먼저 달려든 것은 안량이었다. 외성벽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둘 다 워낙 거구였기에 좁은 내성벽에서 합공하는 것은 무리였다.

차앙!

'이 놈...?'

안량은 자신과 맞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모용환을 보며 놀랐다. 아까는 모용환이 그의 공격을 막고 뒤로 튕겨나가는 반동을 이용해서 도망을 쳤기에 몰랐지만 큰 체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용환은 그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과연 장사군!"

모용환 역시 안량의 힘에 감탄했다. 물론 그 정도 얼굴(?)과 체격에서 이 정도의 힘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했겠지만.

까드득!

서로의 무기가 떨리며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다고 자신하는 안량이었기에 이 대치가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놈이 물러날 거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허억!"

어느새 거치도를 깊게 베고 들어오는 청공검을 보며 안량은 헛숨을 들이켰다. 예리한 칼날이 지금이라도 거치도를 완전히 잘라내고 얼굴을 베어올 듯 했다.

무기가 잘라지기 전에 그는 허겁지겁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모용환은 그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안량에게 달려들며 청공검을 휘둘렀다.

"윽!"

안량의 가슴이 깊게 베였다. 그 역시 문추와 마찬가지로 철갑을 두르고 있었기에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철갑이 단숨에 베이며 피부에 직접적인 상처를 입자 안량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쿵!

"이봐! 괜찮겠어?!"

뒤에서 문추가 물어오자 안량은 짜증을 냈다.

"내가 질 것 같으냐!"

원소의 부하가 되면서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그 때부터 무인의 자존심을 버렸다고 생각했건만 아직 그의 호승심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크흐흐!"

안량은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거치도를 다시 한번 부웅 휘둘렀다. 모용환은 머리를 숙여 그 공격을 피해냈다. 고개를 숙인 그의 눈에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안량의 발이 보였다.

"흡!"

모용환은 손바닥으로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강맹한 발차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는지 그대로 그의 몸이 허공에 들려졌다.

안량은 그대로 그의 발에 매달린 모용환을 성벽 한 쪽으로 꽂아 넣으려 했다.

"쥐포로 만들어 주마!"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용환은 더 유연했고, 민첩했다. 그는 마치 곡예를 부리듯 허공에서 자세를 뒤집어 바깥쪽으로 향해 있던 몸을 위쪽으로 세우고 관절꺾기를 했다.

빠각!

"크아아악!"

안량의 무릎 뼈가 완전히 꺾여버리는 소리가 나며 그의 발이 기괴하게 틀어졌다. 하지만 모용환 역시 안량의 발을 잡은 그대로 성벽에 등을 강하게 부딪쳤다.

"큭!"

속이 진탕되며 울렁거렸지만 모용환은 고통을 참고 일어나 고통에 몸부림치는 안량의 목을 베었다.

"끄르르륵..."

목이 잘렸음에도 잠시 피 끓는 소리를 내던 안량은 눈을 부릅뜬 채 죽어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일행들을 비롯한 문추, 원소 등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그 때 다시금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

퍼뜩 정신을 차린 원소는 성벽 밑을 바라보았다. 개미 떼처럼 달려오는 적병들이 보였다. 아마 원술은 잡히지 않았다면 죽거나 도망쳤으리라.

"크으아아!"

수춘을 잃고, 안량까지 죽어버렸다. 분을 못이긴 원소는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했다. 그리고 나서는 문추에게 소리쳤다.

"가자! 지금 못 벗어나면 우리까지 포로가 된다!"

"... 예."

한동안 안량의 시체를 보고 있던 문추는 몸을 돌려 원소를 따랐다. 원소는 성벽을 내려가서 말에 올라타고는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성벽 위의 놈들을 잡아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게 놈들을 잡는 자에겐 포상하겠다!"

내성문이 뚫리지 않은 상황에서 성벽 아래의 병사들이 바깥의 사정을 알리 없었다. 또, 원소가 그들을 버린다는 것 역시. 그들은 탐욕스러운 눈으로 성벽을 올라왔다. 성벽 위에는 일행 말고도 원소를 따라갈 수도 없게 된 제갈량과 조운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모용환은 성벽을 올라오는 병사들을 베며 크게 소리쳤다.

"수춘은 이미 아군에게 점령되었다! 성문을 열어 보면 알 것이다! 나는 유비님 휘하의 모용환이다! 살고 싶은 자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때맞춰 관우군이 성문을 열고 물 밀 듯 들어왔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병사들은 하나 둘 무기를 버리며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모용환은 성벽 아래 저멀리 보이는 관우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관우도 모용환을 알아보고는 청룡언월도를 흔들어 보였다.

"후. 끝났군. 이제 이야기를 해볼까?"

상황이 정리되자 모용환은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며 제갈량에게 다가갔다. 제갈량은 평온한 신색으로 그를 대했다.

"제가 자초한 일이니 후회는 없어요."

"흥, 그런가?"

그 때 태사자가 끼어들었다.

"잠깐만! 그녀가 우릴 배신하긴 했지만..."

모용환은 태사자의 말을 잘랐다.

"했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이해를 해달란 건가?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마음이 넓지 못해."

"하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우린..."

'당신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려던 주유의 말을 이번에는 제갈량이 끊었다.

"이해해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어요. 다만 이건 나 혼자 한 일이니까... 조운은 받아줬으면 해요. 무예에 뛰어난 아이니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런... 언니!"

제갈량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컸던 탓에 모용환은 조운에게 딱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살인을 하고 벌벌 떨던 순수한 모습도 그랬고, 적어도 조운이 그를 대하는 데에는 꾸밈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도록 하지. 유언은 끝났나?"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기반을 잃은 지금, 그녀에게 남은 미련이 있다면 조운 하나 뿐이었다. 그에 대한 확답을 얻었으니 후련한 마음이었다. 이제... 여한은 없었다.

"끝났어요. 하지만... 당신이 더러운 피를 묻힐 필요는 없어요."

"무슨..."

알 수 없는 소리에 제갈량을 보고 있던 모용환은 불길한 무언가가 머릿속에 스치는 느낌이었다.

애초부터 제갈량은 성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처음부터...

"멈춰!"

자살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신형이 기울어졌다.

모용환이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그 광경을 본 다른 여인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모용환은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제갈량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살짝 웃었다.

"미안했어요. 정말..."

그리고 제갈량은 눈을 감았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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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특집 제갈량의 죽음...

다시 생각해보니 돌멩이 따위에 연연해서는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푸후후 퍽.

그와 함께 들린 소리. 파육음이라기 보다는 돌이 파이는 소리였다. 그리고... 제갈량의 몸은 허공에 뜬 그대로 멈춰있었다. 모용환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안도의 숨부터 내쉬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일단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

"이게 어찌된 거지...?"

위태롭게 성벽에서 흔들리는 제갈량의 신형. 그녀는 아마 정신을 잃은 듯 것 같았다. 모용환은 그녀의 옷자락을 꿰뚫고 성벽 깊숙하게 박혀 있는 화살 하나를 발견했다. 통째로 강철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이런 화살을 쓰는 사람은...

"황 어르신!"

모용환의 눈에 그제야 성벽 아래서 손을 흔들고 있는 황충이 보였다. 황충은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헛! 아무래도 저 처자는 살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네. 혹 노부가 잘못한 건가?"

모용환은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심한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는 그녀를 손수 죽이려고 한 주제에 지금 이 행동은 뭔가? 그녀에 대한 증오가 가라앉기라도 한 건가?

"빨리 오게. 이 처자를 이대로 둘 순 없잖은가."

"빨리 가봐요."

황충과 주유의 재촉에 모용환은 주유와 태사자와 함께 성벽아래로 내려갔다. 황충은 모용환이 오자 이 장(5~6m) 정도 위에 매달려 있는 제갈량을 향해 다시 한 발의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정확히 화살에 고정되어 있는 옷자락만 찢어냈다.

모용환은 힘없이 떨어지는 그녀의 몸을 받아들었다. 그는 그녀를 태사자에게 맡겼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주체할 수 없는 증오가 또 다시 들끓었기 때문이었다.

"아우, 오랜만이네. 그 분은 누구신가?"

어느새 다가온 관우가 말에서 내리며 물었다.

"아, 형님. 이 분은 신의 화타님과 같이 다니시는 황한승이라는 분이십니다."

"황충이라고 하네."

관우는 황충이 자신을 소개하자 마주 포권을 취해보였다. 그 역시 오래전부터 궁의 달인인 황충의 명성을 들은 바가 있었다.

"관우 운장이라고 합니다. 황한승님의 대명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황충은 껄껄 웃었다.

"대명이랄 게 뭐 있겠나? 나야말로 천하에 위명이 쟁쟁한 신장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네."

한동안 황충과 대화를 나누던 관우는 모용환의 공적을 치하했다.

"수춘을 이렇게 점령하다니. 모두 아우의 공이네. 아우가 내부를 뒤집어 놓지 않았다면 이렇게 원술의 본거지를 칠 수 있었겠는가? 듣자하니 원소도 있었다고 하던데..."

"소제가 불민하여 원소와 문추는 놓쳤습니다. 그러나 성벽 위에 안량의 수급이 있습니다. 헌데 원술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관우는 모용환이 안량을 베었다고 하자 크게 기뻐했다. 그는 크게 웃으며 모용환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북의 맹호라는 안량을 죽였단 말인가? 대단하군, 대단해! 원술은 일단 잡아두긴 했네. 놈의 휘하 장수들도 죽거나 잡혔네. 흐음. 이런, 이런. 태 공도 계셨군. 그간... 응? 이 소저는 누구신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승전의 기쁨에 취해있다 그제야 태사자와 주유가 있다는 걸 깨달은 관우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태사자에게 인사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 옆의 주유를 보자 낯익은 얼굴에 의아스러운 눈빛을 했다.

주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보았다.

"주유입니다. 운장님."

"허? 주 공이...?"

설명을 요구하는 관우의 시선에 모용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정이 있어 남장을 했다더군요."

"... 그런가? 어쨌든 오랜만이구려. 주 공."

어떻게어떻게 해서 관우는 그녀들과 재회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모용환에게 물었다.

"자넨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인가?"

"후... 일단 좀 쉬고 싶습니다."

많이 초췌해 보이는 그의 몰골에 관우는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하게나."



하루가 지났다. 수춘 성은 아직 어수선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점령군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원술의 폭정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모용환은 원술의 처소에서 머물고 있었다. 본래라면 관우가 머물러야겠지만 수춘을 점령하는데 공이 지대한 그를 위한 관우의 배려인 셈이었다. 모용환의 심경은 복잡했다. 제갈량 때문이었다. 주유와 태사자에게 감금되어 있는 동안 제갈량이 보여준 행동을 모두 들은 뒤라 그런지 처음의 불같던 증오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주유와 태사자는 그녀를 용서해주라고 했다. 조운 또한 눈물로 애원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말을 듣자 모용환은 더욱 화가 났다. 그럼 자신이 한 고생은 뭐란 말인가?

"젠장..."

일단 당사자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모용환은 바로 제갈량의 처소로 가려다 문득 다시 원술의 처소로 가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 당신과는 못 볼 거라 생각하면 꼭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자신의 처소에 들어온 모용환을 보며 제갈량이 씁쓸하게 말했다. 죽은 줄 알고 눈을 떴는데 자신은 살아 있었다. 그 느낌은 상당히 묘했다.

"그래... 이번이 두 번째던가."

한 번은 제갈량이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었을 때고, 두 번째는 어제였을 거다.

"절 죽이러 왔나요?"

"어떻게 해줄까?"

제갈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용환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여자는 그가 뭘 하든 다 달게 받겠다는 태도였다. 이래서는 안됐다. 울며불며 매달려야 이 분노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지 않겠는가.

저 평온한 얼굴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마음에 안 들어."

예상은 했지만 저 흔들림 없는 얼굴을... 그녀의 가면을 한 꺼풀 벗기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차를 마시고 싶군."

모용환의 요구에 제갈량은 구비되어 있던 다기에 담긴 차를 찻잔에 따랐다. 끓인 지 얼마 안 된 것이라 아직 따스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찻잔을 빼앗듯 넘겨받은 모용환은 품에서 가루약을 꺼내어 그 차에 탔다. 그리고 그것을 제갈량에게 도로 건넸다.

"마셔."

"......"

제갈량은 군말 없이 모용환이 건넨 차를 마셨다. 잠시 후,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그녀는 흔들리는 눈으로 모용환을 바라보았다.

"뭘... 탄 거죠?"

"사약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아니지, 그렇게 쉽게는 안돼. 네가 마신 건 원가 놈의 처소에 있던 춘약이야. 널 발정 난 암캐로 만들어 버리는 물건이지. 주유에게 들으니 원소에게 수치를 당했다고 하던데, 그러면 부끄러울 것도 없잖나?"

제갈량을 노려보는 모용환의 눈에는 파괴적인 욕구만이 가득했다. 그녀의 가면을 벗기고 자존심을 완전히 꺾어버리겠다. 완전히 무릎 꿇려 논 후 처단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아... 하아..."

제갈량은 입술을 작게 벌리고 숨을 몰아쉬며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많은 양의 춘약을 먹은지라 몸에 퍼지는 속도도 빨랐다. 모용환은 느긋하게 그녀가 당황하는 걸 감상했다.

"아아아...!"

한동안 이를 악문 채 버티던 제갈량은 결국 약기운이 골수까지 치밀었는지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행동을 했다.

그녀는 비음을 토하며 옷을 찢듯이 벗었다. 이윽고 드러나는 성숙한 여인의 나체... 우윳빛 살결은 붉게 달아올라 만지면 터질 듯 했다. 가녀린 몸에 감춰져 있었던, 크지도 작지도 않은 풍만한 유방은 가슴골을 따라 깊은 계곡을 그리며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였으나 결코 원형을 잃지 않는 팽팽함이 있었다.

그 아래로 수줍게 파인 배꼽과 보드라운 수풀이 보였다. 제갈량의 방초림은 그렇게 짙지 않아 계곡 주위의 부끄러운 살덩이들이 투영되어 보였다. 살짝 벌려진 붉은 조개는 이미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음...!"

모용환은 아름다운 여체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악! 아아!"

그녀는 스스로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왼쪽 손가락은 조개를 벌리며 깊숙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제갈량은 갈구하는 눈빛으로 애타게 그를 불렀다.

"제발... 아앙..."

모용환은 그녀의 팽팽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뭘 원하지?"

"다, 당신을... 하아! 원해요! 안아줘요! 흐윽!"

모용환은 비릿하게 웃었다.

"배신자 주제에 부끄럽지도 않나?"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성을 상실한 듯 했다. 그녀는 모용환에게 안겨들면서 그의 의복을 벗겼다. 모용환은 살짝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안되지, 안돼. 넌 암캐야. 난 주인이고. 알아들었나?"

"네, 네... 제발... 주인님... 하아..."

"입으로 봉사해봐. 혹시 모르지, 그러면 넌 안아줄지?"

모용환은 장대한 육봉을 제갈량에게 들이밀었다. 제갈량은 이미 수치심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의 육봉을 작은 입술 속으로 넣었다. 영사 같은 혀가 그의 육봉을 휘감아 왔다. 모용환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우웁... 웁..."

육봉이 목구멍 끝까지 찔러왔지만 제갈량에게는 오직 그의 육봉을 빠는 일만이 중요한 듯 했다. 작은 그녀의 입으로 육봉이 드나드는 것을 보면서 모용환은 커다란 쾌감을 느꼈다.

자신의 아래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이 여인이 정말 좀 전의 그 제갈량이란 말인가? 그녀의 도도한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렸다는 데에서 온 쾌감이 그를 더욱 부추겼다.

쑥!

그는 육봉을 그녀의 입에서 빼냈다. 그의 행동에 제갈량은 고개를 들고 무언가를 원하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나는 누워있겠다. 네가 알아서 해봐."

모용환은 그녀의 침상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의 육봉은 여전히 굳건히 일어서 있었다. 제갈량은 조심스럽게 그의 위로 올라와 쭈그려 앉았다.

"흐응..."

그녀는 섬섬옥수로 그의 육봉을 잡고 한 손으로는 스스로 자신의 조갯살을 벌렸다. 그리고 귀두 끝을 가장 민감한 점막에 잇대었다. 뜨거운 불기둥이 꽃잎 입구에 닿자 그녀는 살짝 몸을 떨었다. 제갈량은 그대로 엉덩이를 하강시켰다.

"하아아악!"

커다란 육봉이 그대로 그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제갈량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달아오른 입구의 살점이 갈라지며 커다란 물건을 받아들인 그녀는 몸을 꽉 채우는 포만감에 자지러지는 교성을 내질렀다.

이윽고 그녀는 두 손으로 모용환의 탄탄한 배를 짚고는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 척! 척!

육봉과 꽃잎의 결합부 사이로 투명한 애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미 삽입과 동시에 절정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약효가 떨어질 정도로 싸구려 춘약은 아니었다.

모용환은 자신의 위에서 교구를 움직이는 음탕한 미녀의 허벅지를 매만지며 말했다.

"정말 음탕해. 그렇지 않아?"

"하윽... 하아! 네, 네... 저는 음란해요... 너무 좋아! 아아아! 하아아악!"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둔부를 움직였다. 꽃잎과 육봉이 부딪칠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어찌나 세게 엉덩이를 흔들어댔던지 그녀의 조갯살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으음...!"

수동적으로 그녀의 봉사를 받던 모용환은 사정의 징조가 오자 그녀의 허벅지를 내리누르며 허리를 최대한 움직였다.

"아학!"

하체가 모용환에 의해 결박된 제갈량은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려고 하다가 갑자기 격렬하게 꽃잎을 찔러오는 육봉의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점차 빨라지던 육봉의 움직임은 곧 최고조에 달했다. 제갈량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뜨거운 폭발을 느끼며 엄청난 쾌감에 힘껏 도리질을 쳤다.

"어디 이번엔 암캐의 뒷구멍을 맛보도록 할까. 다리를 올리고 항문을 벌려봐."

"흐윽, 흐으... 네. 주인님..."

제갈량은 신음인지 흐느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누운 상태로 다리를 허공으로 한껏 들어올렸다. 모용환의 눈에 꽃잎에서 줄줄 흘러내린 정액으로 적셔진 국화가 들어왔다. 이미 그녀 자신의 손으로 삽입하기 좋게 한껏 개방된 국화.

푸욱!

모용환은 망설임 없이 육봉을 그녀의 국화에 박았다. 춘약 기운이 절정에 달한 그녀는 고통마저도 쾌감으로 받아들였다. 쳐들려진 그녀의 다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아악! 하으, 하으..."

모용환은 폭군같은 표정으로 그녀의 둔부살을 쥐고 무자비하게 허리를 흔들어댔다. 그녀의 유방이 힘없이 출렁거렸다.

퍽! 퍽! 퍽!

"아아아앙! 아흑! 더, 더!"

힘차게 내리 꽂는 육봉의 움직임에 맞춰 제갈량의 하얀 다리는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그녀는 모용환을 힘껏 껴안으며 젖가슴을 그의 상체에 비벼댔다.

모용환은 춘약을 먹지 않았음에도 눈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광기의 찬 사람처럼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거치게 육봉질을 해댔다. 격렬한 움직임에 그녀의 국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국화에서 느껴지는 고통보다는 몸을 떨게 만드는 쾌감에 자지러졌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미쳐 있었다.

"크흐흐! 어디, 더 사정해봐!"

"아아! 제발... 더! 멈추지 말아요! 하아앙!"

제갈량은 모용환의 몸을 더욱 끌어당겼다. 그녀는 하체에 한껏 힘을 주었다. 두 다리가 모용환의 허리를 옥죄는 것은 물론이고 육봉 역시 괄약근의 강한 압박에 더욱 거세게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용환은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탐했다. 제갈량의 몸 이곳저곳은 그의 정액으로 온통 범벅이 된 상태였다. 이미 예닐곱 차례 그녀의 몸에 사정을 했기 때문에 그녀가 사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그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찌걱. 찌걱.

"흐윽..."

"헉, 헉!"

아직도 그들의 정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모용환은 그녀의 꽃잎에 계속해서 육봉을 박아대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그를 받아들인 탓에 제갈량의 꽃잎은 한껏 벌어져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은 붉다기 보다는 정액이 말라붙어 하얗게 되었지만.

"허억!"

"아..."

모용환은 허리를 깊숙이 밀어 넣으며 다시금 그녀의 몸 안에서 폭발했다. 꽃잎 속에서 정액이 꾸역꾸역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뱃속은 그가 토정한 결과물로 가득할 것이다.

모용환은 그녀의 품 안으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신도 그녀를 안고 싶은 욕망에 도취되어 온 힘을 다해버렸다. 이제 몸에는 정액 한방울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제갈량의 몸은 온통 멍투성이였다. 특히 엉덩이와 가슴에는 거친 손바닥 자국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어찌나 육봉과 부딪혔던지 국화와 꽃잎 주변의 살들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후우... 제길."

모용환은 그녀의 옆에 얼굴을 묻으며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약으로 여자를 중독시켜 놓고는 좋아하는 꼴이라니. 자신이 무척 치졸하게 느껴졌다.

"끝났나요?"

옆에서 작은 말소리가 들렸다. 제갈량?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맑은 눈은 도저히 춘약에 중독되었던 여자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투명했다.

"이걸로... 만족했다면, 다행이네요."

제갈량의 말에 모용환은 그녀를 똑바로 응시할 수가 없었다. 자기의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그는 다시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 젠장!"

그는 그대로 제갈량을 꽉 껴안았다.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모용환은 다소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시는... 다시는... 배신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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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역시 죽일수는 없습죠. 원래 이럴 생각이었는데... 반응이 쩝쩝 -_-;;;;

제갈량 없는 삼국지는 팥 없는 찐빵...(과연 그것 뿐일까) 모용환은 다음날 한낮이 될 때까지 제갈량의 처소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제갈량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그렇군... 조조군의 사마의가..."

"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죠. 스승님의 지도도 그랬지만 타고난 재능도 천재였어요. 병법, 학문은 물론이고 무예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대단한가?"

그는 그녀가 사형제라고 하는 서서, 사마의 등의 능력을 보았다.

'어디...'

[이름 : 서서]
[통솔 : 80]
[무력 : 41]
[지력 : 98]
[정치 : 100]
[매력 : 91]

'과연 명불허전이군. 그렇다면 사마의는...?'

[이름 : 사마의]
[통솔 : 96]
[무력 : 97]
[지력 : 100]
[정치 : 100]
[매력 : 81]

'......!'

괴물이었다. 하후돈급의 무력과 통솔에 제갈량과 서서를 합친 것 같은 내정능력. 매력이 조금 낮다는 걸 제외하면 모용환 자신과 판박이가 아닌가.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사마의가 맹장으로 이름을 떨친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놈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후우..."

모용환이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며 제갈량은 나직하게 말했다.

"아직 더 말할 게 있어요."
"응? 더?"

"일전에 자객을 만난 적이 있지요? 그 자객은 조운이에요."

"아..."

어쩐지 사람을 찔러 놓고 벌벌 떠는 것에서 대충 짐작은 했었다. 그 때의 그 어설픈 자객을 떠올린 모용환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하하하! 어쩐지! 너무 어설펐다고."

"그 아이 앞에서 무안 주지 않았으면 해요. 조운 입장에서는 저를 위한 마음에서 최선을 다한 거예요."

모용환은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제갈량을 꽉 껴안으며 속삭였다.

"널 위하는 건 이제 날 위하는 게 될 거야."

"흐응..."

제갈량은 모용환이 뜨거운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자 낮은 콧소리를 냈다. 모용환은 그녀에게 짐짓 힐난하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유혹하면 곤란해."

"원소 앞에서는 이렇게 살아왔어요. 그게 어느새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제갈량은 알면 알수록 신비한 여인이었다. 천의 얼굴을 가진 그녀는 어떤 때는 교태로운 요부 같기도 했고, 인자한 보살 같기도 했으며, 지혜로운 양처 같기도 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

모용환은 하인을 시켜 주유와 태사자를 불렀다. 예전부터 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잠시 후 주유와 태사자가 제갈량의 처소에 들어왔다. 그녀들은 모용환에게 안긴 채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제갈량을 보고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와는 정 반대의 분위기네요. 그렇게 길길이 날뛸 땐 언제고."

주유는 모용환을 째려보았다. 모용환은 멋쩍게 웃었다.

"왔어?"

"용서한 거야? ...뭐, 보니까 일(?)도 치룬 것 같은데..."

태사자는 살짝 말끝을 흐렸다. 제갈량은 그녀들을 보면서 살짝 웃었다.

"후훗, 주 소저의 고통을 알 것 같아요."

"엣?"

그 말을 듣자 주유는 얼굴을 붉혔다. 그 이유를 모르는 태사자만이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내 이어지는 모용환의 말에 그의 옆에 앉았다.

"서 있지 말고 여기 옆으로들 와서 앉아."

모용환은 무릎에는 제갈량을 앉힌 채로 왼쪽에는 주유를, 오른쪽에는 태사자를 앉게 한 그는 양 팔을 뻗어 그녀들을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이 순간 아마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일거야."

"그러시겠죠."

주유가 비꼬는 투로 말했지만 그녀도 모용환의 품에 안기는 게 싫지는 않은지 그의 몸 깊숙이 얼굴을 묻었다.

"음... 그래서 말인데, 이 기회에 우리의 관계를 확실히 정립해야겠어."

"무슨 소리야?"

모용환은 진지하게 말했다.

"너무 어정쩡해. 우린 정식으로 혼인한 사이도 아니고 공인된... 음, 반쯤은 공인된 사이인가? 어쨌든... 단순하게 말하면 우린 그냥 몸만 섞은 사이야. 하지만 난 너희들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설명하기 좀 어렵군. 한 가지 물어보자. 날 너희의 뭐라고 생각해?"

그의 말을 들의며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모용환에게 안긴 제갈량이나 별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태사자는 몰라도 주유는 항시 고민해왔던 문제였다. 그녀들이 그를 부를 때만도 호칭이 어정쩡해서, '그' 혹은 이름을 그대로 부르지 않았던가.

"당연히... 지아비..."

"시도 때도 없이 날 안는 사람은 낭군님이야."

직설적인 태사자의 말에 모용환은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제갈량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함초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주인님... 일까요?"

결정타군. '무슨 짓을 했길래?'라는 의미가 듬뿍 담긴 태사자와 주유의 시선을 받으며 모용환은 헛기침을 했다. 어쨌거나 그녀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확실히 알게 되자 모용환은 말을 이었다.

"크흠! 너희도 그렇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부를 때는 이름 뒤에 낭군 랑 자(郞)를 붙여서 환랑이라고 불러. 가가나 상공 같은 딱딱한 말보다는 훨씬 낫잖아?"

일리가 있었기에 여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애칭으로 부를게. 아이 아(兒) 자를 뒤에 붙여서 주유는 유아, 제갈량은 량아. 어때, 좋지?"

제갈량은 별 말 없이 동의하는 듯 했지만 주유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그건 아명이잖아요. 어린애도 아니고..."

모용환은 가볍게 그녀의 의견을 묵살했다.

"뭐 어때. 귀엽기만 한데. 그런데 문제는 태사자인데..."

태사자였다. 그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태사자는 불안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정인에게 '사자'라고 불리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동물도 아니고...

"따로 별칭을 정해야겠군. 으음..."

깊이 생각하는 모용환을 보며 태사자는 기대에 찬 눈빛을 했다. 모용환은 그녀를 물끄러미 보더니 손뼉을 딱 쳤다.

"빈(貧)! 빈아. 어때?"

"곤궁할 빈? 무슨 뜻이... 학!"

모용환은 짓궂은 얼굴로 그녀의 품 안에 손을 쑤욱 넣었다. 갑작스런 모용환의 행동에 태사자는 헛숨을 들이켰다.

어느새 그녀의 옷 속에서 젖가리개를 들춰낸 모용환은 젖꽃판에 묻혀 있던 유두를 톡톡 건드리며 킥킥 웃었다.

"가슴이 너무 작잖아. 얘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군."

"이씨!"

태사자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모용환을 만나기 전까지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요즘 들어 자주 같이 목욕하게 되는 주유의 것과 무의식중에(?) 비교를 하면서 콤플렉스가 생긴 그녀였다.

사실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모용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18살인 상향과 비슷할 정도라니."

태사자는 소리를 빽 질렀다.

"여자는 18살이면 다 큰 거야!"

주유와 제갈량은 그런 그녀를 보며 깔깔 웃었다. 그녀가 씩씩대며 나가려하자 모용환은 손을 뻗어 그녀를 도로 앉히고는 자못 심각하게 말했다.

"장난은 그만하고. 결론은 난 너희를 전부 아내로 맞아들일 거란 거야."

주유는 갑자기 심통이 난 듯 모용환의 심각함에 초를 쳤다.

"흥. 그래서 아내 될 여자가 몇이죠?"

"으음... 너희 셋, 상향... 유비님까지. 다섯?"

유비의 이름까지 거론되자 제갈량마저 놀란 표정이었다.

"유비님까지 건드렸어요? 내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짐승이네요, 정말."

정곡을 찌르는 주유의 말에 모용환은 할 말이 없었다. 유비는 사실 강간한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유비님은 내 첫 여자이기도 하고... 그런데 유아 넌 네가 날 원한 거 아니었어?"

"당신이 내 알몸을 봤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단 거 알잖아. 그리고 환랑이라고 불러."

모용환의 강요에 주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환... 랑."
한편 태사자는 모용환의 여자 이력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환랑은 너무 강하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혼자서 감당할 순 없지... 죽을지도 몰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후훗, 당신을 혼자 상대하려면 매일 밤 춘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제갈량이 친절하게 보충설명을 해주자 모용환은 태사자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입맛을 다셨다. 실제로 태사자와 정사를 하면서 그녀를 한계 직전까지 몰아붙인 전력이 있기에.

그는 몸을 일으키며 소리나게 손뼉을 쳤다.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야. 내일 아침에는 바로 건업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오늘은 내 방에서 모두 같이 잘까?"

"아운은 혼자 자는 걸 싫어해요."

"흥! 이제 아주 노골적이군요!"

"잠만 잘 거야."

제갈량을 제외한 두 여인들은 그의 제의를 거부하지 않았다. 모용환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따 보도록 하지. 빈아, 잘 가라고."

"하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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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그냥 쉬어가는 편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네요

짤방은 원술입니다. 당분간 짤방은 올리되 전부 남자일거라는거...

그리고... 타당한 이유가 있는 지적은 대환영이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욕하는 리플을 달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기 싫으면 선작삭제 하십쇼. 괜히 그런 리플 달지 말고... 리플 보는 재미에 글쓰는데 그런 리플 달리면 정말 기분 나쁩니다.

p.s / 제 아바타가 여자인건 ... 좀 긴 사연이 있습니다 -_-ㅋ 제 메일이 원래 한미르였고, 그걸로 옛날에 유조아 아이디를 만들었는데 파란으로 통합되면서 메일이 바뀌었... 덕분에 비번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냥 이 아이디를 쓰고 있습니다.. 이튿날 아침, 모용환은 조운까지 포함해서 네 명의 여인들과 함께 관우를 찾아갔다. 직책으로 서열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관우는 그의 의형이었고, 주둔군의 군세장이었으니 그에게 알리는 것은 관례상 당연했다.

건업으로 돌아가겠다는 모용환의 말에 관우는 아쉬워하며 재차 권했다.

"흠. 난 자네에게 수춘의 태수를 맡아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유비님은 내정에만 관여하시니 이런 임면은 우형의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네. 건업 주변에는 적이 없어. 자네 같은 장수가 내정에만 전념하는 것은 너무 큰 손실이야."

모용환은 정중히 사양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하하. 지금은 몸을 너무 혹사해서 말입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오고 하니 올해까지만 푹 쉬고 싶습니다. 겨울에 전쟁이 일어날 리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할 수 없군. 혼자 갈 생각인가?"

"아니, 제 내자들과 같이 갈 생각입니다."

뜻밖의 말에 관우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내자들?"

"아직 정식으로 혼인은 못했지만... 다시 인사드리죠."

관우는 자신을 '아주버님'이라 부르며 인사를 하는 세 여인을 보며 당황했다. 남녀간에 장시간 여행을 하면서 어떤 사이가 되리란 예상을 못한 건 아니었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러웠다. 게다가 그건 제쳐두고라도...

관우의 심정을 알았는지 모용환은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유비님은 걱정 마십시오."

"으음... 아우 같은 사람은 삼처사첩이 흉은 아니지만... 믿겠네."

'의형님에서 장인어른이 되는 거 아닌가...'

새삼 불안해지는 모용환이었다. 그 때 주유가 살짝 옆구리를 찔러왔다.

'정말 일곱 명을 채우려는 건 아니겠죠?'

쩝. 모용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 때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부들에게는 인사도 안하고 가려나?"

화타와 황충이었다. 큰 은혜를 베푼 그들이 나타나자 모용환은 반색하며 그들을 맞았다. 제갈량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는지 모용환에게 들었기 때문에 황충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은공을 뵈어요. 생명의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허허, 역시 참한 처자로군. 은혜랄 거야 뭐 있나. 화살 한두 방 쏜 것뿐인데. 마음 쓰지 말게."

"그래도..."

"괜찮다니까."

관우는 화타와 황충과 가볍게 인사를 한후 모용환에게 말했다.

"미처 말하지 못했군. 두 분께서 좀 더 오래 수춘에 남아 주신다고 하셨네. 하루빨리 백성들의 삶이 정상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훌륭하신 분들이지."

"흠흠. 낯간지럽군."

"당연한 것일세."

화타와 황충이 도움을 준다고 하자 모용환은 가벼운 마음으로 수춘을 떠날 수 있었다. 그들과 작별을 한 모용환은 마차를 타고 건업으로 떠났다.

"날이 점점 쌀쌀해 지네요."

"뭐, 이제 가을도 다 끝나가니까..."

마부석에는 제갈량과 모용환이 앉아 있었다. 관우가 따로 마부를 붙여준다고 했지만 다섯이서 오붓한 여행을 즐기고 싶었던 모용환은 그의 권유를 사양했다. 여행하는 동안 주유, 태사자, 제갈량은 번갈아서 모용환의 옆에 앉았다. 조운도 가끔 바람을 쐬고 싶다면서 나오곤 했다.

넉넉잡아 열흘 동안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운의 눈치 때문에 여인들과 관계를 가지진 못했다. 조운이 마차 안에 들어가 있을 때면 낯간지러운 짓도 서슴없이 하긴 했지만...

"춥지 않아요?"

"음... 별로 춥진 않은데."

"난 추워요."

제갈량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옷을 타고 전달되자 모용환은 불끈 일어서는 육봉을 죽이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적극적이 된 그녀의 애정 공세였다.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모용환에게 지극히 순종적이었고 또 가장 적극적으로 그에 대한 애정표현을 하곤 했다.

"량아. 이러면... 크흠!"

"후훗, 뭐가요?"

그녀는 모용환의 볼에 살짝 입술을 맞췄다. 따스한 숨결이 느껴졌다.

'이건 이거대로 좋지만... 젠장할타불! 참아야 하느니라.'

지금 제갈량을 덮치면 그동안 조운의 눈치를 보며 쓸쓸함을 달래던 것이 의미가 없게 된다. 지난 시간이 억울해서라도 참아야 했다.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하늘은 구원의 밧줄을 내려주었다.

"아! 건업 성문이군. 다 왔다!"

"흐응..."

제갈량은 아쉽다는 듯 그에게서 떨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모용환은 계속해서 마차를 몰았다.

"모용 오라버니!"

건업 궁성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것은 손상향이었다. 그녀는 모용환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뛰쳐나온 듯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있었다. 모용환은 손상향을 목에 매단 채로 이어서 그를 맞는 주치, 한당과 인사했다.

그들 역시 주유의 여장 모습을 보자 놀랐지만 주유가 모용환의 내자가 되었다는 말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물론 손상향은 달랐지만.

"네? 내, 내자요?"

그러고 보니 조운을 제외한 모용환과 세 여인 사이에서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손상향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그녀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자 모용환은 혀를 찼다.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리며 말했다.

"널 버리진 않아. 너 역시 내 아내란 말이야. 다 큰 처녀가... 쩝."

모용환의 말에 손상향은 훌쩍임을 멈췄지만 그녀의 눈가엔 여전히 눈물자국이 남아있었다.

"환랑 잘못이잖아요."

제갈량이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녀는 살포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갈량이라고 해요. 나쁜 낭군님을 만난 탓에 힘들겠지만... 같이 잘해보도록 해요."

제갈량이라고 하는 여인의 말에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손상향은 멍하니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사람이고 말고요."

"동감."

그녀들에 의해 졸지에 나쁜놈이 되어버린 모용환은 머리를 긁적이며 손상향은 안은 채로 주치와 한당에게 말했다.

"두 분께서는 관우형님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제가 왔으니 오에 계신 유비님을 도와주십시오. 한당님께서는 회계로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손 공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요."

태사자, 주유, 제갈량, 모용환, 손상향, 조운... 이들만으로도 건업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건 낭비라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기에 주치와 한당은 바로 길을 떠났다.

그들이 떠남으로써 금남의 성역(?)이 되어버린 궁성에 모용환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섯 여인들과 함게 집무실로 간 모용환은 손상향에게 행정 인수인계를 받고 각자의 처소를 배정했다. 다들 마차 속에서만 지냈기에 피곤했는지 바로 처소로 향했다. 건업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건업성 내의 한 술집. 모용환 일행이 도착한 지 나흘이 지났다. 소녀티를 벗지 못한 여인이 홀로 술집 한 구석에서 독한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이미 취기가 많이 올랐는지 그녀의 얼굴은 달아올라 있었고 혀도 살짝 꼬부라졌다.

그녀는 바로 조운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상심했는지는 몰라도 혼자서 폭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흐윽... 언니이이..."

조운은 무척 속상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녀는 태어나서 혼자 잠을 자본 적이 거의 없었다. 열 네 댓살 까지는 방이 하나인 작은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같이 잤고, 제갈량이 온 뒤부터는 그녀와 함께 잤다. 그러다보니 혼자 자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이제는 홀로 자면 무섭기까지 했다. 특히 첫 살인의 충격이 완전히 가신 것이 아니라서 같이 자는 사람이 없으면 귀신이 나올 것 같아 불안한 그녀였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제갈량과 같이 자서 견딜 만 했는데... 건업에 도착한 다음날 저녁이었을까. 평소와 다름없이 제갈량과 재잘거리고 있던 조운은 모용환의 부름에 제갈량을 떠나보내야 했다.

곧 있으면 오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 밤늦게까지 그녀가 오지 않자 조금 화가 난 그녀는 모용환의 처소로 향했다.

늦은 밤임에도 모용환의 처소는 불이 켜져 있었고 야릇한 소리까지 흘러 나왔다. 무의식중에 발소리를 죽인 그녀는 살짝 열린 문틈으로 방 안을 지켜보았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우움... 음..."

제갈량이 한 손은 침상을 짚고, 한 손은 모용환의 목에 두른 채 그와 격렬한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서로의 입술 사이로 진득한 타액을 늘어뜨리며 얽히는 혀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아앙... 아아... 더..."

모용환은 허공으로 들려 있는 그녀의 한쪽 다리를 왼손으로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움직임에 맞추어 출렁이는 풍만한 유방을 애무하고 있었다. 오뚝하게 선 분홍색 유두는 교태롭게 떨리고 있었다.

"헉! 헉!"

벌려진 꽃잎 사이로 드나드는 거대한 육봉... 육봉이 그녀의 질속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음란한 물기를 머금은 속살들이 같이 딸려 나왔다. 문과 바로 정면이었기 때문에 조운의 눈에는 그 결합부가 똑똑히 보였다.

찌걱. 찌걱.

애액으로 젖은 음부의 털들이 서로 마찰할 때마다 음란한 소리가 났다. 조운 역시 그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학!"

조운은 잠시 할말을 잃고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이내 경악성을 발하며 얼른 문틈에서 눈을 뗐다. 다행히 제갈량과 모용환은 정사에 열중하느라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후우... 후우..."

조운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여행 중에 제갈량이 모용환의 내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냥 기뻐했었는데...

그녀는 방금 자신이 본 제갈량의 얼굴을 떠올렸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기이한 열기를 머금은 얼굴로 모용환과 입맞춤하던 모습. 자신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왠지 질투가 났다. 제갈량을 모용환에게 빼앗긴 것 같았다.

결국 제갈량은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모용환의 처소에서 잠들었으리라. 조운은 자신이 엿본 광경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하지만 이미 모용환에게 몸과 마음을 다 준 것 같은 제갈량 보고 아이처럼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행복해 보이는 제갈량의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속만 태우던 차에 결국 그녀가 찾은 것은 술집이었던 것이다.

쭈욱!

"흐윽, 으으윽..."

쿵!

잔에 가득 담긴 술을 한번에 들이킨 조운은 울먹이며 식탁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취기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그런 그녀의 옷 위로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거 참.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바보 같다고 해야 하나."

"우리야 좋은 거지. 이런 물건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값을 비싸게 받겠는 걸."

서로를 마주보며 킬킬 웃은 그들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그녀를 들쳐 메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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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조운은 레즈가 아닙니다...-_-; 편부로 자란 조운에게는 제갈량이 엄마 겸 언니였다고 할까요. 뭐, 그런 겁니다.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죠. 산 속에서 아빠랑 단 둘이 무예만 수련했으니.. 유비와 장비와의 관계도 얼른 진척시켜야죠. 이 챕터 끝나면 진행이 될 것 같은데 장비는 글쎄요... 츤데레가 아니라 정말 싫어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짤방은..... 느닷없는 장소.. 푸히힛 조운을 눈을 떴다. 지독한 숙취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눈앞이 흐릿했지만 어느 정도 안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웠다. 차가운 철의 감촉... 쇠창살?

"아?"

그제야 조운은 자신이 나신인 걸 깨달았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정신이 조금 몽롱하고 무언가에 취한 느낌이었다.

"아... 이, 이게...?"

"깨어나셨어요?"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조운을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벌거벗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두 명의 소녀가 보였다.

"너흰... 누구?"

그녀의 물음에 그녀 가까이에 앉아 있던, 눈꼬리가 조금 날카로운 소녀가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기저기 검댕 같은 것이 묻어 있어 원래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전 대교라고 해요... 얘는 소교구요... 여기 잡혀온 지는 두 달 정도... 됐어요..."

"여기?"

조운은 아직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 아직 숙취가 가시지 않은데다가 숨을 쉴 때마다 머릿속이 안개로 뒤덮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대교는 우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언니는 그나마 잡혀 온지도 몰랐던 모양이네요... 여기는 인신매매를 하는 도적단의 소굴이에요... 놈들은 돈이 될만한 여자라고 판단되면... 무력을 써서라도 잡아오죠. 제 부모님도... 저놈들에게 죽었어요..."

"인신매매?!"

조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술에 취해 쓰러지자 잡혀온 것이다.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후회했지만 이미 소용이 없는 일.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힘이 하나도 없고 정신이 조금 몽롱할 거예요... 저기 연기 보이죠...? 저게 미약이에요... 이걸로 힘을 다 빼놓는 거죠... 언니는 그래도 대단한 거예요... 우리는 처음 이삼 일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까요..."

미약? 숨을 들이쉴 때마다 힘이 빠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조운은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잡혀오면... 어떻게 되는 거야?"

"대개는 훈련시켜서... 성노로 만들어요... 처녀인지 아닌지 검사해서 방을 나누고... 그에 따라 어디에 팔릴지 결정돼요... 이 방은 처녀들을 가두는 곳이에요... 그저께인가 3명이 팔려서... 지금은 소교와 저 뿐이었는데... 언니가 들어온 거죠... 다른 어딘가에 또 다른 방이 있겠죠... 처녀는 부자들에게 주로 팔리고... 그렇지 않은 여자는 매음굴이나... 홍루 같은 데에 팔린다고 해요... 마침 오네요..."

그 때 방문이 열리며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한 사내는 정신을 잃은 듯한 이십대 초반의 여인을 들쳐 메고 있었다. 조운은 자신 역시 저렇게 잡혀 왔을 거라 생각하며 말없이 그들을 주시했다.

방의 구조는 간단했다. 커다란 큰 방 옆에 그녀들이 갇혀 있는 작은 방이 있었고, 큰 방 중앙에는 작은 침상이 있었다. 사내들은 침상에 여인을 눕히고는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젖가리개와 고의가 떨어져 나가고, 여인의 은밀한 부분이 모두 드러났다.

대머리 사내가 털보에게 말했다.

"흠. 겉보기에는 괜찮은데?"

"흐흐, 이런 년들이 오히려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는 법이지."

털보는 여인의 다리를 벌리고는 손가락을 여인의 꽃잎 속으로 푹 박아 넣었다. 그러더니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처녀가 아니군."

"그래?"

그 모습을 보던 조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 역시 저런 검사를 당했을 거란 소리가 아닌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무의식중에 손으로 꽃잎을 가렸다.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한동안 정신을 잃은 여인의 몸을 마음껏 주무르던 두 사내는 흥이 다했는지 여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는 다시 여인을 들쳐 메었다.

"이년은 홍루에 비싸게 팔 수 있겠어."

"크헤헤, 난 그런 년보다는 저런 미끈한 년을 좀 맛보고 싶은데 말이야. 캬... 저 탱탱한 젖가슴 좀 보라지."

털보가 자신을 지목하자 조운은 파랗게 질려서는 주춤 물러섰다. 이대로 털보가 자신을 덮친다면 반항할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대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서라. 처녀는 건드려도 안 될뿐더러 여기 오래 있다가는 우리도 힘이 다 빠진다고."

"그냥 해 본 말이다. 클클."

두 사내가 나가자 잔뜩 긴장해 있던 조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대교는 그녀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

"언니도 며칠이 지나면 교육을 받을 거예요..."

약기운 탓인지 아까부터 대교의 말이 자꾸 끊기고 말꼬리가 무척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내성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힘이 없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교육?"

"보통 3달 정도... 성노로 만드는 교육이에요... 방중술 같은 걸 배우죠... 남자를 즐겁게 하는 방법 말이에요... 그리고 몸이... 길들여져요..."

조운이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자 대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설명을 이었다.

"성감대가... 민감해진다는 소리에요... 온갖 약을 복용하고... 성감대가 자극당하죠... 순결을 잃지는 않지만... 무척 치욕스러울 거예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저와 소교는 한 달 반 정도... 교육을 받았죠..."

충격적인 말이었다. 3달 동안 성노로 만드는 조교를 당하고 교육과정이 끝나면 팔려간다... 조운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 안돼..."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방법이 없다. 쇠창살은 구부린다거나 하는 재주는 그녀에게 없었다. 가뜩이나 약 때문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닌데...

'잠깐만...'

뭔가 떠올린 그녀는 대교에게 물었다.

"교육이란 걸 받을 때... 밖으로 나가는 거니?"

"네... 이 방에서 나가면 따로 별실이 있어요..."

밖으로 나갈 때! 조운은 희망적인 정보를 얻었다. 일단 그 때 기회를 틈타서 어떻게든 일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정작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며칠 뒤에나 교육을 시작한다니 한동안은 대교, 소교와 함께 갇혀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조운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로 조심스럽게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는 소교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소교는 원래 말이 없니?"

"소교가 수줍음이 심하기도 하지만...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이런 일을 당하니까... 충격이 컸나 봐요..."

"그래..."

아픈 곳을 건드린 것 같아 조운은 더 이상 소교에 대해서 묻진 않았다.

"식사는 어떻게 하니?"

"매끼 꼬박 꼬박 주기는 해요... 우리는 상품이니까... 굶어 죽이면 안 되겠죠..."

자조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럼... 교육을 받을 땔 제외하면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거구나."

"씻지도 못해요... 용변도 모두 저기 만들어진... 간이변소에서 해결해야 해요... 그나마 닦을 수 있는 천이라도... 주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죽도록 싫었지만... 한 달 정도 있다 보면... 언니도 적응이 될 거예요..."

그러고 보니 대교와 소교는 모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듯 무척 초췌해 보였다. 몸 여기저기에 더러운 자국도 있었다.

"몇 살... 이니?"

"전 열 여섯... 소교는 열 다섯이에요..."

이제 15, 16살인 소녀들이 이런 곳에 갇혀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추행을 당하고 있다니... 같은 처지가 되었지만 조운은 그녀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조운이 대교를 쓰다듬으려고 다가오자 대교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만지지 마세요!"

"왜 그러니...?"

"약이... 약기운이 몸에 쌓여 있어서... 계속 민감한 상태예요... 조그만 자극에도... 바, 반응이..."

그녀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앙다물었다. 뒷말을 짐작한 조운의 얼굴에 인신매매단에 대한 분노가 서렸다. 이 어린 아이들을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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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자매 등장

써, 써는건 참아주심이... 뇌물로 이번회에 등장한 인물 중 한명의 짤방을 올렸습니다. 간만에 새로운 여자들이 등장했으니..

조운이 실종된 당일, 건업 궁성엔 난리가 났다. 평소 차분하던 제갈량은 그녀답지 않게 안절부절 못했고 모용환은 병사들을 풀어 조운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 결과 조운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성내 골목에 있는 술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술집이라... 술집엔 왜 간 거지?"

불안해하는 제갈량을 처소로 데려다 주고 온 주유는 모용환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미간을 좁혔다.

"조운은 순진한 애라구요. 몸만 컸다 뿐이지 세상물정을 잘 몰라요. 호기심에 갔을 수도 있고, 환랑 같은 남자의 꼬임에 넘어갔을 수도 있어요!"

"내, 내가 갑자기 왜 나와?"

갑자기 자신이 언급되자 모용환은 황당해했다.

"극단적인 예를 든 것 뿐, 별 뜻은 없었어요. 무슨 단서라도 찾았다고 하던가요?"

'그러니까 내가 왜 극단적인 예냐니까...'

속내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말을 삼키며 모용환은 진중한 얼굴을 했다.

"아마, 인신매매단에 잡혀간 것 같아."

"인신매매요?!"

"병사들에게 보고 받은 바로는 이 주위에 가끔 여자들이 실종되는 일이 일어난다더군. 벌써 2년 정도 되었다고 하던가? 여기서 없어진 여인 중 한 명이 다른 지방에서 창기로... 살고 있다는 걸 봤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세상에! 2년이라구요? 대체 관우님은 왜 이런 일을 가만히 내비 두신 거죠?!"

"형님도 그동안 이 일 때문에 무척 애를 쓰셨던 모양이야. 하지만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고 엄백호가 치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뿌리를 뽑기가 힘들다고 하더군... 그나마 지금은 빈도수가 많이 줄은 편이야. 사실 우리군이 건업에 주둔한지도 얼마 되지는 않았지."

"하아..."

조운이 인신매매단에 잡혀갔다. 그런데 병사들의 보고만으로는 아무런 단서를 얻을 수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조운의 신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어쩌면 벌써...

주유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불길한 상상을 떠오르지 않게 하려고 했다.

굳은 얼굴로 그런 그녀를 보고 있던 모용환은 벌떡 일어섰다.

"일단 직접 술집에 가봐야겠어. 주인은 도망쳤지만 뭔가 단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운은 골방에 혼자 남아 있었다. 두 시진 전에 식사로 희멀건 죽 같은 것을 먹은 직후, 대교와 소교는 갑자기 들어온 사내들에게 끌려갔다. 큰 방 옆에 교육을 위한 별실이 있는 모양이었다.

조운은 마음을 굳게 먹으려 노력했다.

"난 할 수 있어... 여기서 나가야 돼..."

그녀는 최면을 걸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처음의 다짐과는 달리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장시간 미약에 노출되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은 이렇게 며칠 동안 진을 빼놓고는 교육이란 걸 시작한다고 했다. 특히 조운이 혼자 있을 때는 좀더 많은 양의 미약을 공기 중으로 흘려보냈다. 그녀의 몸을 검사할 때 조운이 무예로 단련된 몸이란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하아..."

그녀는 힘없이 벽에 등을 기댔다. 이런 몸으로 밖으로 나갈 때 사내들을 밀치고 탈출할 수 있을까... 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기도 했다.

덜컹.

그 때 문이 열리며 털보와 대머리가 각각 대교와 소교를 데리고 왔다. 교육이 끝난 모양이었다. 그들은 음흉한 얼굴을 한 채 철창 너머의 조운을 보았다.

"너도 곧 이 아이들처럼 만들어주마. 몸이 아주 뜨거워질 거다. 클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대교와 소교는 풀린 눈으로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두 사내는 무슨 생각인지 소녀들을 바로 골방에 집어넣지 않고 맨바닥에 눕혔다.

"창기로 팔릴 년들이라면 몰라도 네년들에겐 손도 못대니... 이런 흥취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 크흐흐."

"빨리 시작하자고. 푸흐흐."

대머리와 털보는 음소를 흘리며 솥뚜껑 같은 손으로 대교와 소교의 꽃잎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 소녀들의 꽃잎은 안에서 당한 교육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아아아... 하지마앗..."

"흑......"

대교는 자신의 처녀지를 침범하는 사내의 손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미약에 중독 된 이상 힘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소교는 이미 포기했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킬킬... 네 년들도 좋으면서 무슨 앙탈이냐? 이 꼭꼭 조이는 것 좀 봐라. 반항할 힘은 없어도 여기는 잘도 힘쓰는구만."

털보는 한 손으로 소교의 조갯살을 벌리고 그 작은 동굴에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고는 살살 문질렀다. 그녀의 동굴은 워낙 작았기에 털보의 말대로 두꺼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가자 그것을 꼬옥 문 채 놓아주지 않았다.

"킬킬."

털보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소교의 몸이 움찔 움찔 떨려왔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 자극당하자 그 동안의 교육으로 인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히윽......"

소교는 바들거리는 손을 자신의 작은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것은 이미 훈련된 행동이었다. 이곳에 끌려온 뒤로 워낙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그녀들의 젖가슴은 볼품이 없었지만 중앙의 유두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자신의 유두를 살짝 스쳤다. 몸을 찌르르- 울리는 쾌감과 함께 그녀의 꽃잎은 한바탕 꿀물을 토해냈다.

"홍수가 났구나! 킬킬킬."

망설임도 잠시, 소교는 이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스스로 꽃잎과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대교는 그런 동생을 애처로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소, 소교야..."

"네년이 지금 동생 걱정하게 생겼느냐? 우리도 어서 시작하자꾸나! 크헤헤!"

"......!"

대교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신의 민감한 점막지대를 훑고 있는 사내의 두툼한 입술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금씩 계곡살 주위를 맛보던 사내는 낼름 혀를 내밀어 음핵이 있는 계곡의 첨단부터 아래 끝까지 꼭 다물려 있는 계곡 입구를 핥아내렸다.

"이익!"

대교는 이를 악물며 사내의 맨들맨들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떻게든 이 흉악한 머리를 자신의 꽃잎에서 떼어내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크흣, 더 해달란 거냐?"

잠시 얼굴을 들어 대교를 본 대머리 사내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얼굴을 그녀의 다리 사이에 처박았다. 대머리는 이번엔 그녀의 꽃잎 속을 깊숙하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흐아아..."

결국 대교 역시 무너져 내렸다. 온 얼굴에 잔뜩 애액을 묻히고 일어선 대머리 사내는 입술 주위를 핥으며 스스로 자위를 하고 있는 대교를 만족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이 죽일..."
그 광경을 조운은 이를 갈았다. 그녀의 살기어린 시선을 느꼈음인지 털보와 대머리는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클클. 너도 곧 이렇게 될 거야. 이년들은 그래도 아직 절반 정도 밖에 완성되지 않았어. 한달 정도 더 지나면 완전히 탕녀가 될 걸?"

"우리도 이런 여흥이 없으면 먹지도 못할 것들을 왜 데려오겠느냔 말이야. 이렇게 말이지!"

대머리는 자기의 발밑에서 몸부림치는 대교를 번쩍 들어 소교 위에 69자세로 겹쳐 놓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와 엉덩이를 손으로 짓눌렀다.

"우웁!"

"읍!"

서로의 조개를 입에 물게 된 자매들은 처음엔 조금 반항하는 듯하다가 이내 서로를 끌어안고 소중한 꽃잎을 애무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그녀들은 쾌락에 잠식당한 듯 했다.

"소교야..."

대교는 풀린 눈으로 동생의 귀여운 조개에 입맞춤하며 달아오른 음핵을 어금니로 살짝 깨물었다.

"하아... 앙..."

소교 역시 언니를 깊게 끌어안으며 꽃잎 주변에 묻은 애액들을 정성스레 핥아주었다. 털보는 소교의 얼굴 위에서 애처롭게 움직이는 대교의 둔부를 어루만지며 음소를 터뜨렸다.

"크흐흐흐! 자매의 사랑이라, 눈물겹군."

조운은 그저 치를 떨며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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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편 리플은 읽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후 연참

오늘 삽화는 누굴까요 -_-v 모용환은 주유, 손상향과 함께 조운이 마지막으로 목격됐다는 술집에 도착했다. 조운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궁성을 완전히 비울 수는 없었기에 제갈량과 태사자를 남겨 놓았다.

"그냥 평범한 술집이군... 이렇게 허름해서야, 별로 장사도 안 되겠어."

모용환의 눈에는 별로 수상해 보이진 않는 술집이었다. 모용환이 이 시대의 술집의 구조나 특징 같은 것을 알고 있을 리 만무했기에 그는 어떤 이상한 점도 찾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한동안 술집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주유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 이곳은 평범한 술집이 아니에요."

"응?"

"주 언니! 뭐라도 찾은 거예요?"

손상향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응. 적어도 수상한 점이 두 개는 있어. 우선은 술 저장고가 없다는 거야. 아무리 허름해도 술집이라면 저온에서 술을 보관하기 위해 땅굴을 파놓는데, 이 집은 그런 게 없어. 당일 술을 모두 팔지 않으면 술이 남게 되는데, 저온에서 보관하지 않으면 맛이 변하는 술통을 넣어둘 곳이 없다는 건..."

"아! 정말 그렇네!"

손상향의 감탄에 주유의 설명은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상한 점은 하나 더 있어. 여기 화덕을 봐. 그을음이 없어. 사용을 안했다는 거야. 이런 허름한 술집을 운영할 형편이라면 집도 겸해서 쓰고 있을텐데... 이상하지 않니? 아직 가을이라 낮에는 쌀쌀한 정도지만 밤이 되면 꽤 추워. 이런 엉성한 집에는 밤바람이 쌩쌩 불어 올 거야. 그런데도 화덕을 사용 안했다는 건 달리 머물 곳이 있다는 거야. 여기는 눈속임용이고, 본거지는 따로 있어... 그것도 가까운 곳에. 장사를 접고 밤 추위 속에서 오래 걸을 사람들로는 안보이니까."

"와! 주 언니, 멋있어요!"

"대단한데?"

"흥... 이 정도도 못하면 어떻게 군사를 하겠어요?"

왠지 자신을 겨냥한 듯한 말에 모용환은 헛기침을 했다. 주유도 대단했지만 그 역시 지력은 100이었다. 요즘들어 잘 안쓰이는 감이 있긴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꽤나 명석해진 두뇌였기에 그의 머리도 곧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많은 여인들의 실종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전무. 몇몇 실종된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인신매매범들의 짓으로 보이는 건은 없었어. 이걸 보면 놈들은 여자를 전문으로 인신매매한다는 건데, 유독 이 주위에서 실종이 많았지."

"그 2년 동안 이 집은 무던히 주인이 바뀌었고요. 건업 성 전체에서 실종이 일어났지만 이 부근에서 특히 많았던 걸로 보아... 아마, 여기가 놈들의 주 무대인 모양이에요. 같은 땅에 집만 새로 지어서 술집으로 만든 거죠.

"집만 새로 지었다... 여기가 아무리 골목이라지만 인적이 그리 드문 곳도 아니고, 몇 번이나 여자를 납치하는 데 어떻게 목격자가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목격자를 죽였다면 말이 되겠지만 그런 짓으로 보이는 살인이나 실종 같은 건 없었어. 그렇다면..."

모용환과 주유는 동시에 말했다.

"비밀통로예요."

"비밀통로가 있군. 아마, 이 바닥에."

척척 호흡이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한쪽 구석에서 보고 있던 손상향은 왠지 모를 질투심을 느껴야 했다. 그녀는 심통이 나서 발을 굴렀다.

텅.

"에엣?"

분명히 나무판자로 깔려 있는 바닥을 찼는데 왠지 속이 빈 것 같은 맥없는 소리가 울리자 손상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느새 손상향에게 다가온 모용환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웃었다.

"잘했어. 아무래도 찾은 것 같군."

바닥에 깔려 있는 판자는 겉보기에만 그럴 듯 했고 사실은 쉽게 들어올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판자 뭉치를 들어올리자 그 아래로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땅굴이 보였다. 돌로 계단까지 만들어져 있는 게 하루이틀 걸려서 만든 땅굴은 아닌 것 같았다.

손상향이 긴장이 되는지 꿀꺽하고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유아랑 상향은 가서 병사들을 데리고 와. 일단 내가 정찰을 겸해서 들어가겠어. 내가 안 돌아와도 섣불리 들어 오지마. 통로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으니까. 일단 이 주변을 에워싸고, 날 믿고 기다려. 알았지?"

"오라버니만 들어간다고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의 손상향이었지만 주유는 그런 그녀를 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환랑이라면 무사히 돌아 올 테니까."

"언니! 하지만 혼자서...!"

"지금 우리가 같이 들어가도 무슨 도움이 되겠니? 네가 그동안 무예수련을 열심히 한 건 알지만 이런 좁은 통로에서는 활을 쓸 수 없어. 그의 말대로 하자."

"...네..."

결국 손상향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엄백호에게 수치를 당한 후 모용환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수련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도 험했다. 모용환은 풀이 죽어 있는 그녀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냥 상향 그대로 있어주기만 하면 돼. 내가 뭘 바란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라버니..."

'이렇게 감동할 필요는 없는데...'

모용환은 감격에 젖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손상향을 보며 진땀을 흘렸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주유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갔다 올게."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지?'

땅굴 속이라 그런지 공기가 축축한 느낌이었다. 공기가 희박하진 않으니 분명히 어딘가로 뚫려는 있다는 말인데 꽤 많이 걸어왔는데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납치한 여인을 들고 이 정도 거리를 걸으려면, 꽤나 힘들겠는 걸. 둘이나 셋이서 교대하면서 들지 않는 이상은...'

투덜거리며 걷던 모용환은 어두운 암로 끝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세를 낮추며 발소리를 죽였다.

'놈들의 본거지인가?'

암로 끝에 있는 것은 철문이었고, 희미한 빛은 그 틈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크헤헤헷! 어때? 그 계집은?"

"이제 약기운이 좀 들어 먹힌 것 같더군."

"대단한 년이야. 그 정도의 미약을 들이마시고도 정신을 유지하는 것 보면 말이야. 보통은 몇 시진이면 정신을 잃는데... 하루를 넘게 버티다니."

"그년을 벗겨 놓고야 알았지만 꽤나 많이 단련된 몸이었어. 정신력도 강하겠지... 클클. 그런 년의 속살은 얼마나 야들야들할까?"

모용환은 문틈으로 살짝 안을 엿보았다. 술상을 한 가운데에 두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 대머리와 털보가 보였다.

'조운에 대한 얘기인가?'

모용환은 직감적으로 그들의 화제가 조운임을 알았다. 조운은 이들에게 잡혀온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모용환은 문을 밀치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으헉!"

"뭐, 뭐야?!"

쐐액!

청공검이 번쩍하고 빛을 뿜자 털보의 목이 잘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들의 무예도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술김인데다가 월등히 뛰어난 모용환에게 기습을 당한 터라 아무 반항도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었다.

동료가 끽소리도 못하고 죽자 대머리는 재빨리 사태파악을 하고는 넙죽 엎드렸다.

"제발... 사, 살려 주십쇼! 무슨 일이신지..."

모용환은 청공검을 검집에 집어 넣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생긴 건 답지 않게 상황파악이 빠르군. 어차피 넌 살려둘 생각이었다. 말할 입이 둘이나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착 가라앉은 음성에 대머리를 몸을 벌벌 떨었다. 간만에 물건을 잡아와서 큰돈을 벌겠단 생각으로 꿈에 젖어 있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조운은 어딨지?"

"조, 조운이라뇨..."

"네 놈들이 방금 술안주 삼아 얘기한 여인 말이다."

"그, 그... 따, 따라 오시죠..."

대머리는 얼마 전 납치해온 여인이 복덩이가 아니라 사신을 불러들였음을 깨닫고 침음했다. 여기서 어물쩡 대다간 털보의 꼴이 날 것 같았기에 그는 어기적일어서며 모용환을 그녀들이 갇혀 있는 골방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지하에 미로처럼 암로를 여기저기 뚫어놓고 있었다. 인신매매단은 사실 10명도 되지 않았다. 성 주변에서 조운이 납치당한 술집처럼 이곳저곳 일터(?)를 마련 해논 후 조를 이루어 여인들을 납치해온 것이었다.

각 일터의 지하는 중앙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곳에 여인들을 가두어 두는 방과 교육을 하는 방 등이 있었다. 모용환이 다다른 곳은 일터와 중앙을 연결하는 중간지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대머리를 따라 터벅터벅 걸으며 이 미로 같은 굴에 솔직히 감탄했다.

"이런 굴을 뚫으려면 족히 십년은 걸렸을 것 같은데?"

"그게... 원래 어느 정도 뚫려 있던 굴이었습니다.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몰라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지요. 새로 뚫은 굴은 나리께서 들어오신 굴 밖에 없습니다요."

'건업성의 지하에 예전부터 이런 굴이 뚫려 있었다고?'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모용환은 대머리를 쏘아보았다. 그 눈빛에 찔끔한 대머리는 머리를 푹 숙이고 계속해서 그를 안내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뭐, 나중에 조사해 보면 될 일.'

그렇게 계속 걷던 모용환은 마침내 예전부터 만들어져 있었다는 지하도의 중앙에 도착했다. 입구는 꽤 두꺼워 보이는 석문으로 되어 있었는데 대머리가 동그란 고리 모양으로 된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석문이 열렸다.

대머리와 함께 내부로 들어선 모용환은 코를 찔러오는 피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석문 때문에 인 먼지를 손을 휘저어 가라앉힌 그는 내부의 정경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으헉!"

대머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곳에는 그의 동료들로 보이는 사내들이 다섯있었는데... 모두 신체 한 곳이 잘려 죽어있었다. 그 중앙에는 다소 오만해 보이는 표정의 여무사가 칼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시체의 옷에 피를 닦다가 모용환과 대머리가 들어서자 아미를 상큼하게 치켜 올렸다.

"쥐새끼들이 아직 더 남아있었군!"

차가운 그녀의 말에 모용환이 앞으로 나섰다.

"실례지만 누구시오?"

"너 같은 놈에게 알려줄 이름 따윈 없다. 꼴에 사내라고 제법 용기 있게 나서는군. 그래봤자 여자를 납치하는 도적놈에 불과하지만. 죽엇!"

그녀는 다짜고짜 관우와 비슷한 언월도 모양의 장창을 모용환에게 내리쳤다. 어둠 속에서도 푸르른 빛을 발하는 게 명인이 만든 무기 같았다.

채앵!

"으아아!"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치자 대머리를 이 때가 기회라 여겼는지 왔던 길로 다시 도망쳐 버렸다.

여인은 대머리가 도망치는 것을 보더니 픽 웃었다.

"역시 쥐새끼들은 의리가 없군."

모용환은 체구에 맞지 않게 강력한 참격을 날린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태사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태사자가 기교 위주의 무예를 쓰는 탓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 여인은 언월도를 쓰면서도 등에는 또 검을 메고 있지 않은가.

'검파만으로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검. 쓸데없이 보검을 가지고 다닐 리는 없겠지. 결국 창과 검의 달인이라는 소린데...'

그가 대치상황에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그녀가 기합성을 내지르며 다시 공격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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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요?

짤방은 간만에... 창!

다시 무기를 맞부딪치며 모용환은 생각을 이어나갔다.

'상대의 정체도 모르는데다가 봐주며 상대할 수도 없는 무력. 저 여자는 그래도 인신매매단을 전멸시킨 여인이니 최소한 악인은 아닐 테지. 그렇다면 일단 피한다. 대머리가 말한 대로라면... 저 문 뒤에 큰방이 있고 그 옆의 방에 조운이 갇혀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모용환이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여인은 화난 얼굴로 맹공을 퍼부었다. 모용환은 주춤주춤 막아내며 서서히 그녀와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바꾸었다. 문이 그녀의 뒤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치가 완전히 반대로 되자, 그는 그녀를 무시하고 문 쪽으로 뛰어갔다.

"거기 서! 비겁한 놈!"

덜컹!

'이 문을 지나면 호흡을 통해 중독되는 미약이 공기중에 퍼져 있다고 했었지?'

모용환은 문을 염과 동시에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라버니...?"

"조운!"

쇠창살로 나누어진 골방에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조운이 있었다. 모용환은 지체하지 않고 청공검으로 쇠창살을 잘라내었다. 그는 그녀가 알몸인 것을 깨닫고 걸치고 있던 장포를 벗어주었다.

"여길 빠져나가면 주유가 병사들을 이끌고 왔을 거야. 어서 빠져 나가!"

"거, 걸을 힘이 없어요..."

"이런!"

미처 그 생각을 못했다.

"이 자식!"

그와 동시에 여인이 문을 부수며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독?"

그녀의 눈에 깃든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그녀의 눈에는 장포를 입기 전 알몸을 드러내고 있던 조운이 똑똑히 보였다.

"여자를 죽여... 살인멸구를 하겠다? 게다가 이 독은..."

전신에서 힘이 조금씩이지만 빠져나가고 있었다. 숨을 참긴 했지만 이미 체내로 유입된 독은 서서히 그녀의 기운을 갉아먹고 있었다.

'끄응... 젠장.'

이상한 오해를 받게 된 모용환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치졸한 자식! 죽어버려!"

아니나 다를까, 분노로 몸을 떨던 그녀는 허공으로 크게 도약하며 언월도를 내리쳐왔다. 독에 중독 된 이상 단시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 같았다.

맑은 금속음이 울리며 두 사람의 무기가 다시 충돌했다.

"헛!"

모용환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여인이 허공에 뜬 상태에서 등 뒤의 검을 뽑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언월도를 잡은 한손의 힘으로 허공중에서 다시 도약해 모용환의 어깨를 밟고 올라섰다.

마치 곡예를 부리는 고양이 같았다.

'아니... 정말 암고양이인가?'

고개를 들어 어깨위에 선 그녀와 눈을 마주친 모용환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살기로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동자는 정말 어둠 속에서 빛나는 고양이의 눈과 꼭 닮아 있었다. 어이없게도, 그는 그 눈동자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상도 잠시 머리를 수직으로 찍어오는 검극에 그는 위기를 맞았다. 몸을 움직여 피하자니 그녀 역시 그 방향으로 검의 진로를 바꿀 것이다.

"크읏!"

모용환은 청공검을 버리고 양 손바닥을 붙여 찔러오는 검을 잡았다. 손바닥에 의해 막힌 검 끝은 그의 이마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제법!"

회심의 일격이 수포로 돌아갔음에도 여인은 당황하지 않고 그의 어깨를 디딤대 삼아 공중제비를 한바퀴 돈 후 사뿐히 바닥에 내려섰다. 몸이 무척이나 유연한 듯 했다.

그녀가 어깨를 강하게 박찬 덕에 두 걸음 뒤로 밀려난 모용환은 청공검을 집어 들었다.

"이 암고양이가... 정말 열 받게 하는군."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모용환 역시 살심이 치솟았다.

모용환의 공격에 본격적으로 살기가 실리면서 그녀를 점점 압도하기 시작했다. 모용환도 격렬하게 여인과 겨룬 탓에 숨을 들이켜 독을 마시게 되었지만 그보다 훨씬 일찍 독에 중독 되어 버린 여인이 점점 힘이 떨어진 탓이었다.

"치잇!"

머리카락을 몇가닥 베어내며 스쳐지나가는 청공검의 검날에 여인은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간만에 만난 강자!'

그녀는 모용환과 겨루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모용환 정도의 강자가 비열한 독을 쓸 리도 없거니와 처음 그와 만났을 때 입고 있었던 장포를 알몸의 여인이 걸친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를 멈추진 않았다. 그러기엔 그녀의 호승심이 너무 강했다.

그것은 모용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공격이 점점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또한 여인과의 싸움을 진정으로 즐기게 된 것이었다.

어느새 비무가 되어버린 둘의 대결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났다.

털썩.

흐릿한 눈으로 둘이 싸우는 걸 지켜보고 있던 조운이 어떻게든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다가 쓰러진 것이었다.

"조운!"

모용환은 본연의 임무를 생각해 내고는 자책하며 조운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달려가던 중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크윽! 중독되었나?"

모용환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짓눌렀다. 그 때 조운이 힘겹게 말했다.

"옆 별실에... 애들이 더 있어요..."

"애들? 몇 명인데?"

"두 명이에요..."

"데려가야 할 사람이 더 있었군. 이봐!"

"으응?"

어정쩡한 상황이 되어버린 여인은 마찬가지로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초면이지만 부탁 좀 하지. 조운을 데리고 이곳에서 나가줘. 내가 조운이 말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겠어. 난 건업태수 모용환, 밖에는 내가 부른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을 거야."

"건업태수?! ...흐음,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정말 그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수 있긴 한 건가? 독에 중독 됐으면서..."

자기도 조금씩 비틀거리는 주제에 그래도 지기는 싫은지 여인이 조운을 부축하며 물었다.

"당신보다는 나을 테니 걱정 마."

여인에게 쏘아준 모용환은 그녀가 조운을 데리고 큰방을 벗어나는 것을 확인한 뒤 별실로 들어섰다. 그는 별실 안에 들어 있는 갖가지 기구들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별 희한한 게 다 있군."

나무로 만들어진 남근을 비롯해서 깃털을 몇 가닥 이어 붙인 붓 같이 생긴 물건, 십자가처럼 생긴 모양이 결박끈이 메어져 있는 침상 등...

방 안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한 구석에서 지저분한 옷을 걸치고 몸을 떨고 있는 두 인영이 보였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대충 십오륙 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은 움찔했다.

"안심해. 너희를 구하러 왔으니까."

그 말을 듣고서야 아이들은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여전히 떨리는 몸이었지만. 몰골이 지저분해서 성별이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지금 이 판국에 그게 중요한건 아니었다.

그 중에 하나는 감기에 걸렸는지 콜록콜록 거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쌀쌀한 온도에 옷도 안 입히고 가둬놨을 테니까. 겨울이 오면 그나마 옷은 걸치게 해 줬으려나?

"콜록... 누, 누구세요...?"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었다. 대교와 소교는 교육 때문에 이곳에 끌려와 있었는데 일(?)을 시작하기 전, 조련사(?)들이 잠깐 나갔을 때 고양이 여인이 들이닥쳐 모두 쓸어버려 별실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나중에는 무기 부딪치는 소리까지. 자매는 너무나 무서워 귀를 틀어막고 이곳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혹시 도망칠 기회가 생길지 몰라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조운과 잘 아는 사이... 라면 되나?"

"언니랑요?"

"그래."

다행히 먹혀들었는지 자매의 경계심은 많이 누그러졌다.

모용환은 대교와 소교를 양 옆구리에 끼고는 처음 들어온 석문으로 갔다. 하지만 석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젠장! 그 여자가!"

아마 조운을 부축하고 먼저 밖을 나갔던 여인이 무의식중에 문을 닫은 모양이었다. 실수가 아닐 수도 있었고.

"별실 쪽에... 다른 출구가 있어요... 일전에 거기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봤어요..."

"그래?"

별실 쪽으로 가자 과연 대교의 말대로 다른 출구가 있었다. 그녀들을 안고 힘겹게 지하도를 빠져나온 모용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사들이 없는 걸 보니 술집 쪽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미약을 너무 많이 들이마셔서인지는 몰라도 몸이 무척 피곤했다.

건업태수라고는 하지만 건업성 내의 거리를 돌아다녀 본 적은 별로 없는 그였기에 일단 아무 객잔이나 들어가서 방을 잡았다. 몸이 무척 노곤해 일단 한숨 자고 궁성을 찾은 요량이었다.

자매와 함께 방에 들어선 모용환은 꼬르록-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대교를 내려다보았다.

"죄, 죄송해요... 배가 고파서..."

"음. 거기서 제대로 된 식사를 먹었을 리가 없지. 이 돈을 가지고 주인한테 주면서 음식을 시킨 다음에 가지고 올라오면 될 거야. 보니까 동생인 것 같은데 동생 것도 가지고 와. 내건 됐어. 너무 피곤하거든... 그런데 넌 뭐 먹을래?"

"......"

"저, 동생은 낯가림이 무척 심해요."

"... 그렇구나. 난 좀 씻어야겠다. 여기."

"대인, 고맙습니다!"

대교는 모용환에게 돈을 받고 환한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모용환은 여전히 말이 없는 소교를 보며 어색함을 느꼈지만 곧 소녀의 손을 이끌고 욕탕에 들어갔다.

모용환은 옷을 벗고는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갔다. 그는 여전히 멀뚱히 서 있는 소교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같이 씻어도 돼. 이런, 옷도 안 벗었잖아?"

저러다 옷이 다 젖겠다는 생각에 모용환은 욕탕에서 나와 소교의 상의를 벗겼다. 옷은 쉽게 벗겨졌다. 아무렇게나 챙겨 입은 옷인데다가 성인 남자들이 입는 옷이었기에 소교에게는 너무 큰 옷이었다. 말 그대로 걸치고만 있었다.

모용환은 자매를 남자로 생각했다.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것도 그랬고, 그나마 들었던 대교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결정적인 건 남자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고정관념은 무서웠다.

상의가 벗겨지자 얼굴에 비해 비교적 하얀 상체가 드러났다. 가슴은 살짝 융기해 있었지만 무시해도 될만한 수준이었기에 모용환은 무심코 지나쳤다.

모용환은 약해 보이는 소교의 몸을 보며 그녀의 바지를 내렸다.

"몸이 좀 작구나... 헉?!"

대충 옷가지만 입었기에 고의를 입었을 리 만무.

살짝 오므려져 있는 다리 사이, 일자 모양으로 수줍게 갈라져 있는 계곡이 보였다. 솜털이 보송하게 나 있는 소녀의 꽃잎을 보며 모용환은 경악했다. 지금껏 남자이라고 알았던 아이가 '소녀'였던 것이다.

소교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모용환은 얼른 그녀의 옷을 입혀주며 헛기침을 했다.

"이, 이런 건 말 좀 하지... 젠장. 아, 화내는 거 아니야... 미안하구나. 먼저 씻고 금방 나올게."

소교를 욕실 밖으로 내보낸 모용환은 씻는 둥 마는 둥 하며 빨리 씻는 걸 마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방에 들어오니 소교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래층에 있는 대교에게 갔을 거라 지레 짐작한 그는 곧바로 침상에 누웠다.

정신적인 충격(?)과 미약 기운이 겹쳐 졸음이 급격하게 밀려왔다. 그는 눕자마자 곤히 잠들어버렸다.



모용환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그의 여인들과 알몸으로 있었는데, 유비가 무릎베개를 해주고 왼쪽에는 주유가, 오른쪽에는 제갈량이 같이 누워 있었다. 태사자와 손상향은 정성스레 그의 몸을 씻겨주는, 남자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꿈.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용환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보고 만질 수는 있었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다. 아쉽긴 했지만 이런 꿈을 꾸는 이상 그는 그냥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사랑스러운 얼굴로 양 옆에 붙어 있는 제갈량과 주유를 끌어안았다. 그녀들이 스스럼없이 안겨오자 모용환은 음심이 동해 양 손으로 그녀들의 꽃잎을 어루만졌다.

조갯살을 벌려도 보고, 손가락으로 쑤셔도 보고, 음핵을 꼬집어보기도 했다. 뭐 어쨌거나 이건 꿈이니까. 그런데... 그녀들이 달아오른 얼굴로 신음성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하윽...! 그만..."

"으응... 히익...!"

소리? 이건 꿈이잖아? 모용환은 정신이 확 들었다.

그의 정신은 급격히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모용환은 이내 경악했다.

"허억!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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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1분... 좀 늦었나.. 짤방은~ 소교입넫 그의 양 옆에는 대교와 소교가 누워 눈을 꼭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처음 봤을 때에는 모용환도 소녀들을 못 알아보고 일순 어리둥절해 했다.

'얘들은 누구야? 설마 그 애들? 이, 이렇게 귀여웠었나? 아니... 그것보다 왜 알몸으로 내 옆에 누워 있는 거야?'

그리고 그의 양 손은...

"흡!"

모용환은 두 소녀의 은밀한 부분에 얹혀 있는 양손을 보고 재빨리 손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모용환의 손길이 사라진 것을 느낀 두 소녀는 슬쩍 눈을 떴다. 그런 자매를 모용환은 당황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설명해주지 않으면 화낼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는 살짝 화가 난 상태였다. 아무리 자기가 잠결에 이러저러한 짓(?)을 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왜 이 아이들이 알몸으로 누워 있었는가? 아무리 여자를 좋아한다지만 이런 애들한테까지 손을 뻗칠 정도로 여자가 궁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자신을 그렇게 봤다는 소리였기에 화가 났다.

모용환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자 대교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대인의 은혜에 정말 감사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아무 것도 없어요...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가진 거라곤 몸 밖에 없죠..."

빠직.

모용환의 이마에 핏줄이 하나 돋아났다.

"그래서? 몸으로라도 은혜를 갚겠단 거야? 젠장, 그런 생각으로 옷을 벗고 침상에 들어온 거고? 대체 자기의 몸을 뭘로 아는 거야!"

그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대교와 소교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말이 다 끝났을 때, 대교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

"... 방에 들어와 보니 대인께서 주무시고 계셨어요. 저와 소교는 일단 몸을 씻었는데... 옷이... 없었어요. 바닥은 너무 춥고... 그래서... 죄송해요! 흑!"

끝에는 흐느끼는 대교를 보며 모용환은 아차 싶었다.

'그, 그러고 보니... 얘들이 남자인 줄 알고 방도 하나만 잡은 데다가... 옷도 처음에 입었던 누더기 그대로...'

기껏 몸을 씻었는데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옷을 다시 입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바닥에서 자자니 2층이라 난방도 안 되는 이 추운 방에서는 얼어 죽기 십상이고... 별 수 없이 알몸으로 침상에서 잘 수밖에.

"흐윽... 그러다가 대인이 잠결에..."

더 이상은 듣지 않아도 뻔하다.

"미, 미안... 그건 그렇다 쳐도 왜... 반항(?)을 하지 않은 거야? 몸을 바깥쪽으로 틀어도 되고..."

"... 그럴 수가 없어요."

"뭐?"

"저희들은... 잡혀 와서 한 달반 정도... 성노로 교육을 받았어요. 아까처럼 그렇게 자극하면... 반항은커녕... 오히려 다리를 벌리도록... 훈련 받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된 바에야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겠단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대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수치스러웠는지 입술을 잘근 잘근 씹었다.

모용환은 자매의 사정을 듣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단순한 인신매매범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성노라...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미 죽은 놈들에게 화를 풀 순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방금 전까지 잠결이라는 핑계로 한 짓이 있지 않은가.

그는 대교와 소교의 몸을 이불로 덮어주며 헛기침을 했다.

"큼! 그렇다고 이렇게 함부로 몸을 굴리면 안돼. 그나저나 아직 너희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뭐지?"

"... 전 대교예요. 얜 소교구요."

'이교?!'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낯익은 이름들에 모용환은 내심 놀라며 대교와 소교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어쩐지 얼핏 보는 것만으로도 심하게 귀엽더라니. 토끼 같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잡혀먹을 것 같은 눈(?) 하지 말아. 화 다 풀렸으니까... 따지고 보면 내 생각이 짧았던 거고. 하지만 난 그런 사람으로 본 건 조금 심했어. 난 모용환... 이래봬도 건업 태수라고."

"태수님이요?!"

자매는 요 근래 크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용환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갇혀 있을 때에도 인신매매범들이 심심풀이 삼아 얘기하던 게 최근에 하북의 맹장 안량의 목을 벤 모용환에 대한 무용담이었기 때문이다.

"......!"

이 말에는 대교뿐만 아니라 머리를 숙이고 있어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소교도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보였다.

"오라버니라고 불러. 갈 곳이 없다고 했지?"

아직 충격을 받은 듯 굳어 있던 대교와 소교는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뒤를 봐주도록 하지."

"하지만..."

"난 태수야. 엄밀히 말하면 너희들은 내가 다스리는 곳의 주민이고. 당연히 내가 할 일이야. 그 정도의 돈은 얼마든지 있다고. 뭐 하고 싶은 일 없어?"

조금 강압적인 모용환의 말에 대교와 소교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자매는 알몸으로 살까지 맞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취하지 않은 모용환을 이미 신뢰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태수나 되는 사람이 소녀들을 상대로 사기를 칠 리는 없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저, 전... 무예를 배우고 싶어요."

"무예? 여자가 하기엔 좀 험할 텐데. 이유를 물어도 될까?"

대교는 주먹을 꼬옥 말아 쥐며 당차게 말했다.

"저희를 납치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지만... 그 조직은 중원 전역에 퍼져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복수를 하고 싶어요."

"으음. 소교, 넌?"

"... 하, 학문을... 배, 배우고... 싶어요..."

소교와 처음 대화를 나누는 모용환이었다. 심하게 떨리는 음성에 모용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소심한 성격으로 어떻게 알몸으로 자신에게 안겼는지 모를 일이었다.

"무예와 학문이라. 흐음... 마침 딱 좋군. 나와 같이 궁성에 가면 너희들을 가르쳐 줄 스승들이 있을 거야. 대교를 가르칠 사람은 태사자라고 하고, 소교를 가르칠 사람은 주유라고 해. 내 부인들이지. 좋은 스승이 될 거야."

"네!"

"......"

소교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저 성격을 고치려면 꽤나 힘들 것 같군. 유아가 어련히 잘 가르치려나?'

"그래. 일단 궁성으로 돌아가야지... 그런데 너희들 옷이 없구나. 이거 어쩌지? 난 여자 옷은 사본 적이 없는데... 일단 남자 옷을 입도록 하자."



"어딜 쏘다니다 이제 온 거예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물어물어 궁성에 도착한 모용환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도끼눈을 뜨고 있는 주유와 대면해야 했다.

"하하! 미안, 미안. 너무 피곤해서 한숨 자고 온 거야. 조운은 무사히 도착한 건가?"

대답은 태사자가 했다.

"말도 마. 도착하자마자 량아를 부둥켜안고 울음보를 터뜨렸어. 지금은 울다 지쳐 잠들었고... 몸에 이상한 약기운 같은 게 있는 모양이더라고. 량아가 지금 옆에서 간호하고 있어."

다행히 무사히 도착한 모양이었다. 문득 조운과 동행한 그 여무사가 생각이 났다.

"같이 온 사람은?"

"아! 그 여자 말이야? 지금 객실에 머물고 있어. 환랑을 만날 때까지만 있겠다는데... 난 그 여자 마음에 안 들어. 강해 보이긴 하지만 너무 거만하지 않아?"

"그래도 조운을 데려온 은인이잖아요. 환랑이 왔으니 이제 문원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겠네요."

"문원?"

"같이 조운을 구했다면서 이름도 몰라요? 장문원. 그녀의 이름이잖아요."

'장료!'

이교에 이어서 이번에는 장료였다. 어째서 장료가 이곳에 나타난 거지? 연의에서라면 지금쯤 여포에게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닌가?

[이름 : 장료]
[통솔 : 94]
[무력 : 97]
[지력 : 90]
[정치 : 23]
[매력 : 90]

'또 한명의 괴물 등장인가...'

내정 쪽은 영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사령관의 전형인 능력치가 아닌가. 지력이 단순히 두뇌의 영민함을 뜻한다면 장료의 전략 능력도 대단할 것이다.

주유는 모용환이 갑자기 생각에 잠긴 듯하자 몸소 장료에게 그가 왔다는 소식을 전하러 가려 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모용환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잠깐만. 그보다 이 아이들에 대해 할말이 있어."

"네? 아, 그러고 보니... 저 아이들은...?"

"귀엽게 생겼네? 꺄, 이 볼 좀 봐!"

거침없는 성격의 태사자가 젖살이 빠지지 않아 조금 통통한 대교의 볼을 문지르며 꺅꺅 거렸다. 잔뜩 긴장해 있던 대교는 스스럼없는 태사자의 태도에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모용환은 그녀의 행동에 머리를 짚었다.

"이런. 왜 이럴 때만 여성스러워 지는 거야?"

"환랑, 난 여자야!"

"음. 겉보기엔 예쁘장한 여자가 맞지만... 알맹이는 좀. 그래서 그런가? 빈.아.?"

"이익!"

태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모용환은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무시하며 대교와 소교를 정식으로 소개했다.

"이 아이들은 이번에 그 놈들의 소굴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야. 내가 구해온 거지. 이쪽이 대교, 이쪽은 소교야. 갈 데가 없으니까 여기서 머무르게 하려고. 대교는 무예를, 소교는 학문을 하고 싶다고 해서 유아랑 빈아한테 맡기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이런 제자라면 얼마든지!"

태사자가 웃으며 대교를 끌어안자 대교는 빨간 얼굴로 더듬더듬 말했다.

"처, 처음 뵈어요... 스, 스승님..."

한편 소교에게 다가간 주유는 애를 먹고 있었다.

"네가 소교니?"

"......"

물어도 고개만 푸욱 숙인 채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소교의 태도에 주유는 난감한 얼굴이었다. 옆에서 그걸 보고 있던 모용환이 조언을 해주었다.

"소교는 무척 소심해. 대단한 부끄럼쟁이지."

"으음. 그래요?"

주유는 소교를 다시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탓에 앞머리가 길게 늘어져 얼굴을 전부 가리고 있었다. 주유는 부드럽게 소교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사이로 안절부절 못하는 귀여운 소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주유는 불안하게 떠는 소교와 눈을 마주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이런 귀여운 얼굴을 왜 가리고 있니? 학문을 하고 싶댔지? 이 언니는 주유라고 하는데... 오늘부터 소교는 나와 같이 지내도록 하자."

"... 네, 네..."

여전히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소교에게서 대답을 들은 주유는 활짝 웃었다. 잠시 소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던 주유는 문득 소교가 남자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치수도 훨씬 커서 하늘거리는 옷.

"어머, 남자 옷? 새 옷 같은데 왜 이런 옷을 산거니? 예쁜 얼굴 옷 때문에 다 버리겠어."

"... 태, 태수님이..."

거기까지 들은 주유는 고개를 홱 돌려 모용환을 노려보았다.

"환랑이 사 준 거예요? 소교 옷이 왜이래요? 하, 대교도?"

갑자기 화살이 날아오자 모용환은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했다.

"아니... 난 여자 옷을 골라본 적도 없고... 대충..."

"흥! 여자에겐 옷이 생명이란 말이예요! 새겨들어요! 소교야, 우선은 옷부터 갈아입자. 대교도 같이."

"음, 예쁜 옷도 좋지만 무예를 배우려면 활동하기 편한 경장이 좋을 텐데. 내가 골라 줄게."

모용환은 대교와 소교를 데리고 옷을 사러 가는 주유와 태사자를 잠시 멍하니 보고 있다가 정신을 추슬렀다.

"일단 장료부터 만나야겠는데... 객실이랬지? ...그나저나, 즐거워 보이는군."

새삼 대교와 소교를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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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등장의 허구성? 그런건 없습니다 푸히힛 모든 건 내 맘대로....(...)

짤방은 뭐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이제 온 건가? 모용환."

객실에 있던 장료가 모용환을 보자 대뜸 물어왔다. 아무런 직위도 없는 낭인이 태수를 대하는 태도치고는 무척 무례했지만 모용환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곳에 온 뒤에 내 이름을 알았나 보군. 만나서 반갑다. 장료."

"너 역시 주유에게 내 이름을 들은 모양이군?"

장료가 주유를 무척 잘 안다는 듯이 편하게 말하자 모용환의 눈두덩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래. 어쨌든 조운을 구해줘서 고맙군."

"그냥 데리고 나왔을 뿐이야. 그 아이가 조운이었다니. 좀 놀랐어."

조운 역시 마찬가지로 잘 안다는 듯한 말투에 모용환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주유와 조운을 잘 아나?"

"안다면 잘 알지. 무척이나. ...그 얘기는 좀 있다 하도록 하고, 일단 우선적인 용건부터 말하도록 하지."

도도한 얼굴의 장료는 오만한 말투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다만 듣는 사람의 기분이 무척 나쁘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마치 명령하듯 하는 말투에 모용환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그래도 일단은 조운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들어줬으니까. 이 정도는 지고 들어가 줄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날 만나려고 건업에 온 건가?"

이상하게 장료에게는 평소 여인들을 대하듯 하는 말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요즘 명성을 날리는 모용환이라는 자가 어떤 자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겸사겸사 왔는데 같잖은 것들이 날 건드리더군. 그러던 차에 널 만난 거지."

'인신매매단이라면서 사람 보는 눈이 없군. 이런 여자를 건드려?'

잠시 딴생각을 한 모용환은 이내 딱딱하게 물었다.

"그래? 그렇다면 용건은?"

"간단해. 우릴 고용해 달라는 것."

"우리?"

뜻밖의 요구에 모용환은 인상을 찡그렸다. 장료는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패왕기에 대해서는 알 테지?"

모용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포가 이끄는 천 명의 흉노기병대. 직접 공성전을 하지는 않지만 평지에서 만나는 모든 적들을 쓸어버리는 무적의 기병대였다. 현재는 동탁 휘하에 있는 별동대나 마찬가지였다.

"난 본래 여포 대장과 행동을 함께 했었어. 2명의 부대장 중 한명이었고. 한명은 고순이야. 1500명의 용병 기마대를 이끌고 있었고."

"처음 듣는 얘긴데?"

"그럴 테지. 여포 대장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니까. 휘하 용병대들도 그렇고. 아무튼 우리는 뜻이 맞는 주군을 만나면 휘하에 들어갈 작정이었어. 그런데 돌연 여포 대장이 동탁의 휘하에 들어간 거야. 고지식한 고순은 군말 없이 따랐고... 처음부터 함께했던 흉노 기병들도 따랐지."

"넌?"

"물론 계속 대장을 만류했지. 아무리 봐도... 동탁은 아니었거든. 하지만 대장은 들은 척도 않더군. 그래서 결국 나와 한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500명만 따로 떨어져 나오게 된 거야. 우리 소문, 들은 적이 있지?"

뭔가 구구절절 하면서도 간단한 설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중원지방에서 용맹을 떨치는 혈랑대(血狼隊)의 대장이 여자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혈랑대 말인가?"

"그래. 우리 목적을 위해서라면 헐값에 고용되어도 좋아. 숙식만 제공해 주면 돼."

조금 흥분했는지 장료의 눈이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시 봐도 정말 고양이 같은 눈동자였다.

"목적이 뭐지?"

"대장이 동탁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 그래서 대장을 동탁에게서 빼오는 것. 이게 전부야."

모용환은 이미 막강한 무위를 보유하고 있는 장료가 어째서 그렇게 여포에게 집착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여포를 사모하나?"

장료는 모용환의 갑작스런 말에 그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설마. 하지만 대장은 내겐 스승과도 같은 사람이거든. 이 언월도술은 대장에게서 배웠지. 한족인데도 잘 대해주었어.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야."

"동탁에게서 빼오는 것이 은혜를 갚는 것인가?"

"글세... 동탁은 인재도 많고 물자도 많지. 병사도 많아. 단순히 병사수만 따진다면 동탁이 제후들 중 가장 많을 거야. 하지만 왠지 동탁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아. 그 인물됨됨이가 어떻게 그런 세력을 구축했는지 희한할 정도니까."

'동탁이 그런 자란 말인가?'

장료는 동탁을 직접 만나본 듯 했다. 모용환은 동탁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섣부른 평가를 내릴 순 없었지만 그래도 장료 정도의 무인이 사람을 잘못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은 삼국시대긴 하지만 인물은 이름만 같지 천차만별이야. 원소만 봐도... 동탁이 천하삼세 중 하나로 꼽히는 걸로 봐서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안량이 죽은데다 원술이 관우에게 포로로 잡히면서 중원까지 걸친 원소의 세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그래도 준치라고 아직 원소의 본세력은 건재했다. 그런 원소와 중원에 확고하게 자리한 조조 등과 비견되는 동탁의 그릇이 작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런 거래라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어차피 동탁과는 언젠가 승부를 봐야 하니까."

모용환은 왠지 장료와 같이 있는 것이 껄끄러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이상하게도 이 여자는 그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만. 이제 본론을 얘기하지."

"본론?"

"사실 이것 때문에 모용환, 널 찾아 온 거야. 근래 네 명성이 퍼지지 않았다면 난 조조에게 갔을 테니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모용환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일단 들어나 보지."

"... 대한민국. 알아?"

쿵!

모용환은 둔기로 머리를 거세게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이야! 결코 다시는 들어보리라 생각지도 못한 나라. 그 단어를 눈앞의 여자가 언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장료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뭐야?! 넌 누구지?!"

"예상이 맞았군. 진정해."

차분한 장료의 말에 모용환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지만 잔잔한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서 대한민국을 아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료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내 원래 이름은 한시은. 4년 전에 이곳으로 왔어. 어느날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지."

"......"

자신 말고도 이곳에 온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눈 앞의 장료, 아니 한시은이라는 여자가 버젓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난 깜짝 놀랐지. 여자지만 난 그래도 삼국지 마니아야. 그런데 정작 내가 시간을 거슬러 삼국시대에 등장하게 되다니. 처음엔 꿈인 줄 알았지만 이내 곧 이 현실을 받아들였지. 나는 고3이라 무척 압박감에 시달렸거든. 해방됐다는 생각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나지도 않았어. 가만 생각해 보면 그 날 잠들면서 이 세계로 오길 바랐는지도."

시은의 경우는 현성과 비슷했다. 현성 역시 고된 현실에서 탈출하길 빌며 잠들었고, 일어나 보니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난 분명히 거의 현대와 다름없는 몸으로 이곳에 왔는데, 주변 사람들은 날 알아보고 '장료'라고 불렀던 거야. 내 얼굴은 분명 한시은이라는 사람인데. 지금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잠들기 전까지 플레이 했던 캐릭터가 장료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시은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원래 검도를 했기 때문에 검을 다루게 되었다든지, 여포의 용병단에 들어가 여포에게 무예를 배웠다든지 하는 이야기였다. 설명을 끝낸 시은은 모용환을 보며 재차 말했다.

"내 얘기는 끝났어. 그쪽도 나랑 비슷한 것 같으니까 한번 말해봐."

모용환은 잠시 현성으로 돌아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본명이 이현성이고, 시은과 비슷한 이유로 오게 되었다는 것. 단지 그녀와 다른 점이라면 신규 캐릭터로 했기 때문에 능력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능력치를 볼 수 있다고?"

장료는 모용환의 말에 크게 놀란 듯 했다.

"그래. 너는 볼 수 없나?"

"나는 안돼. 하지만 다른 건 할 수 있지. 이 눈이야."

그녀의 눈이 완전히 고양이눈이 되었다. 원형의 동공 속에 세로로 갈라진 또 하나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살짝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섬뜩한 눈동자가 나타나자 모용환은 경악성을 내뱉었다.

"정말 고양이눈이라니..."

"밤에만 환히 볼 수 있을 뿐, 별로 쓸모는 없어. 감정이 거세지면 간혹 눈동자가 변하기도 해. 싸울 때라던가?"

장료가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눈동자는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현성과 시은은 이곳으로 오면서 이렇듯 특별한 능력을 하나씩 가지게 된 모양이었다.

장료는 갑자기 모용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세계는 분명 이상하지만 이름만은 거의 똑같아. 처음 모용환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직감적으로 네가 나와 같은 사람이란 걸 느꼈어. 삼국지에서는 모용환이라는 이름은 없거든. 어쨌든, 만나서 반가워."

모용환은 기분 좋게 그녀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악수로 인사하는 법은 이곳에서는 그와 그녀밖에는 모른다. 묘한 유대감이 형성된 느낌이었다.

그것은 장료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모용환의 등을 툭 쳤다.

"이제부터 우린 친구야. 비밀을 공유하니까. 사실 난 나보다 약한 친구는 만들지 않지만, 저번에 싸워보니 꽤 하는 것 같고. 다시 겨뤄 볼까?"

"아아. 사양하겠어. 난 내 부인들에게 가봐야 해."

"흐음. 그러고 보니 넌 여자들을 많이 후리고 다니는 모양이더군. 이런 곳이니까 그런 것도 가능한 거겠지. 하지만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들은 뭐야? 자존심도 없나?"

장료, 즉 시은은 현대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런 여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경멸어린 얼굴을 하자 모용환은 화를 냈다.

"말조심해. 나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상관 않지만 그녀들에게 무례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

모용환은 처음에 태사자나 주유가 장료를 못마땅해 하던 것을 떠올렸다. 이토록 가치관에 차이가 있으니 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 이상으로 악화되지는 않았으면 했다.

"명심하도록 하지. 바람둥이 씨. 난 수하들을 데리고 오겠어."

장료는 모용환의 태도가 아니꼬웠는지 한번 비꼬고는 객실을 나섰다. 일단 성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혈랑대를 데리러 가는 것이었다.

"후우... 설마 현대인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모용환은 그녀가 반갑기도 했지만 왠지 골칫덩이 하나를 떠안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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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여친이 와서 연재가 늦었습니다. 여친이 보는 앞에서 성인 소설을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_-ㅋ

...장료 능력치가 높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짤방은 다시금 장료 재탕 조운과 제갈량의 처소. 대교, 소교보다 더욱 짙은 농도의 미약에 중독 되었던 조운은 제갈량의 지극정성에 힘입어 예상보다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두 여인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모용환이 들어왔다.

"조운."

조운은 고개를 푹 숙였다.

"모용 오라버니... 죄송해요. 바보 같이..."

"죄송할 건 없어. 덕분에 건업성의 인신매매범들을 소탕했으니까... 애들도 구했고."

대교, 소교의 이야기가 나오자 조운은 고개를 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애들은요...?"

모용환은 조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마. 유아랑 빈아한테 맡겼으니까. 그녀들의 제자로 들어갔어. 궁성에 살게 될 거야."

"오라버니, 고마워요."

"잘 됐네요."

제갈량 또한 조운에게 대교와 소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같이 기뻐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모용환은 갑자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럼 이제 네게 직접 얘기를 들어봐도 될까? 아무 이유 없이 혼자 술집에 간 이유 말이야."

조운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얼굴이었다. 제갈량 역시 그 이유를 아직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조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조운은 입을 열었다.

"... 외로워서요."

"응?"

외롭다니? 모용환은 자기가 잘못 들었는지 잠시 고민해야 했다. 지금 조운은 주유와 태사자, 손상향과도 많이 친해져 잘 지내고 있었다. 남자라고는 모용환 뿐이니 여자들끼리 더욱 의기투합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환경에 있는 조운에게서 외롭다는 말을 듣다니 뜻밖이었다.

제갈량도 미심쩍은 얼굴이었다.

"어째서니?"

"... 봤어요. 제갈 언니랑 오라버니가... 사랑을 나누는 거요."

모용환과 제갈량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 제갈 언니나, 모용 오라버니나... 무척 좋아 보였어요. 특히 언니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제갈량은 조금 상기된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언제나 차분한 그녀였지만 조운에게서 이렇게 직접적인 말을 들으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야. 아운, 난..."

"괜찮아요. 언니... 저는 진심으로 언니가 행복하길 바라요. 아버지도 그걸 원하실 테니까요... 헤헤. 그래도 조금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매일 언니랑 같이 자다가 혼자 잘려니까 잠이 오지 않기도 하고... 다 커서 혼자 잘 수도 없다니. 나, 바보 같죠?"

"아운."

"한 번 투정 부려 본 거예요. 나도 다 컸으니까... 이제는 제 눈치 보지 말고 모용 오라버니한테 가도 돼요. 언니. 제가 봐도 오라버니랑 언니는 무척 잘 어울려요. 그러고 보면 주 언니나 태 언니, 상향... 모두 아름다워서 조금 샘이 나기도 해요. 전..."

조금 횡설수설하는 조운을 보며 모용환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는 조운의 말을 끊었다.

"그냥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면 되잖아."

"네......?"

"혼자만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도 무척이나 예쁘다고. 왜 굳이 자기를 그렇게 비하하는 거야? 아니면, 나한테 안기고 싶은 거야?"

모용환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제갈량은 조용히 조운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조운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다.

"절 안아주세요. 이대로 가면 외톨이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언니들과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오라버니랑 같이 있으면..."

설마 진짜로 안아달라고 할 줄은 몰랐는지 모용환은 눈만 끔벅였다. 그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조운과 마주보았다.

"단지 그녀들과 같이 있고 싶기 때문에 나한테 안기겠다는 거야? 아니면 정말 날 사랑해서 안기고 싶단 거야? 이건 중요한 문제야. 네게는 일생이 걸린 문제고. 전자라면 넌 단순히 한 순간의 충동에 휘말렸을 뿐이야. 평생 후회할 수도 있어. 미인이 안아달라면 난 거절할 이유가 없지. 다른 여자라면 이런 말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넌 네게 한 식구나 다름없으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모용환이 보기에 조운은 이제 막 사춘기가 한창인 소녀 같았다. 하긴 지금까지 산 속에서 살았다니 사춘기 같은 게 올 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되었을 터. 한순간의 실수로 조운의 평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전..."

조운은 조금 주저하다 이내 단호하게 말했다.

"오라버니의 아내가 되고 싶어요."

"후우..."

깊게 생각하고 말한 걸까?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모용환이 찝찝한 기분에 난처해하고 있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갈량이 입을 열었다.

"환랑. 아운을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제갈량이 조운을 편들자 모용환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량아도 잘 알고 있잖아. 이 문제는 내일 다시 얘기하는 게 어떨까?"

"아운을 지난 5년간 쭉 지켜봐왔던 저예요. 비록 무예가 뛰어나지만 속은 심약한 아이죠. 순진해서 사람들에게 곧잘 속기도 해요. 아운이 성 밖에 홀로 나갔다고 들었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어린 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었어요."

조운의 얼굴이 빨개졌다. 조운이 제갈량을 반쯤 엄마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갈량 역시 조운을 동생 겸 딸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나이는 얼마 차이나지 않지만 심지가 굳고 어른스러운 제갈량과 순수한 조운은 지난 세월을 단 둘이서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왔다.

"... 아운이 최고의 남자에게 시집을 가서, 버림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제 생각에 그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환랑 밖에 없어요. ... 믿을 만한 사람이잖아요. 환랑은."

제갈량은 살포시 미소 지었다.

"언니..."

"이거 참..."

모용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조운은 조운대로 제갈량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지만 세상에 자기 남자를 다른 여자와 공유하고 싶은 여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아나 빈아, 상향에게도 동의를 구해야 되는데..."

혹여 말했다가 몰매를 맞지나 않을까. 모용환이 말끝을 흐리자 제갈량은 그를 안심시켰다.

"제가 그녀들에게 말할 테니 환랑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은 낮이니까... 날이 어두워지면 다시 이곳으로 오세요."

"음... 알았어."

모용환이 나가자, 제갈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에게 조운은 연신 용서를 구했다.

"언니, 미안해요!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무슨 소리니? 어서 몸을 씻도록 해. 오늘 초야를 치룰 테니."

제갈량은 조운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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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붕가붕가가 되겠네요 제갈량에게 조운의 이야기를 들은 여인들은 의외로 쉽게 조운을 받아들여 주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조운이 제갈량이나 모용환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늘 쓸쓸해 하는 것을 그녀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날카로운 한마디씩을 던졌을 뿐이었다.

"흥. 결국 궁내의 여자란 여자는 다 자기 것으로 만드네요."

이건 주유.

"한 명만 더 채우면 삼처사첩이잖아?"

태사자.

"휴... 그래도 조 언니라 다행이에요..."

손상향.

정곡을 쿡쿡 찌르는 말들에 모용환은 아무 말도 못하고 밤이 될 때까지 처소에 박혀 있어야 했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졌다. 모용환은 여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며 조운의 처소로 향했다. 문 앞에 이르자 심상치 않은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아응... 어, 언니... 이런 건..."

"환랑의 수고를 덜어주는 거야."

드르륵.

그 때 문이 열리며 모용환이 안으로 들어섰다. 침상에 누워있던 두 여인은 인기척이 들리자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 오라버니..."

"오셨어요?"

"으음?"

모용환은 살짝 놀랐다. 조운이 침상에서 매끈한 나신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갈량은 평상시 그대로의 옷차림으로 조운의 옆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는데 그녀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조운은 달뜬 숨결을 내뱉었다.

제갈량은 몸을 일으켜 모용환에게 다가가, 섬섬옥수로 그의 의복을 벗겨주었다.

"아운은 이미 준비가 됐어요."

제갈량이 살짝 눈웃음치며 배시시 웃자 모용환은 하체에 피가 쏠리는 걸 느꼈다. 언제봐도 이 여인은 정말 요물이었다.

"어머, 벌써...?"

그녀가 영사같은 손으로 그의 육봉을 감싸 쥐자 모용환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속삭였다.

"량아는 이럴 때면 정말 요부(妖婦)같아. 알아?"

"후훗, 아운이 기다리고 있어요. 동생을 도와주는 건 언니의 당연한 의무랍니다."

슬그머니 모용환의 품에서 벗어난 제갈량은 누워 있는 조운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돈해 주었다.

"아운. 조금 아플 거야."

"괜찮아요. 언니... 고마워요..."

모용환은 침상에 올라가 조운의 나신을 내려다보았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 가운데서 빛나는 눈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내렸다. 성숙하게 부푼 젖가슴과 날렵한 아랫배가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처녀의 비밀스러운 계곡... 특이하게도 조운은 무모(無毛)였다. 음모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백옥 같은 도톰한 둔덕만이 빨간 틈새를 살짝 내보이고 있었다.

"귀여워..."

"핫!"

모용환이 꽃잎 틈새에 손가락을 대자 조운이 움찔거렸다. 제갈량은 양 손으로 조운의 다리를 벌리게 했다.

꽃잎 틈새가 벌어지며 하얀 계곡살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붉은 소음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용환은 거친 숨을 내쉬며 육봉의 끝 부분을 깊은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아아아...!"

귀두 부분만이 들어갔을 뿐인데도 조운의 조개는 육봉을 잡아먹을 듯 강하게 물어왔다. 그 강한 긴축감을 즐기며 모용환은 서서히 깊숙하게 삽입을 했다.

"...아윽!"

제갈량이 조운을 충분히 젖게 했기 때문인지 삽입은 수월했다. 중간에 조금의 저항이 있었지만, 처녀막이 찢기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순식간에 질 안을 가득 채우는 육봉의 크기에 조운의 다리는 모용환의 허리를 강하게 휘감았다.

"전 이만 빠지도록 할게요."

제갈량은 슬며시 방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제갈량이 없어진 것도 모른 채 정사에 몰입해 있었다.

"아아앙..."

"후우..."

모용환은 조운의 손목을 잡아 침상에 고정시켰다. 그는 육봉을 삽입한 채로 젖가슴의 정가운데를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채워오는 부드러운 살덩이가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는 조운의 유방을 깨문 채, 혀로 빨딱 선 유두를 상냥하게 애무했다.

"아아! 가, 간지러워요..."

"푸하! 언니보다는 작아도... 귀여운 가슴이네. 후후. 뭐, 그래도 빈아보다는 크니까. 이것도 나름의 맛이 있지."

이제는 가슴 품평까지 하는 모용환이었다.

"...짓궂어요. 아아!"

모용환은 조운의 위에 상체를 붙이며 그녀와 완전히 몸을 포갰다. 자궁의 끝까지 닿는 느낌에 조운은 살짝 입술을 벌렸다. 모용환은 그런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넣어 달콤한 타액을 음미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왕복 운동.

찰싹! 찰싹!

조운의 꽃잎은 음모가 없었기 때문에 모용환의 고환과 맞부딪칠 때마다 맨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려퍼졌다.

"하아아! 아아아... 조, 좋아요..."

"으음... 뜨거운걸... 좀 좁기도 하고."

모용환은 육봉을 꼬옥 조여 오는 조갯살의 감촉에 흡족한 얼굴이었다. 더군다나 털이 없어서 동그랗게 벌려진 꽃잎이 육봉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한층 더 강하게 육봉을 밀어붙이며 조운의 입술을 탐했다.

"우으음... 오, 오라버니..."

손목을 잡고 있던 모용환의 손이 허리를 잡아오자 조운은 격렬하게 쑤셔대는 육봉이 주는 쾌감을 견딜 수 없었는지 모용환의 상체를 끌어안았다. 육봉이 깊숙하게 박힐 때마다 조운의 허벅지가 움찔 떨리며 모용환의 등에 손톱자국이 남겨졌다.

"으윽... 아프다고."

"미, 미안해요... 하지마안.... 아아앙!"

황급히 모용환에게 사과하려던 조운은 육봉이 다시금 뿌리 끝까지 박히자 교성을 내질렀다. 한치의 틈도 없이 육봉과 결합된 조갯살 사이에서 앵혈이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도 아파요!"

조운이 변명하듯 말하자 모용환은 그녀의 젖가슴을 문지르며 미소지었다.

"기분 좋은건 아니고?"

"아... 너, 너무해요오... 아음..."
뭐라고 말하려는 조운의 작은 입술에 혀를 디밀어 넣은 모용환은 그녀의 설육을 마음껏 휘젓기 시작했다.

그는 척 하고 조운의 몸을 끌어안은 채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조운의 다리를 여전히 그의 허리를 조이고 있었다.

"푸우... 갑자기..."

모용환과 입맞춤을 하던 조운은 왠지 사악해 보이는 그의 표정을 보고는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어 간신히 그의 입술을 떼어내고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접한 모용환은 씩 웃었다.

"맹공을 퍼붓겠어. 기대해."

그는 조운의 탱탱한 엉덩이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 바람에 덩달아 꽃잎과 국화가 쩌억 벌어졌다. 너무 세게 잡았기 때문에 조운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파요!"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을 걸!"

"네? 하아아아앗!"

쑤욱! 철썩! 쑤욱! 철썩!

모용환은 엉덩이를 잡은 손으로 그녀의 둔부를 흔듬과 동시에 허리 역시 맹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둔부를 내릴 때는 육봉이 끝까지 파고들고, 둔부가 올라갈 때는 육봉도 쑤욱 하고 빠졌다. 실로 절묘한 방아찧기였다.

"흐아아앙!"

미칠 듯한 쾌감에 조운은 모용환의 몸을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그의 육봉이 조갯살을 때릴 때마다 격렬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젖가슴이 모용환의 상체에 문대어졌다. 모용환은 그 탱탱한 감촉을 즐기며 계속해서 그녀의 안을 휘저었다.

"헉헉! 너무 조이는 거 아냐?"

"아아앙... 그, 그만! 미칠 것 같아요! 흐윽!"

조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모용환은 그에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그녀의 엉덩이를 힘껏 흔들었다. 조갯살이 찰싹찰싹 부딪칠 때마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이 경련을 일으켰다.

어느 순간 조운의 몸이 벼락맞은 사람마냥 바르르 떨렸다. 모용환은 꾸욱 조여오는 그녀의 뜨거운 질벽을 느끼며 그대로 육봉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윽... 간다!"

"아아아아앙!"

모용환이 몸을 떰과 동시에 그의 육봉 끝은 허여멀건한 물줄기를 조운의 꽃잎 깊숙한 곳에 잔뜩 토해냈다.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느낌에 조운은 사지를 힘없이 널브러뜨렸다.

"하아... 하아..."

"후우... 이제 운아는 내 아내가 된 거야."

모용환은 땀에 젖은 조운의 몸을 끌어안고 그대로 입맞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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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챕터가 끝나면 장비와 유비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죠? 작가를 믿으십시오! 내가 만든 캐릭터를 안쓸리가 없잖습니까...

49편에 설명을 쓰지 않았군요...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은 수정했는데 정작 연재한거는 수정하지 않다니... 이건 뭐 한시은은 현대에서도 그 얼굴이었던 게 맞습니다. 나중에 그에 대한 설명이 또 나올 예정입니다만 그냥 몸 그대로 후한말로 오게 된 거죠. 모용환은 조금 특별한 경우인데, 한시은이 사실 장수를 플레이해서 그렇게 오게 되었다면 모용환은 신규 장수죠. 그것도 능력이 올 100인... 그에 맞게 몸이 재구성된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중에 추가설명이 나올 예정입니다. 한시은 역시 약간 몸이 재구성되었긴 하지만 현대에서도 검도로 단련되었으므로 그다지 변화는 없습니다. 정치가 낮은 이유는 물론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_-;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늘자 짤방.

앞으로 등장할 여인네 가운데 하나입니다만, 눈이 조금 무섭죠? 맹인입니다... 앞을 볼 수 없죠. 대신 스, 슴가는 거유로 나올... 예정... 나이는 28~29 정도... 누구일까요? 유비장비 챕터가 끝나면 나올듯 합니다. "유비님.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가도..."

장비는 통보 하나 없이 갑자기 이렇게 쳐들어가듯 건업성에 가는 게 못내 찝찝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호위병도 없지 않은가. 유비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이건 시찰이잖아요. 그 분이 건업성을 잘 다스리는지 확인하려면 이렇게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장 언니가 다 해결해 줄 테고요."

"... 절 신뢰하시는 것은 좋지만 만약이란 게 있는 법입니다."

장비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출발한 마당에 그것을 따져 무엇하랴. 장비는 찡그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 모용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쾌했기 때문이다.

"모용환은 일개 태수에 불과합니다. 유비님은 그를 휘하에 둔 군주시고요. 그에게 존대를 하실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장비는 유비가 모용환을 '그 분'이라고 말하는 게 불만이었다. 휘하 장수임에도 불구하고 유비는 모용환에 대해 언급할 때면 늘 존댓말을 썼다.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 분은 단순한 휘하 장수가 아니에요. 전 이미 그 분을 부군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장비는 성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유비님! 어떻게 그런 자를...! 그 자에게 당한 것은 깨끗하게 잊어버리십시오. 짐승 같은 자입니다. 유비님은 얼마든지 좋은 배필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장 언니. 그 분은 이미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장소, 장굉 같은 분들이나 손 공 같은 분들도 사실 저보다는 모용 공을 더 따를 거예요. 그 분들이 보기에 저는 허울 좋은 황손일 뿐일 테니까요... 그리고 사실이 그래요. 황손이라지만 전 평범하게 살았기 때문에... 예법 같은 것도 잘은 모르죠. 이제 갓 19살이 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자아이일 뿐이에요."

평소 덕망 있는 군주로 오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유비가 힘없는 목소리로 속마음을 내뱉자 장비는 거세게 그것을 부정했다.

"유비님은 이제 19살이 되셨을 뿐이지만 훌륭하게 오를 다스리고 계십니다. 충분히 한 세력을 잘 이끌고 계세요. 그런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장비가 자신을 끔찍하게 위한다는 사실을 유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

"수춘 역시 그 분이 아니었다면 공략하지 못했을 성이고, 안량의 목도 베었어요. 당금 천하에서 그 분만한 인재가 있을까요? 손 공이나 관 아저씨도 대단하지만... 그 분에게는 무언가가 있어요."

장비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지금까지 모용환이 보여준 능력은 대단했다. 혼자서 수춘성을 들쑤시고 다니며 안량의 목을 벤 것이 대표적 사례였는데, 그것은 이미 병사들 사이에서 단골 무용담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너무 과대평가하지는 마십시오."

장비는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유비는 그런 장비를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저 멀리 건업성의 성벽이 보였다.



"...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터라 제후들의 움직임은 없어요.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어요. 아마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거예요. 동탁은 서량을 평정하여 후방의 위험을 없애려 할 테고, 완을 파괴한 조조군은 본격적으로 남하를 시작할 거예요. 원소는 서주를 통합한 뒤 우리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요."

원래대로라면 주유와 제갈량이 같이 정세 보고를 하겠지만 어제 첫날밤을 조금 격하게(?) 치룬 뒤로 조운이 힘이 빠져 버렸기에 제갈량은 다시 그녀 곁에 가 있는 상태였다. 하긴 혼자서 모용환과 계속해서 정사를 벌였으니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모용환은 태사의에 앉아 턱을 괸 상태로 말했다.

"그렇다면 포로로 잡힌 원술은 아무 가치가 없군."

"처음에는 원술을 포로로 잡는 것이 좋은 억압제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원소는 그런 것에 연연할 사람이 아니에요. 량아 역시 원소가 원술의 존재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어요."

모용환은 잠시나마 원술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그래도 한 핏줄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원소에게는 원술의 존재가 야망에 방해되는 방해물일 뿐이었다.

그는 의미 없이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계속해서 보고를 진행하고 있는 주유를 불렀다.

"유아."

"왜요?"

"계속 서 있으니 다리 아프지 않아?"

뜬금없는 그의 말에 주유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별로 아프진 않네요. 웬일이에요? 환랑이 내 걱정을 다 하고."

"흐음. 눈치 없긴."

모용환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태사의에서 일어나서는 주유에게 다가가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무슨 짓이에요!"

"가만히 있어봐."

바둥거리는 그녀를 들고 태사의까지 온 모용환은 다시 태사의에 엉덩이를 걸치며 주유를 무릎에 앉혔다. 그는 황당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주유를 몸 깊숙이 끌어안고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는 마저 진행 하자고. 유아 생각에는 우리가 원소와 전면전을 벌여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 비록 안량이 죽었지만 원소의 주력은 건재해요. 하비를 지키던 기령도 원소의 휘하에 들어갔고요. 아군이 현실적으로 불리해요. 장수들은 그렇다 쳐도 병사들의 수에서 큰 차이가 나요. 그리고... 이 손 좀 치워주겠어요?"

주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슴에 노골적으로 손을 대고 있는 모용환을 노려보았다. 모용환은 히죽 웃으며 이제는 대놓고 그녀의 상의를 풀어 헤쳤다.

숙달된 모용환의 손놀림에 주유는 어찌할 새도 없이 동그란 어깨와 풍만한 유백색의 젖가슴을 훤히 드러내게 되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내궁의 하인들을 없앤 것 아니겠어? 여기 들어올 사람은 별로 없다고. 흐음. 기껏해야 빈아나 상향이 올 텐데, 뭐 어때?"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지금은 보고 겸 회의 중이잖아요! 선공후사(先公後私)는 지도자가 가져야할 덕목 중 하나예요!"

"공과 사를 동시에 처리하면 돼."

주유가 얼굴을 붉히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칠 때마다 성숙한 젖가슴이 요염하게 출렁였다. 모용환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굳건히 끌어안고는 왼손으로는 그녀의 유두를 짜내듯 세게 꼬집었다.

유두가 꼬집히자 주유는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악! 아, 아파요!"

"또 꼬집히기 싫으면 하던 일 마저 하도록 하지. 아니면 다음번엔 여기를 꼬집어 줄 거야. 원소를 상대할 대책은 있어?"

모용환이 한 손으로 음부를 쿡쿡 찌르며 장난스레 말하자 주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몸에서 힘을 빼고 모용환에게 기댔다.

"아직은요. 량아랑 좀 더 상의를 해봐야겠어요. 그러니까 당신도 좀 머리를 써 봐요. 다른 때는 머리를 잘만 굴리면서 이럴 때는 왜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거예요?"

"그거야, 유아같은 이쁜 마누라들을 상대하느라 그렇지."

모용환은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한 손에 다 잡히지도 않는 유방을 살살 어루만졌다. 입 발린 소리에 주유는 가볍게 눈을 흘겼다.

"말이나 못하면... 아아...!"



혈랑대의 숙소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막 집무실로 들어가려던 장료는 막 문을 열려다가 주유와 모용환의 대화를 듣고는 피식 웃었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 나 참... 친구가 색마라니..."

모용환이 남자의 특권을 맘껏 남용하는 것이 장료는 영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남의 사생활에 간섭할 만큼 오지랖이 넓지는 않은 그녀였기에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 들어가 봐야 낯 뜨거운 광경만 보게 될 테니까.

그 때 그녀는 황급히 집무실로 향하는 시녀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이봐. 무슨 용무야?"

상대가 혈랑대의 대장이라는 것을 안 시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유, 유비님이 오셨습니다! 태, 태수님께 그 사실을 전하러..."

"호오. 그래? 내가 전할 테니까 걱정 마."

"네, 네에. 그럼 전 이만..."

장료는 그녀가 잡아먹기라도 하듯 재빨리 사라지는 시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재밌겠는데? 후후."

장료의 눈동자가 살짝 세로로 갈라졌다 돌아왔다. 눈을 빛낸 그녀는 지금쯤 궁성 앞에 도달해 있을 유비를 만나기 위해 내궁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는 내궁을 나오자마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궁의 입구 바로 앞에서 걸어오고 있는 두 여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 쪽은 청초해 보이는 소녀티를 벗지 못한 여인이었고 한쪽은 무척 성숙해 보이는 여무사였다. 장료는 한눈에 그녀들이 유비와 장비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아름다움과 인덕으로 이름 높은 유비와 그녀의 곁을 그림자처럼 호위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기 때문이었다.

'이거, 내가 직접 나올 필요도 없었잖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장료는 유비와 장비를 맞이했다.

"유비님이신가요?"

유비는 내궁에서 나오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여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전 모용 태수님께 고용된 혈랑대의 대장, 장료라고 해요."

유비와 장비 역시 혈랑대의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유비는 장료를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 분께서는 안에 계신가요?"

'그 분? 유비의 나이가 어리다지만 신분을 생각해보면 너무 심한 존칭인데...'

장료는 떠오르는 의문을 뒤로하고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안에 계시긴 하지만... 지금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짤막한 대답에 장비는 장료의 앞에 나서서 소리쳤다.

"태수 따위가 지금 군주에게 명령을 하겠단 건가!"

'불같은 성질은 연의 그대로군.'

남자들에게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는 이곳의 여인들에게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장료였기에 그녀의 눈에는 모든 여인들이 곱지 않게 보였다.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실력이 있었고, 그렇기에 오만했다. 그래서 자신 앞에서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상대를 가만히 냅두진 않았지만... 지금은 좀 더 재밌는 여흥을 위해 성질을 억눌렀다.

"모용 태수님은 지금 집무실에서... 부인과..."

장료는 차마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 장료의 모습에 유비의 눈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장비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 뒷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유비님을 안아놓고도 버젓이 다른 여자와 즐기고 있다니! 장료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숨죽여 웃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굳이 가시겠다면..."

장료가 슬그머니 비켜서자 유비는 홀린 듯한 얼굴로 내궁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장비가 이를 갈며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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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군요

"아음... 소교에게 가봐야 한단 말이에요..."

모용환의 품에 안긴 채로 그와 입맞춤하던 주유는 입술을 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숨결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모용환은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손을 넣으면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음. 그러고 보니 소교는 어때? 난 하루를 같이 지냈어도 달랑 한 마디만 들었는데."

"제가 환랑 같은 줄 알아요? 하아... 영민하고 착한 아이예요..."

"그러니까 유아에게 맡긴 거야."

"하아아..."
허벅지 안쪽을 매만지던 모용환의 손이 삼각지대로 침투하자 주유는 살짝 몸을 뒤틀었다. 그의 손이 꽃잎을 쓰다듬자 그녀의 입술에서 감미로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모용환은 일에 더욱 몰입하며 바쁘게 손을 놀렸다. 그 때.

벌컥!

문이 활짝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섰다. 갑자기 사람이 들어오자 주유는 깜짝 놀라며 옷을 추스르려고 했다. 하지만 모용환이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옴짝달싹도 못했다.

모용환은 주유의 다급한 시선을 외면하며 태사의에 앉은 채로 갑자기 들어온 두 사람을 응시했다. 유비와 장비였다. 그녀들을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째서 그녀들이 이곳에 갑자기 찾아왔는지 의문이 드는 그였다.

유비는 희멀건 젖가슴을 적나라하게 내놓은 주유와 그것을 희롱하는 모용환의 모습을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장비는 분에 못 이겨 장팔사모의 끝으로 땅을 찍었다.

"너 이 자식!"

모용환도 장비가 그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살짝 얼굴을 굳혔다.

"유비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사정 때문에 예를 못 갖추는 점,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시다시피 부부간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중이었기에... 열기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군요."

손상향과의 관계는 유비도 잘 알고 있었지만 주유는 금시초문이었다. 하지만 모용환은 주유를 끌어안으며 대놓고 부부라 말하고 있었다. 유비는 감았던 눈을 뜨며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잘못 찾아온 것 같네요. 건업에는 시찰차 오게 되었어요. 오는 길에 보니... 백성들의 표정도 밝고, 별다른 문제도 없는 것 같아요. 도적단을 소탕한 태수님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더군요."

"칭찬, 감사드립니다."

모용환이 살짝 고개를 숙이자 장비는 분개하며 소리쳤다.

"무례한 자식! 너, 대체 어디까지 유비님을 희롱할 생각이냐! 황실의 핏줄을 이으신 분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고!"

"흐음. 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원술도 포로로 잡지 않았나? 유비님을 희롱한 놈은 정작 그 놈인데 놈을 잡은 내가 어째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뭐라...!"

장비는 눈을 부릅뜨며 모용환에게 다가가려 했다. 아무리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시대라지만 유비는 한황실의 마지막 후예. 직계 혈통이 모두 죽은 지금 황녀나 다름없는 신분이었다. 보통의 여인들과는 똑같이 취급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유비를 안았고, 유비 또한 모용환을 남편으로 생각한다고 했으니 모용환은 부마도위라 할 수 있었는데 규정상 황녀나 공주를 아내로 삼은 자는 첩을 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버젓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있다니. 손상향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 장비가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장비의 행동은 유비에 의해서 저지당했다.

"통보도 안하고 무작정 찾아온 제 잘못이에요. 장 언니."

"유비님!"

"이만 돌아가도록 해요."

모용환은 천천히 몸을 돌리는 유비에게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더 머물다 가십시오."

유비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상공께서 선정을 베푸시는 걸 보니 저도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집무실을 나가는 유비와 그 자리에서서 자신을 쏘아보다 그녀를 뒤따르는 장비를 모용환은 말없이 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유비가 가기 전에 남긴 '상공'이라는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래도 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나...'

그의 팔에 힘이 빠진 틈에 옷을 추스른 주유는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모용환을 째려보며 말했다.

"배웅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유비님은 환랑의 주군이세요."

"...유비님이 너희들을 인정해 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그녀는 황실의 후손이니 자존심상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모용환이 무엇 때문에 방금 전 유비 앞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였는지 알게 된 주유는 그를 부드럽게 끌어안아주었다.

"유비님은 권위의식이 있으신 분이 아니에요. 황족이라고는 하지만 평범하게 자라셨고, 소박한 분이세요. 당신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걸... 직접적으로 보셨으니..."

그 점이 못내 걱정되는 주유였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안 그런 척하셔도 유비님은 연약한 소녀에요. 마음의 상처가 크실 테니 안아드리거나 위로해 드리도록 해요."

"후우... 하지만 수행원들이 많을 텐데, 그렇게 해도 될까?"

"수행원 같은 건 없어."

갑작스런 목소리와 함께 장료가 집무실로 들어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조금 난감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모용환은 의미심장한 장료의 말을 듣고는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수행원이 없다고?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야. 나도 조금 전에 외성에 갔다 오고서야 알았는데 의외로 수행원이 한 명도 없더라고. 단 둘이서만 온 모양이야."

모용환과 주유의 안색이 변했다. 단 둘이서 오에서 건업까지 왔단 말인가? 비록 이 일대가 그나마 안전해지긴 했지만 한 세력의 군주로서 무모한 행동이란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유비는 어리석은 여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에 비해 무척 생각이 깊은 편인데...

"대체 왜?"

"왜긴 왜겠어? 보아하니 유비도 어떻게 한 모양이던데. 방금 울먹이면서 나간 것도 네가 그런 것 아니야? 낭군님이 지척에 왔으니 보고 싶어 빨리 달려온 거겠지."

"울먹였다고?"

"응.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데... 참. 보는 내가 마음이 아프더군."

지은 죄가 있는지라 장료는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유비를 말하는 장료의 무례한 언동에 주유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지만 그녀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모용환을 재촉했다.

"어서 가도록 해요. 늦기 전에."

모용환은 이마를 짚으며 일어섰다. 좀 전의 담담한 얼굴로 돌아서던 유비가 나가서는 눈물을 흘리다니. 도저히 상상이 되질 않았다.

집무실을 나서는 모용환은 답답한 얼굴이었다.

'미치겠군. 그 때나 지금이나... 왜 내색을 안 하는 거야? 혼자서만 속앓이를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는데. 그러니까 그 때 나한테...'

자신에게 강제로 범해지면서도 아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끅끅대던 유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가 비명을 지르기만 했어도 자신에게 범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용환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까봐, 자신만 아프면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참았다.

참 자신을 위할 줄 모르는 여자였다.

'바보 같은... 자신은 어떻게 돼도 괜찮다는 거야 뭐야?'

하긴 그러니까 백성들을 위하는 군주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모용환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외성으로 달려갔다. 모용환을 알아본 성문 경비병이 군례를 취하는 게 보였다.

"유비님은 어디 가셨나?"

"예? 유비님이라뇨?"

모용환은 유비와 장비가 비밀 시찰차 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질문을 바꾸었다.

"정정하지. 좀 전에 여인 두 명이 성문을 나갔나? 한 명은 창을 소지하고 있었을 거다."

"아... 그 분들이라면 좀 전에 말을 타고 성문을 나가셨습니다."

"젠장!"

늦었다. 하지만 모용환은 유비를 이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할 것 같았다. 모용환은 그 길로 기마병의 말들을 보관하는 마장으로 달려가 말 하나를 잡아탔다. 이러는 동안에도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조급해진 모용환은 말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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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악역이 있지요. 힌트는 엄자로 시작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며 산 속에 숨어 계시던... 너무 쉬운가? "유비님. 그 자는 이미 우리가 안중에도 없습니다. 이제 그만 잊도록 하십시오."

"......"

장비는 빠르게 말을 몰며 말했다. 유비는 말없이 장비의 등에 얼굴을 묻고 그녀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말이 달리는 속도가 워낙 빨라 주변의 정경이 휙휙 지나갔다.

"...혼란스러워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비는 등이 축축해져 옴을 느끼자 안타까운 얼굴이었다. 그녀의 등에 얼굴을 댄 유비가 다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분이 제 몸을 요구했을 때, 처음에는 온통 원망뿐이었어요... 결국 그게 목적이었던 거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그 분의 활약을 듣게 되면서... 조금은... 기뻤어요. 저런 사람이 날 원했다면... 그만큼 제가 예뻤다는 거잖아요... 그런 거. 싫어하는 여자는 없으니까..."

"유비님."

유비는 더욱 깊게 장비의 등에 얼굴을 파묻으며 울었다. 그녀는 장비와 단 둘이 있을 때만큼은 군주가 아니라 평범한 소녀로 되돌아갔다. 지금 유비는 첫남자에게 실연당한 소녀일 뿐이었다.

"...절 버린 걸까요...? 저만 바라보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그렇게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건... 그런 건 싫어..."

장비는 그런 유비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녀도 모용환과 만났을 때 주유를 안은 채, 무감정한 눈으로 유비를 응시하는 모용환의 눈빛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진심이든 아니든 간에 유비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음은 분명했다.

"장 언니. 제가... 매력이 없나요...?"

"세상 어느 남자도 유비님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하진 못할 겁니다. 그 놈이 나쁜 자식이에요."

유비가 매력이 없다면 원술이 그녀를 가지기 위해 그렇게 안달을 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장비는 모용환을 떠올리며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떠올릴 때마다 불쾌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한 시진 정도를 쉼 없이 달렸을까, 아직 중간 길목인 경구까지는 하루를 더 가야 했다. 원래는 건업에서 하루 정도 쉬고 올 예정이었지만 모용환과의 일 때문에 일정을 무시하고 빨리 출발해 버려 머물 곳이 애매하게 되었다.

그녀들이 있는 곳은 이름 모를 산기슭이었는데 이 이상 깊게 들어가는 것은 위험했다. 조금만 지나면 날이 어두워지는데다가 자칫하면 산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가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미안해요. 장 언니..."

"괜찮습니다."

유비는 성급하게 건업을 나온 것을 후회했지만 장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온 산을 뒤흔드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30여 명의 사내가 숲 속에서 뛰쳐나왔다. 그 중 선두에 선 자는 수염을 들쭉날쭉 기른 부리부리한 눈의 장한이었다. 장비와 유비는 고요한 산 속에서 갑자기 일단의 무리에게 포위를 당하자 당황했다.

"웬 놈들이냐!"

"크크큭. 네 년이 오성의 군주 유비렷다?"

"감히!"

장비가 노호성을 내지르며 장팔사모를 굳게 쥐고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선공을 할 수는 없었다. 저 쪽의 수가 너무 많아 섣불리 군다면 유비가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난 네 년의 명을 받들고 모용환이란 놈이 죽인 엄백호의 동생 엄여다. 이런 날을 기다리며 경구에서 해적질을 하고 있었지. 그러던 차에 네 년이 며칠 전에 호위무사 하나만 대동한 채 건업으로 이동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갈 때는 놓쳤지만... 크크크."

"아아..."

유비는 자신의 안이함을 탓했다. 설마하니 이렇게 직접적으로 자신을 노리는 자들이 있었을 줄이야. 장비의 무예가 뛰어나다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더구나 상대는 노련한 해적들이었다.

"순순히 잡혀주실까? 팔다리 하나쯤은 자를 수도 있다."

엄여와 부하들이 점점 거리를 좁혀오자 장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놈들은 교활하게도 다수의 인원이 앞뒤의 퇴로를 봉쇄한 채 엄여를 비롯한 소수만 다가오고 있었다. 이래서는 무작정 말을 몰아 돌파할 수도 없었다.

"유비님! 꽉 잡으십시오!"

"장 언니!"

놈들에게 잡히면 욕을 당할 것이 뻔했다. 결심을 굳힌 장비는 포위망이 느슨한 옆 쪽으로 말을 몰았다. 설마 그 쪽으로 올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해적들의 얼굴이 보였다.

"비켜랏!"

부웅!

장팔사모가 반원을 그리며 앞 쪽의 해적들에게 휘둘러졌다. 기겁한 해적들은 부랴부랴 길을 터주었다. 어차피 그 방향은 길이 없었다.

"이럇!"

히히힝!

길을 연 장비는 말을 독려하며 눈 덮인 산기슭 쪽으로 뛰어올랐다. 과연 명마라 그런지 장비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산기슭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엄여는 길길이 날뛰었다.

"산 속으로 도망칠 셈이다! 어서 쫓아!"

장비는 유비를 안은 채로 말에서 내렸다. 경사가 가파르고 미끄럽기 때문에 말을 타고 올라가는 건 무리였다. 장비는 말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외쳤다.

"미안하지만 한번만 더 수고 해줘!"

엉덩이를 얻어맞은 말은 앞발을 들어올리며 길게 한번 우짖고 나서 밑에서 올라오는 해적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망할 말대가리가!"

선두에 있던 해적 2명이 말발굽에 짓밟혀 피떡이 되어버렸다. 동료가 당하는 것을 본 해적들은 칼을 들고 말에게 달려들어 난도질을 했지만 애꿎은 말을 잡는다고 분이 풀리진 않는 노릇.

"이 년들!"

말의 피로 피칠갑을 한 해적들은 독기어린 눈으로 장비와 유비를 쫓았다.

말의 숭고한 희생 덕택에 시간을 번 장비는 유비를 굳게 안은 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턱까지 간 후에 능선을 따라 도망칠 생각이었다.

이 다경(30분) 정도를 뛰었을까. 장비는 옆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른 유비의 손을 굳게 잡았다.

"조금만 힘내십시오!"

"학, 학..."

쓰러질 듯한 얼굴이었지만 유비는 말없이 계속 장비를 따라 산을 올랐다. 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뒤에서는 해적들의 함성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후로 한참을 더 걷던 유비는 결국 발을 헛디뎌 쓰러지고 말았다.

"아악!"

"유비님!"

"미, 미안해요... 힘이 안 들어가요..."

넘어진 유비는 다리 힘이 풀렸는지 다시 일어서질 못했다. 이미 이 추위 속에서 이토록 오래 뛴 것만도 그녀에게는 한계를 넘어선 강행군이었다. 장비는 이를 악물며 장팔사모를 버리고 유비를 등에 업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얼마 못 가서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필..."

장비는 하늘을 원망했다. 그녀들의 앞은 살얼음이 깔려 있는 강이 가로막고 있었다. 깊이가 얕아 못 건널 것은 없었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이 추위에 물에 젖는다면 한시진이 못되어서 얼어 죽고 말 것이다.

장비가 망설이고 있는 찰나 세 명의 수하들을 대동한 엄여가 나타났다.

"크흐흐흐... 정말 고생시키는군. 하지만 여기까지다. 반항하지 않는다면 몸은 온전케 해주마."

하지만 그의 눈은 음흉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장비는 유비를 업은 채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뒤는 강가였다. 겨울의 강은 천길 절벽이나 다름없었다.

엄여에게 잡히느냐, 아니면 얼어 죽을 것이냐.

장팔사모를 버린 데다 유비를 업고 있기 때문에 전투는 불가. 두개의 선택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유비님... 죄송합니다."

결국 장비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제는 엄여가 유비를 귀중한 인질로 대해주리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위장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장비는 당장에 혀를 깨물고 싶었다. 하지만 업혀 있는 유비가 장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말했다.

"장 언니는 잘못이 없어요... 저 같은 걸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이제 그만 절 내려주세요."

두 여인이 투항할 듯 보이자 엄여는 음소를 터뜨렸다.

"크하핫! 그래야지. 그런데 나머지 놈들은 뭘 하길래 이제껏 안 오는..."

"죽었으니까."

쐐액!

차가운 음성과 함께 날아온 창이 엄여의 수하 중 한 명을 꼬치처럼 꿰뚫어 버렸다. 엄여는 경악하며 창이 날아온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핏물을 곳곳에 묻힌 모용환이 달려오고 있었다.

모용환의 등장에 놀란 것은 유비와 장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공!"

"네가 어떻게...?"

엄여는 그녀들의 반응을 보고 방금 등장한 자가 모용환임을 직감했다. 엄백호의 산채에서 천하무쌍 여포와 겨루고 단신으로 수춘성에 침투하여 안량을 죽인 맹장! 소식이 없는 수하들은 모두 그에게 당한 것 같았다. 엄여는 다급하게 외쳤다.

"저 년들을 인질로 잡아! 커윽!"

그것이 그가 이 세상에서 한 마지막 말이 되었다. 대장의 목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본 두 명의 수하들은 기겁해서 장비와 유비를 향해 달려갔다. 금방이라도 저 번쩍이는 칼날이 자신들을 베어올 것 같았다.

해적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자 장비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녀는 뒤에 강이 있다는 것을 일순간 망각했다. 그녀의 몸이 균형을 잃으며 뒤로 넘어갔다. 보통 때라면 다시 균형을 잡겠지만 뒤에는 유비가 매달려 있었다.

"아, 안돼!"

"꺄악!"

풍덩!

두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동시에 강물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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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백호는 죽었는데 의외로 엄백호라고 하신 분들이 많네요 -_-;; 좀따 연참하겠슴다 "이런!"

그 광경을 본 모용환은 청공검을 휘둘러 두 명의 해적들을 황천으로 보내버리고 다급하게 강변으로 달려갔다. 수심이 깊지 않아 여인들은 곧 일어섰지만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있었다.

"추, 추워요..."

"어서 나와!"

급한 김에 존댓말은 저 멀리 사라졌지만 추위에 몸을 떠는 여인들은 그 사실을 인지할 새도 없이 그의 손을 잡고 강기슭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무척 추운 듯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체온증에 걸려 죽게 돼!'

모용환은 일단 시체들이 입고 있는 두꺼운 털옷을 유비와 장비에게 걸치게 했다. 임시방편이지만 일단 그렇게라도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유비와 장비의 한결 나아진 얼굴이었지만 이 상태로 오래버티진 못한다.

그렇지만 일단 한숨은 돌릴 수 있었다. 모용환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동굴을 찾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이거 받아."

장비는 시체에 꽂힌 창을 뽑아서 모용환이 건네주자 얼결에 그것을 받았다. 장팔사모였다.

"......"

장비는 말없이 창을 받았다.

모용환은 머물만한 동굴을 찾아 온 산을 헤집고 다녔다.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야 했다. 그가 타고 온 말은 다시 건업성으로 돌아갔을 테니 그 말을 그의 부인들이 본다면 분명 직접 구하러 올 터. 그 때까지는 견뎌야 하는데 유비와 장비의 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다.

그렇게 일다경 쯤 지나자 쓸만한 동굴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 곰 같은 동물들이 썼던 곳 같은데 다행히 마른 풀과 낙엽 등이 안에 흩어져 있었다.

모용환은 일행에게 돌아갔다.

"머물 곳을 찾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는 엄여 등 해적들의 품을 뒤졌다. 이 추위에 오랫동안 매복해 있으려면 따뜻한 불과 식량이 필수다.

과연 예상대로 모용환은 해적들에게서 부싯돌과 부시깃, 육포 같은 물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을 챙긴 그는 해적들의 옷들 중 그나마 쓸만한 것들은 모두 벗겨내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유비와 장비를 데리고 동굴로 들어간 모용환은 낙엽들과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아 동굴 입구 안쪽에 모닥불을 피웠다.

하지만 입구 안으로 찬바람이 들어오자 모용환은 커다란 돌들로 입구에 대충 벽을 쌓았다. 바람을 모두 막지는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방풍벽이 완성되었다. 그 쯤 되자 한결 여유가 생긴 모용환은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으으으...."

몸이 단련된 장비도 파랗게 질린 상태로 몸을 떨고 있는데 평범한 소녀인 유비는 어떻겠는가. 유비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상태가 심각함을 느낀 모용환은 다급하게 자신의 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유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미 몸이 굳은 유비는 입만 살짝 벌렸을 뿐이었다.

"... 뭐, 뭐...하는... 거, 거야..."

장비가 힘겹게 물었다. 떨리는 입술로 인해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이 추위에 젖은 옷을 계속해서 입고 있는 것은 자살행위야. 체온으로 몸을 데우는 수밖에 없어. 너도 어서 옷을 벗어."

"누, 누가... 네... 말을..."

유비의 옷을 전부 벗긴 모용환은 장비가 옷을 벗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제로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개...자...식아!"

"일단 살아야 될 것 아냐!"

모용환은 장비의 말을 무시하며 그녀의 옷을 모두 벗겼다. 추위로 몸이 굳어 있었기 때문에 장비는 변변한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옷이 모두 벗겨지자 살짝 구릿빛을 띤 늘씬한 나신이 드러났다. 하지만 젖은데다가 체온이 많이 내려간 탓에 핏기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아으으으..."

유비가 온몸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오한에 몸부림치자 모용환은 자신의 옷을 이불삼아 덮은 후 그녀를 꾹 끌어안았다. 모용환의 체온이 직접 살을 맞대고 그녀에게 전해졌다. 시간이 좀 지나자 유비의 얼굴이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괜찮으십니까?"

"네... 고마워요..."

"이제 저 고집불통을 어떻게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얼어 죽도록 냅둘 순 없으니까요."

장비는 여전히 알몸으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들오들 떨리는 그녀의 몸은 그녀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유비는 다급하게 외쳤다.

"장 언니를 구해주세요!"

"그럴 생각입니다."

유비의 옆에서 일어난 모용환은 장비에게 다가갔다. 장비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가늘게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으으... 저, 저리...가... 으으으!"

너무 추워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장비를 보며 모용환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입 다물고 이리와. 네 목숨은 유비님께 달렸어. 넌 마음대로 죽지 못해."

"...으...으으..."

모용환은 그녀를 유비가 누워있는 임시 이부자리 속으로 끌어들였다. 모용환의 품안에 안긴 장비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크게 떨리는 그녀의 몸을 느끼며 모용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상황을 보고 자존심을 내세우란 말이야."

"...다, 닥쳐..."

유비는 너무 추웠는지 모용환을 전신으로 끌어안고 있었다. 덕분에 체온도 빨리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장비의 자세는 소극적이었다. 이래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모용환은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은 뭐든 간에 따질 때가 아니야."

모용환은 힘으로 장비를 돌아눕게 했다.

"너...!"

장비는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모용환의 강압적인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몸은 추워서 미칠 것 같았고 모용환의 몸은 무척 따뜻했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장비도 모용환이 팔에 힘을 주어 끌어안자 결국 그에게 안길 수밖에 없었다.

따닥. 따다닥...

모닥불이 나뭇가지를 태우는 소리만이 동굴 속에 맴돌았다. 반 시진이 넘게 세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말없이 누워 있었다.

이제는 동굴 안에도 제법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유비와 장비의 몸은 아직도 조금 싸늘한 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위험 수위는 벗어난 상태였다.

조용히 모용환에게 안겨 있던 유비가 문득 입을 열었다.

"어떻게... 오신 거예요?"

"유비님이 떠난 뒤 바로 말을 타고 뒤쫓았습니다."

간결한 모용환의 대답이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대로 보낼 수는 없었으니까요."

"왜...라고 묻는다면, 대답해 주실 건가요?"

조심스럽게 묻는 유비의 얼굴을 보면서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유비님은 절 상공이라고 부르시지 않았습니까?"

유비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예..."

"그 말을 기다린 걸지도 모릅니다. 사실 불안했습니다. 유비님이 절 당신의 남자로 인정하실지 안하실지. 후자라면 모용환이라는 자는 그저 충실한 부하 장수가 되는 것이고, 전자라면 저 또한 당신을 반려로 삼기 위해서..."

모용환은 말을 잠시 끊었다가 유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세력을 만든 후에, 유비님께 청혼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려고 왔습니다."

"......"

유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청혼. 건업성을 울면서 벗어났을 때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건업성에서 편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용환이 나타나서 그녀에게 당당히 청혼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유비는 더듬더듬 말했다.

"그, 그럼 그 때는..."

"말하긴 쑥스럽지만... 사실 제게는 깊은 관계를 맺은 여인들이 다섯 있습니다. 알고 계신 상향을 포함해서... 전 그 여인들을 모두 버릴 수 없습니다. 정실부인은 유비님이 되겠지만, 그것도 유비님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유비님은 황실의 피를 이으신 분, 그래서 어떻게 반응하실지... 제 나름대로 시험해 본 것입니다. 주제넘은 짓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

유비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유비의 가녀린 몸이 모용환의 품에 더욱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작게 말했다.

"정실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아요...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돼요... 그걸로 난 충분하니까... 그리고 지금까지처럼... 우릴 위해 싸워줘요..."

모용환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럴 때는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닙니다."

"...네?"

"유비님은 너무 이타적입니다. 가끔은 자기만을 사랑해 달라고 말해도 돼요. 우리가 아니라, 나를 위해 싸워달라고 말해도 되는 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자신을 위하지 않으십니까? 처음 당신을 안던 날,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절 진정으로 상공으로 여기신다면 짊어지고 계신 짐의 반이라도 나눠주십시오."

모용환의 말에 그녀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가늘게 떨리는 어깨로 봐서는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울보 아가씨군.'

모용환은 장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장비는 눈을 감고 있었다. 지금껏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자는 것 같았지만... 표정이 너무 어색했다.

"안 자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자는 척 하지 마."

"...다시는 유비님을 울리지 마."

장비가 눈을 뜨며 날카롭게 말했다. 추위가 좀 가시니 드센 성질이 살아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가슴이 너무 큰 거 아니야? 공간을 너무 차지하는군. 너 때문에 유비님의 발을 뻗으시지도 못하니."

"...닥쳐."

장비는 다시금 으르렁거렸다. 옆으로 누워서인지 안 그래도 큰 젖가슴이 더욱 커보였다. 사실 장비의 가슴은 꽤 풍만한 편인 주유보다도 더 큰 것 같았다. 모용환의 가슴 옆쪽에 눌려 우그러진 유방이 그의 시선을 받자 움찔 떨려왔다.

"헛!"

"아!"

그 때 유비와 모용환의 탄성이 동시에 울렸다. 유비의 보드라운 허벅지가 모용환의 육봉에 스쳤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옆쪽에서 압박해 오는 두 여인의 젖가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던 모용환의 육봉은 이불 아래에서 뜨겁고 단단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죄송합니다. 새, 생리적인 현상이라... 윽!"

"핫!"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었던 장비는 이제 어느 정도 몸이 따뜻해지자 모용환의 상체를 끌어안고 있던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다가 밑으로 내려간 손은 다시금 모용환의 육봉을 툭 치고 말았다. 불의의 기습(?)에 모용환은 신음했고 그것이 뭔지 깨달은 장비는 헛숨을 들이켰다.

"......"

세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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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히힛 가장 먼저 이 기묘한 침묵을 깬 것은 장비였다.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모용환을 노려보았다.

"음흉한 자식...!"

모용환은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미녀 두 명과 알몸으로 살을 맞대고 있는데 물건이 안서면 그게 비정상인 거지 자기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는 반발심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했다.

"가슴이 큰 네 잘못이지, 나보고 어쩌란 거야? 이크!"

"너...!"

장비는 한바탕 욕을 해주려는 듯 입을 여는 듯하다가 꾹 다물어 버렸다. 그녀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다.

모용환이 몸이 저려와 몸을 트는 와중에 그의 무릎이 장비의 다리 사이에 끼어버린 것이었다. 세 사람이 너무 밀착되어 있는데다가 공간도 협소해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모용환은 무릎에서 느껴지는 까슬한 음모의 감촉과 따스한 계곡의 느낌에 숨을 멈췄다.

장비는 다리를 오므리며 씹어뱉듯 말했다.

"떼."

"응?"

"무릎 떼라고! 이 자식아!"

벌건 얼굴로 장비가 크게 소리치자 모용환은 다리를 내리며 아쉬운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목숨을 구해줬더니 돌아오는 건 욕 뿐이라니... 예의라고는..."

그 말이 장비의 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색마 자식!"

"아아, 그래, 그래."

모용환은 건성으로 대꾸하며 유비에게로 돌아누웠다. 모용환의 옆에 얼굴을 묻은 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비는 갑자기 모용환이 돌아눕자 화들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하얀 아기 사슴 같이 귀여웠다.

모용환은 장비에게 등을 돌린 채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암사자 보단 우리 귀여운 군주님이 더 낫지 않습니까."

"무례한 잡배 같으니라고."

뒤에서 장비가 씩씩대는 게 느껴졌지만 모용환은 그녀를 무시하며 한 팔로 유비의 허리를 휘감았다. 그러자 유비의 흰 목덜미가 붉게 달아올랐다.

"저기..."

유비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아까까지는 모용환이 바른 자세로 누워 있었기 때문에 시선이 위를 향해 있었지만 이렇게 돌아누우면 그녀의 알몸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지 않은가.

"하실 말씀이라도?"

"...편하게 대해주세요. 존댓말은 듣기가 거북해요."

모용환은 고개를 저었다.

"정식으로 혼인을 하면 모르되 지금은 표면상 군주와 휘하 장수의 관계입니다. 제가 존대를 하지 않게 되면 위엄이 서질 않습니다."

"그래도..."

"말투 따위가 어떻든 간에 유비님이 제 반려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모용환은 유비의 허리를 잡아당겨 품 속 깊숙하게 안았다. 그의 턱 바로 아래, 유비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작은 숨결을 내쉬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자 말캉한 젖가슴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난..."

유비는 입을 여는가 싶더니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말씀하십시오."

"... 상공을 무척 원망했었어요."

"......"

"상공에게 범해진 날... 그 날... 꿈이 깨진 것 같았어요. 몸도 아팠지만, 마음도 아팠어요. 그 전까지 상공은 내게 있어서 백마 탄 왕자님이었거든요... 원술에게 잡혀 있던 전 늘상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날 구해달라고... 어느 날, 혜성처럼 상공이 나타났죠."

모용환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옆의 장비도 숨을 죽였다.

"... 그리고 날 구해줬잖아요. 관 아저씨가 계신 오성으로 가는 여행 중에 생각했어요. 이게 당신의 아내가 되어서 유람을 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난..."

그녀의 목소리가 잦아들자 모용환은 품에 안은 유비의 어깨를 잡고 밀었다. 물기 젖은 발간 눈동자가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모용환은 왜 그 때 참지 못했을까 자책하며 말했다.

"그 때의 일은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첫눈에 반한 여자가 옆방에서 자고 있는 걸 뻔히 아는 상태에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군요."

그렇게 말하며 모용환은 유비에게 입맞춤을 했다. 유비는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팔로 그를 껴안으며 고개를 올려서 그의 행위를 도와주었다.

미끈한 혀가 서로를 애무하며 타액을 나누었다. 유비는 눈을 감으며 작게 신음했다. 한편 쪽쪽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장비는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비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 당신은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아응..."

모용환은 숨을 몰아쉬며 유비의 앵두같은 입술과 그 주변을 빨았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그의 혀가 스칠 때마다 마음속의 아픔이 씻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모용환은 그녀의 목덜미를 혀로 애무하며 더욱 몸을 밀착시켰다. 그 순간 유비의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오므려진 꽃잎 입구에 불타오르는 듯 뜨거운 육봉의 첨단이 잇대어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 지금은... 안... 아학!"

유비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육봉이 억지로 조갯살을 벌리고 질 속에 반쯤 들어간 것이다.

모용환은 육봉이 뻐근한 느낌에 미간을 좁혔다. 긴 입맞춤과 애무를 했는데도 유비의 내부는 여전히 비좁았다. 반 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쥐어짜듯 죄여오는 압박감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 이런데 그 때는 어떻게 끝까지 집어넣었던 걸까. 그리고 유비는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니 모용환은 다시 죄책감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전 이미 참을 수가 없습니다."

모용환은 유비를 안은 채로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누웠다. 유비는 모용환의 몸에 올라가서 엎드린 상태가 되었다. 유비와 겹쳐 누운 모용환은 허리를 치켜 올려 육봉을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아악!"

유비는 잠시 동안의 소강상태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질벽을 가르며 자궁 끝까지 파고드는 육봉의 거센 돌진에 고통스런 신음을 토해냈다.

"무슨 짓이야! 헉!"

장비는 유비와 모용환의 입맞춤 때까지는 별 말 없이 방관하고 있다가 갑자기 모용환이 몸을 돌린 후 유비가 고통스러워하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 바람에 유비와 모용환을 덮은 옷가지들이 휩쓸려 내려갔다.

장비는 단단히 결합된 두 사람의 성기를 보고는 경악했다. 그녀 또한 이런 광경을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비의 꽃잎을 한껏 벌리고 그 안에 뿌리 끝까지 들어간 육봉. 그 틈 사이로 유비의 붉은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처녀가 보기엔 너무나도 선정적인 광경. 장비는 입을 벌린 채 할말을 잊었다.

"자, 장 언니..."

유비는 장비가 자신의 하체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모용환은 장비가 보고 있다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떻게 유비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궁리했다. 유비에게 첫경험은 고통 그 자체였을 것이다. 처음 진입할 때도 이렇게 조임이 강하진 않았다. 아마 본능적인 두려움에 근육이 수축된 것일 터. 그 두려움을 씻어내 주는 것만이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일이었다.

"제 행동에 그대로 따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더 이상 아프진 않을 테니까요."

"...아..."
유비는 모용환이 엉덩이를 움켜잡자 자그마한 신음을 흘렸다. 모용환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살살 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둔부가 율동을 시작하면서 꽃잎 속에 박힌 육봉이 살짝 살짝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으응..."

유비는 육봉이 자궁 안을 휘젓는 느낌에 전율했다. 어느새 결합부에서는 그녀의 꿀물이 새어나오며 모용환의 육봉을 적시고 있었다.

"어떠십니까? 아프신가요?"

"...아니에요... 학! 거, 거긴... 아아아아!"

퍽! 퍽! 퍽!

유비는 모용환이 엉덩이를 움켜잡던 손을 뒤로 내빼 국화의 주름을 쓰다듬자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모용환은 거세게 육봉질을 시작했다. 육봉이 쑤욱 하고 들어갈 때마다 유비는 자기도 모르게 둔부를 흔들었다.

"하아아앙! 아아..."

"헉! 헉! 으음..."

텁! 쪽쪽!

모용환은 유비의 허리를 끌어안고 맹렬하게 육봉을 그녀의 꽃잎에 박아대다가 출렁이는 그녀의 젖가슴을 덥석 물었다. 기분좋은 육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젖을 빠는 아기처럼 그녀의 유방을 빨기 시작했다.

혀로 입 안의 유두를 굴리던 그는 묘한 감흥이 어린 눈으로 신음하는 유비를 쳐다보았다.

"다시 봐도 예쁜 가슴이군요. 특히 여기가요."

모용환은 유비의 국화 쪽을 자극하던 손으로 젖꽃판을 매만졌다. 작은 유두는 발딱 선 채로 그가 유륜을 문지를 때마다 젖꽃판 속으로 숨었다가 다시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 마세요...! 하아아악!"

유비는 장비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조금 저항을 하는 듯 했으나, 모용환이 젖가슴을 양 손으로 움켜잡은 채로 그녀의 상체를 일으키자 그만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신이 장비가 보는 앞에서 사내에게 올라탄 채 엉덩이를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장비는 아직도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귓속에는 두개의 살덩이가 맞부딪치며 내는 질퍽이는 화음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퍽! 퍽! 퍽!

"아흑! 아아아아아!"

"흐읍!"

울컥울컥.

모용환은 사정의 순간에 유비의 허리를 잡고 깊게 내리눌렀다. 유비는 쾌락에 젖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엉덩방아 찧듯 그의 몸에 주저앉았다.

"흐으윽..."

유비는 몸 안에 삽입된 육봉이 꿈틀거리며 정액을 뱃속에 쏟아내자 자기도 모르게 아랫배에 손을 갖다 대었다. 뜨거운 정액들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그녀의 자궁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모용환은 가지고 있던 깨끗한 천으로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는 그녀의 꽃잎을 닦아주었다. 정성스런 손길이 닿을 때마다 유비의 속살이 움찔 떨려왔다. 워낙에 그가 사정한 정액의 양이 많은 탓에 그녀의 꽃잎이 귀엽게 벌름거릴 때마다 희멀건 액체가 꾸물꾸물 흘러내렸다.

모용환은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죄송합니다."

"괘, 괜찮아요..."

유비는 달아오른 얼굴로 몸을 뉘였다. 사내가 자신의 소중한 곳을 정성스레 닦아주는 느낌은 무척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싫지는 않았다. 그녀는 베개 삼은 옷가지에 얼굴을 묻고 모용환에게 작게 말했다.

"...좋았어요..."

모용환은 그녀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경직된 채로 앉아 있는 장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뭘 그렇게 굳어 있어?"

"으, 응? 끄, 끝났어?!"

모용환은 한심하단 얼굴로 말했다.

"부부 간에 운우지정을 나누는 걸 당당히도 보고 앉아있군."

"......"

명백한 모용환의 시비조에도 장비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천천히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보통 때라면 아득바득 한 마디도지지 않을 텐데, 장비의 의외의 행동에 모용환은 어리둥절해 했다.

'별일이군. 설마 그 나이 되도록 문외한이었단 건가?'

픽 웃은 모용환은 낙엽과 나뭇가지를 좀 더 모아 모닥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서서히 약해져 가던 불씨가 되살아나며 동굴 안이 좀 더 따뜻해졌다.

겨울산의 밤은 이렇게 가고 있었다 --------------------
덮밥?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장비의 호감도가 조금 상승했군요 다음 날 모용환 일행은 병사들을 이끌고 온 태사자에 의해서 무사히 구조되었다. 두 여인의 홀딱 벗은 몸을 보고 자신을 노려보는 태사자에게 장황한 상황 설명을 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지만 말이다.

유비는 오로 돌아가지 않고 건업에 좀 더 머물기로 했다. 어차피 유비세력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오성에는 수완이 뛰어난 손권이나 여범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성들 중 가장 기반이 확고한 오였기에 유비가 한동안 부재 상태여도 걱정은 없었다.

겨울을 지내면서 유비군은 세력을 더욱 확고히 했다. 강동의 명실상부한 지배자가 된 것이다. 모용환이나 관우 같은 휘하 장수들의 명성, 유비라는 명분, 강동 지역의 풍부한 물자로 인한 단단한 기반. 이로 인해 겨울에 임관한 자들이 꽤 되었다.

유비 세력의 현 상황은 다음과 같다.

영토는 건업, 오, 회계, 수춘 4성 이었지만 영향력으로 따지자면 양주 전체를 아우르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강이야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어 수춘의 지배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곳이었고 건안 역시 손책의 끊임없는 압박으로 인해 조만간 굴복할 듯 했다.

무장으로는 단숨에 수춘성을 점령한 신장 관우와 백전노장 황충, 안량의 목을 벤 모용환, 역전의 용사인 정보, 한당, 황개, 회계와 건안 원정으로 오월족들에게 절대적으로 군림하고 있는 손책, 무예를 더욱 갈고 닦은 손상향, 혈랑대의 대장 장료, 유요를 태수자리까지 앉힌 기마대장 태사자, 아직 미숙하지만 잠재력이 무한한 조운 등 무력이 뛰어난 장수들과 그 정도까지는 되지 않지만 장영, 착융, 뇌박, 한호, 양강, 진란 등의 무장들이 있었다.

문사진도 만만치 않았다. 유비 세력의 주력 참모진은 유비 그 자신을 포함해 모두 모용환의 사랑스러운 부인들이었다. 설명할 것도 없는 제갈량과 종군 군사로 재능을 활짝 꽃피운 주유는 유비군의 머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손씨 가문의 수완가 손권, 내정에 있어서는 최고를 달리는 장소와 장굉... 보통 때는 별로 머리를 쓰려 하지 않지만 급박해지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문무겸비의 모용환이 있었다. 물론 그 밖에도 주치, 여범, 주흔 등등...의 인재들이 있었다.

원술에게 빌린 병사들과 호위무사인 장비를 제외하고 달랑 모용환과 관우만 있던 유비군이 1년도 채 못 되어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도약한 것은 드러나지 않는 모용환의 수완이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강동의 백성들은 언제부터 인가 모용환을 '강동의 별(江東之星)'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하하... 강동의 별이라! 기력은 쇠했어도 사람 보는 눈은 아직 죽지 않았나 보군."

곽가가 대소하자 하후돈이 그의 말을 받았다.

"기력이 쇠한 사람이 이런 주당일 수는 없지. 엄살 부리지 말게."

"자네는 젊은 사람이 노인네처럼 구는 게 탈이야. 그렇게 무게를 잡으니 어느 여자가 좋다고 하던가? 도저히 34살 먹은 사람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네."

천하에 하후돈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곽가뿐일 것이다. 보통 사람은 그의 외눈에서 뿜어지는 살벌한 기세 앞에 돌처럼 굳어지고는 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하후원양, 기라성 같은 조조군의 맹장들을 휘하에 둔 총사령관인 것이다.

하후돈은 헛기침을 했다. 막역지우 앞에서는 평소의 그 모습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 그였다.

곽가는 그런 하후돈을 보고 킬킬 소리 내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예언하나 할까? 자네는 아마 평생 장가가지 못할 거야."

"크흠! 그만하게."

하후돈이 말을 자르는 바람에 두 사람의 대화는 잠시 동안 끊겼다. 말없이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던 곽가가 문득 말했다.

"자네는 모용환, 그가 이 정국을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천운이 따른다면 가능할지도."

곽가는 술을 쭈욱 들이키는 하후돈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하지 못해. 자네는.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까 그에게 청공검을 맡긴 게 아닌가?"

"......"

"솔직히 우리와 만난 직후에 안량을 죽일 줄은 나도 몰랐네. 이미 그 정도의 인물이었던 거야. 듣자하니 단신으로 수춘 성내를 헤집었다는군. 그리고 때 맞춰 들이닥친 관우의 대군... 난 이 모든 것이 그가 사전에 계획했던 일이라고 생각하네."

묵묵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하후돈을 보며 곽가는 술 한 모금을 입속에 털어 넣은 후 말을 이었다.

"아마 수춘성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당했을 거야. 결과론적으로는 수춘성을 함락시켰지만 단신으로 뛰어드는 건 너무 무모했어. 내가 본 그는 그런 자가 아니네. 필시 그럴만한 곡절이 있었을 거야. 가령...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인해 일행이 포로로 잡혔다던가... 하는 일로 말일세. 그 뒤의 일은 그의 임기응변일 터."

곽가는 마치 천리안을 가진 듯 모용환이 처했었던 상황을 정확히 추론해 내고 있었다. 사실 주루에서 모용환 일행을 만났을 때, 그는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일말의 차가움이 담긴 제갈량의 눈을 말이다. 곽가는 그 때부터 모용환이 난관에 봉착할 것임을 짐작했다. 한눈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여인이 적의를 품고 있다면 가장 위험한 수춘에서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한 것이다.

이런 통찰력은 단순히 머리가 좋고 나쁨을 떠난 곽가의 무서운 능력 중 하나였다. 이미 약관이 되기 전부터 조조의 모신으로 활약해온 그는 황제가 살아 있었을 때 직접 접견하기도 했고 수많은 문무백관들을 대하기도 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 보는 눈을 길러야 했다. 그의 통찰력은 생사의 사선을 넘나들며 길러진 무기였다.

하후돈은 그의 통찰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니까.

"자네의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은 여전히 대단하군. 나는 그런 자네가 어째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

하후돈이 말하는 곽가의 실수.

곽가는 자조했다.

"나의 오만이었지. 놈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그 오만의 결과가 이것이네. 죽어서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어."

사마의. 이 천재 모사의 유일한 실수.

그는 사마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을 간파했지만 그것을 없애지는 못했다.

"이미 우금, 악진 등 많은 장수들이 놈의 감언이설에 넘어갔네. 무서운 놈이야. 만약... 자네가 죽는다면..."

하후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마의는 아래에서부터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이미 젊은 장수들은 사마의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었다. 와해시키기에는 이미 놈의 세력이 너무 커져 버렸다. 곽가의 몸상태가 멀쩡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곽가는 이제 몸의 통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일전의 평정 때에 조조를 비롯한 모든 장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피를 토한 이후로 그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실상 제일참모 자리는 공석이나 마찬가지였다.

철인 같던 하후돈은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주군이 걱정이야."

조조 맹덕. 몇십년 전 십상시와 비견될 정도의 권력을 누렸던 환관 조등이 그 자신의 양자인 조숭(원래 이름은 하후숭)을 황실의 공주와 혼인시켜 낳은 딸이다. 직계 황족은 아니었지만 외가 쪽이 황실의 혈통이었기에, 유비가 나타나기 전까지 명분은 조조에게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런 명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력이 강성해졌지만.

어려서부터 여아답지 않게 패도에 관심이 많았던 조조는 한비자 등의 제왕학을 배웠다. 하후돈은 조조의 사촌오빠였고, 곽가는 조씨 가문을 보좌한 가신 곽형의 아들이었다. 그 때문에 셋은 어릴 때부터 자주 어울렸고, 조조는 하후돈을 친위대장으로, 곽가를 책사로 삼아 군주놀이를 즐겨하곤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조조의 성격은 명랑했으나, 십 오세가 되던 날 황궁에 동탁의 군사들이 난입해 황족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눈앞에서 부모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걸 본 조조는 하후돈의 무용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다. 하후돈의 한쪽 눈은 당시 산속으로 숨었다가 만난 호랑이에 의해서 잃게 된 것이었다.

살아남기는 했지만... 그 뒤로 조조는 감정을 잃었다. 마치 인형과도 같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감정이라곤 오직 야망만이 남아 패도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럼없이 완의 파괴를 지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놈은... 주군을 이용하고 있어. 자네도 아마 짐작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

하후돈의 말에 곽가는 작게 침음했다. 사마의가 조조를 위하는 척하며 그녀의 야망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치, 사마의가 보이지 않는 실로 조조를 조종하고 있는 모양 같았다.

"주군의 야망이 강하긴 해도 쉽게 이용당하실 분이 아니시네. 그 어린 시절부터 제왕학을 독파하셨던 분이니... 자네도 주군의 현명함을 잘 알지 않은가? 그리고 나 또한 준비해둔 수가 있네."

곽가의 말을 듣자 하후돈은 적잖이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어지간히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오로지 무밖에 모르던 사내에게도 걱정의 대상은 있었던 것이다. 곽가는 피식 웃었다.

"이런 딱딱한 이야긴 그만 하도록 하지. 모처럼 자네와 대작하는 자리가 아닌가. 내일부터는 앉지도 못하게 될 수도 있네."

태연히 자신의 몸상태를 가지고 농을 건네는 곽가를 보며 하후돈은 잔을 비웠다. 곽가는 그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연이는 어찌할 셈인가? 어서 시집을 가야할 텐데."

하후돈은 이복 누이동생의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을 굳혔다. 하후연, 조조를 제외한다면 그를 걱정시키는 유일한 여인이었다.

곽가는 작게 혀를 찼다.

"이제 삼십이 코앞이네. 더 이상 나이가 찬다면 아무리 하후가의 여인이라지만 아무도 데려가려 하지 않을 거야."

"후우... 누가 장님과 결혼하려 하겠는가."

하후연은 맹인이었다. 선천적으로 장님으로 태어난 그녀는 문무 양쪽에 뛰어난 자질을 지니고 있었지만 맹인이라는 것 때문에 항상 자신감이 부족했다. 거기에는 어렸을 때부터 놀림 받은 것도 한몫을 했다.

미모도 출중한 편이었으나 그녀를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섬뜩한 은색 눈동자를 꺼려했다. 그 탓에 그녀는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도 아직 혼인을 하지 못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탓일지는 몰라도 그녀는 신통력 같은 것이 있었다. 하후연의 취미는 복술이었다. 점을 치기도 했고, 가끔 앞날을 예견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런 것은 곧잘 들어맞곤 했다.

하후연의 얘기가 나오자 하후돈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집을 나설 때 그 아이가 심상치 않은 말을 하더군."

"흐음?"

"오얏나무가 쓰러지면 복숭아나무인들 온전하리라 생각하느냐고... 자네에게 전해 달라 하던데..."

"푸하핫!"

하후돈의 말을 들은 곽가는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하후돈은 그런 그를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 또한 하후연의 말에 들어간 오얏나무와 복숭아나무의 고사는 잘 알고 있었다. 이대도강(李代桃畺).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쓰러진다는 손자의 36계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갑자기 곽가에게 그런 말을 전하란 것은 또 무슨 의도란 말인가?

하후돈은 하후연이 한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곽가는 바로 무언가를 깨달은 듯 했다. 필시 무언가 자기가 모르는 은어가 있으리라 생각한 하후돈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웃지만 말고 알아들었으면 무슨 소린지 얘기해 보게."

"큭큭."

어찌나 웃었는지 곽가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한바탕 신나게 웃은 곽가는 배가 아픈지 한 손으로 배를 문질렀다.

"이야-. 연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군. 내게서 병법을 배우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하지만 안 되지, 안돼. 아직 스승을 넘어서기엔 멀었어. 이 곽봉효님은 아직 멀쩡하시다 이 말씀이야."

"대체 무슨 말인가?"

"아아... 자네도 내일이 되면 알게 될 걸세. ...피곤하군. 오늘 자리는 이만 파하세."

하후돈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병중인 지기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두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내일이면 알게 될 일, 굳이 친구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몸조리 잘하게."

하후돈이 나간 후 곽가는 술병을 통째로 집어 조금 남은 술을 모두 마셨다. 그는 조금 어두운 얼굴이었다.

"하늘의 뜻은 진정 그런 것인가... 망할..."

곽가는 늘 고상하던 그답지 않게 욕설을 내뱉었다. 술이 떨어진 것이 아쉬운 것일까. 그는 한동안 술병의 주둥이를 잡고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그의 손이 비틀비틀 흔들릴 때마다 주둥이가 잡힌 술병은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 취하는군."

어느 순간.

쨍그랑!

술병이 그의 손에서 떨어지며 조각조각 깨져버렸다. 뒤로 넘어간 곽가의 몸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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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정말 제가 덮밥을 몰라서 질문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곽가가 죽었다. 하후원양, 곽봉효로 대변되는 조조의 양 날개 중 하나가 꺾인 것이다.

곽가 봉효. 어렸을 때부터 조조를 보좌해 왔으며 아무 것도 없던 조조의 세력을 중원의 강호로 일궈놓은 천재 지략가. 순욱이나 순유, 희지재 등의 인재를 조조군에 임관시킨 수완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밤새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조는 허창에 남아 있는 모든 장수들을 소집했다.

거대한 대전 안, 높게 치솟아 오른 곳에 있는 태사의는 조조의 위세를 보여주는 듯 드높았다. 주렴 안에서 붉은 인영이 언뜻 비쳐보였다. 우측에는 하후돈을 선두로 무장들이 들어섰고, 좌측에는 순욱을 필두로 문사들이 열을 이루었다.

갑작스런 곽가의 죽음에 장수들은 대전으로 들어서며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웅성거렸지만 하후돈이 쿵 하고 발을 한 번 구르자 대번에 조용해졌다.

하후돈은 침통한 얼굴이었다.

'설마 내가 나가자마자... 죽음을 맞이하다니...'

절친한 친우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한 그의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갑자기 하후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얏나무가 쓰러진다... 그 아이는 이 일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인가.'

천한 복술을 취미로 삼는 건 못마땅했지만 그녀의 신묘한 예언은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런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번에는 복숭아나무의 존재가 그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오얏나무는 봉효... 그렇다면 복숭아나무는? 설마 주군이란 말인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조조가 위태롭게 된다니, 그런 상황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아무리 사마의가 설치고 있다지만 아직 그가 건재한 이상 조조의 안위가 위태로울 일은 없었다.

그 때 주렴 뒤의 목소리가 그를 상념에서 깨어나게 했다.

"곽가가 죽었다."

절친한 친구이자 충성스러운 가신인 곽가가 죽었는데도 조조의 목소리는 무덤덤하기 짝이 없었다. 하후돈은 비애 어린 눈으로 주렴 속을 응시했다.

'곽가가 죽었는데도... 저 분의 심장은 뜨거워지지 않는 건가.'

하지만 뒤 이어서 나온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제일 참모의 자리가 비었으니 후임을 결정하도록 하겠다. 능히 그에 합당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자는 스스로 나서거나, 그런 인물을 알고 있는 자는 추천을 해보도록..."

"주군!"

하후돈은 조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크게 놀라며 주렴 앞으로 나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곽가가 죽었습니다! 아직 그의 시신에는 온기가 남아있는데, 주군께서는 그의 상보다 후임을 먼저 논하시다니요!"

하후돈의 목소리는 크게 격양되어 있었다. 충성스럽고 강직한 그의 성격으로 이렇듯 조조의 전면에서 반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곽가였다.

"하후 장군의 말이 옳습니다!"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주군! 거두어 주십시오!"

하후돈이 나서자 몇 명의 장수들이 그를 따라 주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허저, 순욱, 조인 등이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서기 무섭게 따라나서는 자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불씨를 지핀 것은 정욱이었다.

"이 무슨 짓들입니까!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곽가님의 죽음은 무척 애통합니다만, 상을 논하는 것은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 한시라도 제일 참모의 자리가 비어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그걸 아시는 분들이 그러십니까!"

정욱이 조조의 면전에 무릎을 꿇은 자들에게 호통치듯 말하자 순욱이 벌떡 일어서며 분개한 목소리로 외쳤다.

"중덕! 자네가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그러나 그에게 대답을 준 것은 정욱이 아니라 사마의였다. 그는 여유롭게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문약공의 말씀도 옳지만 전 중덕공의 말씀에 더 무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곽가형님도 그걸 원하셨을 거라 생각되는군요... 이런 쓸데없는 일로 논쟁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

한참 어린 사마의가 훈계하듯 말하자 순욱은 눈을 부릅떴지만 그 이상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 최근 사마의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데다가 그의 뒤를 호위하듯 서 있는 악진과 조홍, 우금, 이전 등이 보였다.

'어찌 이럴 수가...'

순욱은 속으로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조조가 뻔히 보는 앞에서 그녀의 휘하장수들이 오히려 사마의를 호위하듯 서 있다니. 사마의 일파가 심상치 않은 짓을 하리란 걸 예상하긴 했지만 곽가가 죽자마자 이렇듯 노골적으로 행동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사마의는 거기서 한술 더 떴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살짝 고개를 까딱였다. 제후 앞에 나설 때는 무릎을 꿇는 것이 관례. 이 오만무도한 태도에 분노한 하후돈이 의천검을 검집째로 휘두르려 했지만 악진에 의해서 가로막혔다.

"하후 장군. 주군의 면전에서 검을 휘두를 셈이오? 장군의 위세가 높다하나 그런 행동은 용납될 수 없소."

"이놈들이!"

하후돈의 외눈이 살기로 이글거렸다. 그 기세에 악진은 움찔 뒤로 물러섰지만 자리를 비키진 않았다. 그 뒤로 검파에 손을 얹은 이전이 보였다. 여차하면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였다.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하후돈은 새삼 곽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사마의를 그는 혼자서 견제해 왔던 것이다.

'참아야 한다. 지금은 불리한 형국이다. 이 수모는 잊지 않겠다.'

하후돈은 이를 갈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는 사마의 일파가 우세했다. 일단은 후퇴해야 할 때였다.

하후돈이 물러서자 사마의는 싱긋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제게 제일참모의 자리를 주십시오. 저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렇습니다. 중달공은 일전에 보았듯이 곽가님의 뒤를 이을만한 인재입니다."

"봉효공도 중달을 후임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욱, 이전, 악진 등이 그를 추천했다. 너무 속 보이는 짓거리에 순욱, 하후돈 등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사태를 방관하던 조조는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제일참모는 사마의다. 곽가의 장례는 본후가 따로 지시하도록 하겠다. 이만 퇴청하라."

"주군!"

곽가의 죽음에 너무나도 냉정한 조조를 보며 하후돈은 다시 한번 그녀를 부르짖었지만 조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울분을 삼키며 궁성을 나와야 했다.



그 날 저녁, 하후돈은 조조에게서 은밀히 내궁으로 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하후돈은 급히 의복을 갖춰 입었다. 그 때 한 여인이 방에 다과를 들고 들어섰다.

"음. 연이냐? 다과는 됐다. 급한 일이 생겨 궁성에 가봐야겠다."

신비로운 은색 눈동자를 지닌 수수한 옷차림의 여인, 하후연이었다. 그녀는 맹인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다과를 상에 내려놓은 후에 공허한 눈으로 하후돈이 있는 쪽을 응시했다.

"급한 이, 일이요?"

그녀의 말투는 조금 어눌했다. 그런 그녀를 보는 하후돈의 눈가에 아픔이 스쳐지나갔다. 선천적 맹인이라 그녀는 말을 무척 힘들게 익혔다. 게다가 툭하면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여서 자신감까지 없어져 지금도 말을 할 때마다 더듬거렸다.

하지만 목소리는 무척이나 온화하고 감미로웠다.

"그래. 늦지 않도록 돌아오마."

하후돈은 누이동생을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하후연은 닫쳐진 방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문득 중얼거렸다.

"불길해..."



"주군! 부르셨습니까?"

"하후돈."

조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후돈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린 듯한 눈썹과 흑요석 같은 눈동자,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는 표정 없는 얼굴과 어우러져 생명이 없는 그림 속의 미인 같았다.

"낮의 일은 본의가 아니었다."

"아...!"

하후돈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그제야 안심한 얼굴이었다. 아무리 감정을 잃었다지만 조조가 곽가의 그간 공로를 잊었을 리가 없었다.

"곽가는 역시 병으로 죽었나."

"예. 하지만 훌륭한 주군을 모셨으니 여한은 없을 겁니다."

조조는 텅 빈 것 같은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

"......"

"평생에 걸쳐 날 따른 곽가가 죽었는데도 내 마음 속에는 어떤 파문도 일지 않는다. 이런 내가 훌륭한 주군인가. 난 죽은 수하를 애도할 수도 없는 군주다."

하후돈은 조조의 말을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이것은 조조가 감정을 잃은 그 날 이후 처음으로 그에게 털어놓는 속내였다. 조조의 말은 계속되었다.

"곽가는 죽기 전에 내게 찾아와 말했다. 이미 사마의의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으니 그를 기용한 자신의 죄를 죽음으로써 갚겠다고."

"그런..."

"곽가가 죽자 모든 상황은 그의 말대로 흘러갔다. 곽가는 말했지. 사마의는 결코 인내심이 많은 인간이 아니라고. 아마 내일 당장이라도 반란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하후돈은 의천검을 가슴에 곧추 세우며 결연하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놈의 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심려 마십시오."

"사마의의 세력은 너무 크다. 내가 알았을 때는 너무 늦었지. 낮의 일은 모두 곽가의 의도대로 행한 것이다. 곽가는 거기서 옥석을 가려내라고 했다. 순욱. 허저. 조인. 내가 가려낸 옥이다."

처음 하후돈이 조조의 앞에 나섰을 때 같이 따라 나선 이들이었다. 그들을 제외하면 모두 침묵을 지켰거나 사마의의 편을 든 자들이었다. 하후돈은 곽가의 혜안에 다시금 감탄했다. 죽어서까지도 그를 놀라게 하는 지기였다.

"나는 오늘 허창을 탈출할 생각이다."

"예?"

"진류로 간다. 그곳은 전위가 있고 순유도 있다. 곽가는 옥석가리기로 가려낸 자들과 그둘만이 유일한 내 편이라고 했다. 그는 그 말대로 죽음으로써 흑백을 가려낸 셈이다."

하후돈은 예상보다 사태가 더욱 심각함을 깨달았다. 조조가 진류로의 피신을 생각할 정도라면 허창에서의 사마의의 영향력이 조조보다 더욱 커졌음을 의미했다. 그는 사마의가 눈 앞에 있다면 잡아먹을 듯한 눈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어느 경로로 허창을 빠져나가실 생각이십니까?"

"북문이다. 이미 조인과 순욱, 허저를 그곳에 대기시켜 놓았다."

"알겠습니다. 은밀히 친위대를 북문에 소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연에게 호위장을 맡겨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하후연은 맹인이지만 무예를 경지에 이르도록 단련해 감각이 무척 뛰어났다. 특히 궁술에 있어서는 조조 휘하의 맹장들 중에서도 당할 자가 없을 정도였다. 십 장 밖에서 떨어지는 댓잎의 중앙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궁술은 신기에 가까웠다.

"모시겠습니다."

하후돈을 따라 조조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간편한 경장차림이었다. 천하의 조조가 본거지에서 탈출을 해야 하는 지경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조조의 얼굴은 무표정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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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조조 재탕 조조군은 이제 내분이 일어나겠군요 남북전쟁 ㅎㄷㄷ 늦은 밤. 사마의의 자택. 사마의는 일주일 전부터 자택으로 돌아와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자택에서 밤을 보낸 날, 문화는 큰 충격을 맛보았다. 그는 문화가 보는 앞에서 사마휘를 강간 했던 것이다. 벌이라는 명목 하에. 사마휘는 그 날 유산을 했다. 사마의는 그녀가 유산을 한 후 나흘간은 그녀를 찾지 않았지만 이틀 전부터 다시 사마휘를 안기 시작했다.

'악마 같은 자식...'

문화는 사마의를 떠올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전희 따위도 없이 막무가내로 친모를 강간하는 그의 가학적인 성격에 그녀는 질려버렸다. 몇 달간 사마의가 찾지 않아 거의 아물었던 사마휘의 상처가 첫날 다시 덧나버렸다.

사마의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사마휘를 안은 후에 말했다.

"자기 전, 일어난 후. 매일 두 번 어머니는 벌을 받을 거다."

그 때는 무슨 의도로 자기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사마의의 무서움에 다시 한번 진저리를 치게 된 이유였다.

'내가 수경강사님에게 정을 붙일 것을 계산해 두었던 거야...'

집 안에서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 하는 두 여인은 몇 달간 같이 살면서 무척 친밀한 사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마휘는 시녀인 문화를 무척이나 따랐고, 문화도 외로워하던 사마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

사마의는 그것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소중한 사람이 고통 받는 게 싫다면 알아서 처신하라.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족쇄였다.

이제 탈출은 꿈도 못 꾸게 된데다, 문화는 매일 사마의와 관계를 가져야 하는 사마휘의 고통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성관계 전에 사마휘를 애무해 애액을 분비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방법은 효과가 있어 지난 이틀 간 사마휘는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게 사마의와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사마의가 올 시간이 되자 문화는 자신의 옷을 벗었다. 주인인 사마휘가 알몸인데 시녀 따위가 옷을 걸쳐서는 안 된다는 사마의의 강요에 따른 것이었다. 처음에 문화는 자신까지 사마의에게 겁탈을 당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사마의는 아마 사마휘에게만 발기하는 듯 했다. 그는 일절 다른 여자를 안지 않았다. 다행일 수도 있었지만 문화는 그에 못지않은 수치를 당해야 했다.

"강사님. 시간이 됐습니다."

"헤에. 또 그거 하는 거야? 나, 그거 기분 좋아."

"네에..."

문화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속도 모르고 사마휘는 신이 나서 옷을 벗었다. 이제 정상 체형으로 돌아온 그녀의 알몸이 드러났다.

사마휘는 문화를 껴안으며 즐겁게 말했다.

"하자아~."

성숙한 여인의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사마휘의 모습에 문화는 마음이 아려왔다. 아이가 되면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문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시던 대로 누워 계세요."

"응!"

사마휘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침상에 누워 다리를 벌리고 스스로 꽃잎을 개방했다. 그녀의 둔덕은 예전과는 다르게 털이 한 올도 없었는데, 고약을 바르는 데 음모가 방해되자 문화가 제모를 한 것이었다.

문화는 조심스럽게 침상에 올라서며 붉은 속내를 한껏 내보이는 옥덩이 같은 계곡살에 혀끝을 갖다 대었다.

"꺄아! 간지러워!"

문화가 조갯살을 핥아오자 사마휘는 가랑이 사이가 간지러워 다리 사이를 움츠리며 킥킥 웃었다. 그녀에게는 이것이 재밌는 장난으로만 생각되었다.

문화는 움츠러든 허벅지가 양 볼을 압박하자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허벅지 사이에 얼굴이 끼어서 제대로 애무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짐짓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가만히 계세요."

"헤헤. 알았어."

사마휘가 다리 힘을 풀자 우스꽝스럽게 그녀의 허벅지에 짓눌렸던 문화의 볼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문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보모 역할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님을 요즘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혀를 꼿꼿이 세워 사마휘의 꽃잎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보드라운 혀가 꽃잎 속으로 들어오자 사마휘는 아앙하는 소리를 내며 아까의 다짐이 무색하게 다시 다리 사이를 좁혔다.

"......"

볼이 다시 눌려서 붕어입이 된 문화는 잠시 말없이 입술만 뻐끔거렸다.

"헤헤헤, 붕어 같아."

사마휘는 우스꽝스런 그녀의 얼굴에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 모습에 문화는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에잇! 가만히 계시라니까요!"

"아앗! 아으으응, 간지럽단 말이야! 아앙!"

참다못한 문화는 무력(?)을 행사했다. 양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쫘악 벌린 그녀는 사마휘의 벌려진 꽃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사마휘가 발버둥쳤지만 그녀의 손은 사마휘의 다리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며 사마의가 들어섰다. 두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흐음."

사마의는 그런 두 여인에게 잠시 시선을 주더니 이내 옷을 벗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잘 아는 사마휘는 몸을 움찔했다.

건장한 알몸을 드러낸 사마의는 무언가를 문화에게 던졌다.

"받아라."

툭.

"......"

앞에 떨어져 뒹구는 기다란 붓 두개를 본 문화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와 직접 성관계를 하진 않았지만... 사마의의 가학적인 성격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현되었다.

"행동이 늦는군."

"...죄송합니다."

문화는 떨리는 손으로 붓 두개를 집었다. 그녀는 눈을 꾹 감고 그것을 자신의 꽃잎과 항문에 꽂아 넣었다. 쑤욱하고 하체의 두 구멍에 반 쯤 들어간 붓들의 뭉툭하게 퍼진 털끝이 흔들렸다. 어이없게도 그녀의 처녀를 가져간 것은 이 붓이었다.

"으..."

그녀는 치밀어오르는 수치심과 아픔에 덜덜 떨며 사마휘의 옆에 가서 엎드렸다. 머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치켜 올린 문화의 모습은 흡사 꼬리가 두개 달린 강아지 같았다.

"문화, 아파?"

사마휘가 옆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 문화를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문화는 그녀에게 살짝 얼굴을 들어 보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그녀들이 말을 하든 말든 사마의는 침상에 올라와 말없이 사마휘의 꽃잎 속으로 육봉을 박아 넣었다. 관계가 지속되는 시간은 언제나 달랐다. 사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끝내는 날도 있었다. 사마의가 철인이 아닌 이상에야 매일 매일 정을 토하고 견딜 수 있을 리는 없을 테니까.

"흐아..."

질 안으로 파고드는 육봉의 느낌에 사마휘는 살짝 몸을 떨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이제까지의 고통어린 비명이 아닌 달뜬 신음성이 흘러 나왔다. 문화의 노력 덕분이었다.

사마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찌푸리더니 느닷없이 옆에 엎드려 있던 문화의 엉덩이를 철썩 하고 내리쳤다.

"윽!"

그녀의 희멀건 둔부에 붉은 손자국이 새겨졌다. 엉덩이가 통증 때문에 일렁이자 꽃잎과 국화에 박힌 두 개의 붓털이 하늘거렸다. 사마휘는 문화가 고통스러워하자 다급하게 사마의에게 말했다.

"문화 때리지 마!"

"어머니를 잘못 가르쳤으니 맞는 겁니다. 벌을 받을 때 즐거워하시면 안 되지요. 어머니가 신음할 때마다 저는 이 암캐에게 벌을 주겠습니다."

사정없는 사마의의 싸늘한 말에 두 여인의 안색이 굳어졌다. 하지만 사마의는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사마휘의 안에 밀어 넣은 육봉을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불꼬챙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민감한 질벽 내부를 살살 긁어오자 입을 앙다물고 있던 사마휘는 자기도 모르게 열락에 겨운 교성을 입 밖에 내고 말았다.

"하윽!"

철썩!

"......"

문화는 사마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입을 다물고 통증을 견뎠다. 사마휘는 그런 문화를 미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애무를 받은 그녀가 견디기에는 정사의 쾌락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아으응..."

철썩!

"히익...!"

철썩!

"그, 그만해!"

결국 참지 못한 사마휘가 관계 중에 크게 소리치자 그녀의 유방을 빨고 있던 사마의는 여전히 그녀의 젖무덤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흥미로운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뭘 말입니까?"

"무, 문화... 때리지 마!"

그녀로서는 처음으로 사마의에게 반항을 하는 셈이었다. 사마의는 피식 웃으며 문화의 항문에 반쯤 꽂혀 있던 붓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악!"

기다란 막대기가 직장을 관통하는 고통에 문화는 비명을 질렀다. 사마휘는 안절부절 못하며 문화를 보고 있었다. 그 때, 밖에서 시녀가 사마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문수비대장께서 속히 부르십니다."

성문수비대장이라면 이전이었다. 그 말을 들은 사마의는 사마휘의 내부에 삽입되어 있던 육봉을 빼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불끈 솟아 있는 육봉에 묻은 애액을 닦아낸 그는 다시 의관을 챙겨 입었다.

그는 나가기 전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두 여인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오늘 밤은 여우사냥을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타악.

방문이 닫히자 두 여인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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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는 저번 리플에 요청하신 세력도 입니다 ^^

세력도 설명 :

X : 파괴된 완입니다.

분홍색이 반쯤 섞인 곳 : 예전 원술의 영토였던 곳입니다.

주요 세력 색 설명 : 삼국지를 하셨던 분들이라면 쉽게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회색은 동탁, 파랑은 조조, 초록은 유비, 노랑은 원소 입니다. 나머지 세력은 뭐...

테두리가 붉은 색인 곳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사이가 나쁘죠. 원소의 경우에는 주황의 공손찬, 동탁은 갈색의 마등, 남색의 엄안과 맞짱을 뜨고 있군요.

검은색인 곳은 뚜렷한 지배자가 없이 혼란에 빠진 곳입니다. 삼강의 구도로 정립되어 있는 중원북쪽과는 다르게 남쪽은 여기저기 전국시대군요...

연참 ㄱ? 이전의 연락을 받고 북문에 도착한 사마의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욱, 조홍, 악진, 이전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성문으로 오는 사마의를 보는 그들의 얼굴은 모두 진중했다. 지금껏 자신들이 모시던 주군을 배반하고 척살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욱은 한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서 오시오. 중달공. 방금 전 친위대 삼십여 명과 하후돈, 허저, 순욱, 조인, 하후연 등이 주군과 함께 성문을 지났다고 하오. 그들을 놓아주다니, 조금 위험한 것 아니오?"

사마의는 싱긋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중인들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저 웃는 얼굴 뒤에 얼마나 무서운 맹수가 도사리고 있는지 그들은 잘 알았다. 이런 자와 적이 아닌 것을 감사할 따름이었다.

"지금은 이런 신세라지만 허창에서 만큼은 주군의 영향력이 큽니다. 안에서 죽이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북문으로 나왔다면 진류로 갈 텐데... 아마 관도를 수비하고 있는 전위가 지원을 나올 겁니다. 추살은 시간을 요하는 일. 어서 출발하도록 하지요. 문겸(악진)공. 말한 대로 기병 500기를 준비해 두셨겠지요?"

악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그가 손짓하자 성문 밖에 도열하고 있는 500여 기의 기마병들이 보였다. 하나 같이 눈빛이 살아있는 것이 과연 조조군 최강의 정예부대인 호표기라 할 만 했다.

"그런데 문칙공(우금)이 보이지 않는 구려?"

조홍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사마의는 말에 올라타며 킥 하고 웃었다.

"여우몰이를 하는 중일 겁니다. 갑시다! 이랴!"

관도로 향하고 있는 조조 일행의 속도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 비하면 더디기 그지없었다. 조조의 승마술이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황실의 군주로 자라며 기마술은 교양삼아 배웠을 뿐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그녀였다.

황족이 몰살을 당하고 도망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기마술을 하후돈에게 드문드문 배우긴 했지만 그것도 강대한 세력을 일구면서 필요 없는 것이 되었다. 등자 같은 것도 없는 시대인지라 조조는 지친 기색이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하후돈이 걱정스럽게 물어오자 조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괜찮다."

하지만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있었다. 좀처럼 격렬한 활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는 말 위에서 오랫동안 매달려 있으니 더욱 빨리 몸이 지친 것이다.

"조금만 가면 전위가 지원을 나올 겁니다."

"으음!"

허저의 말을 들으며 하후돈은 옆에서 말을 달리고 있는 하후연을 향해 물었다.

"어떠냐?"

"오, 오늘은 흉(凶)...이, 이에요..."

좋지 않은 말이 나오자 하후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하후연의 어눌한 말투가 그것을 더욱 자극했다.

"네 점괘는 좋은 게 나온 적이 없구나!"

하후돈이 짜증을 내자 하후연은 마상에서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런 동생을 보며 하후돈은 자신을 책망했다. 자신이 너무 민감해진 것 같았다. 지금 아무 잘못도 없는 하후연을 괜히 닦달해서 뭘 어쩌잔 것인가.

"미안하구나. 상황이 좋지 않아 그런 것이니 네가 이해하거라."

"아, 아니에요..."

하후연은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하후돈의 심기가 편치 않은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동안 말을 달렸을까, 갑자기 그들의 앞에서 나타난 일단의 기마가 있었다. 50여기 정도 되어 보이는 기마병들이었다. 조조 일행은 그들을 보며 반색했다.

"전위인가! 주군을 모시고 왔네!"

하후돈이 반갑게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소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전위가 오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할 것이오. 그리고 그 때 쯤 이면 당신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지."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달빛에 의해 기마들을 덮은 어둠이 걷혀졌다. 그들을 본 하후돈과 허저 등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십여 기의 기마를 이끌고 기다리고 있던 자는 다름 아닌 우금이었다.

하후돈은 노성을 내질렀다.

"문칙! 지금껏 네놈이 있기까지 배려해주신 주군을 배반할 셈이냐!"

우금은 그런 하후돈을 비웃었다.

"하후 장군. 당신이야 말로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판단이 흐려지신 것이오? 계집의 수하로 지내는 것에는 질렸소이다. 이 대륙은 여제(女帝)를 인정하지 않소. 여제라니! 대장부라면 마땅히 그 꼴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오!"

"이 노옴!"

"죽일 놈!"

하후돈은 의천검을 챙 하고 빼들었다. 허저 역시 대도를 빼어들며 당장이라도 우금을 죽일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조조가 막았다.

"흥분하지 마라. 하후돈, 허저. 지금은 이곳에서 빠져나가 전위와 합류할 방도만 생각해라. 곽가의 뜻은 거기에 있다."

순욱이 말했다.

"반도들의 수는 아군보다 두 배가량 많습니다. 설령 장군들의 무용으로 이긴다고 해도 피해가 막심할 것이니 좀 전의 갈림길로 도망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뒤에서도 추격을 해오고 있을 것이오! 혹시라도 그들과 마주치는 날에는 끝장이오!"

"도박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지 않소! 그러지 않기를 빌 수밖에!"

조인이 반대했지만 조조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말머리를 돌렸다.

"순욱의 말대로 한다. 회군하라!"

두 개의 갈림길 중 좀더 빨리 간다는 것이 이런 화를 부를 줄은 몰랐다. 최대한 빨리 전위와 합류한다는 생각에 이 곳으로 간 것이었는데 사마의는 그것까지 예상하고 우금을 대기시킨 것이었다. 조조 일행은 빠르게 말머리를 돌렸다.

이 추운 밤중에 말을 버리고 샛길로 들어설 수는 없었고, 강행돌파 하자니 조조의 안위가 너무 위험했다.

설마 그들이 바로 도망칠 줄은 몰랐는지 우금은 한 박자 늦은 대응을 했다.

"뭣들 하느냐! 어서 저들을 추살하라!"

그 때부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바로 지척에서 뒤쫓아 오는 우금과 기마병들의 찌르는 듯한 살기는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진했다.

"하아! 하아!"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지만 조조 일행과 척살대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조의 속도에 맞출 수밖에 없다보니 그리 된 것이었다. 이제 일행의 후미와 선두의 우금과의 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좁혀졌다.

결국 조인은 무언가 결심을 했는지 비장한 얼굴로 말을 멈추었다.

"친위대 후미 열 기는 나와 함께한다!"

"조인!"

호표기 중에서도 최고의 정예들로만 구성된 친위대는 열 기는 그의 말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멈추었다.

하후돈이 뒤늦게 그를 불렀지만 조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간을 벌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우금은 조인을 비롯한 십여 기의 기마가 자신들을 막아서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일갈했다.

"그대로 짓밟아 버려라!"

이미 가속력이 최고에 달한 기마를 그대로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우금은 그 돌진력으로 강행돌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조인은 씨익 웃었다.

"놈!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열 기의 기마는 추행진의 형태로 쐐기모양을 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벽이 되어 좁은 길을 최대한 막겠다는 각오였다. 우금은 그런 그들을 보며 성질을 냈다. 이렇게 겹겹이 부딪친다면...

"제길!"

히히힝!

"크아아악!"

"커억!"

쾅! 콰앙! 푸르릉!

척살대의 선두와 추행진을 이루었던 대부분의 친위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어육이 되어 버렸다. 무시무시한 돌진력으로 그대로 부딪친 결과였다. 말과 사람의 시체로 벽이 만들어지자 척살대는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거리가 가까워 앞의 기마는 뒤의 기마에게 치여 낙마하는 일이 일어났다.

"우회한다!"

한 번의 충돌로 약 이십 기의 기마를 잃은 우금은 이를 갈며 시체의 산을 비켜 지나갔다. 한 쪽에 충돌로 인해 멀리 튕겨나가 신음하고 있는 조인이 보였지만 지금은 조조를 잡는 일이 더 중요했다.

"네 숨통을 끊을 시간조차 아까운 걸 다행으로 여겨라. 조인."

우금은 그를 흘낏 그를 쳐다보며 말을 몰았다.

조인의 희생으로 어느 정도 시간을 번 조조 일행은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말을 달릴 수 있었다.

"갈림길입니다!"

선두의 허저가 크게 외쳤다. 일차 목적지를 코앞에 둔 조조 일행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얼마 가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었다.

"이제야 오시는군요. 주군."

그 갈림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백여 기의 기마대와 사마의, 정욱, 이전, 악진, 조홍이었다. 사마의는 황급히 말을 멈추는 조조 일행을 보며 마상에서 고개를 까딱였다. 그 무례한 태도에도 누구 하나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 암울했다.

"예상대로 문칙공을 따돌렸나 보군요. 자효공(조인)께서 안 계시는 걸 보니... 대충 짐작은 하겠습니다. 헌데 제일 참모인 제게 아무 말도 없이 이리 가시다니... 이 중달, 주군께 조금 섭섭하군요."

"그대가 본후를 진정 주군으로 여겼다면 그러할 일도 없었을 터."

"흐음. 이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시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목이 잘려서도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요."

"닥쳐라!"

사마의는 조조를 죽이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했다. 허저와 하후돈은 결연하게 앞으로 나섰다. 조조군의 무장들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두 맹장이 앞으로 나서자 일당백의 기세가 일어났다. 그러나 그들의 기세도 사마의의 여유로움을 잃게 하지는 못했다.

"곽가형님께서도 이런 일을 예견하신 모양이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감당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조조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곽가는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최고의 모사. 너 따위가 함부로 평가할 인물이 아니다."

그녀의 말에 사마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허세는 그만 부리십시오. 이제 그만..."

두두두두두두!

그 때 어마어마한 말발굽 소리가 사마의의 말을 끊으며 일대를 뒤덮었다. 사마의 일행은 뒤에서 들려오는 기마 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맙소사!"

정욱은 경악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수많은 경기병들. 족히 일천 기는 되어 보였다. 그들이 풍기는 광포한 기운이 좌중을 압도하며 밀물처럼 퍼져나갔다.

그들의 선두에는 초패왕 항우의 현신인 듯 단기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에 비견될만한 패도적인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는 인물이 있었다. 붉은 거마에 올라탄 검은 갑주의 사내. 분명 단 하나의 기마가 달려오는데도 뒤의 기마대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산악이 움직이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그를 알아 본 사마의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이미 여유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여포!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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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었군요... 낮잠을 잤는데 이렇게 늦게 일어날 줄이야...

Baical /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원래 엄안으로 설정했는데 게임에 익숙해져서 남색 = 유언이라는 듯이 써버리고 말았군요 -_-;; 남색 세력의 주인은 엄안입니다. 유언은 나오지도 않을듯 세력도 조금 수정했습니다. 낙양이 동탁의 세력으로 되어있더군요... 원래는 황족몰살 후 동탁이 폐허로 만들어 버렸는데 말이죠. 지금은 어느 세력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삽화는 세력도입니다. 조조 일행도 여포가 이끄는 기마대가 후위에서 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포는 동탁의 휘하였지만 사마의가 당황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여포의 존재를 반겼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하후연은 작게 중얼거렸다.

"오, 오시(11~13시)가 지, 지나면... 길(吉)이... 트이니..."

한밤의 추격전은 어느새 새벽까지 이어진 것이다. 불길한 날이 가고 길의 날로 넘어왔다.

여포가 이끄는 패왕기는 오백 호표기의 바로 뒤까지 와서야 돌진을 멈추었다. 일천여 기의 군마가 일시에 말을 멈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전원이 걸음마보다 말타기를 먼저 배운다는 흉노족으로 구성된 패왕기가 아니면 보일 수 없는 일사분란한 모습이었다.

사마의 일행은 여포와 대면하기 위해 호표기의 후미로 이동했다.

기마병들을 헤치고 나온 악진이 여포에게 따지듯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약속이 틀리지 않소!"

"악진!"

성급하게 나서는 악진을 사마의가 제지했지만 이미 말은 입 밖으로 새어나온 후였다.

여포는 마상에서 오만하게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적토마의 크기가 보통 말보다 훨씬 큰데다 여포 자신도 상당한 거구여서 그의 시선을 받는 이들은 하나같이 몸이 위축됨을 느껴야 했다.

"군사의 말이 맞았군. 아군에 내통자가 있을 거라 하더니."

"... 서서가 당신을 이리로 오게 했단 말이오?"

사마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아직 자리를 완전히 잡지 못한 서서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동탁의 진영에는 '그'도 있지 않은가.

'그는 대체 뭘 한 거지? 어째서 여포가 이곳에 나타난 거야!'

하지만 그의 의문은 곧장 이어진 여포의 말에 의해서 풀렸다.

"군사의 부탁이기도 했지만 곽가에게는 개인적인 빚이 있었다. 이것으로 그와의 연은 모두 끝났군."

'곽가! 죽어서까지 나를 막아서는 구나!'

또 다시 거론된 이름. 사마의는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목적이 뭐지?"

"조조가 무사히 진류로 향하도록 돕는 것.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사마의란 자의 목도 얻어달라고 말하더군."

"큭!"

"아마 네가 사마의겠지? 곽가의 전언이 있었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게 주는 시련이라고."

"크크크... 알아서 살아남아 보라는 건가? 당신의 손에서?"

사마의는 미친 듯이 웃었다.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라더니. 자신이 딱 그 짝이었다. 곽가의 죽음으로 자신이 조조의 세력 대부분을 차지하고 조조를 진류로 몰아넣었는데도 지금 이렇게 죽음의 위협을 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뚝 하고 웃기를 그쳤다. 그의 눈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야망의 불길로 타오르는 눈은 죽은 곽가를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

저승에서 지켜봐라! 고작 망자 따위에게! 이 내가 당할 성 싶으냐!

"곽가아아아---!"

사마의는 검을 뽑아들고 여포에게 달려들었다. 그 뒤를 이어 악진, 이전, 조홍이 합세했다. 여포는 방천극을 비스듬히 들어올리며 패왕기에게 명령을 내렸다.

"절반은 조조 일행을 보호하고, 나머지는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모두 쓸어버려라!"

"키요오오옷!"

괴상한 함성을 내지르며 흉노족 최고의 정예, 패왕기가 출진했다. 수많은 기마들은 대장인 여포에게 달려드는 사마의 일행을 무시하며 스쳐지나갔다.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달려오는 패왕기를 보며 정욱이 호표기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호표기의 힘을 보여라! 돌격!"

"우와아아아!"

두 기마대의 선두가 맞부딪치는 순간, 여포와 사마의의 무기 또한 불똥을 튀기기 시작했다.

차앙!

"크으!"

단 한 번의 부딪침이었지만 손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충격을 받은 사마의는 신음하며 물러섰다. 여포는 자신의 일격을 받아낸 사마의를 다소 의외란 얼굴로 쳐다보았다.

"대단하군. 병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 일합을 받아 내다니. 곽가가 따로 부탁할 만도 하군."

사마의는 다소 짧은 검을 들고 있었고 여포는 무거운 중병인 방천극을 들고 있었다. 질의 차이가 없어도 단 일격의 부딪침에서 느낄 수 있는 중량의 차이는 엄청났다. 특히 여포의 방천극은 보통의 방천극과는 달리 엄청난 무게여서, 처음 한 번의 부딪침에서 상대가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낙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처음 모용환을 만났을 때도 말을 타지 않은 채 자신의 공격을 견디는 그를 높게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일격필살(一擊必殺). 이것이 여포가 즐기는 전투 방식이었다.

"여기 우리도 있다!"

"죽어라! 괴물!"

좌측에서는 악진이, 우측에서는 이전이, 어느새 후방까지 점한 조홍이 달려들었다. 쟁쟁한 조조군의 맹장들이 달려들고 있음에도 여포의 표정은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부우웅!

육중한 파공음과 함께 방천극이 둥그런 만원을 그렸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휘둘러지는 방천극의 위세에 세 명의 장수들은 기겁하며 달려드는 기세를 늦췄다. 그 순간 적토마의 뒷발이 들려지며 조홍의 말을 강타했다.

빠각!

키히힝!

구슬픈 비명과 함께 앞가슴이 함몰된 조홍의 말은 그대로 즉사해 버렸다. 순식간에 낙마해 버린 조홍은 흙바닥을 뒹굴었다.

"으으으... 말 또한 괴물로구나!"

조홍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보는 와중에서도 여포는 사마의까지 합세한 세 명의 장수들과 마상전을 벌이면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크아아압!"

악진이 크게 기합을 내지르며 창대를 여포의 복부를 노리고 찔러갔다. 이전 역시 커다란 철퇴를 여포의 머리를 깨부술 듯 강하게 내리쳤다.

"느리군."

그러나 여포 앞에서는 어린애의 장난질에 불과했다.

채앵!

"아니!"

여포는 한 손으로 그 무거운 방천극을 들어올려 철퇴를 막은 후, 몸을 뒤틀어 악진의 찌르기를 피했다. 그리고 악진의 창대를 나머지 한 손으로 잡았다.

"이익!"

어이없게 무기를 잡혀버린 악진이 창을 빼내려고 용을 썼지만 창은 여포의 손에 단단히 붙어버린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양 손이 봉쇄된 여포를 노리고 사마의가 검을 휘둘렀다.

"잘 가라!"

여포의 목을 정확히 노리는 검날!

하지만.

푸르릉!

적토마가 앞발을 들어올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여포의 몸이 위로 솟아올랐다.

"이럴 수가!"

차르르르릉!

사마의의 칼날은 애당초 목표로 했던 여모의 목은커녕 그의 가슴을 보호하고 있는 갑옷만 베고 지나갔다. 강철로 만들어진 갑옷은 칼로 긁힌 자국만 남았을 뿐 잘라지지도 않았다.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악진은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으아아!"

여포가 창을 그의 창을 잡은 채로 그의 몸을 들어올린 것이었다. 엄청난 괴력이었다.

부웅! 쿠당탕!

여포가 창대에 매달린 악진의 몸을 허공에서 휘두르자 원심력에 의해 악진의 몸은 멀리 패대기쳐졌다.

"크헉!"

갑옷을 걸쳐 몸의 중량이 늘어난 탓에 내동댕이쳐진 악진이 받은 고통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컸다. 내장이 터졌는지 그는 입에서 한 움큼 피를 뿜었다. 조홍에 이어 악진까지 전투불능 상태가 되자 이전과 사마의는 전의를 잃었다.

사마의는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이를 악물고 부여잡았다. 천하무쌍 여포라더니. 과연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전신을 죽음의 공포가 무겁게 짓눌러왔다.

"진정 최강이라 할 만 하군...!"

말로 듣는 것과 직접 부딪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그 때 혼란한 난전 속을 뚫고 우금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지금 막 도착해서인지 그는 무척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중달공! 이게 대체 어찌 된 것이오! 아니, 저 자는 여포!"

우금의 외침을 무시하며 사마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아아악!"

"살려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숫자에서도 크게 밀리는데다가 조조군 최강이라던 호표기마저 패왕기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패왕기의 기병들은 곡예를 하는 듯한 신기의 기마술과 귀신같은 손도끼로 철저히 호표기를 유린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와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출현한 또 다른 군마. 사마의는 이마를 짚었다.

"이놈들! 나 전위가 왔다!"

저 멀리 쌍철극을 휘두르며 말을 타고 달려오는 전위의 모습.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판단은 빠를수록 좋다. 사마의는 목청껏 소리질렀다.

"후퇴하라! 우금! 이전! 조홍과 악진을 부탁하오! 그 동안 내가 여포와 맞서 시간을 끌겠소!"

"으음! 알겠소!"

세 명이서 달려들었는데도 어쩌지 못한 여포를 사마의가 어떻게 상대한다는 것인지 그들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자신과 맞서는 사마의를 보자 여포는 방천극을 치켜들며 말했다.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았나?"

"밑천을 다 드러낸 자만큼 상대하기 쉬운 자는 없지. 하지만 당신과 겨루어서 이길 자신은 손톱만큼도 없어. 말 그대로 시간 벌기일 뿐이다. 몇 합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런가? 그렇다면 그만 두도록 하지."

여포는 방천극을 다시 늘어뜨렸다.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사마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날 무시하는 건가!"

"단 몇 합안에 널 죽일 자신은 없다. 열 합이면 몰라도. 네 목숨은 다음에 거둬가겠다."

사마의는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여포를 그저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굴욕감에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열 합이라고?! 개자식, 다음에는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마! 넌 날 죽일 수 있을 때 죽였어야 했어!'

장내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백의 호표기는 단지 백여 기만이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다. 갈림길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의 절대 다수는 호표기마들이었다. 무시무시한 패왕기의 위용에 비록 도움을 받은 입장이지만 조조의 일행의 간담은 서늘해졌다.

사마의 일행이 후퇴하자 한숨 돌린 조조는 여포와 대면했다.

"제 때에 와주었군. 여포."

"당신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곽가의 부탁으로 온 것이지."

그의 말에 하후돈을 비롯한 장수들의 얼굴에 일순 불쾌한 기색이 어렸으나 도움 받은 처지에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 점은 잘 알고 있다. 간자의 존재는 눈으로 확인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해졌더군."

"본후가 단지 여자라는 것 때문에 배반할 자들은 아니다. 그럴 거라면 여기까지 본후를 따르지도 않았을 거다. 사마의는 그들에게 본후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아마 천하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라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조조의 말에 여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동탁의 세력에 숨어들어 있는 고위급 간자의 존재는 그의 말을 더욱 뒷받침해주었을 터. 동탁에게 전해라. 나와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하루 빨리 간자를 색출해야 할 것이라고."

"그러지."

임무를 끝낸 여포는 미련 없이 말머리를 돌렸다. 조조는 그를 잠시 지켜보다가 지원을 나온 전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는 그의 옆에서 힘겹게 말을 타고 있는 한 장수를 향해서였다.

"조인. 살아있었군."

"하, 하하... 주군을 끝까지 모시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습니다."

"크하하하핫! 오는 길에 쓰러져 있길래 제가 주워왔지요!"

전위가 조인의 등을 탁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일단은... 살아남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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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하후연 재탕

투표 바꿨어요~ 인기 투표 해봅시다. 개인적으로 사마의가 몇표나 나올지 정말 궁금하군요 ㅋㅋㅋ 여포는 장안에 돌아와 조조의 전언을 전했다. 간자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말을 들은 서서는 서둘러 동탁에게 알현을 청했다. 동탁의 허락을 얻은 그녀는 알현실로 들어서며 곽가가 죽기 전에 해주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의 말이 맞았어. 근래에 들어 소극적인 아군의 움직임과... 사마의의 모반. 간자가 있었어.'

알현실 내부에는 태사의에 앉아 있는 거대한 체구의 노인이 있었다. 이제는 하얗게 세어버린 고슴도치 수염을 쓰다듬는 사람은 육십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탁이었다.

서서는 그의 면전에서 예를 취했다.

"상국을 뵈옵니다."

"흐음. 그래... 갑자기 군사가 무슨 일로 개인적인 면회를 청한 거지?"

나이가 들었다지만 부리부리한 호목에서 발산되는 위압감은 아직 죽지 않은 그였다. 오직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에 서서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봉선공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여포가? 그렇다면 군사의 말대로 된 건가?"

사실 동탁은 패왕기를 내보내는 일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었다. 여포를 비롯한 패왕기는 동탁이 가지고 있는 최강의 수나 다름없는데 그 먼거리를 가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찌하겠는가. 더군다나 사사건건 그를 방해했던 조조를 도우기 위함이라니!

하지만 서서의 계속되는 간곡한 주청과, 여포의 확고한 출진의사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는 결코 승낙할 동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예. 조조의 세력은 이제 둘로 나뉘었습니다. 사마의는 진류를 제외하고는 조조의 모든 세력을 거두어들인 상태입니다. 조조는 북으로는 복양, 아래로는 허창에서 압박을 당할 듯 합니다."

"흐하핫. 천하의 조조가 구석에 몰린 생쥐 꼴이 되었구나. 그래서?"

"조조가 얼마나 버티는지가... 관건입니다. 조조가 오래 버티면 버틸수록 사마의의 본진과 차단된 복양은 원소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끝내 조조를 병합하지 못한다면 사마의는 남하를 시작하겠지요.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완을 파괴했을 겁니다."

"나는 원가 놈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원술이 망한 뒤로 북해와 소패가 놈의 손에 들어갔다. 머지않아 하비의 도겸 또한 놈에게 굴복하게 될 터."

동탁은 얼굴을 찌푸렸다. 사사건건 뒤통수를 치려고 덤벼드는 서량의 마등이나 엄안만 아니었다면 초기에 중원을 평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이 못내 아쉬운 그였다.

"제 소견으로는 조조를 얼마간 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조 그 계집을 나보고 도우란 말이냐!"

금방이라도 불호령을 떨어뜨릴 듯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동탁을 보며 서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동탁은 한 순간의 기분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어 이럴 때 처신을 잘해야 했다.

"조조는 이미 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어차피 망할 세력이라면,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 조조가 최단기간에 복양을 수복한다면, 원소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껍데기뿐인 복양이라면 모를까, 아직 허저, 하후돈, 전위 등의 맹장들이 포진하고 있는 조조군입니다. 괜히 그들을 건드려 막대한 피해를 입기 보다는 북쪽을 평정하는데 힘을 쏟을 겁니다."

"계속해 보라."

동탁은 이제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았는지 서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조조를 '이용'한다는 말이 상당히 마음에 든 듯 했다.

"어차피 만총, 장막 등은 조조나 원소의 공세로부터 복양성을 오래 지켜낼 위인들이 못됩니다. 하지만 사마의의 견제를 받는 조조보다는 원소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지요. 아군은 그 확률을 조조가 유리하게끔 바꿔주면 됩니다."

"그 방도는?"

"봉선공을 패왕기와 함께 다시금 조조에게 보내 진류를 지키게 하는 겁니다. 봉선공에게 혼쭐이 난 사마의일테니, 함부로 진류를 공략할 수는 없을 겁니다. 뼈에 각인된 공포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흐음."

동탁은 팔걸이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여포를 다시 내보낸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것만 빼고는 훌륭한 계책이었다. 동탁은 힐끗 서서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서서의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늘어뜨려져 있었다. 어딘지 매일 슬퍼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서서는 그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더라도, 옷 밖에서도 드러나는 굴곡진 몸매만으로 경탄을 받을 만한 미녀였다.

동탁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며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글쎄... 젊은 혈기가 있었을 적이라면 승낙했겠지만 나이가 든 탓인가. 요즘은 이런 것도 망설여진단 말이야. 여포는 내 친위대장이니까."

슬쩍 운을 떼는 동탁의 말에 서서는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말씀은..."

"허허헛. 군사의 말대로 할 테니 걱정 말아. 좀 꺼려지긴 해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군사의 계책 아닌가. 분명히 신묘하게 맞아떨어지겠지."

인자한 동탁의 말에 서서는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아니, 아니야... 군사는 정말 뛰어난 인재니 송구할 건 없어. 그건 그렇고, 정말 있던가? 간자말이야."

이제야 본론이 나왔다. 의심 많은 동탁이 여포의 출정을 허락해 준 것은 바로 이 간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누구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만... 그 존재는 확실해졌습니다. 봉선공께서 분명 적장이 약속운운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셨습니다."

"약속이라?"

"간자와 사전에 불가침 약조를 맺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약조를 한 것으로 보아 분명 아군에서도 고위급 인물이 간자로 활동하고 있는 듯 합니다."

동탁의 얼굴이 다시금 심각해졌다. 고위급 인물의 내통.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황보숭, 곽사, 이각, 화흠... 본래 사람을 믿지 않는 그였기에 의심 가는 인물은 수없이 많았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럼 군사는... 누구라고 생각하지?"

서서는 난감한 얼굴이었다.

"함부로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괜찮으니 말해봐."

동탁이 재촉하자 서서는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의진공(황보숭)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황보숭은 동탁 세력 내에서도 그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는 인물이었다. 군을 통솔하는 능력이 뛰어나 화웅에 이어 제 2군단장을 맡고 있었다. 그를 떠올리자 동탁은 수긍의 빛을 보였다.

"허긴. 황보숭이라면... 상용 태수를 맡고 있는데다가 2군단의 군권을 쥐고 있으니 그런 약조도 할 수 있겠군. 황족들을 죽이는 일에 가장 심하게 반대했던 놈이기도 하지."

그 때를 떠올렸는지 동탁은 슬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군을 이끄는 능력이 아까워 군권을 쥐어주긴 했지만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동탁은 늘 그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해 왔다. 특히 황보숭은 한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그에게 반감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놈을 좌천시켜야 할까?"

성급하게 결단을 내리려는 동탁을 서서가 말렸다.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재고하여 주십시오."

서서가 나서지 동탁은 표정을 바꾸어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 그러지. 그런데... 군사."

갑자기 은근한 말투로 말하는 동탁이었다. 서서는 왠지 거북스러운 느낌에 머리를 더욱 숙였다.

"예."

동탁은 태사의에 몸을 파묻으며 지친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이제 늙었어. 내 나이 이제 이순이야. 젊었을 때의 패기는 사라지고 두려움 많은 늙은이만이 남았지."

서서는 갑자기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탁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동탁은 의심이 많아 누구에게도 속내를 쉬이 털어놓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슬슬 후계를 정할 때가 되었지. 내 핏줄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내게는 자식이 없어. 그래서 말인데..."

서서는 숨죽이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군사가 내 수양딸이 되어주지 않겠나?"

"예?"

전혀 예상 밖의 말에 서서는 당혹스러워했다. 동탁은 껄껄 웃었다.

"뭘 그리 놀라지? 그리 싫은가?"

"너, 너무 갑작스러워..."

태사의에서 일어난 동탁은 그녀를 향해 걸어오며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난 일찍이 군사처럼 젊은 나이에 혜안을 갖추고 있는 인재를 본 적이 없어. 훗날을 위해서라도 군사가 내 양녀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군. 내 딸이 되면 군사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고. 나는 군사의 남편으로 하여금 내 뒤를 잇게 하고 싶다. 군사의 남편이 될 남자라면 필시 비범한 인물일 테니까 말이야..."

서서는 잔뜩 굳어있었다. 그녀 앞에까지 온 동탁은 기분 좋은 얼굴로 크게 팔을 벌려 보였다.

"어떤가?"

서서는 떨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여기서 거절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이것은 기회일 수도 있었다. 동탁의 세력을 그녀의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기회. 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난관이 있었다. 또 다른 남자를 동탁의 후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미 곽가를 마음의 정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결국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포기하기에는 사마의에 대한 원한이 너무도 컸다.

'미안해요...'

"상국을... 아버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흐하하핫! 그래야지, 딸아!"

한바탕 호쾌하게 대소한 동탁은 팔을 벌린 그대로 서서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얼굴에 어린 수심이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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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서서 재탕입니다. 동서서? 흐음...

p.s / 작중 등장하는 조씨들은 조조와 아무 연관이 없게 설정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 동장군의 위세가 슬슬 약해지며 날이 많이 풀리기 시작했다. 눈 덮인 산에서는 푸른 새싹들이 싹을 틔웠고 얼어있던 강들도 살얼음을 밀어내며 다시 졸졸 흐르기 시작했다.

모용환은 부인들과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평한 듯 보였지만 이번 겨울의 휴식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사치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조조의 내분 소식은 그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조조의 세력약화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 중원 북쪽이 삼강의 체재로 한동안 돌아가 줘야 유비군이 야금야금 남쪽으로 세력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조조군이 공중분해 되어 각각 동탁과 원소에게로 흡수된다면 유비군이 감당할 수 없는 세력들이 된다. 지금만 해도 원소 하나를 막기에도 벅찬 감이 있는데 조조를 병합한 원소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처남이 잘해 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군."

손책을 떠올린 그는 빙그레 웃었다. 과연, 본래 역사대로라면 소패왕이라 불렸을 실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얼마 전 날이 풀리자마자 건안으로 쳐들어간 그는 승전보를 전해왔다. 시상을 제외하면 양주 전체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를 함부로 넘볼 수 있는 세력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했다. 이 난세에서 사랑하는 여인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천하를 일통해야 했다. 여기에 안주해서는 비참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최소한 삼강에 뒤지지 않는 세력을 만들어 놓아야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끝나가자 벌써부터 전운이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 조조군과 그럭저럭 지내던 형주의 채모는 사마의에게 공격을 받아 양양을 빼앗겼다. 엄청난 대패. 사마의의 세력은 연일 욱일승천의 기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도저히 조조군에서 양분된 세력 같지 않은 강력함이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는 거겠지..."

모용환은 사마의가 생각할수록 무섭게 느껴졌다. 제갈량의 원수이기도 한 사마의는 언젠가는 꼭 없애야 할 자였다. 사마의에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번에는 조조가 떠올랐다.

"그런 자를 상대로 그만큼 버티는 것도 대단해. 역시 조조란 건가."

여자의 몸으로 반란 세력들에게 허창을 내주긴 했지만 진류와 복양을 사수하여 사마의와 맞서고 있는 조조 맹덕 역시 눈여겨봐야 할 제후였다. 듣자하니 여포의 도움이 있었다고 했다. 다시 맞서고 싶지 않을 그의 무력을 상기한 모용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서 여포가 조조를 도운 거지?"

그 때 시비가 평정의 개최를 알려왔다. 그는 찌뿌둥한 몸을 우두둑 소리 나게 움직이며 침상에서 일어섰다. 하루 종일 할일 없이 빈둥거리다 보니 몸이 너무 굳어진 것 같았다.

"가볼까. 이제 봄도 됐고 했으니까."

대전에 들어서자 태사의에 앉아 있는 유비와 그 옆에서 호위를 하고 있는 장비가 보였다. 손상향은 손책에게 지원을 갔기 때문에 건업성에는 없었고, 그 아래로 제갈량, 조운, 장료, 주유... 모용환은 눈을 끔벅였다.

"빈아가 보이지 않네... 으응? 소교?"

모용환이 어슬렁거리며 대전으로 들어서자 장료가 손을 흔들었다.

"야아! 나무늘보 친구. 왔어?"

"그래."

장료에게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며 화답하는 그를 주유가 곱지 않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녀가 이런 회의는 질색하는 거 잘 알고 있잖아요. 아마 성문 밖에서 대교를 가르치고 있겠죠. 환랑처럼 게으른 사람은 이곳에 없다구요."

모용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유아는 왜 그렇게 나한테만 까칠한 거야? 소교는 또 왜 데려오고?"

주유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그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사실이잖아요! 소교는 교육차 데려온 거예요!"

"겉보기엔 큰언니 같은데 이럴 때 보면 엄마 같다니까..."

모용환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소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지내기엔 괜찮아? 불편한 점은 없고?"

"...네에..."

소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소교의 대답을 들은 모용환은 놀라움 가득한 눈을 했다.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인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흥. 상관마시지요."

주유가 얼른 소교를 자기 뒤로 숨겼다. '내가 무슨 유괴범이야?'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데 제갈량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랑. 주군의 면전이에요. 사적인 행동은 삼가도록 하세요."

'쩝. 역시 량아의 진면목이 뭔지 갈피를 못 잡겠어...'

침상에서는 그토록 요염하게 그를 대하던 여인이 이제는 이지적이고 차분한 얼굴의... 현대로 치자면 엘리트 비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제갈량이 이런 얼굴을 할 때면 그녀를 대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모용환이었다.

"음. 죄송합니다. 유비님."

모용환이 태사의에 앉아 있는 유비에게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가자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장비가 차갑게 말했다.

"무례한 것은 여전하군."

"네 가슴도 무례하게 큰 거 알아? 실례야. 그건."

"이, 익!"

모용환의 음란하다면 음란하다고 할 수 있는 대꾸에 제갈량과 장료를 제외한 모든 여인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쩌면 저렇게 자유분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저것이 모용환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장료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고, 제갈량은 다시 한 번 모용환에게 주의를 주었다.

"환랑."

"알았어."

모용환이 침묵하자 장비는 화난 얼굴로 유비를 보며 말했다.

"유비님. 저 자의 무례함을 어디까지 두고 보실 겁니까!"

하지만 유비는 즐겁게 미소 짓고 있었다.

"괜찮아요. 장 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분위기가 좋은 걸요."

유비는 이곳 건업성에서 지내면서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모용환을 제외하면 궁내에 마음이 맞는 여자들 밖에 없는데다가, 모용환이라는 연결고리로 인해서 여인들은 급격하게 친해졌다. 사석에서는 제갈량이나 주유, 태사자, 조운 등은 유비에게 언니 소리를 듣고 있었다.

도저히 그녀들과 융화될 것 같지 않았던 장료도 무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특히 그녀는 태사자와 죽이 잘 맞았는데, 가끔 대교에게 무예를 사사해 주기도 했다.

다들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기에 유비군의 평정은 정답고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물론 다른 남자 무장이 있었다면 이런 분위기는 상상할 수 없겠지만, 모용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비야 볼 거 다 본 사이고, 장료와 소교와도 무척 친밀한 데다, 다른 여인들과는 몸까지 섞은 사이인데 격식 차릴 게 뭐 있겠는가.

"... 남벌은 손책님께서 무리 없이 계속 진행하실 듯 합니다. 이미 오월족에게 손책님은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다음 목표는 계양이라고 전해왔습니다."

제갈량의 보고에 장료는 엄지를 치켜 올렸다.

"역시! 그 정도는 되어야 소패왕이지!"

"......?"

"아차, 실수. 미안해."

다른 여인들의 의문어린 시선을 받자 장료는 머쓱한 얼굴을 했다. 소패왕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알고 있는 모용환은 소리 죽여 웃었다.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안건에 대해서 말했다.

"다음은 아군의 총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 논의하기로 해요. 북진하여 원소와 본격적인 전선을 만들던지, 아니면 여남을 점령하여 중원 진출의 발판을 굳건히 하든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건 위엄 있다기보다... 귀여운데. 하긴 이것도 그녀만의 카리스마일지도.'

모용환은 작은 입을 귀엽게 오물거리며 의견을 물어보는 유비의 모습을 보며 내심 미소 지었다. 이 아름다운 소녀 군주는 같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보고 있으면 지켜주고 싶은 존재랄까...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소녀였다.

"아직 원소와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아군의 세력이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수춘을 방어하는 데 힘을 쓰면서 서쪽으로 세력을 넓혀야 합니다."

"저도 량아의 말에 동의해요. 아주버님이 계시는 한 원소는 섣불리 수춘을 치지 못할 거예요. 아군이 여강을 시작으로 시상, 장사를 점령하면 그 후에 손쉽게 형남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

유비군의 두 참모인 제갈량과 주유가 서벌을 주장했다. 이제는 관우에게 아주버님 소리가 입에 밴 주유의 말을 들은 모용환은 씨익 웃으며 그녀들의 의견을 보충했다.

"처남이 계양을 점령하면 곧 이어 남해를 점령할 테고, 다시 영릉을 향해 나아갈 테지. 우리는 장사를 얻은 후 무릉을 쳐 대륙 남부를 지배한다... 이거야?"

손책을 처남이라 말하는 모용환에게 주유는 상큼하게 눈을 흘겼다. 손상향 때문에 처남이라고 한 것일 테지만 자신이 '아주버님'소리를 한 것에 대한 화답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맞아요."

대충 의견이 통일된 것 같자 유비는 가벼운 마음으로 태사의에서 일어섰다.

"그럼 수춘에 계시는 관공을 원소에 대적하는 제1군단장으로 임명하겠어요. 그리고... 모용공께서 서벌(西伐)을 행하는 제2군단의 군단장이 되어주세요. 출전 시기는 다음 회의 때 정하도록 해요."

갑작스런 임명에 모용환은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예?"

"제2군단장이 되어달라고 했어요. 싫으신가요? 상공?"

유비가 소녀다운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모용환은 마주 웃어 보이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유비군의 첫 봄맞이 평정이 끝났다. 장료는 퇴청하면서 조운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조운의 표정은 영 아니었다.

"어제 못 다한 대련, 마저 하자."

"네에..."

어제 모용환과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에 조운은 피곤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거절을 못하는 성격상 장료에게 잡혀서 끌려가는 그녀를 보며 그는 조금 미안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자신이 뭘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할당된 일도 없었기에 그는 무척 심심했다.

제갈량과 유비는 출진시기를 따로 의논하느라 시간이 없었고, 주유는 소교와 같이 옷을 사러 나간다고 했다. 요즘 소교에게 이것저것 입혀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그녀였다.

"흐음. 대교도 볼 겸 빈아에게 가볼까? 성문 밖에 있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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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도 대폭 수정하였습니다... 고생이 많았어요 ㅠ 운남보다 더 구석에 있는 영창만 빼고는 강동쪽에 생략된 성과 오월쪽 성들을 모두 집어넣었습니다. 성 이름도 일일이 다 쓰고요... 색 설명을 다시 하자면 검은색 : 주인이 없는 성.
노랑 : 원소 주황 : 공손찬 회색 : 동탁 갈색 : 마등 녹색 : 유비 파랑 : 조조 연두 : 사마의 남색 : 엄안 하늘 : 채모 연한~! 연두 : 도겸 나머지 떨거지들은 귀찮아서... 제외. 삽화는 업데이트한 세력도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전 정말... 성실한게 아닐까요? -_-ㅋㅋㅋ 부족한 글 독자분들의 애독 감사드립니다.. 모용환은 성문 밖으로 바로 나가려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목공소에 들러 뭔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장에도 가 급조한 말안장 하나를 얻어 자신의 말 등에 얹고는 말을 타고 성문 밖으로 나갔다.

태사자와 대교는 성문 근처 평원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기마술을 배우는지 대교는 말등 위에서 이리저리 휘청이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녀는 불안한 얼굴로 태사자에게 말했다.

"으아... 스승님! 떨어질 것 같아요!"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말 등 위에서 겨우 고삐만 붙잡고 있는 대교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해 보였다.

갓 궁에 들어왔을 때에는 그동안 당한 일이 있어 암울하게 보였던 대교였지만 여기저기 친한 언니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금방 쾌활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말 타는 걸 힘들어하면서도 무척 즐거운 듯 했다.

태사자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하핫! 기마술은 그렇게 쉽게 익힐 수 있는 게 아냐. 말을 타고 한 사람 몫을 하려면 제대로 배워둬야 해."

"히잉... 좀 순한 말로 바꿔 주세요."

대교는 더 이상 못 견디겠는지 말에서 힘겹게 내려왔다.

"이 정도면 순한 거야. 엄살은 안돼. 하지만... 진경루에서 한 끼 식사를 한다면 고려는 해 볼게."

진경루라면 건업성 내에서 가장 큰 고급 주루였다. 대교는 어이없는 얼굴로 스승을 바라보았다.

"제가 돈이 어디 있어요?"

"사랑스런 제자야. 소교가 있잖니."

"소교도 그런 돈이 있을 리가..."

"소교를 제일 이뻐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잊은 거야?"

태사자의 말을 들은 대교는 아! 하며 손뼉을 짝 소리 나게 쳤다. 소교는 주유의 제자. 주유는 건업성의 재정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었다. 소교는 언니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동생이었고, 소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주유에게 그 정도 푼돈(?)을 얻어내는 것은 간단했다.

"역시 스승님은 대단해요!"

소교가 손가락을 치켜 올리자 태사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에헴. 나야 뭐. 일의 성패는 제자님께 달려 있으니 힘내봐."

"넷!"

성공 시에 고급스런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임무를 부여받은 대교는 손을 불끈 쥐어 보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멀찍이서 그런 사제의 대화를 전부 다 듣고 있던 모용환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이었다.

'대교가 원래 저런 애였나...?'

그 조신해 보이던 애가 저렇게... 여자란 정말 모를 생물이다라는 말을 요즘 실감 하고 있는 그였다. 내숭이었나? 아니면 태사자에게 물든 건가? 모용환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녀들이 있는 쪽으로 말을 몰았다. 다각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들었는지 태사자와 대교는 모용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에. 어쩐 일이야? 평정은 끝났어?"

"그래. 아마 머지않아 출전하게 될 거야."

"정말이야?"

싸운다는 말에 이렇게 기뻐하는 여자가 또 있을까. 모용환은 대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을 받은 대교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셨어요. 오라버니."

"으응, 그래. 기마술을 배우던 모양이지?"

"네에-."

이제는 잘 먹어서 그런지 제법 살이 붙어 더욱 귀여워진 대교였다. 그녀가 애교스럽게 말 끝을 늘이자 모용환은 대교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목공소에서 만들어 온 나무고리처럼 생긴 것을 들어보였다.

"응? 그건 뭐야?"

태사자가 관심을 보이자 모용환은 말안장에 단도로 작은 구멍을 내고 그것들을 양 옆에 매달았다.

"등자라고 하는 거야. 대교야. 다시 한 번 타봐. 이 고리에 발을 걸면 돼."

고개를 갸웃하던 대교는 모용환의 말에 따라 낑낑거리며 다시 말등에 올랐다. 고삐를 잡고 등자에 발을 건 그녀는 크게 놀란 얼굴이었다.

"어때?"

"와아! 아까보다 훨씬 나아요! 달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자세는 좀 전처럼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었다. 기마술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태사자 역시 경탄한 얼굴이었다. 초보자인 대교가 말 위에서도 저렇게 균형 잡힌 자세를 취할 수 있다니.

"대단한데?!"

"그렇지? 이건 임시로 만들어 본 거고, 제대로 된 등자는 금속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야. 그리고... 등자를 이용해서 철갑기병을 양성할 생각이야."

"철갑기병?"

"말과 기수 모두 강한 철판으로 덧댄 갑옷을 입은 기병을 말하는 거지. 등자가 있으면 낙마할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균형도 쉽게 잡을 수 있어. 화살이 통하지 않는 강력한 돌격부대를 생각해봐. 물론 생각만 해 본 것이라 미흡한 점이 많겠지만..."

"......!"

중세 서양의 랜스 기사단을 모태로 그가 고안한 것이 철갑기병이었다. 그 때 말등에서 신나게 몸을 움직여보던 대교가 말했다.

"스승님! 한 번 달려 봐도 돼요?"

"그래..."

모용환의 철갑기병에 대한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던 태사자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대교가 넓은 평원 속으로 말을 달려가 작은 점이 되었을 즈음, 퍼뜩 상상 속에서 깨어난 태사자는 갑자기 모용환에게 안겨들었다.

"꺄아! 환랑은 역시 대단해!"

"자, 잠깐만..."

태사자가 그의 목을 껴안고 볼을 맞대며 부비부비를 하자 모용환은 그녀를 안아주면서도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태사자의 이런 적극적인 애정 공세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날 대장시켜줘! 아니, 대장은 환랑이 하고 부대장은 내가 할게! 시켜 줄 거지? 아앙-!"

이제는 전혀 없을 것 같던 애교까지 부린다. 그녀의 속셈을 안 모용환은 씨익 웃었다.

"그래도 여자라고, 이러니까 깨물어 주고 싶은데?"

"시켜 줄 거야, 말 거야?"

모용환이 말을 뱅뱅 돌리려고 하자 태사자는 아미를 치켜 올렸다.

"그렇게 하고 싶어?"

"장료 녀석이 자꾸 변변한 휘하 부대하나 없냐고 놀리잖아! 혈랑대가 대수야? 그래봤자 패왕기에서 갈라져 나온 주제에!"

요즘 태사자는 장료와 많이 친해져서 자주 소소한 일로 다투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걸로 자존심 싸움이 붙은 모양이었다.

모용환은 코를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투덜거리는 태사자가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최근 그녀와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갑자기 하체에서 불끈 욕정이 치솟아 올랐다.

그는 태사자의 바지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탄력 있고 매끄러운 엉덩이살이 손아귀에 가득 잡혔다.

"뭐 하는 거야?"

이제는 모용환의 기습 공격(?)에 면역이 되어 있는 태사자인지라 그다지 놀란 기색은 없었다.

"그간 격조했잖아. 오늘은 빈아를 사랑해주려고 그러지. 부대장 자리는 시켜줄 테니까 걱정 마."

"그건 좋은데... 여기서 하자고?"

태사자는 불안한 듯 주위를 힐끔거렸다. 이 넓은 평원에서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녀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대교가 오면 어떡해?"

"지금쯤 신이 나서 달리고 있을 거야."

툭.

그녀의 바지 속으로 들어간 손은 영활하게 움직이며 그녀의 고의 끈을 끊어 버렸다. 흘러내리는 고의가 거추장스러운 듯 모용환은 태사자의 바지 안에서 풀어진 고의를 꺼내 저 쪽으로 던져 버렸다.

"아앗! 그, 그걸 던지면 난 어떻게 하라고!"

하체가 휑한 느낌에 태사자는 다리를 움츠렸다.

"원래 이런 걸 할 때는 나중을 생각지 않는 법이야."

"멋 대로잖아... 아음..."

모용환과 태사자는 열정적으로 입을 맞췄다. 혀가 서로의 입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정인의 달콤한 타액을 갈구했다.

다시 그녀의 바지 속으로 들어간 그의 손은 태사자의 도톰한 계곡 둔덕을 문지르기도 했고, 허벅지와 엉덩이를 주무르기도 했다. 그의 손이 팽팽한 아랫배를 타고 가슴 쪽으로 향하려는데, 태사자가 슬며시 그의 전진을 막았다.

"아응... 가슴은 안돼. 비쳐 보인단 말이야."

젖가리개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대교에게 무예 시범이나 기마 시범 같은걸 보이느라 그녀의 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거기에 활동하기 편한 경장 한 벌만 달랑 걸쳤으니 젖가리개까지 모용환이 벗겨버리면 유두의 윤곽이 훤히 비칠 우려가 컸다. 모용환은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하아아..."

가슴에서 내려온 손이 꽃잎을 벌리며 속으로 파고들자 태사자는 모용환을 더욱 깊게 끌어안으며 열락에 겨운 교성을 냈다. 그 순간 멀리서 다각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

잠시 굳어 있던 두 남녀는 곧 서둘러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얼마 후 신이 난 표정의 대교가 말을 달려오는 게 보였다.

"오라버니! 이거 제가 가지면 안 될까요? 정말 편한 것 같아요!"

"그, 그래. 그런데 나무로 만든 건 부러질 위험이 있으니까... 공방에다 그 모양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말해 놓으면 되겠다. 내 명이라고 하면 될 거야."

모용환은 불끈 선 육봉이 드러나지 않게 한손으로 은근슬쩍 가리며 말했다. 다행히 등자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대교는 그런 것까지 의식하지는 못했다.

"지금가도 돼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네! 에? 이건 아까는 못 보던 건데..."

금방이라도 공방으로 달려갈 듯 하던 대교는 초원에 떨어진 천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본 태사자는 붉어진 얼굴로 얼굴을 숙였고 모용환은 당황했다. 좀 전에 모용환이 던진 태사자의 고의였기 때문이다.

"고의...?"

"하하핫! 누가 흘렸나 보지. 내가 왔을 때도 거기에 있었어. 그보다 어서 금속 등자를 만들어야지?"

"아!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대교가 사라지자 모용환은 문제의 고의를 받아들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태사자는 어색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줘. 갈 거야."

모용환은 그녀에게 빙그레 웃어 보였다.

"가다니. 이젠 아무도 볼 사람 없으니까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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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씬... 어물쩡 넘어갈지 쓸지 -_-;..

짤방은 태사자 재탕! "...등자 더 없어?"

그럼 그렇지. 이번에는 등자를 찬 말을 타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모용환은 자신의 말안장에 등자 2쌍을 끼웠다.

"앞에 앉아."

"둘이서 같이 타자고?"

"뭐 어때. 부부사이인데."

능청스러운 모용환의 태도에 태사자는 이마를 짚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모용환의 손에서 고의를 홱 낚아채며 앞쪽에 앉았다. 모용환도 그녀의 뒤에 올라타며 등자에 발을 걸었다.

태사자는 등자의 편리함에 다시금 감탄했다.

"정말인데? 둘이서 탔는데도 전혀 불안정하지가 않아."

"말을 달리게 해봐."

"알았어."

다그닥! 다그닥!

적토마나 한혈마 같은 명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모용환의 말은 일반적인 범주에서 명마에 속하는 말이었다. 말이 강인한 다리의 근육으로 힘껏 땅을 박찰 때마다 그 위에 탄 두 사람의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히히힝!

말 울음소리를 들으며 싱그러운 초원의 풀내음을 만끽하고 있던 태사자는 자신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는 딱딱한 무언가를 느꼈다.

"음흉해! 아...!"

뒤에서 태사자를 끌어안은 모용환은 그녀의 바지 앞 쪽에 손을 넣어 꽃잎 안을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좀 전의 열기가 식지 않았는지 그녀의 동굴 속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모용환은 투명한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태사자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그러는 빈아도 이렇게나 젖어 있잖아."

"몰라! 빨리 해 줘!"

태사자는 말의 목을 잡고는 마상에서 그대로 몸을 숙였다. 모용환 역시 몸이 달아오르기는 마찬가지여서 이미 그의 장대한 육봉은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며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모용환은 서둘러 태사자의 바지를 반쯤 내렸다. 그녀가 몸을 숙여 살짝 들고 있어서 바지는 손쉽게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갔다. 달덩이마냥 둥그런 둔부 사이로 검게 그늘진 삼각숲이 그 매혹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이슬이 맺혀 있는 태사자의 붉은 조개가 눈에 들어온 순간, 모용환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육봉을 밀어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말등이 워낙 흔들리는 지라 첫 조준은 그녀의 음핵을 스치며 살짝 빗나갔다. 온통 신경이 쏠린 점막에 귀두 끝이 문질러지자 더욱 흥분한 태사자가 그를 재촉했다.

"앙! 뭐하는 거야!"

"미안, 미안. 이놈이 워낙 거칠게 뛰어야 말이지. 간다! 허억!"

"하아아악!"

잔뜩 안달이 난 그녀의 꽃잎은 커다란 육봉을 쑤욱하고 받아들였다. 그의 실체가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에 태사자는 고개를 젖히며 말의 목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쑤욱! 턱! 쑤욱! 턱!

육봉이 꽃잎 속을 들락날락 할 때마다 묘하게 말의 진동과 조화를 이루었다. 깊숙이 육봉이 박힐 때는 말등이 올라가고, 뽑힐 때는 내려갔다. 말 위에서의 정사. 상상하지을 넘어서는 쾌감에 태사자의 동공이 탁 풀렸다.

"흐아아아앙!"

거의 울음에 가까운 그녀의 감창을 들으며 모용환은 밑으로 쑥 하고 그녀의 상의 속안에 팔을 집어넣었다.

"우리 빈아, 얼마나 컸나 볼까."

투욱!

귀찮은 젖가리개는 저 멀리 날려버린 모용환은 태사자의 작은 젖가슴을 주물렀다. 태사자는 이미 그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손아귀 속의 유두는 잔뜩 성난 듯이 딱딱해져 있었는데, 그는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콕 집어 앞으로 쭈욱 당겼다.

"히이이익!"

태사자는 가슴살이 길게 당겨지자 숨 넘어 갈 듯한 신음을 토했다. 모용환은 그 상태에서 허리를 밀어 올리며 손가락 사이의 유두를 마구 비볐다.

"조, 좋아...! 아흐으으...! 으앙!"

"울 정도로 좋아?"

"흐아아..."

밀려오는 쾌감을 참지 못한 그녀는 끝내 흐느끼고 말았다. 황홀경에 다다른 듯 했다. 평소와는 달리 달리는 말 위에서 한 것이 태사자를 빨리 가게 한 것 같았다.

태사자의 몸이 힘을 잃고 축 늘어진 탓에 쳐들려진 그녀의 둔부가 모용환의 하체를 압박해 왔다. 모용환은 그녀의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투덜댔다.

"난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퍽! 퍽! 퍽!

그가 자신의 엉덩이를 육봉쪽으로 끌어당기며 왕복운동을 시작하자 태사자의 몸은 힘없이 출렁였다. 그녀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아흐... 그, 그만 하면... 으응... 아, 안 될까?"

"최대한 빨리 토정하도록 노력해 볼게."

"아아... 나, 아침부터 힘들었단 말이얏!"

힘들었다면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고함치는 태사자의 말을 무시하고 그는 맹렬히 육봉을 움직였다. 역시 명기라 그런지 태사자의 꽃잎은 조임이 달랐다. 절정에 다다라 힘이 많이 풀렸을 텐데도 문어의 흡판 같은 조임은 여전했다.

"헙! 빈아의 옥궁은 정말 대단해."

"그, 그런 거... 하나도 기쁘지 않아! 학!"

태사자의 꽃잎을 쑤셔대던 모용환은 슬슬 신호가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말의 목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태사자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팔로 그녀의 몸을 안았다. 여전히 육봉은 삽입된 채였다.

무척 불안정한 자세에 태사자는 불안해 했다.

"떨어질 지도 몰라!"

"철갑기병의 부대장이 되려면 이 정도는 소화해야지!"

"힉!"

모용환은 그녀의 하체로 손을 놀려 둥글게 팽창한 그녀의 음핵을 손가락으로 굴렸다. 짜릿한 쾌감에 그녀는 헛숨을 삼키며 고삐를 부여잡았다. 말등의 진동으로 인해 따로 허리를 움직일 필요도 없이 남녀의 결합부는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간다!"

울커억!

"꺄아아아!"

"헉!"

히히힝!

태사자가 몸을 뒤로 트는 바람에 모용환은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 뻔 했다. 다행히 그녀의 몸을 밀어붙여 말등에 겹쳐 쓰러진 남녀는 애정 어린 입맞춤을 주고받았다.

어느새 말은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그제 서야 모용환과 태사자는 자석처럼 붙어있는 몸을 떼었다.

"음? 그러고 보니 빈아의 말은 대교가 타고 갔잖아?"

"아. ...잠깐만... 환랑... 나 어떡해?"

말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던 모용환은 태사자가 다급하게 부르자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울상 짓고 있었다. 땀으로 착 달라붙어 젖가슴의 윤곽이 훤히 드러나는 상의에, 꽃잎에서 흘러내린 정액으로 인해 질퍽해진 하의. 그녀의 속곳들은 이 초원 어딘가에 버려져 있을 터.

이런 모습으로 성 안에 들어가면 무슨 낯 뜨거운 소문이 돌지...

하지만 모용환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앞에 앉을 테니까 빈아는 그냥 나한테 꼭 붙어 있어. 그럼 안 보일 거야."

"으응."

모용환과 태사자는 자리를 바꾸었다. 이미 공인된 연인인 그들이 그렇게 말을 타고 간다고 해서 흉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사자는 모용환의 넓은 등에 얼굴을 묻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이런 나날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오늘은 왠지 이 사람에게 제대로 한 번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환랑."

"왜?"

"...아니야."

그녀의 성격에 아직 이런 부끄러운 말을 직접적으로 말하려면 좀 더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싱겁긴."

자신을 힘주어 끌어안는 태사자의 손길을 느낀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서서는 동탁의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 차를 따르고 있었다. 쪼르륵거리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물이 찻잔에 채워지자 동탁은 그것을 들어 후릅 마셨다.

"차 맛이 좋구나. 이런 것은 언제 배웠을꼬?"

"과찬이세요."

동탁은 자애로운 눈길로 서서를 내려다보았다. 고운 자태에 차분한 성격하며, 지혜로움까지 갖추었으니 능히 장안의 일미(一美)라 할 만 했다.

그 때 서서가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

"아버님. 외람되오나... 한 가지 물어도 될는지요?"

"말해 보거라."

"아버님의 성을... 정말 따르지 않아도..."

서서의 말을 들은 동탁은 대견하다는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내가 좋아서 양딸로 삼은 것인데 네가 이 아비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니 기쁘기 한량없구나."

"......"

"나는 네가 낳은 자식에게 내 성을 물려줄 것이다. 아들이어도 좋고, 딸이어도 좋지. 아무렴, 어쨌거나 내 손주이니까. 그러니 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

서서는 고개를 깊게 숙여보이고는 동탁의 처소를 나섰다.

그녀가 동탁의 수양딸이 된 이후로 그녀의 위치는 전에 비해서 많이 달라졌다. 일단 여자라고 은근히 멸시하던 자들이 없어졌고, 오히려 은근하게 구애를 해오는 자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백팔십도 달라진 삶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이 불편하기만 했다.

서서는 언제나 죽은 곽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복도를 걷던 그녀는 한 인물과 마주쳤다. 간신수염을 기른 걍팍한 인상의 사내, 이유였다. 그 역시 그녀에게 노골적인 구애를 해오는 남자 중 한 명이었다.

이유는 쥐꼬랑지 같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반가운 기색을 띄웠다.

"오오! 아침부터 아름다운 군사를 뵈니 오늘은 운수가 트일 것 같소!"

역시 입에 발린 말부터 늘어놓는 이유였다. 서서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저 역시."

짧게 말하며 슬쩍 그를 비켜지나가는 서서를 보며 이유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내 예의 그 간신웃음을 띤 그는 동탁의 처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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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 늦었다... "푸하하핫!"

각지고 강인한 얼굴을 한 호한(好漢)이 서신을 펼쳐보이고는 이내 박장대소를 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녀가 샐쭉하게 물었다.

"뭐가 그리 즐거우세요?"

"이게 누구의 서찰인지 아느냐?"

사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소녀는 활대를 천으로 닦으면서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누가 보내긴 한 건가요? 보나마나 물자나 군량지원을 요청하는 문서거나, 보고서겠지요. 전쟁광 오라버니가 그 외의 다른 문서를 보기나 하세요?"

소녀는 손상향이었다. 오라비인 손책을 만나기 위해 건업에서 오지인 건안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매일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이 남자다운 인상의 사내는 오월족의 사신으로 군림하고 있는 손책이었다.

"허어. 누구 때문에 오라비가 이 고생을 하는데! 나도 권아처럼 오성에서 내정이나 했으면 좋겠다! 다 주유랑 네가 잘 되라고 매제에게 잘 보이는 거야."

그의 말에 손상향은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물론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제왕이 될 포부를 가졌던 손책이 그 꿈을 꺾고 이런 오지에서 오월족을 토벌하는 이유를. 그녀나 주유 같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모용 오라버니 주위에는 나 같은 건 비교도 안 될 만큼 예쁜 언니들이 많아요. 당장 주 언니만 해도 그렇고, 제갈 언니, 조 언니, 태 언니... 유비님도 그렇고요."

"흠. 매제는 여복(女福)이라 해야 할지 여난(女難)이라 해야 할지... 네가 관계되지만 않았다면 그냥 사심 없이 부러워했을 텐데 말이다."

"오라버니!"

손책은 들고 있던 서찰을 탁 내려놓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매제가 부인들이 많긴 하지만 서로 투기(妬忌)도 하지 않고, 다들 잘 지내지 않느냐? 너도 여기 와서는 매일 그녀들 아니면 매제 얘기만 했었다. 덕분에 이 오라비는 별로 만나보지도 못한 매제의 부인들에 대해서 아주 잘 알게 되었지, 아마?"

"...네에..."

"그녀들이 싫으냐?"

손책이 은근하게 묻자 손상향은 식겁하며 세게 도리질 쳤다.

"아니에요! 전 유비님도 좋고, 언니들도 모두 좋아요! 유비님이랑은 동갑내기라 같이 있으면 편하고, 제갈 언니한테 옛날 얘기 듣는 것도 재밌고, 조 언니 약점 잡아서 놀리는 것도... 음, 또... 태 언니랑 대련하는 것도... 음, 음."

서로 친하기는 정말 친한 모양이었다. 아직 철부지 같은 모습의 손상향을 보며 손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유 얘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뒷말은 다 아니까. 어쨌거나 사이가 좋으면 된 거지 뭐가 문제니?"

"... 언니들이 너무 예쁘니까... 오라버니가 난 바라봐주지도 않을 것 같아요..."

왠지 손상향은 그녀들에게 열등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손책은 픽 웃으며 장난스레 물었다.

"그래서 여기에 온 거냐?"

"아, 아니에요! 오라버니도 보고 싶어서...!"

"흐음. 결국 도망나와서 한단 소리가 연애상담을 해달란 거구나. 여자는 시집보내면 출가외인이라더니, 앙큼한 녀석 같으니라구. 난 또 정말 내가 보고 싶어서 천길만리를 달려온 줄 알았다."

"......"

단정 짓듯 말하는 손책을 보며 손상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책은 작게 혀를 찼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찔러봤는데 정말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이 순진한 여동생은 다른 때는 그렇게 영악해보여도 이렇게 진지하게 자신과 대화를 하다 보면 속내를 남김없이 털어 놓곤 했다.

"조바심 내지 말아라. 그런 마음을 먹으면 정말 자기가 못나 보이는 거야."

"네..."

"손씨 가문의 사람에 못난이는 없잖으냐? 당장 오라비만 봐도...!"

"됐어요..."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손책의 모습에 손상향은 골이 아파 오는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래도 마음이 많이 풀어진 듯 보이는 손상향을 보며 손책은 웃으면서 서찰을 흔들어 보였다.

"매제가 네게 관심이 없다면 이런 서찰을 보냈을 리도 없지?"

아까 전에 손책이 펼쳐 보고는 크게 웃었던 서찰이었다. 모용환의 편지란 말에 손상향은 크게 반색하며 손책의 손에서 뺏듯이 서찰을 가져왔다.

"쩝... 녀석하곤..."

"흑!"

손상향은 서찰을 읽어 내려가며 훌쩍였다. 조운과 모용환이 합궁을 한 다음날 심란한 마음에 건안으로 온 그녀였다. 지금쯤 모용환은 조운과 알콩달콩한 신혼을 보내느라 자신 같은 건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의 서찰에는 처음엔 건안의 물자 수급 현황과 오월족의 동태에 대한 보고서를 손책에게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손상향에 대한 안부를 묻는 글로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끝 줄 마지막 문장. 그것을 본 손상향은 손책처럼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 마누라 힘들게 하면 일이 더 고되질 겁니다. 처남.'

"괘씸한 매제 아니냐? 오히려 내가 할 소릴 자기가 하다니... 나중에는 아주 서융(西戎) 원정까지 보내겠구만."

투덜거리는 손책에게 손상향은 샐쭉하게 말했다.

"그러니 오라버니도 나한테 잘 보여요!"

"이젠 시집갔다고 막나가는 거냐? 대대로 손씨 가문의 여자는 고상하고..."

"흥! 소녀는 모용 가문의 사람이랍니다!"

콧방귀를 뀌며 막사를 나가는 손상향을 보며 손책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풀이 죽어 있던 여동생 기분도 기도 살려줬겠다, 그는 근방의 지형과 세력을 대략적으로 표시한 지도를 펼쳐 보이며 남해 공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남해는 어차피 태수도 없는 성이니 공략하기는 쉬운데..."

문제는 물자 보급이었다. 건안에서 남해까지는 보름 남짓이 걸릴 정도로 먼 거리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많아서 그 먼 거리를 가는 동안 이렇다 할 만한 거점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도 비좁은 노상에서 막사를 치고 병사들에게 야영을 하게 하는 중이었다. 한 두 번은 몰라도 이렇게 노숙을 하게 되면 병사들의 피로도 누적되고, 혹시라도 오월족에게 습격을 당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건안 점령전 때 손책이 이끄는 군사들에 의해서 호되게 당한 오월족들은 지금은 잠잠했지만... 언제 다시 들고 일어설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 때, 막사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허공이라는 자로, 건업성을 점령할 때 내부에서 오월족들의 반발을 무마시킨 자였다. 그 뒤로 손책군에 종군하여 그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기도 한 사람이기도 했다.

"오오. 허공. 어서 오시오."

"소소한 담화나 나눌까 하여 들렀습니다만, 뭔가 심려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허공의 말에 손책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보급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프던 차였소... 그대도 알다시피 이곳은 길이 험하고 산지가 많지 않소? 보급 부대를 운용하기엔 최악이되, 기습당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는데, 어찌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겠소?"

"누가 감히 장군이 계신 군대를 기습할 수 있단 말입니까? 오월족들은 이미 장군의 위세에 눌린 지 오래입니다. 그것은 걱정하실 문제가 아닙니다."

허공의 격려에 손책의 표정은 많이 밝아졌지만 그렇다고 본질적인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기에 여전히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것도 그렇소만, 무력으로 억누르면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크게 반발하는 법이오. 시국이 급하여 부득이 칼로써 평정을 하고는 있지만..."

"정 그것이 걱정이시라면 제게 보급 부대를 맡겨 주십시오."

"그대가?"

허공은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 있다는 얼굴이었다.

"장군께서도 알다시피 전 본래 이곳 출신입니다. 이곳 지리에는 훤하니, 제가 아는 지름길을 이용하면 수월하게 보급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손 장군께서는 그저 전진만 하시면 됩니다."

"으음! 고맙소!"

손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의 손을 맞잡았다. 며칠 간 그를 괴롭혔던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자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그는 내심 이번 원정을 마치면 허공을 천거하리라 다짐했다. 건안 점령에도 큰 도움을 주었고, 이번 에도 공을 세웠으니 그 정도는 해주어야 그의 도움을 갚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난 휘하 장수들과 함께 출진하도록 하겠소. 오천의 군사를 줄 테니 보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탁하오."

"심려 마십시오."

다음 날, 손책은 손상향과 정보, 황개 등을 이끌고 본격적인 남해 공략을 위해 출진했다. 그 뒤에서, 허공이 묘한 눈빛으로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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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손상향 재탕

이거 심의에 걸리면 전 YMCA 아줌마들한테 잡혀가는 건가요 ㅎㄷㄷ; 일주일이 흘렀다. 손책군은 별다른 교전 없이 무난한 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보급도 잘 되고 있었고, 군사들의 사기도 찌를 듯 드높았다. 이대로만 간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남해를 점거할 수 있을 것이다.

"장군! 협소한 계곡이 앞에 있습니다! 우회할까요?"

손책은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선 계곡 입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래라면 매복의 위험이 있어 군을 이끄는 자라면 피해야할 지형.

손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갈 것을 명했다.

"우회하면 이틀의 시간은 더 걸린다. 이런 오지에서 어느 할 일 없는 놈들이 매복을 하고 있을까? 굶어죽기 십상이지. 그대로 전진한다."

"오라버니, 괜찮겠어요?"

"걱정 말거라."

손책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앞장서서 행군을 지휘했다.

절벽은 밖에서 본대로 매복하기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양 쪽에 높다란 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었고 그 사이의 길은 개미길마냥 좁았다. 그곳에 들어선 뒤에도 손상향은 불안한 듯이 절벽 위쪽을 연신 힐끗거렸다.

협곡은 꽤나 길어서 손책의 군대가 기다란 행렬을 이루며 모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선두에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 안개가 끼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으음? 워어!"

푸르릉!

손책은 갑자기 위에서 떨어져 내린 돌 부스러기에 놀란 말을 진정시켰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절벽 위쪽을 향했다.

그 순간 절벽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손책은 경악했다.

"매복이다!"

그의 외침 직후 곧 이어 절벽이 쩌렁쩌렁 울릴 듯한 큰 목소리로 외치는 자가 있었다.

"으하하핫! 손 장군! 명년 오늘이 당신의 제삿날이 될 것이오!"

"허공!"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순간 손책의 얼굴은 잔뜩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그가 믿고 보급을 맡겼던 허공이 절벽 위에서 앙천광소를 터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책의 호통에도 그는 여전히 웃음기 띤 얼굴 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대가 여기 있는 건가!"

"이보시오. 손 장군. 건안에서 당신을 도왔다고 날 너무 쉽게 믿은 게 잘못이었소. 난 처음부터 당신을 속일 목적으로 그런 것이니까. 당신네 병사들의 물자는 우리가 잘 쓰겠소. 이곳에서 기다리느라고 이미 반은 거덜 내긴 했지만 말이오"

허공은 손책을 비웃었다.

"당신 군대의 가장 큰 약점이 뭔지 아시오? 당신의 무력에다 훈련이 잘 된 병사들, 휘하의 맹장들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군대이지만 단 하나의 결점이 있지. 바로 책사가 없다는 거요."

"으음!"

"당신은 너무 강직해서 사람을 속고 속이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지. 휘하 장수들도 마찬가지고. 머리가 유연한 사람이 없단 말이야. 그게 오늘의 패착이오."

손책은 이를 갈며 물었다.

"네놈 역시 오월족의 앞잡이였던가?"

"내 뿌리는 오월. 앞잡이라니, 당치 않소."

한껏 기세등등해진 허공을 보며 손책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나도 네 단점을 말해주지. 말이 너무 많다는 거다."

"뭐, 뭣?"

"지금쯤 매복을 알아차린 덕모가 후미의 군사들을 우회해서 절벽 위로 올라가고 있을 거다. 너와 네 동족들은 이미 끝난 거야."

허공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손책을 속였다는 통쾌한 기분에 휩싸여 평소 무서울 정도로 훈련된 손책의 군대를 일순간이나마 얕본 것이다.

"시간을 끌었구나! 쳐 죽일!"

그는 죽일듯한 얼굴로 손책을 노려보며 고함쳤다.

"돌을 굴려라! 컥!"

그 말이 끝나자마자 쐐액하고 날아온 화살 한 대가 그의 심장은 꿰뚫었다. 허공의 몸은 힘없이 뒤로 넘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마 즉사한 것 같았다.

그의 심장에 바람구멍을 낸 사람은 손상향이었다. 그녀가 화를 참지 못하고 활을 쏘아 허공을 저승에 보내버린 것이다.

그러나 허공이 죽었다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허공님께서 돌아가셨다! 놈들을 죽여라!"

쿠르르릉! 콰르르!

절벽 양쪽에서 매복한 오월족들이 수많은 바위덩이들을 아래로 굴려 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중에는 어떻게 절벽위로 올렸는지 집 채 만한 돌덩이도 보였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석들이 손책군을 뒤덮었다.

"피하라!"

손책의 다급한 명령에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협곡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선발대는 너무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다.

쿵! 쿠궁!

"크아아악!"

"으아악! 내 다리가...!"

"꺼, 꺼내줘!"

돌에 머리가 깨져 즉사한 자, 팔다리 한두 군데가 부러진 자, 하반신이 바윗덩이에 그대로 깔린 자 등...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들이었다.

손책은 자신의 안위마저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말에서 내려 손상향을 끌어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 오라버니!"

"어서 따라와!"

쿵!

그 와중에도 커다란 바위가 그들의 옆에 떨어져 내렸다. 푹 하고 파이는 지면을 본 손상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저 돌에 직격 당한다면... 연약한 사람의 몸 따위는 피곤죽이 되고 말 것이다.

상황이 더욱 암울해지려는 찰나, 절벽 위에서 함성소리가 들리더니 떨어지는 돌덩이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손책이 환한 얼굴로 외쳤다.

"아군이 절벽 위에 당도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우와아아!"

병사들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에 받친 함성을 지르며 협곡을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낙석세례는 계속되고 있었다.

수박만한 바위를 창대로 쳐낸 손책은 얼얼한 손으로 무기를 굳게 쥐었다.

'덕모... 서둘러라!'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어서 절벽 위의 매복자들을 소탕하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아악!"

도망치는 와중, 갑자기 손상향이 무엇인가에 다리를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손상향은 자신의 발목을 잡은 그것을 보더니 안 그래도 공포에 질린 얼굴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하얗게 되고 말았다.

"사, 살려줘..."

이제 약관을 갓 넘긴 청년병사였다. 끔찍하게도 그의 하체는 커다란 바위에 깔려 짓뭉개져 있었다. 그가 도망치는 손상향의 발목을 손으로 붙잡은 것이다. 회광반조일까,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만들어낸 손아귀 힘은 무시무시했다.

"미안하다!"

손책은 이를 악물고 청년병의 목을 쳤다. 어차피 회생하기는 틀린 몸,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단숨에 목을 베었으니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병의 손은 여전히 손상향의 발목을 굳게 잡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못할 짓이었지만, 손책은 병사의 손목까지 내리치려고 했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 손아귀 힘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미친짓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손상향이 다급하게 부르짖었다.

"위에...!"

"......!"

그녀의 외침에 위를 올려다본 손책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어른 몸통만한 바위덩이가 정확히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손상향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손책은 생각할 것도 없이 손상향의 몸 위에 엎드렸다. 크게 치떠진 손상향의 망막에 웃고 있는 손책의 얼굴이 투영되었다.

"안돼!"

쿵!

"커헉!"

푸확!

커다란 바위가 그의 등에 찍히는 소리와 함께 손책의 입에서 뿜어진 피분수가 손상향의 얼굴을 뒤덮었다. 손상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책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아..."

손책은 즉사했다. 그런 충격에 척추가 부러지고 살아있을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손상향은 그의 피로 뒤덮인 얼굴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 죽어있는 그의 얼굴을 멍하니 매만졌다.

"아아아아악!"

새로운 생명들을 잉태하는 따사로운 봄의 어느 날, 유비군 오월 원정대장 손책이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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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방은 손책 재탕 모용환이 이끄는 제2군단 5만 군사의 출정 시기는 예상보다 더욱 늦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부딪쳤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서쪽으로 세력을 넓히려면 여강, 시상 등을 점령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 성들이 모두 장강에 걸쳐 있다는 것이었다.

수군(水軍).

유비군에는 수전에 능한 인물이 없었다. 또 변변찮은 군함도 없었다. 모용환이 모든 특기를 가지고 있다지만 막상 그 자신도 수전을 지휘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없는데다, 태사자나 장료는 둘 다 기마 부대를 거느리는 장수들이었다.

모용환은 자신의 처소에서 이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조운이 쌕쌕거리며 자고 있었다. 가장 늦게 모용환의 부인이 된 만큼 요즘 그와 잠자리를 가장 자주 하는 조운이었다.

"젠장..."

그다지 강한 세력이 없는 남부 지방인지라 만만하게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제갈량과 주유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여강의 주인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감녕이 여강을 지배하고 있었을 줄이야..."

감녕 흥패. 장강을 아우르는 해적들의 수령으로 실질적인 장강의 지배자였다. 해적이라지만 단순한 해적이 아니었다. 여강을 본거지 삼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고 해적질뿐만 아니라 무역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휘하에는 능통, 여몽, 동습, 우번 등이 있다라..."

휘하 부하들도 쟁쟁했다. 모용환은 오랜만에 자신의 능력을 발동했다.

[이름 : 감녕]
[통솔 : 92]
[무력 : 97]
[지력 : 75]
[정치 : 20]
[매력 : 55]

[이름 : 여몽]
[통솔 : 85]
[무력 : 83]
[지력 : 61]
[정치 : 46]
[매력 : 82]

[이름 : 동습]
[통솔 : 71]
[무력 : 80]
[지력 : 52]
[정치 : 43]
[매력 : 58]

[이름 : 우번]
[통솔 : 34]
[무력 : 43]
[지력 : 86]
[정치 : 85]
[매력 : 39]

[이름 : 능통]
[통솔 : 80]
[무력 : 90]
[지력 : 56]
[정치 : 50]
[매력 : 71]

정말 만만치 않았다. 과연 대해적단을 이끄는 수뇌부랄까. 감녕과 능통 등의 무력에 우번의 머리, 동습이나 여몽도 뛰어난 장수였다. 해적들인 만큼 물에서는 문외한인 유비군보다 훨씬 잘 싸울 테니 강적도 이만한 강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적벽대전의 조조처럼 배를 이을 수도 없고..."

그 때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조운이 살짝 눈을 뜨며 말했다.

"제가 한 사람을 알아요."

"응? 일어난 거야?"

"오라버니의 한숨 소리 때문에 잠이 깼네요."

"그렇게 컸나?"

조운이 투정하듯 말하자 모용환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방금 조운이 한 말을 상기하며 물었다.

"그런데 한 사람을 안다니? 무슨 소리야?"

"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잘은 모르겠어요. 언니와 천하를 주유하면서 만난 사람이에요."

"괜찮아. 말해봐."

조운이 자신 없는 얼굴을 하자 모용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를 재촉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조운은 다시 말을 이었다.

"유엽이라는 언니에요."

"언니? 여자야?"

"네..."

모용환이 실망어린 말투로 되묻자 조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살짝 목을 움츠렸다.

"역시... 죄송해요."

그래도 자신을 도와주려고 말을 꺼낸 것 같은데 너무 내심을 얼굴에 드러낸 것 같았다. 모용환은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여자 한명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아니야. 운아의 말이니 한 번 들어봐야지."

조운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유 언니는 황실의 후손이에요. 본명도 저랑 제갈 언니한테 밖에 말하지 않았댔어요. 그 때는 단씨 성을 썼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유 언니를 못 만난지도 3년이 다 되어가니까... 그 언니는 그러니까... 만드는 걸 좋아해요."

"만드는 것?"

"이것저것 흥미 있는 건 뭐든 파고들어요. 여잔데도 대장간의 일도 배우고, 목공소 같은 데서도 일해 봤대요. 손재주가 무척 뛰어나서 무엇이든 잘 만들고, 직접 새로운 걸 개발하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흥미 없는 건 절대 만들지 않아요.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언니가 만든 무기를 탐내서 장검 수십 개를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언니는 그냥 대장간 일을 그만두고 그 마을에서 떠나버렸대요. 유 언니는 방랑벽이 있어서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질 않아요."

"괴짜로군."

조운의 말을 들은 모용환은 단정 짓듯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조운은 대번에 수긍했다.

"맞아요. 성격이 조금 이상한 언니에요... 웃음소리도 이상하고... 어쨌든 헤어지기 전에 물어봤는데, 이번에는 배에 흥미가 생겼다나 봐요. 유수구의 조선소에서 일할 생각이니까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3년이나 지났으니까... 아직도 거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흐음."

발명을 좋아하는 천재 괴짜라. 유엽이라는 이름은 그도 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유엽 자양은 조조의 신하로 원소와 싸울 때 발석차를 발명하였고, 후에 위나라의 태중대부가 되는 사람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발명가라...'

어쩐지 그가 알고 있는 유엽과 조운이 말하는 유엽이 그의 머릿속에서 겹쳐지며 온몸이 근육질로 된, 대장간 망치를 든 무섭게 생긴 여성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헛!'

모용환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갑자기 유엽의 모습이 상상되자 조운에게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그런 험한 일을 하다니... 여러모로 남자 못지않은 여자겠는데? 여러모로 말이야."

"에? 아하, 그렇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라버니도 유 언니 얼굴을 보면 놀랄 거예요. 그래서 평소에는 남장을 하고 다녀요. 직접 만든 변장 도구로 변장을 하는데... 정말 감쪽같아요. 주 언니의 남장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요."

'미인이라는 말인가, 추녀라는 말인가?'

예뻐서 남장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못생겨서 남장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모용환은 도무지 유엽이라는 여자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만나보는 게 좋겠군.'

조운이 그녀답지 않게 조금 흥분해서 자랑을 하는 와중에 모용환은 갑자기 벌떡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이불이 들춰지며 조운의 알몸이 드러났다.

조운은 얼굴을 붉히며 이불을 다시 가슴께까지 끌어올리고는 의복을 갖춰 입는 모용환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모용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씩 하고 웃어보였다.

"고마워. 일단 그 언니라는 사람과 만나 봐야겠어. 혹시 무슨 도움이 줄지 모르니까 말이야. 지금은 조선소에도 일한다고 했지? 단엽이라는 이름으로 수소문해 보면 되려나?"

"아마도요. 강제로 끌고 오려고 하면 도망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럼 내가 직접 가봐야겠군. 혼자 가면 만나주겠지."



며칠 후, 모용환은 유수구의 어느 조선소 앞에 서 있었다. 단엽이라는 사람을 온종일 수소문한 끝에 단엽이 이곳에 있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었다.

조선소는 무척 바쁜 듯 했다. 웃통을 벗어젖히고 구릿빛의 단단한 상체를 드러낸 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배의 용골을 만들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갑판에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모용환은 열심히 일하는 일꾼들에게 말을 건넬 수 없어 한 쪽에서 그들을 감독하는 사람을 불렀다.

"실례하겠습니다."

느닷없이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자 감독관은 얼굴을 찡그렸다.

"뭐요? 지금 한창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하쇼."

그 불친절한 태도에 모용환도 속으로 인상을 구겼지만 여기는 현대가 아니었다. 지금 조선소는 드문드문 얼었던 강물이 녹고 동파되었던 배들도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바쁘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잠시면 됩니다. 혹시 단엽이라는 분을 알고 계십니까?"

단엽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짜증을 내려던 감독관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수, 수석감독관님과 아는 사이십니까?"

"수석감독관?"

모용환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감독관은 다시 냉랭해졌다.

"수석감독관님을 알지도 못하면서 왜 찾는 거요? 그 분은 그렇게 한가하신 분이 아니니까 나중에 찾아오쇼!"

그의 말이 끝나마자 조선소 안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날 찾는 거요?"

"수, 수석감독관님!"

모용환은 어렵사리 찾아낸 단엽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는 주름진 깊은 눈매에 양 갈래로 늘어뜨려진 수염을 가진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도저히 여자가 변장했다고는 믿기 힘든 얼굴이었다.

'아니면 본판이 이에 못지않다거나.'

모용환은 마른침을 삼키며 침착하게 말했다.

"조운의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조운...? 아! 이런, 이런. 이제 보니 귀빈이셨군! 이리 들어오시게!"

단엽은 일순간 미간을 좁히더니 손뼉을 짝 치며 모용환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다행히 조운이 말한 그녀(?)가 맞는 것 같았다. 모용환은 단엽의 손에 이끌려 조선소 내부로 들어섰다. 주름진 유엽의 손바닥이 주는 감촉에 모용환은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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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유엽입니다 (.... "이곳이 내가 쓰고 있는 침실 겸 집무실이지. 내가 외인을 들이는 것은 자네가 처음이네."

"......"

유엽의 방은 엉망진창이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가지각색의 쇠붙이, 탁자에 올려져 있는 나무배 모형, 구석에 쌓여 있는 톱밥... 게다가 벽에 걸려 있는 무식해 보이는 연장들은 또 뭐란 말인가.

모용환은 멍청히 서서 할 말을 잃었다. 발명광이라고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운과는 어떤 관계인가?"

단엽은 대뜸 그것부터 물었다. 그제야 정신을 수습한 모용환은 그와 마주 앉았다.

"운아의 남편입니다."

모용환의 말에 단엽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오! 자네가? 훤칠해 보이는 것이, 아운이 반려 하나는 제대로 골랐구나! 혼인을 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여자인 걸 뻔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중후한 말투는 몹시 거북스러웠지만 모용환은 참을 인자를 마음속에 새겼다.

"아직 정식으로 혼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으으음... 아운이 그렇게 녹록한 아이는 아니지만 순딩이 같은 녀석이라... 혹시 강제로?"

"듣기 거북하군요..."

모용환이 인상을 찌푸리자 단엽은 그에게 차를 권하며 사과했다.

"미안하네. 워낙 귀여워하던 아이라. 헌데 아운을 안다면 제갈량, 그 녀석도 알겠군?"

"... 그게, 량아도 제 아내 입니다."

"......!"

단엽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방에는 잠시 동안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묵묵히 모용환을 노려보던 단엽은 곧 길게 탄식했다.

"허어. 세상이란 참 불공평하지 않은가? 절색의 미녀 둘을 한 남자가 독차지하다니 말일세. 둘 중 하나라도 다른 남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인데. 그래, 어떻게 그 녀석들을 휘어잡았..."

"둘이 아니라 여섯입니다."

"......!"

또 다시 굳어버리는 유엽의 모습에 모용환을 한숨을 내쉬며 유비, 제갈량, 주유, 태사자, 손상향, 조운과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짧게 말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게 얽힌 여자관계였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제대로 된 그의 설명을 듣자 단엽은 수염을 손가락으로 배배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모용환은 그런 그를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여자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조운이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네가 강동의 별이라고 불리는 그 모용환이란 말인가! 들리는 소문의 반 정도만 사실이라도, 아운과 아량이 자네에게 끔벅 넘어간 이유를 알 것 같군. ...천벌 받을 남자야. 자넨. 내가 부러울 정도네."

'여자인거 뻔히 아는데...'

몰랐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나 여자인걸 아는 상태에서 저 능청스러운 남자 연기를 보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모용환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단엽님. 아니, 황손 유엽님. 남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조운이 말해줬으니 그런 연기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운이 그런 것 까지 말했단 말이야? 보통 사랑받는 남편이 아닌가 보네, 너."

모용환의 말에 유엽의 말투가 대번에 바뀌었다. 탁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에서 뾰족하고 듣기 좋은 여성의 고음으로.

분명 목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모용환의 안색은 더욱 핼쑥해졌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겨우 억눌렀다.

'우욱!'

저 중후한 얼굴로 저런 음성이라니. 하지만 유엽은 그런 것 따위를 소소하게 배려할 사람이 아니었다. 모용환의 바램을 간단히 무시한 유엽의 입은 계속해서 재잘거렸다.

"이놈의 계집애! 아무리 남편이라지만 내가 그토록 단단히 일러뒀는데! 너, 내가 황실 사람이라는 게 퍼지면 죽을 줄 알아! 알아들었어?"

"...명심하겠습니다. 어차피 저도 그런건 원치 않습니다. 유비님을 모시는 입장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요."

모용환은 건업 태수다. 그런데도 초면에 무례하게 구는 유엽에게 호통을 치기는커녕 웃으면서 응수하는 것이 아닌가. 예상외의 반응에 유엽은 조금 모용환을 달리 보았다.

"오호호호호홋! 너, 마음에 드는데? 겉보기처럼 화끈하잖아! 난 스물아홉이니까, 너보다 많지? 누이라고 불러도 좋아! 자, 불러봐. 엽 누이!"

귓가를 짜르르 울리는 고음의 웃음소리에 모용환은 잠시 공황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러면서도 입은 투철하게 그녀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었다.

"여, 엽 누이..."

"잘했어! 호호호호홋!"

'완전히 마이페이스군.'

이대로 이 괴짜 누님에게 끌려 다니다가는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았다. 지금껏 상대해본 여자들 중 가장 힘든 유형이었다. 더욱이 저 고약한 중년 남자의 얼굴로...

"웬만하면 남장은 풀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영 거북해서..."

그 말에 유엽은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모용환은 그 모습을 보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어머, 미안해. 아무래도 이 모습으로는 좀 그렇겠지? 잠깐만 뒤돌아 줄래? 부끄러워서 그래."

'가면을 벗는데 부끄러울 게 있나?'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모용환은 군말 없이 뒤돌아 앉았다. 그러자 찌직 거리며 뭔가를 찢는 소리, 치익하는 소리, 아얏하는 유엽의 비명소리 등 온갖 소리가 들려왔다. 전신 성형을 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

잠깐이 아니라 일다경(15분)이 지났다. 모용환이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던 찰나 때 맞춰 유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됐어."

모용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들어온 건...

"허억!"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퀭한 구멍이 뚫린 채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바로 코앞에서 귀신같은 면상과 마주한 탓에 모용환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러자 요란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귀신얼굴이 춤추듯 흔들렸다.

"꺄하하하하! 놀랐지, 놀랐지?"

"하아..."

유엽이 탁자 밑에 몸을 숨기고 손으로 귀신얼굴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깔깔 웃으며 유엽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용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용환이 막 화를 내려는 순간 그는 배를 잡고 웃고 있는 유엽의 얼굴을 보고는 행동을 딱 멈추었다.

'저, 정말 아까 그 아저씨와 동일 인물 맞나?'

건강하게 그을린 갈색 피부에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흑단 같은 생머리, 기다란 속눈썹과 볼에 작게 파인 보조개가 인상적인 미인이었다. 특히 눈 밑의 애교살이 전체적인 얼굴을 활달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 엽 누이가 대장장이나 목수 일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시원하게 웃은 유엽은 검지로 눈 밑을 훔치며 말했다.

"아아. 그거? 기본기만 배워둔 거야. 어떤 원리로 물건을 만드는지 알아둘 필요성이 있었거든. 조금만 했는데도 꽤 힘들던걸? 땡볕에서 일하다 보니 살이 다 탔어."

"그런데 그건 뭡니까? 잠깐... 아까 엽 누이가 하고 있었던 얼굴과 비슷한 것 같은데..."

모용환이 귀신머리를 가리키며 묻자 유엽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인피면구야."

"...사람의 가죽으로 직접 만든 거란 말입니까?"

"그래. 호호호홋! 왜, 겁나? 걱정 마. 이 누님은 그런 생사람의 가죽을 벗기는 짓은 절대 안하니까. 하지만 시체의 가죽을 벗길 수는 있지. 아무런 연고도 없이 길가에 버려지는 그런 시체들 말이야. 얼굴 가죽을 벗기는 대신에 장례는 후하게 치뤄줬으니까 그 사람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야."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군...'

확실히 유기된 시체를 썼다고 하고 장례까지 치루어 줬다니 할말은 없었다. 그래도 보통 여자는 시체라면 기겁하는 게 정상인데 도무지 이 여자는 겁이 없어 보였다.

"그렇습니까. 정말 정교하군요."

모용환은 그녀의 손에서 인피면구를 받아들고 감탄했다. 모공 하나하나, 털 하나하나가 모두 생생했다. 유엽은 인피면구를 찬찬히 뜯어보는 모용환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녀가 이렇게 말해도 대부분은 사악한 짓이라며 매도하는데 모용환은 일절 그런 말이 없었다.

물론 그녀가 현대의 임상실험이나 장기이식 같은 것에 익숙한 모용환의 가치관을 알 리 없었다.

"그런데 얼굴의 골격은 어떻게 바꿨습니까?"

오히려 질문까지 던지는 모용환이었다. 그녀는 흡족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보통은 진흙을 이용해. 피부에 무리도 가지 않는데다가 인피면구를 쓰면 굳을 염려가 없거든. 말랑말랑한 살덩이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냐하하하핫! 너도 이런 데 관심 있는 거야?"

"... 웃음소리가 특이하군요."

조운의 설명 중에 '웃음소리가 이상한 언니에요.'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오호호는 기분 좋을 때. 냐하하는 흥미 있을 때."

"별로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쉽게 구별하면 재미가 없잖아."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했다. 이 누님은 중증의 괴짜였다.

"얼굴 말고 다른 곳도 변장하십니까? 가령 손이라든가."

"응. 손바닥만 인피를 사용해. 평소에는 장갑처럼 써."

그녀는 다섯 개의 구멍이 숭숭 뚫린 손가죽을 들고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모용환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그녀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

모용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인피면구를 쓰니 당연히 매끄러운 손을 가졌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녀의 손은 남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투박했다. 곳곳에 상처가 난 것은 물론이고 손가락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모용환이 자기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유엽은 슬그머니 손을 뒤로 숨겼다.

"모용 동생은 정말 여자를 밝히는가봐? 초면에 처녀의 손을 이렇게 손을 맞잡다니 말이야. 자! 이제 용건을 말해 봐.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 설마하니 이쁜 누나의 자태를 감상하려고 온 것은 아닐 테고."

"...아아. 사실 선박 건조나 수전에 대해서 도움을 얻으려고 왔습니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모용환은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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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용환에게는 손책의 전사 소식은 닿지 않았습니다... ^^ 지못미;

짤방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유엽입니다... 단기간에 서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예 수군을 양성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선박의 질로 감녕의 해적단과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만한 기술이 없어 문제라는 것, 그러던 차에 조운이 유엽에 대해 말해준 것, 조선소에서 일한다니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왔다는 것까지.

대강의 이야기를 들은 유엽은 고개부터 절래절래 내저었다.

"그 해적놈들과 장강 위에서 싸우겠다고? 몰라서 그러는가 본데 놈들은 물 위에서 만큼은 황제도 두려워하지 않아. 아, 황제는 이미 죽었지?"

가망이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모용환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원소나 조조 같은 중원 북방의 강력한 제후들이 아직까지 남벌을 하지 않은 게 무슨 이유라고 생각해? 물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해적단이야. 건들지 않으면 고분고분 하지만 일단 건드리면 무진장 괴롭혀대거든.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야. 정말 승리를 원한다면 굴복시켜야 해."

"......"

모용환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어정쩡하게 굴복시킬 거라면 차라리 모두 죽이는 게 나아. 해적들의 동료애와 복수심은 대단해서 동료들을 죽인 상대에게 굴복하느니 차라리 최후까지 항전할 거야. 이기더라도 피해가 크다는 말이지. 또 완벽하게 소탕하지 않는 한 뒤통수에 언제 칼이 날아올지 모른다고."

모용환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단순하게 해적들만 어떻게든 처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더욱 복잡했다. 싸우지도 않고 어떻게 굴복시킬 것이며, 그렇다고 그 많은 해적들을 모조리 참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냐하하하. 모용 동생은 이렇게 겁을 줬는데도 그 녀석과 한판 해보겠다는 거야?"

"엽 누이에게 복안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엽은 싱긋 웃었다.

"역시. 이런 사탕발림으로 여자들을 후리는 거겠지? 물론 밤일도 잘하니까 그 애들도 따르는 거겠지만. 오호호홋!"

"그, 그런 말이 지금 왜 나오는 겁니까."

다시 생각해봐도 여자를 상대하기가 이렇게 쩔쩔맸던 적은 처음이다. 유엽은 갑자기 정색하면서 말했다.

"방법이 있긴 있어."

"......?"

"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이기려면 적장부터 잡아라.

"감녕... 말입니까?"

"그래. 감녕의 약점을 이용하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몰라."

유엽이 머리를 낮추며 속삭이듯 말했다. 왠지 모르게 어두운 모의(?)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자 모용환의 고개도 자연스럽게 낮춰졌다.

"감녕의 약점... 그게 뭡니까?"

"여자에 관해서는 엄청나게 순정파라는 거야."

"......"

모용환은 순식간에 벙찐 얼굴이 되었다. 유엽은 그런 그를 보며 요란하게 웃었다.

"오호호호호홋! 재밌지 않니?"

"농담입니까?"

"어머, 모용 동생은 날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이런 상황에서 농담을 할 사람처럼 보여?"

모용환은 단박에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유엽의 심기를 거슬러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럼 그게 사실이란 말입니까? 또 그걸 이용한다는 말은 무슨 소립니까?"

"물론 사실이야. 감녕은 한 번 반한 여자라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졸래졸래 쫓아다녀. 그리고 제발 자신의 사랑을 받아달라고 애걸하지. 오호호홋! 길거리에서 난데없이 우락부락한 녀석이 꽃 한 송이 들고 와서 고백했을 때는 어찌나 웃겼던지. 생긴 건 봐줄만하게 생겼지만."

"고백이요?"

마치 직접 봤다는 말투다. 유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감녕의 첫사랑이 나였거든."

오늘은 하도 놀라운 일이 많아서 이제는 별 감흥도 일지 않았다. 무덤덤한 모용환의 표정을 보자 유엽은 재미없다는 듯 쳇하고 혀를 찼다.

"...어쨌든. 당연히 차버렸지. 냐하하하. 그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동생처럼 날렵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좋거든. 그 뒤로 변장을 하고 다녔는데 역시 알아보지 못하더군.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계속 날 수소문해 왔던 거야."

"3년간 계속?"

"그래. 대단한 순정파지? 그 정도 지위에 있으면서 다른 여자는 일체 거들떠보지도 않았대. 그러다가 얼마 전에야 포기한 모양이야. 선언까지 하던데? '하늘이 날 버리지 않으신다면 필시 다른 배필을 내려주실 것이다.' 어찌나 폼을 잡던지."

그 때의 광경을 회상했는지 유엽은 킥킥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검지를 입술에 대보였다.

"그런데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는 몰라도 감녕은 그 선언을 하자마자 또 이번에도 한 여자에게 반하고 말았어."

"하지만 그 여자가 그를 거부했겠군요?"

"얼레? 어떻게 알았어?"

"그의 약점을 이용하라고 누이가 처음에 말했으니까요. 3년간 한 여자를 쫓을 만큼의 순정파에, 그 여자를 포기한 순간 다른 여자에게 반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와 그 여자를 이어 주면 된다, 이 소리 아닙니까?"

모용환의 말에 유엽은 짝짝 박수를 쳤다. 그녀는 요염하게 입술을 핥으며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디밀었다.

"안량을 죽였다기에 무예만 강한 줄 알았더니 머리도 좋잖아? 이 누나는 동생이 점점 마음에 들어.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유부남이라는 거야. 이러다가 새카만 어린애들이랑 경쟁해야 될지도 모르겠는데?"

"굳이 저를 원하시면 마음껏 봉사해드리지요. 누가 들으면 삼, 사십대인 줄 알겠군요."

이제는 그녀에게 휘말리지 않고 받아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모용환이었다. 유엽은 베에 하고 혀를 내밀었다.

"이제 올해가 가면 삼십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얘기를 계속하자면... 감녕이 반했다는 그 여자는 견씨 집안의 견사란 아가씨인데, 이 집안은 대대로 여강의 호족 집안이야. 여강 내에서의 영향력은 감녕도 무시 못 할 정도지. 생각해 봐. 호족 집안의 요조숙녀와 무지막지한 해적단의 두목이라니. 누가 이 결혼을 허락하겠냐고."

"심각하군요."

"감녕은 적극적인데 그 아가씨는 그 녀석을 무척 싫어하는 모양이야. 하긴 그 나이쯤 되면 곱상한 왕자님을 꿈꾸고 있었을 텐데 시커먼 해적이 좋다고 달려드니 기겁할 수밖에."

규방의 숙녀와 해적단의 두목. 이 남녀를 엮어주면 여강에 무혈입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모용환이었다. 한 쪽만 일방적인 구애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환경도 너무 다르고.

모용환이 턱을 괴며 고민하자 유엽은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미안해. 나도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요즘은 거의 일에서 손을 떼서..."

"예?"

그러고 보면 유엽은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조선소에서의 직급은 수석감독관이었다. 감독관은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일을 감독하는 사람이다.

"눈이 잘 안보이거든. 시력이 많이 나빠진 것 같아. 그것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머리도 아프고... 가까운 건 잘 보이는데."

유엽은 근시인 것 같았다. 이렇게 어두운 방에서 이것저것 만들고 읽다 보니 근시에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용환은 이제야 그녀의 방에 작은 모형들 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안경을 만들어 줄까?'

이 시대에 안경용 렌즈를 제작할 수는 없었지만 투명한 수정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볼록하게 깎아서 안경알을 만들고, 나무로 테를 만들면 안경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모용환은 머릿속에 이 사항을 새겨 넣은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찌 되었건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감녕과 견사를 직접 만나보는 일만 남았다. 적어도 둘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야 중매를 설 수 있을 것 아닌가.

"엽 누이. 고맙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조만간 다시 찾아뵙지요."

"가려고? 으응, 좀 아쉬운데. 다시 올 때는 아운이랑 아량도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유엽은 다시 변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배웅하러 나오지는 못했다. 모용환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조선소를 나섰다. 비록 애초에 기대했던 선박제조라든가 하는 도움은 받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 이상의 소득을 올린 셈이었다.

그 때, 은밀히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모용 태수님."

"음? 누구지?"

평범한 인상의 청년은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무척 심각한 얼굴이었다.

"건업성에서의 급전입니다. 속히 귀환하시라는 군주님의 전언도 있으셨습니다."

"유비님이? 급전이라니..."

황급히 서신을 펼친 모용환의 손은 이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는 서신을 구기더니 납덩이처럼 굳은 얼굴로 청년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게 정말 사실이냐!"

"커, 컥! 그, 그렇습니다!"

"이럴 수가!"

모용환은 손에 힘을 풀며 망연한 얼굴이 되었다. 서신은 주유가 보낸 것으로 오월족의 계략으로 손책이 죽었고, 그의 시체와 손상향, 손권이 건업성에 도착했으니 장례를 위해 어서 성으로 귀환하라는 내용이었다. 서신을 쓴 주유도 심적으로 무척 힘들었는지 깔끔하고 유려하던 필체가 여기저기 잔 떨림을 보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가 죽다니..."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이 세계로 온 뒤 주위 사람이 죽는 일은 처음 겪는 것이었다. 게다가 손책은 그의 처남. 호탕하게 웃던 그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지나가자 그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

너무 일이 잘 풀려 잊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것은 전쟁. 누가 죽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한 순간의 방심에 의해 죽을 수 있는 것이 전쟁인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 중원에서 그가 아는 사람만 무사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닌가.

"그래... 배를 대두었나?"

"예. 저 쪽에 정박하고 있을 겁니다."

모용환은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 슬퍼하고 있을 손상향과 주유를 생각하니 심장이 쿡쿡 바늘로 찔리는 것처럼 아파왔다.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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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과학력에 대해서는 작가가 적당 선에서 얼버무릴(?) 예정입니다.
나관중 아저씨를 본받아서 말이죠... 실제로 청룡언월도, 장팔사모, 방천화극, 자웅일대검 같은 무기들도 다 구라지요.

짐작하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견씨 집안의 견사라는 아가씨는 견희를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ㅎㅎ 견희의 원래 이름은 알수가 없어 '희'로 불립니다. 항우의 부인인 우미인이 우희로 불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라는 이름은 제가 임의로 지은 것입니다.

따라서 짤방은 견사 손책의 장례는 최대한 예우를 갖추어 치러졌다. 오의 임시 태수를 맡고 있던 손권과 손책과 같이 원정을 나갔던 사람들 중 오월의 준동에 대비해 그 쪽에 남아있는 황개를 제외한 손상향, 정보, 한당 등이 돌아왔고 주치, 여범 등도 건안으로 왔다. 모용환은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 원소와 대치하고 있는 관우는 사정상 오지 못했지만 사람을 보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모용환을 마지막으로 모일 사람이 모두 모이자 손책의 시신이 공개되었다. 부패하여 목불인견의 참상을 드러낸 그의 시체를 본 주유는 울다 지쳐 실신했고, 손권 등을 비롯한 사람들은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모용환은 침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궁성 내를 거닐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손상향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장례를 모두 마치고 모용환과 손상향은 그의 처소에서 만남을 가졌었다.

"지금 곧 오월로 돌아가겠어요."

손상향의 첫 마디였다. 평소 쾌활하고 명랑하던 그녀는 손책의 죽음 이후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웃음이 없어졌고 얼굴 표정도 많이 딱딱해졌다. 모용환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겠어?"

"오라버니의 일을 이어받아 원정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유비님께 절 대장으로 삼아 달라고 주청해 주세요. 복수는 제 손으로 이루겠어요."

차가운 얼굴로 말하는 그녀의 두 눈은 증오로 인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새파란 독기가 어린 손상향의 눈을 보자 모용환은 그녀를 막을 수가 없었다.

"좋아. 단,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첫째, 오월족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지 말 것. 둘째, 무리한 행군으로 병사들의 원성을 사지 말 것. 셋째, 마음을 차분하게 먹을 것. 이 중 단 하나라도 어기지 않는다고 약속해. 그렇지 않을 경우엔 당장이라도 해임시키겠어."

손상향과 모용환은 말없이 시선을 마주했다. 모용환의 말은 타당한 것이었다. 그녀가 증오에 이성을 잃고 오월족을 대량 학살이라도 하는 날에는 오월 지방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또 복수에만 급급해 섣부른 행동을 할 시에도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

손상향은 모용환이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명심하도록 할게요."

"믿겠어."

그 직후 모용환은 유비에게 손상향을 오월대장으로 삼아달라는 주청을 올렸다. 한동안 실신해 있던 주유는 기겁하여 그것을 반대했다. 이제 19살이 된 손상향을 대장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속내에는 손상향마저 잃을 것 같은 불안감이 팽팽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용환도 아무 생각 없이 손상향을 오월대장으로 추천한 것은 아니었다. 오월군의 주축인 정보, 한당, 황개 등은 오랜 시간 동안 손씨 일가의 가신으로 지내왔다. 손책이 죽자마자 대뜸 다른 장수를 오월대장으로 삼으면 내심 반발이 있을 것이니 그들의 보좌 능력을 믿고 손상향을 추천한 것이었다. 그 또한 타당성이 있었기에 유비의 집무실에서는 때 아닌 부부간의 설전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나중에 손상향이 나서 주유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기 때문에 모용환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주유는 대신 자신이 종군 군사로 나서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렇게 새롭게 오월대장이 된 손상향과 군사 주유, 휘하장인 정보, 한당이 오월로 출발한 게 방금 전이었다. 부인을 둘이나 전쟁터에 내보낸 모용환은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후원을 산책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그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형님."

"권이냐?"

갸름한 얼굴선을 가졌으나 당당한 체구를 지닌 귀공자, 손권이었다. 손권은 손상향 바로 위의 오빠였으니 역시 그에게는 처남이 되었다.

"어째서 상향을 말리지 않으셨습니까?"

모용환과 만나자마자 내뱉는 그의 말에는 원망하는 기색이 다분하게 서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남은 유일한 혈육인 손상향과 절친한 누이인 주유가 전쟁터로 간 것이다. 게다가 그녀들을 전쟁터로 내보낸 사람이 남편인 모용환이 아닌가.

모용환은 깊게 숨을 내뱉었다. 이곳에 담배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금 상황에서 오월대장을 맡을 사람은 상향밖에 없다는 것을 너도 잘 알 거라 생각한다."

"저도 손가의 사람입니다! 제가 있잖습니까!"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는 손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는 오의 태수다. 유비님이 이곳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맡은 임시직이긴 하지만 그 직책은 아마 계속 유지될 거다. 내가 서쪽으로 원정을 나가게 되면 건업은 유비님이 맡으실 예정이니까. 오는 아군을 먹여 살리는 곡창지대. 그곳을 한시도 비워둘 수는 없다."

"저 말고도 주치나 장굉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내정에는 뛰어나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휘어잡지는 못한다. 오에서 유비님과 더불어 인망이 제일 높은 사람이 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너는 무예에 그다지 능하지 않아. 오월대장을 맡기에는 부적합해."

딱 잘라 냉정하게 말하는 모용환의 말에 손권은 눈을 부릅떴다. 잠시 동안 모용환을 노려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형님은 이대로 원정을 나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이다. 여강을 차지한 후에는 대규모 선단을 건조해 장강을 평정할 생각이다."

"...전쟁에서 처남이 죽었는데도 그리 냉정할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니면, 애초부터 우리에게는 애정이 없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예, 처음부터 큰형님을 장기판의 졸로 생각했었다면 이럴 수 있겠지요!"

손권은 모용환에게 스산하게 내뱉었다. 원한어린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는 몸을 돌려 사라지는 손권의 뒷모습을 그는 아무 말 없이 쳐다보았다.

"후우..."

그는 돌계단에 걸터앉았다. 손책의 죽음으로 손상향은 성격이 차갑게 변해버렸고, 손권은 이성을 잃었다.

'이게 혈육의 정이란 소린가...'

물론 손책의 죽음은 그도 슬프다. 하지만 절절이 절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이런 종류의 슬픔에는 익숙했다.

'그래도 지금은 순수하게 슬퍼할 수 있는 네가 부럽다.'

모용환은 손권이 부러웠다. 처음이기에 저렇게 순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맨 처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을 때는 오로지 슬프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하루 종일 울부짖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혼자서 그를 힘들게 키우셨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과로로 돌아가시자 그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그리고 고된 삶이 계속되면서 나중에는 아버지를 증오하게 되었다. 이렇게 외톨이로 남겨둘 거면 왜 나를 낳았느냐고. 몇 번이나 술에 취해 아버지의 무덤을 발로 찼었다.

그런 일을 경험한 그이기에 지금은 이렇게 무덤덤할 수 있는 것이다. 저들은 처음 경험하는 지독한 슬픔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러나 겉으로 표내는 정도만 다를 뿐, 횟수와 상관없이 친인의 죽음은 언제나 가슴 아픈 것이다.

손권의 경우에는 그 슬픔이 풀릴 때까지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 했을 뿐이다. 단순 속풀이라고 하기에는 지독한 말을 들었지만.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옳은 걸까?"

이미 세를 일으킨 이상 이 난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진정 가족들을 위한다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 것인가? 이대로 부인들을 데리고 은거한다?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빠져나올 수 없는 전쟁의 늪에 너무 깊숙하게 발을 담근 것이다.

천하통일.

단 하나의 해법은 거기에 있다고 그는 믿었다.

"난 잘못 되지 않았다."

모용환은 다시금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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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좀 짧습니다. 자아성찰(?) 하는 편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중매에 들어가겠군요 "네?"

서서는 잘못 들었나 싶어 우수어린 눈을 한번 깜빡였다.

"네 배필을 찾았다고 했다."

동탁은 허허롭게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서서는 당황했다. 수양딸이 된지 이제 막 한달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갑작스럽게 혼인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버님. 지금은 그런..."

"어허. 난 하루 빨리 손주가 보고 싶다. 이 아비의 주름진 얼굴이 보이지 않느냐?"

"......"

동탁의 말에 서서는 고개를 숙였다. 숙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빛이 가득했다. 동탁이 이제 노쇠했다고는 하지만 무예로 오랫동안 단련한 몸이었다. 지금도 군데군데 새치만 있을 뿐 아직 건재한 그였다.

지난 시간 동안 동탁은 그녀에게 무척 잘 대해 주었다. 매일 같이 보약을 지어 처소로 보내기도 했고 문안인사를 하러 그녀가 처소에 찾아 올 때면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해 주었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였지만 오랫동안 정에 굶주린 그녀는 정말 동탁을 친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동탁의 바램도 이해가 되었다.

"... 누구를 점찍고 계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으음, 그래. 어차피 너도 알게 될 터이니. 너와 같이 군사를 맡고 있던 이유를 사위로 삼고 싶다."

"이유..."

'왜...?'

서서는 혼란스러웠다. 이유라니! 매일 그녀에게 치근덕거리는 간신 수염의 교활한 사내가 아닌가. 머리는 뛰어나지만 그것은 잔꾀에 가까웠다. 그 비열함의 표상에 가까운 사내를 남편으로 맞는다고 생각하니 절로 몸서리가 쳐지는 그녀였다.

"그 연유를 들어봐도 될는지요?"

"흐허허헛.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진정한 군주의 재목은 무(武) 보다는 문(文)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아비는 아군에서 가장 뛰어난 책사들이 결합하여 낳은 아이가 머리가 무척 비상할 것이라고 믿는다. 더욱이 그는 한창의 나이니 좋은 한 쌍이 될 게야."

이제 불혹이 가까워지는 그의 어디가 한창 때란 말인가. 서서는 처음으로 동탁의 수양딸이 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껏 자신에게 잘 대해 준 그의 말에 정면으로 거역하기는 어려웠다.

"...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세요. 너무 갑작스러워..."

"그러도록 하마. 허나 너무 오래 끌면 안 될 것이야. 이미 납징(納徵)까지 치렀으니 길일만 정하면 된다."

동탁의 결심은 완전히 굳어진 듯 했다. 혼인의 육례(六禮) 중 앞의 사례인 납채(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징(納徵)까지 그녀에게 말도 없이 행했다는 것은 이유를 사위 삼겠다는 선언이 확고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의 처소를 나온 서서는 머리가 어지러운지 살짝 비틀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가늘게 떠진 날카로운 눈에 위로 용솟음치듯 뻗어 있는 짙은 눈썹은 사내의 인상을 한층 용맹해 보이게 만들었다. 그 때 일자로 굳게 다물려 있는 입이 서서히 열렸다.

"건업의 태수라고? 그 말을 믿으란 소린가?"

감녕은 난데없이 자신의 본거지로 찾아와 독대를 청한 이 남자의 처우를 고민하고 있었다. 용기가 가상하여 독대를 받아줬더니 이제는 자기가 건업의 태수라고 한다. 강동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찬양하는 떠오르는 신성, 모용환말이다.

모용환은 어깨를 으쓱했다.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겠지. 무인으로서의 감이 죽지 않았다면 그런 말도 할 필요가 없을 터."

감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자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도발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수많은 해적들이 포진하고 있는 심장부에 들어온 놈의 태도란 말인가? 하지만 그의 감각은 이 자와는 싸워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놈은 진짜다. 정말 안량의 목을 벴을지도...'

일개 해적이라지만 그도 천생 무인. 모용환 정도의 강자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녕은 이 사내의 배짱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여기가 어딘지는 아나?"

"네 집이지."

"알긴 아는군. 이곳에서는 아무도 내게 그 따위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내가 최초가 되겠군."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한 감녕은 일단 모용환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가기로 했다. 어쨌거나 정말 건업의 태수라면 굳이 척을 질 이유는 없으니까.

"그 배짱을 봐서 믿어 주도록 하지. 그래, 태수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런 누추한 곳에는 왜 온 거지?"

"너와 네 부하들을 수하로 거둬가려고 왔다."

"하?"

감녕은 허탈한 얼굴이었다. 이제 보니 완전 미친놈이 아닌가. 정말 태수라고는 해도 이런 무모한 말을 그의 앞에서 던질 수는 없었다.

'볼 것도 없군. 그냥 죽여야겠어.'

그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데 모용환이 때맞추어 말했다.

"물론 맨입으로는 힘들겠지? 그래서 네가 가장 원하는 걸 선물로 줄 것이다. 쉽게 말해 거래를 하잔 거다. 나는 네가 원하는 걸 주고, 그 대가로 너는 충성을 바치면 되는 거야."

"난 장강 위에서는 두려울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원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 견사라면 어떨까?"

"뭐, 뭣이?"

감녕은 견사라는 이름이 나오자 가슴이 철렁했다. 맥박이 빨라지고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는 황소처럼 콧김을 뿜으며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무게감 있는 모습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허둥지둥 모용환에게 다가왔다.

"저, 정말로 그, 그녀를 내게 줄 수 있나? 넌... 아니, 당신은 그녀와 무슨 관계이십니까?"

'정말 특효약이군.'

대번에 안색이 달라진 감녕을 보며 모용환은 속으로 큭큭 웃었다. 견사란 아가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도 철석간담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감녕이 설설 기는 걸 보니 어지간히 아름다운 모양이었다.

모용환은 감녕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 전에 하나만 확실히 하지. 방금 전 내가 말한 거래에 응하겠나?"

"물론입니다! 그녀만 얻을 수 있다면 이깟 해적단의 두목 자리는 개한테 줘도 상관없습니다!"

"옛말에 이런 소리가 있지. 고기를 낚아주기 보다 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라."

"예...?"

알 수 없는 소리에 감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견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단 소리야. 흠흠. 자랑은 아니지만 난 부인이 여섯..."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감녕은 무릎을 탁 쳤다.

"오오!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용 공에게는 천하절색 유비님을 비롯해 주위에 선녀 같은 부인들이 많다는... 여섯이었습니까? 존경스럽습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그를 우러러보는 감녕은 좀 전의 묵직한 이미지는 완전히 벗어던진 것 같았다.

'이놈도 여자 얘기만 나오면 본성이 드러나는 늑대과로군. 그래도 순정파라 다행이야.'

잘못 하다간 자기의 부인들까지 넘볼 놈이라는 생각에 위기감을 느꼈던 모용환은 그가 순정파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쨌든 그의 이력(?)을 알자 감녕의 눈에는 두터운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의 믿음을 얻는 데 성공한 모용환은 일이 한층 더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

감녕은 쑥스럽다는 듯 턱을 긁적였다.

"고수 앞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부끄럽습니다만, 나름대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예물을 보내기도 하고, 그녀의 집 앞에서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던 적도 있었지요. 부하 놈들을 건달로 꾸며서 극적인 상황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습디다..."

무척 고전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행하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했다. 모용환은 감녕의 고충과 지극정성에 감탄했다. 이 사내는 정말로 견사를 사랑하는 모양이었다.

모용환은 문득 견사의 속내가 궁금해졌다.

'이런 사내를 왜 마다할까?'

해적이지만 재력도 있겠다, 무력도 있겠다, 세력도 있겠다... 얼굴도 저만하면 잘생긴 편 아닌가. 단순히 콧대 높은 아가씨라면 감녕이 저렇게 목을 매고 있을 리는 없으니. 분명 감녕에게 원하는 바가 있을 터였다.

"그녀가 따로 마음에 둔 사람은 있던가?"

감녕은 단호히 부정했다.

"없습니다. 그런 놈이 있으면 그 놈을 족쳤지요..."

하긴 누가 미쳤다고 장강의 지배자 감녕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에게 껄떡대겠는가. 모용환은 견사가 한편으로는 불쌍했다.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미인이라 주변에 남자도 많을 텐데 감녕 때문에 언감생심 접근도 못할 것 아닌가.

따로 정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용환은 생각에 잠겼다. 원래 생각해둔 방법이 있었지만 거기에 더욱 극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견사가 감녕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아야 했다.

'음. 설마?'

모용환은 견사의 가문이 유서 깊고 문을 숭상하는 호족 가문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모용환은 눈을 빛냈다.

"네가 부족한 점을 알아냈다."

모용환은 이제 감녕을 정말 수하다루듯 했다. 하지만 감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견사만이 중요했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모용환에게 물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제가 대체 뭐가 부족하지요?"

"내일 내가 일러주는 대로 행해라. 이리저리 하여......"
"......"

감녕은 숨죽이고 모용환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듣고 있다가, 갑자기 그의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렸다.

"묘수이십니다! 성공한다면 태수님을 주군으로 평생 모시겠습니다!"

'성공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어쨌건 늠름한 수하를 얻은 모용환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입이 살짝 호선을 그렸다.

"잘 될 거야."

이제 내일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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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녕의 부하중 하나인 능통은 원래 삼국지에서는 감녕에게 죽은 능조의 아들이지요. 그를 원수로 여겨 싸웠다가 나중에는 친구가 됩니다. 물론 작중에서 그런 원한 관계는 없습니다. 이튿날 오후, 감녕은 묘령의 여인과 함께 작은 나룻배를 타고 뱃놀이를 하고 있었다. 시원한 이목구비에 푸른색 꽃장식을 머리에 달고 있는 여인은 장님이 봐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감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새치름하게 입을 열었다.

"이런다고 내가 당신에게 마음을 줄 것 같아요?"

견사의 말에 감녕은 황소처럼 우직하게 말했다. 그는 자못 비장한 결심을 한 듯한 얼굴이었다.

"견사... 오늘은 당신에게 구애를 하려는 것이 아니오."

"뭐라고요?"

"그 동안 내 욕심 때문에 당신을 곤란하게 한 것 같아... 사과를 하려고 하오. 이제 다시는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겠소."

"흥.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감녕이 굳게 말하자 견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감녕의 시야에서 벗어난 그녀의 얼굴은 짙은 당혹감으로 가득했다. 견사는 그가 모르게 발을 동동 굴렀다.

'이 바보! 이렇게 쉽게 포기하면 어쩌잔 거야! 너 때문에 난 시집 다 갔단 말이야!'

감녕이 견사에게 계속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은 여강성 내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있을 리 없었고, 견사의 가문 내에서도 그녀는 시집다간 딸 취급을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감녕이 아닌 남자와 혼인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견사는 감녕을 훔쳐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근성 없긴!'

그녀도 감녕이 싫은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감녕이 첫사랑을 3년 동안이나 쫓아다녔다는 것은 견사도 익히 알고 있었고 이제는 그 대상이 자신이 되자 묘한 기쁨까지 느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덜컥 받아들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감녕은 해적인 것이다. 속은 왈가닥이라도 겉으로는 요조숙녀이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남의 속도 모르고 감녕은 무식한 방법으로 구애를 해왔다. 무지막지한 예물을 보내오거나...

'내가 무슨 사고파는 물건이야?'

부하들을 건달로 둔갑시켜 뻔한 자작극을 해 보이는 둥.

'그런 거에 속는 사람이 어딨어?'

그녀가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감녕이 좀 더 애틋한 방법으로 접근해 오는 것. 현대어를 빌리자면 로맨틱한 연애편지라거나, 달콤한 애가(愛歌)를 부른다든가 하는 것이었다. 규중에서 학문을 배운 견사에게는 그게 가장 이상적인 구애 방식이었다.

"휴우..."

견사는 한숨을 내쉬며 묵묵히 팔을 놀리는 감녕을 쳐다보았다. 이런 일자무식 해적한테 너무 큰 것을 바란 건 아닐까? 내숭떨다 본전도 못 건질 상황이었다.

그 때 갑자기 감녕이 말했다.

"복사꽃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소?"

그는 강기슭 가까이에서 나룻배를 젓고 있었다. 봄을 맞이한 강가에는 분홍색 복숭아꽃들이 활짝 만개해 있어 마치 무릉도원(武陵桃源)같은 절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감녕은 나뭇가지를 강가에 길게 늘이고 있는 복숭아 가지에서 꽃잎 몇 장을 따 강물에 흩뿌렸다.

"桃花流水杳然去(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서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여기는 별천지라 인간세상 아니라네)."

"......"

감녕이 갑자기 시를 읊조리자 놀란 견사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황소처럼 무식해 보이던 감녕이 이런 감미로운 시조를 읊을 수 있다니!

"아름다운 시네요..."

견사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물론 그녀가 감녕이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의 전결구를 그대로 베껴 말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감녕은 나름대로 수려한 미소를 베어 물며 진중하게 말했다.

"그대와 같이 있으니 절로 이런 생각이 나더구려. 그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별천지가 따로 있겠소? ...하지만 나의 과오로 당신을 힘들게 했으니 깊이 뉘우치고 있소."

"아..."

견사의 눈에는 이 순간 감녕이 그 어떤 시인묵객(詩人墨客)보다 더 훌륭해 보였다.

그녀의 입이 열리려는 때, 거대한 그림자가 감녕과 견사가 타고 있는 나룻배를 덮어왔다.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지자 감녕과 견사는 시선을 위로 올렸다.

거대한 배. 그들이 타고 있는 나룻배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군함이 나룻배를 덮칠 듯 다가오고 있었다. 저 배에 부딪친다면 그들의 배는 수수깡처럼 두동강이 나고 말 것이다.

감녕은 커다란 배의 선두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침음했다.

"모용환!"

"감녕! 이게 대체..."

견사의 경악성은 위에서 들려오는 모용환의 커다란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장강을 좀먹는 도적들의 수괴 감녕! 오늘 너를 죽여 여강의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할 것이다!"

"어떻게 내가 홀로 이곳에 나온 걸 안 거지..."

감녕은 입술을 깨물며 불안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견사에게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오, 견사. 당신을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난 지금 강동의 별이 이끄는 군대에게 수배되어 있는 몸이오. 당신도 알다시피 저 자는 안량의 목을 벤 무서운 장수지. 그래서 오늘 그대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떠나려 했거늘..."

침통하게 말하는 감녕을 보며 견사는 거세게 도리질 쳤다.

"그런 사람이 이런 데 왜 온 거예요!"

"...일단 그대를 이곳에서 빼내겠소! 용서해 주시오."

"......!"

감녕은 견사를 안고 그대로 장강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군함의 날카로운 앞부분에 부딪친 나룻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버렸다. 갑판에서 모용환과 함께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조운이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는 모용환을 지원하기 위해 어제 이곳에 도착한 터였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모용환은 피식 웃었다.

"미인을 얻으려면 목숨을 걸어야지."



감녕과 견사는 모용환의 군대를 피해서 장강 깊숙한 곳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물 속에서는 거대한 배가 장강 위에 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기에 그들은 섣불리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감녕은 해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영을 잘 했지만, 견사는 그렇지 못했다. 해서 감녕은 견사를 한 팔로 끌어안고 어딘가로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툭. 툭.

얼마나 더 갔을까. 감녕은 견사가 자신의 가슴을 치자 그녀를 바라보았다.

"......!"

숨을 쉴 수 없었는지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다급해진 감녕은 그녀와 입을 맞춰 자신의 입 속안에 머금고 있던 공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감녕의 숨을 받자 견사의 얼굴이 한층 편해졌다.

"푸하!"

그 길로 좀 더 하류로 내려간 감녕과 견사는 물 밑에서 배들의 밑창이 보이지 않자 수면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하아... 하아... 이제 어떻게 하죠?"

"쉿!"

견사가 물어오자 감녕은 검지를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행동을 취해 보였다. 견사가 황급히 입을 다물고, 잠시 뒤 한 무리의 병사들이 강기슭을 지나갔다. 숨죽여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린 그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감녕은 분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일대에 천라지망(天羅之網)처럼 병사들을 깔아놨을 것이오. 내가 죽었다면 시체라도 건질 심산이겠지."

"그, 그럼 어떻게 하죠?"

"날이 어두워지기까지 버텨야 하오... 그럼 놈들도 돌아갈 것이오. 정말... 미안하오."

"아니에요."

견사는 감녕을 탓하지 않았다. 자신을 마지막으로 만나기 위해 스스로의 안위까지 내던진 그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

감녕은 근처 수풀에서 갈대를 꺾어 대롱을 만들었다.

"이렇게 젖은 몸으로 밖으로 나가면 눈에 띌 가능성이 크오. 이걸 물고 물 속에서 최대한 버텨야 하는데... 아마 한 시진이면 날이 어두워 질 것이오."

"알겠어요."

늦은 오후에 나왔으니 지금 쯤 유시(오후 5시~7시) 중간 정도 일 것이다. 슬슬 산등성이에 노을이 깔리고 햇빛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

두 사람은 갈대대롱을 물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병사들이 돌아다닐 때마다 견사가 물고 있는 대롱이 움찔거리긴 했지만 다행히 들키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주변이 어둑어둑 해졌다. 이제는 병사들도 전부 철수했는지 마지막으로 본 무리가 떠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감녕과 견사는 그 때서야 물 밖으로 나왔다. 젖은 머리가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그들은 강변에 나 있는 관도를 피해 근처 숲 속의 공터로 들어섰다.

이제 안전해졌다고 생각한 견사는 무너지듯 풀 위에 주저앉았다. 규방숙녀인 그녀가 견디기에는 너무 힘든 하루였다. 그녀는 말없이 자신의 옆에 앉는 감녕을 바라보았다.

"호호. 머리가 물에 젖으니까 한결 나아 보이네요."

"그렇소?"

감녕은 히죽 웃으며 허리춤에서 호리병을 꺼냈다. 흔들릴 때마다 찰랑 거리는 것이 안에 술이 담겨 있는 듯 했다.

"그게 뭐죠?"

"원래는 배 위에서 그대와 나누려고 했던 이별주지만... 어떻소? 한 잔 하겠소?"

"좋아요."

물론 잔이 있을 리 없었다. 견사는 감녕에게 술병을 건네받아 입을 대고 그대로 술을 털어 넣었다. 싸한 느낌과 함께 뜨거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견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감녕은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더니 노래하듯 시를 읊었다.

"君不見(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長江之水天上來(장강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廻(바삐 흘러 바다로 들어가 다시 돌아오지 못 함을) 又不見(또한 보지 못하였는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에 비친 백발의 슬픔) 朝如靑絲暮如雪(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희었다네) 人生得意須盡還(기쁨이 있으면 마음껏 즐겨야지) 莫使金樽空對月(금잔에 공연히 달빛만 채우려나)."

"......"

"금잔은 없지만... 문득 떠오른 시상을 부족하나마 읊조려 보았소."

해적단의 두목에서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감녕, 그리고 달 아래에서 사랑하던 사람에게 이별을 말하며 술병을 기울이는 그의 심정이 구구절절 드러나는 멋진 시였다. 단박에 그 뜻을 안 견사의 마음은 이제 감녕에게 완전히 돌아서버렸다. 그녀의 눈빛이 촉촉히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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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무 한편 감녕의 시에 감탄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바위 뒤에 숨어 모용환과 함께 두 남녀를 숨죽여 지켜보던 조운이 속삭였다.

"와아... 저 시, 정말 오라버니가 저 사람에게 알려주신 것 맞아요?"

"응."

'내가 지은 게 아니라 몇 백 년 뒤에 이백이 지을 시지만. 누가 알겠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태백의 장진주(將進酒) 한 구절을 빌려 썼다고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학에 다닐 때 시문학 쪽을 전공한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건성으로 말하는 모용환을 보며 조운은 입술을 삐죽였다.

"왜 우리에겐 한번도 저런 시구를 읊어주지 않은 거예요?"

"앞으로 노력할게. 아, 시작한다."

그들은 다시 자세를 낮추고 감녕과 견사를 지켜보았다.

감녕은 비어버린 술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견사를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내 마음은 이 술병처럼 텅 비어버렸소. 부디 이곳에 그대를 채워 넣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시오."

자신의 왼쪽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하는 감녕의 모습에 견사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달빛 아래에서 물에 젖은 채 술을 나누어 마신 두 남녀, 그 이후 자신의 심경을 시로 고백하며 뜨겁게 고백하는 남자... 이 얼마나 로맨틱한 상황인가.

견사는 부끄러운 듯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양손으로 가렸다.

"...네에..."

"저, 정말이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견사가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자 감녕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가벼운 나들이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견사의 굴곡진 젖가슴이 그의 상체 가득 느껴졌다. 물컹하고 기분 좋은 감촉에 감녕은 잠시 멈칫거렸다.

견사는 그제서야 자신의 상태를 깨달았다.

"핫!"

그녀는 황망히 자신의 다리 사이를 가렸다. 얇은 나들이옷은 물론이고 옥색 고의마저 젖어서 다리 사이의 거뭇한 수풀이 훤히 비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 절경을 본 감녕의 눈이 붉게 충혈 되었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그대를... 가, 갖고 싶소..."

"......"

견사는 침묵했다. 그걸 승낙의 뜻으로 받아들인 감녕은 매미 허물을 벗기듯 그녀의 옷을 벗겨나갔다. 그녀는 달뜬 숨만 내쉬고 있을 뿐 어떤 저항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완전한 나신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조운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 언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잖아요. 왠지 불쌍해요."

모용환은 킥킥 웃었다.

"딱 보니까 내숭쟁이 같은데, 뭐. 꿈 많은 공주님 소원을 들어준 셈 치는 거지. 그런데 저걸 보니까... 운아. 오라버니도 여기가 좀 아픈데..."

모용환은 짓궂은 표정으로 바지를 뚫을 듯 팽창한 자신의 육봉을 꺼냈다. 조운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그의 남성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오, 오라버니..."

"여기서 하면 소리가 나니까... 운아가 입으로 해줄래?"

"이, 입으로요?"

조운은 조금 망설였다. 이 시대의 여인들은 성에 대해 경직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입으로 남성의 성기를 애무한다는 것은 천박한 기녀들이라 하는 짓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니가 원하신다면 그렇게 할게요."

조운이 모용환의 다리 아래에 무릎 꿇고 앉자 모용환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운아는 착하구나."

모용환에게 지극히 순종적인 조운이었기에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까칠한 주유에게 한번 펠라치오를 받기 위해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면 조운이 더없이 예뻐 보이는 모용환이었다.

"아으...!"

견사는 조갯살을 거칠게 벌리고 들어오는 감녕의 육봉에 짦은 단말마를 내질렀다. 파과의 고통. 사랑하는 사람의 육봉에 점령당한 그녀의 꽃잎은 빨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후웃!"

감녕은 그녀의 안쪽 깊숙이 육봉을 삽입한 후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 얼마나 고대하던 순간이었던가. 첫사랑의 비참한 실패 이후 두 번째의 사랑을 이렇게 자신의 손으로 쟁취해 내다니! 사랑하는 여인을 안았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그는 견사의 입술에 입맞춤하며 작게 말했다.

"사실... 난 동정이오."

"......"

꽃잎이 갈라지는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뜻밖의 소리를 듣자 견사는 아름다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만큼 놀라웠기 때문이다. 장강을 주름잡는 해적단의 두목이 동정이라니?

"처음에는 수하들을 이끌고 장강을 통합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후에는 첫사랑에게 차이면서 여자에게 흥미를 잃어버렸소. 그러던 차에 당신이 나타난 것이오."

"...그럼 우린 둘 다 처음이네요."

견사는 새초롬히 웃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본 감녕은 뜨겁게 숨을 몰아쉬었다. 육봉을 끊을 듯 사방에서 압박해 오는 질벽의 감촉... 처음 여자를 접하는 그에게는 참을 수 없는 쾌감이었다.

감녕은 그녀를 안은 채로 허리를 밀어 올렸다.

"사랑하오!"

"하아악!"

견사의 은어 같은 다리가 감녕의 허리를 조여들었다. 감녕은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쥐어짜듯 주무르며 꿈에 그리던 견사의 몸을 마음껏 음미했다.

"우움... 쭙쭙..."

조운은 정성스럽게 모용환의 육봉을 빨았다. 말랑말랑한 그녀의 설육이 귀두를 감쌀 때마다 모용환은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육봉은 너무 커서 조운의 작은 입에 전부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 감질이 나는 그였다. 금방이라도 조운을 눕히고 그녀의 털 하나 없는 민둥산 계곡에 육봉을 박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조운이 신음이라도 내면 산통을 다 깨고 만다.

조운의 꽃잎을 떠올리자 육봉의 핏줄은 더욱 도드라지며 기승을 부렸다. 그 모습이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아 조운은 화들짝 놀랐다.

"오라버니... 더 커진 것 같아요."

"운아... 손도 쓰면 안 될까?"

모용환은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꾹 말아 쥐며 힘겹게 말했다. 그가 지금 자신을 덮치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조운은 모용환이 자신의 입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네..."

조운은 작은 손으로 그의 육봉을 감싸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입으로 귀두 부분을 다시 애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쭈릅. 쭙.

조운의 타액으로 범벅이 된 그의 육봉과 그녀의 입술이 마찰하며 질척이는 소리를 냈다. 모용환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금은 오로지 빨리 사정할 생각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진짜로 조운을 덮칠 수도 있었으니까.

"운아. 잠깐만... 참아."

"......?"

모용환이 양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자 조운은 육봉을 입에 머금은 채 의아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쑤욱!

순간 육봉이 목젖을 건드릴 정도로 그녀의 입 안에 가득 들어왔다.

"빨리 싸야 할 것 같아서..."

모용환은 조운의 머리를 잡고 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육봉이 끝이 목젖을 찔러대는 통에 조운은 작게 콜록거렸지만 모용환이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을 상기하고는 최대한 기침소리를 죽였다.

쏙!

사정의 조짐이 온 모용환은 힘들어 보이는 조운의 입에서 육봉을 빼냈다.

"으음... 운아."

"콜록... 네, 네."

모용환의 요구에 조운은 다시 그의 육봉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어느 순간 그의 육봉이 빳빳해지며 모용환이 신음을 토했다.

"허억!"

츄우욱! 푸슉!

절절에 달해 꼿꼿해진 그의 육봉은 첨단에서 희멀건 액체를 한가득 뿜어냈다. 그 덕분에 조운은 얼굴에 하얀 정액을 흠뻑 뒤집어쓰게 되었다.

"...아."

조운이 정액으로 뒤덮인 얼굴을 쓰다듬으며 멍하니 있자 모용환은 그녀 앞에 앉아 말을 더듬었다.

"미, 미안. 너무 기분이 좋아서 조준(?)할 생각을 못했어..."

그가 무척 미안한 얼굴로 말하자 조운은 싱긋 웃었다.

"괜찮아요. 전 오라버니의 모든 게 좋으니까요. 씻고 올게요."

정액이 흘러내리는 얼굴로 해맑게 웃는 조운을 보자 모용환은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때로는 너무 순종적인 조운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그였다. 어떻게 보면 이럴 때의 조운이 제일 상대하기 힘들지도.

강가로 걸어가는 조운을 보던 모용환은 감녕과 견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녀석, 동정이라면서 꽤 오래 가는데?"

감녕고 견사의 정사 역시 이제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해적답게 감녕의 행위는 거칠었다. 그가 허리를 힘차게 흔들 때마다 견사의 박 속 같은 젖가슴이 보기 좋게 출렁였다. 감녕이 견사의 유실을 잘근잘근 깨물자 그녀는 교성을 지르며 그의 등에 손톱자국을 남겼다.

"아아아아!"

견사는 성난 야수처럼 밀고 들어오는 육봉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의 허벅지가 푸들푸들 떨리며 허공으로 쳐들렸다.

퍽! 퍽! 퍽!

"감녕...!"

감녕의 거친 행위에 그녀의 조갯살은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지만 그녀는 아픔도 느끼지 못하고 감녕을 끌어안았다. 이제는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그녀였다.

견사가 자신의 입술을 찾아오자 감녕은 기꺼이 입맞춤하며 육봉을 최대한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흐억!"

"하아아앗!"

두 사람은 서로를 으스러져라 껴안으며 이내 축 늘어졌다. 감녕이 그녀의 자궁 안에 자신의 정을 쏟아낸 것이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감녕의 몸이 꿈틀거리는 게 꽤나 사정의 시간이 긴 것 같았다. 지금껏 축적한 정을 이 한순간에 모두 뱉어내는 것이니 당연할 것이다.

"이, 임신 하겠어요."

견사는 뱃속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꽃잎 밖으로 꾸역꾸역 새어 나오는 정액을 손으로 막으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감녕은 애정 어린 눈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매만졌다.

"당신이 잉태를 하는 편이 좋지 않소? 우리 사이가 더욱 확고해지는 것이니."

"하지만 감녕은 쫓기는 몸이잖아요."

"으음..."

사실 모용환에게 들은 계획은 여기까지였기에 감녕은 할 말이 없었다. 이제 와서 사실 거짓이었소. 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견사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아버지께 감녕을 옹호해달라고 간청 드리겠어요. 우리 가문은 여강의 전통적인 호족이니 건업 태수도 무시하지는 못할 거예요."

"묘안이오. 당신이 그렇게만 해준다면 난 건업 태수의 휘하 장수로 들어가겠소."

"감녕이 훌륭한 장군이 된다면 우리 아이도 기뻐할 거예요..."

이미 둘은 임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용환은 픽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얼굴을 말끔히 씻고 온 조운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잘 된 거지요?"

"그래. 난 월하노인이 된 셈인가? 후후."

모용환은 조운과 함께 자리를 떴다. 달빛을 받은 강물이 요요롭게 빛났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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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서서를 어떻게 하라구요? 안들려요~ 모용환이 감녕과 견사를 짝지어 준 그 시간, 조조가 머물고 있는 진류에서는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밤이 되도록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류성 내의 대전. 조조가 처음 세를 불리기 시작한 곳이었지만 허창에 비하면 손색이 많은 곳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웅장한 허창의 궁성에서 수많은 장수들을 거느리며 평정을 개최했던 조조는 이제 원소와 사마의 등 남북으로 강대한 적들을 두어 앞날이 풍전등화(風前燈火)와도 같았다.

이제 봄이 되고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조만간 원소도 공손찬을 정리하고 남하를 할 것이고 사마의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진류를 압박하고 있었다.

다행히 여포의 도움으로 복양을 탈환하여 황하를 경계로 원소를 견제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여포도 장안으로 돌아간 상태.

순욱은 고개를 떨구었다.

"방법이 없습니다... 여포가 도와준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를 이용해 사마의와 원소를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원소도 사마의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 원소에게 붙는다면 어느 정도 세력 유지는 할 수 있겠지만, 사마의를 제압하고 예전의 영토를 다시 되찾는다는 건... 어렵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곽가가 죽은 뒤 조조의 제일 참모가 된 순욱이 조조의 면전에서 불가능하다는 말을 입에 담았다. 그의 직설적인 말에 제장들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들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후는 아직 아군에 가망이 있다고 본다."

"주군..."

순유의 음성에는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 조조가 아직 예전의 영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조는 전혀 뜻밖의 말을 입에 담았다.

"곽가가 일전에 말했다. 머리 안에 천하를 담고 있는 사마의가 본후를 배반하지 않고 충신으로 남는다면 대륙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엔, 그 자신이 만나본 사람들 중 사마의와 대적할 수 있는 자는 모용환 뿐이라고 했다. 하후돈, 일전에 곽가와 함께 그를 만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조조는 하후돈에게 눈으로 묻고 있었다. 네가 보는 모용환은 어떠냐고. 하후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봉효가... 그렇게 말했다면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느 때에는 실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용환... 그는 가슴에 천하를 품고 있습니다."

"과연. 그 정도의 그릇이란 말인가. 본후가 가지기엔 천하는 너무 넓군."

"송구합니다."

조조는 말이 없었다. 천하를 가질 수 있는 자. 곽가는 그 반열에 그녀를 올리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천하를 논하기엔 부족하다는 말일 터. 하후돈을 비롯한 장수들은 그저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조의 얼굴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녀는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마침내 조조의 입이 열렸다.

"원소의 세력을 본후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

제장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신들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인형의 유리눈 같이 투명하던 그녀의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조조의 죽은 마음을 타오르게 하는 것은 오직 단 하나, 야망이었다. 오로지 야망만이 그녀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였다.

"주군. 아군은 지금 원소나 사마의의 압박을 견디기에도 벅찬 처지입니다! 그런데 원소를 치다니요!"

"그렇습니다. 설령 원소를 친다 하더라도 군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마의가 치고 올라올 겁니다!"

순유와 전위가 그녀의 말에 반대를 했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입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장수들도 비슷한 얼굴이었다.

"유비군과 동맹을 맺는다. 실상 유비군의 실세는 유비의 부군인 모용환이다. 일전에 곽가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한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순욱, 순유. 이미 유비군은 사마의나 동탁, 원소에게 비견할 만한 강대 세력이다. 본후와 동탁, 원소가 천하를 삼분하던 시대는 지났다."

"음..."

순욱과 순유는 침음했다. 무의식중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생각. 중원 삼강을 가르는 구도가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여기에 유비군을 넣는다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조조는 계속해서 말했다.

"은밀히 유비군과 동맹을 맺은 후, 수춘의 관우에게 원군을 청해 소패를 친다. 소패는 원소의 전초기지. 아군이 소패를 얻는다면 유비와 원소 사이에 방파제가 되어주는 셈이니 그들도 쾌히 승낙할 것이다."

"......"

일사천리로 흘러나오는 조조의 전략에 제장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 후에 여세를 몰아 하비와 북해를 손에 넣는다. 하비의 도겸은 유약한 인물인데다가 근근이 세만 유지하고 있는 자이니 문제될 것은 없다. 북해 또한 원술이 패망한 뒤로 기강이 문란한 곳. 어영부영 원소에게 넘어갔지만 방비는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관우와 합세하여 소패의 기령만 처리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이었다. 사마의는 설마 그들이 진류에서 기어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테니까.

"...허면 그 이후의 방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순유가 물었다. 조조는 일고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원소와는 복양, 북해를 기점으로 전선이 형성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드넓은 황하가 있다."

"그렇지만 황하만을 믿을 수는..."

"유비군에게서 포로로 잡힌 원술을 인계받는다. 원술이 우리에게 있다고 공표하면 원소 또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이미 조조는 모든 경우를 생각해 놓은 듯 했다. 제장들은 그녀의 대국을 보는 눈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는 법.

순욱이 나섰다.

"원소가 원술을 무시하고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명분이 서게 된다. 원소는 야망으로 인해 혈육을 저버린 자가 되고 이 경우 유비군에게 원군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비는 인덕이 있고 민심을 살필 줄 아는 여인, 인륜을 저버린 원소를 좌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원소가 남하한 순간, 백마의종(白馬義從)을 앞세운 공손찬이 반격을 시작할 것이다."

"... 이미 그와 사전에 약조를 하셨습니까?!"

"곽가가 살아 있을 때, 그의 간언으로 훗날을 위해 해 둔 약속이다. 원소가 전군을 이끌고 남하하면 양평에서 선비족과 맞서고 있는 비밀병기, 일천 기의 백마의종과 그의 군대가 하북을 휩쓸기로."

새하얀 백마를 탄 일천 명의 기수로 구성 된 중원 최고의 기병대. 백마의종. 흉노 못지않은 북방민족인 선비족과 오랜 세월 동안 맞서온 공손찬의 최정예병이었다. 그 기마대의 힘은 여포의 패왕기와 비등할 정도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제 그들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사마의에게 세력 대부분을 빼앗기면서 조조가 시름에 잠겨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이 방금 말한 전략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공만 한다면 연주, 서주, 청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과연 험한 난세를 헤쳐 철혈의 군주다웠다.

"본후는 밑그림만 그렸을 뿐이다. 순욱, 순유. 세부 사항을 맡기겠다. 이 전략을 좀더 완벽하게 가다듬는 것이 그대들의 할 일이다."

"예."

조조는 지체없이 다음 명을 내렸다. 그녀의 전신에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하후돈. 유비군에게 가는 사절단을 맡기겠다. 필히 성사시키도록. 이 일은 시간이 관건이다."

"존명."

하후돈은 사절단을 꾸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조조 맹덕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전략을 머리 속에 담고서. 그리고 유비와의 동맹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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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호홋 유비군이 여강을 점령하자 시상태수 한현은 급히 제장들을 소집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딱 그 모양이었다. 작년에 유비가 오성에 입성하였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녀가 이끄는 군세는 강동의 호랑이가 되어 그들 쪽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대고 있었다.

쾅!

성정이 소심하고 겁이 많은 한현은 부들부들 떨며 탁자를 내리쳤다.

"대체 어찌하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겠나!"

"형님."

한현의 동생인 한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냐?"

"항복을 한다면... 지위는 유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머저리 같은 놈!"

"어이쿠!"

하나 뿐인 동생이라는 놈이 염장을 지르자 한현은 손에 집히는 대로 아무거나 집어 던졌다. 벼루에 이마가 깨진 한호는 머리를 부여잡고 나자빠졌다. 한호를 노려보며 한참을 씩씩대던 한현은 묵묵히 서 있는 위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는 과묵하지만 위연은 이 근방에서 제일가는 맹장. 한현은 그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위연... 자네는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이던 위연이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태수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항복은 무리라고 봅니다."

"그렇지! 일전에 건업의 유요가 죽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유요 핑계를 대긴 했지만 사실 한현은 자신의 재물을 몰수당하기가 두려운 것이었다. 지금껏 떵떵거리며 잘 살다가 한 순간에 알거지가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위연도 그가 걱정하는 걸 잘 알았다.

"태수님... 송구하지만 아군에는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만한 인재가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맹장이 아니라 탁월한 지략가인데..."

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한호, 위연, 요화, 가화, 감택... 평소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는 장수들이었지만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모자라 보이는가.

"에잉!"

한현이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그의 눈치를 보던 감택이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뭐냐?"

감택의 말에 한현이 그를 윽박질렀다. 어차피 그도 반쯤은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천하에 누가 있어서 유비군에 비하면 질로나 양으로나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 그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주군을 본 감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대를 걸 수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오오! 그게 누구지?"

한현은 반색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감택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 다시 일그러지고 말았다.

"...육손입니다."

"육손? 그 빈민촌의 나무늘보 같은 계집 말이냐?"

"그렇습니다."

한현의 언성이 높아지자 감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의 반응은 당연했다. 시상에서 육손 백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빈민들과 거지들의 두령으로 그 신출귀몰한 계략에 한현이 골탕 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육손...!"

한현은 이를 갈았다. 성 내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몇 번이나 뺏긴 걸 생각하면 쳐 죽여도 시원치 않을 계집이었다. 육손이 그랬다는 걸 뻔히 알지만 언제나 물증이 없었다. 또, 백성들이 의적으로 추켜세우는 탓에 무작정 잡아들일 수도 없었다. 정말 여우같은 계집이었다.

하지만 그 머리만은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래. 그 계집의 머리라면..."



"대장!"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소녀는 살짝 눈을 떴다. 나무 그늘을 이불 삼아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있던 그녀는 나른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비록 남루한 행색에 사내 아이 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소녀의 눈은 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 제대로 단장한다면 서시도 울고 갈만한 미모였겠지만 시상의 누구도 소녀를 그저 예쁜 여자아이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래애...? 미인은 잠을 많이 자야 되니까 낮잠시간엔 깨우지 말랬잖아..."

소녀가 눈을 비비며 퉁명스레 말하는데도 거지남자은 들뜬 얼굴이었다.

"대장은 그렇게 게으르면서 어떻게 살이 안 쪄? 맨날 자는 게 지겹지도 않아?"

"항상 머리 운동은 하잖아... 소걸(小乞), 용건이나 말해. 같잖은 거면... 알지?"

거지남자은 손을 내저었다.

"감 아저씨가 태수녀석의 말을 전하러 왔어. 급한 일이래. 어? 대장?"

태수라는 말이 나왔지만 소녀의 얼굴은 여전히 나른하기만 했다. 그녀는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을 다시 들어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금 풀잎 위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말했다.

"그게 같잖은 거야... 나 잔다."

"백언. 그럴 줄 알고 내가 직접 왔다."

"감 아저씨!"

거지남자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감택이 나타나자 안도했다. 악정을 일삼는 태수 한현과는 다르게 감택은 가졌으면서도 베풀 줄 아는 자였다. 그래서 육손과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감택이 나타나자 육손은 살며시 눈을 떴다.

"...무슨 일이에요...? 귀찮게."

"태수께서 널 군사(軍師)에 임명하셨다."

"에...? 그럴 리가 없는 녀석인데..."

태수인 한현을 '녀석'이라고 칭하는 육손을 보며 감택은 속으로 한탄했다. 얼마나 덕망이 없으면 백성들이 그를 이렇게 업신여길 것인가. 물론 육손은 일개 소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사실... 서진하는 유비군을 네가 군사가 되어 막아줬으면 한다. 부끄럽지만 아군에는 너 만한 지략을 가진 사람이 없어. 나야 내정만 할 줄 알지 병법은 소홀히 했으니..."

"아아... 그런 거예요...? 하암..."

육손은 말하다 말고 작은 입을 벌리며 하품을 했다. 감택은 그 모습을 보며 고소를 금치 못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잠으로 때우는 이 천하의 게으름뱅이에게 주군의 안위를 부탁하는 자신의 신세가 왠지 한심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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