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정.
요우코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던 키츠네군은 그렇게 판단하고 입고 있던 옷에서 팔을 빼냈다.
요우코에게 시선을 향하며, 초조하게 만들듯이 천천히 벗어갔다.
넥타이를 제거하고, 와이셔츠의 목단추를 풀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익숙해지지 않은 변호사의 딱딱한 복장에서 풀려나 원래의 모습이 되었다.
키츠네군은 손에 넣은 넥타이를 던지는 대신 요우코에게 다가가서 상냥하게 양손을 뒤로 모은 뒤 그 넥타이로 묶어 버렸다.
물론 요우코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마음을 빼앗긴 듯한 표정으로 키츠네군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키츠네군은 그런 요우코를 바라보면서 나머지 옷을 벗어 소파에 던졌다.
이윽고 전라가 된 두명은 서로의 몸을 응시했다.
키츠네군이 사용할 페니스가 배에 닿을 정도로 발기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요우코의 얼굴이 조금 움직였다.
최면 암시로 타오르게 된 뜨거운 욕망의 그늘에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키츠네군의 직업적인 감에 희미하게 걸리는 반응이었다.
키츠네군은 자세히 요우코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그 뒤의 반응은 평소와 같았다.
신경쓰였지만, 그 반응을 무시하며 키츠네군은 요우코의 육체를 맛보기로 했다. 너무 맛있을 것 같은 요우코의 육체 앞에서 키츠네군 자신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되었던 것이었다.
양손을 피고 자신의 팔 안에 전라의 요우코를 받아들였다.
"응...."
작은 소리가 귀에 닿았을 때, 키츠네군은 몸의 전면 모두로 요우코의 몸을 맛보고 있었다.
탄력있는 유방이 자신의 가슴에 눌리고 있었고, 부드러운 배가 달라붙었으며, 반대로 발기한 페니스가 요우코의 음부에 닿고 있었다.
키츠네군은 양손을 요우코의 등에서부터 내려 부드러운 엉덩이를 쥐고 어루만졌다.
요우코의 머리카락에서 샴푸의 향기가 키츠네군의 코속으로 흘러들었다.
참지못하고 다시 요우코의 입술을 빼앗았다.
방금 전보다는 요우코의 반응도 괜찮았다. 흠칫흠칫하면서도 혀를 응해왔다. 뒤에 얽매인 손가락이 무엇인가를 요구하듯이 꿈틀꿈틀거렸다.
그런 요우코의 반응을 확인한 키츠네군은 혀를 뽑아낼 것 같은 기세로 입을 빨아들이며, 대답하게 입을 범해갔다.
두 개의 입사이에서 습기찬 소리와 난폭한 숨결이 몇번이나 반복해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동안에도 독립한 생물과 같이 키츠네군의 허리는 미묘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살짝 열린 보지에 페니스를 넣었다 빼었다 반복하며 요우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뒤로 돌린 양손은 엉덩이의 틈에 침입해서 요우코의 항문을 천천히 맛사지 하고 있었다.
"아, 응아......"
자극할 때마도 꿈틀하고 경련하는 요우코의 반응이 신선했다.
(항문은 처녀다. 틀림없어. 부수입, 부수입.)
빙그레 웃으며 키츠네는 요우코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그러자 요우코의 얼굴이 더욱 상기되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참는 것처럼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귀, 귀여워!)
요우코의 그런 행동에 키츠네군은 감동해버렸다.
여성이 부끄러워하는 본능적인 행동이 키츠네군의 급소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일부로 다리를 크게 넓히게 한 뒤 요우코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보지에 혀를 댔다.
도저히 25세라고 믿어지지 않는 깨끗한 핑크색의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자극하면서 약간 긴 혀를 내밀어 안으로 밀어넣었다.
"앗, 아앙.....하앗"
손을 뒤로 묶인 요우코는 얼굴을 숨기지도 못하고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호흡은 조금 난폭해졌지만 아직 진심으로 느끼고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직인가. 나 기술이 무뎌졌나?)
역시 생각한만큼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다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평소의 냉정한 키츠네군이라면 지금의 위화감을 곧바로 깨달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비너스와 같은 요우코의 나신을 앞에 두고 키츠네군도 들떠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침 그 때, 복도를 무섭게 울리며 추잡스러운 비명이 지나쳐갔던 것이다.
물론 아라이구마였다.
키츠네군은 그것을 듣고, 푸우 하고 뿜어버렸다.
그리고 괴로운 듯이 웃음을 눌러참았다.
(정말.... 아라이구마씨도, 좀 더 의심할 줄 아는 쪽이 좋을 텐데. 진짜.)
여러가지 일에 의해, 떠올랐던 의문도 날아가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키츠네군의 자제심도 이제 한계에 도달해있었다.
(우선 기념의 일발을 내고나서 천천히 녹여가기로 하자.)
키츠네군은 얼굴을 올려서, 정상위의 자세로 요우코에게 겹쳐갔다.
혀로 적셔놓은 입구는 매끄럽게 키츠네군의 페니스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안쪽으로 집어넣으려고 하니 묘하게 힘들었다.
(왜 그러지....... 진짜, 힘드네....... 이 누나 단련해둔건가.)
조금 전부터 뭔가가 삐걱거리는 듯해서 키츠네군도 초조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뜻밖에도 요우코 자신이 협력적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키츠네군의 침입을 거절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암시에는 실수가 없었다. 그것은 프로인 키츠네군의 눈에 분명했다.
(흥, 귀찮아. 그냥 억지로 해버린다!)
그리고 키츠네군은 양손으로 요우코의 허리를 잡아 고정한 뒤 체중을 실어 단번에 페니스를 근원까지 찔러넣었다.
부찍! 찍!
둔한 소리와 함께 노렸던 대로 페니스는 근원까지 침입을 완수했따.
그리고 동시에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큰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아앗!!"
그러나 그것은 환희의 소리가 아니고 분명한 비명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독특한 반응은......
키츠네군은 눈을 둥글게 뜨고 스스로의 하복부를 내려다보았다.
제대로 근원까지 박혀있는 페니스를 이번에는 천천히 뽑아냈다.
근원은 요우코가 분비한 애액이 묻어나오고 있었지만 뽑아가는 정도에 따라 그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반 정도 뽑았을 때, 키츠네군이 예상하고 있던 것이 발견되었다.
페니스에 흠뻑 묻어있는 선혈.
(처, 처녀!........진짜?!)
키츠네군은 망연한 표정으로 요우코의 얼굴과 아름다운 몸을 교대로 보며 비교했다.
(25세에 이 미모, 이 몸매로 처녀?)
이 세상의 7대 불가사의를 마주한 것 같은 표정으로 키츠네군은 굳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깨달은 키츠네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크, 크, 크, 큰일났다! 큰일났어, 큰일났어, 젠자아아앙-!!)
키츠네군은 태어나서 이렇게 당황한 일이 없었을 정도로 당황해하며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아웃!"
그 충격에 요우코는 희미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키츠네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당황해하고 있는 키츠네군이었다.
멈춰있던 눈동자가 천천히 의지를 지닌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요우코가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이 있는 장소에 위화감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를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키츠네군의 암시가 풀리기 시작하는 징후였다!
술자인 키츠네군의 동요가 빠져나올 수 없었던 최면 암시의 감옥에서 요우코를 풀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되찾고 있는 요우코를 눈 앞에서 보고 믿을 수 없는 키츠네군은 망연해하며 서있었다.
눈은 열려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크라운이 이 현장을 보면 쇼크로 눈을 가려버릴 것 같은 상황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사태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가버리지 않았다.
이 절대절명의 상황속에 있으면서 키츠네군은 무엇인가를 투덜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큰일이다. 어떻게 하지, 망했다, 빨리, 그래, 빨리 확인하지 않으면!"
갑자기 무엇인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손뼉을 친 키츠네군은 팍하고 몸을 날려 문을 열고 복도로 달려갔던 것이었다!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요우코도 놀라서 키츠네군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러나 문을 닫기 직전, 키츠네군은 한순간 뒤돌아보며, 자신을 깜짝 놀란 것처럼 보고 있는 요우코와 시선이 마주쳤다.
거기서 간신히 키츠네군은 요우코를 생각해낸 것 같았다.
눈이 다시 크게 떠졌다.
달리기 시작하려는 몸에 급브레이크를 걸며 얼굴만 방에 내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요우코! 프리즈, 마인드!"
그 소리를 들은 순간 요우코는 귀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이 전신을 떨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되면서 침대위로 넘어졌던 것이다.
마치 죽은 것처럼, 건전지가 다된 인형과 같이, 살짝 눈을 감은 채로.
최면 도입의 기초 레벨에 있어서의 필수 아이템, '중지'였다.
키츠네군은 요우코의 반응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팬티도 입지 않고.
(2-12) 작은 균열 - 후편(後編)
드다드다, 드드드드드다!
방금 전 아라이구마의 재현처럼 키츠네군도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려서 사장실의 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잠겨있는 문은 시원스럽게 경량급의 키츠네군을 튕겨낸 것이었따.
"우- 왜 닫혀있는 거야!"
부딪친 이마를 어루만지면서 키츠네군은 고함쳤다.
"괜찮습니까, 주인님?"
너무 당황하고 있었기 때문에 렌도 깨닫지 못한 키츠네군이었지만 도와서 일으켜지면서 그 존재를 알아차렸다.
회사의 복도에 알몸의 두 명이 주저앉아있는 기묘한 광경이었지만, 그런 일을 신경쓸 여유가 키츠네군에게는 없었다.
렌의 얼굴을 보자마자 외쳤다.
"렌! 부셔버려!"
마치 쇼우타로우 남자과 같이 문을 가리키는 키츠네군.
그리고 거기에 호응하는 철인 렌.
"하!"
가벼운 기합과 함께 간단하게 문이 부셔졌다.
키츠네군은 렌에게 칭찬의 말도 하지 않고 쏜살같이 방안에 뛰어들었다.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람의 그림자가 없었다.
키츠네군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어느새 렌이 곁에 붙듯이 서있었다.
그리고 책상의 그늘을 가리키며 키츠네군에게 말했다.
"저기입니다."
렌의 손가락 끝에 살짝 드러난 신사복의 옷자락이 보이고 있었다.
"크라운씨! 장난치지 마세요!"
키츠네군은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크라운에게 다가섰다.
"아, 아니, 그런데...어? 키츠네군, 어떻게 된겁니까, 그 모습은?"
크라운은 몹시 놀라서 키츠네군을 보았지만, 키츠네군은 그런 일은 안중에도 없었다.
"크라운씨! 계약서는? 계약서!"
"에? 계약서라니......어느?"
"요우코의 것이요!"
"아, 그건 책상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키츠네군은 크라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책상에 달려들어 자료를 휘저었다.
그리고 찾아낸 계약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등이 긴장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렌.
그러나 자료를 끝까지 읽고, 다시 한 번 자세히 읽은 뒤 키츠네군은 긴장을 풀었다.
"하-."
탈진한 듯이 키츠네군은 책상 앞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렌이 재빠르게 다가가 뒤에서부터 안아든뒤 소파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뭔가 명령하기 전에 키츠네군의 하복부에 얼굴을 파묻고 요우코의 버진의 피가 묻은 페니스를 날름날름 빨아서 깨끗하게 만들었다.
진심으로 충성을 맹세한 렌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침착해진 키츠네군에게 크라운이 물었다.
그 물음에 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키츠네군이 대답했다.
"아니, 조금 놀랐어요. 알고 있었습니까? 요우코는 처녀였어요."
키츠네군의 말에 크라운도 눈을 크게 떴다.
"그게...... 정말 진짜입니까?"
"진짜입니다. 묘하게 반응이 안 좋아서, 그냥 넣어버렸는데, 찢어지는 소리가 나 뽑아보니 피가 흠뻑-."
"그렇습니까? 부수입이군요. 근데 도대체 왜 당황했던 겁니까?"
그 질문에 키츠네군은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그 미모에 그 몸매에요. 절대로 주문서에 '버진을 나둘 것'이라고 요구되어있다고 생각했어요. 진짜로 시퍼렇게 질렸었어요."
그것을 듣고 크라운도 납득한 표정이 되었다.
"아, 그런 일이었군요.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군요. 지금부터는 좀 더 신중하게 해서 부수입에 흠뻑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요."
크라운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에 약간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까?"
그러나 완전히 회복한 키츠네군은 그런 크라운의 도발에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렌을 사용할까요? 이제 크라운씨의 차례였는데."
"어, 어, 어? 벌써 제 차례였습니까? 아라이구마군은 벌써 끝난 겁니까?"
바로 그 때 표정을 느슨하게 하며 크라운이 키츠네군을 보았다.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라이구마씨도 괜찮죠?"
키츠네군은 망가진 문의 그늘에서 조심스럽게 도둑걸음으로 나오고 있는 아라이구마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아라이구마는 굳은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더니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어 키츠네군을 보았다.
"나는............괜찮아. 하하하..... 끝났으니까 크라운씨가 좋으면 사용해요."
어떻게든 웃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키츠네군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고 있던 렌이 살짝 아라이구마의 얼굴에 시선을 향한 순간, 한순간에 얼굴이 굳어져 문에 달라붙어 뒷걸음질 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키츠네군은 견딜 수 없다는 것이 말했다.
"아하하하하! 아라이구마씨, 이제 괜찮습니다. 렌에게 깨물지 말라고 말해뒀으니까요."
키츠네군이 손을 흔들며 아라이구마를 불렀다.
그러나 아라이구마는 '또 속을 것 같냐'하는 표정으로 키츠네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잘도 했구나, 키츠네. 장난치지마. 나는 이제 두번 다시 그 여자에게 다가가지 않아!"
"또, 또, 아라이구마씨 답지 않게. 자, 이렇게 맛있을 것 같은데."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주저앉아있는 렌을 자신의 무릎에 올리며 크게 다리를 벌리고 한 손가락으로 렌의 보지를 좌우로 넓혀보였다.
무심코 시선을 빼앗기는 아라이구마.
그러나 강렬하게 바라보다가 렌의 시선에 노출된 순간, 아라이구마는 '히!' 하고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어머나... 조금 강렬했던 걸까.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나?"
키츠네군은 미안한 표정으로 렌의 시선을 가리고 아라이구마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라이구마도 눈썹을 내리며 불쌍한 표정이 되어 숨을 내쉬었다.
"뭐야, 진짜. 너 이 여자에게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진짜로 죽는 줄 알았어."
"아-, 정말 미안해요. 전에 팬더씨로부터 계승했을 때 조교의 사정으로 렌의 무의식 중에 걸려 있던 심리 억제를 풀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상태가 되도록 튜닝한 것이 조금 전의 B모드였던 거예요."
"최고의 튜닝? 그게 뭔데?"
"그러니까 렌의 뛰어난 동체 시력이나 반사신경, 거기다 근력과 균형 감각이 100% 발휘되도록 한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키츠네군은 말하기 어렵다는 듯 말을 흐렸다.
"아직도 있어?"
아라이구마는 반은 놀랍다는, 반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그리고............. 대인 공격에 대한 억제도.........."
키츠네군은 말을 흐렸지만 아라이구마의 얼굴은 바뀌었다.
"뭐, 뭐, 뭐! 뭐라고?! 너, 대인 공격의 억제로 풀었던거냐! 그런 괴물을 나에게 보냈다고 하는 거냐!"
아라이구마는 먹이를 보듯이 키츠네군을 노려보았다.
"앗, 아니, 그렇지만, 그렇지만 렌에게 코피를 흘리는 정도로 해두라고 말했어요."
키츠네군은 양 손을 흔들며 아라이구마에게 설명했다.
그것을 듣고 아라이구마도 납득할 수 있었다.
렌의 심상치 않은 살기에 비해 뜻밖에 받은 데미지가 적었다.
(뭐, 약간 심한 장난이었던 것 같다........)
아라이구마는 키츠네군의 해명을 믿었지만, 그렇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하! 어쨌든 좀 전의 여의에 대한 것은 잊어둬."
그렇게 말하며 아라이구마는 팍-!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저자세였던 키츠네군이 뺨을 부풀렸다.
"네-! 심합니다! 약속했지 않습니까!"
"흥! 나의 순진한 마음에 상처입힌 벌이다. 다음에 사진을 줄테니까 자위라도 해."
아라이구마는 망설임없이 팔짱을 끼고 단언했다.
"에-, 처음부터 아라이구마씨가 요청했잖습니까. 처음에는 온순했는데."
"바보자식. 그런 것도 한도가 있어.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은 죽음의 신을 상대로는 섹스가 되지 않아."
아라이구마에게 약속이 깨져 기분이 나빠진 키츠네군은 아라이구마의 등을 보고 나서, 무릎위에 앉아있는 렌에게 말했다.
"아-, 분명히 약속했는데. 렌,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자 렌은 고양이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키츠네군을 올려보면서 싱긋 웃었다.
한편 아라이구마는 반대로 일순간 몸이 굳어졌다.
"비, 비겁자."
그런 아라이구마의 동작에 키츠네군은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물론 이대로 여의를 안게 해달라고는 말하지 않아요. 지금 아라이구마씨의 구멍을 준비할께요."
키츠네군은 매우 기분 좋게 일어섰다.
(*** 원래 위의 대사에서 알 수 없는 일본어들이 있어 맘대로 편역?했습니다. 한데 위의 문장 중에 '어디의 방언인지 알 수 없는 표현'이라는 부분이 들어가므로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그 부분을 빼고, 그 위의 대사는 뜻이 통하게 만들어넣었습니다. 뭐, 이런 부분은 많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크라운씨. 렌의 입을 마음껏 사용해주세요. 아라이구마씨는 이대로 이 구멍을 사용해주세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렌의 얼굴을 크라운의 하복부에 파묻게 한 뒤 흰 엉덩이만을 아라이구마를 향해 내밀었다.
이것이라면 렌의 시선과 부딪칠 일이 없었다.
더욱이 키츠네군의 손에 렌의 보지가 벌어져있어서 촉촉하게 습기찬 기관이 방의 불에 의해 노출되었다.
'언제라도' 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아라이구마의 시선도 열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하던 아라이구마는 어울리지 않는 안숨을 토해내며 시선을 돌렸다.
"안돼...... 역시 안돼."
"네-? 어째서?"
키츠네군이 놀라서 소리를 높였다.
그에 대해 아라이구마의 반응은 간단했다.
"서지 않는다."
"에?"
놀란 키츠네군의 시선이 아라이구마의 하복부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평소의 부푼 곳이 없었다.
"에-."
정력 덩어리같은 아라이구마로부터 설마 이런 대사를 들으리라고는.......
키츠네군은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 진짜 미안해요, 아라이구마씨. 정말로 미안해요. 진짜로 트라우마가 된겁니까?"
"아니, 뭐, 그러게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아. 아직 조금 전의 인상이 너무 강해."
키츠네군이 진지하게 사과했으므로 아라이구마도 풀어진 것처럼 대답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그 자리에서 팔짱을 끼고 "으응"이라며 생각에 잠겼다.
"이봐, 이봐, 그렇게 심각하지........"
아라이구마가 그렇게 말했을 때 키츠네군은 갑자기 눈을 뜨며 밝게 손뼉을 쳤다.
"그렇다! 렌 대신에 여동생을 드릴께요."
"어? 여동생? 누구야, 그건?"
"그러니까 요우코의 여동생, 아마 미키라고 했던가?"
"너의 타켓이야? 사진 있어?"
아라이구마도 의외로 내켜했다.
"네. 조금 전의 계약서에 있습니다. 아, 이거이거."
키츠네군은 방금 전의 계약서를 찾아 이시다 자매의 사진을 아라이구마에게 보였다.
"우왓-! 미인이잖아. 너 변함없이 좋은 건만 한다. 에이미, 렌 다음에 이거냐!"
아라이구마는 방금 전까지의 풀죽은 표정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사진을 주시했다.
콧김까지 난폭하게 뿜어나왔다.
자지는.. 준비 OK였다.
"그 년은 몇살?"
"요우코가 25, 미키가 17."
"쿠-! 맛있을 것 같다, 이 누나쪽! 그리고, 뭐, 이 누나 처녀였다고?"
"그래요. 하지만 아라이구마씨, 여동생쪽이니까.........."
키츠네군은 조금 불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실은 아라이구마도 키츠네군과 같이 연상취향이었던 것이다.
"너, 심하다."
"무슨 사치스런 소립니까. 이런 미인 대학생은 거의 없어요."
키츠네군은 주문서에서 미키의 사진만을 아라이구마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부정은 않겠지만 이 누나의 건방질 것 같은 표정을 봐. 드센듯하잖아. 정말, 미인이라고 해도 렌같은 눈은........"
아라이구마는 키츠네군의 손에서 주문서를 빼앗으며 요우코의 사진을 보고 흥분했다. 그러나 렌의 이르을 내버린 순간 레이저 빔같은 시선을 시야의 구석에서 받아버려, 아라이구마는 일순간 굳어버렸다.
"아니, 아니, 다, 당신과 비슷한 수준의 미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네."
렌은 크라운의 자지를 혀로 햝으면서, 자지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 곁눈질로 아라이구마를 응시했다.
이미 아라이구마는 렌의 하인 상태였다.
"아라이구마씨, 여기는 여동생으로 하는 쪽이 무난해요."
2명의 모습을 관찰하던 키츠네군은 일부러인것처럼 작은 소리로 아라이구마에게 말했다.
"그래. 부탁한다. 그 쪽으로 해줘."
"예! 그럼, 앞으로 3시간 정도 기다려 줄 수 있어요?"
"3시간인가.........OK. 그럼 나는 식사도 할 겸 나간다. 그 뒤 우리 애들의 검사를 겸해 사원 기숙사라도 가있을께. 아마 아이코나 레이코와 있을 테니까 연락해줘."
이렇게 해서 소동은 종결되고 아라이구마는 자지를 부풀리며 식사하러갔다.
크라운은 2명의 대화를 어디서 부는 바람같이 넘기며, 렌의 입을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츠네군 자신도 간신히 안심하고 요우코의 몸을 맛보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
"요우코! 프리즈, 마인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머리로 망연히 의자에 앉아있던 팬더의 귀에 갑자기 난폭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키츠네군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방금 전 아라이구마의 재현을 하듯 시끄러운 발소리가 스쳐지나갔다.
(키츠네군? 있었어?)
팬더는 무의식중에 문을 열고 복도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사장실의 문에 부딪쳐 튕겨나간 키츠네군과 그것을 간호하는 렌의 모습이 있었다.
당연한 것처럼 명령하는 키츠네군과 주저없이 따르는 렌.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와 표정, 그러나 팬더의 눈에는 거기서 자신이 만들 수 없었던 강한 신뢰감으로 결합된 2명의 모습을 보았다.
(렌.)
문의 그늘에서 훔쳐보고 있던 자신이 갑자기 의식되어 팬더는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반대방향으로 얼굴을 향했다.
그러자 반쯤 열려있는 10호실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방금 전 키츠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중지워드였다. 방금 전의 것은.)
그렇게 생각한 팬더의 귀에 키츠네군들이 사장실에서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 앞에 유혹하듯이 입을 벌리고 있는 문.
팬더의 목이 소리를 냈다.
문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팬더는 눈 앞의 광경에 일순간 정신을 빼앗겼다.
자신의 방과 똑같은 형태였고 그 뿐만 아니라 정리정돈이라고 하는 점에서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차이라고 좋은 참상이었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한 번 보자 그런 사소한 일은 의식에서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마치 자신이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같이 흰 피부를 빛내고 있는 요우코가 자고 있었다.
다시 팬더의 목이 꿀꺽하고 소리를 냈다.
(죽었어? 아니면 인형인가?)
팬더가 그렇게 느낄 정도로 지금의 요우코에게 생물로서의 느낌은 없었다.
투명한 것 같은, 요정과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미', 그것이 느껴졌다.
입구에서 잠시 멈춰선 채로 요우코를 응시하고 있던 팬더는 이윽고 끌어당겨지듯이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요우코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서서히 그 검은 눈동자에 비치는 현실에 팬더의 정신이 눌려지는 듯해,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와- 이것이 '기초'인가! 이것이 키츠네의 진정한 실력인가!)
팬더는 자신의 최면 심도와는 너무 너무 다른 키츠네군의 힘을 지금 처음으로 알았다.
완성된 인형은 주문마다 요구가 달라서 비교하기 힘들지만, 기초 레벨에서는 그 차이가 분명했다.
기초 레벨의 규정은 '기억을 지배하는 것'뿐이었다. 그 점을 완수하고 있다는 것에서 팬더와 키츠네군의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현실의 눈앞에서, 의식이 고정되어 있는 요우코의 모습은, 거의 죽은 사람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1분간 몇 차례의 호흡과 거기에 호흥한 심장박동, 살짝 열린 눈꺼풀 사이로 속이 빈 것 같은 검은 눈동자가 올려다보고 있었다.
손가락을 무심코 내밀어 닿은 피부는 서늘해서 체온을 느낄 수 없었다.
중지. 모든 생활 반응을 극한까지 저하시켜, 육체 및 정신의 활동을 일시정지 상태로 만드는 것.
여기에 그 글자의 뜻 그대로의 표본같은 인형이 있었다.
(뭐냐,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지!)
팬더는 자신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과거 가장 잘 만들었던 인형도 중지시키면 숙면하고 있는 정도였다.
단순한, 기본 중의 기본과 같은 암시였다. 마인드 서커스라면 누구나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해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팬더도 요우코의 최면의 깊이, 그 굉장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간사하다, 간사해. 키츠네, 너만, 너만 어째서 뛰어난거냐!)
충격으로 망연해진 팬더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선명하고 강렬한 질투였다.
(나의 렌을........ 정성들인 나의 인형을 빼앗고! 거기다 이번에는 이렇게 훌륭한 인형까지! 불공평해!)
어느새인가 팬더의 귀에 킨-! 하고 금속성의 귀울림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밀리듯이 한순간 멈췄던 그 눈동자에 끈적거리는 듯한 질투와 무거운 광기가 천천히 확대되었다.
(우연이다. 이런 건, 우연이라고 정해져있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 유일하게 눈을 돌리는 방법. 팬더의 정신은 간단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안돼, 키츠네군. 최면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냐. 우연히 잘된 것가지고 잘난척하면 안돼. 그러니까, 내가 가르쳐주지. 선배로서, 일의 엄함을 말이야.)
팬더의 입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방금전부터 계속되던 귀울림이 더욱 강해져 팬더 자신의 마음 어딘가에서 울려퍼지는 필사의 절규를 완벽하게 지워없애버렸다.
그 눈동자에 넘치는 듯한 어둠의 의지에 이미 망설임은 없었다.
"요우코, 메르트 마인드."
규정되어있는 문장이 팬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자 눈 앞의 요우코에게서 눈부신 변화가 시작되었다.
한순간 감전된 것처럼 몸이 경련하며 뒤로 젖혀지더니, 곧바로 폐에 가득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다음 순간 죽은 듯이 인형처럼 눕혀져 있던 요우코에게 생생한 생명력이 소생해왔던 것이다.
그 선명한 변화에 무심코 정신을 빼앗긴 팬더.
망연한 표정의 팬더에게 요우코는 그 시선을 향하며 미소지었다.
고민이 없는 듯 깨끗한 표정안에서 키츠네군의 최면의 그림자를 본 팬더에게는 이제 한 조각의 망설임도 없었다.
"요우코, 자, 잘 들어........나의 목소리만을........"
인형사 팬더의 어둠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그리고 불과 5분도 안되어 끝난 팬더의 암시는, 키츠네군의 최면 레벨로 요우코 속에 인쇄된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인쇄된 것인지, 그것은 이 방에 있던 2명을 제외하고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팬더가 모든 뒤처리를 끝내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나서 5분정도가 지났을 때, 그제서야 키츠네군은 나타났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프리즈 되어있는 상태의 요우코에게 어떤 의심도 가지지 않고 다가갔다.
"요우코- 응! 메르트 마인드!"
그리고 해제 워드를 낸 뒤 자연스럽게 요우코의 유방에 얼굴을 파묻은 키츠네군은 기우로 허둥댄 시간을 되돌리려는 것 같이 요우코의 육체를 즐겼다.
그 키츠네군조차 극상인 요우코의 육체에 매료되어 설치된 폭탄을 알아차릴 방법이 없었던 것이었다.
(2-13) 미키, 함락.
약속한 역 앞의 혼란스러움 속에 우두커니 서있는 미키는 이제 될대로 되는 기분으로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였지만, 미키는 사람들이 마구 달려들어 헌팅당하고 있었다.
뛰어난 미소녀가 교복 차림으로 사람을 기다린다는 듯이 혼자 서있자 그렇게 된 것이었다.
술주정꾼 아저씨에서부터, 세련된 호스트계, 발정한 것은 대학생, 미남자계의 대학생........
말을 걸어오거나, 둘러싼 뒤 갑자기 어깨를 끌어안으려고하는, 마치 등불에 몰려드는 벌레들 같이 미키의 주위에는 남자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후-, 대체 왜 이렇게 다가오는 거야! 이렇게 기분나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조금쯤은 눈치있게 굴면 좋잖아!)
미키의 경우, 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목소리를 내서 말하고 있었지만 주위의 남자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헤에-, 바람맞은 거야? 남자친구 오지 않는 거야? 내가 재밌는 곳으로 데리고 가줄까?"
"너, 이런 시간에 대학생이 뭐하고 있는 거야? 어디든 아저씨가 데리고 가줄까."
"네, 네, 누나, 우리들하고........" "이봐, 이봐, 녀석에게서 떨어져. 녀석은 나와........." "아가씨,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힘드니까.........."
(부탁해-, 언니, 빨리 와!)
불과 10분만에 비명을 지르고 싶어진 미키는 다음 순간 강제로 어깨를 끌어당겨졌다.
"됐어!"
이것으로 미키의 인내도 끊어졌다.
고양이와 같은 눈동자에 노기가 가득차고, 상대의 얼굴도 보지 않은체 몸을 슥하고 가라앉히며 발을 날렸던 것이었다.
더할 나위 없는 타이밍에 상대의 다리를 후려친 미키는, 그러나 다음 순간 상대의 체중이 사라진 것을 어깨에 걸린 손을 통해 느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축인 다리의 무릎을 뒤에서 가볍게 차여서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꺄아"
균형을 일었을 때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의해 강제로 돌아보게 되자, 그곳에 있는 것은 눈썹을 살짝 치켜뜨고 있는 렌의 얼굴이었다.
"정말, 자매 모두 말괄량이잖아."
"렌씨......... 죄송합니다."
미키는 얼굴을 붉혔다.
"언니는 어디있습니까?"
"아직 변호사 강사님과 회담중. 따라와, 안내해줄테니까."
렌은 그렇게 말하고 휙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명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이 두 무리로 나누어져 렌의 앞에 길이 생겼다.
마치 영화와 같이 사람들이 비켜서는 모습을 미키는 감동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황해서 뒤를 쫓은 뒤 미키는 렌의 팔에 달라붙었다.
"저, 렌씨. 어째서 남자들이 다가오지 않아요? 뭔가 비결이 있어요?"
미키는 생각하는 것을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 미키를 렌을 힐끗 쳐다보며 짧게 대답했다.
"있어."
미키는 그렇게 간단히 대답한다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몹시 놀랐다.
"있어요? 가르쳐, 가르쳐주세요! 정말 귀찮았어요, 조금 전부터........."
미키는 열을 내면서 렌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문득 시선을 올려 렌의 눈을 바라본 순간, 갑자기 등골에 차가운 전율이 흘러 말을 잃었다.
다갈색의 눈동자 안쪽에 육식동물을 생각케 하는 노기가 소용돌이치며, 한순간에 미키를 압도했던 것이었다.
확실히 잡고 있던 팔을 놓아버리며 미키는 무의식 중에 렌에게서 멀어졌다.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알았어?"
망연히 올려보는 미키에게 원래대로 돌아온 평상시 모습의 렌이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렌씨? 지, 지금?"
미키는 충격을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아무것도 아냐. 요점은 상대 남자를 때려줍힐 생각으로 노려보고 있으면 되는 거야."
렌은 그렇게 가볍게 말하고는 빨리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키는 그 뒤에 붙어 따라가면서도, 두근거리고 있었다.
(뭐였지, 지금의 렌씨? 정말로 화냈다. 왜? 어째서? 내게 무엇인가 비위에 거슬리는 짓을 한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사과할까.)
하지만 미키로서는 렌이 기분 나쁜 이유를 추측하는 일을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왜냐면 렌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은 미키에게가 아니라 키츠네군이 열중해서 안고 있는 요우코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냐, 그 여자! 요우코 놈, 혼자서 치고 빠지다니, 성격 나쁜 것에도 정도가 있지! 나의 키츠네님에게 버진을 바치다니!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전에 요우코의 집에 갔을 때 억지로라도 처녀를 받아두는게 좋았는데.)
미키의 상상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렌은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미키는 그런 렌의 태도에 당혹해하며, 희미하게 렌에 대해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통의 여고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키의 정신력이나 운동신경은 뛰어나게 우수했지만 언니인 요우코에 비하면 역시 열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미키에도 요우코를 능가하는 것이 있었다.
그 하나가 감각의 예민함이었다.
오감이 보통보다 민감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통합해서 거기서부터 이끌어내는 추론이 놀랄 정도의 정확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 표정, 그리고 말하는 것에서, 그 자리의 분위기를 읽고 받아들이는데 있어 천재적이었다.
그런 미키의 안테나에 희미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본인의 의식 밖에서 그 바이오 센서는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
한편 그 무렵, 요우코는 폭풍우와 같이 잇달아 몰려오는 쾌감의 물결에 녹아들어 새하얀 피부를 전부 붉게 물들이고, 키츠네군의 방 침대위에서 몸을 경련시키고 있었다.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요우코를 반응하게 할 수 없었던 키츠네군이었지만, 상대가 처녀라는 것을 알면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요우코, 이번에는 여기야-."
키츠네군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요우코의 귀에 닿는 것과 동시에 양쪽 겨드랑이에서 전기와 같은 쾌감의 신화가 요우코의 등골에 도달해 몇십번째인가의 경련이 전신을 덮쳤다.
"쿠우--웃! 앗, 앗, 쿳, 응응응응응앗, 하히잇! 좋아좋아좋아!!"
이미 짐승의 울음소리같이 헐떡이는 목소리밖에 요우코의 입에서 나오지 않게 된지 오래였다.
그리고 경련은 회수를 거듭할 때마다 강해지고 길어져, 요우코의 체내에 삽입한 키츠네군의 페니스를 아플 정도로 조여오게 된 것이었다.
암시로 아픔을 완전하게 지워없애니 요우코의 보지는 성숙한 어른의 여자로서 적합하게 애액을 끊임없이 분비하고 있었다.
키츠네군은 자신의 배 아래에서 쾌감에 휩싸인 요우코를, 미소지은채 바라보고 있었다.
만든지 얼마안되는 조각상같이 조용하고 아름답게 잠들어있던 요우코가 지금은 전신을 성기처럼 바꾸고 자신의 정액을 짜내려고 미친 것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다.........
남자로서, 그리고 인형사로서의 정복욕구와 프라이드를 만족하는 순간이었따.
(후후후, 이 딱딱한 누나, 과연 25년간 모으고 모아온 성욕이라 대단하다. 제 2 단계의 도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어...... 이제......)
키츠네군이 슬슬 마지막 피니쉬에 들어가기 위해 요우코의 허리에 양손을 대고 몸의 자세를 잡았을 때였다.
베개 옆에 나둔 인터폰이 짧은 전자음을 냈던 것이였다.
"아, 벌써 와 버렸나?"
키츠네군은 벽의 디지털 시계를 보고 의외로 시간이 지나있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폰은 미키가 도착한 신호였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은 간단하게 손가락을 내밀어 인터폰의 디스플레이에 화상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자 감시 카메라에 보인 렌과 미키가 비추어졌다.
그 순간 수십미터 떨어진 접수처에 여동생이 서있었다.
"괜찮네. 사진보다 맛있을 것 같잖아."
키츠네군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스스로를 잃고 쾌락에 방황하고 있는 요우코에게네는 물론 그것이 여동생을 본 감상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키츠네군은 그런 2명의 모습을 눈으로 비교한 뒤 중단하고 있던 피니쉬를 재개했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페니스를 요우코의 보지에 찔러넣고 꺼낼 때마다, 그 강력한 마찰을 힘주어 조여오는 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러자 금새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의미불명의 교성과 침이 흘러나왔다.
이제 완전히 키츠네군의 섹스 테크닉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자, 이시다 자매의 두사람...... 오늘 밤을 생애 최고의 밤으로 만들어줄께요. 후후후, 내일부터 시작되는 최저의 나날에 대한 댓가를 미리 받아주세요.)
키츠네군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모니터에 비친 미키의 얼굴을 보고, 위로 돌리며 젖히는 것 같은 자세로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스스로의 페니스를 요우코의 보지 가장 깊숙한 곳에 꽂아넣었다.
다음 순간 요우코의 체내에서 무서운 기세로 뜨거운 애액이 쏟아져왔다.
그리고 요우코도 그 뜨거운 물보라를 체내에서 느낀 순간, 결국 마지막 큰 파도에 삼켜져서 체내의 세포에 쾌감의 기억을 심으며 전신을 경련시키고 침대 위에서 활처럼 신체를 뒤로 젖혔던 것이었다.
"쿠우우웃! 우우우우우우우!!"
마지막 헐떡거림이 방안에 울려퍼졌다. 1초, 2초.......
그리고 의식이 멀어지는 것 같은 공백의 시간 뒤, 요우코는 결국 몸의 긴장을 풀고, 온 몸에서 모든 힘을 빼고 침대에 신체를 눕혀갔다.
"아후우우우우-."
마치 어릴 때로 되돌아간처럼 요우코는 완전히 무방비하게 키츠네군 앞에서 몸을 열어보였다.
기억이 조작되고 거짓의 이야기에 지배되고 있는 지금의 요우코는, 가장 사랑하는 애인과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 안심과 평온함, 그리고 육체에서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쾌감과 그 뒤의 기분 좋은 탈진감에 심신 모두를 가득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요우코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심리적인 발군의 균형을 무너트릴 강렬한 집착이 되리라는 것을 지금의 요우코는 알리가 없었다.
*
그리고 겨우 5분 뒤였다.
미키는 안내된 상담실의 소파에 앉아 렌과 2명이서 요우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옷을 갈아입은 키츠네군이 나타났던 것이었다.
그 방에 안내되고 나서 미키는 무의식중에 렌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좀 전에 느낀 위화감은 지금은 전혀 느껴지고 있지 않았다.
(나, 왜 렌씨를 상대로 긴장하는 걸까.....)
미키는 무의식중에 경계의 긴장을 천천히 낮추려고 하고 있었다.
그럴 때 키츠네군이 방에 나타났던 것이었다.
미키는 아무렇지도 않게 키츠네군을 본 순간, 기분 나쁜 파동이 전신을 지배하는 것처럼 느꼈다.
넘치는 충격에 미키 자신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미키의 당황스러움에 관계없이 그 심장의 고동은 분명하게 빨라지고 있었으며, 토하는 숨에는 아드레날린의 향기가 섞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 위화감은!)
미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키츠네군의 얼굴을 응시했다.
"처음뵙겠습니다, 츠네키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오는 길에 호출해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오는 상대의 표정, 그리고 내밀어진 오른 손.....
미키는 지금 완전히 의식하며 체내의 센서를 풀가동시켜 상대의 생각을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미키의 표정에 놀람과 긴장이 떠올랐다.
(읽을 수 없다! 어째서? 뭐야, 이 사람!)
기분 좋을 정도로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인데, 마치 가면을 보는 것처럼 그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밀어진 손은 따뜻하고, 상냥했다.
그러나 평상시라면 전해져 올 상대의 감정이 지금은 텅빈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미키는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한 손을 배에 대고 심호흡을 했다.
(침착해, 잘 생각해. 도대체 나는 왜 그렇게 놀랐던 것일까?)
미키는 자신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그만큼 재빨리 전력을 다해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남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마츠다씨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거기에 렌은 짧게 대답했다.
"아니오. 직업상 기다리는 것은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평소의 낮고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미키는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렌씨! 연기하고 있다!)
남자의 그것과는 달리, 렌의 반응은 지금 미키의 날카로워진 감각에 분명하게 느껴졌다.
(진짜는 좀 더 친해, 이 2 명! 위장하고 있다, 나에게.......)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남자와 자신에게 대해서 연기하고 있는 렌.
미키는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마치 거미줄에 얽매인 나비같은 기분이 되었다.
밝고 기분좋은 방이었는데 어느새인가 마의 동굴로 보이기 시작했다.
미키는 마치 미지의 생물을 만난 것 같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시선을 키츠네군의 얼굴로 향했다.
그런 미키를 이상하다는 보고 있는 키츠네군.
2명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을 때 미키는 갑작스럽게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던 것이었다.
(이, 이 향기, 언니의 향기다!)
미키는 샴푸뿐만 아니라 언니의 체취, 그 자체를 키츠네군에게 맡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어째서? 이 사람, 언니하고 무엇을 한거지?)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했다.
보통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 이렇게 냄새가 배기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품행단정한 언니가 만나자마자 남자에게 안기는 일, 미키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 언니는.......?"
미키의 입에서 무심코 그런 말이 빠져나왔다.
"아, 누나말입니까? 지금은 저희 보스와 상담하고 있어요."
키츠네군은 상냥하게 대답했다.
미키는 변함없이 그 대답에서 남자의 마음을 읽어낼 수 없었지만 대신해서 근처에 앉아있는 렌의 반응에 주목했다.
남자가 대답한 순간, 표정이 희미하게 느슨해졌던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함정에 걸린 사냥감을 보는 것처럼..........
미키의 심장은 미키의 의사를 무시하고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딴사람이 된 것 같은 렌.
미키는 당장이라도 여기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언니의 행방이 걱정이었다.
무엇인가 심상치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미키에게 있어서 이제 명확했다.
그런만큼 이 장소에서 혼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언니! 어딨어!)
미키는 속마음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미키가 초조해하는 마음을 전혀 깨닫지 못한듯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누나가 올 때까지......." 라고 하며, 변호사로서의 일이야기를 소재로 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밝고 즐거운, 그리고 방심하게 만드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무심코 끌려들어갈 것 같은 매력이 흘러넘치는 목소리와 행동.
그러나 미키에게는 이제 그것이 교묘하게 짜여진 함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미키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그뿐만 아니라 긴장을 높이면서 깨달은 것인데 2명 사이의 눈짓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지금 2명 사이에서 무엇인가 계획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몸에서부터 언니의 향기가 나고, 그 요우코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미키의 의혹은 이윽고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남자, 언니에게 무엇인가를 했어! 그리고 렌씨가 돕고 있어!)
미키의 긴장은 정점에 달했다.
눈 앞의 남자뿐이라면 미키는 실력으로 돌파할 자신이 있었지만, 렌이 있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거기에 요우코가 신경쓰여서 이 장소에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미키는 고슴도치와 같이 전신의 감각을 날카롭게 긴장시키면서 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때, 미키는 갑자기 깨달은 것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 키츠네군이 둔 수첩 사이로 무엇인가 끼어있다는 것을.
그것은 플라스틱으로 된 카드처럼 보였다.
신경이 쓰인 것은 조금 전 미키가 요우코에 대해서 물었을 때 키츠네군의 시선이 일순간 그 카드쪽을 향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뭔가 신경이 쓰인다.)
미키는 사방이 막힌 듯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생각해낸 일은 무엇이든지 실행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신경쓰고 있었다.
곧바로 키츠네군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이런 탐정사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의외라고 할까요, 전파계의 손님이............."
"언니, 어디서 회의합니까?"
당돌한 미키의 질문에 키츠네군은 깜짝 놀란 것처럼 이야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일순간 그 시선이 테이블의 수첩에 향해진 것을 미키는 놓치지 않았다.
"네? 아, 누나입니까. 음 제 1회의실이지만."
키츠네군의 약간 당황한 것 같은 대답에 미키는 일부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언니가 늦는게 조금 신경이 쓰여서...... 모처럼의 이야기를 중단해서 죄송해요."
혀를 내밀고 못된 장난을 친 것처럼 사과하는 미키였지만, 그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저건 열쇠다! 그 카드! 카드식의 락이야!)
최근 호텔에서 카드키는 희귀한 것이 아니었다.
미키도 몇 번인가 사용한 적이 있었다.
손으로 잡고 확인하지 않으면 제대로 확인할 수 없지만 키츠네군의 반응으로 그것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언니, 감금되어 있다.)
거기까지 깨달은 미키에게 이제부터 할 일은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렌씨가 있어서 실력으로 돌파하는 것은 무리. 여기서는 카드키를 빼앗고 도망칠 수 밖에 없어.)
마음의 결의를 위장하듯이 천천히 홍자를 마시면서 미키는 정면에 앉아있는 키츠네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척했다.
다행이 주머니에서 가라오케가게의 멤버 카드가 들어있었다.
색깔이나 디자인은 전혀 다르겠지만 뒤집어놓으면 둘 다 같은 흰카드였다.
(타이밍을 가늠해서 살짝 바꿔치고, 잠깐동안이라도 속이면 돼. 그리고 화장실이라든지 말하고 여기를 나가면, 작은 회사이니까 언니가 있는 장소는 금방 알 수 있어.)
언니를 찾아내면 이길 기회가 있다고 미키는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은 렌을 이길 수 없지만 언니라면 호각, 거기에 자신이 가세하면 반드시 돌파할 수 있다.
그것이 미키가 그려낸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그 성공여부는 모두 자신이 카드를 바꿔칠 수 있는 가에 달려있었다.
바로 곁에는 렌이 있었다.
미키는 지금 순진한 표정으로 위장하고, 수첩에 끼어있는 카드에 극한까지 집중력을 높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미키의 결의와는 반대로 키츠네군은 무의식중에 수첩을 만지고 있었다.
이야기하는 중간에 수첩을 손에 들거나, 부채질하듯이 흔들거나, 다시 테이블에 나두거나, 다시 손에 들거나........
그 때마다 미키는 시선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당장 움직이려다가, 작전을 바꾸고, 타이밍을 살피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위가 아파올 정도로 중압감을 받고 있었다.
키츠네군의 이야기는 무엇 하나 이해되지 않았다.
어느새인가, 텔레비젼을 켜지고 기묘한 도형이 화면에서 춤추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저렇게 된 것인지 미키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뭔가 도형에서 문자가 떠오른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미키에게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것보다 붕요한 것은 눈 앞의 두 명이 텔레비젼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렌의 눈을 의식해서 바꿔치기를 실행할 수 없었지만, 그 렌이 화면에 주목하고 있었다.
최대의 찬스가 찾아온 것이었다.
"미키도 부디 어느 정도로 판별할 수 있는지 해보세요."
키츠네군이 권유의 말을 해왔다.
미키는 거기에 응하는 척하면서 반대로 렌을 권했다.
"좋아요, 렌씨, 겨뤄봐요."
가볍게 권하자 렌은 뜻밖일 정도로 내켜하며 대답해왔다.
"후후후, 나에게 도전할 생각이야? 10년 빨라. 보여주지."
그렇게 말하며 렌은 화면을 주목했다.
키츠네군도 역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수첩은 테이블 위다!
미키는 입안에 침이 고여, 침을 삼켰다.
심장의 고동이 극한까지 빨라져 몸이 떨렸다.
손바닥에는 땀이 배이고, 손가락의 감각이 폭주했다.
미키는 화면에 주목하는 척 하며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기울이며 테이블에 가까워져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오른 손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카드의 감촉을 확인했다.
손기술에는 자신이 있었다.
일순간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순간, 아주 잠깐만, 시간을 줘!)
그 때 렌의 표정이 살짝 움직였다.
화면에서 무엇인가를 읽어낸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하듯이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더욱 늘어나는 집중력.
이 한 순간, 렌속에서는 완전하게 미키의 존재가 사라졌다.
미키는 그 최대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미끄러지듯이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손은 수첩을 목표로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손가락에 끼운 카드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수첩에 끼어지며 잠깐 손바닥을 뒤짚는 것만으로도 끼워져 있던 카드가 미키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왔다.
(바꿨다!)
미키가 승리를 확신한 그 순간, 이제 괜찮다고 안심한 그 순간, 그 얼마 안되는 순간이 미키의 긴장된 정신의 약점이 얼굴에 드러나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노리듯이 부드러운 말이 흘러들어왔다.
"이제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아요."
미키는 경악한 얼굴로 돌아보며 상냥하게 바라보고 있는 키츠네군을 바라보았다.
"이제 팔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미키는 한 순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깨달은 순간 키츠네군의 말대로 자신의 팔이 돌처럼 굳어져있는 것이었다.
"뭐, 뭐야!"
미키는 패닉상태에 빠져, 왼손으로 오른 손을 억지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은 미키의 절망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깨도."
키츠네군의 손이 미키의 어깨를 두드렸다.
"왼손도, 가슴도, 그리고 다리도."
키츠네군의 목소리가 들리고, 손이 닿을 때마다 미키의 몸에서 자유는 사라져갔다.
"아니, 어떻게!"
그 비명이 미키가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미키는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본 불쌍한 희생자처럼 테이블에 기댄 자세인 상태로, 몸 전체가 돌처럼 굳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키츠네군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자, 굳어지는 것은 몸만이 아니예요. 점점 안까지 굳어져 가요. 이제 가슴이 괴로워요. 폐가 움직이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키츠네군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미키에게 주는 효과는 확실했다.
미키는 그 말이 귀에 닿은 순간, 호흡을 편하게 할 수 없었다.
(숨이! 숨을 쉴 수 없어! 가슴이 아파! 도와줘!)
공포로 떨리는 눈동자가 도움을 애원하며 키츠네군을 올려다보았다.
그 시선을 키츠네군은 싱긋 웃는 얼굴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다섯을 세면 몸 속까지 전부 돌이 되요."
(도와줘, 제발!)
"하나."
(숨이, 숨을 쉴 수 없어!)
"두울."
(한 호흡이라도!)
"세엣."
(살, 살고 싶어.)
"네엣."
(........도와......)
"다섯. 끝났어요."
그 순간 미키의 몸은 완전히 굳어졌다.
뜨고 있는 눈동자마자 얼어붙었다.
폐는 그 기능을 정지하고 심장마저 고동을 멈추었다.
미키의 모든 것이 멈추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키츠네군.
1초, 2초.
그리고 3초가 지난 순간, 키츠네군의 양손이 미키의 양 어깨를 살그머니 눌렀던 것이었다.
"녹는다. 엿처럼."
키츠네군의 확신에 가득찬 말이 미키의 귀에 빨려들어갔다.
그 순간, 미키의 몸은 테이블 위로 무너졌다.
멈추었던 신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폐는 산소를 요구하며 크게 부풀어올랐고, 심장은 가장 빨리 움직이며 그 산소를 뇌로 운반했다.
그러나 산소결핍의 뇌가 그 기능을 원래대로 회복시키는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미키의 눈은 어떤 의지도 담겨있지 않은 채, 완전히 무방비하게 외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열어보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키츠네군의 시선이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마지막 말이 속삭여졌다.
"자는 거예요, 미키."
그 말이 미키의 뇌에 직접 닿았다.
(나는.......잔다.)
그 인식을 마지막으로 미키의 의식은 어둠으로 가득찼다.
미키가 최초로 마음에 그린 이미지는 핵심을 쏘아맞히고 있었다.
미키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그 자체가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훌륭합니다, 키츠네님."
렌은 미키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키츠네군은 그런 렌에게 싱긋 웃었다.
"고마워요. 그렇지만 반은 렌의 덕분이에요. 1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미키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었군요."
키츠네군의 감사의 말에, 렌은 귀까지 붉히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장실에서의 소란 때, 미키에게 최면술을 걸려고 하는 것을 들은 렌은, 키츠네군이 요우코에게 돌아가기 전에 말했었던 것이였다.
"키츠네님, 미키는 주의하셔야합니다. 어째선지 감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것을 듣고 키츠네군은 처음 미키의 반응을 보자마자 작전을 변경했던 것이었다.
요우코때와 같이 긴장을 풀게 한 뒤 화면에 집중시키는 방법은 포기하고 반대로 극도로 긴장한 상황을 만들어낸 뒤, 카드에 집중시켰던 것이었다.
집중과 이완, 그것이 키츠네군의 최면 도입의 기본이었다.
고슴도치와 같이 긴장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필사적으로 해나가는 미키를 키츠네군은 처음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빠듯한 상황에서의 미키의 선택, 생명의 연소를, 키츠네군은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최면 암시로 손에 넣으면서, 키츠네군도 이시다 자매의 매력에 부지불식간에 끌어당겨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몇 시죠?"
키츠네군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렌에게 물었다.
"8시 30분입니다."
렌은 손목시계를 보고 대답했다.
"그럼 아라이구마씨와의 약속은 10시 반 무렵이니까 아직 2시간이 남았네요."
키츠네군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바로 무엇인가를 결정한 것처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가씨, 생각보다 순수한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한번에 끝내버릴까."
키츠네군의 혼잣말에 렌이 물었다.
"한번에 끝내버리는 ..... 겁니까?"
"응? 아, 자기 신기록에의 도전이에요. 보통이라면 기초 레벨에서 제 2단계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밖에 없지만, 이 아가씨는 나를 의지하는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제 2단계 종료나 혹시 3단계의 도입 근처까지 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해서요."
"아, 그런 것입니까. 일부로 설명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저는 자리를 비우는 것이 좋을까요?"
평상시의 렌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지금의 렌은 조심스러웠다.
"으응, 아니예요. 렌은 여기에 있어요. 나, 조금 요우코에게 지나치게 뽑아버린 것 같아서 텅 빈 듯한 느낌이에요. 2단계의 도입에서 '쾌감 엔진'으로 기세를 올리지 않으면 안되니까 렌이 그것을 조금 도와줘요."
키츠네군의 말에 렌의 표정이 확 하고 밝아졌다.
키츠네군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쁜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을 돕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렌은 처음으로 키츠네군의 조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관계가 계속된다는 것을, 이 시점에서 렌은 물론, 키츠네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렌, 미키를 소파에 옮겨요."
그렇게 말하며 키츠네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남자로서는 키가 작고 호리호리한 몸이 지금은 당당한 자신감이 흘러넘쳐, 렌의 눈에는 품격조차 감도는 것처럼 보였다.
틀림없이 인형사 키츠네군의 진심 모드였다.
요염한 빛을 가득 채운, 길게 찢어진 눈 속의 눈동자를 렌은 영혼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
마치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있는 것 같다.
미키는 그 때의 기분을 다음에 되돌아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몸인데도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강력한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무서운 속도로 이세계를 달려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자신의 거짓된 부분이 전부 지워지고 그대신 자신의 본질이, 본래의 자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키는 그런 식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 세계에서 미키가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던 강한 감정들이 잇달아 발현되었다.
최초로 나타난 것은 '분노.'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은 요우코를 향했다.
항상 비교되어온 운명을 저주하고, 완벽한 척하고 있는 요우코에게 분노를 퍼부었다.
"어째서 내 앞에 있는 거야!"
"나는 나야! 언니의 더미가 아냐!"
"사라져! 눈 앞에서 사라져!"
한 마디 말할 때마다 가슴 속에서 그 10배의 분노가 들끓어, 원통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으며, 꽉 쥔 주먹의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었다.
내장이 익을 것 같이 뜨거운 분노에 몸이 폭발해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한 순간, 미키의 속에서 갑자기 분노의 불길이 사라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망연해하는 미키.
눈을 깜빡이면 어느새인가 눈 앞에 붉게 불타는 빛의 구슬이 떠올라 있었다.
(뭐지? 이건?)
그러나 솟구치는 의문에 정신을 집중하기 전에 미키는 새로운 세계에 삼켜졌다.
깨달았을 때, 미키는 남자의 팔 안에 있었다.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잘 알고 있는 얼굴이 미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솟구치는 안도, 강한 신뢰와 애정, 운명의 상대에게 몸을 바치는 행복, 그리고 체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믿을 수 없을 것 같이 강렬한 섹스에의 갈망.
"아! 만나고 싶었어! 만나고 싶었어요!"
"안아줘요, 좀 더 강하게! 떼어 놓지 말아요!"
"당신을 갖고 싶어요! 갖고 싶어, 갖고 싶은, 갖고 싶어요!"
미키는 전력을 다해 남자의 몸을 끌어안았다.
남자의 세포와 동화해버리고 싶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의 양손이, 혀가, 미키의 몸을 자유자재로 만지고, 빨며 매끄러운 피부에 숨겨져있던 미키의 쾌감 중추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키스를 하고 귀를 물리고 목이 혀에 핥아졌다.
"아, 아, 좋아! 거기!"
유방이 천천히 비벼지고, 유두가 곤두섰으며, 옆구리가 간지러워진다.
"으응아, 히, 좋아, 좋아요!"
발가락, 무릎의 뒤, 다리, 그리고 중요한 보지와 항문, 모든 곳에 손가락이 닿고, 혀가 닿았다.
"아, 아, 아, 안돼요! 그런 곳, 으응, 아아히-!"
도대체 몇 개의 손가락이 있는 것인지, 몇 개의 혀가 있는 것인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체내의 성감을 한꺼번에 공격받아 미키는 넋을 잃었다.
겨우 1시간 전, 언니인 요우코가 경험한 것과 똑같이 미키는 관능의 폭풍우에 삼켜졌던 것이다.
허리의 중심에 있는 쾌감의 원천에서 멈추지 않고 넘쳐나오는 쾌감 신호가 미키의 전신 세포에 스며들어갔다.
(아, 이제 안돼! 더 이상 하면 미쳐버린다!)
그리고 얼마 안되는 성경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큰 파도에 전신을 경련시키며, 마치 사정하듯이 뜨거운 애액을 몇 번이나 분출하고 있었다.
"아아, 아아, 아, 으응, 안돼! 좋아, 가요! 말할 수 없어, 아아아아 아으으으응, 아아아아아아, 아히-!"
미키의 본능은 필사적으로 멈추라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 큰 파도에 희롱된 미키의 신경은 결국 블랙 아웃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을 때 미키의 눈 앞에는 방금 전처럼 불타는 구슬이 떠있었는데, 젖은 듯이 빛나고 있는 노란색의 구슬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과 같이 미키의 의문을 무시하듯, 미키의 몸은 새로운 세계에 삼켜졌다.
그토록 끌어안으며 몸을 서로에게 기대던 상대는 어느새인가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몸의 절반이 사라진 것 같은 압도적인 외로움과 고독감이 미키를 덥쳤다.
정신이 들었을 때, 미키는 황량하고 어두운 세계에 홀로 서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둠의 베일로 가려져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리만은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미키는 필사적으로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자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발소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멀어지고 있었다.
"누구죠? 누가 있나요?"
미키는 목소리를 내며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러자 거기에 반응하듯이 한 순간 어둠의 베일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보였다.
그리고 살짝 돌아보는 인물.
미키는 기억에 남아있는 윤곽을 보고 숨을 멈췄다.
"아버지."
몇 년 전 죽은 부친의 옆 얼굴. 그리고 거기에 붙어있듯이 서있는 조금 키 작은 사람은.......
미키는 넋을 잃고 달리기 시작했다.
"기다려! 아버지, 엄마! 두고 가지마! 제발!"
그러나 전력으로 달려도 2명과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윽고 2명은 미키의 목소리가 환청이었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해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어째서........왜.......어째서...."
미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신체가 중심에서부터 차가워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잇달아 미키가 아는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고, 미키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대학학교의 친구, 대학교때의 보이프렌드, 첫사랑의 상대, 학교의 강사님, 근처에 사는 아줌마, 무도의 사범....
"기다려........... 가지마........ 나만 나두지 마........부탁이야......"
몸이 죽은 사람처럼 차가워지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다.
고독의 냉기가 미키를 푹 가라앉히고 있었다.
완전히 얼어붙어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입에서는 하얀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면 들리던 발소리도 이제 들려오지 않았다.
(이대로 얼어죽을 수 밖에 없다.)
미키가 그렇게 각오했을 때, 어딘가 먼 곳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듯한, 들어본 적이 있는 웃음소리....
미키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시야의 끝에 나타난 것은.... 요우코였다.
깨끗이 몸을 치장하고 요염하게 웃고 있었다.
"언니, 언니!"
미키는 마지막 힘을 다해 외쳤다.
그러자 깜짝 놀란 것처럼 요우코가 뒤돌아보았다.
(들린다!)
요우코의 반응에 미키는 얼마안되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미키는 갑자기 깨달았다. 요우코가 혼자 서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우코는 누군가와 손을 잡고 있었다.
즐거운 듯이, 진심으로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그리고 요우코는 돌아보며 미키에게 시선을 던진 뒤, 신경쓰지 않고 작게 고개를 저은 뒤 곁의 남자의 팔에 팔짱을 끼고 그대로 걸어갔다.
"기다려, 기다려! 언니!!"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절규가 어둠 속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다른 사람처럼 요우코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져간다.
절망이 미키를 사로잡았다.
즐거운 표정으로 사라져가는 요우코.
곁의 남자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답하는 남자의 옆 얼굴에 한 순간 미키의 시선이 멈췄다.
"..........큿!!"
이제 미키의 입에서 말은 커녕 신음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미키가 본 얼굴.
그것은 미키가 모든 것을 바치고 자신의 일부처럼 생각한,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것이었다.
절망의 끝에 보인 것은 더 깊은 절망.
미키의 마음은 조용히 얼어붙어갔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미키의 앞에는 3개의 구슬이 떠올라있었다.
새빨갛게 타오는 구슬과 빛나는 노란색의 구슬, 그리고 마지막에 더해진 얼어붙을 것 같은 회색의 구슬.
영혼이 빠진 것 같은 시선으로 미키는 그것들을 응시했다.
3개의 구슬은 하나씩 미키의 앞을 천천히 움직이며, 각기다른 타이밍에 미키의 앞을 통과해갔다.
그러자 그 때만 스윗치가 들어온 것처럼 미키의 눈동자가 감정을 드러냈다.
붉은 구슬이 지나갈 때는 미키의 눈이 불타올랐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분노가, 참을 수 없던 원한이 분노의 불길을 더욱 높고 뜨겁게 타오르게 하고 있었다.
노란색의 구슬이 지나갈 때마다 미키의 눈은 젖어들었다.
헤어졌던 연인과 운명의 재회를 했다는 감동이 가슴의 안쪽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지며, 세포에 새겨졌던 떨릴 정도의 쾌감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전에 더 이상은 없다고 생각한 쾌락을 가볍게 넘어선 큰 파도가 전신을 휩쓸었다.
그리고 회색의 구슬이 지나갈 때마다 미키의 눈동자는 얼어붙었다.
분노가 강하면 강할수록, 쾌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이 쳐부수어졌을 때, 애인이 사라졌을 때의 절망은 깊었다.
이렇게 3개의 구슬은 어떤 때는 천천히, 어떤 때는 재빠르게, 또 어떤 때는 순서를 바꾸며 미키의 앞을 지나갔고, 그 때마다 구슬의 크기는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정밀한 의지로 조종된 구슬의 움직임은 미키의 마음을 한 곳으로 이끌어갔다.
타오르는 것 같은 강렬한 분노와 신체를 녹이는 듯한 뜨겁고 깊은 욕망, 그리고 절대적인 공포.
이것들이 모두 하나를 가리켰을 때 미키의 뇌리에 한 문장이 불쑥 떠올랐다.
"미키................ 누구를 선택할거지?"
그 질문에 미키는 작게 미소지으며, 정면을 향해 대답했다.
"당신입니다. 키츠네님."
그 순간, 미키는 키츠네군의 손에 떨어졌다.
아직 암시는 무엇도 인쇄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일생 동안 확고부동한, 강력한 신뢰감이 지금 2명의 사이에 확립되었다.
키츠네군의 최면 인형이 되기위한 토대가 완성된 것이었다.
*
닫은 눈꺼풀 위를 가볍게 억누르고 있던 손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미키의 귀에 무엇인가 말이 속삭여졌다.
머리속에 영향을 준 그 문장은, 다음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대신 미카의 잠들어있던 뇌세포를 단번에 활성화시킨 것이었다.
팍-! 하고 소리가 날 것 같은 기세로 미키의 눈이 뜨여진 뒤, 2, 3번 깜박이고 이상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내되었던 상담실, 정면에 앉은 청년은 여전히 부드러운 시선으로 미키를 응시하고 있었고, 곁에는 렌도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거지? 뭔가...... 위화감이 있어...... 그렇지만 방의 모습도 같고, 옆에 렌씨가 있어. 앞에는 키츠네님이 앉아있고. 완전히 같잖아.)
미키는 자신의 생각을 비집고 들어온 위화감의 정체를 전혀 깨달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위화감은 천천히 사라져갔다.
그런 미키의 모습을 관찰하던 키츠네군은 그 때서야 곁에 있는 렌에게 시선을 향했다.
"10시 26분입니다. 시작으로부터 1시간 26분으로 제 2단계가 종료했습니다."
렌은 유능한 비서처럼 키츠네군의 무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런가요. 최상이었어요. 이렇게 순수한 개체, 정말 드물어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전라로 소파에 앉아있는 미키를 응시했다.
"주인님, 제가 명령해도 괜찮은 겁니까?"
렌은 흥미있게 미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전혀 문제없어요. 명령이라고 할까........ 보통처럼 말해봐요."
키츠네군의 허락을 받고 렌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미키, 나 알아?"
그 질문에 미키는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렌을 올려다보았다.
"무슨소립니까, 렌씨. 그런 것을 묻다니, 저 기억상실 환자가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며 뺨을 부풀렸다.
"미안, 미안해. 그럼 미키의 보지를 보여줄래?"
미키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렌은 평범하게 말했다.
그러자 미키는 마치 '악수를 해줘.' 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부담없이 소파위에서 M자로 다리를 크게 벌리며 스스로의 양손으로 보지를 벌려 안쪽으로 드러나게 한 뒤 렌을 올려다보았다.
안에서는 방금 전 키츠네군이 쏟아부은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으로 좋나요?"
"OK, OK. 그러면, 이번에는 항문도 보여줘."
"에-, 잠깐 기다려주세요."
미키는 그렇게 말하고 소파 위에서 휙하고 몸을 돌린 뒤 엉덩이를 렌에게 향하게 했다. 그리고 양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벌리고 안쪽의 항문을 주저없이 렌의 시선아래에 드러냈다.
"보입니까?"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미키는 뒤돌아보며 렌에게 물었다.
"아, 미키의 항문이 잘 보여. 미키는 항문으로 뭘 하는지 알고 있어?"
렌은 가볍게 얼굴을 상기시키면서 물었다.
"네? 똥누는 구멍이에요."
미키는 몹시 놀라면서도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 모습에 렌은 등골을 달리는 쾌감을 느꼈다.
렌의 눈동자는 미키를 통해 요우코의 모습을 뇌리에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요우코도 이렇겠죠? 키츠네님."
무심코 렌의 입에서 요우코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이름을 들은 순간, 미키의 표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눈썹을 치켜뜨고, 눈동자가 분노로 불타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입술을 씹으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 급격한 변화에 렌은 놀라 반사적으로 키츠네군에게 시선을 향했지만, 그 키츠네군은 살짝 어깨를 움츠리고 침착하게 일어서서 미키에게 향했다.
미키의 시선도 어느새 키츠네군을 향하고 있었다.
"괜찮아, 미키....... 괜찮아."
암시풍이 아니라 그냥 어린 소녀를 대하듯이 키츠네군은 미키에게 다가가 긴장하고 있는 얼굴을 양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미키는 순식간에 긴장을 풀고 원래의 순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대단해........."
렌의 입에서부터 감탄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렌, 그 이름은 아직 안돼요. 미키의 마지막 방어막이니까. 3단계에서 클리어해야하니까 그 때까지는 금지에요."
"네. 죄송했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렌은 등을 피고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렌, 당신는 이제 괜찮으니까, 돌아가세요."
키츠네군이 그렇게 말한 순간 렌은 얼굴을 굳혔다.
(실수해서 폐를 끼쳐버렸기 때문에? 나..... 어떻게 하지?)
"아, 그, 저, 이제 필요없는 겁니까?"
기죽은 렌에게 키츠네군은 약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별로 당신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제 곧 아라이구마씨가 오니까 당신이 있으면 또 여러가지로 귀찮겠죠?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끝낸 다는 거예요. 오늘은 잘해주었어요, 렌. 수고했어요. 내일 다시 여기로 9시쯤에 와주세요."
키츠네군이 살짝 윙크하면서 렌의 기분을 바꿔주는 김에 끌어안으며 천천히 키스했다.
그러자 렌은 마치 버진의 대학생처럼 뺨을 붉히며 황홀한 눈으로 키츠네군을 바라보았다.
"내일도 바쁘니까 마츠다 형사로서도 암컷노예 렌으로서도 기대하고 있어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렌의 엉덩이를 살짝 두드렸다.
2-14) 빗나간 한 걸음
이튿날 아침, 키츠네군이 렌을 데리고 사장실의 문을 열자 크라운은 팍하고 얼굴을 빛냈다.
"안녕하세요, 키츠네군. 상당히 졸린 것 같네요."
크라운이 그렇게 말하자 키츠네군에게 말하면서 몸은 렌에게 다가가 조속히 옷을 벗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크라운씨. 결국 새벽 3시까지 그 자매들을 돌봤기 때문에......."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크게 기지개를 폈다.
"그렇습니까? 수고했습니다. 혼자서 두 명을 상대하는 것은 좀 큰 일이었죠?"
렌의 양 손을 테이블에 대게 한 뒤 크라운은 서둘러 청바지를 벗으면서 말했다.
어조와는 달리 크라운의 시선은 렌의 보지에 달라붙어있었다.
"아니, 내가 사용한 것은 거의 요우코쪽이었고, 미키는 아라이구마씨가 쭉 사용했어요. 그러니까 가끔 미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정도니까 작업량으로는 문제 없었습니다만."
키츠네군은 크라운의 태도에 익숙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듣지 않는 것 같아도 크라운은 키츠네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지금도 렌에게 재빨리 자신의 자지를 빨게 하면서 제대로 키츠네군의 이야기에 반응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잘 하고 있었지 않습니까?"
"으응.... 뭐, 예상대로인데 역시 요우코는 제대로 안되고 있어요."
키츠네군은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 우리의 호프가 그런 발언을 합니까? 당신답지 않아요."
크라운은 렌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놀랍다는 듯이 키츠네군을 바라보았다.
"아니, 별로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보통 방식으로는 3개월전의 렌정도로 밖에 만들 수 없다는 거에요."
그 말에 크라운은 자신의 페니스에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렌을 내려다보았다.
겨우 3개월전, 렌이 발광한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순간적으로 진정시켰던 것도, 그 뒤의 재교육을 제대로 완수한 것도 키츠네군인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과연, 확실히 그 아가씨는 특출나게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는 얼굴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말투를 들어보니 생각해둔게 있는 것 같은데 그렇죠?"
크라운의 질문에 키츠네군은 몸을 내밀었다.
"네, 그래서 상담할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실은 그 자매를 검도의 시합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데려가고 싶어요. 처음에는 여기의 회의실을 생각했지만 천정이 낮아서 하기 어려워요. 그러니 어딘가 좋은 곳 없어요?"
크라운은 키츠네군의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으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곳은 없지만 그 자매의 학교는 어떻습니까? 계약서에 써있는 지금까지의 경위를 읽어보니 무도장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만."
크라운의 대답에 키츠네군도 작게 수긍했다.
"역시 그곳입니까..... 학교는 외부인이 많아서 신경쓰이는데. 하지만 이렇게 짧은 기한을 가지고 사치부릴 수도 없겠죠."
"아, 확실히 그 점은 주의해야하지만....... 그렇지만 이번 클라이언트의 학교니까 그 사람에게 부탁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이 거기서 하고 싶은 일은 뭔가 엉뚱한 일은 아니겠죠? 우연히 제 3자에게 보였을 때 쇼크받을 일은........"
"아니, 그런 일은 아닙니다. 좀 기묘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키츠네군의 대답에 크라운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학교의 무도장을 사용하기로 할까요? 클라이언트에게는 내가 이야기를 해둘께요. 오늘 몇시부터 사용할겁니까?"
"으응. 5시나 6시쯤이 좋을 것 같아요. 아마 30분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알겠습니다. 그러면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매는? 아직 자고 있습니까?"
크라운은 렌의 혀기술에 점점 몰리는 듯한 감각을 받으면서도 신경쓰이는 것을 물었다.
"네? 아, 그 두 명은 벌써 학교에 갔어요. 아직 쉬게 할 만한 구실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당분간 낮에는 학교에 가고 밤에는 여기로 돌아오도록 지시를 해두었습니다."
그 대답에 크라운은 낙담한 표정이 되었다.
아직 다른 멤버가 출근하지 않은 이 시간에 두 명 중 하나를 맛봐두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건 큰일이네요. 여성에게 밤샘은 강적이니까요. 클라이언트에게 인도하기 전에 충분히 쉬게해주세요."
노렸던게 빚나간 크라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파 위에서 렌의 허리를 움켜쥐려고 했다.
렌의 보지로 대신하려고 생각이었다.
"아, 저, 크라운씨?"
그러나 그 타이밍에 키츠네군의 미안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렌입니다만, 지금부터 일이 있습니다."
그 말에 크라운은 안타까운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크라운이 입을 여는 것보다 빨리 렌은 팍하고 일어서서 허리를 잡고 있던 크라운의 양손을 상냥하지만 단호하게 뿌리쳤다.
그리고 키츠네군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즉시 명령받는 자세를 취했다.
"미안해요, 크라운씨. 누군가 대신 보낼께요."
키츠네군은 쓸쓸한 표정의 크라운에게 한 손으로 비는 흉내를 낸 뒤 렌의 옷을 챙기고 도망치듯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
렌이 사내를 배회하고 있으면 벌레가 모여들듯 남자들이 모여들어 일을 할 수 없으므로 키츠네군은 렌에게 얼른 옷을 입히고 몇 개의 일을 지시한 뒤 사외로 보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을 깨기 위해 커피라도 마실려고 키츠네군은 회의실로 향했다.
오늘의 회의실은 칸막이가 쳐져 휴게실이 되어있었다.
키츠네군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었지만, 의외로 거기에는 여러명의 선객이 있었다.
"어? 여러분 빠르네요."
키츠네군이 그렇게 말하며 들어가자 모두 문쪽에 시선을 향했다.
"키츠네! 오래간만이네. 학교는 벌써 끝났건가?"
그렇게 말하며 차분한 미소를 떠올린 것은 마인드 서커스의 창시 멤버 중 한 명인 토라였다.
40세를 약간 넘은 것 같은 나이에 약간 갸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날카로워 보이는 사람이엇다.
"우와, 토라씨! 오래간만입니다. 크라운씨에게 들었는데 토라씨가 그 데이타베이스를 만들었습니까? 저 감동했어요."
키츠네군은 눈을 빛내면서 토라의 앞에 앉아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낮은 바리톤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봐, 그건 내가 발안했어."
그렇게 말하며 끼어든 것은 쿠마였다.
손에는 작은 패트병을 들고 생수를 마시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나는 토라씨의 작품이라고 들어서요."
피부가 하얗고 호리호리하게 키가 큰 쿠마는 얇은 안경을 살짝 올리면서 말했다.
"하아-, 크라운 놈. 알려주려면 제대로 알려줘야지."
쿠마는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소리야, 쿠마. 네가 말한 것은 '누군가에게 암기시킬수 없을까?' 라고 중얼거린 것 뿐이잖아. 내가 구조를 생각하고 사람을 데리고 와서, 암시를 했지, 너는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았잖아."
그렇게 말하며 토라는 쿠마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창시 멤버로서 사이좋은 두명이었다.
키츠네군은 그런 두 명에게서 데이타베이스에 대해 듣거나 기린과 잡담을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럴 때 다시 문이 열렸다.
모두 일제히 그 쪽을 보았다.
문의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팬더였다.
"팬더, 안녕. 무슨 일이냐, 늦잠꾸러기인 네가 이렇게 일찍오다니."
맨먼저 말한 것은 토라였다.
반년전까지 팬더의 지도교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대해 팬더는 희미하게 미소를 떠올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토라씨. 조금 준비할게 있어서요."
지금까지의 대화를 중지시키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팬더가 대답하며 토라의 곁에 살짝 앉았다.
"오랜만입니다, 팬더씨."
키츠네군은 3개월만에 얼굴을 맞댄 팬더에게 인사했다.
"아, 오랜간만. 왜, 크리스마스 판매인형때문에 누군가의 심부름으로 불려나온거야?"
팬더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당사자는 친밀감을 드러낼 생각인지 모르지만 가라앉은 시선과 목소리가 솔직하게 기분 나빴다.
"불려나온 것은 정답이지만 심부름이 아니에요. 1주일안에 2사람을 완성하라고 어둠의 대보스 크라운씨에게 엄명을 받아버려서."
키츠네군은 훌쩍훌쩍 우는 흉내를 내면서 말했다.
"이봐, 이봐, 그건 좀 심한 거 아냐?"
즉시 토라가 턱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우리의 기대의 신인을 재빨리 괴롭히기 위해서 시련을 주는 걸까? 크라운도 상냥한 얼굴과는 달리 음험하니까."
옆에서 쿠마가 능글능글 웃으면서 수긍했다.
"그렇지만 키츠네군은 우대되고 있어요. 어제 봤는데 놈의 타겟 또 다시 특상 클래스의 미녀에요. 우리의 타겟은 모두 레벨이 높지만 그 중에서도 특출난 물건이였어요. 연간 베스트 3은 틀림없어요."
의외로 관찰력이 뛰어난 기린이 얼굴에 홍조를 떠올리며 말했다.
"뭐야? 사실인가 키츠네. 만야 그렇다면 전언철회다. 설마 크라운과 밀약이라도 맺은건가?"
토라는 그렇게 말하며 날카로운 시선을 향했다.
"그, 그, 그, 그런 거 아니에요!"
키츠네군은 과장되게 양손을 흔들면서 토라에게 말했다.
"단순한 우연이라고요. 대체 베스트 3이라는 것은 적어도 앞으로 2명은 동클래스의 인형이 있다는 거겠죠? 누구의 타겟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공부, 공부라서 그렇게 맛있을 것 같은 인형, 안기는 커녕 얼굴도 본 적 없어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가슴의 앞에 양손을 교차시키고 '불행한 나'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은 나빴다.
냉담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린이 싱긋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키츠네군. 11월까지의 잠정 베스트 3을 가르쳐줄까?"
그렇게 거론되자 키츠네군은 흥미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 3위는 4월의 인형 니오미야 마유미, 22세의 레이스 퀸으로 모대학 약학과의 4학년. 이 아가씨는 알고 있겠지? 키츠네군, 네가 입사하는 계기가 된 아가씨니까."
그렇게 말해져 키츠네군도 몹시 놀랐다.
"아! 마유미가 3위였구나. 예, 알아요. 그 아가씨 확실히 맛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키츠네군은 기쁜듯이 손뼉을 쳤다.
"그래서, 그래서? 2위와 1위는?"
"2위와 1위. 가르쳐주지."
기린은 그렇게 말하며 이유가 있음직한 시선을 키츠네군의 눈으로 향했다.
"제 2위는 8월의 인형으로, 당사 최고의 완성도로 납품된 타케시타 에이미, 25세야 키츠네군. 그리고 당당한 제 1위는 정의의 여형사며 파괴의 화신, 8월의 인형 마츠다 렌 그 사람이다."
소리를 높이며 단언한 기린의 박력에 밀려 무심코 뒤로 물러선 키츠네군이었지만, 한 박자 뒤에 나온 말은........
".......아!"
거북한 침묵 속에서 4명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역시 뭔가 뒷거래가 있었겠지."
토라가 입을 열면서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하하하-, 우연히에요, 정말."
키츠네군은 연신 양손을 흔들면서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우선 마유미는 결국 아라이구마씨가 출품했고, 렌은 팬더씨의 인형이었죠? 에이미는 확실히 나였지만, 이번 자매는 얼굴을 보기는 커녕 전화로 크라운씨에게 제안받은 거에요."
그러나 파헤치기 시작한 토라에게 그런 변명은 통용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마유미는 원래 너의 첫번째 인형이냐. 키츠네의 냄새가 잔뜩 묻은 인형을 아라이구마가 출하용으로 화장했을 뿐이잖아. 거기다 그 렌이 팬더의 인형이라고? 농담이겠지. 저런 수준의 인형을 팬더의 레벨로 해낼 수 있다는 건가. 놈은 누가 뭐래도 너의 인형이야. 팬더, 그렇지?"
토라는 옆에서 3명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처럼 조용하게 커피를 마시는 팬더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엄하게 말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그런 토라의 말을 히야히야하면서 듣고 있었다.
그 전에 크라운에게서 렌의 건으로 팬더가 충격받았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순간 팬더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조금의 전의 소박한 미소를 떠올리며 수긍했다.
"물론이에요. 나의 기술로는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요."
시선은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고, 손안의 커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가면을 쓴 것 같은 무표정한 말에 떠들썩했던 휴게실의 분위기를 단번에 가라앉혔다.
그리고그런 팬더의 모습을 누구보다 불쾌하게 보고 있던 것은 이야기를 했던 토라였다.
천사가 지나간 것처럼 일순간의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생수를 마시고 있던 쿠마였다.
"하-, 그러면 드디어 키츠네군의 밀약 혐의가 깊어진건가? 그럼 이번 의혹의 타겟의 얼굴이라도 보이게 할까?"
싱긋 웃고 손을 비비며 기쁜듯이 쿠마가 말했다.
거북한 분위기를 북돋우려고 한 쿠마에게 응하듯이 키츠네군도 "헤"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미안합니다-! 벌써 그 자매는 나갔어요. 돌아오는 것은 밤이에요."
"뭐? 그렇다면 더더욱 이상하잖아. 이런 아침 일찍부터 일부로 숨기다니."
호랑이도 본래의 템포를 되찾아 깨물었다.
"달라요. 두 명은 여교사와 그 학교의 학생이니까, 지금쯤 학교에서 수업중입니다."
키츠네군은 손목시계를 보면서 대답했다.
"에, 강사님이었나? 좋겠다. 거기다 학생. 으음, 어디의 학교지?"
기린이 몸을 내밀며 물었다.
"사립 영국학원이라고 하는 이름이라고 기억하고 있어요. 알고 있습니까?"
그 물음에 기린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과연 거긴가. 비교적 부자의 자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야. 요즘은 규중 처녀 납품업자의 대학."
"흐응- 좋은 걸 들었다. 나, 오늘 그 학교에 출장 조교로 하러 가는데, 가는 김에 크리스마스용 아름다운 미소녀를 스카우트 해올까요?"
키츠네군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키츠네군의 이 대사에 모두 일제히 반응해 새로운 화제로 잡담이 꽃피었다.
그러나 팬더만은 말없이 손에 넣은 커피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학교에서 출장 조교? 후후후, 좋아, 이 타이밍. 그렇게 외부인이 많은 곳에서 최면 조교하는 것은 너무 빨라, 키츠네군. 조금, 조금 아픈 꼴을 당할테니까.)
무의식중에 팬더의 입에서는 미소가 퍼졌다.
그러나 잡담에 열중하고 있는 4명은 깨닫지 못했다.
"그러면...... 할 일이 있으니까......."
손에 든 종이컵을 살짝 쓰레기통에 떨어트리며 팬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4명은 각각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다시 잡담에 열중했다.
(그 때 봐라, 키츠네.)
등에서 끊임없는 대사를 들으며 팬더는 방을 나왔다.
그러나 문을 닫는 일순간, 그 옆얼굴을 토라가 보고 있었다는 것을 팬더는 깨닫지 못했다.
한 편 방에 남은 토라는 닫혀진 문을 차분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무엇인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키츠네군에게 말했다.
"그것보다 키츠네, 너의 오늘 출장 조교는 어디지? 교실인가?"
토라의 갑작스런 질문에 키츠네군은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네? 아니오, 무도장이 있다고 해서 거기서 합니다만...."
"무도장인가. 사람을 내쫓을 수는 있나?"
"네. 클라이언트의 학교니까요."
키츠네군은 목을 기울이며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 상태를 보고 있던 토라는 납득한 것처럼 말했다.
"과연, 그렇구나. 그러면 사람을 접근금지시키는 것도 신경쓸 필요가 없겠구나."
"으응, 뭐 그렇죠. 그렇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 물음에 토라는 싱긋 웃었다.
"실은 모처럼이니까 너의 의혹의 인형을 보러 가려고."
토라의 뜻밖의 말에 키츠네군은 몹시 놀랐다.
"보러옵니까? 안돼요! 오지 않아도 밤에는 돌아와요. 팬더씨의 대사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용의 인형으로 모두 바쁘잖아요."
"아니, 그 쪽은 거의 끝났어. 뭐, 모처럼이니까 너의 조교도 견학할 생각이라서."
토라는 턱을 어루만지면서 곁눈질로 키츠네군을 보고 말했다.
그러자 그것을 듣고 있던 기린도 몸을 내밀었다.
"좋겠네요. 저도 같이 동의해요, 그 기획. 그 강사님의 유도신이라면 돈을 지불해서라도 보고 싶으니까."
"나도 가지. 괜찮지, 키츠네군.?"
쿠마까지 구경올 생각인 것 같았다.
"네----!! 잠깐만요, 저 좀, 그게, 부끄러워서........"
키츠네군은 드물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너답지 않게. 나는 우리 회사의 기술향상위원회의 위원장이다. 그러니까 이번 달은 키츠네 대강사님의 최면 조교를 테마로 할테니까 다른 곳에 있는 다른 녀석들에게도 메일을 보내서 시간과 장소를 알려라."
토라는 반농담, 반진담이라는 표정으로 키츠네군에게 강요했다.
"히이-, 그것은 용서를. 죄송합니다만, 이번 것은 진짜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키츠네군은 필사적으로 거절했지만 토라는 완강하게 수긍하지 않았다.
"아아아-, 정말 심해요, 토라씨. 그럼 일단 보여드리겠지만, 더 이상 사람을 모으지는 말아주세요. 그리고....... 절대로 웃지 마세요."
결국 신인인 키츠네군은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알았다고. 대신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 도와줄테니까."
이렇게 해서 요우코와 미키의 최면 제 3단계는 생각지도 않은 공개 조교가 되었지만, 이것이 이 뒤 생각지도 않은 파문이 되어 퍼져가는 것이었다.
*
한편 휴게실을 나온 팬더는 곧장 자시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PC를 사용해서 마인드 서커스 멤버의 예정표를 화면에 불러냈다.
그리고 팬더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오늘의 일자를 선택해, 나타난 데이터를 출력시킨 뒤 '10'이라고 쓰여진 란을 나타나게 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키츠네군의 오늘 예정이 기입되어 있었다.
"흐음, '16시에 외출, 귀사는 19시 예정'인가. 외출처는 확실히 '영국학원대학'라고 되어있군. 틀림없어."
팬더는 그것을 확인하고 PC를 껐다.
시계를 확인하자 아직 9시 반이었다.
시간은 충분했다.
팬더는 의자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늘 실행할 혼자만의 시나리오를 머리 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어제 짧은 시간 동안 인쇄한 워드는 단 하나.
그것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 팬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시시한 타이밍에 그 워드를 사용해봤자 어떤 의미도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제되는 것은 키츠네군이 그것이 인위적인 것이라고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그 일이 벌어졌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
또, 그 쪽이 키츠네군이 받는 데미지도 클 것이었다.
(반대로, 만약...... 뒤에서 내가 손을 댄 것이 발각되면 어떻게 될까?)
팬더의 사고는 거기서 매우 괴롭게 현실을 마주보았다.
신체가 긴장해서 손에 땀이 배였다.
그러나 팬더는 스스로를 침착하게 만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털어 기분을 바꾸었다.
(괜찮아, 괜찮아. 웃어버리면 되는 거야. '장난이었어, 키츠네군. 겁먹었어?'라고 말하면 될거야. 진짜, 별로 대단하지 않은, 가벼운 장난이니까.)
팬더는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듯이 몇 번이나 머리 속에서 그렇게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잡념을 제거한 뒤 머리에 그린 시나리오의 점검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DMC에 들어오고 나서 이미 4년이 지났다.
최면의 기술은 별로 진보가 없었지만 시나리오 작성과 그 점검은 팬더의 우수 분야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단련된 두뇌가 지금 또 새로운 책략을 만들기 위해서 풀가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두운 방에서 팬더의 조용한 호흡소리만이 천천히 울려퍼졌다.
그리고 대략 1시간 뒤 팬더는 호흡의 리듬을 바꾸고 조용히 눈을 떴다.
운명의 시나리오가 완성된 것이었다.
오늘,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하는가, 어떻게 위장하는가, 결과를 어떻게 확인하는가........
모든 것은 팬더의 머리 속에 정리되어 들어있었다.
이제 아무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행동 전의 망설임은 금물. DMC의 철칙이었다.
팬더는 자신의 망설임을 자기암시로 어둠 속에 몰아넣고 있었던 것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난 뒤, 마치 실에 끌리듯이 팬더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숄더 백에 오늘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서 집어넣은 뒤 옷걸이에서 갈색의 가죽 쟈켓을 꺼내 입었다.
준비 완료였다.
가볍게 방을 둘러본 뒤 팬더는 숄더백을 손에 들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방 문 옆에 있는 책상앞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다리가 멈췄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낡고 지저분하고 주름투성이가 된 봉투를 들었다.
팬더는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안에서 1장의 사진을 꺼내 그것을 손바닥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지저분하게 어질러진 방을 배경으로 두 명의 사람이 찍혀있었다.
한 사람은 팬더. 그리고 또 한사람은 렌이었다.
처음으로 혼자서 타겟을 잡고 밤새 그 감미로운 육체를 즐긴 다음날의 아침, DMC에 비밀로 찍은 1장뿐인 사진이었다.
자신감과 달성감과 기분좋은 피로감이 감도는 자신의 얼굴과 그 곁에서 조금 슬픈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는 렌을 팬더는 시간도 잊은채로 응시했다.
(나의 렌은.......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제 렌을 볼 때까지 깨닫지 못했던 사진의 표정을 지금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무엇인가 마음 속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올라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미 발동된 팬더의 자기암시는 그렇게 불필요한 감정을 금새 지워버렸다.
그리고 대신 등장한 이성이라고 하는 가면이, 간단하게 팬더의 눈을 본질로부터 키츠네군에 대한 적개심으로 바꾸어갔다.
(렌, 너의 주인님이 당황하는 모습을 오늘 충분히 보여주지.)
팬더는 사진을 가방에 담고, 뒤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2-15) 운명의 교차
사카타 유사쿠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요우코 강사님에게 있었다.
유사쿠는 요우코의 국어수업을 언제나 기대하고 있었다.
분명하게 말해 요우코의 수업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모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스타일에 침착한 목소리, 그리고 때때로 보이는 살짝 웃는 얼굴........
긴장하고 있어야할 수업중에도 유사쿠를 비롯한 남자 학생들은 언제나 반쯤 멍한 시선으로 요우코를 쫓고 있었던 것이였다.
물론 오늘의 4교시도 유사쿠는 그 얼마 안되는 행운을 기대하고 요우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요우코는 뭔가 달랐다.
교실에 들어온 옆 얼굴을 본 것만으로 유사쿠는 "어?"라고 생각했다.
(뭔가, 다르다..........)
그리고 수업 시작의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는 요우코를 보며 유사쿠는 몹시 놀랐다.
요우코가 웃고 있었던 것이었다.
평상시의 준엄하다고 해도 좋을 분위기가 아니라, 마치 부드러운 봄의 햇볕과도 같이 따뜻하게 웃는 얼굴이 모두에게 향하고 있었다.
남자 학생만이 아니라 여자 학생까지, 생선이 주어진 고양처럼 그 웃는 얼굴에 녹아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건가, 강사님? 어제 뭔가 좋은 일이 있었는지도..........)
유사쿠의 머리에 남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 뒤의 수업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끝났는지차 기억나지 않았다.
깨달은 순간 유사쿠는 혼자 점심시간의 교실에 남아있던 것이었다.
"아!"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놀란 유사쿠는 거기서 간신히 자신을 되찾았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은 늦잠자서 아침식사도 걸렀던 것이었다.
깨달은 순간 유사쿠는 맹렬한 허기를 느꼈다.
이 시간에 학생식당은 가득차 있을 것이였다.
기다리고 있는 시간도 아까운 유사쿠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곧장 교문으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단골의 식당이 있었다.
유사쿠는 종종걸음으로 그 식당을 향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를 나와 반쯤 갔을 때였다.
갑자기 유사쿠의 앞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저, 실례지만, 당신 영국학원의 학생입니까?"
키가 작고 조금 살쪘고, 둥근 얼굴에 악의가 없이 웃는 얼굴.......
마치 눈사람같은 인상의 남자가 그렇게 말해온 것이었다.
"네? 아, 그렇습니다."
유사쿠는 평상시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로 상대를 경계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그러나 그 순간 상대의 얼굴에 깜짝 놀랄 정도로 기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유사쿠는 경계심을 풀었다.
"아-, 다행이다! 한참 전부터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약도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요."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주머니에서 접힌 약도를 꺼냈다.
"이건데요,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서요."
유사쿠는 남자가 꺼낸 주름진 메모용지에 고개를 내밀로 보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근처의 지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분명하게 그리지 않았다.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었던 것이다.
유사쿠는 그것을 지적하면서 길을 설명했다.
그러나 남자는 유사쿠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일단은 이해한 것 같지만,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면 뭔가 미묘하게 잘못되어 있었다.
거기서 다시 설명을 하면 더욱 남자는 잘못 이해했다.
성과가 없는 반복의 계속이었다.
지친 것인지 메모를 들고 있던 남자의 손이 서서히 내려갔다.
그러나 설명에 열중하고 있던 유사쿠는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시선이 내려감에 따라 의식하지 못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시야가 어둡고 희미해지며 어느새인가 메모의 지도 기호조차 애매하게 보였다.
뭔가........ 이상해...........
조금 전에 보았을 때는 굽은 선이었던 곳이 지금보면 사각이 되어있었다.
십자로가 삼거리가 되어있었다.
북쪽이 동쪽이 되어있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문득 깨달으니 남자의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 꽂혀있는 펜이 깜박깜박거리며 불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와 더불어 그 빛이 크게 원을 그리는 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어? 나, 뭘 하고 있었지?)
멍하게 올려보는 시선의 긑에 한 사람의 남자가 있었다.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유사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아, 그러면 갈까."
상대가 단호히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은 그대로 유사쿠의 의지를 지배했다.
"응. 갈까........"
유사쿠는 자신의 의지로, 남자의 뒤를 쫓아 걷기 시작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길에는 따뜻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점심시간 12시 15분에 일어난 일이었다.
*
키츠네군이 늦은 점심식사를 위해 DMC 빌딩의 앞에 있는 찻집에 들어가자 안쪽에 있는 평소 앉는 자리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이거, 키츠네 대강사님도 식사입니까?"
담배를 피우면서 능글맞게 말한 것은, 매우 기분이 좋은 아라이구마였다.
"오늘의 특별 강의에는 나도 참석할테니까 좋은 아가씨를 준비해둬."
아라이구의 곁에는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토라와 기린이 앉아서 식후의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중이었다.
아마 두 명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었따.
"아라이구마씨, 스트립이 아니에요."
키츠네군은 싱긋 웃으면서 아라이구마에게 말했다.
그리고 웨이트레스에게 점심식사를 주문한 뒤 모른다는 얼굴의 토라에게 잔소리했다.
"그리고 토라씨, 멤버를 늘리지 말라고 부탁드렸지 않습니까?"
"응-? 뭐, 괜찮잖아. 안 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고. 거이에 결국 갈 수 있는 것은 우리들 3명 말고는 크라운과 쿠마뿐이야."
그것을 듣고 키츠네군은 예상보다 적은 것인지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오늘의 출장 최면은 실은 꽤 중요한 단계였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견학자가 여러명이 오면, 그 만큼 요우코들에게 미묘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토라는 불만이었다.
"실은 반드시 봤으면 하는 바보가 없어."
그 불만을 듣고, 키츠네군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팬더씨는 오지 않습니까?"
조금 전의 잡담 멤버 중의 한 사람, 팬더는 당연히 올거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없다, 그 바보는. 중요한 일이라도 하는 건지....... 안보여."
"휴대폰은?"
"자동응답전화다."
"그럼 메세지를 남겨두면 올지도 모르잖아요. 어차피 저녁이고."
"아, 남겨뒀기는 했는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오늘의 공개조교 더 늦게는 할 수 없을까?"
토라가 약간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물었다.
"으응, 그것은 안되요. 기한이 1주일이었으니까 더 늦출수 없어요."
키츠네군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하긴 그럴거다. 무리해서 구경하기로 한건데 시간까지 늦추면 확실히 귀찮아지겠구나. 미안, 지금것은 잊어줘."
토라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취소했지만, 내심 팬더가 묘하게 신경쓰이고 있던 것이었다.
(오늘 아침의 팬더의 눈은 본 적이 있다. 내 밑에서 쭉 조수일을 하고 있을 때 봤었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
토라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 깨닫고 있는 사람은 그 밖에 없었다.
키츠네군은 막 나온 새우튀김정식에 달라붙어있으면서도, 머리속으로는 오늘의 조교순서로 가득했고, 기린이나 아라이구마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잡담모드였다.
서로 편하게 웃으면서 최근 맛본 여자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능한한 빨리 팬더의 눈을 뜨게 해주지 않으면, 뭔가 일을 벌일지도 몰라. 그 때문에 키츠네의 라이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 놈,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은 진짜다. 그것을 라이브로 보면 저 녀석도 인형사니까 뭐가 부족한지 알거라고 생각한 건데. 그 정도의 눈은, 나는 팬더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건데.)
토라는 맛없다는 듯 커피를 마시고 조금 안타까운 표정으로 창밖의 차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리쬐는 밝은 빛을 반사해, 차갑게 강화된 빛이 토라의 손목시계에서 흘러나왔다.
바늘은 오루 2시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철컥철컥하고 금속이 부딪치는 작은 소리가 들린 뒤, 찰칵, 하고 락이 풀리는 소리가 울렸다.
맨션의 각 집에 설치된 현관문은 최신식 전자키로 지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집의 문은 정당한 거주자가 아닌 침입자를 시원스럽게 맞이했다.
단지 그 침입자가 진짜의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기서 살고 있는 당사자는 결코 모르겠지만 거주지에는 그 거주자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렌은 현관에서 한걸음 발을 내디딘 순간 '아, 요우코의 향기가 난다'라고 생각했다.
실내는 생각했던 대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은 요우코의 성격 그 자체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평상시 경찰의 일로 발을 디디거나 검증하거나 하기 위한 집을 보면 어딘가 병든 것같은 인상이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집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였다.
렌은 현관에서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고 나서 구두를 벗고 집에 들어갔다.
방 배치는 며칠 전에 파악해둔 상태였다.
망설이지 않고 거실로 발길을 옮긴 뒤, 재빨리 둘러보았다.
소파에, 테이블, 텔리비젼, 천장, 커텐의 그늘까지 살펴보았다.
무엇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물건은 여기에는 없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미닫이가 눈에 띄었다.
서양식 방이라면 문고리가 있어야 했다.
렌의 눈이 빛났다.
간단하게 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일본식 방이었다.
8다다미 정도의 넓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일본식 단상이나 책상이 놓여져 있었고, 미닫이를 지난 부드러운 햇빛이 그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물론 요우코의 방일 것이었다.
부드러울 것 같은 얇은 핑크색의 가디건이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검소, 그러나 요우코다웠다.
당사자는 누구나 정신을 빼앗길 것 같이 빛나고 있었으므로, 불필요한 장식이 전혀 필요하지 않겠지.
주인이 없는 지금 방은 조용했지만 어딘가 늠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렌으로서는 드물게 들어가기가 망설여진 것이었다.
그러나 안을 살펴보고 방의 구석에 찾던 물건을 발견하자 렌은 작게 미소지으며 다다미에 발을 내딛었다.
책상의 옆과 벽 사이에 간단하게 세워져있었다.
'그것'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너무 낡고 더러워진 잡동사니에 불과했다.
그러나 렌의 눈에는 틀림없이 이 방안에서 가장 빛나보였다.
마치 경의를 표하듯이 잠깐 응시하던 렌은, 이윽고 한숨을 토해내면 그것을 손에 들었다.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게 하는 '그것'은 하나의 목검이었다.
손잡이의 부분은 검게 변색되었고, 그 이외의 부분에도 무수한 상처가 자잘하게 새겨져있었다.
렌은 유혹당한 것처럼 그 목검을 꽉 쥐고 가볍게 내리쳤다.
바로 그 때 손에 넣었을 때 느낀 무게가 사라지고 마치 날개가 달린 듯이 가볍게, 스스로의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쉽게 그 목검은 궤적을 그려냈다.
절묘한 균형으로 깍여져있는 것이었다.
렌은 예상이상의 성과에 일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다음 순간 부끄럽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그립의 변색 상태, 무수한 상처, 그리고 반할 것 같은 균형. 그것은 렌이 가지고 있는 목검과 마치 쌍둥이와 같이 닮아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대로 비슷하기 때문에 렌은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요우코의 무기였다.
요우코가 사용하기 위해서 100%로 튜닝된, 이 세상에서 요우코이외에는 결코 잘 다룰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목검을 응시하는 렌의 시선에는 열기가 감돌았다.
마치 요우코와 대치하고 있을 때처럼 억제할 수 없는 고양감이 등을 뜨겁게 만들었다.
(오늘밤, 요우코는 이 무기를 손에 들고 키츠네님과 싸운다.)
그 광경이 렌의 마음 속에 그려졌다.
자신이 3개월 전 체험한 일을, 오늘 밤 요우코도 맛본다.
렌은 괴로운 듯 숨을 내쉬었다.
가슴 안쪽에서 무엇인가 표현할 수 없는 응어리가 느껴지고 있었다.
(뭐지? 이 가슴의 괴로움은?)
렌은 가만히 목검을 응시했다.
목검을 통해 오늘 밤 두 명의 대전을 응시했다.
그리고 머리를 완전히 가동시켜 이 기분에 가장 적당한 말을 찾아냈을때, 간신히 자신의 기분을 이해했다.
(분하다, 분해. 대단히.......)
그러나 렌은 그 이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주인님에게 전력으로 부딪쳐갈 수 있는 요우코에 대한 것인지, 요우코와 겨룰 수 있는 주인님에게 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이 납득하지 있도록 할 수 밖에 없어!)
렌은 결심하자 목검을 손에 넣은 채로 발걸음을 돌렸다.
키츠네군의 명령은 요우코가 애용하는 목검을 오늘의 조교 장소인 학교의 무도장으로 가져오라는 것 뿐이었다.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최상위의 요구였고, 렌도 결코 거역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렌은 손목시계를 살짝 보았다.
오후 3시 5분.
시간은 아직 충분했다.
(명령의 수행은 순조롭구나. 조금쯤 돌아가도 문제없어요.)
렌은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가져온 골프가방에 요우코의 목검을 집어넣고 등에 짊어진 뒤 방을 뒤로 했다.
인형사로서 렌의 마스터이기도 한 키츠네군이라고 하여도 렌의 이 행동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특이성에 렌의 본질이 있었다.
과연 렌의 이 행동이 공개조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 시점에서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어? 너 어떻게 된거야? 찾았잖아."
도서 위원의 일로 오랫만에 도서실을 방문한 타카하시는 거기서 같은 반의 사카타 유사쿠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오전 중에는 있었는데 오후부터 갑자기 모습이 보이지 앟아 담임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갑자기 배가 아파서 오후에는 푹 자고 있었어."
도서실 구석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던 유사쿠는 조금 기운 없는 얼굴로 말했다.
"자고 있었다니......... 양호실에도 없다고 야마시타가 말했는데."
"응. 잠깐 부실에서 잤어."
"부실? 아........"
거기까지 듣고 타카하시는 납득한 것처럼 싱긋 웃었다.
유사쿠는 유도부였지만 지금은 무도장이 사용금지이므로 다다미는 부실로 옮겨둔 상태였다.
연습 스케쥴 때만 체육관에 다시 꺼내놓지만, 그 외에는 임시 보관소가 되어 있었다.
그 말은......
"너 깊게 잠들었었구나."
곧바로 유사쿠의 얼굴이 붉어졌다.
"역시 .........들켰지?"
"들켰어."
타카하시는 즐거운 얼굴로 유사쿠를 내려다보았다.
"야마시타에게는 말하러 갔었어?"
그 물음에 유사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땠어?"
"........들켰어."
거기서 타카하시는 무심코 크게 웃어서 주위의 차가운 시선이 '짓-!' 하고 날아들어 공격하는 듯해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괴로운 듯이 웃음을 억누르며 타카하시는 말했다.
"쿠쿠쿠쿠, 뭐, 모두에게는 내가 진실을 알려줄께."
그렇게 말하며 유사쿠의 어깨를 두드린 뒤 타카하시는 눈을 아치형으로 만들고 입술을 깨물면서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던 유사쿠는 타카하시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되자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방금 전에 얼굴을 붉혔던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한 긴장으로 가득했다.
신경질적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목시계을 보았다.
오후 4시 10분.
(이제..... 앞으로 1시간. 아냐, 50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좋아.)
입이 건조해지고, 덥지도 않은 곳에서 혼자 땀을 흘리고 있었다.
뇌리에는 '부실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에 비몽사몽 들었던 이야기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알고 있어? 이시다 강사님의 그 이야기. 응응, 그거.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아. 진짜. 그것도 오늘도 그런다던데. 거짓말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으면 방과후 무도장에 가봐. 외부인이 출입할테니까. 사복이야, 사복. 에? 아니,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어. 그 컨닝 소동으로 상당히 고집부렸었잖아? 그래서 2학년의 동생까지........... 진짜야. 5시부터.... 분명히 그랬어."
유사쿠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대화는 머리에 제대로 새겨져 있었다.
(그런 일이, 그런 일이 있을리 없어! 이시다 강사님이 경찰의 심문을 받는다니!)
유사쿠의 뇌리에 4교시때의 이시다 강사님의 기쁜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경찰의 심문을 눈 앞에 둔 용의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들었던 이야기를 무시할 정도의 확증도 없었다.
그리고 강사님의 결백을 믿고 바라는 마음의 뒷편에는, 천사와 같은 강사님이 혹시 포박될지 모르는 현장을, 그런 장면을 보고 싶다고 하는 어두운 욕망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것이 유사쿠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확인한다. 나는 절대로 강사님을 믿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괜찮은 거야. 나는 진실을 봐도.)
손에 들고 있는 책은 같은 페이지가 펴진 채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도서관의 한쪽 구석에서 유사쿠는 지금까지의 생애 중 가장 느린 시간의 흐름을 맛보고 있었다.
*
그리고 또 한사람, 유사쿠와 같이 어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시선은 지나다니는 차를 보고 있었지만, 마음 속은 폭풍우의 작은 배와 같이 큰 파도에 삼켜지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왜이렇게 초조하지? 해도 괜찮은, 약간의 장난일뿐이잖아! 약간 녀석에게 수치를 안겨줄 수 있는............ 그러니까 괜찮아.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나는 떨고 있는 거냐?)
팬더는 손에 든 컵에 생기는 파문을 이를 악물며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팬더의 모습을 멀리서 웨이트레스가 걱정스러운 듯이 보고 있었다.
팬더는 갑자기 그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때 억제하지 못할 정도의 수치에 얼굴이 붉어졌고, 자연스럽게 그것은 분노로 변했다.
(뭘 보는 거냐! 나는 인형사다. 어떤 여자라도, 나의 말로 나에게 무릎 꿇는다! 이런, 별볼일없는 가게, 나의, 나의 힘을 사용하면)
팬더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몸에서는 힘이 사라져서 떨림이 멈췄다.
그러나 그것은 냉정함을 회복해서가 아니었다.
반대로 극도의 긴장을 참지 못한 팬더의 신경이 현실도피한 결과였다.
언제나 하는 루틴 워크.
그것은 샐러리맨이라면 워드프로세서를 두드리는 것 같은 일이며, 어부라면 그물을 치는 일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팬더에게 있어서는 눈앞에 있는 타겟을 손에 넣는 일이었다.
옆의 메뉴를 잡고 웨이트레스를 부르는 듯 팔랑팔랑 털었다.
그 신호에 직업적인 미소를 떠올리며 다가오는 웨이트레스.
팬더의 왼손은 무의식 중에 가슴의 장치를 점멸시키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은 최면 유도, 무목적인 컨트롤, 그리고 그것이 불러오는 무수한 사고.
팬더는 파멸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2-16) 공개 조교
겨울의 저녁은 빨랐다.
저녁 5시에는 사방이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
사립영국학원대학학교도 교사에서는 빛이 조금씩 보이는 것외에는, 야구부의 그라운드의 조명도 꺼져서, 가로등의 불빛밖에는 없었다.
물론 평상시라면 아직도 학생들의 연습이 계속되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요전날 무도장에서의 사고 이래, 당분간 연습은 4시 반까지 끝내고 귀가하도록 학교에서 통지가 나왔던 것이었다.
따라서 5시를 지난 지금 교내에 학생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하물며 사고 이래 출입을 금지당한 무도장에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나 검은 천으로 모든 창을 가리고 외부에서의 시선을 차단한 장내에는 지금 환하게 불이 켜져, 잘 닦여진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무도장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2층석의 가장 앞줄에는 5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물론 크라운을 비롯한 마인드 서커스의 멤버들이었다.
"의외로 춥지 않네요. 학교의 이러한 건물은 보통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운 걸로 알고 있는데요."
크라운은 두꺼운 코트를 입은 채로 곁에 있는 기린에게 말했다.
"냉난방 완비라는 녀석이에요. 저기 스팀이 보이죠? 부자 학교는 이런 것에서 차이가 납니다."
기린은 설명해주었다.
"자세하네요. 예비조사라도 했습니까?"
크라운의 이 질문에 대답한 것은 기린의 곁에 있던 아라이구마였다.
"기린씨는 여고생 전문가랍니다. 대학학교라면 어지간한 학생보다 자세할걸요."
아라이구마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기린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아니아니, 나는 확실히 전문가다운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라이구마군은 컬렉터니까. 이 근처 대학학교의 미소녀들은 모두 아라이구마군에게 먹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에 크라운의 눈이 둥글어졌다.
"정말입니까, 아라이구마군? 나 전혀 몰랐어요, 그렇게 맛있는 이야기."
"네-? 유언비어예요, 유언비어. 내가 연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죠? 아이같은 것을 상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전문인 것은 쿠마씨에요."
아라이구마는 자신에게 향하는 이야기를 쿠마에게 돌렸다.
"이봐, 이봐, 갑자기 나에게 화살을 돌리지 말아줘. 나의 경우는 전부 일이었어."
남자들이 화기애애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이것이 암흑가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마인드 서커스의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화제를 아주 좋아하는 토라는 평상시와는 달리 혼자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분나쁜 토라의 분위기에 감염되듯이 다른 사람들의 잡담도 서서히 기세가 죽어갔다.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1층의 문에 집중되었을 때, 그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듯 크고 무거운 문이 그 입을 열었던 것이었다.
사각형으로 잘라진 어둠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 안쪽에서 4명의 사람이 무도장안으로 들어왔다.
선두는 키츠네군.
어제까지의 변호사풍의 신사복이 아니라 움직이기 쉬운 운동복의 상하의에 조끼를 껴입고 있었다.
그 뒤를 이시다 요우코, 그리고 이시다 미키가 따라들어왔고, 마지막에 렌이 나타났다.
이 3명은 어제와 복장이 같았다.
요우코는 교사다운 흰색의 슈트, 미키는 교복, 렌은 가죽의 쟈켓에 청바지였다. 물론 모두 맨발이었다.
다만 렌만은 어께에 골프 가방을 메고 있었다.
렌은 마지막으로 들어온 뒤 스스로 문을 닫고 열쇠로 잠궜다.
드디어 키츠네군의 공개 조교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미 예비 최면은 발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요우코나 미키는 2층을 올려다보고 크라운들을 알아차린 것 같은 반응이 없었다.
키츠네군만이 위를 올려다보고 살짝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언제나 DMC의 사무소에서 보이던 가벼운 느낌이 아니라 틀림없는 진심모드의 얼굴이었다.
2층의 5명을 신경쓰지 않고 진지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키츠네군은 요우코와 미키를 돌아보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사방이 막혀있는 무도장안에 딱! 하고 선명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그 때까지 멍한 시선을 하고 있던 요우코와 미키가 한순간 키츠네군에게 시선을 향한 다음 순간 영혼을 빼앗긴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가까스로 서있었지만, 바람이 불기만 해도 쓰러져버릴 것 같은 상태였다.
"렌, 의자를."
키츠네군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수역의 렌은 말한대로 준비해둔 의자를 두 명의 뒤에 가져다두었다.
키츠네군은 두 명에게 손을 빌려주며 정중하게 의자에 앉도록 했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대고 천천히 암시의 말을 흘려넣었다.
그러자 그 때까지 진흙같던 두 명의 신체에 조금씩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키츠네군의 말이 끝날 무렵에는 에너지 충전이 완료된 것처럼 의자에서 등을 펴고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 시선만은 여전히 멍한채였다.
키츠네군은 거기까지 신중하게 두 명을 유도한 뒤, 간신히 한 가지 일을 끝냈는지 작게 숨을 내쉬며 렌에게 손짓했다.
렌은 짊어진 골프 가방을 손에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키츠네군의 곁에 서서 요우코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키츠네군은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천천히 무엇인가를 중얼거린 뒤 눈을 떴다.
그러자 거기에는 방금전까지의 진지한 표정의 키츠네군은 사라지고, 대신 가벼운 분위기의 키츠네군이 서있었다.
"드디어 엔진 전개라는 건가?"
2층석에서부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응하듯이 키츠네군이 입을 열었다. 평소의 톤으로, 평소의 페이스로.
"여기는 적의 아지트입니다."
그러자 요우코와 미키의 입에서 동시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는 적의 아지트입니다."
단조롭지만 분명한 목소리였다.
그 복창에 만족한 미소를 띈 키츠네군은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들은 잡히고 속박되어 있습니다. 절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나는 속박되어 있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앞에 서있는 남자, 나는 '쿠로이와 켄지'입니다."
키츠네군은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대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요우코들은 조금의 미혹도 없이 복창했다.
"나의 눈앞의 남자, 당신은 쿠로이와 켄지."
"나의 곁에 있는 이 남자, 이 남자는 '쿠로이와 타케시'입니다."
계속해서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렌을 소개했다.
그러자 역시 그런 일에 무관심하게 두 명은 대답했다.
"당신 옆의 남자는 쿠로이와 타케시입니다."
두 명의 복창을 확인한 키츠네군은 작게 수긍했다.
여기까지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계속해서 이번에는 렌이 들고 있는 가방을 열게 해서 키츠네군은 안에서부터 이상한 것을 꺼냈다.
그것은 조금 큰 캥거루 인형이었다.
배의 주머니에서는 사랑스러운 아이 캥거루도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키츠네군은 그 아이 캥거루를 주머니 안쪽에 억지로 밀어넣고 나서, 캥거루 인형을 두 명을 향하며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자, 잘 보세요. 이것이 '시미즈 쿄오코'입니다."
두 명의 시선이 인형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복창이 반복되었다.
"그것은 시미즈 쿄오코입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은 키츠네군이 감독하고 주연하는 최면 드라마.
그리고 드라마의 캐스팅은, 지금 두 명의 타겟의 머리에 제대로 새겨졌다.
준비는 완료되었다.
과연 지금부터 도대체 어떤 스토리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그것은 2층의 5명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
단순한 구경꾼으로서 두근두근하면서 계속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키츠네군의 드라마는 꺼낸 목검으로 바닥을 크게 치는 것을 신호로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
쿵, 쿵, 쿵.......
둔한 소리가 멍한 머리에 영향을 줘서 마치 머리를 직접 맞는 것 같은 아픔에 요우코는 눈을 떴다.
(뭐지, 도대체?)
그러나 요우코의 시야에는 희미한 빛이 비추어진 낡고 더러워진 바닥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었다.
전혀 본 기억이 없는 장소.
요우코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도 되지않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왼쪽에서 무엇인가 소리가 나는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어디야, 여기?"
"미키!"
요우코는 돌아보고서야 의자에 앉아있는 미키를 발견했다.
그리고 곧바로 달려가려다가 갑자기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해서 시선을 내리자 자신의 손이나 다리가 의자에 줄로 빙빙 감아진 채 고정되어 1밀리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있었다.
"무! 무슨!"
요우코는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험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니, 도와줘! 움직일 수 없어! 무슨 일이야?"
미키의 낭패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유를 모르는 것은 요우코도 같았지만, 여동생의 불안한 목소리를 들어버리면 언니로서 격려해 줄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 미키. 내가 있으니까, 지켜줄테니까."
그러나 그런 요우코의 말에 겹치듯이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크크크크..... '지켜준다'라고? 자신도 묶인 주제 어떻게 지킬거지?"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이 의문일 정도로, 눈 앞에 한 사람의 남자가 서있을 것을 발견했다.
얼굴은 붕대로 감싸고 있었고, 그 갈라진 곳으로는 붉고 탁한 눈과 앞니빠진 입만이 들여다보였다.
"누구, 누구냐, 너는?"
요우코는 기분나쁜 얼굴에 쏘아보는 듯한 시선을 향하며 물었다.
(누구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
그런 요우코의 노려보는 시선에 남자는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심하네요. 나를 잊고 있었다니 정말 심해요, 강사님은."
"강사님? 그러면 나의 학생........"
요우코는 거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그 남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슉-슉- 하고 뱀과 같은 호흡음과 흐려진 목소리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 뭐든지 가지고 있다는 듯한 말투와 듣기 싫은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의 붕대.......
"너.. 쿠로이와 켄지냐!"
요우코는 쏘아보는 시선으로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
바로 그 때 왼쪽의 미키에게서 숨을 삼키는 기색이 전해져왔다.
"후후후 정답이에요. 그렇지만 경칭 생략은 심하네요. 다른 강사님들처럼 '쿠로이와님'이라든지 '도련님'이라든지 불렀으면 좋겠는데."
켄지는 여유를 가지고 요우코에게 말했다.
"장난치는 것도 적당히 해둬요! 도대체 이런 일을.... 빨리 줄을 푸세요. 이런 일로 해서 그냥 끝낼 거라고 생각지 마세요!"
요우코는 분노를 전신에 가득채우며 켄지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켄지는 조금도 기가 죽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천천히 요우코의 등뒤로 돌아가 팔을 뻗어 무방비인 요우코의 가슴에 양손을 대고 마음껏 주물렀다.
붕대의 사이로 입이 싱긋하고 웃었다.
"머, 멈추세요! 비겁자!"
요우코는 상체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줄에 얽매인 몸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후후후, 강사님, 역시 좋은 몸을 하고 있군요."
켄지의 손가락이 쉽게 요우코의 유두를 찾아내고 꼬집으면서 희롱했다.
분노로 입술을 깨무는 요우코.
그러나 켄지의 손가락은 그 이상 움직임을 멈췄다. 그 대신 켄지는 요우코의 얼굴 바로 옆에 입을 대고 말했다.
"강사님,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렇게 쉽게 강사님을 먹어버릴 생각은 없으니까요. 무례는 용서해주세요. 강사님을 묶은 것은,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서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있는 무도로 날뛰며 돌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 이제 알아들었죠?"
켄지는 즐겁다는 듯이 요우코에게 말했다.
"장난치지마세요! 이것이 이야기하는 태도입니까!"
요우코는 곁눈질로 켄지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쯧쯧. 그 태도가 안되는 겁니다, 강사님. 원래 당신은 내가 선택해주었으니까 좀 더 경의를 가지고 대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사회인이니까, 그 정도 어른의 상식은 알고 있으면 좋은데."
켄지는 요우코의 앞에 의자를 가져와서 느긋하게 앉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남편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리를 요우코의 무릎위에 올려놓고 편한 자세로 요우코를 응시했다.
그런 켄지의 태도에 요우코는 지금까지의 분노어린 표정에서 차갑고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꾸며 말했다.
"귀엽네요. 당신 정도로 착각해버리는 아이는 요즘 드물어요. '나에게 반항하면 아빠가 용서치않아-'라고요? 훌륭해요. 유치원의 아이들 수준의 감성이군요. 내가 해줄 말은 그것뿐이에요."
잡혀있다고 해도 요우코의 날카로운 미모도, 강인한 의지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만큼 요우코의 대사는 강렬한 회초리가 되어 켄지를 때렸다.
하지만 무시하듯이 켄지는 천천히 머리를 좌우로 흔든 뒤 작게 한숨을 토한 뒤, 오히려 상냥한 목소리로 요우코에게 말했다.
"곤란하군요. 아무래도 인간은 자신의 스케일로 밖에 상대를 보지 못하니까요. 사회에는 계층이 있어서 각각 엄격한 룰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억지로 누르려고 하면 당연히 저항이 일어납니다, 강사님. 알고 있습니까? 당신같은 일반 서민과 우리 지배자층은 사는 곳이 틀립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고집부리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안돼. 낙제. 대학교의 사회부터 다시 공부해."
요우코는 차갑고 짧게 명령했다.
"역시..........안되겠군요."
켄지는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일부로인것같은 한숨을 토했다.
그리고 변함없이 강한 시선으로 노려보는 요우코를 향하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었습니다만. 강사님이 솔직해져, 일생을 '쿠로이와'에 바친다라고 말하면 나의 전용 애완동물로 해줬을 텐데."
거기서 처음으로 켄지는 지금까지의 나른한 표정을 버리고 요우코에게 기분나쁘게 웃어보였다.
"미치광이........"
토하듯이 요우코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켄지는 완전히 요우코를 업신여기는 얼굴로 일어서서 뒤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이쪽으로 데리고 와줘요."
그러자 배후의 어둠에서 솟아나오는 것처럼 두 명의 사람이 요우코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그 때, 지금까지의 냉정함을 벗어 던지듯이 요우코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찼다.
한사람은 이사장인 쿠로이와 타케시, 그리고 그 손에 들린 줄에 질질 끌려오는 것은..........
"쿄, 쿄오코씨?"
이미 산달을 맞이해서 병원에 입원하고 있어야 할 쿄오코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크고 둥글게 부풀어오른 배에도, 가슴의 상하에도 줄이 딱딱하게 감아져 마치 애벌레처럼 전신이 속박되어 있는 쿄오코가 눈 앞의 바닥에 나타난 것이었다.
"쿄오코씨, 쿄오코씨! 괜찮아요? 대답을 해요!"
요우코의 호소에 쿄오코는 몸을 조금 떠는 것으로 대답했다.
요우코의 시선이 다시 켄지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 날카로움은 방금 전과 비교할바가 아니었다.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빨리 줄을 푸세요! 임산부에요! 적당히 굴어요!"
그러나 놀랍게도 켄지는 요우코의 이 말을 무시한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마루 위의 쿄오코의 턱아래에 넣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하면서 입을 열었다.
"너도.... 요우코를 만나지 않았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바보같은 계집을 믿고 계획을 불고, 이 쿠로이와를 팔았겠지?"
켄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한 뒤 발로 쿄오코의 몸이 위를 향하도록 했다.
그 순간 요우코의 눈이 크게 떠졌다.
위로 향한 쿄오코는 얼굴이나 몸만이 아니라 눈에 닿는 모든 피부에 멍이나 베인 상처, 피가 배인 자국이 있었던 것이었다.
쿄오코는 가해진 폭행에 이미 단념한 것인지, 험하게 다루는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얌전하게 있었다.
요우코에게는 그것이 늑대의 목구멍 맨 안쪽에서 씹히고 부수어진 사슴처럼 보였다.
켄지는 손에 넣은 목검을 쿄오코의 목에 들이댔다.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켄지의 입에서부터 터무니없는 대사가 나왔다.
요우코의 안색이 변했다.
"지,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믿을 수 없는 생각에 눈이 크게 떠졌다.
".......부탁..........아이만은...........부탁........."
작게 신음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쿄오코의 입에서 나왔다.
"그것이 마지막 부탁이라는 건가?"
켄지의 입이 악마처럼 비뚤어졌다.
떨면서도 작게 수긍하는 쿄오코.
아연하게 응시하는 요우코.
한가닥의 희망을 담은 시선이 일찌기 호쾌한 스포츠맨처럼 보여졌던 남자에게 향했다.
그러나 비뚤어진 남자의 입이 비정한 판단을 내렸다.
"안-돼! 너의 아이는 이미 DNA판정에서 쓰레기라고 판정되었어. 부모와 자식이 사이좋게 죽으라고!"
켄지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목검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요우코의 쪽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쿠로이와에 반항하는 놈이 어떻게 되는지..... 그 눈으로 잘보고 있으라고."
그 대사에 요우코의 눈이 크게 열렸다.
"안돼, 그만둬, 멈춰......"
믿기 어려운 켄지의 행동에 요우코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켄지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피에 굶주린 악마같은 눈동자에 복수의 환희가 흘러넘쳤다.
팔뚝에 힘을 불어넣고 양손으로 꽉 쥔 목검에 과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힘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발돋움하듯이 높이 치켜든 목검을 다음 순간 전력을 다해서 내려쳤다!
"그만둬어어어어어-!!"
요우코의 목에서 나온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그 순간 요우코는 지금까지 들은 적 없는 소리를 들었다.
딱딱한 것이 무엇인가를 부수는 소리.
아마 죽을 때까지 평생 귀에서 지워질리 없는 소리가 새겨졌다.
그리고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광경을, 지옥과 같은 모습을 정확하게 전하고 있었다.
핏기가 가시고, 호흡도 잊었다.
무의식중에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눈앞의 광경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비극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피에 물들어 새빨게진 목검을 켄지는 다시 들어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번은 역수였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제..........."
요우코의 입에서 빠져나오려고 한 애원을, 피에 물든 목검이 추월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 악마가 올라탄듯이 날카로운 그림자가 부풀어오른 배에 꽂히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 순간....... 들릴리 없는 절규의 외침이 요우코의 귀에는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개의 생명이 사라진 광경은 두 번 다시 사라지지 않는 상흔이 되어 깊고 깊게 찍혀져갔다. 요우코의 눈과 마음에.
(2-17) 요우코의 결의
탁, 탁, 탁........
달빛이 비추는 계단을 유사쿠는 전력을 다해서 뛰고 있었다.
(바보다, 바보다, 바보다! 나는 얼마나 바보인가! 시간이 없는데 뭘 하는 거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유사쿠는 5시 전에 이미 앉아있을 수 없게 되어 무도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이게도 도서관에서 체육관으로 가는 중간에 무도장이 있었다.
이 때문에 유사쿠는 체육관을 향하는 척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감시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본 적없는 얼굴의 남자들이 우르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유사쿠의 심장 고동은 단번에 빨라졌다.
그러나 무심코 멈춰서서 남자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사카타! 너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어!"
체육 교사인 야마자키였다.
운이 나쁜 것은 유도부의 고문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오늘 무단으로 연습을 빼먹은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면 어쩔 수 없었다.
유사쿠는 남자들이 무도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교사의 설교를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간신히 해방되어 당황해하며 무도장에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모든 문이 잠겨져 있었고, 모든 창에 검은 천이 씌여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있었던 것이였다.
아연실색하는 유사쿠.
그러나 단념하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들어갈 수 없다니!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들어가 지켜보지 않으면 소용없어!)
유사쿠의 속에서 공식적인 이유는 날아가버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칠것같은 의무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본인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시계를 들여다보자 이미 남자들이 들어간지 10분 이상 지나있었다.
시간이 없다고 초조해하면서 유사쿠는 힘껏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리고 몇 번째엔가 무도장의 창고실의 문을 보았을 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 다다미를 옮기기 시작했을 때에 확실히 유도부에서 창고실의 열쇠를 빌리고 있었어. 그래, 가까운 시일내에 무도장에 돌려놓을거라고 말했었어. 부장이 열쇠를 갖고 있어!)
열쇠의 존재에 생각이 미친 순간 유사쿠는 부실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부장은 언제나 열쇠뭉치를 부실의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있었다.
(부탁이야! 시간안에 닿아줘!)
유사쿠는 열심히 달렸다.
*
"이, 이........런........짓.......을 하고....... 어떻게.........하......려고....."
요우코의 속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날뛰며 몸이 폭발할 정도로 내압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입에서는 말하고 싶은 것과 관계없는 문장만이, 마치 망가진 기계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요우코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켄지는 실로 즐겁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냐고요? 크크, 세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아마 근해 물고기들의 식사가 되지 않을까요? 후후후.... 그렇지만 콘크리트 패키지가 되어버리면 먹기 전에 썩어버릴까요?"
빠진 앞니를 노출하며 켄지는 요우코를 비웃었다.
그것을 보는 요우코의 입으로부터 억누르지 못하는 듯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저빔과 같은 시선이 켄지의 눈동자를 직격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이 날카로운 시선은, 놀랍게도 켄지에게는 통용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켄지는 여유를 가진 채 요우코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요우코를 유도하듯이 천천히 시선을 오른쪽으로 옮겨갔던 것이었다.
켄지의 시선이 천천히 자신에게서 그 쪽으로 향한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요우코는 오늘 처음으로 등골이 어는 듯한 공포를 맛보았다.
"기다리세요!"
요우코의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외침이 울려퍼졌다.
"응? 뭡니까, 강사님?"
켄지는 멈춰 서서 새롭게 꺼낸 죽도를 어깨에 기댄 채 얼굴만 요우코에게 향했다.
그러나 요우코의 절규는 이미 늦었다.
켄지는 이미 목적한 곳으로 이동한 뒤였던 것이다.
이시다 미키라고 하는 다음의 사냥감의 눈 앞에 켄지는 서있었다.
미키는 망연한 얼굴로 켄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을 적시면서.
"미키는....... 여동생은 관계없어요! 내가 상대합니다! 여기로 오세요!"
요우코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힘껏 흔들며, 필사적으로 켄지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
"관계없다고요? 재미없는 농담을......... 이 '쿠로이와'에 직접 손을 댄 죄....... 쿄오코 정도가 아니에요. 당연히 죄값을 치루지 않으면 안돼요. 그러니까 강사님, 당황하지 말고 거기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좀 있다 마지막에 상대해줄테니까요."
켄지는 지나칠 정도로 정중하게 말하면서 시선을 미키에게 향했다.
"아니, 아니, 살려, 부탁, 부탁해요."
미키는 헛소리를 하듯이 그렇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넘치는 공포로 켄지에게서 시선을 떼지도 못하고, 동공이 퍼진 것 같이 어두운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런......... 이번에는 상당히 마음 약한 소리를 내고 있군. 그렇지 않으면 또 나를 속일 생각인가. 네 덕분에 나는 상당히 인간 불신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이 죄를 어떻게 갚을 생각이지?"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을 내밀어 미키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자 미키의 전신이 경련하는 것처럼 흔들리며, 핏기가 사라진 얼굴은 종이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산 채로 해부해줄까?"
"그렇지 않으면 박제는 어때?"
"포르말린에 담아줄 수도 있어."
악마의 울림같이 미키의 귀로 잇달아 끔찍한 아이디어가 전해졌다.
"히이이이이잇! 도, 도와워, 도와주세요.......... 부탁........도와주세요...... 뭐든지 할테니까........... 말하는데로 할테니까.......... 그러니까 ............부탁해요."
미키의 마음은 이미 부서지고 있었다.
눈 앞에서 행해진 진짜 폭력의 박력에 완전히 삼켜져 공포에 지배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켄지의 악의에 노출되면 말만으로도 미키의 자아가 붕괴해버릴 순간이 눈 앞에 다가와있었다.
그것은 요우코의 눈에도 분명히 보였다.
조금의 유예도 없었다.
"그만두세요, 비겁자! 남자라면 나와 싸워요! 만약 내가 진다면 나도 미키도 일생 너에게 봉사할테니까!"
요우코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켄지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켄지는 기가막히다는 얼굴로 요우코를 돌아보았다.
"헤에? 그렇습니까.......... 만약에, 내가 지면 어떻게 됩니까, 강사님?"
"그, 그래도.........그대로 나는 ...........당신의 물건이 되어요. 동생만은, 동생만은 풀어주면...나는 어떻게 해도 좋으니까."
요우코는 어금니를 깨물으며 말했다.
"흐응. 이겨도 져도 강사님은 내 여자가 된다는 것? 어느 쪽이 되어도 나에게 손해는 없다는 거군요?"
켄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얕보는 듯한 표정으로 요우코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후후후, 내게 유리한 것같지만........ 하나 더 선택사항이 있는 것을 숨기고 있죠, 강사님?"
"없어요. 검토해서 적합한 것은 이 2가지 뿐."
요우코는 딱딱한 표정으로 켄지를 올려보면서 말했다.
"틀려요, 있어요. 좋은 것이, 내가 강사님과 싸우지 않고도, 미키나 당신을 마음껏 안을 수 있어요! 언제든지 마음껏 안는 거에요!"
켄지는 우쭐거리며 단언했다.
그러나 요우코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무리에요. 네가 나를 안을 수는 없어요."
켄지는 요우코의 그 침착한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이, 요우코, 네 년은 의자에 얽매인 모습으로 잘도 그렇게 말하는 군. 지금이라도 나는 생각하면 간단히 강간할 수 있어."
"그만두는게 좋을 걸요. 내가 속박되고 있는 것은 손과 다리뿐. 너의 목을 씹어 부수는 일은 할 수 있어요. 소중한, 소중한 자지를 뿌리부터 먹어서 잘게 씹어줄까요?"
요우코의 전신에서 처참한 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네.....네 년! 장난치는 것도 적당히 해둬! 그렇다면 전신을 찢어줄까! 어떤 체위로든 강간해준다! 대변이나 소변을 질질 흘리는 야쿠자들의 공중변소로 해줄까!"
켄지는 명백하게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우코를 둘러싼 차가운 '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주세요. 그래서 네가 나를 안을 수 있다면. 몸을 묶고 움직일 수 없게 해서, 나의 성기만을 사용하는 군요. 그거 자위와 같지 않나요? 그래서 만족스러운가요?"
"잘도 말하는 군, 바보. 세상에는 편리한 약이 있어. 너같은 딱딱한 여교사를 자지에 미친 색정광으로 주사 1방에 바꿔줘. 뭣하면 주사기 1다스를 사용한 뒤 아는 야쿠자의 사무소에 렌탈해줄까? 전신에 정액을 땀고, 구멍이 헐었는데도 남자의 자지에 달라붙어서 놓지않는 모습이 눈에 선하군."
켄지는 요우코의 태도에 자극받은 것처럼 난폭하게 단언했다.
"그렇겠죠. 네가 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겠죠, 반드시."
그러나 요우코는 조용하게 말했다.
"그러나........어떤 약을 사용해도, 마약으로 미쳐도, 너만은 결코 놓치지 않아요. 아무리 떨어트려놓아도, 더럽혀져도, 눈앞에 나타난 너만은 절대로 놓치지 않아요. 너의 숨통을 씹어서, 눈앞에서 뱉어줄께요. 어떤 꼴이 되어도 손가락이 1개라도 움직이는 한 너의 숨통을 끊는 것은 절대로 단념하지 않아요."
놀랍게도 의자에 묶였고, 여동생을 인질로 잡힌 요우코가 켄지를 압도하고 있었다.
"후후후후후.........아니아니, 대학학교 강사님으로 하기에는 과분한 인물이군요, 이시다 강사님은."
갑자기 어둠 속에서 두 명의 대화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켄지의 아버지, 쿠로이와 타케시였다.
"그 호담하고 할 수 있는 기력,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분별력, 그리고 무엇보다 교섭능력........ 완전히 나의 팔로 쓰고 싶을 정도에요."
타케시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요우코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요우코는 말없이 타케시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싫증났으니까 이제 끝내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 타케시의 날카로운 시선이 요우코의 눈동자를 쏘아왔다.
그 예상 이상으로 강한 압력에 요우코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이 남자, 아들과는 전혀 다르다. 켄지같은 녀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담력이다.)
요우코는 무의식중에 어금니를 씹었다.
그런 요우코를 내려다보던 타케시는 갑자기 켄지를 돌아보았다.
"켄지, 강사님의 희망이에요. 그거 하나쯤은 들어주세요."
타케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물론 켄지는 눈을 부릅뜨며 반발했다.
"아, 아버지!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일부로 묶어둔 줄을 풀어주고, 암캐에게 목검을 주라는 말이야?"
그러나 타케시는 거기에 대답하는 대신 품에서 하나의 작은 케이스를 꺼내 켄지에게 던졌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고 케이스를 연 켄지였지만, 안을 본 순간 안색이 변했다.
"아, 아버지, 이거..... 정말로 받아도 괜찮아?"
"이시다 강사님은 세상이나 자신의 실력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부터 네 여자가 되어준다고 하니 너의 손으로 가르쳐주는 것이 좋겠죠."
그 말에 켄지의 눈이 빛났다.
"4개, 5개........ 5개나 있다! 하하하하! 최고다-!"
그리고 단번에 3개를 꺼내 입으로 던져넣은 뒤 소리를 내며 씹어먹었다.
"헤헤헤헤헤, 나 알고 있는데 강사은 대학교때부터 검도를 하고 있었다지? 그러면 벌써 20년 정도 해온거네. 그리고 대학교 때부터 진적이 없다며? 대단한 물건이야."
켄지는 능글능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뭘 먹고 있는 알아? 후후후........ 나는 너의 20년의 세월을 먹고 있어. 게다가 3개씩이나. 네가 매일, 매일 봉을 휘두른 바보같은 수행?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나는 넘어선다. 매일 놀고 싶으면 놀고, 마음내킬 때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안아온 내가 이겨! 쿠쿠쿠쿠쿠- 안됐어."
켄지는 웃음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몸을 구부리며 배를 잡고 떨었다.
물론 요우코는 켄지의 말은 처음부터 상대하고 있지 않았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상대는 켄지가 아니라 쿠로이와 타케시였다.
아마 수상한 마약의 종류를 먹였을 것이다, 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옛날, 그런 종류의 약으로 통증을 없애고, 소총으로 총격당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반격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만들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요우코는 아마도 그런 종류의 마약일거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어. 그런 약이 있다고 해도, 어째서 자신의 아들에게 먹이는 거지?)
요우코는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깜짝 놀라서 타케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혹시........이 남자........ 아들을 죽일 생각인가!)
스스로의 손으로 쿄오코를 죽이게 하고, 수상한 약으로 미치게 만든 다음 요우코에게 죽도록 한다....... 악마같은 계획이었지만, 그 이외에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요우코는 생각해낼 수 없었다.
타케시를 응시하는 요우코의 눈동자에 찌르는 것 같은 날카로움이 늘어갔다.
"후후후....... 켄지, 슬슬 시작하세요. 강사님이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어요. 마치 내가 흉계를 꾸미고 있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네요."
타케시는 그렇게 말한 뒤 요우코에게 말했다.
"그다지 억측하지 마세요. 켄지의 말을 솔직하게 들으면 되요. 지금의 그는, 이미 당신에게 질 상대가 아니에요. 불필요한 것에 신경쓰지 말고 집중하세요. 조금이라도 오래 버틸려면."
그렇게 말한 타케시는 요우코에게 다가왔다.
한 손에는 어느새인가 목검을 쥐고 있었다.
요우코는 그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천천히 숨을 내쉬며 상체에서 힘을 뺐다.
릴렉스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임전 상태로 바뀌었던 것이었다.
타케시에게는 왠지 요우코를 몰아붙이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타케시의 말은 물론 믿지 않았다.
상대의 강함은 한 번 보면 알 수 있었다.
진정한 적은 타케시라고 요우코는 확신했다.
"규칙은 간단. 상대가 패배를 인정하거나, 혹은 전투 불능이 되면 끝이다."
타케시는 그렇게 말하고 요우코의 등에 가볍게 손을 댄 뒤 천천히 미키의 등뒤로 걸어갔다.
요우코는 그것을 눈으로 쫓다가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2번, 3번 시험하는 동안 갑자기 몸이 자유롭게 되었다.
그토록 완벽하게 행동을 속박하고 있던 줄이 놀라울 정도로 간단히 풀린 것이었다.
요우코는 믿을 수 없는 생각에 스스로의 팔을 움직여보고, 발을 내밀어 보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곧장 미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미키는 아직 속박된 채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타케시가 서있었다. 오른 손에 목검을 들고 왼손을 손잡이 부분이 살짝 대고 있는 상태로.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요우코의 눈은 진검을 미키의 목 안쪽에 들이대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위험한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전혀 틈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요우코가 미키를 돕울 것처럼 움직이는 순간 타케시의 목검은 주저없이 미키의 머리를 부술 것이었다.
요우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럽니까? 강사님-, 무서워져버렸나요? 헤헤헤, 좋아요, 아픈 꼴을 당하기 전에 항복해도. 결국.........."
켄지가 말하는 것을 요우코의 목소리가 잘랐다.
"나의 죽도는!"
차가운 목소리가 켄지의 말을 잘랐다.
처음부터 요우코는 켄지를 상대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다.
머리 속은 어떻게 타케시를 미키에게서 떼어놓을까에 생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우와, 무섭네, 강사님. 봐요, 거기 있죠? 거기, 친구의 배 위에."
그 말에 요우코는 얼굴을 굳혔다.
켄지가 가리킨 것은 쿄오코의 생명을 빼앗은, 피로 물든 목검이었던 것이다.
"나, 나에게 이것을 사용하라고?"
"히히히. 마음에 안들면 맨손으로도 좋아요. 그거 더럽지만 닦으면 되잖아요. 봐요, 친구의 옷으로 닦으면 깨끗해지겠죠? 거기다 너를 위해서 일부로 준비했으니까."
켄지는 즐거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능글능글 거리며 웃고 있었다.
요우코는 그런 켄지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처럼 찌르는 것 같이 날카로운 시선이 아니라, 무엇인가 켄지를 넘어서 그 뒤를 보는 듯이 조용한 시선이었다.
그리고 말없이 발을 움직여 천천히 쿄오코의 곁으로 걸어갔다.
너무 비참하고 잔혹한 광경에 요우코는 지금까지 바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쿄오코의 모습에 시선을 맞추고 결코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곁에 한쪽 무릎을 대고 손을 뻗어 살짝 쿄오코의 얼굴을 만졌다.
손바닥으로 아직 약간 따스함이 전해져왔다.
무심코 북받친 격정을 크게 숨을 내쉬며 가라앉히고, 요우코는 살짝 쿄오코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쟈켓을 벗어서 정중하게 쿄오코의 얼굴을 가렸다.
"아직인가-? 빨리 시작하자고요-."
변함없이 장난치는 듯한 켄지의 목소리가 요우코의 귀에 닿았다.
그러나 요우코는 그것을 무시하고 자세를 바로하고, 쿄오코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며 합장했다.
마음 속으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쿄오코의 마지막 말과 모습을 뇌리에 깊게 새겼다.
"지금은......... 아직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요우코는 작게 중얼거린 뒤 눈을 떴다.
깊은 호수와 같이 신비한 빛을 머금고 있는 눈동자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곁에있는, 피로 물든 목검에 주저없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것을 잡은 순간, 요우코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즐거운 듯이 켄지가 보고 있었다.
(왜..........왜........여기에 이것이?)
"헤헤헤, 마음에 들었어, 내 선물이? 네 방에서 일부로 가져와준거라고."
놀라서 손에 넣은 목검을 응시하고 있던 요우코의 시선이 천천히 켄지를 향했다.
그 눈동자를 본 순간, 지금까지 요우코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던 켄지의 얼굴에서 경박한 웃음이 씻어낸 것처럼 사라졌다.
그것은....... 잡혀있던 이후, 요우코의 속에서 서서히 충만해져간 고압의 분노에 결국 불이 붙은 순간이었다.
(2-18) 마음이 꺽이는 순간(전편)
"그럼, 드디어 클라이막스입니까?"
2층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사태의 진행을 보고 있던 크라운은 누구에게랄 것없이 그렇게 말했다.
"저 녀석, 괜찮을까?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저 여자의 박력이 심상치 않은데........"
그렇게 말하며 아라이구마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보고 있으면 돼. 아마 좀처럼 볼 수 없을 것을 보여줄 것 같구나, 키츠네 강사님이."
토라는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 편, 키츠네군도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집중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죽도를 꽉 쥐고 있는 키츠네군의 팔뚝에 소름이 돋고 있었다.
심리 방어는 완벽할 터였다.
렌과의 일전을 떠올리며 어제밤 꼼꼼하게 자기암시를 실시하여 준비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요우코의 단 한 번의 시선으로 몸에 차가운 땀이 흐르며 소름이 돋았다.
마치 블리자드를 내뿜는 것 같은 얼음의 '기'가 키츠네군의 심리 방어를 찢고 피부에 꽂혀왔던 것이었다.
(가, 간다! 굉장한 오라다! 이 정도의 사냥감이라면..... 렌이후로 처음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압력 속에서 놀랍게도 키츠네군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빛내고 있던 것이었다.
검은 표범같은 야수의 한없는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게 렌이라면, 요우코는 마치 대자연 그 자체, 얼음의 여신과 같이 압도적인 힘을 해방하여 키츠네군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애도를 한 손에 들고 바른 자세로 서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전신에서부터 솟구치는 냉기가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키츠네군의 이마에서 땀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문득 그 때, 시야의 구석에 서있는 렌의 표정이 키츠네군의 주의를 끌었다.
눈썹을 찌푸리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표정.......
(실수군요. 인형에게 걱정하게 만들다니.)
그것을 깨달은 순간 키츠네군은 요우코의 주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한 번, 그리고 한 번 더.
그러자 키츠네군의 표정에서 딱딱함이 사라지고 평소의 가벼운 눈동자가 나타났던 것이었다.
(마음, 기술, 몸........ 모든 것에서 지금의 요우코는 여태까지 중 최고의 레벨에 도달해있을거예요. 고생했다고요, 그런 당신에게서 대인 공격의 터부를 지우는 것은. 그렇지만 연기한 보람은 있었군요. 자, 마무리에요. 물러설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요우코, 당신을 패배시키고, 당신의 마음을 꺽고 부술께요.)
키츠네군의 길게 찢어진 눈에서 요사스런 여우의 결의가 떠올랐다.
그리고 작게 미소를 띄자 그것은 켄지 그 자체가 되었다.
"선-생, 이제서야 할 마음이 되었군요. 기다리다 녹초가 되었어요."
켄지의 장난치는 듯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을 텐데, 최상의 전투 모드가 된 요우코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천천히 개시선에 잡아당겨지듯, 무도장의 중앙으로 이동해갔다.
이미 그 자리에 서있는 켄지와 4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켄지에게 시선을 맞추고 조용하게 목검을 향했다.
승부였다.
방금 전 키츠네군이 느꼈던 압력이 더욱 높아졌다.
목검의 끝에서부터 창백하고 차가운 '기'가 레이저 빔처럼 키츠네군의 얼굴로 뿜어지는게 보일 것 같았다.
이 기를 받으며 아직도 능글능글하게 웃고 있는 키츠네군에게 2층의 5명은 혀를 내둘렀지만, 그것이 여유가 없는, 단순한 익살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마지막으로 ......... 남길 말은?"
물론 의식한 일일 것이었다.
방금 전 켄지의 대사가 요우코의 입에서 흘라나왔다.
"헤헤헤헤헤, 마음에 든 것 같네요, 그 대사. 그럼, 기대에 응하여 한 마디 선언해두죠."
켄지는, 키츠네군은 요염하게 눈동자를 빛내면서 손에 들고 있는 죽도로 마루를 쳤다.
그리고 가슴 가득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무도장 밖에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던 것이었다.
"달리는 요우코! 가속장------치!"
2층에 있던 5명은...........그대로 넘어질 뻔 했다. 전원.
"아, 저 바보, 이 장면에서 개그를 하다니."
아라이구마는 난간에 기대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모처럼의 긴장감이."
라고 기린.
그러나 토라만은 실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하고 아래를 보고 있었다.
"하하하, 키츠네답지 않은가. 너희들도 어서봐, 이제 시작되겠다."
키츠네군의 미소가 짙어졌다.
얼굴이 약간 상기된 것은 스스로도 부끄러워하고 있는 증거였다.
그러나 요우코에게는 약간의 미소도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불난집에 부채질해버린 것 같았다.
"비열한! 사람의 생명을 너만큼 경시하는 사람은 없어! 절대.........용서하지 않아!"
넘쳐나는 분노때문인지, 요우코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느렸다.
그런데 거기에 대답하는 키츠네군의 목소리까지 느려져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런 남자에게 두들겨맞는 기분을 마음껏 맞봐주세요."
키츠네군의 말이 다 끝나는 것과 동시에 두 명의 싸움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갑자기 요우코의 목검의 끝이 위를 향했다.
그것과 동시에 미끄러지는 것 같은 발놀림으로 키츠네군과의 간격을 줄여갔다.
흐르는 것 같은 동작.
유려한 궤적을 그리는 목검.
기적과 같은 체중 이동으로 몸이 용수철처럼 휘었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을 드러내며 이동에너지를 목검의 한점에 모아서 키츠네군의 머리끝을 노리고 내려쳐갔다.
확실히 조금의 틈도 없는 이상적인 공격이었다.
한편, 그것을 상대하는 키츠네군은 아연해하며 다가오는 요우코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쪽은 반대로 전형적인........... 멍하니 서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거, 거짓말-! 이렇게 할 수 있을리가.........)
키츠네군은 거기까지 생각하는게 고작이었다.
왜냐하면 그 때 이미 요우코의 목검이 다가와 내려칠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왓-!!"
키츠네군은 보기 흉한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몸을 날려 필사적으로 요우코의 공격을 피했다.
손에 든 목검을 내던지지 않은 것은 단순한 요행이었다.
"우왓! 위험해!"
그렇게 말하며 아라이구마는 무심코 눈을 가렸다.
"저 녀석 뭐하는 거야. 아마추어라고 해야할지........ 운동신경이 형편없잖아?"
"그렇게 말하면......... 키츠네군이 검도의 경험이 있다고 한 적이 없었죠. 하지만 스스로 세팅한 거니까 저것도 작전이겠죠."
크라운은 변함없는 페이스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격투 매니아의 아라이구마는 엄했다.
"아니, 그럴리 없어요. 저건 연기같은게 아니고 키츠네의 실력이에요. 그것보다........... 약간 신경쓰이는데, 저 요우코가 정말로 학생 챔피언? 확실히 자세는 깨끗해서 키츠네와 비교도 안되지만....... 그렇지만 그 정도라면 나도 상대할 수 있겠어요. 하물며 그 렌이 이길 수 없었던 상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요."
아라이구마는 턱을 어루만지면서 의문섞인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확실히 그 시합은 그다지 멋진 게 아니었다.
평판이 높은 만큼 5명의 관객에게 신음 소리를 내게 할 정도의 기술이 나올까 생각했는데, 키츠네군이 '아마추어'답게 도망치는 것도 그렇지만, 요우코도 분명히 도망쳐서 빈 공간을 향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든 체중을 실어 내려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뒤로 달려가며 간신히 멈춰서서 뒤돌아보았을 때는 10걸음이나 더 나아간 뒤였다.
그러나 그 요우코가 뒤돌아본 얼굴을 보며 5명의 관객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악.
확실히 그 이외의 표현이 있을 수 없는, 그런 표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때 토라만이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처럼 눈을 빛냈다.
"설마....... 아니, 그렇지만............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키츠네라면. 그렇다면................ 굉장하군. 그런 식으로 시합을 하는 건가........ 저 두 사람 모두."
토라의 중얼거림에 아라이구마가 반응했다.
"뭡니까? 뭔가 이 시합에서 볼만한 곳이 있습니까?"
"아, 왠지 모르게 알겠다. 아라이구마, 너 어제 키츠네의 조교를 봤었지? 뭔가 이상한 일을 하지 않았나?"
반대로 토라에게 질문받자 아라이구마는 공중을 올려다보았다.
"요우코 쪽 말인가요? 전, 대부분 미키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몰라요. 이따끔 쉴 때 키츠네군의 방에 갔었지만 뭔가 이상한 것은 없었어요."
"그런가........ 예를 들어....... 무엇인가 리듬이 있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나?"
토라의 그 지적에 아라이구마는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 있다, 있었어요. 방에 가면 언제나 메트로놈이 움직이고 있었어요."
"역시, 메트로놈이군. 이건 빙고 구나."
"어떻게 된겁니까? 뭔가 알았습니까?"
두 명의 대화에 크라운이 끼어들었다.
그 질문에 토라는 입을 다물고 요우코를 가리켰다.
방금 전부터 몇 번이나 똑같이 키츠네군을 쫓아가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모두 키츠네군이 피한 곳에 휘두르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저 여자, 아마 오래 가지 못할 거다. 머리 속은 이미 패닉일 거라고. 아마 키츠네 놈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테니까."
"사라져? 어떻게 말입니까? 그런 암시입니까?"
크라운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모습으로 질문했다.
"아니, 직접 그런 암시를 건 것은 아냐. 저 녀석이 한 것은, 아마 그 여자의 리듬을 조종한 거라고 생각해."
"리듬입니까? 흐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크라운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조용히 토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 비유하자면 컴퓨터의 속도 클럭은 알고 있겠지? 평상시 1GHz로 동작하고 있는 CPU가 있다고 해봐. 키츠네가 한 것은, 예를 들면 2클럭을 1클럭으로 오인시키는 것같은 거야. 아, 그러면 컴퓨터는 실제로 500MHz로 작동하게 되지."
"어어어어..... 무슨 소립니까? 요우코의 동작이 절반의 속도로 떨어진다는 겁니까?"
"아, 그래. 게다가 그것만이 아닐 거야. 아마 반응 속도도, 동체시력도, 모든 신체기능이 큰 폭으로 레벨 다운 된걸거야."
거기까지 듣고 쿠마는 "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그러한 일인가. 그러니까 요우코라는 아가씨가 그렇게 천천히 말하고 있었던건가. 거기다 키츠네군까지 같은 페이스로 말하고 있던 것은 보통으로 말하면 너무 빨라서 요우코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구나."
"아마 그런 것일 거다. 이제 크라운도 깨달았겠지? 저 대강사님의 워드가 무엇이었는지?"
토라는 싱긋 웃으면서 크라운에게 말했다.
"조금 전 놈의 개그, '가속 장치'라고 하는게 워드야. 게다가 실제로는 요우코의 '감속 워드'. 즉 상대적으로는 가속 장치나 다름없지."
토라의 설명을 듣고 크라운은 몹시 놀랐다.
토라의 설명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사람에 게 사용하기 위해서 어떤 테크닉을 이용하면 좋은 것인지, 얼마나 깊게 최면을 걸어야 하는 것인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 때 옆에서 아라이구마가 끼어들었다.
"흐응......... 설명은 이해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결국 키츠네의 그거, 실패잖아요. 요우코는 보통으로 돌아다니는 것 같고. 저 놈,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건지."
아라이구마의 그 말에 토라는 싱긋 미소를 떠올리며 아라이구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라이구마는 그런 토라를 의문섞인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처럼 당황해서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그러자 금새 아라이구마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찼다.
"거........ 거짓말이겠죠, 그거..........."
"거짓말도, 농담도 아냐. 저 요우코라는 여자, 절반 이상 떨어진 속도로 싸우고 있다는 거다!"
"............ 괴물이다......... 렌이............ 렌이 이길 수 없었던게 당연해....... 육상의 금메달 리스트도 절반으로 스피드가 떨어지면 달리기에 대학생에게 질텐데..........."
아라이구마의 그 중얼거림이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의 감상이었다.
"그,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시합?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겠군요."
기린이 안경을 살짝 밀어올리며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이미 승부는 거의 결정났어. 봐."
토라는 그렇게 말하며 아래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요우코과 여유있는 표정으로 어깨에 죽도를 대고 서있는 키츠네군의 모습이 있었다.
"최초의 일격이 관건이었어, 키츠네에게는. 누구라도 절반으로 스피드를 떨어트린 상대가, 그렇게 빨리 다가올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냐. 저 요우코라는 여자..... 확실히 괴물같은 실력이지만, 키츠네쪽이 좀 더 괴물이었던 거다."
토라의 말대로 시합은 끝을 향하고 있었다.
(왜? 도대체, 어째서!)
요우코는 대지가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아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신의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었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상태였다.
자신이 톱 스피드로 싸우고 있다는 것은 요우코의 체내 센서가 알려주고 있었다.
20년의 세월동안 한 걸음, 한 걸음 튜닝해온 자신만의 체내 센서였다.
요우코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절대로 틀릴리없는 기준이었다.
게다가.... 과거 몇 번이나 톱 스피드로 싸웠을 때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있었다.
하나는 시야.
과거 경험했던 것과 비교해서 훨씬 더 넓은 시야를 요우코는 체험하고 있었다. 톱 스피드로 공격을 하면서도, 여전히 보통이상으로 깨끗이 적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신체의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어었다.
과거의 싸움에서 항상 느끼고 있던 안타까움........... 그것은 자신의 반응 속도에 비해 너무도 몸의 움직임이 무겁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차이가 있었다. 마치 몸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가볍고, 자신의 반응 속도와 완전하게 하나가 된 것처럼 몸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였다.
(기적......... 쿄오코씨가 준 기억이에요.)
켄지를 내려치기 위해 처음의 한 발을 내딛을 때 요우코는 그렇게 확신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가득한 자신을 담고 내려친 목검이 켄지의 머리를 박살낸다고 확신한 순간, 그 악몽은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한순간, 기묘하게 켄지의 몸이 흔들렸다.
상하좌우로 희미하게 진동하고 있는 몸이 요우코의 눈에 포착된 것이었다.
그거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마치 고속 셔터로 촬영한 비디오를 느리게 재생하는 것처럼 켄지의 몸이 미세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요우코는 일순간 의문을 떠올렸지만, 내리치는 목검의 궤적에 흔들림은 없었다.
신체는 충분히 목검에서 전해질 반작용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요우코의 사냥감은 환상처럼 사라지고 목검은 공기를 내리치며 그 흉폭한 에너지를 빈 공간에 방출했던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구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요우코의 경이적인 운동신경 덕분이었다.
요우코가 지금 체험한 것은............. 그것은 확실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천지가 뒤짚히는 것같은 충격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피할 수 없었다........ 그 거리에서 잔상을 남기고 피하다니..........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어!)
그러나 빗나갔다는 현실은 흔들리지 않았다.
요우코에게 있어서는 어느쪽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도망치는 것은 단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었다.
요우코는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확실히 켄지가 있었다.
그러나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요우코의 정신은 기만으로 가득찬 타협을 했다.
(우연이다..... 우연히 놈이 굴렀던 거야. 그래서 맞지 않았다.)
기분을 고치고 다시 자세를 잡는 요우코.
그러나 그 눈앞에서 켄지는 기묘하게 일어섰다.
마치 실에 잡아당겨진 마리오네트처럼,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일어섰던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어째선지 요우코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지우려는 듯, 요우코는 다시 공격해갔다.
악몽의 함정에 뛰어들었던 것이였다.
그 때부터 몇번이나 요우코는 달려들었다.......... 몇 번이나 휘둘렀었다.
하지만 요우코의 혼신의 일격은 전부 빗나가고, 한 번 풀려난 것 같았던 악몽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거짓말이다...... 이건 거짓말이야!)
요우코는 온 몸에 땀을 흠뻑 흘리며, 어깨로 난폭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희미하게 고여있었고, 손에 들고 있는 목검도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눈 앞에 켄지가 있었다.
능글능글한 미소를 떠올린 채 요우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히 그곳에 있는데, 요우코의 목검만은 결코 닿지 않았다.
찌르든지 휘두르든지 결코 그 신체에 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요우코의 마음이 낳은 기만에 가득찬 해결책도 완전히 부정되어, 도망갈 장소를 잃은 마음은 마침내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 악마...... 이, 이 남자는 악마, 인간이 아냐.)
얼마 전에 이루었던 심기체의 경지는, 우선 마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였다.
한 번도 느껴본 적없는 공포가 요우코의 등에 매달려있었다.
부드럽고 날씬했던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져 절묘한 균형감각을 잃고, 호흡은 흐트러져 시야가 희미하게 보였다.
단지 그 장소에 우뚝 서서 웃고 있을 뿐인 켄지가 기이할 정도로 크게 보였다. 반대로 자신의 목검이 장난감 검으로 보였다.
(안돼......... 이래서야 이길 수 없어! 좀 더 강하고, 좀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돼!)
그 생각이 요우코의 완성된 기술을 무디어지게 만들었다.
'기술'의 붕괴는 필연적이었다.
그리고 공포에 등을 떠밀린 요우코는, 이미 상대의 태도를 확인하는 여유가 사라진 상태였다.
공격하고, 공격하고, 계속 공격하는 것 외에, 공포로부터 도망칠 방법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 결과 요우코의 체력은 극단적으로 소모되어,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키츠네군이 눈앞을 '천천히 지나가는' 요우코에게 다리를 내밀자, 요우코는 놀랍고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바닥에 넘어졌던 것이었다.
마침내 '몸'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이제............ 안돼.............. 이제......... 한계......... 이제......)
바닥에 푹 엎드린 요우코는 일어날 힘도 없었다.
신체는 납처럼 무겁고, 호흡은 목이 불태울 것처럼 난폭했다.
(이제 충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 나는 전력을 다했어..........)
아무리 단련된 인물이라도, 그 한계점에 도달하면 마음의 약함이 드러난다.
달콤하고...... 상냥한 유혹의 요우코의 뇌를 침범해갔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가슴의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천천히 눈을 뜨려고 하고 있었다.
한 편 미키는 그런 요우코의 모습을 망연히 보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
그 생각은 싸우고 있는 당사보다 강할지도 몰랐다.
이런 요우코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항상 완벽하게 모든 것에서 미키를 보호하고, 이끌어온 요우코..........
반발을 느꼈던 것은 셀 수 없었지만, 그 강함을 의심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물론, 도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해보지 않고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요우코 같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사실, 키츠네군에게 암시가 걸려있는 미키의 눈에 요우코의 스피드는 평상시와 같이 보였다.
아니, 최초의 일격에 한해서 말하자면 평상시 이상으로 신체가 한계를 초월했다고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만큼 요우코의 목검이 빗나간 충격은 컸다.
미키의 눈에는 목검이 켄지의 두개골을 부수는 환영마저도 보였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마치 공기처럼 필살의 목검을 피하고 있는 켄지........
요우코의 악몽은 그대로 미키의 공포가 되었따.
방금 전 켄지의 말이 귀에서 소생했다.
요우코의 찌르기가 빗나갈 때마다, 목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미키의 귀에는 그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시합을 응시하고 있는 미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신체가 떨리며,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요우코는 마침내 붕괴되었던 것이였다.
(언니가........ 언니가.......... 졌다......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미키의 가슴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장의 고동이 점점 빨라지며,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나 어느 새인가 느껴지던 공포가 사라지고, 몸이 점차 따뜻해졌다.
(나........ 정신을 잃는다......... 라는 건가.)
느긋한 흐름 속에서 미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무엇인가가 걸려서 왜인지 그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없었다.
그 때였다.
"여기까지인가.... 어이없군."
바로 곁에서 타케시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귀에 닿았다.
그것이 어째선지 미키의 성질을 건드렸다.
그 말하는 투와 말 뒤에 숨겨져 있는 실망감....... 그것을 느꼈을 때, 미키의 가슴 가운데서 완만한 흐름이 멈췄다.
이를 악물고 눈을 떴다.
바로 그 때 소생하는 지옥, 넘어져있는 요우코, 그리고 압도적인 승리에 취한듯이 웃고 있는 켄지.
그리고 그 켄지는 눈 뜬 미키를 알아차렸는지, 시선을 향하면서 싱긋 하고 웃었던 것이었다.
넘치는 공포에 미키의 몸은 일순간 속박되었지만, 그런데도, 그런데도 미키는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 소리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언니! 일어나! 언니, 서! 부탁해!"
그것은 무의식 중에 그 존재를 감지하고 있던 렌에 대한 이시다 자매의 마지막 프라이드였는지도 몰랐다.
요우코가 희미하게 보이는 눈을 천천히 감으려고 할 때, 그것을 막듯이, 날카로운, 피를 토하는 것 같은, 비명같은, 큰 소리로 외치는 목소리가 무도장안에 울려퍼졌던 것이었다.
요우코는 그 소리에 '헉!' 라고 눈을 떴다.
지치고 혼란스러운 뇌가 일순간 깨끗하게 각성했다.
(안돼! 나는 지면 안돼! 내가 미키를 지킨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대로 지킨다!)
요우코는 중력이 배가 된 것처럼 무거운 몸을 기력으로 일으키며, 넘어지면서도 놓치지 않고 있던 목검에 기댄 채 호흡을 다듬었다.
그리고 소리친 쪽에 시선을 향해, 의자에 묶여있는 미키를 보았다.
건방지고, 반항적이고, 비뚤어진 태도....... 요우코에 대해 언제나 그런 태도의 미키가 지금 무한한 생각을 담아 요우코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겨, 언니!----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 생각이, 요우코의 가슴에 직접 전해져왔다.
(미키, 언니를 봐 줘. 나의 싸움을 그 눈에 새겨둬.)
시간으로 하면 한 순간인 아이 콘택트.
그러나 요우코 속에서 결의가 태어나기에는 충분했다.
마치 새로운 에너지가 주입된 것처럼 요우코는 일어섰다.
그리고 미키에게 아름다운 옆 얼굴을 향하고 다시 켄지와 대치했다.
그 요우코의 표정, 시선..........
"아직 싸울 수 있는 건가."
놀랐다는 듯이 키츠네와 렌의 입에서 같은 말이 새어나왔다.
한계에 도달한 요우코가 미키의 단 한 마디로 보기좋게 소생해 버린 것이었다.
그 저력은 키츠네군의 예상마저 웃도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이것으로 끝이야."
일부로 들리도록 말하며 키츠네군은 요우코를 도발했다.
그러나 요우코는 그 말을 수긍했다.
"네.......... 이게 마지막이에요."
(이제 나의 체력은 한계에 도달해있다. 정말로 이것이 마지막 일격........ 맞힐 수 있다면 나의 승리, 빗나간다면 패배.......)
간단하기 짝이 없는 규칙이었지만, 자신의 패배는 미키의 죽음과 직결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요우코에게는 확실한 배수진이었다.
(솔직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미안해, 미키. 그렇지만....... 후회를 남기는 싸움은 하지 않아. 여력은 1퍼센트도 남기지 않는, 마지막 하나까지 이 일격에 담을께. 모든 것을 담을테니까......... 네가, 네가 죽는 모습만큼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요우코의 비장한 결의가 표정에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을 응시하고 있던 키츠네군은 실망했다는 듯이 싫증났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완전히 어깨가 굳었네. 자, 빨리 덤벼요."
그 한 마디가 요우코에게 공격을 주저하도록 만들었다.
(안돼..... 이대로는 또 실패를 번복할 뿐이야. 빗나간다.)
목검을 잡은 채로 요우코의 얼굴에 고뇌가 떠올랐다.
다시 악몽의 수렁속에 가라앉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때 갑자기.......... 정말 갑자기 그리운 목소리가 머리속에 떠올랐던 것이였다.
"고마워요......... 나, 노력할께요. 요우코씨, 도와줄래요?"
그것은 그 운명의 밤, 전화에서 흘러나온 쿄오코의 목소리였다.
(그랬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었어. '쿄오코씨,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용기를 가져주세요. 나, 당신의 신뢰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거기까지 생각해 낸 요우코는 자신의 말에 머리를 맞는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나는 어느새인가 검도 시합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있었다! 이기든지, 지든지......... 그런 일이 무슨 상관이야! 사력을 다해서 죽어도 좋아. 다만....... 미키가 살아남아 준다면.............. 나는 쿄오코씨뿐만 아니라 미키의 신뢰도 배신하는 중이었다. 미키의 신뢰에 응하려면 나는 죽을 수 없다. 나는 살아남은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모든 힘을 집중한다.)
마치 자욱한 구름이 날아가버린 것처럼 요우코의 망설임도 사라져갔다.
그것과 동시에, 그 날 처음 요우코의 얼굴이 부드럽게 변했다.
요우코의 표정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키츠네군도 그 모습이 의외라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고마워요, 쿄오코씨. 저...... 노력할께요. 쿄오코씨, 도와주세요.)
마음 속에서 그렇게 중얼거린 뒤 요우코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숫자를 세기시작했다.
(10.........9..............8............7)
하나를 셀 때마다 쿄오코와의 추억이 떠올라왔다.
처음 학교에서 만났을 때의 깜짝 놀란 것 같던 표정..... 진지하게 인계사항을 설명해주던 목소리........ 켄지의 협박을 필사적으로 거절할 때의 모습....... 그리고 운명의 전화.
(6.............5...........4............3)
그리고 다음에 떠오른 것은 미키였다.
작았던 미키, 모친에게 응석부리던 미키, 그리고 그것을 질투하고 있던 자신, 반항적인 목소리도 함께 생각해낸 요우코는 작게 미소지었다.
그러나 2를 세면서 요우코는 그 생각들을 봉인했다.
가볍게 눈을 감았다.
머리 속은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이 20년간 쌓아온 경험을 지금 이 한순간에 불태운다. 살아남기 위해서.
요우코는 그 한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편 키츠네군은 방금전부터 요우코의 표정에 놀라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비장하고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인가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표정을 읽는데 뛰어난 키츠네군의 눈에는, 얼마안되는 사이에 만화경과 같이 수많은 표정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렸다.
(뭔가를 했다....... 이 여자....... 뭐지? 무엇을 하려는 거지?)
모든 것이 키츠네군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던 3단계의 조교도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징조가 나타난 것이었다.
희미하게 키츠네군의 입술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만들어 낸 미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솟구쳐오른 키츠네군 본래의 미소였다.
(재미있군....... 조금은 즐겁게 해주려는 걸까?)
요우코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바로 그 때 피부에 꽂히는 것 같은, 차가운 투기가 부활했다. 그것도 얼마전과는 비할바가 아닐 정도로 강해져서.
드디어 싸움의 재개....
키츠네군도 명확하게 그 기색을 감지했다.
그리고 요우코의 투기에 대항하기 위하여 무의식중에 마음의 압력을 높여갔다.
한 순간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기위해 눈은 요우코를 향하고 귀는 요우코의 호흡소리마저 구분해서 듣고 있었다.
인형사 키츠네의 집중력은 지금 극한까지 도달해있었다.
장내의 사람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누구하나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었다.
최초로 깨달은 것은 아라이구마였다.
시야의 구석을 무엇인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무의식 중에 시선을 향하고....... 거기서 아라이구마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목격했다.
"뭐야! 저 녀석!"
그 소리에 2층에 있던 나머지 4명이 아라이구마가 가리키는 곳에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교복을 입은 남자이 있었던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한 2층의 5명.
급하게 뛰어온 것인지 남자은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대결중인 키츠네군과 요우코에게 향해졌다.
".......... 외부인이다!"
기린이 작게 외쳤다.
그러나 기린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더 빨리, 남자의 입이 열렸다.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그러나 태평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던 것이었다.
"요우코 강사님-! 뭐해요--!!"
그 큰 소리는 모든 인간의 귀에 닿았다.
물론 눈감고 있는 요우코의 귀에도.
그러나....... 그것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타이밍이었던 것이었다.
마지막 2초.
요우코의 모든 신경은 2초 뒤에 개시하는 마지막 일격에 집중해, 그 이외의 모든 정보를 잡음으로서 듣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요우코의 의식을 그냥 지나쳐서, 팔랑팔랑 춤추듯이 속마음까지 떨어져내려간 것이었다.
키츠네군만이 도달할 수 있는 속마음. 그곳에 설치된 비밀 금고.
노마크의 워드는, 그러나 프로그램 되었던 대로 그 금고에 닿는 순간 열쇠로 바뀌어 키츠네군마저 모르는 숨은 열쇠구멍에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요우코의 마음을 구속하고 있던 모든 장치가 소멸했다.
요우코의 봉인은 지금 풀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요우코의 카운터는 마지막 숫자를 세고 있었다.
눈을 뜨는 요우코.
마지막 결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물론 키츠네군의 귀에도 들렸다.
곧바로 사태를 깨달았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그 소리를 무시했다.
(이 몇 초로....... 끝난다. 뒷처리는 다른 멤버들에게 맡겨도 괜찮아. 지금은 이 일이 우선이다.)
키츠네군은 그 소리에 시선을 움직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요우코의 기백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투기, 그것은 파열직전까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한순간의 방심도 용서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드디어 요우코의 눈이 열렸던 것이었다.
요우코의 얼굴이 들리며 키츠네군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 순간! 키츠네군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맛보았다.
(뭐..........뭐야?!)
요우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방금 전까지 밀려오며 키츠네군의 피부에 아픔을 느끼게 하던 투기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요우코는 발을 내딛었다. 마치 화원을 거닐듯이 우아하고, 가련하게.
요우코의 '기'에 대항하며 기력을 높이고 있던 키츠네군은 한 방 먹은 듯이 한순간 요우코의 얼굴을 놀라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완전하게 늦은 상태였다.
팡! 하고 한 순간 요우코는 키츠네군의 바로 앞까지 와있었다.
목검을 위로 들려올린 채 무방비한 자세로 있는 키츠네군의 머리를 목표로 하여 내려칠려고 하고 있었다.
신과 같은 이동속도가 부활해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런 것은 키츠네군에게 있어서 의식 밖의 일이었다.
키츠네군에게 충격을 준 것, 그것은 요우코가 취한 전법이었다.
자신의 투기를 컨트롤하는 것으로 상대의 기분을 흔든 뒤, 그것을 단번에 지워없애 상대의 마음에 틈을 만든다. 그것은 분명히 마인드 컨트롤의 수법, 그 자체였던 것이었다!
요우코의 작전이었는지, 무의식이었는지, 요우코는 키츠네군에게 마인드 컨트롤로 대항해 왔던 것이었다.
목검을 내리치면서도 요우코의 눈동자에는 한 조각의 살기도 없었다.
완전하게 살기를 지워 없앤, 완벽한 암살자로 요우코는 변해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만약 여기서 키츠네군의 눈에 한순간이라도 동요가 떠오르면 승부는 끝나는 것이었다.
어떤 우수한 최면술사라도, 그 마음 속을 간파당해버려선, 암시에 효과를 부여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물며 상대는 요우코, 2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기가 죽지 않았다.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결코 지지 않는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키츠네군이 스스로에게 가한 최고의 암시였다.
자신이 가득해서 밖으로 흘러넘치는 눈으로 키츠네군은 요우코의 눈을 보았다.
깊은 샘처럼 침착하던 시선에 한 순간 동요가 생겼다.
얼마 전에 반복된 악몽에 정신이 동요한 것이었다.
(이길 수 있다! 쳐부순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정신과
(안돼, 이제 용서해줘.)
비명을 지르는 정신.
키츠네군의 시선으로 요우코 속에서 마지막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신체에 새겨진 기술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목검에 최대의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영혼이 내지르는 두 개의 절규가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지금 모든 체중을 실은 목검이 깨끗한 궤적을 그리며 키츠네군의 머리를 노리며 휘둘러져갔다.
다음 순간, 무도장을 뒤흔드는 듯한 엄청난 소리가 격돌의 장소에서 전원의 귀까지 울려퍼졌던 것이었다.
(2-19) 마음이 꺽이는 순간(후편)
그 남자을 누구보다 빨리 발견한 것은 아라이구마가 아니라 렌이었다.
두 명의 대치를 바로 곁에서 보고 있던 렌은 5명의 견학자들이 있는 2층석의 바로 밑에 있는 문이 열리는 것을 목격했다.
날카로운 시선을 향하자 그곳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오는 것이 그 남자이었다.
겨울인데도 땀을 흠뻑 흘리며, 얼굴에 초조함이 가득한 남자은 요우코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다. 그곳의 문은 잠겨있을텐데.)
렌은 위화감을 느꼈지만 외부인을 방치해둘 수는 없었다.
미키의 역할은 이제 끝........ 그렇게 렌은 생각하고 미키의 뒤에서 남자을 향해 다리를 움직였다.
그 순간,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 그 말이었다.
"요우코 강사님-! 뭐 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보통의 말이었다.
그러나 왜인지 렌의 감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있었다.
그 자리에 발을 멈추고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러자마자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표정과 말의 톤이 어울리지 않았다.
진지하게......... 마치 시험을 보고 있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그 태평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성우의 오디션 같다.)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린 렌은, 한층 더 의문이 깊어져 남자의 얼굴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것이 렌에게 있어서 일생의 불찰이 되었던 것이었다.
남자에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순간 깨닫는 것이 늦었던 것이었다. 요우코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 것을!
헉! 하고 깨달았을 때, 요우코는 이미 눈을 뜨고 키츠네군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본 순간, 렌은 얼음과 같은 오한을 느꼈다.
온화한, 부드럽고 상냥한 표정........ 지금까지의 얼음과 같이 준엄한 분위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이 타이밍!
그것은 렌에게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의 한순간이었다.
아득한 대학시절부터 학창시절 내내 요우코와 싸워온 렌이었지만, 항상 선수를 취해 우세하게 전반을 보내면, 후반 요우코의 역습이 시작되는 그 분기점이 지금의 요우코의 표정이었던 것이었다.
이대로 이길 수 있다...... 그렇게 확신한 렌에게 냉수를 퍼부은 것 같은 반격이 개시되었다.
요우코의 공격 패턴을 알고 있을텐데, 전혀 앞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야성의 감조차 알아차릴 수 없는, 요우코의 무심의 검이었다.
렌의 팔뚝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이제 남자에 대한 생각은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목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반대로 상반신에서는 힘이 빠졌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렌은 전투 모드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렌은 늦었다!
이미 요우코는 최초의 한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출발을 본 순간 렌은 눈을 빛냈다.
신속!
그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정에서 동으로의 한순간의 변화......... 거기서 렌은 신기(神技)를 보았다.
렌의 눈에조차 잔상을 남기는 것 같이 선명한 움직이었다!
한순간, 그 한순간 렌의 뇌리에는 대여섯 시간 전의 키츠네군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렌, 왜 목검을 하나 더 가져왔어요?"
"아, 그거, 제 것입니다. 그, 만약을 위해서."
"아, 그렇군요. 후후후, 미안해요, 렌의 맛있는 음식을 빼앗아버려서."
"아, 아니오. 그런게 아닙니다. 진짜 만약을 위해서라고 할까......"
"알았어요. 그럼, 확실히 저를 지켜주세요. 상대는 요우코니까 방심은 금물이죠."
골프 가방을 들여다 본 키츠네군의 그 말이, 그 표정이 렌의 뇌리에 되살아났다.
그것은 과연 키츠네군의 암시였을까, 아니면 렌의 자유의지였을까. 요우코보다 약간 늦게 렌도 뛰쳐나가고 있었다. B모드로서!
렌의 눈동자가 불타는 것처럼 빛났다.
키츠네군의 손으로 풀 튜닝된 렌의 육체가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냥감과 장소를 얻은 것이었다.
렌은 자신의 반응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육체가 느린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강풍속을 돌진하는 것 같은 저항감이었다.
그러나 날씬한 다리는 확실히 바닥을 파악하고 발군의 체중이동과 흔들림없는 동작으로 렌을 질풍처럼 쏘아져가게 하고 있었다.
송곳니를 드러낸 흑표범과 같이 절대의 자신을 가지고 렌은 질주했다.
그러나 요우코와의 거리를 본 렌은 아연실색했다!
(따, 따라잡디 못해!)
렌과 요우코는 최초, 키츠네군을 사이에 두고 이등변삼각형의 각 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츠네군이라고 하는 정점을 노려 렌과 요우코가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출발의 차이는 반 걸음.
그러나 믿기 힘들게도 풀튜닝된 렌과 같은 스피도로 요우코 역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반 걸음의 차이, 그러나 톱 스피드의 렌에게 있어서 그것은 절망적인 거리였다.
('키츠네님', 도망치세요!)
그러나 그 렌의 필사의 생각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었다.
승리를 확신한 시선만을 무기로 키츠네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던 것이었다.
(요, 요우코오오오오옷! 질까보냐아아아아아!!)
렌의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스윗치를 넣은 것은, 이번에는 틀림없이 렌의 자유의지였다.
(A모드로! A모드로오오오오오오-!!!)
머리 속에 폭발하듯이 커다란 절규가 작렬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전혀 보이지 않던 벽에 구멍이 난 것처럼 세계가 일변했다!
귀는 킹! 라는 귀울림을 시작으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시야도 한순간에 진한 황색의 세계로 변모했다.
황색의 짙고 연함만으로 표현된 세계를 요우코의 윤곽이 앞질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마치 물속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린 동작으로 보이고 있었다.
렌의 반응속도는 한 단계더 상승했던 것이었다!
풀튜닝을 웃도는 반응속도에 렌의 신경은 벅찬 부하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육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렌의 몸이 느끼는 저항은 방금 전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확실히 물 속을 달리는 듯한 저항을 몸 전체로 맛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속을 렌은 억지로 돌진했다.
딱딱한 바닥이 지금은 고무로 된 것처럼 휘는 것이 느껴졌다. 꽉 쥐고 있는 목검도 손가락이 파고 들 처럼 부드러운 감촉을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렌은 그렇게 변한 상황을 완전하게 의식에서 내쫓고, 다만 반걸음 앞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요우코도 같은 저항 속을 달리고 있다. 요우코를 따라잡으려면 한 가지뿐, 이 저항을 차부순다!)
렌은 믿을 수 없지만 더욱 스피드 업했다.
무엇인가 부셔지는 것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귀로부터가 아니라 몸 속에서 그것이 들려왔다.
바닥을 차는 발에 견디기 힘든 통증이 느껴지며 발톱이 부셔졌다.
무릎에 오는 충격에 반달판이 박살났다.
그러나 렌은 멈추지 않았다. 악물고 있는 이 사이로 짐승과 같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을 맞이했다.
요우코가 키츠네군의 앞에서 목검을 치켜들었던 것이였다.
거리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아주 약간 요우코가 빨랐다.
(안돼! 늦었다!)
렌의 눈이 절망으로 채워져갔다.
그러나........... 한순간, 아주 잠깐, 요우코의 목검의 움직임이 흐트러졌다.
그것은 키츠네군의 눈을 보고 생겨난 요우코의 정신의 혼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한순간에 렌은 모든 것을 걸었다.
하단에서부터 퍼올리듯이 렌의 목검이 하늘로 치솟았다. 바람을 휘감은 흑표범과 같은 속도로.
거의 동시에 상단에서부터 요우코의 목검이 키츠네군의 이마를 노리고 내려쳐갔다.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날카롭게.
한 순간의 승부를 가른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두명의 목검은 그렇게 부딪쳤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의 이마에서 불과 몇 센티앞에서!
결국 렌의 검은 요우코의 검을 따라잡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요우코의 목검은 바로 정면에서부터 제대로 된 자세로 내려쳐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렌은 얼마안되는 간격에 억지로 끼어들며 아래에서부터 퍼올리듯이 그것을 받았다.
게다가 분명한 오버 스피드였다.
몸의 자세는 흐트러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없이 요우코의 목검에 스스로의 목검을 부딪쳐가는 순간, 렌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것은..... 그저 몇 센티 못미친 히트 포인트의 차이였다.
요우코의 목검은, 그 몇 센티 앞에 있는 키츠네군의 이마에 맞추어 모든 힘을 쏟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렌은 달랐다.
렌의 목검은 확실히 료우코가 내려치는 목검, 그 자체가 목표였던 것이었다.
렌은 왼발만으로 단번에 급제동을 걸었다.
뒤꿈치에 한계를 넘는 부하가 걸렸다.
뼈가 삐걱거리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다시 렌의 몸에서부터 무엇인가 찢어지는 둔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그런데도 체중이 이동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지금만, 지금만 견디면 돼---!!)
악문 어금니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부셔졌을 때, 렌은 드디어 신체의 흐름을 약간 감속시켜서 마지막 힘을 사용할 시간을 얻었다.
그리고 렌의 눈은, 지금, 신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요우코의 목검이 휘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그리고 렌은 혼신의 일격에 담겨있던 모든 힘이 목검을 통해 요우코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비디오를 느리게 재생하는 것처럼 볼 수 있었다.
그 때서야 렌은 요우코의 모습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 표정에는 어떤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에 대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집중하고 있던 결과, 그 요우코조차 갑자기 나타난 렌의 초신속 반격을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무슨 회피 동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요우코의 양팔에는, 자기 자신의 풀파워의 반동에, 렌의 혼신의 일격으로 더욱 상승된 충격이 온전히 전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요우코의 양팔이 분쇄되어 버린다!)
렌은 순간의 판단으로 약간이지만 스스로의 목검의 각도를 바꾸었다.
바로 그 때 요우코의 애도가 비명을 질렀다.
한계까지 젖혀졌던 목검의 중앙에 희미한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렌은 마지막 힘을 짜내듯이, 스스로를 공중으로 튕기듯이 몸을 폈다.
그 순간, 결국 한계를 넘은 요우코의 목검은 가루가 되어 부셔진 것이었다.
(이겼다아아!!)
렌은 폭발한 것처럼 목검의 가루가 흩날리는 것을 보는 요우코의 망연한 얼굴에 찾아내고 그렇게 확신했다.
(마침내, 마침내, 나의 승리다, 요우코.)
렌은 반동으로 공중에 튀어오르면서, 그 한마디만을 가슴에 새기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 순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계속해서 주시하고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키, 키츠네! 어이, 괜찮아? 어, 어라, 렌?"
2층에서 아라이구마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당황해서 아래로 내려고 하고 있는 기색........
키츠네군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손을 뻗어 5명의 행동을 제지 했다.
뒤돌아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키츠네군 자신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 키츠네군만이 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눈 앞에 망연해하고 있는 요우코의 눈에, 결국 기다려왔던 공동(空洞)이 입을 열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우선해서 인형사로서 해야할 것이 있었던 것이었다.
요우코는 절반이 부셔진 애도를 영혼이 사라진 것 같은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요우코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것은, 혼신의 일격이 스스로의 애도마저 완벽하게 분쇄되며 부서진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폭발한 것처럼 흩날리는 목검의 조각 너머로, 켄지의, 아니 길게 찢어진 눈의 남자의 고요한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것만이 지금의 의식에 남아있었다.
남자의 한마디로 요우코의 남시는 풀린 상태였다.
그러나 이상한 연속성을 가지고, 요우코는 '켄지'와 키츠네군을 위화감없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싸움을 끝낸 눈 앞의 남자가 가만히 요우코를 응시하고 있었다.
(저는....... 처음부터 당신과 싸우고 있었군요, 변호사.)
요우코는 마음속에서 말했다.
(정말, 정말 강하군요, 당신은. 나같은 것은 상대도 되지 않아요. 전력을 다했어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부딪쳤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지만 당신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완전한 패배감.
요우코의 마음에 있던 강철과 같이 굳건한 중심이, 천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쭉 쌓아온 자신감이, 모래와 같이 흩날려 버리고 있었다.
요우코의 마음은 지금, 마치 실이 끊어진 연과 같이 불안정하게 공중을 방황하고 있었다.
(나, 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되어 버리는 거지? 도와줘, 누군가, 부탁해.)
요우코는 처음으로 빌었다.
항상 스스로의 힘을 믿고 길을 열어온 요우코가, 어린아이처럼 불안을 가슴 가득히 가지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었다.
(충분히..........준비되었어.)
모든 힘을 잃고, 모든 갑옷이 벗겨진 지금, 다만 떨면서 상대를 응시할 수 밖에 없는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손에 매달려오는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마지막 '워드'를 말했다.
"요우코, 너는 다시 태어난다. 'WAKE UP Doll, WAKE UP'"
그 말은 요우코의 가슴의 안쪽에 깊숙히 비집고 들어갔다.
모든 것을 잃은 요우코가 스스로 그것을 바래, 부서진 중심 대신에 마음의 중심에 그것을 나둔 것이었다.
그러자 그 말은 금새 요우코의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리고, 비옥한 영양을 흡수하며 씩씩한 싹을 내고, 나무가지를 뻗어내, 순식간에 요우코의 마음을 지배했다.
아니, 지배가 아니라 마음과 완전하게 동화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제밤에 심어진 모든 암시가 요우코 속에서 소생했다.
몸을 불태울 것 같던 사랑도, 마음이 떨릴 정도의 열락도, 그리고 진심으로 안심해서 몸을 맡길 수 있는 신뢰도, 지금 모두 요우코의 속에서 소생했던 것이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강타했다.
그리고 그것은 흩어져서 무서운 기세로 전신에 퍼져나갔다.
그것을 표현할 수단을 요우코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요우코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붕괴되듯이 무릎을 꿇으며, 요우코는 머리를 바닥에 댔던 것이었다.
"주인님, 평생 봉사하겠습니다."
희대의 여자 검사, 이시다 요우코는 지금 인형으로서 다시 태어났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은 그것을 보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손에 넣었다."
문득 깨달으니 요우코의 곁에 서있는 사람이 있었다.
키츠네군은 고개를 들고 빙긋 웃었다.
"너도, 나의 말을 원하는 건가?"
서있는 것은 미키였다.
방금 전의 요우코와 똑같은 표정으로, 텅빈 공동(空洞)같은 시선을 키츠네군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런 미키의 머리에 키츠네군은 살짝 손을 얹은 뒤, 상냥하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요우코 누나는 내게 쓸모있게 되었어. 미키, 너는 어떻게 할거지?"
어제밤 제 2단계 종료 시점에서 거의 완벽히 키츠네군의 손에 들어왔던 미키의 마지막 지주가 요우코였던 것이었다.
미키의 눈 앞에서 요우코를 손에 넣는다, 그것이 미키에게는 최종 '워드'와 같은 것이었다.
요우코가 땅에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리는 순간, 지금까지의 미키의 암시는 소멸했다.
그리고 몽유병 환자같이 일어서서, 텅빈 것 같은 표정으로 키츠네군에게 다가왔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의 질문에 미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미의 실에 잡혀 죽은 자들 같이 굶주린 욕망을 눈동자에 가득채워서.
키츠네군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키의 귀에 입을 대고, 운명의 말을 속삭였다.
"미키........'WAKE UP Doll, WAKE UP.'"
그 순간 떠오르는 미키의 만족한 듯이 웃는 얼굴.
이윽고 엎드려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이 2명이 되었을 때, 오늘 키츠네군의 공개 조교는 끝난 것이었다.
(2-20) 뒷처리
"와........ 이건........ 심하다."
2층에서 달려내려온 아라이구마는 맨 먼저 무도장으로 내려와 렌을 보고는 그 참상에 말을 잃었다.
렌은 정신을 잃은 채 넘어져 있었다.
청바지 밑으로 노출된 맨발은 이미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발가락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발목은 보라색으로 부어올랐고, 특히 왼발은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구부러져 있었다.
아직도 목검을 꽉 쥐고 있는 양 손의 손가락 또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발목처럼 손목도 검붉게 부러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렌의 온 몸은 작은 경련을 반복하며 아직도 낮게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 이상의 참화에 힘이 빠진 아라이구마는 멀리서 렌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아라이구마를 밀치면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이건.... 안되겠군요."
두려움없이 렌의 곁에 주저앉아 살피며, 맥을 재고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의외로 크라운이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대형의 가위를 꺼내 간단히 렌의 바지를 찢기 시작했다.
허벅지 밑까지 단번에 찢어서 벌린 뒤, 다리를 관찰했다.
"왼쪽 무릎도인가........"
크라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렌의 발목에 손을 댔다.
바로 그 때 렌의 입에서 짐승과 같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며 상체가 크게 경련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렌은 눈을 떴다.
"히!"
큰 소리로 외친 것은 아라이구마였다.
렌의 눈은 붉게 충혈되, 마치 피투성이의 흡혈귀같은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렌씨, 들립니까? 조금만 인내를............"
크라운은 그러나 그런 겉모습에 동요하지 않고, 렌의 응급저치를 우선시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렌이 꽉 쥐고 있던 목검이 크라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말을 중단하고 기듯이 그 자리에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렌은 그대로 다리를 나둔 채 상체만을 일으키며 목검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아아아아아........"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듯 신음소리가 점점 커졌고 손가락끝에서는 새로운 피가 흐르며, 주위를 점점이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 아라이구마군! 그 목검을 좀 뺏어주세요. 이래서야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크라운은 곁에 있던 아라이구마에게 부탁했지만, 아라이구마는 시퍼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어, 어째서 제게 말합니까! 제가 렌에게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잖습니까?"
"그런 걸 말할 때가 아니잖아요! 어쨌든 빨리!"
크라운과 아라이구마는 말다툼을 시작했지만, 그 동안 렌의 움직임은 더욱 심해졌다.
휘두르는 목검도 몹시 거칠어져 함부로 바닥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 충격으로 손목의 붓기도 순식간에 부풀어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렌의 몸에 회복불능의 데미지가 남아버린다.
크라운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레벨 다운! 카운트 텐!"
강렬한 노성이 두 명의 뒤에서 울려퍼졌다.
뒤돌아본 두 명의 눈에,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키츠네군의 모습이 보였다.
키츠네군은 두 명을 말없이 밀치고 렌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키츠네군이 발한 일성이 효과가 있었는지, 렌은 미친 것처럼 휘두르던 목검을 멈추고,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시선을 공중으로 향했다.
키츠네군은 쉬지고 않고 말을 계속했다.
"카운트 나인, 에잇, 세븐!"
처음보다는 침착해진 목소리로, 그러나 무도장에 울려퍼질 정도로 큰 목소리로 키츠네군은 카운트 다운을 했다.
그러자 서서히 렌의 표정도 느슨해져갔다.
경직되었던 근육도 풀어져 경련이 적어졌다.
그러자 키츠네군은 침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되어 계속 말했다.
"OK, 렌. 그래, 그대로, 식스, 파이브, 포, 쓰리."
렌의 상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키츠네군은 부드럽게 렌의 등뒤에 무릎을 대고 그 몸을 받아들였다.
"괜찮아요, 렌. 나에게 몸을 맡기세요. 투, 원, 제로."
마지막 카운트가 새겨진 순간, 렌은 키츠네군의 가슴에 넘어지듯 안겼다.
꽉 쥐고 있던 목검이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치며 무거운 소리를 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렌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분명하게 키츠네군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 순간, 렌의 몸이 다시 경련했다.
다친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키츠네군은 그런 렌을 보며 계속 말했다.
"카-움, 다운, 렌. 클리어 모드 B."
키츠네 군의 마지막 워드가 렌에게 닿았을 때, 렌을 덮치고 있던 격렬한 두통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러나 그 순간 이번에는 반대로 렌의 손발에서부터 욱신욱신하는 아픔이 솟구쳐왔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방금 전의 두통에 비하면 렌에게 있어서는 익숙해진 통증이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렌은 키츠네군을 올려보며 물었다.
"키츠네님, 상처는?"
"나?"
키츠네군은 억지로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 행동을 보고 렌은 미소지었다.
언젠가 요우코가 느낀 것 같은....... 꽃이 피는 것 같은, 그런 미소였다.
그 렌의 웃는 얼굴을 보고 키츠네군도 싱긋하고 웃었다.
"오메데토. 결국 이겼어, 요우코에게."
그 말에 렌의 눈이 커졌다.
"저, 이긴겁니까?"
이상해하는 표정의 렌에게, 키츠네군은 렌의 상체를 받치면서 요우코의 모습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엎드려서 머리를 바닥에 댄 채 굳어져있는 이시다 자매의 모습이 있었다.
"네 덕분이야, 렌. 너는.......... 그......... 좋은 인형이다."
키츠네군의 조금 수줍어하는 목소리가 렌의 귀에 닿자, 렌도 한순간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전신의 아픔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터무니 없는 매직 워드였다.
2명을 주위에서 보고 있던 남자들에게는 핑크빛 폭풍우였지만.
"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입원해야 해. 지금부터 수술이 끝날 때까지는 너의 의식을 봉인해 둘께."
키츠네군은 렌을 바닥에 살짝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 말에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 그렇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괜찮을까요?"
렌은 머리를 들며 말했다.
키츠네군은 조금 눈썹을 찌푸리며 그 입에 귀를 가져다댔다.
그러자 뜨거운 한숨과 함께 렌의 작은 소원이 속삭여졌다.
한순간, 생각하는 키츠네군과 그것을 불안해하며 응시하는 렌.
".......좋아."
키츠네군이 한숨과 함께 그렇게 대답하자 렌은 안심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 귀에 반대로 얼굴을 댄 키츠네군은 작은 소리로 키워드를 속삭였다.
그러자 바로 그 때 렌의 시선은 초점을 잃고 텅빈 공동(空洞)과 같은 눈이 되었다.
그 눈을 응시하면서 키츠네군은 조용히 라스트 워드를 말했다.
"프리즈 마인드."
이 말을 마지막으로 렌의 의식은 중단되었다.
렌의 육체에 간신히 휴식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렌이 중지 모드가 된 순간 마인드 서커스의 사람들은 오늘의 공개 조교가 종료된 것을 실감했다.
크라운은 조속히 렌의 곁에 주저앉아 살펴보며, 방금 전처럼 상처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곁에서 살펴보고 있는 기린과 쿠마에게 재빨리 지시했다.
"기린군, 창고에서 막대같은게 있으면 가져와주세요. 네, 그렇습니다. 부목으로 쓰려고요. 그리고 쿠마씨, 저기의 나무 기, 네. 그 교장이 그려져있는 것을 가져와주세요. 들 것 대신으로 쓸테니까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휴대폰을 꺼내서, 크라운은 마인드 서커스가 연결된 의사를 호출해 예약을 넣는 것과 동시에 구급차 대신 차의 준비를 하러 가고 있었다.
겉모습과는 달리 사무 능력이 굉장했다.
크라운이 지시하지 않고 사라지자 혼자만 할 일이 없어진 아라이구마는 의자에 앉아쉬고 있는 키츠네군에게 다가갔다.
과연 지쳤는지 키츠네군은 무릎에 손을 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야.... 피곤하겠다!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냈네. 좋은 걸 보게 해줬다."
아라이구마는 키츠네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그 표정을 본 순간, 아라이구마는 말을 잃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무엇인가를 참는 것처럼 괴로운 표정을 한 키츠네군은 가만히 렌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키, 키츠네.........."
아라이구마의 목소리에 키츠네군은 작게 머리를 털었다.
"좋은 결과? 농담이 아니라 최저에요!"
렌을 간호하고 있었을 때의 부드럽고 상냥한 표정이 연기였다고 말하듯, 키츠네군은 분노로 가득차있었다.
"이봐, 이봐, 뭐 확실히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국 그 자매도 예정대로 마무리되었잖아. 렌이 조금 불쌍하지만....."
"해프닝 같은게 아냐!"
아라이구마의 말을 끊으며 키츠네는 단언했다.
"잘도, 잘도, 잘도 그랬겠다, 개자식!"
"어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해프닝이 아니라니?"
아라이구마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힘없는 표정으로 아라이구마를 돌아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해제 워드, 해제 워드에요. 그 남자이 외친 것은."
"뭐, 뭐! 그런! 바보같은!"
아라이구마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이 우리들의 극비사항을 아는 거냐! 너, 그래, 너 밖에 모를 워드다. 누군가에게 흘렸어?"
"흘리거나 한게 아니에요. 뭐니뭐니해도, 그거, 저도 모르는 워드에요."
"무슨 소리야! 네가 모르는 워드로, 어떻게 너의 최면이 풀려. 조금 머리를 식혀. 역시, 약간의 우연이겠지."
그러나 키츠네군은 단호히 머리를 저었다.
"이미...... 대충 파악했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역시 반은 저의 책임일지도. 하지만........... 역시 용서할 수 없어요. 이번만큼은. 나의 인형을 상처입히고, 나의 일을 박살내려고 했던 것은 용서치않아."
키츠네군은 일어섰다.
그리고 고요한 분노를 가득 채운 시선으로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
"너, 여기의 학생이냐?"
모두가 렌에게 갔을 때, 토라만은 망연해하며 멈춰서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토라가 말하자 놀라며 몸을 굳혔다.
"아...... 그, 네."
그런 남자에게 토라는 싱긋 웃어보였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살짝 주름이 잡히며, 상냥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가. 너희 무도장을 사용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분명하게 학교의 허가를 받은 거야. 안심해."
토라의 말은 의외로 상대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남자도 조금 긴장이 누그러진 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미소지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걸 걱정해서 온게 아닙니다. 빛이 새어나왔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해서 .........아!"
남자이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할 때 토라는 불쑥 눈을 찌를 듯이 손가락을 V자로 하고 남자의 눈에 접근했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머리를 위로 하며 뒤로 젖히려고 했지만 이미 토라의 손이 후두부를 붙잡고 있었다.
유일하게 도망갈 장소가 사라진 남자은 한순간에 패닉상태가 되었다.
거기에 토라의 단련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손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바로 그 때 남자의 시선이 토라에게로 향했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자 눈동자가 분명히 따라 움직였다.
"눈은 이제 닫히지 않는다."
토라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손가락 끝은 눈동자를 찌를 것처럼 접근했다.
말과 행동의 불균형.
남자의 혼란이 깊어졌다.
토라에게 있어서 숙달된 일의 도입이었다.
이 뒤 2, 3번 말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남자은 실로 놀랄 정도로 어이없에 그 자리에서 붕괴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약간 기억을 손봐주지. 그저 5분간의 기억만."
토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남자을 바닥에 살짝 눕혔다.
평소의 증거 인멸용의 최면을 걸 생각이었다.
그러나...........
"토라씨, 그 남자 잠깐 제가 빌릴 수 없을까요?"
토라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돌아본 토라는 묘하게 곤란한 얼굴을 한 키츠네군을 보았다.
"오오, 키츠네인가. 수고했어, 오늘. 정말 잘했다."
토라는 감상을 말했지만, 키츠네군은 거기에 전혀 응하지 않고 위를 향해 누워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잘 되지 않죠?"
그 말에 토라는 눈썹을 찡그렸다.
"실은 그래. 암시에는 간단하게 걸렸지만 아무래도 깊게 걸리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남자의 텅빈 것 같은 눈이 점차 의사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당황해서 손을 내밀어 암시를 추가하려는 토라.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갑자기 허리를 들고 남자의 얼굴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블랙 슬리브."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뜨는 것은 토라였다.
"어, 어이, 뭘 말하는 거야........."
그러나 키츠네군은 그 물음을 무시하고 또 입을 열었다.
"화이트 데스."
"잠깐 기다려. 너 방금 전부터 무엇을............"
토라가 다시 물어볼 때였다.
키츠네군은 조용히 남자을 가리켰다.
무심코 시선을 향한 토라는 얼어붙은 것처럼 표정을 굳혔다.
남자이 상체를 일으키며 마치 로보트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네.... 마스터."
"어.....어째서........ 어째서 이 놈이 그 워드에 반응하는 거지?"
눈을 크게 뜬 토라.
그런 토라에게 키츠네군은 가라앉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이 남자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팬더씨로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뭐, 뭐라고? 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고함칠 작정인 토라였지만, 점차 말을 흐렸다.
떠올랐던 것이었다. 오늘 팬더의 얼굴이.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었는지도.
그리고 머리의 구석에서 떠오른 생각에 모든 것이 깨끗해졌다.
아연해져 키츠네군을 보는 토라.
"그러면......... 이 놈이 말한 그 대사........"
"네. 그게 제 최면의 해제 워드였습니다."
결정적인 키츠네군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토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어! 키츠네, 왜 팬더에게 해제 워드를 알려준거지? 무엇을 위해서 그런거냐!"
토라는 분노를 숨기지 않고 키츠네군에게 다가섰다.
그 소리에 주위에서 다른 이들이 모여들었다.
"제가 흘리거나 한게 아니에요. 그 워드는 팬더씨의 오리지날이에요."
"오리지날? 하! 어이, 농담하냐. 유감스럽게도 팬더의 기술은 내가 잘 알고 있어! 놈의 기술로는 1개월이 걸려도 네 암시를 풀 수 없어! 하물며 어제 오늘 사이에!"
토라는 전혀 납득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거기에 응하지 않고, 대신 크라운을 향해 물었다.
"어제..... 제가 크라운씨의 방에서 주문서를 확인한게 몇시쯤이었죠?"
갑작스런 질문에 크라운은 눈을 깜빡이더니 대답했다.
"아-, 7시 반 정도였을걸?"
"그럼, 얼마나 거기에 있었었죠?"
"응? 아마도... 10분인가, 15분?"
그 말에 키츠네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토라를 향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언제나 조교 과정의 인형에는 상당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요. 특히 일단계가 종료하고 나서 2단계에 들어가 락을 걸 때까지는요. 물론 어제도 그랬습니다. 일단계가 종료할 때까지는 쭉 제가 요우코의 곁에 있었고, 쉬는 동안에도 방을 잠그고 있었습니다. 최면룸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안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요우코를 데리고 나와 2단계를 제 방에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약간의 해프닝이 벌어져 방을 떠났습니다. 그것이 7시 반부터 15분 동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제가 방에 돌아와서 2단계를 종료할 때까지 요우코가 제 눈에서 멀어졌던 적이 없었습니다."
토라는 키츠네군이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아들었다.
"그러면.......... 그 사이에 요우코를 어떻게 했었지?"
"중지시켜뒀습니다. 급했었으니까요."
"중지..... 인가. 인형이 혼자 방치된 채 였었나."
"네. 거기다 방 문도 열어둔 채였다고 생각합니다."
키츠네군의 설명에 토라는 한숨을 토했다.
"알았다. 좋아. 확실히 그 사이에라면 놈이라도 너의 암시를 해제할 수 있었겠지."
토라는 작게 중얼거린 뒤 다음 순간 무도장의 바닥을 후려쳤다.
"바보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그리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양손을 대고 키츠네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 이마를 꽉 누르고 있었다.
"미안해, 키츠네! 나의, 나의 감독소홀이다. 용서해줘! 곧바로, 곧바로 놈을 잡아 사과하게 하고, 보상시킬테니까! 그러니까, 용서해줘!"
토라의 갑작스런 태도에 키츠네군은 놀란 표정을 했지만, 그러나 그 눈동자에 가득한, 고요한 분노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토라씨, 일어나주세요. 토라씨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저, 토라씨에게는 조금도 화나지 않았고."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토라의 곁에 살짝 앉으며 바라보았다.
"다만......."
그렇게 중얼거린 키츠네군의 소리는, 그러나 송곳처럼 토라의 심장에 꽂혔다.
"다만..... 그 사람은 다릅니다. 제게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만은... 절대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토라의 절망어린 시선과 키츠네군의 차가운 결의가 담긴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토라의 어금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뺨의 근육이 경련하고 있었다.
그런 두 명의 대립을 끝낸 것은 간단한 말이었다.
"토라군. 우리의 사칙, 제 2조를 기억하겠죠?"
그 말에 놀란 표정으로 토라는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약간 슬픈 표정의 크라운이 서있었다.
"크라운........... 아니........... 그........"
목이 쉰 소리가 토라의 목에서부터 짜여져나왔다.
"'직무에 관한 타내, 부주의등은 엄하게 처벌하고, 만일 방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면직한다.'.... 예외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크라운은 간단히 말했다.
그러나 토라는 작게 머리를 흔들며 그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을 때, 다른 목소리가 그것을 막았다.
"토라, 우리들 3명이 왜 이런 규칙을 만들었는지 잊은 것은 아니겠지?"
볼 것도 없이 그것은 쿠마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토라에게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토라는 입을 다물고.......... 그 자리에서 낙담했다.
"토라군........... 팬더군의 신병을 확보해주세요. 긴급사문위원회를 엽니다."
크라운은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토라의 어깨가 떨렸다.
"기다려주세요. 그 역은 제가 하겠습니다."
끼어든 것은 키츠네군이었다.
"제가 모르는 곳에서, 마음대로 결정되면 곤란합니다."
그러나 크라운은 간단히 거절했다.
"안됩니다. 이것은 회사 전체의 문제입니다. 한 명의 담당자인 당신이 나올 차례는 없습니다."
크라운의 매몰찬 태도에 키츠네군의 눈에 노기가 머물렀다.
"그, 그런 일...... 납득할 수 없습니다!"
키츠네군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납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프로니까 회사의 규칙을 따라주세요."
그 한 마디로 키츠네군은 입술을 깨물며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잡아온다.. 키츠네."
어느새인가 일어선 토라가 키츠네군의 어깨에 손을 대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분노.......... 사문위원회까지 기다려라. 빈틈없이 풀게 해줄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참아줘."
그렇게 말하고 토라는 키츠네군에게 등을 돌렸다.
그런 토라의 등에 키츠네군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왜 이런 일을 벌인건지, 그것만큼은 제 눈으로 확인하겠습니다. 괜찮겠죠?"
그 말에 크라운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을 막으며 토라가 대답했다.
"아아, 미안한데, 그 남자에게 팬더가 어디있는지 물어봐줘."
키츠네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남자을 데리고 무도장의 구석으로 장소를 옮겼다.
토라는 그것을 보면서 결심을 굳힌 얼굴로 크라운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어이, 크라운! 이제 가르쳐줘, 팬더의 최종 워드를!"
그 소리에 전원의 시선이 크라운에게 집중되었다.
아마 평생 사용할 일이 없다고 누구나 생각했던 동료의 최종 워드가 지금 말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최종 워드, 그것은 마인드 서커스의 유일한 구속이었다.
크라운을 제외한 모든 최면 기술자들에게는, 크라운의 손으로 하나의 금지 암시와 하나의 워드가 인쇄되어 있었다.
그것은 크라운에게 '최면을 걸 수 없다' 라고 하는 금지 암시와 '마인드 서커스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봉인한다.' 라는 하나의 워드였다.
그것이 마인드 서커스에 가입하기 위한 최종관문이었다.
모든 것은 멤버의 자유 의지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승낙한 사람에게, 의사이며 화학자이기도 한 크라운이 스스로 개발한 최면 도입약을 사용해 마음을 개방시킨 뒤, 암시와 키워드를 묻고, 멤버로 맞이했던 것이였다.
그러므로 크라운은 유일하게 마인드 서커스에서 멤버의 파면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였다.
"알았습니다, 토라군. 그렇지만 사문위원회가 최종결정의 장소이니까 지금은 아직 모든 기억의 봉인을 하지 마세요. 도망가지 못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알고 있어, 그런건. 알았으니까 어서 가르쳐줘."
토라는 초조해하면서 크라운을 재촉했다.
크라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희미한 목소리가 무도장에 흘렀다.
고개를 끄덕이는 토라.
"알았다. 고마워, 크라운."
토라의 가슴에 무거운 말이 새겨졌다.
그러나 그것에 지지 않기 위해서 크게 숨을 들이마신 토라는 손뼉을 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자! 그러면 여기서 빨리 철수하자!"
키츠네군이 남자을 거느리고 돌아온 것은 크라운이 준비한 차가 와 기로 만든 응급 들것에 렌을 싣고 옮길 떄였다.
"키츠네, 어때? 팬더를 찾았나?"
통로끝에서 토라가 물었다.
키츠네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토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가.... 수고했다. ........ 놈은 어디에 있지?"
그 질문에 키츠네군은 한 장의 메모를 내밀었다.
"여기입니다. 이 '사몬'이라고 하는 찻집에 있습니다."
토라는 내밀어진 메모를 받고, 조용히 시선을 향했다.
"여긴가. 알았다. 고마워, 키츠네. 그리고 너는 어때? 뭔가 알았나?"
그러나 키츠네군은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뒤를 지나가는 들것위의 렌을 돌아보며, 그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잊지못한...........과거."
그것이 등을 돌린 키츠네군에게서 토라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모든 것이었다.
"과연...... 녀석 다워."
토라는 씁쓸한 듯 작게 웃었다.
(2-21) 체이스!
차가 출발한지 5분정도 지났을 무렵........
"아, 잠깐만 멈춰주세요."
뒷자석에서 요우코와 미키 사이에 앉아있던 키츠네군이 갑자기 눈을 뜨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키츠네?"
조수석의 아라이구마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아, 죄송합니다. 저, 무도장에 물건을 나두고 온 것이 같습니다."
"흐응-, 분실물......... 흐응."
아라이구마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입술 끝을 올렸다.
"네, 깜박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가지러 갔다오겠습니다."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차의 문고리에 손을 대고 있었다.
"기다려줄까?"
곁눈질로 키츠네군을 보면서 아라이구마가 물었다.
"아뇨, 괜찮아요. 전철로 돌아갈테니까요. 그것보다 이 2명을 부탁합니다. 곧 돌아갈테니까 제 방에서 기다리도록 해주세요."
아라이구마는 코로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뭐, 좋아. OK, 해줄께."
아라이구마의 말에 키츠네군은 싱긋, 억지 미소를 떠올린 뒤 고개를 숙이고 바람같이 나갔다.
"결국 하는 군. 나도 놈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하겠지."
키츠네군의 뒷모습을 백미러로 보면서 아라이구마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운전기사에게 다시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내버려두고 가자."
*
12월의 바람이 부는 마을은 이제 어두워져, 가로등과 상가의 디스플레이의 불이 두꺼운 코트를 입은 사람들을 비추었다.
따뜻한 실내에서 창 너머로 그런 광경을 팬더는 바라보고 있었다.
(늦어.......)
소매를 걷어올리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팬더는 한숨을 내쉬었다.
5시부터 시작된 키츠네군의 조교........
팬더의 이용물은 10분 지났을 무렵에 들어가서 키츠네군의 암시를 풀었을 것이었다.
(벌써 6시가 넘었다. 늦어....... 너무 늦어.)
뭔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 아닌가............
팬더는 의심이 생겨서 몇 번이나 일어서려고 했었다.
그러나 팬더는 무심코 이용물인 사카타 유사쿠의 암시가 자동적으로 풀리도록 설정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만약 팬더가 여기서 떠나버린다면, 사카타 남자의 암시는 남아있을 것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깨지겠지만, 그럴 경우 팬더의 얼굴이나 행동에 대한 기억이 깨끗이 지워지지 않는다. 증거를 남기는 것은 지금의 팬더에게 치명적이었다.
(크, 상대는 그 눈치빠른 키츠네 놈이다! 나중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관없도록....... 신중하게, 신중하게...........)
팬더는 다시 찻집의 소파에 앉았다.
지금 테이블에는 무슨 종류인지 모르는 커피가 따뜻한 김을 피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면에는 희미한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테이블이 미묘하게 진동을 하고 있었다.
팬더의 귀에는 쭉, 쭉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한 명뿐인 웨이트레스가 팬더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고 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게의 마스터는 카운터의 안쪽에서 조용히 글래스를 닦고 있었다.
손님은 그 외에 2명.....
1명은 팬더가 앉은 박스석 옆의 박스석에 앉은 중년의 주부, 다른 한 명은 카운터의 자리에 앉아있는 샐러리맨 남자.
그러나 2명 다 웨이트레스의 모습이 안 보이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이 손에 들고 있는 잡지에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조용한 가게 안에는 낮은 음량의 고전적인 재즈가 흐르고 있었으며, 이야기 소리는 없었다.
팬더는 양 손으로 웨이트레스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하복부에 꽉 눌렀다. 페니스의 앞부분이 부드러운 감촉에 쌓였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웨이트레스는 목에서 "그웩"라고 소리를 냈다.
혀를 차는 팬더.
마침 그 때, 팬더의 귀에는 기다리고 있던 소리가 들려왔다.
카랑, 카랑........
문에 달려있는 종이 울린 것이었다.
문은 팬더의 자리에서는 그늘로 가려져서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웨이트레스에게 명령해 '클로즈'라고 내걸은 이 가게에 보통의 손님이 들어올리 없었다.
팬더는 "휴우-." 하고 숨을 내쉬며 웨이트레스를 놔주고 바지의 지퍼를 잠갔다.
그리고 침착하게 커피에 손을 내밀어 갈 때, 가게의 그늘에서부터 들어온 손님의 모습이 팬더에게 보였던 것이었다.
그 순간........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커피잔이 뒤짚혔다.
"아!"
팬더의 눈이 튀어나올정도로 크게 뜨였다.
입술이 떨리고, 전신에서 단번에 땀이 분출되었다.
그런 모습을 토라는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슬픈 것 같은 눈을 하고 입가에는 약간의 미소를 떠올린 채.
"요- 팬더, 이런 곳에 있었구나. 찾았다구."
맞은 편에 털썩 앉은 토라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팬더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하며 망연히 토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웨이트레스가 타올로 테이블에 엎질러진 커피를 닦고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물론 웨이트레스의 시선이 향했었다는 것도.
"토.... 토라씨, 어째서....... 여기에."
겨우 꺼낸 말을 토라는 듣지 않은 척, 옆에 서있는 웨이트레스에게 "커피, 핫으로." 라고 말하며 쫓아냈다.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거지?"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팬더였지만, 의외로 그 한 마디에 침착해졌다.
그것은 토라의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을 때 언제나 들었던 대사였던 것이다.
(괜찮아............ 아무것도 알지 못해, 이 사람은. 땡땡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 아니요. 오늘 좀 추워가지고 쉬는 중이었어요."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인가? 나 낮부터 걸고 있었는데. 상당히 오래 쉬었네."
"어? 아, 그렇다. 잊었었어요. 이 휴대폰, 배터리가 다될 것 같아서 꺼두었었어요."
팬더는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그렇게 말했다.
"전원...... 넣어봐."
토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팬더는 말한 대로 전원을 넣었다.
"아....... 메일. 미안해요, 토라씨가 메일을 보냈었군요."
팬더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나 거기서 팬더는 평소의 토라와 분위기가 틀린 것을 깨달았다.
이럴 때 말없이 있을 아저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눈으로 묻는 팬더에게 토라는 턱으로 가리켰다.
"읽어봐."
토라의 태도에 "아." 하면서도 휴대폰으로 시선을 향하는 팬더.
그러나 읽고 있는 동안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갔다.
"어떻게 된거야, 팬더. 왠지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구나."
토라의 목소리에 팬더의 무릎이 떨렸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그것을 억제하며 팬더는 입을 열었다.
"아, 오늘 키츠네군의 공개 조교가 .........있었군요. 아하하, 실패했다니, 보고 싶군요."
그러나 팬더가 그렇게 말한 순간 토라의 표정이 변했다.
"보고 싶다라고? 네 놈, 도대체 무엇을 보고 싶었냐!"
눌러 참고 있던 만큼, 더욱 거대해진 노기가 그 목소리에 담겨 팬더에게 전해졌다.
".........무슨......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식은땀을 흘리는 팬더의 말에는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반대로 팬더의 말을 들은 토라는, 불타는 듯한 분노의 불길이 얼어붙을 것 같처럼 차가운 눈으로 변했다.
"죽었어, 키츠네. 요우코의 목검에 알의 껍질처럼 머리뼈가 부수어져서........"
"............"
그 말에 팬더는 말을 잃었다.
자신이 찔린 것처럼 망연해졌다.......... 그런 얼굴이었다.
그런 팬더의 상태를 보고, 토라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거짓말이다. 놈은 살아있어, 팔팔하게."
말이 귀에 들려와 뇌에 닿을 때까지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 만큼 팬더의 반응은 둔했다.
이윽고 김이 빠진 것처럼 팬더는 소파에 깊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팬더의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토라는 말을 재개했다.
"하지만, 대신 렌이 망가졌어. 키츠네를 감싼 바람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토라의 말에 팬더는 머리를 맞은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
"렌이..... 키츠네를 감싸......."
뇌리에는 어제밤 두 명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깊은 신뢰감으로 연결된 렌과 키츠네.
토라의 눈 앞에서 팬더의 얼굴은 천천히 상기되었다.
"........왜...........왜 렌이..... 그런 일을!"
억제하지 못한 격정이 그 말에 담겨있었다.
토라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왜, 왜 팬더가 이런 일을 벌인것인지........
모두가 명백하게 드러났지만, 토라는 그 진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팬더가 보인 반응이 토라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이 바보..... 마인드 서커스의 인형사가 이런 흔히 있는 일로 자신을 잃었다는 건가............. 바보자식..... 인형에게 홀리다니.............)
토라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흔들었다.
"키, 키츠네는? 키츠네군은 어디에............?"
충혈된 눈으로 팬더가 물었다.
"만나고 싶나? 대면시켜 주지, 곧바로. 놈도 너를 만나고 싶어하고 있다."
토라의 함축적인 그 말에 팬더는 "학!" 하며 표정을 굳혔다.
그 얼굴을 강한 시선으로 위압하며 토라는 말했다.
"이제..... 알았겠지, 팬더! 내가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왜 내가 여기를 알았는지! 그 사카타라는 놈에게 걸려있던 너의 암시를 키츠네가 깨트렸기 때문이다!"
"히!"
팬더는 반사적으로 일어섰다.
그런 팬더를 올려보며 토라는 조용히 말했다.
"너를...... 사문위원회에 소환한다. 앉아라, 팬더. '상자의 새는 멸족했다. 바이바이 MC.' 크라운으로부터의 전언이다."
그 순간 팬더 속에서 무엇인가가 열렸다.
그리고 4년 전에 걸렸던 암시가, 지금 서서히 소생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마인드 서커스의 멤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중지 워드 '프리즈 마인드', 기억 삭제를 위한 간이 워드 'MC 데이터 이레이즈', 인형들을 조종하는 이러한 워드가 지금 팬더에게도 효력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궁극 봉인의 4 워드.........'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에 대응하는 기억 소거 워드. 하나를 말해질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기억이 거짓된 기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그 봉인의 라스트 워드. 4 워드로 바꾸기 위한 거짓 기억들이 지금 떠오르고 있었다.
팬더의 최종 워드가 말해진 지금, 그 봉인 워드를 들었을 때 팬더에게는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토..... 토라씨.........저."
창백한 안색의 팬더에게 토라는 작게 미소지었다.
"안심해라. 당장 봉인하지는 않아. 다만...... 일단, 도망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해서."
그렇게 말하고 토라는 팬더의 얼굴에 접근해서 속삭였다.
"MC데이터 이레이즈, 얼굴."
이것은 보통 마인드 서커스가 클라이언트에게 유일하게 가하는 보전용의 워드였다.
만일 도망쳤을 경우에도, 이것으로 마인드 서커스 관계자의 얼굴은 기억에서 삭제되었을 것이었다.
팬더는 눈을 동그렇게 뜨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아.........아."
한순간 머리속에서 마인드 서커스 사람들의 얼굴이 사라져버린 것이엇다.
그리고............ 그리고 깨달은 순간, 그 렌의 얼굴마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였다.
계속해서 토라는 워드를 말했다.
"MC데이터 이레이즈, 장소."
"그, 그, 그만둬!"
팬더는 크게 외쳤지만, 물론 늦었다.
이 워드로 팬더의 뇌리에서 DMC에 관련된 장소가 사라졌다.
팬더는 스스로가 처음 맛본 최면 워드로 완전히 패닉에 빠져, 폭포수처럼 땀을 흘리면서 양손으로 귀를 누르고 있었다.
(이 바보, 너무 소란을 피우네.)
토라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웨이트레스를 시선의 구석에서 파악하고 혀를 찼다.
그러나 이제 구속 워드로 신체의 제어를 뺏으면 끝이었다.
토라는 다가오는 웨이트레스를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팬더의 팔을 귀에서 떼어냈다.
물론 팬더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경험많은 팬더에게 통용될 정도의 저항은 아니었다.
팔꿈치를 세게 쥐자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손이 귀에서 떼어졌다.
(좋아, 이것으로 끝이다.)
토라는 침착하게 마지막 워드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토라도 한 가지만은 간과하고 있었다.
그것은 타겟이 최면술사, 그것도 자신들의 방식을 알고있는 인형사라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뒤에 앉아서, 두 명의 분쟁에 무관심해하던 덩치큰 중년의 부인이 갑자기 돌아보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눈은 텅 빈 것 같은 상태였고, 다만 입만이 독립된 생물처럼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그리고 막 워드를 말하려고 하는 토라의 얼굴에 손을 내밀며 꽉 눌렀던 것이었다.
"앗!"
갑작스런 일에 토라는 어떤 회피 동작도 못하고 넘어졌다.
그 여성이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먹고 있던 케이크 조각이었다.
그리고 토라가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뜨거운 홍차가 안면에 부어졌다.
"크악!"
무의식중에 얼굴을 누르며 그 자리에서 뛰쳐나오는 토라.
그 모습을 망연히 보고 있던 팬더는, 갑자기 굉장한 힘에 팔이 끌려가 몹시 놀랐다.
팔을 잡고 있는 것은 방금 전의 웨이트레스였다.
"빨리, 이쪽으로!"
그렇게 말하며 웨이트레스는 팬더를 입구로 끌고갔다.
그제서야 팬더는 간신히 사태를 파악했다.
만약을 위해 팬더가 걸어둔 긴급 탈출 모드가 발동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팬더는 그것을 깨닫자마자 거칠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라도 동시에 그것을 깨달았다.
"팬더!"
얼굴의 크림을 소매로 닦으면서 토라는 마루에 엎드린 채, 팬더의 등을 향해 마지막 워드를 큰 소리로 외치려고 했다.
충분히 소리가 닿는 거리였다.
그러나............
갑자기 토라의 위에 거대한 그림자가 생겼다.
그것을 깨달은 토라는 반서적으로 올려보았고, 다음 순간 그 표정은 경악으로 얼어붙었다.
자신의 바로 위에 체중 100킬로는 될 것 같은 마스터의 거구가 날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중력에는 거역할 수 없었다.
다음 순간, 중력의 도움을 빌린 100킬로의 육체가 토라의 등을 눌러갔다.
입구의 문을 나서는 팬더의 귀에 "크아악-!" 하고, 짐승처럼 외치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러나 돌아보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폭발하는 것 같은 기세로 문을 연 팬더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대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젠장, 젠장! 어째서 내가 이런 꼴로!)
평상시의 온후한 가면을 벗어 던진 것 같은 표정으로, 팬더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 얼굴에 압도된 것처럼 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두 비켜섰다.
웨이트레스도 어느새인가 완전히 뿌리친 상태였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1명의 남자가 팬더의 길을 막아섰다.
주위의 사람들이 공포심을 느끼며 물러선 가운데, 그 남자는 혼자서 그 자리를 막아섰던 것이다.
(이 자식!)
팬더는 본 적도 없는 그 젊은 남자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대로 돌진해갔다.
어깨로 냅다 밀쳐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 앞의 남자는 일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깨달은 순간 팬더의 몸은 허공에 떠있었다.
(뭐, 뭐야?)
그 순간 팬더는 자신의 몸이 천천히 공중을 날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력한 팔이 목덜미를 잡고, 혼신의 힘으로 지상에 내려쳤던 것이다!
"으아아악!"
팬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전에 허리부터 아스팔트의 지면에, 강하게 부딪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강렬한 아픔에 팬더의 의식은 희미해지고 있었다.
희미해진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젊은 남자였다.
그리고, 그 분노에 불타는 시선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네, 네놈....... 누구냐.... 왜 내게 화내는거냐..........)
팬더는 그 때 깨달았다.
자신을 미워하는 젊은 남자가 1명 있던 것을... 그리고 자신은 그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생각해냈다.
"네........... 네 놈이군......."
그러나 그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팬더의 목덜미에 다시 손을 뻗어왔다.
(아, 안돼!)
그러나............ 운명은 아직 팬더를 버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남자의 손이 잠깐 멈췄다고 생각하자, 어떤 예고도 없이 그 남자는 나뒹굴고 있었다.
놀란 시선을 향하자, 그곳에는 샐러리맨풍의 남자가 짓누르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샐러리맨 남자는 찻집에 있던 마지막 1명이었다.
(지금이다! 도망친다!)
팬더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아!"
강렬한 아픔이 그것을 막았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허리를, 허리를 다쳤다! 크, 이래서야 움직일 수 없어!)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절체절명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팬더는 누군가 뒤에서 겨드랑이로 손에 내밀며 안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으윽-!"
격통이 팬더를 덮쳤지만, 뒤의 인물은 상관없이 팬더를 잡아당기며 옮겨갔다.
그리고 뜻밖일 정도로 금방 팬더는 의자에 앉혀졌던 것이었다.
깨닫고 보니 그것은 길가에 세워진 차의 조수석이었다.
그리고 운전석에 타는 인물은, 조금 전 찻집의 웨이트레스였던 것이다.
"참으세요!"
웨이트레스는 팬더에게 안전벨트를 매준 뒤 급발진했다.
타이어가 흰 연기를 내뿜어 뒤에 있던 차가 클락션을 울렸다.
그러나 웨이트레스는 한 손을 올린 것만으로 그것을 무시하고, 순식간에 차의 흐름 속으로 끼어들었다.
팬더를 실은 흰 세단은, 그렇게 밤의 거리에서 사라져갔던 것이었다.
물론 그 뒤 상황은 곧바로 마인드 서커스에 알려졌다.
회사가 시작된 이후 최초의 긴급사태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현장에 있던 토라가 사태의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경찰에 알려지지 않고 모든 것을 지울 수 있었던 것이였다.
렌을 보살피며 병원에 있던 크라운은, 그 연락을 받자마자 사장의 강권을 발동해 휴가중인 사람을 포함해 모든 멤버에게 긴급 소집을 알렸다.
그리고 스스로 선두지휘하며 관계자의 철저한 심문을 시작했었다.
그것은 확실히 최면 기술의 정화라고 할 수 있는 심문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었다.
찻집의 손님과 마스터는, 당사자가 잊고 있던, 지워진 일까지 포함해서 뇌에 기록되어 있던 모든 정보를 말했다.
그리고 팬더의 행동을 일일히 상세하게 재현시켜갔던 것이었다.
그러나 밤낮에 걸친 철저한 추궁에도 관계없다는 듯 팬더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가장 중요한 인물인 웨이트레스는 그 날 이후로 자취를 감춰버린 상태였다.
아르바이트의 이력서를 바탕으로 주소나 학교는 밝혀냈지만, 물론 들린 흔적은 없었다.
도망에 사용한 차는 마스터의 것이었으므로, 곧장 도난신고를 했지만 다음날 역의 지하주차장에 버려져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렇게 된다면 경찰의 조직력을 사용하지 않는한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음날의 밤, 찻집의 관계자를 귀가시킨 뒤, DMC의 회의실은 답답한 분위기로 가득차있었다.
"미안, 모두. 내가 서툴러서 폐를 끼치고 말았다."
토라는 거친 수염이 난 얼굴로 모두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토라군의 책임은 없어요. 제가 실수했습니다. 아무래도 동료라고 하는 의식이 강했었는지, 토라군을 혼자 가게 했습니다. 상대는 뛰어난 최면술사, 제대로 된 준비가 필수였던 거죠."
크라운이 졸린 것 같은 눈을 깜박이면서 말했다.
"여러분도 긴급 소집에 응해 노력해주셨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번은 헛수고같습니다. 우선 긴급 대책 팀은 해산합니다."
크라운의 선언에 회의실은 웅성거렸다.
"크라운씨, 괜찮겠습니까? 그, 그 사람을 이대로 나두면...."
의문을 물은 것은 아라이구마였다.
"우선은...... 괜찮을 거다. 당분간은."
대답한 것은 토라였다.
"놈은 우리들의 얼굴과 소재지를 잊고 있다. 최악, 우리에게 복수하려고 해도, 중요한 물증같은 것은 없다. 뭐, 놈도 필사적이 되어 어떤 방법을 써올지도 모르니........... 그게 문제다."
"라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다가오길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요?"
아라이구마는 불만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조사는 계속합니다. 이 회사는 탐정사무소이기도 하니까요."
크라운이 충고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뭐, 그렇겠죠."
그렇게 말한 아라이구마가 시선을 보낸 것은 말없이 있던 키츠네군이었다.
그의 생각을 묻는 말이었던 것 같았다.
어제 아라이구마들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돌아온 키츠네군에게 팬더의 일을 전했던 것이 아라이구마였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조금도 놀란 것 같지 않고 작게 수긍했을 뿐이었다.
"그런 것 같네요."
도대체 누구에게 들은 것인지...........
아라이구마는 그렇게 추궁하려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 중심 인물이기도 하지만, 요우코들의 납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는 이유로 키츠네군만이 이 수사에서 떼어졌던 것이었다.
그리고 ...... 그 결과가 이것.
적당히 넘어가기 어려울 거라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아라이구마의 시선을 민감하게 감지한 키츠네군은, 어느새인가 평소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죠. 지금은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이겠죠? 나중에 자연스럽게 나타날 겁니다, 절대로."
그 장담한다는 듯한 말에 아라이구마는 몹시 놀랐다.
"너........ 키츠네. 어쩐지 묘하게 자신있어 하는 것 같다."
"으응- 그런 것 없어요. 다만, 저 이제 시간이 없어서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딴데 신경쓸 시간이 없어요. 역시 2명 동시라는 것은 너무 힘들고. 아, 참, 크라운씨, 렌의 건에 대해서 클라이언트씨의 설득 부탁드릴께요."
키츠네군의 관심은 완전히 담당작업으로 옮겨져 있는 것 같았다.
물론 팬더의 건을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크라운의 말대로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까 거기에 신경쓰고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키츠네군 자신도 만약을 위해 그물을 치고 있었지만, 과연 걸릴까하는 것은 운명에 맡길 뿐이었다.
"아, 렌의 건말인가요? 네, 뭐, 일단 대책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라운은 의외로 자신없는 목소리로,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긁었다.
아무래도 크라운의 걱정거리는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았다.
"뭐, 그 건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키츠네군은 신경쓰지 말고 작업에 집중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도 이제 각자의 작업으로 돌아가 주세요. 수고하셨습니다. 해산입니다."
크라운의 이 말로, 파란의 공개 조교와 거기에 이어지던 팬더의 추적극은, 찜찜하지만 일시 보류되었던 것이었다.
물론,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가지 움직임이 얽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불씨로서 남아있었지만......... 그것이 키츠네군들의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서 나타나는 것은 좀 더 뒷 일인 것이었다.
(2-22) 약속의 날(전편)
요우코는 그 날, 여느때와는 달리 아주 늦게 일어났다.
휴일이라도 언제나 8시에는 눈을 떴지만, 오늘은 눈을 뜨고 베개 옆의 시계를 보니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으응, 잘 잤다."
이불 위에서 기지개를 키자, 잠에서 깨어난 몸이 아주 가벼웠다.
이 일주일간은 이상하게 졸렸고, 신체도 나른했지만, 오늘 아침은 산뜻했다.
"아, 서두르지 않으면 안돼."
요우코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얼른 일어선 뒤에 그 자리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응? 왜 서두르는 거지?)
그러나 그런 의문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졌고, 요우코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미키가 먼저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요우코는 상관없다는 듯이 거울 앞에서 잠옷을 벗고 세탁기에 던져넣은 뒤 욕실로 들어갔다.
"안녕, 미키."
요우코는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있는 미키에게 말을 걸었다.
"어? 아, 언니, 안녕."
깜짝 놀란 얼굴로 뒤돌아 본 미키의 모습이 요우코의 눈을 사로잡았다.
불과 2, 3년전까지만 해도 봉처럼 가늘었던 몸이 완전히 여자답게 부풀었으며, 새끼 은어와 같이 날씬했다.
무의식 중에....... 완전히 무의식 중에 요우코의 손은 미키의 유방을 만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중량감있는 그 감촉을 손가락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미키는 그런 요우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스스로를 깨달은 요우코는 당황해서 손을 끌어당겼다.
"아, 미안. 조금 잠에 취해있었나봐."
그렇게 말하며 요우코는 수줍어하며 얼굴을 숨기듯이 뜨서운 물과 차가운 물로 교대해가며 샤워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 모습을 미키가 바라보고 있었다.
평상시의 마른듯 한 모습의 요우코의 옷 아래에 이렇게 완벽한 여자의 몸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얼룩 하나없이 새하얀 피부, 완벽한 균형, 그리고 요염한 흑발........
여자의 아름다움의 정화같은 언니가 한 번 목검을 잡으면 도깨비와 같이 변하는 것이 미키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졌다.
문득 깨달으니 어느새인가 반대로 요우코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미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2명은 얼굴을 붉히며 쿡 하고 웃었다.
그 뒤 사이좋게 욕실에서 나온 2명은 여느 때처럼 분담해서 아침 식사를 만들고, 텔레비젼을 키지 않은 채 서로를 보며 식사를 했다.
다만 평상시와 차이가 나는 것은 휴일이라도 흐트러진 복장을 싫어하는 요우코가 오늘에 한해서 실내복을 입고 있는 미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당사자도 같은 모습이었으므로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지만.
오랫만에 2명만의 사이좋은 식사로, 다양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았지만 어째선지 오늘 아침은 그것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대화가 끝난 순간 머리에서 슥 하고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마치 최초의 데이트를 눈 앞에 둔 아침처럼, 2명의 마음은 이미 여기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재촉당하듯이 식사가 끝나자마자 2명은 분담해서 뒷정리를 끝내고 거울을 보며 몸을 치장하기 시작했다.
평상시에 전혀 화장을 안 하던 2명이었던만큼, 아주 조금 화장을 한 것만으로 향기가 흘러나오는 듯하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문득 시계를 올려다보자 바늘은 벌써 11시를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미키의 시선을 알아차린 요우코도 말없이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치칵치칵치칵치칵
초침이 움직이는 것과 함께 2명의 마음에 둘러쌓여진 마법의 베일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왜 여기에 있으며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점차 분명하게 마음에 떠올라왔다.
그리고 뇌리에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 그 순간, 집의 벨이 울렸다.
튕기듯이 일어선 두 명은 얼굴을 마주본 뒤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걸어져 있는 체인을 치우고 잠겨져 있는 문을 열었다.
스며들어오는 아침햇빛에 그런 2명의 얼굴이 하얗게 빛나며, 빠져들 것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과연 어느 쪽이 말한 대사였던 것일까........
가슴에 손을 대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면서 키츠네군은, 문득 그런 것을 생각했다.
"맞이하러 왔습니다, 두 분."
머리를 올리며 키츠네군은 평소의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은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그리고 합의한 것처럼 키츠네군의 양팔에 2명은 달라붙었다.
"자, 그러면 얼른 확인하겠습니다."
2명을 데리고 방에 들어간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2명을 벽 앞에 서게 했다.
"그러면 앞부터."
키츠네군이 말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2명에게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겨루듯이 실내복의 끈을 풀며 시원스럽게 그것을 벗어 던지고, 속옷도 입지 않은 알몸을 키츠네군의 눈에 보였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은 미키, 요우코의 몸을 차례대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납품의 최종 체크였다.
얼마안되는 하자도 놓치지 않는 자세한 시선으로 확인한다.
두 명 모두 스포츠광이고, 거기다가 최근 1주일은 마인드 서커스에 의해 섹스 지도를 집중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신체에 생체기나 종기가 있지 않은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눈이 닿을 정도로 접근해서 관찰했다.
"좋아요, 그러면 뒤를." "OK, 이번에는 양손을 들고." "이번에는 엎드려요." "좋아요, 마지막으로 보지를 스스로 벌려서........."
하나하나 키츠네군이 지시하고, 거기에 응해 2명은 자세를 취해갔다.
그 모습은 확실히 조교가 끝난 가축이었으며, 마인드 서커스에 의해 실현된, 인간이 인간을 기르는 모습이기도 했다.
바닥에 엎드려서 키츠네군에게 여자의 은밀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는 2명의 엉덩이에, 키츠네군은 주머니에서 꺼낸 도장을 살짝 눌렀다.
그것은 특수한 잉크로, 투명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문자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도장에는 원안에 '마'가 각인되어 있는데 인형의 품질보증마크였다.
1주일 정도는 가므로, 납품시의 확인에 사용되고 있었다.
"2명 모두 OK예요. 합격. 마지막 마무리는 이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키츠네군은 준비되어 있던 옷을 2명에게 내밀었다.
미키에게는 교복, 요우코에게는 언제나 수업중에 입고 있는 슈트였다.
미키는 순순히 그 자리에서 건네받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우코는 양손으로 옷을 든 채, 무엇인가 묻고 싶다는 시선을 키츠네군에게 향했다.
"뭐죠, 요우코?"
목을 기울이는 키츠네군에게 요우코가 마음을 결정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다음에는........ 언제 만날 수 있는 겁니까?"
그 말에 미키의 손도 멈췄다.
키츠네군은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1주일 후에 점검이 있으니까 그 때 만날 수 있어요."
"그, 그 뒤에는?"
"1개월 점검, 3개월 점검, 반년 점검, 그 뒤로는 1년 점검을 매년........... 이란 거죠."
"그 정도....입니까? 단지 그 정도 밖에......."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요우코의 입에 키츠네군의 검지가 닿았다.
무심코 입을 다문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빨리 입으세요."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명령이었다.
요우코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 손은 옷을 몸에 입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키츠네군의 휴대폰이 소리를 내며 착신을 알렸을 때 두 명의 준비는 끝나있었다.
"차의 준비도 된 것 같군요. 미키, 요우코 출발이에요."
키츠네군의 그 말에 2명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2명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키츠네군은 조용히 말했다.
"저는 인형사. 인형을 만드는 것이 일이에요. 그리고 당신들 인형에게는 진정한 주인이 기다리고 있어요. 시중꾼인 저는............ 이제 곧 당신들의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고, 작게 미소지으며 미키와 요우코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매달리는 듯한 시선의 미키, 그러나....... 요우코는 달랐다.
놀랍게도, 도전하는 것처럼 도전적인 시선이 키츠네군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잊게 해요? 불가능해요, 그런 일...... 절대로."
"후후후, 얕보면 곤란해요, 저의 실력을."
키츠네군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아니오. 얕보지 않습니다. 저의 주인님인걸요. 하지만..... 반드시 생각해내요. 가까운 시일내에. 왜냐하면 저, 반드시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일년 마다라니, 반드시 생각해내요...... 그리고 주인님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요우코의 말에 키츠네군은 쓰게 웃었다.
"진짜 자신만만하군요, 당신은. 뭐, 좋아요. 만약 정말로 생각해낼 수 있으면 제 곁에 두지요. 그것보다.... 이제 시간이에요. 자 'WAKE UP Doll........... WAKE UP.'"
그 말을 마지막으로 2명의 의식은 깊은 바다의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텅빈 시선을 공중에 향하고 있는 2명에게 키츠네군은 다시 가슴에 손을 대고 조용히 인사를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의 요우코가 지었던 표정이 키츠네군을 아주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
차로 불과 30분 정도의 거리였다.
이 지방도시 안에서는 조용한 주택하고 이름높은 마을을 지나, 그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지대에 그 저택이 있었다.
2미터 이상되는 벽으로 둘러쌓여진 그 안 쪽은 마치 공원과 같이 손질되었고, 그 중심에 순수 일본식의 단층집 가옥이 2개 있었다.
물건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봐도 훌륭한 품격을 느끼게 하는 건물이었으며, 틀림없이 부자의 저택이었다.
이런 종류의 저택으로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시큐러티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문이 개방되어 있었고 차는 어떤 제지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는 2개의 저택 중 앞의 새로운 쪽의 저택앞에 멈춰섰다.
따뜻한 햇빛속에서 차에서 4명의 사람이 내려서 그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선두의 2명은 크라운과 키츠네군. 그리고 뒤를 따르는 사람은 물론 요우코와 미키였다.
그리고 일행이 현관에 도착했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안쪽에서부터 그 문이 당겨져 열렸다.
무심코 한 걸음 물러선 크라운은, 검은 선글라스로 시선을 숨긴 무표정한 큰 남자를 놀란 것처럼 올려보았다.
"어서오십시오, 크라운님. 쿠로이와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체격에 걸맞는 대담한 목소리지만 의외로 정중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조금 기다리게 했습니다."
크라운은 평소의 붙임성을 되찾아 남자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인사도 하지 않고 남자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와........ 이것, 정말로 쿠마씨의 작품? 딱딱하게 굳어있네요."
"네. 그러한 주문이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벌써 4년 전의 것인데도............... 어때요? 전혀 느슨해지지 않았죠?"
크라운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개발한 최면 지속약의 효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예. 우선 외관은 괜찮아 보이네요. 나중에 안쪽도 볼 수 있을까요?"
키츠네군이 그렇게 물은 상대는 당사자가 아니라 크라운이었다.
"오늘은 아마 안되겠죠. 그는 다음 달이 점검월이니까 쿠마씨에게 물어보세요."
2명은 그런 대화를 나누며 남자의 안내를 따라, 요우코들을 데리고 건물의 안쪽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안내된 것은, 의외로 서양식 방이었다.
30다다미 정도 될 것 같은 넓이에 털이 짧은 융단이 깔려 있었고 다리가 고양이 다리처럼 생긴 큰 소파가 몇 개나 여유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이쪽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안내해온 큰 남자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자취를 감추었다.
남겨진 키츠네군은 요우코와 미키를 소파에 나란히 앉게 한 뒤 자신들은 그것과 직각으로 놓인 소파에 앉았다.
미키들의 정면에는 혼자 않을 수 있는 의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이 집 주인의 자리일 것이었다.
할 일이 없어진 키츠네군은 방안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자 기다릴 것도 없이 방의 문이 난폭하게 열렸다.
방음이 되어있는 실내에 그 소리는 심하고 난폭하게 울려퍼졌다.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그 쪽을 본 두 명의 시야에 한 사람의 남자가 뛰어들어왔다.
붕대로 감싼 얼굴에, 초조한 듯이 뛰어들어온 남자....... 물론, 쿠로이와 켄지였다.
켄지는 인사를 위해 일어선 크라운들은 마치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소파의 맞은 편까지 걸어간 뒤 돌아서서 거기에 앉아있는 2명을 확인했다.
"오옷! 그, 그 놈들이다! 왔다!..... 2명 다!"
켄지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뒤, 멍한 시선을 공중에 향하고 있는 요우코의 얼굴에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었다.
"요......... 요우코........... 요우코............ 진짜다.........."
켄지의 손가락이 요우코의 부드러운 뺨을 어루만졌다.
꿈에서까지 본 사냥감이 결국 자신의 손 안에 들어왔던 것이였다.
(마침내......... 마침내 잡았다! 나의 물건이 되었다. 이 놈을........... 이 증오스런 여자를, 이 극상의 여자를, 손에 넣은 것이다-!!)
2명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켄지의 자지는 폭발할 것 같았다.
한시라도 빨리 2명의 여자를 맛보고 싶었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방해인 2명의 남자를 빨리 물러가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수고했습니다. 입금처의 메모있습니까?"
켄지는 일어서자마자 돌아보며 크라운에게 물었다.
"네? 아, 입금처말이군요. 네, 여기있습니다. 이것..........."
크라운이 그렇게 말하며 입금처가 쓰여진 서류를 꺼내자, 켄지는 뺏듯이 그것을 받아들고는 확인도 해보지 않고, 어느새 다가와있던 방금 전의 큰 남자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무로타, 여기에 4천만을 넣고 와라."
그렇게 명령한 뒤 그 남자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크라운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돈은 곧바로 넣겠습니다. 입금증을 나중에 확인해드릴까요?"
"아,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 저희쪽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자, 그럼 제가 물건을 확인했으니까, 이것으로 납품 종료죠?"
켄지의 성급함에 크라운은 쓰게 웃었다.
"아뇨. 간단하게 인형들의 사용법을 가르쳐드려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크라운은 키츠네군에게 시선을 향했다.
키츠네군은 가방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며 켄지에게 말했다.
"처음뵙겠습니다, 키츠네라고 합니다. 이 2명의 조교를 담당했습니다. 지금 크라운씨가 말한 조작 설명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는데, 이번에 주문받은 내용은 상당히 기본적인 것이었으므로, 대충 이 책자에 명령의 워드가 적혀져 있습니다. 모처럼 매입하신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본의가 아니니까 오늘은 이 책자만을 나두고 가겠습니다. 이번 토요일이 1주 점건이니까 그 때 필요하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키츠네군의 말에 켄지는 두말없이 수긍했다.
"아, 아, 그렇게 해줘. 위험같은 것은 없겠지?"
"물론, 없습니다. 구입하신 분께는 절대로 폭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되었습니다. 그것은 물론 2개의 주문도 완벽하게 인쇄되어 있으니까 안심해주십시요."
"그런가, 알았다. 1주일 뒤인가, 고마워. 자, 이제 됐겠지?"
안달하는 켄지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크라운들도 그 상태를 보고 오늘은 이미 틀렸다고 깨달은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돌아가겠습니다. 부디 당사의 인형을 오래도록 애용해주십시요."
그렇게 말하며 크라운과 키츠네군은 가슴에 손을 대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아, OK, 이해, 이해. 또 부탁해요."
성급히 대답하며 켄지는 2명을 끌어내듯이 방 밖까지 안내한 뒤, 거기서 이별을 고했다.
"그럼, 또."
얼굴을 마주보는 2명에게는 문이 잠기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러면 돌아갈까요."
크라운이 말을 꺼내자 키츠네군이 묘하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키츠네군.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어요. 그 나이 정도의 대학생에게 요우코 클래스의 인형을 주면, 대체로 저런 거에요."
크라운은 키츠네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볍게 말했지만, 키츠네군은 쓴 웃음을 떠올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아뇨..... 별로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러나 그 뒤는 크라운의 귀에 닿지 않고 키츠네군의 속마음에 가라앉아갔다.
(다만, 그 대학생과 요우코는 너무 언밸런스하다. 초보운전자가 풀튜닝된 레이싱카를 타낼 수 있을까?)
키츠네군의 속에서 작은 불안이 싹트고 있었다.........
한편, 문을 잠근 켄지는 2명의 소파앞까지 흥분해서 달려왔다.
그리고 충혈된 눈으로 2명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호흡은 거칠어져있었고, 침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켄지는 그런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 모습을 굶주린 육식동물같았다.
코가 부셔진 뒤..... 아니, 요우코의 응모사진을 본 뒤, 반년동안 기다리고 기다려온 순간이 결국 눈 앞에 다가왔던 것이었다.
머리속에는 몇 백번이나 리허설 한 음욕의 시나리오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요우코, 그리고 미키..... 지금까지 나에게 반항해온 것을 충분히 후회하게 해주지. 헤헤헤헤......... 차분히....... 몇 번이라도......)
켄지는 턱에 흘러내린 침을 손으로 닦고, 그 손을 미키에게 뻗어갔다.
*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머리속에서 풍서이 터진 것처럼 갑작스럽게 요우코는 눈을 떴다.
멍하니 공중을 보던 요우코의 시선이 갑자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거기에 전개되고 있던 이상한 사태에, 요우코로서는 드물게 일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요우코의 눈 앞, 겨우 1미터 앞에서 미키가 팔을 등뒤에서 하나로 묶인 채, 남자에게 몸을 농락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키는 힘껏 반항하고 있었지만, 남자의 완력이 강한 것인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경악이 분노로....... 요우코의 표정은 일순가에 변했다.
"멈추세요!"
말과 동시에 요우코는 소파에서 일어서며, 미키의 한 손을 재빨리 잡아당기며 동시에 남자의 어깨에 장저를 먹이려고 했다.
그 때 미키의 그늘에서부터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붕대에 감겨진 얼굴에서 땀을 흘리는 것을 본 순간, 요우코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 너무 무서운 느낌에 요우코는 반사적으로 남자의 어깨에 뻗던 손을 멈추고 어중간한 자세로 미키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의외로 남자는 요우코를 방해하지 않고 미키를 풀어주었다.
"언니!"
미키는 요우코의 뒤로 도망치며 떨었다.
요우코는 그런 미키를 감싸며 정면에 서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오--- 이제 눈을 뜬겁니까, 강사님-?"
붕대 사이로 흐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징이 있는 목소리는 아닌데, 요우코는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혐오감을 느꼈다.
눈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억누르며 요우코는 남자를 주시했다.
붕대를 감은 얼굴과 빠진 앞니, 그리고 붉게 탁해진 눈과 비릿한 호흡...........
한밤중에 침실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을 때와 같이, 징그러워서 눈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능글능글한 미소가 머금어진 입가와 조금전의 이야기로, 요우코는 간신히 상대의 정체를 깨달았다.
".........너, 쿠로이와 켄지구나!"
그 말에 켄지는 조금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웃었다.
"오랫만이에요-. 하지만 강사님, 조금 늦어요. 가르치고 있는 교실의 학생 정도는 기억해야 하지 않나요?"
매우 기분좋은 듯한 켄지의 말을 요우코는 완전히 무시했다.
"여기는 어디냐! 너,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어!"
그 말은 이미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쿄오코의 일을 안 이후, 학교에서 표면상으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던 요우코였지만, 이렇게 타인의 눈이 없는 곳에서 대치하자 거짓없는 감정이 드러난 것이었다.
"너입니까? 심하네요. 학생을 그렇게 덮어놓고 싫어하면 안되지 않습니까?"
요우코의 감정이 격앙된 것과 반대로 켄지는 침착했다.
그것이 요우코에게는 상대가 판 함정의 깊이처럼 느껴져서 점점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런 걸 물은 적 없어! 여기는 어디냐고 물었다!"
"저의 집이죠."
왜 자신들이 이런 곳에 있는 것인가........
여기에 온 기억이 없는 요우코는 그것이 기분 나빴지만, 지금은 그것을 추궁하는 것보다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살짝 배후에 문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켄지에게 말했다.
"돌아간다."
그 말에 켄지의 표정이 변했다.
함정에 빠진 사냥감을 보듯이, 실로 기쁜듯한 미소가 입가에 머금어졌다.
"그렇습니까? 문은 잠겨있습니다만."
"그럼, 열어, 당장! 그렇지 않으면 너를 감금죄로........"
거기까지 말했을 때 요우코는 켄지가 던진 물건을 반사적으로 받았다.
순간 살펴보니 그것은 열쇠였다.
"그걸로 문은 열립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당해낼 수 없으니까요."
켄지는 작게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다만.... 문이 열려도 두 사람 다 곧장 여기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여유있게 말하는 켄지를, 요우코는 불이 뿜어져나올 것 같은 시선으로 위협하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미키, 돌아가자. 이걸로 문을 열어."
뒤의 미키에게 열쇠를 건네주고, 요우코 자신은 켄지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었다.
곧바로 배후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복도에 스며든 따뜻한 겨울의 햇빛이 방안에도 비쳐들어오자 해방감이 느껴졌다.
살짝 살펴보았지만 문쪽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다시 시선을 켄지에게 향해,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요우코도 문쪽을 향해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곧바로 허리가 무엇인가에 부딪쳐 요우코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거기에 서있는 것은 미키였다.
"미키, 뭐 해. 빨리 밖으로 나가."
요우코는 미키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미키의 두려워하는 표정을 눈치채고 날카로운 시선을 밖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는 변함없이 햇빛이 쏟아지는, 텅빈 복도였다.
"미키?"
다시 묻는 요우코에게 미키는 몸을 떨면서 호소했다.
"아.........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아, 나, 움직일 수 없어!"
"무슨 소리야! 너 지금 여기까지 걸어왔잖아!"
요우코는 미키를 꾸짖듯이 말했지만 무엇인가 깨달은 것처럼 뒤에 있는 켄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향했다.
켄지는 변함없이 능글능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두 명을 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 다시 초조감이 부추겨진 요우코는 강제로 미키의 어깨를 안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요우코에게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미키를 데리고 나가려고 곁에 선 순간, 요우코의 다리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게 되었던 것이었다.
"!"
요우코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던 미키는, 언니의 얼굴에 떠오른 경악의 표정을 눈치채고 동요했다.
미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언니도?"
눈에 눈물이 가득하게 모인 미키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요우코는 단번에 머리로 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분노가 담긴 비난의 화살을 켄지에게 향하며 요우코는 고함쳤다.
그러나 문득 깨닫자 요우코는 켄지에게 다리를 내디디고 있었던 것이었다.
(움직여? 왜, 도대체..........)
바로 그 켄지는 어깨를 움츠리며 한숨을 토했다.
요우코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다리가 또다시 움직임을 멈췄다.
"도대체....... 왜?"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요우코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가르쳐드릴까요, 강사님?"
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
분하지만 지금은 그 대답을 듣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요우코는 적의로 가득찬 시선을 켄지에게 향했다.
그러나 켄지는 요우코의 표정에 증오하는 듯한 기색을 보고 뛰어오를 정도의 상쾌감을 맛보았다.
(이거다! 이 표정이야! 언제나 올바른 척하던 여자에게 결국 이런 표정을 하게 했다!)
켄지는 무의식중에 턱을 들어올려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흥분으로 코가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뭐, 간단한 일이에요. 당신들 두 명을 제가 방금 전에 매입했습니다. 4천만 정도로. 그러니까 이제 당신들은 저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소유물이니까요."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억제하지 못한 미소를 입가에 떠올렸다.
그러나 요우코는 혐오감 가득한 시선으로 켄지를 보며 말했다.
"농담은 적당히 해둬! 더 이상 장난친다면 부상자라도 용서치않아!"
무도가로서의 기백이 전신에 넘치며 요우코는 믿을 수 없는 박력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켄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마치 바보취급하듯이 요우코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미키! 여기로 와라! 여기로 와서 알몸이 되라!"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너, 도대체...."
그러게 요우코가 말하려고 했을 때였다.
요우코의 시선 구석에서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향하고............ 요우코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얼굴에 공포가 가득한 미키가 천천히 걷고 있었던 것이었다. 켄지를 향해서.
"미키!"
요우코의 목소리가 비명같이 울려퍼졌다.
"언니, 도와줘! 다리가.......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여!"
"뭐라고!"
요우코는 새파래진 얼굴을 미키에게 향하며, 눈 앞을 통과하려고 하는 미키의 팔에 매달렸다.
"멈춰!"
온 몸의 체중을 이용해 미키를 멈추게 하려고 했지만, 요우코보다 키가 작은 미키는 마치 중전차처럼 요우코까지 끌어당기며 계속 걸어갔다.
"이해력이 나쁜 강사님이군요. 그러면, 특별히 알기 쉽게 실감시켜드리죠."
켄지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앉기 위해 준비해둔 일인용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가볍게 턱을 괴면서 명령했다.
"요우코, 손을 놓고 미키를 여기로 데려와라. 네가 미키의 옷을 벗긴다."
필사적으로 미키를 멈추려고 하던 요우코는 그 소리를 들은 순간, 경악하며 눈을 크게 떴다.
한순간 몸 전체에서 힘이 빠지며 시원하게 미키를 풀어줬던 것이었다.
게다가 어느사이에 다리는 마음대로 미키를 쫓아 켄지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 언니!"
앞을 걷는 미키가 필사적으로 돌아보며 요우코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요우코에게는 이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깨달은 순간 두 명은 켄지의 앞에 나란히 서있었다.
요우코는 창백한 얼굴로 켄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켄지는 그런 요우코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명령했다.
"시작해라."
요우코는 그 소리를 신호로 마치 로보트같이 움직이기 시작한 자신의 양팔을, 괴물을 보는 것 같이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야아아아-! 언니, 그만둬!"
눈 앞의 미키가 불이 붙은 것 같이 비명을 질렀다.
요우코의 두 팔이 미키의 교복 버튼을 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싫어, 안돼!..... 팔이 마음대로 움직여버린다!"
요우코도 지지 않고 큰 소리로 외쳤지만, 그 팔의 동작은 멈추지 않았다.
"야아아아, 벗기지마! 싫어!"
"아........미키, 미키, 미안....... 미안해! 멈추지 않아!"
눈 앞에서 패닉에 빠진 두 명을 보며 켄지는 흥분을 억제하지 못했다.
자신이 농락하기 위해 채용해주었는데도, 반항만 해온 건방진 여교사가 지금에서야 신분에 어울리는 입장이 된 것이었다.
"에에에, 오늘은 상당히 서비스가 좋아요, 강사님. 자랑스런 여동생을 누드로 만들면서까지 나에게 아양떠는 건가요? 우리 학교에서 나에게 아양떠는 교사는 많지만 여기까지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켄지는 스스로 조종하면서 그렇게 말해 요우코의 프라이드를 자극했다.
바로 그 때 요우코의 분노로 불타는 듯한 시선이 켄지에게 향했다.
"적당히 해! 이제 그만둬!"
"그만둬? 강사님,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만두든, 그단두지 않든 스스로 하세요."
"팔이, 팔이 마음대로 움직인다! 네 명령이잖아!"
"팔이 마음대로? 진짠가? 그럼, 그 브라자 벗겨봐."
켄지는 요우코를 조롱했다.
그러나 그런 말에도 요우코의 양 팔은 충실히 따랐다.
"언니! 그만둬!"
미키의 절규를 무시하고 등에 손을 움직여, 후크를 벗긴 뒤 팔에서 빼낸 것이었다.
미키 자신은 자신의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한 새하얀 유방을 숨길 방법이 없었다.
"우와-, 아름다운 유방이구나, 미키. 헤헤헤, 너 옷 아래에 이런 물건을 숨기고 있었군."
켄지는 미키의 유방을 보자 이미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듯이 일어서서 양손을 그 유방에 대고 천천히 감촉을 즐겼다.
그러자 이미 벗겨져 있던 미키의 상반신에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극도의 혐오감으로 미키의 눈썹은 찡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차분히 관찰하고 있던 켄지는, 뜻밖에도 싱긋 웃었다.
요우코와 미키의 행동을 완전하게 제어하는 것.
이것이 켄지가 마인드 서커스에 주문한 첫번째 희망이라면, 두 번째 희망이 '자신을 마음 속으로 혐오하는 것' 이었던 것이었다.
이른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라든지 '벌레를 보는 것같이..........' 라든가 하는 상태를 몇 배로 강하게 한 혐오감을 느끼게 할 것을 희망했던 것이었다.
지금 미키의 반응은, 확실히 그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켄지는 그 주문 뒤에 이렇게 주문했던 것이었다.
"가장 혐오하는 나에게 강제로 강간되면서 최고의 쾌감을 느끼게 되는 변태로 이 여자들을 만들어줘!" 라고.
그리고 사실 미키는 도저히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지만, 미칠 정도의 혐오감으로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보지에서는 이상할 정도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후후후, 좋은 감촉이다. 마음에 들었다고, 미키. 이제 뭘할까?"
"시, 싫어! 그만둬, 부탁해!"
"그만둬! 미키에게서 손을 떼!"
켄지는 기절할 것처럼 새파래진 미키를 꼭 끌어안으면서 미키의 어깨너머로 요우코에게 말했다.
"너는 시끄럽다. 입다물고 어서 미키의 하반신도 알몸으로 만들어!"
그 한마디에 말도 못하게 된 요우코는 미키의 뒤에 주저앉아, 켄지에게 강제로 키스당하고 있는 미키를 올려다보면서 그 허리에서 스커트를 끌어내리고, 팬티를 끌어내렸던 것이었다.
미키는 마침내 친언니의 손으로 전라가 된 것이었다.
"응! 응응응응응!"
입이 막혀있는 미키는 그런 상태에서도 필사적으로 소리치려고 하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여자다, 너도! 입닥쳐!"
미키의 입을 쭉- 하는 소리와 함께 떼어낸 켄지는 그렇게 미키에게 고함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무엇을 생각해낸 것인지 싱긋하고 웃었다.
"네가 열고 싶은 것은 입이 아니고 보지겠지? 후후후, 그 소파에 앉아서 마음껏 벌려봐라."
미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러나 몸은 주저없이 켄지가 턱으로 가리킨 소파로 향했다.
새끼 은어같이 날씬한 등과 탄력으로 가득찬 엉덩이가 켄지의 시선을 못박았다.
켄지는 시선을 미키에게 향한 채로, 발밑에 무릎 꿇고 있는 요우고에게 명령했다.
"자, 요우코. 나의 바지를 내려라. 팬티도."
그렇게 말하고 나서 요우코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켄지.
말을 빼앗긴 요우코는 표정과 몸짓으로 필사적으로 켄지의 명령에 반항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다만 켄지를 즐겁게 하는 일 밖에 되지 않았다.
곧바로 흰 손가락이 켄지의 혁대를 잡고, 주저없이 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헤헤헤, 신중하게 해라, 요우코. 지금부터 너희들이 평생 봉사해야하는 페니스를 꺼내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켄지는 다시 미키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이미 미키는 명령대로 소파에 앉아 스스로의 다리를 크게 넓히고 있었다.
숨기고 싶을 여자의 보지가 조금도 가려지지 않고 켄지의 시선에 노출되었다.
켄지는 허리에 손을 대고 그 보지의 구조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 동안에도 입고 있던 바지는 벗겨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여동생의 몸 속에 억지로 밀어넣으려고 하는 페니스의 준비를 언니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켄지의 허리에서 마지막 옷이 벗겨지고 요우코들이 가장 혐오하는 고기의 검이 두 명의 시선에 노출되었다.
그것은 이미 임전 상태가 되어서, 배에 닿을 정도로 발기된 그 끝에서는 비릿한 점액이 나와 강렬한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때, 요우코? 멋진 냄새겠지? 퇴원한지 얼마안됬으니까 아직 목욕한 적도 없어."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페니스의 끝을 요우코의 얼굴에 문질렀다.
명령으로 움직일 수 없는 요우코는 그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돋아 머리카락까지 거꾸로 서는 것 같았다.
"헤헤헤, 그렇게 싫다는 얼굴은 하지마. 너희들이 평생 봉사해야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응? 말하고 싶은게 있냐? 좋아, 말해라. 들어주지."
그러자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치워라! 그렇게 더러운 물건을 문지르다니! 변태!"
불이 뿜어져나오는 것 같은 시선이 다시 켄지에게 향했다.
그러나 완전하게 마인드 컨트롤 되고 있는 여자의 반항은, 켄지에게 있어서 좋은 양념과 같은 것이었다.
내려다보는 켄지의 눈에 기쁨이 떠올랐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강사님. 확실히 1주일 이상이나 씻지 않았으니까요. 소중한 여동생에게 집어넣으면 조금 실례겠죠. 우선...... 강사님의 입에서 깨끗하게 하죠."
이 한 마디에 요우코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아요, 강사님. 머리도 안되요. 움직이는 것은 입뿐. 그것도 나의 페니스가 다가오면 자동적으로 열려요. 헤헤헤, 입안에 타액이 모여오겠죠? 그대로 혀를 내밀어요. 나의 페니스를 올려줄테니, 그 혀로 받아들여요."
"싫어! 그만둬! 그만둬.............휴휴.....우.........아우욱...."
켄지는 요우코의 반항을 무시하고 자신의 말대로 요우코의 입앞에 페니스를 내밀었다.
그러자 요우코의 입은 본인의 의사를 배신하고, 가장 혐오하는 남자의 악취를 뿜어내는 페니스에 혀를 내밀었던 것이었다.
켄지는 자신의 페니스에 여자의 뜨거운 숨이 닿는 것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밀어진 혀 위로 천천히 페니스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금새 따뜻한 체온과 타액의 미끈미끈함, 그리고 감싸는 듯한 감촉이 켄지의 성 중추를 자극했다.
기분을 억누르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사정해버릴 것 같은 충격이었다.
켄지는 이마의 혈관을 경련시키면서 필사적으로 참아내며, 그대로 목의 안쪽을 향해 허리를 움직였다.
바로 그 때 요우코의 입술이 다물어지며, 입술 전체로 페니스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마침내........결국! 염원하던 요우코의 입을 켄지는 범한 것이었다!
반년 동안, 켄지에게 계속해서 굴욕을 맛보여준 여자의 입은, 지금 페니스를 받아들여, 목의 안쪽까지 사용해가며 단단히 조이고 있었다.
켄지는 지나친 감동에, 지나친 감격에, 몸이 파열할 것 같았다.
(해-냈-다---------! 그 건방진 요우코를, 나의 육노예로, 고기변기로 만들었다!!)
켄지는 크게 다리를 벌리며 허리의 위치를 조정하고, 양손으로 요우코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요우코의 머리를 천천히 전후로 움직이며, 스스로의 페니스에 달라붙는 혀의 감촉을 즐겼다.
시선을 들어 앞을 보자, 미키가 그런 두 명의 모습을 절망에 가득찬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벌려진 미키의 보지에서는 뚝, 뚝 하고 점액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꿈에서까지 본 광경이 지금 눈앞에서 현실로 재현되고 있었다.
(나는....... 이시다 자매를 손에 넣었다..... 이제 이 년들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라도 하게 한다...... 무엇을 해도 된다!)
켄지는 그렇게 생각한 순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
페니스로부터 허리의 중심으로 향하여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쾌감신호가 달려들었다!
그러자 거기에 호응하듯이 뜨거운 정액이 출구를 찾아 근원으로 쇄도했다.
그 압력에 켄지의 인내는 놀랄 정도로 어이없이 붕괴되었다.
요도를 달리고 뿜어지는 뜨거운 쾌감!
켄지는 그것을 느낀 순간, 양손으로 고정하고 있던 요우코의 머리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앞뒤로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우! 요우코, 받아라, 나의 정액! 뿜어내준다!"
요우코의 아름다운 얼굴이, 자신의 페니스를 필사적으로 빨고 있는 모습을 망막에 새기며 켄지는 오늘 최초의 기념할만한 정액을 요우코의 입에 쏟아냈다.
마인드 서커스에 의뢰하고 나서 1주일 동안 켄지는 병원에서 금욕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이 순간을 위해서.
그리고 지금 놀라울 정도로 대량의 정액이 잇달아 요우코의 입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허리가 텅 빈 것 같이 생각될 정도로 뜨거운 정액을 뿜어낸 뒤, 켄지는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전신을 덮치는 기분좋은 허탈감......... 그리고 시선을 내리자 아직도 자신의 페니스를 빨고 있는 요우코의 그 얼굴, 그 망연한 표정을 응시하는 동안 솟구치는 우월감과 달성감..........
켄지의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은 지금 시작되었던 것이였다.
(2-23) 약속의 날(후편)
켄지는 자신의 하복부에 꽉 누르고 있던 요우코의 얼굴을 천천히 떼어놓았다.
그러자 입에서 요우코의 타액과 스스로가 분비한 정액으로 번들번들하게 빛나는 페니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요우코.... 헤헤헤, 흘리지마. 나의, 주인님의 소중한 정액이니까. 천천히 맛봐. 내가 좋다고 말할 때까지 삼켜선 안돼."
켄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요우코의 입에서 페니스를 뽑아냈던 것이었다.
요우코는 폭풍와 같은 유린에서부터 겨우 자유롭게 되어 어깨의 힘을 뺐지만, 그 때부터 입속에 남은 켄지의 정액의 비릿한 맛이 강렬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로 기분 나빠서 요우코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그러나 결코 토해낼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며, 악몽의 정액을 입안에 퍼지도록 하고 있었다.
요우코의 혐오감 가득한 표정에 켄지는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말했다.
"어때? 요우코, 나의 맛은. 크크크크, 어떤지 조금 보여봐. 아- 해봐."
그 말에 요우코는 반항할 수 없었다.
괴로운 것같은 얼굴을 위로 향하며, 그 입을 열고 입안을 켄지에게 보이도록 했던 것이다.
"오옷, 대단해, 나. 저렇게 많다니. 우와, 질척질척한걸."
켄지는 벌어진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혀 위에 모여있는 정액에 손가락끝으로 만졌던 것이었다.
"헤헤헤, 확실히 맛을 기억해둬. 오늘부터 너희들의 주식이니까."
켄지는 요우코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처럼 미키를 돌아보았다.
"오오, 나빴구나. 미키, 너에게도 맛을 보여주지."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소파에거 다리를 벌린 채 두 명을 보고 있던 미키를 불렀다.
미키를 요우코의 옆에 무릎 꿇게 한 뒤, 켄지는 이렇게 말했다.
"미키, 요우코에게서 반 나누어 받아라. 요우코, 미키에게 입으로 건네줘."
"싫어! 그것만은 용서해줘! 언니, 그만둬!"
미키는 두려움에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모양이었지만, 그럼에도 요우코의 얼굴이 다가오자 그 입에 자신이 먼저 달라붙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흘러들어오는 미지그한 정액이 미키의 입속에 모였다.
그 비릿함, 기분나쁨은 미키의 예상이상이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켄지는 기뻐하며 내려다보았다.
"어땠어, 미키?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맛있었어? 마음에 들어 준다니 매일 먹여주지."
그렇게 말하며 두 명을 비웃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어때, 너희들? 이제 자신들이 어떤 입장인지 이해할 수 있겠지? 두 사람 모두 입을 열어봐."
그러자 나란히 무릎꿇고 있던 요우코와 미키가 입을 크게 벌려 방의 조명에 입속의 정액이 노출되었다.
"크크크, 자매가 모두 좋은 모습이다. 기념으로 찍어주지."
켄지는 준비되어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서 두 명의 그 모습을 찍었다.
크게 입을 벌리고 입안에 정액을 모은 사진이 한 장 한 장 찍혀갔다.
"알아, 너희들? 너희들은 이미 인간이 아냐. 내가 산 나의 가축이다. 인권같은 것은 없어. 모든 권리 없이 지금부터 일생 나의 명령대로 살 수 밖에 없는 거다."
켄지는 그렇게 말하고 두 명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 마음껏 휘저었다.
"너희들은...... 고기로 만든 구멍이다. 나에게 사용하기 위한........ 그것만을 위한 구멍이야. 이 입도, 보지도, 항문도 내가 마음대로 사용한다. 내고 싶을 때 내고 싶은 구멍에 집어넣고 낸다. 너희들은 명령되자마자 그 자리에서 명령된 구멍을 내민다. 너희들의 가치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런 켄지의 말을 미키는 울면서, 요우코는 눈으로 힘껏 위협하면서 듣고 있었다.
"자, 이제 먹여줄까? 지금부터 내가 낸 정액은 반드시 이렇게 너희가 처리할거다. 마셔라!"
명령과 함께 손뼉을 치자, 두 명의 목이 일제히 움직여 켄지의 정액을 삼켰다.
간신히 명령이 끝났기 때문인지, 두 명은 행동의 제약에서 풀려나 자유를 되찾았다.
그러나 미키는 물론, 요우코조차, 이 절망적인 현실에 충격을 숨기지 못하고, 자유를 되찾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아 구토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켄지는 그런 두 명에게 언제까지나 쉬게해 줄 생각이 없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는 미키를 뒤에서 안아 그 알몸의 감촉을 즐기며 방금 전의 소파에 내던졌던 것이다.
"싫어! "무슨 짓이야!"
두 명의 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켄지는 그런 절규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제 딱딱함을 되찾고 있는 페니스를 미키의 입에 내밀었던 것이었다.
"입이다."
켄지가 말한 것은 그 뿐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의 연설로 행동 패턴이 규정되어 버린 미키는, 그 정도로도 마음대로 입이 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켄지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그 벌어진 입으로 스스로의 페니스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방금 전 사정하고 남은 정액을 빨아내게 하는 것과 동시에, 새롭게 분비시킨 타액으로 페니스를 남김없이 감싸게 했던 것이었다.
이윽고 입에서 뽑아 낸 페니스는 방금 전의 딱딱함과 각도를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계속된 켄지의 행동은 확실히 두 명이 예상한 대로의 전개였다.
소파 위에서 위로 향한 채 누워있는 미키의 다리 사이에 켄지가 끼어들었던 것이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진 미키는, 이미 조금의 저항도 하지 못하고, 양 무릎이 벌려지며 스스로의 보지를 무방비하게 켄지의 시선 아래에 드러냈던 것이었다.
파묻힌 암시대로, 미키의 보지는 그 시점에서 이미 완전히 젖어 체내로부터 김이 나는 점액이 한도 끝도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켄지는 그런 미키의 보지의 틈에 천천히 페니스를 문질렀다.
"안돼! 기다려!"
그 때 요우코의 입에서 마지막 절규가 뿜어져나왔다.
"기다려? 무엇을 기다리란거지, 요우코?"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요우코의 눈 앞에서 미키의 몸 속으로 천천히 자신의 페니스를 집어넣고 있었다.
금새 뜨거운 점막이 켄지의 분신을 조여왔고, 그 감각에 켄지의 얼굴에 황홀한 표정이 떠올랐다.
반대로 미키는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돌리고 필사적으로 이 학대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으으으-, 좋은 조임이다, 미키. 보지에 마음껏 정액을 넣어주지."
켄지는 습기찬 소리가 나도록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켄지에게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고 있던 요우코였지만, 켄지의 이 말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다려! 부탁해, 미키 안에는 내지마! 아직 대학생이야, 임신해버려!"
요우코는 두 명을 갈라놓기 위해 켄지의 몸에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켄지는 그런 요우코를 비웃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너, 너무 머리가 나쁘구나. 설명한지 얼마나 됐지? 나는 넣고 싶은 구멍에 집어넣고, 내고 싶은 구멍에 낸다. 임신? 좋지. 미키는 결국 나의 정액 전용의 고기 단지다. 대학학교에 안가도 상관없잖아? 배가 부풀어 오르면 퇴학 수속을 해주면 돼."
켄지의 말은 엄청난 무게로 요우코의 가슴을 직격했다.
지금의 이 사건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있었기 때문에 요우코의 속에서 어딘가 꿈 속의 사건과 같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 한마디는 그 환상을 완전하게 부수었던 것이었다.
(미키가....... 임신해버린다. 아직 17세의 미키가..... 그런 일로 퇴학을.......)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요우코는 반사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나에게! 나에게 해줘! 내가 상대할께!"
요우코의 그 말에 켄지는 내심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결국 요우코가 함정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요우코의 사진을 본 순간부터, 켄지의 타겟은 쭉 요우코였던 것이었다.
켄지에게 있어서 미키는 단순한 부록에 불과했고, 요우코를 움직이기 위한 리모콘과 같은 역할이었던 것이다.
(좋았어, 먹어달라고 오다니. 헤헤헤........ 슬슬 메인 디쉬의 등장인가.)
그러나 켄지는 그런 생각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살짝 요우코를 보면서 말했다.
"하! 뭐라고 말하는 건지. 나는, 온순한 여자밖에 안지않아. 나한테 안아달라고 할 생각이라면, 거기서 땅에 엎드려 조이리며 부탁해, 강사님."
켄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키의 허리 위에서 스스로의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켄지의 이 말에 이성을 잃을 것 같은 요우코였지만, 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그 생각을 억눌렀다.
"못하겠어? 여동생 생각하는 척해도, 프라이드가 우선이었군. 결국 말뿐이었어."
켄지는 요우코를 보지도 않고, 미키 위에서 그 아름다운 유방을 희랑하면서 말했다.
그 말에 반응한 것은 미키였다.
눈물이 배인, 애원하는 것 같은 시선으로 요우코를 바라보았던 것이였다.
켄지의 농담을 무시하는 거야 상관없었지만, 미키의 이 시선에는 요우코가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한 번 침을 삼킨 뒤, 천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댔다.
"나...........나를....... 안아주세요. 부탁합니다."
굴욕을 삼키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인 요우코였지만 켄지의 반응은 차가웠다.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미키의 양 발목을 잡고, 크게 넓히며 보지를 드나들고 있는 스스로의 페니스를 미소지으며 보고 있을 뿐이었다.
요우코는 반응이 없자 살짝 고개를 들고 켄지가 등을 돌린 채 미키의 몸에 페니스를 밀어넣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나, 나를! 안.....안아........"
그러나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켄지가 잘랐다.
"누구에게 부탁하고 있는 거냐! 너는!"
때리는 듯한 노성에 요우코는 입을 다물었다.
"누, 누구라니........다, 당신에게........."
"당신이라고? 국어 교사 주제에 제대로 말도 못하는 거냐! 노예가 주인에게 부탁할 때는 주인님이라고 말해야지!"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미키의 허리를 양 손으로 붙잡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을 돌린 채로 켄지의 그 움직임을 참고 있던 미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헤헤헤....... 미키야-, 유감이구나. 너의 바보 누님은 진짜 도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느릿느릿하며 시간을 떼울 뿐. 망설이는 흉내를 내며 내가 너의 보지에 정액을 쏟아붓기를 기다리고 있어."
"달라! 나는..........."
요우코는 반론하려고 했지만, 켄지에게 능욕당하며 몸이 흔들리고 있는 미키의 모습을 보고, 이제 그런 것을 말할 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님! 저를...... 안아주세요."
다시 이마를 바닥에 대며 요우코는 필사적으로 그 대사를 말했다.
"주인님......인가. 그렇게 말했겠다, 요우코. 너 자신이 나의 노예라고 인정했냐?"
켄지는 싱긋 웃으면서 요우코를 돌아보았다.
"예....... 인정합니다."
요우코는 시선을 바닥으로 향한채,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켄지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분명하게 복창해라!"
그렇게 말하며 들으라는 듯이 허리를 움직여, 미키의 보지에서부터 습기찬 점액이 소리를 내게 했다.
"저는......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안돼! 그렇지, 노예는 '저'같은 말을 사용할 수 없는 거다. 자신을 '노예의 요우코'라고 해라! '노예의 요우코는,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의 소유물이라고 인정합니다.'라고 말해봐라!"
켄지는 흥분하며 요우코에게 맹세를 하게했다.
"..노예의...... 노예의 요우코는.......쿠로이와 켄지....주인님..의.........소유, 소유물이라고...........이, 인정합니다."
요우코는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그 말을 했다.
켄지는 요우코의 그 굴종의 대사를 듣자, 그것만으로 미키속에서 정액을 뿜어낼 것 같아, 당황해 얼굴을 돌리며 입술을 피가 나올 정도로 세게 씹었다.
그리고 등을 돌린 채로 고함쳤다.
"바보자식! 옷을 입은 채로 무슨 소리냐! 노예는 알몸이 기본이다! 전부 벗고 다시 해라! 나의 눈 앞에서 스트립 해봐!"
켄지의 말에 요우코는 아무런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
말해도 쓸데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따르지 않으면 정말로 미키 속에서 사정해버릴 것 같은 상황이 되어 있었다.
요우코는 말없이 일어서서, 켄지가 미키를 관통하고 있는 소파의 곁으로 이동했다.
켄지는 미키의 양 다리를 양 손으로 잡고 V자형으로 벌려, 그 중심에 스스로의 분신을 찔러넣은 채로 기대를 담은 시선을 요우코에게 향했다.
그 시선 속에서, 요우코는 조용히 교사 스타일의 쟈켓을 벗어던졌다.
언젠가 전교 집회에서 본 요우코의 옷이 하나하나 벗겨져나가며 속옷을, 맨 살을 드러내는 모습을 켄지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피부........ 그러나 병적인 느낌이 아니라, 마치 대리석 조각과 같이 압도적인 질감으로 켄지를 압도하고 있었다.
단련되어 있는 대흉근으로 지탱되는 훙부한 유방은 미키와 비교할 것이 아니었고, 게다가 기적과 같이 조금도 늘어지지 않고 정면으로 내밀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좁혀진 허리와 더욱 보기좋게 내다붙인 하복부가 황금의 균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요우코는 지금, 모든 옷을 벗고 켄지의 앞에서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기가 강한 요우코였지만, 이 모습에서는 켄지와 시선을 맞출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고개를 숙인 채로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켄지의 명령 대로 굴욕의 대사를 다시 말하기 위해서, 무릎을 꿇으려는 듯이 허리를 숙이려고 할 때 켄지의 입에서부터 중지의 명령이 나왔다.
"요우코, 엎드리지 말아라. 선채로 말해. 손을 머리 뒤에 모으고! 다리를 벌리고! 그 모습으로 말해라!"
땅에 엎드려 조아리는 자세는 물론 굴욕적이었지만, 알몸을 한순간이라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던 요우코는 켄지의 이 명령에 입술을 깨물었다.
한 편, 켄지는 이미 빠듯한 한계까지 도달해있었다.
방금 전 텅빈 것 같았던 욕망이, 다시 페니스의 근원에 모여들어 무서운 기세로 개방을 강요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강한 자극을 주면 눈사태가 일어나듯이 방출해버릴 것이었다.
(좀 더......... 이제 조금이다........... 기다려라.)
그런 켄지의 눈앞에서 기적같은 나신을 드러내고 있던 요우코가 움직였다. 명령대로, 양손을 머리 뒤에 모으고 다리를 크게 벌렸던 것이었다.
얇은 음모 너머 보지의 틈도, 그 안 쪽도, 이제 켄지의 눈에 가려지지 않고 노출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부끄럽다는 듯한 눈을 하고 있는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그 맹세의 말이 말해졌던 것이었다.
"노예의 요우코는.....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여기까지가 켄지의 한계였다.
사실은 좀 더 몇번이나 반복해서 굴욕의 포즈를 하게 만든 뒤 안을 생각이었지만, 이제 조금도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이었다.
조금도 아까운 기색없이 미키의 몸 속에서 페니스를 빼낸 뒤, 두 명이 분비한 체액으로 번들거리는 그것을 과시하듯 드러내며 굴욕의 포즈로 서있는 요우코에게 향했다.
그리고 팔을 잡아 억지로 끌어당겨서, 미키가 누워있는 소파의 곁에 있는 대리석의 테이블 위로 밀어넘어트렸다.
완전하게 마인드 컨트롤 되고 있던 요우코는 그 동안 조금의 반항도 할 수 없었다.
방금 전 미키처럼 양손으로 발목을 잡고 V자형으로 벌린 켄지는, 요우코의 보지에 그 시선을 향했다.
마치 처녀와 같이 핑크색을 띄고 있는 그 살의 틈 사이에 켄지는 애액이 잔뜩 묻은 자신의 페니스의 끝을 문질러 육체의 감촉을 맛보았다.
이미 심장은 폭발할 것 같았다.
"네 년, 요우코! 귀찮게 하고! 너는 처음부터 내 자지를 사용하기 위해 고용해줬다고! 그것을 착각하다니! 누가 너 따위를 교사로 고용할까! 네 년은 이제 이 쿠로이와님의 고기 변기다! 평생 동안 빚을 갚아, 알았나!"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염원의 보지에 자신의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아아-!!"
그 순간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처음으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굴욕의 비명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쾌감이 전신에 퍼진 결과였다.
그리고 그것은 켄지도 같았다.
미키와는 확실히 다른, 그 단단하게 조여오는 감촉, 그리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꿈꿔온 이시다 요우코의 몸 속에 들어갔다는 그 감격!
켄지의 마지막 인내는 놀랄정도로 어이없게 붕괴되었다.
그저 2, 3번 움직인 것만으로 요도를 타고 오르는 뜨거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개자식!"
켄지는 무심코 욕을 내뱉으며, 양손으로 요우코의 유방을 덥석 잡고 그 훌륭한 감촉을 손바닥으로 느끼면서 마지막 스파트를 위해 허리를 움직였다.
켄지의 허리 움직임이 요우코에게 마지막 순간이 온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심층심리 아래에 파묻힌 암시에 따라 요우코의 허리 안쪽에서부터 뇌를 향해 굉장한 쾌감 신호가 퍼져나갔다.
"앗, 싫어, 으응, 으앗, 아아아아아아아히잇!"
요우코의 고개가 젖혀지며 아름다운 목이 무방비하게 켄지의 시선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머리와 허리가 활처럼 젖혀졌다.
체내의 근육이 수축해, 켄지의 분신을 단단히 조이는 힘도 증가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결국 켄지의 분사가 시작되었다.
"크......요우코! 마음에서부터 깨달아라!"
켄지는 마지막 말과 함께 요우코의 몸 속 깊이 스스로의 음욕을 쏟아냈다.
한 번 뽑아냈었음에도, 켄지의 몸속에서부터 잇달아 하얀 정액이 뿜어져나오며 그것이 한 방울도 빠짐없이 모두 요우코의 자궁에 쏟아져갔다.
그리고 길고 긴 사정 뒤에 자신이 켄지는 모든 힘을 빼고 요우코의 몸위에 누웠다.
저린 것 같은 쾌감이 물결처럼 느껴졌고, 스포츠를 끝낸 것 같이 기분좋은 나른함에 켄지는 평온한 표정이 되어 요우코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난폭한 숨을 가라앉히면서 요우코의 머리카락 향기를 가슴 가득히 들이마셨다.
"헤헤헤....... 냈다구, 요우코. 헤헤헤, 너의 보지 속에 냈어."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간신히 머리를 들어 요우코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요우코는 증오한다는 표정이었지만 눈에서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린 것을 보고 켄지는 싱긋 웃었다.
"요우코, 이것으로 알겠나? 너희들 서민이 우리들 지배자 계급에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헤헤헤, 이것이 현실이야. 시대가 지나도 민주주의겠지만, 법치국가겠지만, 권력자에게는 항상 특권이 준비되어 있지. 그것을 거역한 바보는 너희들처럼 노예가 되는 거다. 후후, 유감이다. 나의 학교에 채용된 시점에서 이 몸을 내게 바쳤다면 보통의 애인으로 해주었을 텐데 이미 늦었어. 너희들 자매는 철저하게 이 쿠로이와님에게 거역했으니까. 평생 나의 고기 변기로 살아가는 거다. 평생........."
켄지는 요우코의 몸속에 페니스를 넣은 채로, 요우코의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그리고 스스로의 그 말에 자극받은 것처럼, 켄지의 페니스는 다시 그 힘을 되찾고 있었다.
(자, 오늘의 마무리를 해볼까..........)
켄지는 내심 그렇게 중얼거린 뒤 상체를 일으켜 요우코의 체내에서 천천히 페니스를 뽑아냈다.
켄지의 시선에 요우코의 무방비한 모습이 드러났다.
변함없이 움직이는 것이 용서되지 않는 몸은 마치 뒤집힌 개구리처럼 하얀 복부를 드러낸 채, 다리를 M자형으로 벌리고 있었다.
켄지는 그 흰 복부에 손을 대고 매끄러운 감촉을 즐기며 천천히 체중을 실어갔다.
그러자 그 압력에 밀려, 요우코의 보지 사이에서 브츄브츄하는 소리를 내며 켄지가 쏟았던 하얀 정액이 흘러나왔다.
켄지는 그 정액을 응시하다 손가락으로 떠서 요우코의 보지에 발랐다.
금새 요우코의 보지는 악취를 풍기는 정액으로 번질번질거렸다.
그렇게 한 뒤 켄지는 곁에서 마른 침을 삼키며 모든 것을 보고 있던 미키를 불렀다.
"미키, 일이다. 소중한 언니의 보지가 번질번질거린다. 그 혀로 깨끗하게 빨아내라. 물론 보지의 안쪽에도 남아있는 것과 밖으로 흘러나온 것도 전부 남김없이 처분해라."
켄지에게 턱으로 지시받은 미키는 아픈듯한 시선을 요우코에게 향했다.
"언니.......... 미안해요."
요우코가 대신해서 더렵혀진 모습을 미키는 입술을 깨물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을 결정했다는 듯이 요우코의 다리 사이로 걸어갔다.
몸부림칠 정도로 혐오감이 드는 켄지의 정액이었지만,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요우코가 임신해버린다.
미키는 요우코의 음부를 향해 무릎을 붙인 뒤 입을 향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피싯, 하는 소리와 함께 등이 불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아욱!"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던 미키는, 통증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렇지. 요우코의 위에 올라타라. 69의 모습이다. 알겠지?"
채찍을 손에 든 켄지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미키는 이미 켄지에게 반항할 기력이 없었다.
눈을 내리고 작게 수긍한 뒤, 요우코의 몸 위에 몸을 반대로 해서 겹쳤다.
눈 아래에는 요우코의 벌어진 보지 사이에서 흰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반대쪽 요우코의 바로 위에는 미키의 보지가 노출되어 있었다.
너무 비참한 모습의 두 명이었지만, 미키는 언니를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그곳에 다시 입을 대어갔다.
그러나........ 야박하게도 다시 켄지의 채찍이 작렬했다.
"아악!"
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다시 받고, 미키는 몸을 떨었다.
"이봐, 너 나를 깔보고 있는 거냐."
채찍의 앞을 미키의 턱 아래에 넣고 미키의 얼굴을 들어올리게 한 뒤 켄지는 말했다.
"복창은 어떻게 됐어? 땅에 엎드려서 조아리는 것은!"
요우코에게 했던 것을 강요하는 켄지는, 냉정한 표정으로 미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채찍의 아픔도 있었지만, 미키는 켄지의 그 표정에 두려움을 느끼고 당황해서 바닥에 무릎꿇었다.
그리고 머리를 바닥에 대며 말했다.
"나.......아, 아니...............노, 노예의 이키는.............언니의......아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시 채찍이 휘둘러졌다.
"노예 요우코........"
켄지가 바보 취급하면서 중얼거렸다.
"하, 네. 노예 미키는 ...... 노예 요우코의.....그...저기.......아악!"
촥!
"보지야, 보지."
"네. 보지의 더러움....힉!"
촥!
"더럽다고? '주인님의 소중한 정액을 더러운 노예의 보지에서 빨아냅니다'겠지?"
"네, 네....... 죄송합니다. 노예 미기는, 주인님의, 중요한, 저, 정액을, 더, 더러운, 노예 요우코의, 보, 보지에서 빨아내겠습니다."
미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이마를 바닥에 댔다.
그런 미키의 머리를 켄지는 슬리퍼를 신은 발로 짓밟으며 말했다.
"헤헤헤, 너도 점점 노예다워진건가. 뭐, 좋아."
그제서야 간신히 켄지의 허락을 받은 미키는 요우코에게 다시 반대고 겹치듯이 엎드렸다.
그리고 망설이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입을 요우코의 보지에 대고 안에 있는 정액을 빨아냈다.
요우코는 보지에서 느껴지는 감촉으로 미키가 굴욕의 봉사를 시작한 것을 깨달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의 몸으로는 다만 거기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요우코는 위로 향한 얼굴의 방향조차 바꾸지 못하고, 바로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미키의 허리와 그 보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 시야에 켄지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악으로 가득차, 한눈에도 음험해보이는 눈으로 요우코를 내려다보다가 곧바로 점액 투성이의 페니스를 요우코의 입에 넣어왔던 것이였다.
물론 입은 자동적으로 그 페니스를 받아들이며 점액을 빨아내고 새로운 타액을 발라갔다.
요우코는 스스로의 혀를 움직여, 다시 켄지의 페니스가 되살아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미 임전의 상태가 된 페니스를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뽑아낸 뒤, 켄지는 그것을 과시하듯이 요우코의 눈앞에 갔다댔다.
그리고 딱딱해진 페니스의 앞에는, 요우코의 보지를 열심히 빨고 있는 미키의 보지가 있었다.
"기, 기다려! 약속이 틀려!"
무심코 그렇게 외친 요우코였지만, 그 눈앞에서 켄지의 페니스는 자연스럽게 미키의 보지속으로 집어넣어졌다.
"아우우!"
미키의 입에서부터 채찍으로 맞았을 때처럼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순간 요우코의 보지에서부터 미키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러나 슬슬 들어가는 페니스가 가장 안쪽에 도달하자, 미키의 입에서부터 뜨거운 숨이 토해져나오고, 다시 입술의 봉사가 재개되었다.
게다가 재개된 그 입술이나 혀의 움직임은 그전까지와는 미묘하게 변해있었다.
지금까지는 단지 켄지가 흘러낸 더러움을 닦아내던 움직임이, 요우코의 애액을 마시고, 아누스를 빨고, 클리토리스를 혀로 쑤시듯이 애무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헤헤헤, 뭐라고 했지, 요우코? 나는 아무것도 약속같은 것을 하지 않았어. 조금 전은 네가 빨리 안아달라고 말했기 때문에 보지에 찔러줬을 뿐이야. 차례가 바뀌었을 뿐이다."
켄지는 미키에게 페니스를 근원까지 찔러넣은 채로, 그것을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요우코를 비웃듯이 말했다.
"그, 그렇다면, 한 번 더, 나, 나에게, 노예 요우코에게 해주세요."
요우코는 안타까운 듯이 켄지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하! 너의 고기변기는 청소중이야."
켄지는 바보취급하며 말했다.
그것을 들은 요우코는 미키를 불렀다.
"미키, 이제 됐어! 이제 충분해, 벌써 깨끗히 되었어. 거기서 물러나! 거기는 지금부터........쿠, 쿠로이와..........켄지......님이 사용할 테니가, 장소를 비워."
그러나 미키는 요우코의 말에 따르기는 커녕 더 한층 입술과 혀를 동원해서 요우코의 보지를 애무해나갔다.
(언니, 미안해. 나 대신 이렇게 더럽혀지다니............이번에는 내가, 언니 대신 내가 받을께. 언니의 몸은 내가 지켜.)
"미키............"
미키의 무언의 반항의 의미는, 요우코에게 곧바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켄지의 계획대로라고 하는 것까지......
이윽고 얼굴의 바로 위에서부터 남녀의 농후한 성적인 냄새가 풍기면서, 미키가 분비하는 애액이 켄지의 피스톤 운동으로 흩날려 요우코의 얼굴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요우코는 그 모습을 밑에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자신들 자매가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것을 느끼면서................
(2-24) 수캐와 암캐
그리운 장소였다.
옛날, 둘이서 걸었던 적이 있는 길이었다.
"그랬죠?"
"아아. 그렇네."
그 낮고 침착한 목소리도 귀에 남아있었다.
살그머니 손을 뻗자, 따뜻한 손바닥의 감촉도 분명하게 전해졌다.
"나..........."
"뭐?"
물으면 대답하는데 어째선지 그 목소리는 슬픈 듯 했다.
"왜 그럽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네. 저 잃어버렸어요."
긴 흑발에 가려진 얼굴에 어떤 표정이 떠올라있는지...... 그것이 몹시 신경쓰였다.
"잃어버렸다뇨?"
묻고 있는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떨리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응하듯이 긴 머리카락의 여자가 뒤돌아보았다.
"이것이에요.......... 이것을 어딘가에 잃어버리고 왔어요."
그 여자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튼튼하게 만들어진 시티 호텔이었지만, 그럼에도 옆의 방에서부터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큰 소리로 소리지르며 남자는 꿈에서부터 깨어났다.
침대위에서 일어나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은 잠옷의 소매로 얼굴을 닦는 그 남자의 이름은 하타노 타카시, 일찌기 팬더라고 불리웠던 남자였다.
"또다....... 개자식........"
히타노는 눈 아래에 기미가 떠오른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날, 토라의 손에서부터 운 좋게 도망친 하타노는 의외로 운전히 능숙한 웨이트레스........ 이름이 엔도 카오리라고 하는, 그녀의 운전으로 1시간 정도 차를 달리게 했었다.
도로에 내동댕치쳐진 충격이 가득해 피로를 푸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하타노에게는, 그렇게 도망가는 방법 외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번호가 알려진 차에 언제까지나 타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타노는 기회를 봐서 눈에 띄는 렌트카 대여점에 들어가 수수한 국산의 세단으로 갈아타게 했다.
역의 지하 주차장에 그 때까지 타고 있던 차를 버려둔 것은 단순한 위장이었다.
그렇게 해서 안전한 이동수단을 얻은 2명은, 숙박부를 안쓰기 위해서 러브호텔에 숙박하기를 반복하며, 마인드 서커스의 추격자에게서 몸을 숨겼던 것이었다.
그리고 간신히 보통으로 걸을 수 있게 된 하타노가 카오리를 따라 이곳, 도쿄로 온 것은 3일 뒤였었다.
가지고 있던 가방은 그 도망극으로 찻집에 방치해두었었다.
그러나 주머니에 직접 넣어둔 지갑에는 은행의 카드도 들어있었기 때문에 우선 돈의 걱정은 없었다.
이 4년간 모은 수천만의 예금이 한 번도 쓰여지지 않고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명이 도쿄로 잠입한 뒤 4일 째였다.
지금은 시나가와 역의 앞에 있는 호텔에 부부로서 숙박을 하고 있었다.
러브 호텔을 전전하고 있던 최초의 몇일은 고슴도치처럼 긴장하고 있던 하타노였지만, 도쿄의 혼잡함에 섞여들어오자 점차 침착성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긴장감이 희미해지는 것과 반비례하듯이 하타노의 안에서 거무칙칙한 분노가 솟구쳐왔던 것이였다.
4년 동안 열심히 일해온 팬더를 시원스럽게 잘라낸 마인드 서커스의 비정함.
약간의 장난쳤을 뿐인데 반역자같이 취급하는 불합리함.
그리고 자신이 혼자서 만들어낸 인형을 횡령하는 난폭함.
하타노는 마침내 자신이 해 온 일을 다시 돌아볼만한 여유를 가졌다.
하타노에게 있어서는 그 모든 것이 납득할 수 없는, 배반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라의 암시에 걸려 자신의 인형의 얼굴조차 생각해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토쿄의 호텔에서 침착하게 렌의 얼굴을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그것이 아무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하타노는 지면이 사라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가 되어서야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렌의 사진이 찻집에 방치된 가방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머리를 붙잡고 반광란 상태가 되었다.
"왜! 왜냐아!!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 어째서 기억을 빼앗는 거냐!!! 렌! 렌, 렌, 렌! 내가 만들어냈는데! 나의 인형인데! 아,.......... 어째서.......... 어째서야아아아아!!!"
방의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의자를 차고, 침대를 두드렸다.
큰 소리를 지르고 바닥에서 구르고, 머리로 기둥을 두드렸다.
암시로 속박되어있는 카오리가 망연하게 서있는 가운데, 그 광란은 계속되었다. 하타노가 완전히 지쳐, 이마에서부터 피를 흘린 채 침대에 넘어질 때까지.................
그리고 그 뒤, 하나토는 잠들 때마다 그 악몽을 꾸게 되었던 것이였다.
단 한 사람의 여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은 인형사가 지금 그 여자조차 잃으려고 하고 있었다.
베개 옆의 디지털 시계의 희미한 빛이 오전 2시를 가리키며, 어두운 곳안에서 어깨를 떨고 있는 남자를 비추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너를, 만날 수 없는 거냐......렌.)
그렇게 생각하자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하타노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얼굴은 생각해 낼 수 없어도, 그 충격적인 아름다움에의 감동만은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그런만큼 잃은 아픔은 마음을 찢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렌을 독점하고 있는 남자에게로의 분노는, 질투는, 몸을 다 불태울 정도의 고온이 되어, 이제는 하타노 자신도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다.
뇌리에는 그 날 자신을 휙 던진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키츠네-! 너만은 용서안해. 너만은..............너만은, 절대 파멸시켜주겠다!! 그 회사에서 쫓아내서..........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이이이이!!!!!"
뺨을 타고 흘러내는 눈물과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하타노는, 어두운 곳에서 새빨간 눈으로 보일리 없는 남자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피피피피피피.............
이튿날 아침 7시.
하타노의 암시로 한밤중의 광란에도 눈을 뜨지 않았던 카오리는 그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세트 해 둔 디지털 시계의 자명종에 손을 뻗어 정지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켰던 것이었다.
어제밤에도 하타노에게 성적인 봉사를 명령받은 뒤, 그대로 잠들었었기 때문에, 얇은 모포가 흘러내리자 그곳에는 알몸의 유방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카오리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시선을 천천히 움직여 주인인 하타노의 모습을 찾았다.
창가의 의자에 앉아, 어제밤부터 한 잠도 자지 않고 그 원한을 실현할 계획을 가다듬고 있던 하타노는, 충혈되어 탁해진 눈으로 카오리의 그 시선을 받았다.
우연히 만나서, 만일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암시를 주었을 뿐인 계기와 관계없이 지금의 향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깊게 암시에 걸려 있었다.
이런 소재는 마인드 서커스로 일할 때 만났던 인형들중에서도 없었다.
마치 자신의 실력이 몇 배나 늘어난 것처럼 착각해버릴 정도의 소재였다.
카오리는 하타노의 시선을 받으며, 멍한 눈인 채로 기쁜듯이 웃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하타노는 거기에 응하지 않고, 전혀 다른 것을 물었다.
"카로이, 너 그 찻집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었을 때 단골손님으로 영국학원의 학생은 없었나? 남자, 여자 상관없다."
그러자 카오리는 변함없이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있습니다. 3학년 여자로 2명, 2학년의 남자로 1명, 1학년으로 2명의 여자가.........."
그 대답을 듣고 하타노의 입가에 삐뚤어진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가.......헤헤헤........... 역시 너 꽤 도움이 되는 구나."
하타노는 그렇게 말하며 혼자 수긍했다.
그리고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카오리에게 하타노는 말했다.
"돌아가자, 그 마을로......... 그 학교로."
*
그 날, 찻집 '사몬'의 마스터는 유일한 손님인 부모 자식 동반에게 케이크와 홍차, 그리고 오렌지 쥬스를 스스로 내어준 뒤, 카운터 안으로 돌아와 정중하게 유리잔을 닦고 있었다.
12월인만큼 평상시보다는 손님의 흐름도 빨라, 평일의 오전중의 이 시간은 역시 손님은 적고 한산했다.
그러나 앞으로 30분 정도 지나면 빠른 점심식사시간을 맞아 샐러리맨들로 가득차게 된다.
그 때 손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었다.
원래는 아르바이트의 웨이트레스가 1명 있었지만, 벌써 1년이나 계속해서 일해온 그 아가씨가 어떤 이유인지 최근 1주일이나 연락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아- 역시 새로운 아가씨, 고용하지 않으면 안되나.......)
생각보다는 성실하고 붙임성도 좋았으며, 거기다 여기의 일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던 아가씨였기 때문에 어지간한 무단 결근으로는 해고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 한계였다.
"후.........."
유리잔에 토해내는 숨도, 반은 한숨이었다.
그 때, 가게의 문이 열리며 종이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아니기 때문에 손님은 마음대로 자리에 앉는다.
마스터는 들고 있던 유리잔을 얼른 내려놓았다.
그리고 배후에 놓여져 있는 메뉴판을 들고 돌아보는 순간, 눈 앞에 멈춰서있는 여자를 깨달았다.
비쌀 것 같은 모피코트를 입고 있는 그 여자는, 깊은 샘과 같이 침착한 눈동자와 반짝반짝 빛나며 못된 장난을 떠올린 눈동자가 함께하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이는 .........25세에서 30세 정도일까.
젖은 듯하면서 자연스러운 웨이브의 흑발이 인상적인 이상한 미녀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는 한순간 그 눈동자에 주시당한 것처럼 숨을 끊었지만, 곧바로 직업적인 침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쪽에 앉으시겠습니까?"
다른 자리가 비어있는데도 카운터 석으로 오는 손님은 드물기 때문에 마스터는 만약을 위해서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가볍게 머리를 저었다.
"카오리......... 안 왔습니까?"
그 물음에 마스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아, 엔도씨와 아는 사이입니까? 그녀, 오늘은 오지 않았습니다."
"어제도 없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여자의 말에, 마스터는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 실은 그렇습니다. 최근 1주일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나......... 역시, 1주일입니까? 마지막에 나온 것은 언제입니까?"
여자의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에 마스터는 달력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지난 주의 화요일입니다."
"어머나, 그러면 수요일에는 안 왔습니까?"
여자의 시선이 조용히 마스터의 얼굴에 향했다.
방금전처럼 반짝반짝거리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마스터의 얼굴에는 어떤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마스터는 아주 평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스터를 보고 있던 여자의 표정은 달라졌다.
마스터의 그 대답에,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빛냈던 것이였다.
"그렇습니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요염하게 빛나는 눈을 마스터에게 향한 뒤, 그대로 돌아서서 나갔다.
(아....... 손님이 아니었구나.)
마스터는 유감스러워하며 메뉴판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타이밍에 여자가 걸어가던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이상해서 고개를 든 마스터는, 그 자리에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눈동자에 빨려들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깊은 샘과 같이 침착하고 부드러운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던 여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가게...... 몇시까지 합니까?"
"아...... 8시...까집니다만."
마스터는 스스로를 잃은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여자는 싱긋 웃고는 밖으로 나갔다.
마스터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메뉴판이 미끄러져 바닥에 부딪치며 소리를 낼 때까지, 마치 홀린 것처럼 그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가게를 나온 여자의 앞에는 검은 색의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가 가게를 나온 타이밍에 맞춰서 조수석의 문이 열리며, 안에서부터 수수한 슈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가 부드러운 동작으로 나왔다.
180센티를 넘을 것 같은 장신과 넓은 어깨는 말없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가게에서 나온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자가 연 문으로 우아하게 올라타 다리를 꼬았다.
여자가 입을 연 것은, 방금 전의 남자가 다시 조수석에 올라탄 뒤였다.
"가세요."
그 한 마디로 차는 조용히 출발했다.
승차하고 있는 남자와 같이, 리무진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뒷 차를 당연하게 멈추게 한 뒤 그 속으로 순조롭게 끼어들었던 것이였다.
"나오코님.......어떠셨습니까?"
질문을 한 것은 운전하는 남자였다.
조수석의 남자를 놀랄 정도로 닮은 분위기였다.
그 질문에 여자, 나오코는 처음으로 웃었다.
"후후..... 재미있었어요. 저기의 마스터, 카오리는 수요일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어요."
"헤, 그랬습니까.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요?"
나오코는 백밀러 너머로 드라이버를 응시하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 마스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나의 눈은 속일 수 없어요."
"그럼........ 착각을?"
조수석의 남자가 뒤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달라요. 그렇기에는 대답이 너무 빨랐어요. 아마.... 그 남자는 '그렇게 믿게 된 것'이겠죠."
그렇게 말한 나오코는 싱긋 웃었다.
"'믿게 된 것'이라면............ 그것은 설마........."
"후후후후, 진짜........... '설마'군요. 그렇게..... 나의 감이 속삭여요. 찾는 물건을 찾아냈다고. 마침내 나, 만난 것이 아닐까.......... 그 '마인드 서커스'의 흔적을!"
그렇게 말하며 나오코는 기쁜 듯이 웃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조수석의 남자가 그렇게 물었다.
"그렇군요.........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곧바로 꼬리를 잘라낼 것 같으니까 오늘 밤 내가 방문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요. 모든게 준비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부탁해요. 그 가게 8시까지라고 말했으니까 10시까지는 준비해줘요. 별로 밤샘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입을 닫고, 신비스런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를 그 눈동자에 비추고 있었지만, 여자의 그 시선은 무엇인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
2학기 종업식까지 몇일을 남겨둔 학교는 완전하게 겨울 방학 분위기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런 학생들을 충고하고 있는 교사들도 속으로는 역시 겨울 방학을 앞에 두고 들뜨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교묘한 수법이 뛰어나서였는가...... 혹은 양쪽 모두인가..........
겉으로 온화하게 보이는 학교 생활속에서, 은밀하게, 그리고 착실하게, 오염이 퍼져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작은 1명의 여학생이 친숙한 찻집의 웨이트레스를 우연히 만났던 것이 계기였다.
"어머나....... 당신, 분명히 미와씨였죠?"
근처의 책방에서 책을 서서 읽고 있던 타카시마 미와는 뒤에서 그렇게 말을 걸어오자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아..........."
확실히 아는 얼굴이 자신을 보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미와의 모습을 알아차린 것처럼, 상대 여자는 싱긋 웃었다.
"어서 오십시요..... 메뉴판은 여기있습니다."
"아, 사몬의 카오리씨! 아, 미안해요, 웨이트레스 복장이 아니기 때문에 한순간 누군가하고 생각해버렸어요."
"후후후... 안녕하세요. 미와씨는 이 근처에 살아요?"
카오리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와 교묘한 화술로 미와는 금새 경계심을 풀고 즐거운 듯이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미와는 깨닫지 못했다. 학교를 나오고 나서 그 뒤를 쭉 따라오고 있던 두 명의 남녀를. 그리고 남자는 미와가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근처의 찻집에 들어가있다는 것을.
카오리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려 미와도 그 찻집안으로 들어갔던 것도.
1시간이 지난 뒤.......... 따로 따로 들어갔던 남녀는, 그 문을 열고 나왔을 때 3인조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3명은 같이 역으로 걸어갔다.
그 날 밤, 미와가 집으로 돌아간 것은 밤 7시가 지나서였다.
친구와 노래방에 가있었어.........
미와는 부모에게 질문받자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강사님.......... 저, 상담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다음날 6교시의 수업을 끝마치고 나가는 담임 교사를 복도에서 붙잡으며 미와는 그렇게 말했다.
"뭐야, 타카시마. 상담이라니?"
교사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 여기서는 좀.........."
미와는 주위를 둘러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 그러면 학생 지도실이라도 갈까?"
".......그곳말고.......... 저, 학교밖에서는 안되겠습니까?"
여학생이 신청해온 담임교사는 곤혼스러워하다가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으응...... 뭐, 좋아."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괜찮습니까?"
"아니, 오늘은 직원회의가 있으니까 4시 너머서........."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개미집이라는 찻집을 알고 계십니까? 저, 4시쯤에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응? 교문에서 동쪽으로 가는 곳이지? 알았다."
그렇게 말하며 담임교사는 한 손을 들어올리며 직원실로 갔다.
아주 작은 이 상담은 계속해서 이어지며 학교의 권력의 흐름을 타고 올라갔다.
다음날에는, 담임교사로부터 학년 주임에게.
그 다음날에는 학년 주임에게서 교감에게.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교감에게서 교장에게.
그러나 이 상담은 이상하게도 언제나 개미집이라는 찻집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박스석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 도중 언제나 1명의 남자가 그 상담 상대에게 소개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미와라고 하는 여학생이 카오리를 만나고 난지 겨우 4일 만에 영국학원의 교장이 그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과연........ 이시다 요우코라고 하는 것은 이런 여자였던가."
교장에게서 교직원의 자료의 복사본을 받은 하타노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물론 한 번은 자신이 암시를 가했던 타겟이었다.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 지워진 기억은 완벽해서 처음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교직원의 전체 사진 속에 서있을 뿐이었지만, 마치 그곳에만 조명이 비춰지는 것처럼 하타노의 눈이 못박혔다.
만약을 위해 하타노는 이시다 요우코의 출근 상황을 교장에게 확인해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에 들고 나서 결근하고 있었다.
(뭐, 당연하지. 납기는 지난 주말이었을 테니까. 이 정도의 여자니 납품되면 하루종일 장난감이 되는 것이 당연해.)
하타노는 거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제는 클라이언트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타겟에 대해서는 직장에다 물으면 곧바로 알 수 있었지만 클라이언트까지는 쉽게 알아낼 수 없었다.
비합법인 것은 클라이언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므로, 당연히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클라이언트의 위장을 하나하나 벗겨내서,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하타노의 복수 제 1보였다.
지겨울 정도로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모든 것을 잃은 대신 시간만큼은 충분히 있었으니 하타노는 이 일에 전력을 다할 각오가 충분히 되어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하타노가 생각도 하지 않은 양상을 드러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던 하타노에게 교장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던 것이었다.
"아, 이시다 강사말인가요? 지금은 쿠로이와 이사장의 집에 있어요."
"어?"
하나토는 무심코 마시고 있던 커피를 옷에 쏟고 말았다.
"......뭐야, 그거. 조금 전에는 확실히 병결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 물음에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일단 그렇게 처리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그 두 명은 쿠로이와 이사장, 아니 정확하게는 쿠로이와 켄지군의 집에 있습니다."
하타노는 어이가 없어 교장의 얼굴을 주시했다.
최면 암시로 손에 넣은 교장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혼란한 하타노는 교장에게 계속해서 말하라고 재촉했다.
"쿠로이와가는 이 도시의 보스입니다. 우리 학교도 쿠로이와 이사장이 만든 것이고, 그 외아들 켄지군이 지금 3학년으로 재학중입니다."
교장은 담담하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이야기했다.
이 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쿠로이와 파벌을 구성하기 위한 곳이었는 것.
우수한 젊은이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여자를 주는 것까지 해서 자신의 진영에 끌어들이며, 동시에 약점을 잡아 모든 분야에 침투한 인재를 엿과 채찍으로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기 당주인 켄지의 입학은 이 학교에서 보면 그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는 것인지 시험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물론 켄지 당사자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거대한 쿠로이와 권력을 두려워하는 교사들은 처음부터 켄지의 배후에 있는 쿠로이와 타케시의 생각을 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태풍의 눈이 된 켄지는 이 환경속에서 점차 권력의 맛을 알고, 새로운 지배자로서 바뀌어갔던 것이였다.
"그는, 켄지군은 자신의 담임의 부인을 첩으로 만들었습니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교장은 심정을 토로했다.
"본인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교내에서 그렇게 빈번하게, 명백하게 자신만의 개인실에 시미즈 강사님을 끌어들이면 알지 못할리가 없습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교내의 주요 교사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은 남편인 담임 교사 본인 정도일 겁니다."
교장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시미즈 강사님이 임신했던 것이 5월말 무렵이었습니다. 부친이 누구인가......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는 조금 화제가 되었었죠. 하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조금 화제가 어긋났습니다. 뭐, 그렇게 되서 시미즈 강사님은 출산 휴가를 받게 되었던 것이고, 그 대리 교사를 뽑았던 것은 쿠로이와 켄지, 본인이었습니다. 시미즈 강사님이라고 하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았습니다. 물론 반대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모두 그의 의견대로 되어 이시다 강사이 채용되었던 것입니다."
교장은 거기서 말을 멈추고 커피로 목을 적셨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 강사님을 보았을 때는 켄지군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임해서 교편을 들자 그의 계획은 좌절되었습니다. 이시다 강사 속에 숨겨진 기백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했습니다. 쿠로이와 이사장과는 다른 의미에서 우리로서는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켄지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켄지군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는 켄지군의 컨닝 사건, 그리고 다른 하나가 검도시합에서의 큰 부상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나 켄지군의 방심으로 생긴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것으로 쿠로이와 권력이 진심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큰 부상을 입혔던 것은 이시다 강사의 여동생이었으니까요."
교장은 말을 멈추고 하타노의 얼굴을 주시했다.
"과연....... 말한 것은 거의 다 이해했어. 분명히 그 쿠로이와 켄지라고 하는 녀석이 물은 거겠지. 하지만 그래서 이시다 요우코가 거기에 있는지는 알 수 없잖아?"
하타노는 당연한 의문을 물었다.
그러나 교장은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뇨. 확실합니다. 전화로 직접 들었으니까요."
그 말에 하타노는 다시 눈을 빛냈다.
"뭐라고? 본인이 연락해 왔었나?"
"네. 분명히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이시다 강사 자신이 전화했습니다. 단지 그 이유가 '감기가 심해서 쉬고 싶고, 여동생도 함께'라고 했었으므로, 쿠로이와군의 일도 있고 해서 저는 꺼렸습니다. 다만 통화중인 전화기의 호흡이 난폭했기 때문에 정말로 상태가 안 좋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하지만 놀라운 일은 제가 허락해주지 않자 갑자기 전화의 상대가 바뀐 겁니다! 그것은 켄지군이었습니다. 통화중인 전화기가 향하는 동안 '아...'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켄지군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교장, 쿠로이와입니다. 실은 이시다 강사님들은 상처입은 저의 간병을 하기 위해 와있습니다. 폐라고 생각하지만 배려를 해주실 수 없습니까.'라고 말한 겁니다. 저는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곧바로 납득했습니다. 마침내 쿠로이와의 권력이 움직였을 것이다라고. 확신은 있어요. 왜냐하면 매우 기분 좋은 켄지군의 목소리 너머로 들렸던 것이, 작게 흐느껴 우는 여자의 목소리와 빵빵하고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으니까요."
교장은 그 때를 생각해 낸 것처럼 코를 벌름벌름 거리면서 말했다.
하타노는 그런 교장의 얼굴은 이미 보지 않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 놈은 써먹을 수 있겠어......... 이 방법이라면 확실히 키츠네군을 끌어낼 수 있어....... 크크크크, 정말 운이 좋구나! 나의 복수를 하늘이 도와주는 거다........... 그 도둑놈에게 깨닫게 해주겠어!)
어두운 눈동자에 지목의 문이 열린 것 같은 피릿내나는 환희를 떠올리며, 하타노는 조용히 웃었다.
그 표정에 최면 암시로 하타노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할 교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갑자기 가래가 끓는 것처럼 목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런 교장에게 하타노는 새로운 질문을 했다.
"교장, 그 부인을 뺐긴 얼간이의 이름이 뭐지?"
*
경련하고 있었다.
침대위에서 몸무게 100킬로는 될 것 같은 거체가 떨리고 있었다.
튼튼할 것 같은 침대가 삐걱삐걱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완전하게 흰자위를 드러내며, 입에서부터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고,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들며, 몸 전체를 사용해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옆에 한 여자가 조용히 서있었다.
마치 어둠에 가라앉은 것 같은 흑색의 복장이었지만 얼굴만은 반대로 눈과 같이 새하얗은 것이,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달같아서 보는 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향하게 만들고 있었다.
여자는 눈 앞에서 미친 것처럼 신체를 경련시키고 있는 남자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고통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이, 남자의 입의 움직임에만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가 이런 상태가 된지 벌써 10분이 지나려고 하고 있었다.
가끔 남자의 입이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희미하게 움직이려고 했다.
그 때마다 여자의 시선이 빛났지만, 그것도 남자의 경련이 계속될 때마다 사라졌다.
"나오코님, 이 남자는 이미 한계입니다."
어둠 속에서 그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그러자 그 여자, 나오코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깨와 시선에서 힘이 빠지고 팔짱끼고 있던 팔을 풀었다.
"OK, 알고 있어, 그런 건!"
나오코는 어둠을 향해 그렇게 대답하고, 남자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남자의 귀에 입을 대고 작은 말로 속삭였다.
2번.... 그리고 3번.
그러자 남자의 몸에서 달라붙었던 악령이 떨어진 것처럼 경련이 멈추기 시작했다.
나오코는 그런 남자의 이마에 손을 대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비밀의 말을 속삭였다.
이윽고 남자는 완전하게 탈진해서,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나오코는 남자의 상태를 그 때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켰다.
"아-! 정말 완고하네. 조금만 남았는데."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뺨을 부풀렸다.
그 때 방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그 때까지의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사라지는 대신 비밀이 알려진 마술처럼 퇴색된 분위기가 되었다.
"과연 '마인드 서커스'라는 겁니까, 나오코님?"
낮의 리무진 운전사는, 지금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물었다.
"흥! 대단한게 아니에요. 이런 건 보통. 이 남자를 부숴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요. 그러면 상대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못하는 거에요."
나오코가 그렇게 말하자 물어봤던 남자는, 그 당당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마추어 주제에 감히 끼어들었습니다."
나오코는 그런 남자의 변명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뒷처리를 부탁해요. 나는 먼저 돌아갈테니까......... 이렇게 밤샘시키다니! 기억해두세요, 마인드 서커스."
앞부분을 운전기사에게 말하고, 뒷부분은 혼자말처럼 중얼거린 뒤 나오코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혼자 맨션의 복도를 걷는 나오코의 표정은 아까워하고 있었다.
모처럼 손에 넣은 소중한 말이었지만, 이쪽이 생각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귀찮지만, 일단 손을 써 둘 수 밖에 없겠구나."
하얀 숨과 함께, 나오코는 작게 투덜거렸다.
*
쿄오코를 시작으로 요우코조차 삼켜버린 운명의 소용돌이는, 지금 마인드 서커스를, 그리고 키츠네군을 그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하타노나 나오코처럼 그 소용돌이에 끌어당겨지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변덕스런 소용돌이에 의해 튕겨져나가고 있는 운명을 바꾸려는 사람도........ 있었다.
2-25) 봉인
똑똑
방의 문이 노코되었다.
이미 시계 바늘은 자정을 가리키려고 할 때였다.
물론 방의 불은 꺼져서 베개 옆의 램프만이 희미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최상층에 위치한 이 방의 거주자는 그 소리에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자고있던 흔적은 없었다.
문을 향한 표정은 귀찮아하는 것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대와...... 그리고 희미한 두려움이 그 시선에 드러나있었다.
"아, 네."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 소리에 반응하듯이 작은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인물이 눈동자에 비쳤다.
그 순간 희미한 불안이 떠올라있던 표정에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빛이 뿜어지는 것처럼.........
그런 렌을, 키츠네군은 이상한 감동을 느끼며 바라보고 있었다.
*
"자, 이번에는 엎드려요-......... 엎드려! 으응-, 좋아요. 점점 반응이 좋아지고 있어요. 자, 포상이에요-, 네, 거기서 자지를."
그 날 키츠네군은 집에서 편히 쉬면서, '개'를 교육시키며 놀고 있었다.
"아웃, 아우, 아우."
소파에 앉은 키츠네군의 앞에, 그 '개'는 양손을 가슴앞에 모으고 양 다리로 앉은 자세에서 기쁜 듯이 혀를 내민 채로 몸을 상하로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봐도 키츠네군의 애완동물이었다.
그러나 보통 개보다 상당히 크고, 체모가 극단적으로 얇으며, 유방이 브룬브룬하고 흔들릴 정도로 큰 것만은 다른 개와 달랐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몇 가지가 다른 개와 틀리다고 해서 그 '개'를 차별하거나 하지 않았다.
보통 개처럼 분명하게 목걸이를 매달고, 엎드리게 해서 집안을 산책시켰다.
방의 구석에는 대형견용의 화장실도 준비해 위생에도 신경쓰고 있었다.
그리고 필요한 예의범절은 빠짐없이 가르치고 있었다.
주인으로서의 도리는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키츠네군은 능숙하게 명령에 따른 애완동물에게 상을 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개가 앞발을 능숙하게 사용해 키츠네군의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나온 페니스를 굶주린 듯이 보는 것을 보면, 먹이의 기호가 이상한 품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요우코들을 무사히 출하한 키츠네군은 곧장 DMC의 겨울 휴가를 맞이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우선 일단락된 것이었다.
긴장되었던 신경을 쉬게 하기 위해서, 키츠네군은 며칠동안 애완동물과 놀면서 지내고 있었다.
소파에서 다리를 벌리고 애완동물의 개 '에리'의 입을 차분히 만끽하고 있을 때, 텔레비젼의 뉴스가 키츠네군의 귀에들려왔다.
"올해 크리스마스 판매경쟁이 피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백화점에서도 오늘의 이브 날을 타겟으로 성대하게 크리스마스 세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였지.........)
멍하니 천정에 시선을 향하면서 감각을 즐기고 있던 키츠네군은, 그 때 하나의 약속을 생각해냈다.
"한 번이라도 좋습니다. 그, 병문안 하러 와주실 수 있습니까? 가능하면....... 그-, 크, 크리스마스에."
야쿠자도 한 번 노려봄으로서 떨게 만드는 렌이, 흠칫흠칫 떨면서, 그리고 필사적으로 했던 말..........
떠올린 것만으로도 키츠네군은 수줍어하는 표정이 되었다.
"수술은 어떤 문제도 없이 끝나서 회복을 기다릴 뿐..... 이라고 말했었어."
키츠네군은 크라운의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말에 '에리' 개는 이상하다는 듯이 키츠네군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애완동물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면서 키츠네군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럼, 오늘은 이제 좋아요, '에리' 개, 오늘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아우-, 구으응."
키츠네군의 말에 '에리'개는 그렇게 울음 소리를 내며 아쉬운 것처럼 올려다보았지만 키츠네군이 옷걸이를 향해 걸어자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현관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현관 앞에는 벗어둔 속옷이나 옷이 어질러져 있었다.
'에리'개는 코로 킁킁하며 냄새를 맡고 속옷이나 옷을 차례대로 익숙하게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입었을 때 '에리'개는 두 발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준비되었죠?"
안에서부터 키츠네군이 나왔다.
운동복에서, 스웨터에 청바지의 차림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리고 놀란 듯이 키츠네군을 바라보고 있는 '에리'개의 모습을 가볍게 확인했다.
일단 옷은 입고 있었지만, 스커트 밖으로 셔츠가 빠져나오지 않았는지 양말이 제대로 신겨졌는지...........
키츠네군은 그런 '에리' 개의 모습을 재빠르게 고쳐주고 나서, 그 이마에 한 손을 대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리'개..... 당신은 사람이에요? 아니면 개에요?"
"쿠응-............저, 저...............개............."
제대로 말이 되지 않는 목소리가 '에리'개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왔다.
"그렇죠, '에리'개. 당신은 저의 애완동물 개에요. 그런데 지금부터 제 마법으로 당신을 인간이 되게 해줄께요. 당신이 동경하고 있던 인간의 생활을 하게 해줄께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상냥하게 '에리'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에리'개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 몸을 상하로 흔들었다.
꽤나 기쁜 것 같았다.
키츠네군은 '에리'개의 그런 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그러면, 잘 들어요. '에리'개, '에리'개, 인간-, 인간이 되어라 '에리'가 되어라-"
키츠네군은 노래하는 것같이 리듬을 붙여 '에리'개에게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회전 돌게 했다.
탄력으로 스커트가 원을 그리며 퍼졌다.
당황해서 그것을 손으로 누른 에리는 자신이 인간이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뻐요! 저, 인간이 되었어요!"
에리는 현관에 걸려있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면서 눈을 빛냈다.
그런 에리에게 키츠네군은 말했다.
"에리, 좋아요. 당신은 지금부터 당분간 인간계에서 살아야 하니까 가족도 준비해 뒀어요. 바로 옆에 당신을 부인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어요. 당분간은 2명이 사이좋게 살아야 해요."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저, 능숙하게 연기해서, 절대 개라는 것을 들키지 않을께요!"
에리는 그렇게 말한뒤 환한 웃으며 키츠네군의 손을 잡았다.
"그래요. 당분간은 인간 생활을 만끽해둬요. 조만간에 맞이하러 갈테니까."
"그런데 개 다음은 늑대의 상대인가. 오랫만이니까 상당히 농후한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겠네."
현관문을 잠근 뒤,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거울을 들여다보고 빙긋하고 웃었다.
그러나..........
그 때였다.
키츠네군의 휴대폰이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 선율은.......'여우.'
키츠네군은 눈썹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주시했다.
"우-! 일이야?"
일은 불규칙하게 계속되므로 이런 일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호출받은 것은 충격이었다.
"후-, 좋아....... 키츠네군입니다."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키츠네군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런, 키츠네군. 상당히 피곤한 것 같네요."
상대는 아니나 다를까 크라운이었다.
"그렇지만 겨울 휴가를 시작한지 1주일만에 호출되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져요."
키츠네군은 한숨섞인 대답을 했다.
"어머나, 딱하게. 그런데 누구에게 불려갔습니까?"
"누구는....... 크라운씨겠죠."
모르겠다는 크라운의 말투에 키츠네군은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저 말입니까? 아니요, 호출하려는게 아니에요. 좀 보고할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크라운의 말에 키츠네군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무래도 이 추운 날씨에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기분이 좋아진 키츠네군은 크라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그 내용을 이해하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에? 해고?"
키츠네군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드물게 말을 더듬었다.
"네, 그렇습니다. 바로 좀 전 클라이언트에게서 정식 통보가 있었으니까요."
"그거....... 역시 저 때문입니까? 렌이........ 반납되다니......"
예상도 한 적 없던 일에 키츠네군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아뇨,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그 사건은 계기가 되었을 뿐, 제 실수였습니다."
크라운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렌의 클라이언트는 인색한 남자입니다. 이번 건도 렌의 입원은 상관없지만, 1개월 동안 대응할 수 없으면 당연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든 회복 뒤의 대응 날짜를 조정해서 보충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양보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 쪽에서 대안을 냈습니다."
키츠네군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들었다.
"그래서 결국 렌이 없는 동안 대리인을 파견하고 렌이 복귀한 뒤 다시 날짜를 조정해 못쓰던 날들을 상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된겁니까? 그럼 괜찮지 않습니까? 상대가 납득했다면. 그런데 누가 대타를 맡았습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키츠네군의 질문에 크라운은 조금 면목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것은........ 우연히 이 시기에 한가했던...........그, 타치바나씨를 대리로 했습니다."
크라운의 대답에 키츠네군은 한순간 누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타치바나? 어, 타치바나는......... 어! 그, 타치바나 과장? '부-코'?"
키츠네군은 무심코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부-코'? 아, 그렇게 불렀었죠, 당신들은. 그렇습니다. 그 타치바나 과장이에요."
"그렇지만 인형이 아니잖아요."
키츠네군은 걸리는 점을 말했다.
"네, 뭐, 그렇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소유하고 있는 인형을 전부 다 써버려서요. 우선 1, 2개월의 대타이고, 주 1회라는 페이스니까요. 약간의 휴식도 된다고 생각해서 쿠마씨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크라운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런 것이었다.
쿠마의 즉석 암시로 칸다 코이치로의 별택에 다니도록 지시받은 타치바나 토모코 과장은 처음 갔을 때 쉽게 인형의 역할을 해냈었다. 코이치로도 렌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미녀가 신선해서 어떤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약간의 사고가 있었던 것이었다.
지정된 시간에 별택을 방문한 타치바나 과장이었지만, 이 날은 아직 코이치로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건네받은 열쇠로 먼저 안에 들어갔지만, 할 일이 없었던 타치바나 과장은 코이치로가 귀가할 때까지 집의 정리를 시작했던 것이었다.
원래 꼼꼼한 경리의 귀신은 지저분하게 어질러진 집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책상의 서류를 정리하려고 했을 때, 발견해버렸던 것이었다. 코이치로의 비밀장부를.
원래 DMC의 비밀장부 담당으로 스카우트 되었던 타치바나 과장은 단 번에 그 내용을 이해했다.
그리고 귀가한 코이치로에게 인형으로서 봉사를 하면서, 무심코 그 장부를 말했던 것이었다.
"정말 놀랐어요. 어제 밤 갑자기 제게 전화를 걸어서 '이 여자를 나에게 줘. 렌은 이제 필요없어! 트레이드를 희망한다!' 라고."
"그거....... 혹시 인형이라는 것보다........."
키츠네군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물었다.
"비밀 장부를 맡길 수 있는 상대를 찾아낸 것입니다. 뭐, 타치바나 과장 정도의 능력을 지닌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칸다씨의 흥분도 이해합니다만."
크라운도 회사 경영자로서 비밀 장부의 어려움을 알고 있으므로, 코이치로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괜찮습니까, '부-코'가 없으면......."
"아, 물론 대타격이죠. 그래서 거절하는 것을 전제로, 오늘 아침 일단 타치바나 과장과 우리 경영진이 회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사 가라사대 '저런 것은 자면서도 관리할 수 있어요.'라며 자신만만하더군요. 뭐, 그렇게 되면 클라이언트도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타치바나 과장이 주 1일 출장으로 칸다씨의 인형으로서의 일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크라운은 담담하게 설명을 끝냈다.
"그래서......... 렌이 해고되는 겁니까."
크라운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당황과 분노가 베여있었다.
"뭐, 키츠네군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시킨 인형이니까요. 단 3개월만에 바뀐다고 하는데 납득갈리가 없지만 이것도 일이에요. 어떤 일도 손님이 우선인 것입니다."
크라운은 가볍게 충고하듯이 말했다.
"어? 아, 그렇군요. 확실히 제 노력은 이미 돈으로 환산되었으니 불평할 처지가 아니네요. 그럴 자격이 없군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시원스럽게 물러섰다.
프로로서의 자각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렌은 어떻게 됩니까, 이런 경우에는?"
대신 키츠네군은 이 갑작스런 전개의 대응을 물었다.
"이번에 한하지 않고, 보통 클라이언트에게서 반납된 인형에게는 2가지 선택사앙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억을 봉인해 원래의 생활로 돌려보낸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보상회수 시장에 흘려보낸다는 것입니다."
크라운은 교사처럼 정중하게 대답했다.
"보상회수말인데 어느 정도가 됩니까?"
"신품의 반액, 즉 1천만입니다. 인기가 있는 경우는 경매도 될 수 있어요. 렌씨가 나가면 틀림없이 경매죠. 만약 나가면............ 이지만."
크라운은 마지막에 신경이 쓰이는 말투로 말했다.
물론 키츠네군은 곧바로 그 미묘한 뉘앙스에 반응했다.
"'만약 나가면?' 무슨 소립니까? 내지 않습니까?"
"네. 유감스럽지만, 그녀의 경우는 안됩니다."
크라운은 시원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경우, 일쪽에서 너무 우수하다라고 할까, 눈에 띕니다. 그녀를 경매에 붙이면 아마 인형으로서의 렌이 아니라 여형사 렌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사람들이 나와버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돼죠. 우리의 단골 손님중에는 이번처럼 경찰관료도 있지만, 반대로 경찰을 눈에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요. 그런 반경찰측 사람들에게 '여형사 렌'을 팔아버리면, 경찰측의 손님의 폐가 되어버립니다."
"아, 과연. 이번에는 클라이언트가 경찰관료였기 때문에 렌을 인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거군요."
"그런겁니다."
크라운은 깊게 수긍했다.
"그렇게 말하면, 렌은 기억을 봉인해서 원래의 생활로 돌려보낼 수 밖에 없다..........."
키츠네군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후후후, 유감스럽네요, 키츠네군. 손수 돌본 인형을 봉인해버리는 것은 역시 마음내키지 않는 것 같네요."
전화 건너편에서 크라운이 체샤고양이처럼 니야하고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뇨. 규칙을 지킬 뿐입니다. 얼른 봉인할께요."
키츠네군은 노력해서 차갑게 단언했다.
그러나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크라운이 말을 이었다.
"아, 한 가지 잊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선택사항이 있었어요. 후후후후."
그렇게 말한 뒤 크라운은 심술궂게 거기서 말을 잘랐다.
귀기울이고 있던 키츠네군은 그 '간격' 고통스러웠다.
완전히 크라운의 페이스에 끌려든 것이었다.
"잠깐만요, 느리잖아요, 도대체........."
그리고 기다리지 못한 키츠네군이 불평하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크라운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에요, 키츠네군. 당신이 사도 괜찮아요. 당신 개인 인형으로 어떻습니까? 사원할인으로 반액인 500만이면 돼요."
"저, 저입니까........."
키츠네군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놀란 표정으로 휴대폰을 응시했다.
*
"주인님! 고맙습니다! 정말로 와주셨군요!"
렌은 침대에서 다리를 내리면서 키츠네군에게 말했다.
한편 키츠네군은 그 때까지 입원은 커녕 아는 사람의 문병도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렌의 병실을 신기한 듯이 살펴보며 들어오고 있었다.
"에...... 의외로 넓네요, 병실이."
렌의 병실은 침대로 움직일 수 있게 기능적이었지만, 문병 손님용의 소파와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는 호텔 수준이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나 창가의 선반에는 빽빽하게 꽃병들이 놓여져, 여러가지 꽃들이 꽂혀있었다.
꽃집인가, 여기는...........
문병으로 방문한 친구나 동료들은 모두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이 가져온 꽃도 꽃병에 꽂아두고 돌아갔던 것이었다.
렌은 그렇게 방을 둘러보고 있는 키츠네군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늘의 키츠네군은 DMC에서 일할 때처럼 거친 모습이 아니라, 완성된 것 같은 슈트 모습으로 오른 손에는 카시미아의 코트를 들고 있었다.
마치, 데이트라고 하듯이..........
(나의 병문안을 위해 이런 모습을 해주신겁니까, 주인님?)
그렇게 생각하자 렌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렌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숨겼다.
옛날부터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에는 저항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주인님이라면 더욱 더 그랬다.
깜박여서 눈을 말리고 무엇인가 다른 것을 이야기해서 기분을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렌이 입을 열기 전에 키츠네군이 말했다.
"대단한 양의 꽃이군요. 모두 병문안 손님이 가져왔어요?"
"어, 네. 그렇습니다."
"흐응-후후후후, 그렇지만 모두 어설프군요. 저는 반드시 이럴 거라고 생각해서 이것을 사왔어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한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안에서 '그것'을 꺼냈다.
렌은 그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
"그거...... 화분.....이군요."
"예. 그래요. 꽃다발을 사려고 생각해서 꽃집에 가니까 이것을 팔고 있었어요. 어쩐지 잎같은 이상한 꽃이니까 세일로 팔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요. 조금 생각해보니까 꽃병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니까 이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요."
키츠네군은 싱긋 웃으며 포인세피아의 화분을 보였다.
렌은 그런 키츠네군의 표정을 보고 훅 하고 웃어버렸다.
"어? 뭐죠? 뭔가 이상해요?"
키츠네군은 멍청한 표정으로 괴로운 듯이 웃음을 참고 있는 렌을 보았다.
"조, 좋아요. 훗! 쿠쿠쿠쿡........ 아, 저, 기쁩니다. 진짜요."
렌은 한 손으로 입을 누르면서 침대에서 일어선 뒤 그런 키츠네군에게 향했다.
아직 왼발에 감겨진 붕대는 풀지 않았다. 물론 통증도 있었다.
그러나 렌은 그 정도는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상한 것 같은 표정으로 화분을 들고 있는 키츠네군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짝 모았다.
"고맙습니다. 저의 보물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렌.........
키츠네군은, 갑자기 마음 속에서 파도가 이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다......... 이것이 렌의 진정한 무서움이다........ 그 팬더를 미치게 한, 여자로서의 마력이다.)
남자라면 누구든지 끌어들여 버린다. 마치 로렐라이의 노레같은 마력이, 지금 최대의 힘으로 키츠네군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키츠네군은 그런 렌의 무의식적인 미태를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 명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작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렌의 손에 포인세티아를 맡긴 뒤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며 창가로 다가갔다.
겨울의 구름 하나 없는 밤하늘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커텐을 열고 그 달을 응시하는 키츠네군의 옆 얼굴을 렌은 바라보았다.
젊고 선이 가는 뺨에 달빛이 쏟아졌고, 신비스런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방금 전 미소의 흔적이 부드럽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렌은 오한을 느꼈다.
(뭔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다. 뭔가...... 매우 괴로운 일을.)
그것은 예감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애매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렌의 가슴에 다가온 그것은, 마치 권총의 총알을 쏘는 것처럼, 실수없는 현실감 그 자체였다.
"렌........."
밖을 내다보면서 키츠네군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렌은 순간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일부러 받은 화분을 소리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키츠네님, 역시 알아두는 것이 좋아요. 병원에 화분은 금물이랍니다. 그것은 병실에 '뿌리내린다'라고 해서 재수없다고 하니까요."
키츠네군은 렌의 그 말에 뒤돌아서서, 마치 거절하듯 등을 보이고 있는 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 그런데 키츠네님, 무엇인가 마실래요? 커피가 좋으세요, 홍차가 좋으세요? 후후후, 병원에는 비밀이지만 술도 조금이라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한쪽에 놓인 냉장고로 걸어가려는 렌의 등에 키츠네군은 다시 말했다.
"렌."
조용한 그 목소리에 렌의 등이 움찔하고 반응했다.
그러나, 그런데도 렌은 돌아보지 않았다.
"........배가 고프시면.....케, 케이크라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렌에게 키츠네군은 천천히 다가가서, 뒤에서 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렌."
세 번째로 키츠네군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렌은 머리를 흔들었다.
"제발...... 아무것도 말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요."
마치 어린 아이처럼 떨면서, 그렇지만 힘껏 거절을 드러내는 렌의 등........
다시 키츠네군의 가슴 속에 방금 전의 파도가 밀려왔다.
그러나 이미 결정했던 결론을 바꿀 키츠네군이 아니었다.
작게 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렌. 오늘 밤, 너를 해방한다. 너의 기억을 봉인한다."
*
"어, 진심입니까?"
크라운의 놀란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서 들려왔다.
"예. 진심이에요. 렌은 해방입니다. 저는 매입하지 않아요."
키츠네군은 결론을 반복해서 말했다.
크라운이 연락하고 나서 3시간 뒤였다.
"그렇....습니다. 어쩐지 조금 미련이 남는 것같은........."
그 말대로 크라운은 미련이 많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키츠네군이 구입하면, 크라운도 같이 즐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말해도...... 제게도 여러가지 형편이 있어서요. 지금은 아직........"
키츠네군의 대답에 크라운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100% 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네요."
크라운의 기쁜 듯한 목소리에,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키츠네군은 쓰게 웃었다.
"네, 그렇습니다. 100%는 아니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키츠네군은 말끝을 흐렸다.
"후-.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렌에게의 처치를 부탁드릴께요. 그리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도중에 망설이면 안돼요. 제대로, 확실하게 해주세요. 그런 것을 허술하게 하면 우리의 목을 조이게 되니까요."
크라운은 기분을 바꾸기 위해서인지 조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허술하게 하면 의미가 없죠. 오늘 밤에 봉인하겠습니다."
"응? 무슨 소리죠? '의미가 없다'니?"
키츠네군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크라운이 물었다.
"아니요, 별로. 말그대로의 뜻입니다. 뭐, 확실하게 봉인할테니 안심해 주세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닫았다.
*
병실안은 아주 조용해져 있었다.
키츠네군의 말이 렌의 귀에 닿은 순간부터 병실 안의 시간이 멈췄다.
마치 인형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린 다음일까.
이윽고 하나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여 뒤돌아보았다.
"따를 수 없습니다. 그것만은."
렌은 작게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어떤 일이라도 합니다.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사람을 죽여도 좋습니다. 친구도, 동료도, 은인도, 모두 배반합니다. 제 신체가 망가져도 상관없습니다.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죽어도.... 좋습니다."
렌은 조용하게, 속삭이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주인님을 잊는 것만은........ 따를 수 없습니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키츠네군이 가한 암시가 아니라, 구축한 신뢰감이 렌에게 그렇게 말하도록 하고 있었다.
튼튼하게 쌓았던 만큼, 그것을 무너트리는 것은 키츠네군 자신에게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렌, 이것은 벌써 결정된 일이다. 나의 인형은, 나의 말에 따르면 돼."
강제로 떼어내듯이 키츠네군은 단언했다.
그 감정을 담지 않은 말에 렌의 가슴은 찢어졌다.
입술을 깨물고 올려다보는 그 눈동자에서, 눈물이 천천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죽어도........ 따를 수 없습니다, 주인님.............. 마음이 죽기 전에는."
그 말, 그리고 그 시선.............
키츠네군은 자신의 심리 방어가 찢어지는 경험을 이번 달에만 2번이나 하게 되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고 마음을 찢는듯한 아픔을, 마치 씹어삼키듯이 맛보고 있었다.
마치, 렌에게는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키츠네군은 계속해서 말했다. 렌의 뺨에 손을 대고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받으면서.
"싫다. 여성스러운 놈은........"
"여성스럽습니까......?"
렌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그래. 그것도 여성스러움의 응축이라는 느낌. 전혀 내 취미가 아냐."
키츠네군의 입에서부터 심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렌은 어째선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키츠네군이 말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입니까, 주인님........ 도대체 무엇을 말씀하시고 싶으신겁니까?)
렌에게 거부의 말을 퍼부으면서, 키츠네군은 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기대에 못 미쳐. 이런 렌이라면 처음부터 갖고 싶지 않았어."
('이런 렌이라면......', 이런 나.....라고? 눈물을 흘리거나 주인님에게 매달리는? 이것은 주인님이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건가. 기대되고 있는 일, '최초'에 나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은.......)
그 때 렌의 뇌리에 최초의 만남이 떠올랐다.
"네 녀석도 이 놈들의 동료냐-!"
DMC의 복도에서 타오르는 것 같은 분노를 키츠네군에게 향하고 있던 그 모습이, 그리고 그 분노가 소생했다.
그 때의 자신에게 있고, 지금의 자신에게 없는 것.... 그것은.........
렌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해했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이 요구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가를.
(하지만, 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내가........)
정직하게 말하자면 렌은 전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주인님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미 길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복부에 힘을 줬다.
렌을 향해 갖은 험담을 내던지고 있는 키츠네군을 향해, 렌은 날카롭게 노려보면서 대답했다.
"여성스럽다고? 이 나에게!"
불타는 것 같은 눈동자가 부활해 있었다.
그 갑작스런 변화를 키츠네군은 기적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물러서지 않아........ 반드시 돌파해 보인다. 그것을 기다려 주세요, 주인님.)
렌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마치 쏘아보는 것같은 시선을 키츠네군에게 향했다.
"렌..... 나에게 반항하는 거냐."
키츠네군은 엄한 시선으로 렌을 보았다.
그러나 엄격함은 있어도, 안타까움은 사라져있었다.
"들을 수 없는 것은, 듣지 않아. 따를 수 없는 것은, 따르지 않아."
렌은 단언했다.
최초의 망설임은 없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공중에서 마주쳤다.
그러나 그것은 방금 전같은 시선의 교류가 아니었다.
'기'와 '기'가 맞부딪치는 격렬한, 그러나 매우 그리운, 영혼의 대치였다.
그리고 그런 렌을 상대하며 키츠네군은 갑자기 싱긋 웃었다.
싱긋하고 한쪽 뺨에 억지로 미소를 떠올린 것이었다.
"건방지다, 이 나를 상대로. 하지만....... 렌다워."
그리고 미소를 숨기듯이 고개를 숙인 뒤, 키츠네군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조용한 병실안에서 키츠네군의 목소리만이 물결치듯이 퍼지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렌은 그 말의 하나하나를 보물같이 그 가슴에 새겼다.
"어때?"
다 말한 키츠네군은 차라도 권하듯이 물었다.
그리고 거기에 렌도 인사를 하듯이 대답했다.
"받아들일께요, 키츠네님."
그러나 그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렌의 시선은 키츠네군이 있는 곳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늑대의 거칠고 뜨거운 시선을 되살려서........
그런 렌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이윽고 한 손을 가슴에 대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
그 밤, 렌은 문득 눈을 떴다.
뭔가...... 노크 소리가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였다.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켜 문을 보았다.
그러나 사람의 인기척은 없었다.
(꿈.......인가.)
렌은 가볍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자려고 했다.
그러나 이불을 당기는 왼손에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을 향했을 때, 무엇인가 위화감을 느꼈다.
손바닥에서 한 순간 무엇인가 빛난 것 같았다.
"응?"
렌은 다시 왼손의 손바닥을 응시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한데. 뭐지? 무슨 숫자같은 것이 빛나는 것 같았는데.........)
알 수 없다는 표정의 렌은 무의식중에 한 손을 뺨에 대고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놀란 얼굴로 그 손바닥을 응시했다.
손가락 끝에 느껴진 습기........
"왜.....나, 왜 그러지? 왜 나, 우는 거지?"
달빛에 비추어진 손가락 끝은 틀림없이 젖어있었다.
렌은 당황해서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뭐야, 어째서 눈물이 나오는 거지? 약의 부작용일까?"
자신의 마음 속에 물어봐도 눈물이 나올 만한 이유는 없었다.
"'한밤중에 눈물이 나와 버려서'라고 말하면 강사님에게 웃음거리가 되어버리겠지. 하물며 동료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10년 정도는 놀림감이 되어버리겠네."
렌은 그 모습을 상상하고 푸우, 하고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위화감에 방해받는 일 없이 이불속에 스며들어갔다.
오래지 않아 건강한 숨소리가 울려퍼졌다.
달빛에 비추어진 실내에서 렌은 뜻밖일정도로 고민없이 깨끗한 표정으로 잠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렌은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었다.
그 왼손을 꽉 쥐고 있고, 오른손은 그 왼손을 지키듯이 감싸고 있다는 것을.
마치 손바닥에 중요한 보물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중요하고 중요한 보물을.
(2-26) 각각의 라스트 데이
문이 조용히 열렸다.
들어온 것은 이시다 요우코였다.
학교 수업 때 입고 있는 회색의 슈트 차림으로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출석부같은 검은 파일과 프린트를 들고 있었다.
"기립."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갸날픈,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키였다.
그 소리를 신호로 나머지 1명의 학생도 일어섰다.
등을 쭉 펴고, 보기 좋게 선 그 남자는 물론 켄지였다.
2명 모두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예."
미키의 목소리에 맞춰서 켄지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붕대를 풀고 원래의 잘생긴 얼굴을 되찾았지만, 그 입가에는 분명한 조소가 떠올라 있었다.
요우코는 그런 2명의 인사에 응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착.......석."
미키는 조금 늘여서 말한 뒤 어색한 동작으로 의자에 앉았다.
켄지의 집의 방 하나를 개조해서, 학교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책상과 의자가 2개 갖추어져 있었으며, 요우코의 등뒤에는 큰 화이트 보드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따뜻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비추고 있어서, 아침의 교실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국어의 수업이 아니라..... 특별히 사회의 수업을 실시합니다."
요우코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켄지에게 시선을 맞추지 않으며 말했다.
"우선... 이 프린트를........"
요우코가 그렇게 말하며 한 손에 들고 있던 프린트를 나눠주려고 할 때, 갑자기 켄지가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미키의 등에 내리쳤다.
"아악!"
반사적으로 등을 젖히는 미키, 그리고 표정이 굳어지는 요우코.
그러나 2명 모두 그 야만스러운 행위에 1마디도 항의하지 않았다.
반대로 켄지를 보았던 요우코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해요. 먼저 출석부터. 강사님, 멍청했어요."
요우코는 당황하며 손에 들고 있던 출석부를 열고 신중히 읽었다.
요우코가 잘못하면 미키가 채찍을 맞는다.
"쿠......쿠로이와......켄지.....주인님."
"예에-."
켄지는 바보취급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 전용의......... 고기 변기 2호."
"예!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 전용의 고기 변기 2호입니다."
미키는 몸을 굳히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네......... 전원 출석입니다. 쿠.......쿠로이와 켄지 주인님 전용 고기변기 1호의 수업에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켄지는 그런 요우코를 즐거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특별 수업이므로........ 프린트를 나눠줍니다."
요우코는 파일에서 2장의 프린트를 꺼내 그 중 1장을 미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남은 1장을 손에 들고 일단 바닥에 무릎꿇은 뒤 켄지의 구두에 입맞춤을 하고 나서, 그것을 머리위로 치켜올리며 건네주었던 것이였다.
켄지는 턱을 괸 채로 한 손을 내밀어 그 종이를 받았다.
그러자 요우코는 한 번 더 켄지의 발에 입을 맞추고나서 화이트 보드 앞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수업을 시작합니다. 프린트에 있는 대로 오늘은 사회의 계층에 대해서 배웁니다."
요우코는 그렇게 말한 뒤 등뒤의 화이트 보드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지배자 - 평민 - 노예
깨끗한 글씨체로 화이트 보드에는 그렇게 쓰여졌다.
"이....... 이 세계에는 이와 같이 3개의 계층이 있습니다. 맨 위가 '지배자'계층으로......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이 계시는 계층입니다. 2번째가 '평민'입니다. 현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계층입니다. 그리고 ...... 우리 고기 변기는 최하층의 '노예'에 속합니다."
요우코는 학교에서의 수업때는 경쾌한 목소리로 설명했지만, 지금은 자신감없고 긴장된 목소리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요우코를 응시하는 켄지의 시선에서는 끈적거림이 묻어나올 것 같았다.
"강사님,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켄지는 학교에서 우등생 흉내를 낼 때같은 말투로 물으며 손을 들었다.
그러나 입가의 조소는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네,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 질문을 부탁합니다."
요우코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하면서 다시 켄지의 앞에 무릎꿇고 이마를 바닥에 댔다.
인형으로서 켄지에게 납품된 뒤 2주 동안 행동에 대해서 철저하게 가르쳐진 것이었다.
"'지배자'와 '평민', 그리고 '노예'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같은 인간인데 평등하지 않습니까?"
켄지는 태연히 그렇게 말했다.
평소 자신이 단언하고 있는 것을 요우코의 입으로 말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네, 질문 감사합니다. 고기 변기 1호가 대답합니다."
요우코는 바닥에 엎드려 이마를 댄 채로 그렇게 말한 뒤, 일어서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질문한 계층간의 차이입니다만,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권리의 차이입니다. 지배자층과 평민층은 각각의 계층 내부에서는 같은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질 수 있습니다만 평민층에게 지배자층에 대한 거부권이 없습니다. 모든 평민은 지배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것이 차이입니다. 그리고........ 노예층은......... 이미, 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없습니다. 지, 지배자에게 .......... 길러지는....... 가축입니다."
과연 마지막 부분은 말하기 힘들어하며 요우코는 설명했다.
"흐응..... 그렇군요. 그럼, 평민이 만약 지배자에게 반항하면 어떻게 되죠?"
켄지는 손을 머리 뒤에 모으고, 의자를 뒤로 기울이면서 물었다.
요우코는 방금 전처럼 바닥에 엎드려서 이마를 대고 난 뒤에 대답했다.
"네. 지배자에게 반항한 평민은...... 노예가 됩니다. 그것이 정확히 우리 자매입니다."
"아-, 그렇게 말하면, 옛날 요우코라거나 미키라고 자칭했었었죠. 과연, 그것이 노예가 되면 고기변기 1호와 고기변기 2호가 되어버리는 것이군요. 헤헤헤헤..... 비참하네요."
켄지는 체념 반, 분노 반의 요우코의 얼굴을 응시하며 눈을 빛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회에서 벗어나면 노예와 평민은 분별하기 어렵네요. 그러면 강사님, 어떻게 하면 노예와 평민을 구별할 수 있는 거죠?"
켄지의 물음은 계속되었다.
요우코는, 이미 단념한 것처럼 켄지가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서 대답했다.
"그러면, 노예의 분별법을 지도합니다. 자, 고기 변기 2호, 이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말하며 요우코는 미키를 화이트 보드 앞에 서게했다.
그리고 켄지가 보는 가운데, 요우코는 미키의 스커트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속옷이 아니라 검은 가죽과 쇠사슬로 만들어진 구속도구였다.
"보시는 바와 같이, 노예의 구멍은 지배자 계층의 주인님 전용이므로, 이와 같이 정조대를 착용해 마음대로 다룰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요우코는 이번에는 미키의 교복 목부분을 벌렸다.
"이와같이 목걸이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통상, 여기에는 소유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미, 아니 고기 변기 2호의 경우, 쿠리이와 켄지 소유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요우코가 그렇게 미키의 목걸이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켄지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떠올린 채 보고 있었다.
"OK, 잘 알았어. 그러면 이제부터 고기 변기 2호는 그대로 거기서 자위쇼를 해라. 고기변기 1호 강사은 수업을 계속하고."
켄지의 명령에 2명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조아린 뒤, 미키는 일어서자마자 교복을 벗어던지고, 요우코는 다시 프린트를 꺼냈다.
"그러면 프린트를 봐주세요. 여기에는 참고를 위해 진짜 '노예계약서'를 복사해두었습니다. 그 내용을 설명하겠습니다."
요우코는 내용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정조대 내부에 설치된 전동 바이브레이터가 작동하는 소리를 BGM으로 전라에 목걸이만 하고 있는 미키가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이며, 그 모형 남근을 보지 깊숙이 집어넣고 있었다.
"아우우.........쿳, 쿠후우웃..........하힛............아아아앙."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허덕이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미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노예계약서........ 저, 이시다 요우코는 쿠로이와 켄지님과 노예 계약을 합니다. 쿠로이와 켄지님을 주인님으로 해, 이시다 요우코의 모든 인권을 버리고, 주인님의 노예로서 평생동안 봉사합니다. 이 계약은 계약 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유효합니다."
한 쪽에서는 정조대 부착 자위쇼, 한쪽에서는 스스로의 노예 계약서 낭독...... 켄지는 이 비참한 모습에 만족했다.
"자, 고기 변기 1호! 나의 평생 노예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냐?"
"네. 고기 변기 1호는 쿠로이와 켄지님의 성처리용 가축이므로, 저의 모든 구멍은 주인님의 정액을 짜내는데 이용하십시오. 집에서도, 하, 학교에서도, 탈 것 속에서도, 주인님이 희망하실 때 희망하는 구멍을 제공하겠습니다."
"헤헤헤, 그런가. 너, 열심히 공부해 교사가 되었고, 열심히 검도를 연습했던 것이 아냐? 괜찮겠어? 그런 것들이 전-부 버리고 나의 고기 변기를 해도."
"저, 저는 암캐이기 때문에............ 주인님의 정액을 짜내는 것이 존재 가치입니다. 그...... 그러니까...... 지배자 계층의........주인님에게 길러지게 되어.......... 해.....행복한........아."
요우코는 거기까지 말하고, 마침내 눈물을 흘렸다.
그 의연한 요우코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켄지는 이제 오늘의 첫발 째를 낼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2주일 전과 같이 초조해하는 분위기는 조금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뒤, 부드럽게 걸어가 2명 앞에 서서, 입에서부터 침을 흘리며 멍한 시선을 공중에 향한채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미키의 목을 잡고, 그대로 아래로 끌어당겨 스스로의 하복부에 이끌었다.
그러자 조건 반사처럼 미키의 양손은 켄지의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안에서부터 발기한 페니스를 조심스럽게 꺼내서 주저없이 입에 넣었다.
곧바로 쭉쭉하고 소리가 나며, 미키의 입이 성기처럼 되서 켄지의 페니스를 감싸왔다.
그러나 켄지는 그런 미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요우코에게 손을 뻗어 고개를 들어올렸다.
"고기 변기 1호, 거기에 손을 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오열하고 있던 요우코는 그 명령에 다라 화이트 보드에 양 손을 대고 켄지를 향해 엉덩이를 쑥 내밀었다.
켄지는 그런 요우코의 엉덩이를 가볍게 어루만진 뒤, 간단하게 스커트를 걷어올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미키와 같이 정조대를 차고 있는 요우코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켄지는 혀를 차며 그 엉덩이를 바라보다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조교용의 채찍을 휘둘렀다.
"아.......아,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구멍을 지명해주십시오."
요우코는 채찍으로 맞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하도록 지도받고 있었다.
"그렇다. 조금 전 대량으로 대변을 내도록 했으니까 지금이라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고기 변기 1호, 항문의 구멍을 사용해주지."
"여, 영광입니다. 고기 변기 1호의 더러운 항문에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의 고귀한 정액을 부디 쏟아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요우코는 엉덩이를 더욱 더 켄지쪽으로 내밀었다.
켄지는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그런 요우코의 정조대의 허리 부분에 있는 구멍에 꽂아 돌렸다.
벨트 부분에서 허리뒤를 지나 음부를 덮고 있던 천이 풀렸지만, 아직 중요한 엉덩이쪽은 엉덩이에 붙은 상태였다.
켄지는 항문에 해당되는 부분의 가죽을 잡고 천천히 벗겨냈다.
그러자 거기에는 요우코의 항문에 꽂혀있는 항문봉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요우코는 전후의 구멍에 조교용의 바이브레이터를 넣은 상태에서 정조대를 차고 수업하도록 강요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침에 뜰에서 전라인 상태로, 잉어가 헤엄치는 연못 부근에서, 켄지가 보는 가운데 대변을 보게 당한 2명은 그 뒤 엉덩이를 닦는 것도 허락되지 않은 채, 역시 뜰의 한쪽 구석에 놓여진 세면기에서 손의 사용을 금지된 채로 개먹이에 얼굴을 들이대고 먹었다.
그리고, 그 비참한 식사 동안 뒤에서 500CC의 관장액이 주입되었던 것이였다.
키워드에 의한 강제 명령을 사용해, 세면기 안에 담긴 식사를 모두 먹어치우고 혀로 깨끗이 닦아낼 때까지 배설은 할 수 없게 한 켄지는, 2명에게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는 말을 하게 한 뒤, 다시 연못 근처까지 기어서 가게 한 다음 배설시켰던 것이였다.
확실히 가축 그 자체의 취급이었다.
그리고 그 뒤, 간신히 추운 뜰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것이 허락된 2명은 짧은 시간이지만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도 허락되었다.
거기서 스스로의 몸을 인형으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깨끗히 닦은 뒤, 자신의 손으로 바이브레이터를 삽입하고, 그 앞 뒤의 구멍을 켄지에게 보인 다음 정조대를 착용하게 되었던 것이였다.
나타난 항문 바이브레이터는 요우코의 체온으로 희미하게 김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더러운게 묻어있지는 않았다.
켄지는 그것을 확인하고 하복부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미키의 머리를 난폭하게 떼어놓은 뒤 요우코의 항문에 그 페니스를 찔러넣었다.
그리고 요우코의 몸을 맛보는 것처럼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 켄지의 엉덩이 뒤에는 어느새인가 미키가 무릎을 꿇고, 켄지의 엉덩이를 혀로 햝고 있었다.
(크크크크...... 꼴좋구나, 그 이시다 자매도, 지금 누나는 나에게 항문을 파이고 있고, 여동생은 나의 항문을 빨고........ 완전히 타락했군. 이 나에게 반항하는 놈은 전부 이렇게 만든다!)
성욕과 지배욕구를 완전하게 충족시킨 켄지는, 급속히 성욕의 계단을 달려오르며 요우코의 하얀 엉덩이를 움켜쥐고 마음껏 허리를 쳐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밤..................
새해의 그 날 밤, 켄지는 집의 거실에서 많은 일본인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텔레비젼으로 홍백전을 보면서,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일본인의 생활 방법과 약간 차이가 나는 것은, 좌우에 전라의 미녀를 거느리고, 그 몸을 희롱하면서 식사한다는 것이었다.
매년 이 시기는 켄지의 부친도 집으로 돌아와 내일부터 연초 인사를 하러 오는 손님을 대접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자신이 중앙 정계로 진출할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 도쿄의 집에서 신년을 맞이하게 되어있었다.
그 때문에 언제나 연말은 분주하게 되는 집도, 올해만은 조용한 것이었다.
켄지는 그 덕분에 정말 자유로운 연말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였다.
느긋하게 소파에 앉으면, 일류의 요정에서 사온 식사를 미키가 젓가락으로 입에 옮겨주고, 요우코에게 따르게 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텔레비젼에서는 아이돌들이 힘껏 꾸미고 노래하며 춤추고 있었지만, 작년까지 열중해서 보고 있던 여자들의 매력이 지금은 반감되어 느껴졌다.
살아있는 몸의 미키나 요우코의 아름다움이, 분명하게 만들어진 아름다운 아이돌을 상회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조명을 크고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떠오른 요우코는, 한 때 빛나던 여신이 어둠의 요부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요염했다.
그리고 켄지에게의 태도도 이 며칠동안 완전히 온순하게 되어, 지금은 강제 워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켄지가 장난치듯 알몸의 유두를 잡아도, 부드러운 음모에 손가락을 걸어도, 움찔한 표정으로 몸을 열어가는 것이었다.
그런 요우코를 보니 켄지는 쿠로이와의 권력의 크기에 만족해 다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갈 활력을 얻고 있었던 것이였다.
(후후후, 좋지않은가, 이 생활. 이 건방진 여자를 노예로 만든 것 정도로 즐거운 일은 없을 거야. 매년 새로운 여자를 늘려갈까? 1마리 2천만........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내가 독립한 뒤에는 그것도 꿈이 아냐.)
켄지는 물을 탄 술이 담긴 유리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 때 켄지를 현실로 되돌리듯이 방의 구석에서부터 부드러운 호출음이 울렸다.
켄지는 귀찮은 듯이 작게 한숨을 토해냈지만, 곧바로 미키에게 턱으로 지시했다.
켄지의 얼굴을 가만히 주목하고 있던 미키는, 그 행동을 기다렸다는 듯이 벨이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에 달려갔다.
"네........ 쿠로이와입니다."
미키가 전화 받는 것을 보고 나서, 켄지는 요우코에게 말했다.
"이봐, 나의 무릎 위에서 위를 향하고 누워라."
켄지는 그렇게 말하고, 3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의 한 가운데 앉아있는 자신의 무릎위에 요우코의 몸을 눕게 했다.
그러자 켄지의 눈 아래에는 요우코의 새하얗고 매끄러운 복부가, 오른쪽에는 풍만한 유방이 놓여져서, 어슴푸레한 방안에서 요염한 음영을 만들고 있었다.
켄지는 그 매끄러운 복부위에 마시던 물 탄 술이 든 유리잔을 올려놓았다.
그 차가운 감촉에 한순간 요우코의 배에 힘이 들어갔지만, 그것도 곧바로 느슨해져 요우코는 인간 테이블의 역할을 온순하게 수행했다.
곧바로 미키가 수화기를 가지고 켄지의 발밑에 무릎꿇으며 그것을 내밀었다.
"쿠로이와 켄지 주인님.... 담임 시미즈 강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시미즈? 쿄오코가 아니고?"
"네. 주인님의 담임 시미즈 강사님입니다."
"흐응........"
켄지는 즐거운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수화기를 받았다.
"여보세요....... 쿠로이와입니다."
왼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빈 오른 손으로 요우코의 유두를 만지작거리면서 켄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어, 저, 담임 시미즈입니다."
"아, 강사님. 오래간만입니다. 요전 날은 제 사고 때문에 여러가지로 폐를 끼쳤습니다."
"폐라뇨....... 터무니없습니다. 그것은 완전히 학교의 실수라서........ 이미 도련님께는 어떻게 사과하면 좋을지......"
전화기 너머에서 땀을 흘리며 아첨하고 있는 시미즈의 얼굴이 떠올랐다.
입다물고 있으면 당황해서 계속 사과하는 것이 눈에 보이므로, 켄지는 일부로 재촉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용건입니까?"
"아, 네, 그것입니다만...... 실은 좀 전에 교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만, 이번 겨울 방학에, 이사장은 계시지 않는다고......."
"네. 도쿄에 출장갔습니다만."
켄지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아, 역시 그랬습니까.. 저, 몹시 황송합니다만..... 그렇다면.......내일 저같은 것이 연초 인사를 드리러가도...괜찮겠습니까?"
"후-?"
"아, 아, 아.........그, 그, 아버님이 계시다면, 저같은 일개 교사가 연초 인사라며 찾아뵙는 것 같이 뻔뻔스러운 일은 할 수 없습니다만..... 만약, 아버님이 안계시고, 도련님이 혼자계시면 그, 괜찮을까요, 연초 인사............"
켄지는 뜻밖의 제안에 놀랐지만, 곧바로 사냥감을 찾아낸 뱀처럼 눈을 번뜩거렸다.
"아, 그렇습니까? 물론, 환영이에요. 부디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 많이 준비할 수는 없지만 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와주세요. 그런데, 강사님의 아이는 태어났습니까? 그러다면 자녀분의 얼굴을 볼 수 있겠습니까? 가족 3명이 와주신다면 진짜 기쁠 것 같습니다."
켄지는 기분좋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어? 3명이? 그런, 폐를........"
"터무니없습니다. 나는 아기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부디, 데리고 와주시겠습니까? 거기에 사모님 쿄오코 강사님에게도 올해 생도회 대책 당담으로 많이 신세졌으니까, 내일은 그 답례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3명이 ........ 부탁합니다."
이렇게 켄지가 마구 부탁하며 시미즈 교사에게 3명이 연초에 오는 것을 약속하게 한 뒤, 전화를 끊었던 것이였다.
".......위험한 것을 잊었었다. 아직 1명, 이 쿠로이와에 반항했던 바보가 있었지. 헤헤헤, 내일이 기다려지는 구나."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배에 올려놓았던 유리잔을 들고, 안에 든 액체를 단번에 마셨다.
그러자 위의 안쪽에서 불길이 치솟아올랐다.
켄지는 뜨거운 숨을 내쉰뒤 무릎위에서 무방비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는 요우코의 보지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촉촉하게 젖은 틈을 손가락끝으로 느끼면서, 들고 있던 무선 전화기를 요우코의 보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우욱."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고통인지 쾌락인지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켄지는 조금도 신셩쓰지 않고 그 입에 비어있는 오른손의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요우코의 혀는 그 손가락에 뜨거운 숨을 내쉬며 정성껏 빨기 시작했다.
"완전히 고기변기가 되었구나. 좋은 모습이다. 내일은 네가 주역이다. 너의 그 모습을 쿄오코에게 충분히 보여줄테니까. 헤헤헤, 그 수화기로 자위 시켜줄까?"
켄지는 자신의 권력에 도취되어 내일의 음욕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러나........
켄지는 끝내 깨닫지 못했다. 쿄오코의 이름이 나온 순간 요우코의 속에서 무엇인가가 눈을 떴다는 것을.
어둠 속, 켄지가 움직이는 수화기에 희미하게 허덕이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 눈동자에는 인형으로서 납품된 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빛이 돌아와 있었다.
그것은 요우코 속에서 눈을 뜨였다............. 아니, 스스로 눈을 떴다. 요우코가 요우코인 본질, 그 키츠네군조차도 그것만은 바꿀 수 없었던, 요우코의 본능이 때가 다가온 것을 느끼고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키츠네군의 암시에 의해 완전하게 분리되어있는 요우코의 현재 의식은, 지금도 켄지의 희롱에 반응하여, 피학의 쾌감에 녹아들고 있었지만, 그 의식의 바다의 바닥에서는 이 2주동안 불쾌하고 단조로운 자극의 계속에 완전히 싫증난 상태였던 것이었다.
(이제 충분하죠, 키츠네님? 당신의 부탁이니까 저... 이만큼 참았어요. 그렇지만 일어설 때에요. 이제 당신의 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 약속의 날, 키츠네군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선언했던 요우코는 사라지지 않았었다.
깊은 바다의 바닥에 연결된 최면의 쇠사슬을 감은 채로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였다. 그 강함을 드러내면서.
키츠네군의 최면은, 요우코에게 실패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할 때마다 세련되어진 그 기술에 완전히 걸려있었다.
키츠네군의 최면의 본질은 피시술자와의 사이에 쌓아가는 신뢰감의 깊이, 그 튼튼함에 있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린다.-
포로가 된 여자들의 가슴 안쪽에서 모두 한결같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요우코도 그 생각은 같았다.
요우코가 지금까지 다루어온 여자들과 유일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그것은 다른 여자들이 모두 키츠네군에게 사랑받는 것을 원한 것과는 달리, 요우코만은 사랑하는 것을 원한 것이었다.
사랑받는 것을 바라는 여자들에게 키츠네군의 암시에 저항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요우코는........ 역시 요우코였다.
키츠네군의 손으로 그 마음이 완전하게 부셔지고, 재구축되었지만, 그곳에 나타난 프라이드, 자신감에는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당신에게 버려져도,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저는 당신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이 마음만큼은, 비록 당신이라도 바꿀 수 없어요.)
켄지로서는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요우코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지금, 키츠네군과의 장렬한 싸움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였다.
*
같은 밤...........
하타노 타카시는 노트북을 키고 어제 등록했던 프리 메일의 체크를 하고 있었다.
계획은 모두 순조로웠다.
내일 그 키츠네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오늘 밤 뿐이다....... 키츠네! 네가 편하게 잘 수 있는 건! 아니.......쿠쿠쿡....... 혹시, 진정한 편한 잠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하타노는 책상위에 놓여져있는 일본도에 시선을 던지며 내일의 복수극을 확신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뒤 도주 수단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설날의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임기응변으로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지금 하타노가 기다리고 있는 메일은, 만일을 대비한 보험같은 것이었다.
"이제 답장이 와도 좋을 때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브라우저를 킬 때, 하타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전화가 왔습니다."
물론 카오리였다.
이미 하타노의 파트너처럼 되어 있었다.
그 때, 학교 관계자를 여러명 손에 넣고, 그 중 미와라고 하는 학생은 하타노의 성 처리용 노예로 만들었지만, 누구도 카오리처럼 온순한 인형으로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이였다.
하타노는 휴대폰을 말없이 받고 귀에 댔다.
그러나 전파 상황이 안 좋아서인지 노이즈가 많았다.
"카오리, 그 녀석에게서 온 메일을 확인해봐라. ID와 패스워드는 그 옆에 붙어있다."
하타노는 카오리에게 명령하고, 어쩔 수 없이 일어서서 창가쪽으로 걸어가 통화를 시작했다.
"나다. 어때?"
"그런가! 좋아, 예정대로다. 그리고 시간은?"
하타노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래. 12시, 알았다. 그러면 잘 들으세요."
거기서 하타노는 입을 다물고 어조를 바꾸었다.
"'키츠네 사냥'..... 복수의 발동은 만나고 나서 25분 뒤에요. 반복해봐요. 그래, 그래요. 그렇게 하는 거에요. 자, 그 때까지는 명령을 봉인합니다. 3을 셉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것을 잊습니다. 알겠죠? 네, 1, 2, 3! 어때, 기분은? 아, 알곘다. 12시겠지? 후후후....... 아무것도 아냐. 연락 고맙다. 그럼......."
하타노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껐다.
희미한 전자음이 통화 종료를 전했지만, 하타노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드디어 계획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멈출 수는 없었다.
가슴의 깊숙한 곳에서 근질근질한 덩어리같은게 있었지만, 그 정체가 무엇인지 하타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카오리...... 어때?"
무엇인가를 토해내듯 숨을 내쉬고, 카오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표정의 카오리가 2, 3번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하타노에게 대답했다.
"아, 네, 죄, 죄송합니다. 저, 잘못해서 브라우저를 지워버렸습니다. 곧바로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카오리의 대답에 하타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됐다. 내가 스스로 한다."
그렇게 말하며 하타노는 카오리를 비키게 한 뒤, 스스로 노트북을 다시 조작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ID,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1건의 메세지가 남아있는 것을 알았다.
조속히 열자............... 메일의 제목이 '입수'라고 되어있었다.
그것을 보고 하타노는 싱긋 웃었다.
"훗, 이것으로 준비는 완벽하다."
하타노는 '그것'을 입수하기 위해서 암흑가와 연력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간신히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이였다.
조속히 받으러 갈 필요가 있었지만, 이것은 여자인 카오리에게 맡겨둘 수는 없었다.
물론 스스로 암흑가의 인물들과 직접 대면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던 하타노는, 미리 준비해둔 무서운 얼굴의 남자에게 적당한 계획을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하타노가 하는 것은 그 남제에게서 짐을 인수할 뿐이었다.
하타노는 두꺼운 점퍼를 입고 마음편한 기분으로 나갔다.
행동 개시의 징은 자신이 울린다....... 그것을 의심하지 않고.
그러나...........
밖으로 나가자 카오리의 눈에, 지금까지 없었던 빛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하타노는 역시 깨달을 수 없었다.
그것은 몇 분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하타노가 명령한 PC브라우저에 표시되어 있는 검색 사이트의 화면을 보고 있는 동안, 카오리는 기묘한 데자뷰를 느꼈다.
(이 화면...... 본 적 있다.)
하타노가 지시한 것은 눈 앞에 있었지만 카오리의 눈에는 이미 입력란에 쓰여진 ID와 패스워드가 보이고 있었다.
카오리의 손가락은 자동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쫓아 움직인 뒤, 주저없이 엔터키를 눌렀다.
그러자 금새 메일 화면이 떠오르며, 가장 위에 있는 메일의 제목이 보였다.
"카오리, 연락해주세요. 나오코."
그것을 본 순간 카오리의 머리속에서 무엇인가가 튀어올라, 한 순간에 메일을 보낸 사람의 얼굴이, 눈동자가, 카오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며, 그것과 동시에 하타노의 모든 암시가 무시되었던 것이였다.
(나....... 터무니없는 일에 말려들었다....... 나오코님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안돼!)
그 순간이었다. 문득 들어올린 시선이 돌아보고 있는 하나토의 시선과 부딪친 것은.
카오리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내리고 서둘러서 브라우저를 닫았다.
그리고, 잘못했다며 기죽은 어조로 사과했던 것이였다.
그러나...... 말하면서도 카오리의 등에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심장은 파열할 것처럼 빨리 뛰고, 호흡은 떨리고 있었다.
그런 카오리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하타노가 다른 일로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관의 문이 닫히는 순간, 카오리는 무릎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쉬고 있을 틈은 없었다.
문을 잠그고, 카오리는 휴대폰을 꺼내서 망설이지 않고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이 연말의 밤하늘에 날아오른 전파 하나로 전해진 정보가, 움직이기 시작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주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
*
같은 밤...........
남편의 전화소리를 멀리서 들으면서, 쿄오코는 아무래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대여섯 시간 전 남편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말하기 시작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쿄오코, 내일은 첫참배 뒤, 좀 갈 곳이 있어."
산후조리도 순조로워, 쿄오코는 안고 있는 작은 딸에게 우유를 먹이면서,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친가에 가는 거죠?"
그러나 남편, 시미즈 케이고는 고개를 저었다.
"달라. 거기는 밤에갈거고, 우선 연초의 인사야."
"어머나...... 그러면 교장 강사님 댁에?"
"가야겠지만, 그보다 먼저..... 쿠로이와 군의 집이야."
그렇게 말하며 케이고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쿄오코를 보았다.
그러나 쿄오코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전신에 오한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 달에 들어서며 기적적으로 보내왔던 평온한 일상이 결국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당신......왜? 1명의 학생의 집까지 연초 인사라니......"
쿄오코는 그런데도 힘껏, 그 운명을 피하려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고는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라고 하는 듯이 기막한 표정으로 쿄오코를 보았다.
"차기 이사장이야. 내가 담임하는 반에 있던 것은 정말로 행운이었어. 여기서는 조금 써먹어 주지 않으면 안되지."
"아, 네, 그렇군요. 그렇지만, 나와 유키는 아직 일관계의 인사는 일러요."
"아니, 그렇게 딱딱한 것이 아니야. 실은 좀 전에 쿠로이와 군에게 전화하니까, 부디 3명이 와달라고 기쁜듯이 말했어."
케이고의 이야기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지만, 쿄오코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전화했다, 이 사람......... 그래서 '3명이 와라.'라고 명령받은 거군요. 그 악마에게.........)
어느새인가 남편은 사라져있었다.
문득 깨달으니 멀리서 남편이 누군가와 전화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팔에 안고 있었던 유키도 우유를 다 마신 상태였다.
쿄오코는 어머니의 눈으로 딸을 보면서, 동시에 그 이름의 유래가 된 새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던 1명의 여성을 생각해내며 말을 걸고 있었다.
(요우코씨....... 당신의 용기 덕분에, 나 유키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전화 덕분에 이 1개월 동안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유키의 이름은 당신의 모습에서 따온 것입니다. 겨울산에 쌓인 눈처럼 엄하고, 그리고 한없이 아름다운, 당신의 이미지를 딸에게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빨리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축복받고 싶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대체 어디에 가버린겁니까? 낮에 몇 번이나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나 때문에 지금도 쿠로이와와 싸우고 있습니까? 요우코씨...... 만약 나 때문에 당신이 심한 일을 당해버린다면.......... 나,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요우코씨, 나 무섭습니다. 한 번 더, 당신의 용기를 나눠받고 싶습니다......... 네, 요우코씨.)
각각의 생각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모두 이 1년이 끝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해는 이미 눈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2-27) 켄지의 함정
온화한 새해의 햇빛에 비추어진 그 신사는, 많은 참배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사카타 유사쿠는 그런 인파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근처의 커피숍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확보했다.
"후아-, 지쳤다."
유사쿠가 자리에 앉아 녹초가 되자, 그 정면에 앉은 젊은 여자가 바보취급했다.
"뭐야,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런데도 유도부? 단련하는 방법이 틀린 거 아냐? 아, 그러니까 보결인가."
유사쿠는 그 무자비한 말에 반박했다.
"무슨! 지금까지 내게 전부다 시키고, 거기다 이 비탈길을 쭉 내 뒷자석에 타고왔으면서, 무슨 소리야!"
"당연하잖아? 체력이 남아 돌고 있는 대학생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산시켜 주는 거잖아. 사랑스러운 남동생이 성범죄쪽으로 치달리지 않게 이 누님이 협력하고 있는 거 아냐! 아르바이트료를 받고 싶을 정도야. 그런데, 나도 참, 너한테 세뱃돈까지 줬으니."
꽤 귀여운 얼굴을 한 20살 정도의 여성이었지만 쇼트 보브의 헤어 스타일이 의외로 매니쉬해, 그 언발란스가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이름은 사카타 미유키라고 한다. 유사쿠의 3살 연상의 누나였다.
2명은 한적한 주택자의 변두리에 있는 비교적 유명한 신사에 참배를 왔던 것이었다.
집은 여기서부터 전철로 3역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원래 유사쿠가 트레이닝을 겸해 자전거로 참배를 오려고 했었는데, 거기에 누나 미유키가 억지로 뒤에 탔던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이 커피값도 도대체 누가 지불하...... 어이, 듣고 있어?"
미유키는 하나씩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유사쿠는 창밖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미유키는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았다.
그러나 그 눈에 들어온 것은, 참배 인파에 말려든 평범한 승용차 1대 뿐이었다.
국산 대형 원 박스 타입의 차로, 뒤로 트렁크가 튀어나오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상당히 더러워진 그 차는, 나들이 옷을 입고 있는 여성들로 둘러쌓여, 묘하게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운전석에는 여성이 앉아있었고, 그 옆의 조수석에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타고 있었다.
미유키는 그만큼 관찰하고, 다시 유사쿠를 돌아보았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차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을 말하려고 할 때 미유키는 어이가 없었다.
"뭐야, 유사쿠? 어디갔어!"
정신을 차렸을 때, 눈 앞에 있던 남동생이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였다.
미유키는 이유를 몰라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가게 밖으로 튀쳐나가서 차를 뒤쫓는 유사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찾는 것은 좋았지만, 뒤쫓을 타이밍은 지나 있었다.
"뭐야.....?"
미유키는 김이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커피를 손에 든 채 남동생이 달려간 곳을 눈으로 쫓을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유사쿠는 이미 누나에 관한 것은 잊고 있었다.
누나의 제멋대로인 말에 짜증나서 차도쪽을 본 순간, 시야에 들어온 차..........
그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차의 운전석에 시선을 맞힌 순간, 과장이 아니라 유사쿠의 등골에 전기가 흘렀던 것이였다.
눈이 동그랗게 뜨여지며 한순간 보인 남자의 옆얼굴이 망막에 새겨졌다.
(아, 저것은......... 그 남자다!)
유사쿠의 기억에는 없었다. 본 적 없는 남자였는데도, 그런데도 남자의 옆 얼굴을 잠깐 본 것만으로도 유사쿠는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과 겹치듯이 머리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유사쿠! 뒤쫓아라! 있는 곳을 밝혀내라!')
잠시동안 떠오른 그 명령은, 다음 순간 이미 사라지고, 어느새인가 유사쿠 자신의 의사로서 마음의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
"안된다......... 가버린다.......... 놓친다."
작게 중얼거린 유사쿠는, 다음 순간 이미 가게를 뛰쳐나오고 있었다.
인파를 밀어젖히며 차의 행방을 눈으로 쫓았다.
그러자 차는 도로까지 흘러넘치는 참배객의 행렬을 간신히 빠져나가 주택가에서 더욱 안쪽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럭키! 이 앞은 확실히 갈림길이 없었어! 쿠로이와 선배의 집이다!"
유사쿠는 그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좀 전의 커피숍으로 돌아와 두고 갔던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눈 팔지 않고 쏜살같이 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놓치지 않아......... 이번에야말로!"
차에 비해 아득하게 느린 속도의 자전거는, 금새 참배객들의 사이를 빠져나가 한산한 도로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치 스프린트와 같은 기세로 그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나친 기세에 프레임이 삐걱거리고, 체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무엇인가에 홀린 유사쿠는, 그런 자전거의 비명을 무시하고 계속 페달을 저었다.
(잡는다, 잡는다, 잡겠어, 너를!)
그러나...........
그것은 불과 10분 뒤였다.
"제에엔자아앙-!"
비탈길의 중간에서 웅크린 유사쿠의 입에서부터, 분노의 노성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발밑에는 체인이 끊어진 자전거가 쓰러져 있었다.
가슴의 안쪽에서 유사쿠를 안달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중요한 추적의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유사쿠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비탈길의 위쪽을 망연히 올려다볼 수 밖에 없었다.
*
약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계 바늘이 12시를 가리킬 무렵,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방문을 알리는 차임이 집안에서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울려퍼졌다.
넓은 일본식 방에 자리잡은 거대한 탁자와 잘 꾸며진 고급 요리............
켄지는 만족스럽게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 소리를 듣자 현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 어서오십시오, 강사님. 금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현관의 문을 열면서, 켄지는 눈 앞의 남자에게 상냥히 미소짓고 새해 인사를 했다.
"아, 아무래도, 아니,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쪽이야 말로 금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미즈 케이고는 여기에 올 때까지 인사말을 연습했었지만, 문을 열고 나온 켄지를 한 번 보자마자 뜻밖의 박력에 압도되어 준비했던 말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켄지에게는 상처 자국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이전과 같이 상쾌한 인상이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달까지 느껴진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사라져 지금은 확실히 스스로를 믿는 품격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아, 그, 뭐랄까......... 상처는 완전히 나았군요."
케이고는 말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생의 힘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네, 뭐, 소란 피울 정도의 상처가 아니었어요, 원래."
켄지는 케이고의 장황한 이야기에는 싫증나있었으므로, 말을 가볍게 끝내고 어깨 너머로 뒤를 보며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쿄오코 강사님. 오래간만입니다."
그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쿄오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마치 빈혈을 일으키는 것처럼 창백했다.
가슴에 안은 갓난아이를 부적인 것처럼 꼭 껴안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간신히 짜내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쿄오코는 한순간도 켄지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쿄, 쿄오코! 왜 그래? 그렇게 기운없는 목소리를 내고."
사정을 모르는 케이고만은, 그런 쿄오코의 태도에 깜짝 놀라 말했다.
"아, 괜찮아요, 오랫만에 외출했더니 좀 지쳤을 뿐이에요."
쿄오코가 남편을 보며 그렇게 변명한 순간 갑자기 켄지가 손을 뻗어 가슴에 안고 있던 아기를 받아들었다.
"!"
순식간의 일로서, 쿄오코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우와- 사랑스러운 아기군요. 이름은 뭐라고 합니까?"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를 자신의 팔에 안아들었다.
"유키라고 합니다. 쿄오코를 꼭 닮았죠. 아, 그렇지만 이 눈매만은 저를 닮고 있어요."
케이고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켄지는 그런 케이고의 말에 작게 웃은 뒤 케이고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강사님, 교오코 강사님이 지친 것 같으니까 빨리 들어오세요."
그리고 켄지는 유키를 안은 채로 집안에 들어갔다.
그 뒤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케이고..........
그러나 한순간 돌아본 켄지의 시선과 그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본 순간, 쿄오코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이, 이 남자는............. 이 악마는........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다....... 아직도 나를 희롱하려고?)
쿄오코는 공포로 몸이 굳어졌지만, 유키를 두고 도망치지 않았다.
마치 사형대에 오르는 것 같은 발걸음으로, 쿄오코는 그 집안에 발을 내딛었던 것이었다.
"자, 어서 들어오세요. 공교롭게도 가정부들이 쉬는 바람에 전부 주문 음식이지만,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켄지는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은 채, 두 명을 거실로 사용하는 서양식 방에 안내했다.
30 다다미 정도 될 것 같이 넓은 방에 중후한 테이블이나 소파가 여유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권유받은 테이블에는 파티라도 있는 것처럼 상당한 양의 음식과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호화로운 대접에 케이고는 몹시 놀라고 있었다.
"쿄오코 강사님도 부디 이쪽에. 그리고.... 아기는 여기가 좋겠군요."
놀라운 것은 어느새 준비했는지 베이비 침대까지 준비되어 있는 것이였다.
켄지는 그 안에 갓난아기를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우유를 마신 직후여선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완전히 켄지의 페이스였지만, 이렇게 되면 쿄오코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잔뜩 긴장한 채, 권유받은 의자에 앉았던 것이였다.
"강사님은 무엇을 마십니까? 일본술이 좋습니까? 양주도 있습니다만."
켄지는 익숙한 모습으로 2명의 급사역을 시작했고, 분위기에 압도된 케이고는 권유받는 대로 유리잔을 손에 들었다.
"그러면 다시.......... 올해도 잘 부탁합니다. 건배!"
그리고 켄지의 선창과 함께 각각의 유리잔을 부딪치며,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방에 퍼졌다.
얼핏보면 부드러운 새해의 연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고급 술의 취기때문에 곧바로 얼굴을 붉힌 케이고는, 지금까지의 긴장이 지나쳐 더듬던 말에서 갑자기 요설로 변했다.
게다가 그 내용은 명백한 아첨일색이어서, 듣고 있던 켄지 본인도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케이고의 모습이 이상해진 것은 마시기 시작한지 10분 밖에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변한다고 생각했을 때 의자에 기대고 있던 상체가 휘청거리더니, 마침내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 급격한 취기는 어떻게 봐도 이상했다.
"아, 여보! 이, 일어나요!"
쿄오코는 당황해서 그 어깨를 흔들었지만, 이미 그 몸은 연체동물처럼 어떤 힘도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쿄오코는 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켄지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케이고를 보면서 말했다.
"이상한데? 이렇게 곧바로 취해버리다니........"
"무슨 소리야! 술에 뭔가를 넣겠지!"
쿄오코의 대사에 켄지는 쓰게 웃었다.
"별로............ 다만, 조금 이상했어요. 왜냐하면, 사실 30분 정도 지난 다음에 의식을 잃어야 했으니까요."
켄지는 마치 송곳니를 드러내듯 쿄오코에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쿄오코는 그런 켄지의 웃는 얼굴만으로도 그 때까지 힘껏 꾸며온 허세가 무너지고, 몸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쿄오코....... 후후후, 잠시 만나지 않던 동안에 말하는 법을 잊었었나? 나를 뭐라고 불렀었지? 생각해내서 다시 말해봐."
켄지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여유있게, 결혼한 남편 앞에서 쿄오코에게 경칭을 생략하고 말했다.
쿄오코는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저었다.
"이제......... 그만둬요. 나는.......... 이제 놔주세요. 제발......"
"이런,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네요. 생각나게 해줄까요? 비디오나 사진이라면 썩을 만큼 있으니까요. 강사님이 알몸으로 복도에 서있는 거라든지, 스스로의 항문을 넓히고 애원하던 거라든지............"
켄지의 그 말에, 쿄오코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만둬! 전부 당신이 강제로 시킨 거잖아! 나는..... 이제 당신의 말을 듣지 않아!"
그것은 쿄오코의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절규였다.
그러나 켄지는, 의외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역시 대단하네요. 어머니는 강하다는 겁니까. 가련하네요.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다시 봤어요."
켄지의 온화한 태도에 쿄오코는 당황함을 숨기지 못했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다.
"그럼 돌아가게 해주세요. 당신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우리 부부를 풀어주세요."
그 말에 켄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별로 당신을 감금하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안심해요. 남편이 눈을 뜨면 돌아가도 돼요. 다만, 그 전에 나의 상대가 되주세요. 아, 걱정마세요. 별로 당신을 강제로 어떻게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강사님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싶을 뿐이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작게 웃었다.
그러나 쿄오코는 그런 켄지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뒤에 터무니없는 계획이 숨겨져 있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상쾌해보이는 얼굴 뒤에서 숨기지 못한 사악한 파동이, 몸전체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였다.
쿄오코는 압도된 것처럼 무의식중에 뒤로 물러섰지만, 다음 순간 그 다리는 멈췄다.
켄지가 천천히 움직여, 방금 전의 베이비 침대 안에 누워있는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괜찮겠죠? 어차피 남편은 잠들어있고. 마지막에 이런 자그마한 부탁 정도는 들어줘도."
켄지의 손끝은 천천히 유키의 목을 쓰다듬고 있었다.
"기다려요!"
무심코 소리를 높인 쿄오코에게 켄지는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올렸다.
"아, 그, 정말로, 식사만........ 같이하면........ 됩니까?"
"같이 해주시겠습니까?"
켄지는 아이를 응시하면서 물었다.
"아, 알았습니다."
쿄오코는 가슴에 손을 대고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듯이 숨을 내쉰 뒤에 그렇게 대답했다.
"기다려요! 어디로....... 어디로 갑니까?"
밝은 복도의 안쪽을 향해 걸어가는 켄지를 뒤쫓으며, 쿄오코는 물었다.
"일본식 방으로 갑니다. 그곳에 맛있는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기다려요. 그렇다면 남편이나 유키도........."
쿄오코가 당황해서 말하자, 켄지는 그 어깨 손을 얹었다.
"안돼요, 강사님. 지금부터의 식사는 어른의 시간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아이는 안됩니다. 거기다 남편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죠?"
쿄오코는 켄지가 그렇게 말하자, 더 이상 거역할 수 없었다.
이대로 식사를 끝내서, 더 이상 켄지의 기분을 거슬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2명은 훌륭한 일본 정원이 보이는 툇마루를 빠져나가 안쪽의 방에 도착했다.
켄지는 거기서 손뼉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자동문처럼 미닫이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고, 그 뒤에서 깨끗한 일본옷을 입은 한 명의 소녀가 조아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주인님. 식사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소녀는 이마를 다다미에 붙이듯이 고개를 숙인 뒤 켄지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소녀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던 쿄오코는, 켄지를 올려다 본 얼굴을 알아차리고 놀라움에 숨을 멈췄다.
"요우..........."
생각한 것은 입 밖으로 나오려다가 사라졌다.
(달라...... 요우코씨가 아냐. 닮은 사람이야. 대학학생 때 요우코씨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쿄오코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그 일본 옷의 소녀를 진지하게 응시하다가 다음 순간 중요한 일을 생각해냈다.
"당신.......... 혹시........."
그 얼굴 생김새, 그리고 방금 전에 들었던 목소리..... 그것은 지난달 전화로 이야기한 소녀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이름은 확실히..........
"미키씨? 당신....... 미키씨가 아닙니까?"
쿄오코는 묻고 있었지만,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의 반응은 예상을 배반하고 있었다.
"아니오. 다릅니다."
짧게 대답하고 소녀는 무릎꿇은 채 켄지를 올려다보았던 것이였다.
그 시선에는, 전화로 들었을 때같은 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겁먹은 작은 동물같은 비굴한 애원이 느껴지고 있었다.
켄지는 그런 소녀에게 살짝 시선을 주었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쿄오코를 돌아보며 상냥하게 말했다.
"자, 강사님. 이쪽이에요. 조금 전의 요리와는 달리 이 요리들은 좀처럼 먹을 수 없는 맛있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쿄오코를 안쪽으로 이끌고 갔다.
20다다미 정도의 일본 식 방 중앙에는 옻나무의 중후하고 거대한 탁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10명 정도는 한 번에 식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탁자에, 지금은 방에 앉을 때 등을 기대는 의자가 2개만 서로 마주보듯이 놓여져 있었다.
켄지는 당연하게 한 쪽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쿄오코를 맞은 편에 앉게 했다.
탁자위에는 이미 요리가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연보라색의 거대한 천으로 씌워져 있어서 쿄오코로서는 무슨 요리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천의 높낮이로 보아서 상당한 양인 것은 상상할 수 있었다.
쿄오코는 흥미로운 듯이 그 천 안을 상상하고 있다가 문득 켄지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쿄오코의 등골에 오한이 덥쳤다.
무거운 욕망이 베여있는 끈적끈적한 시선.
그것은 이미 1년도 전에, 쿄오코가 처음으로 켄지의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 올려다 본 눈동자를 응시하던 시선과 완전히 같았다.
무심코 숨을 멈추고 켄지를 응시하는 쿄오코에게, 켄지는 이렇게 말했다.
"강사님, 아니 쿄오코. 너와는 상당히 길게 사귀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아. 뭐, 오늘은 설날이고 '한 해의 계산은 설날에 한다.'라고 말하지? 식사를 하면서 나라고 하는 남자를 잘 알아 주었으면 해."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무엇을 할 생각이죠?"
쿄오코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물었다.
"아무것도..... 식사라고 말했잖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지? 무엇인가 하려고 했다면 조금 전 케이고가 있을 때 했어. 다만 1가지 해줘야 할 게 있어."
켄지는 사냥감에 덤벼드는 뱀과 같은 시선을 하고 말했다.
쿄오코는 침을 삼켰다.
"최저한의 식사 매너는 지켜줘. 마음에 안들면 먹지 않아도 좋지만, 실례인 행동은 하지마. 알겠어? 만약........ 그런 것도 지킬 수 없다면 잘자고 있는 케이고에게 비디오 테잎을 세배돈으로 줄지도 모르는 거야."
마지막에는 농담인 것처럼 윙크를 하는 켄지였지만, 그 시선은 진지했다.
그러나 쿄오코는 켄지의 그 이야기와 방금 전부터의 맥락으로 이 옷감아래에 있는 요리를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다.
(뭔가....... 기분나쁜 괴물 요리라도 준비했군요. 내가 혐오감으로 소란을 피우면, 그것을 핑계로 또 비디오를 꺼내 협박하려고 하려는게 틀림없군요.)
쿄오코는 그렇게 확신하고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 치졸했다. 바보같이 유치한 그 의도에, 지금까지 자신이 켄지를 과대 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심해졌던 것이었다.
"알았습니다. 상식적인 매너로 식사를 하겠습니다."
쿄오코는 조금 화난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대답을 들은 켄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오른 것을 쿄오코는 깨닫지 못했다.
딱!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켄지는 팔을 위로 뻗어, 손가락을 튕겨 선명한 소리가 울려퍼지게 했다.
그러자 좀 전의 소녀가 곧바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켄지는 그러나 소녀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천을 향해 턱을 내밀었다.
"치워라."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망설임없이 탁자위를 덮고 있던 천을 치워, 그 아래의 요리를 2명에게 보이도록 했다.
"오-, 맛있을 것 같네."
천 아래로 나타난 요리에 눈을 빛내며 응시하던 켄지는, 만족한 듯이 말했다.
쿄오코는 괴물 요리를 보는 것을 주저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켄지의 말을 듣고, 간신히 눈 앞의 테이블에 시선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요리를 본 순간 쿄오코의 눈은 얼어붙었다.
그곳에 올려져 있는 것..........
그것을 깨달았을 때, 쿄오코는 호흡마저 멈췄다.
그리고 몸 속에서 스며나오는 흔들림이 전신으로 퍼져, 그것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쿄오코의 입에서부터 영혼이 부셔지는 것 같은 절규가 튀어나왔다.
"아니야아아아-! 요우코씨-!"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은...... 전라의 요우코였다.
하얀 도자기와 같이 매끈매끈한 배 위에는 생선회나 맛있어보이는 요리가 놓여져 있었다.
양손은 몸의 겨드랑이를 따라 펴져있었고, 양 다리고 곧고 가지런히 피고 있었다.
그러나, 음부에는 성인 여성이라면 있어야할 음모가 깨끗이 깍여나가서 보지의 틈까지도 드러나 있었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리고 영혼이 없는 것처럼 멍한 눈동자는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헤헤헤! 어때, 쿄오코. 마음에 들었어? 특제 요리가. 내가 만든 거다."
켄지를 몸을 살짝 일이키고 쿄오코를 보며 조소했다.
그리고 위로 솟구친 요우코의 풍만한 유방을 비비고, 털없는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던 것이였다.
그 난폭한 애무에 몸 전체를 노출시킨 채, 요우코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완전히 켄지에게 바쳐진 불쌍한 제물처럼 보였다.
"싫어! 그만둬요! 멈추세요! 요우코씨에게 무슨 짓이에요!"
유일한 희망의 빛이 무너진 광경이 주는 절망감, 그리고 요우코는 말려들게 해버렸다는 죄책감........
쿄오코는 패닉을 일으키며 필사적으로 켄지의 손에 매달렸다.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어-!"
그러나..........
뒤에서 뻗어온 손이 쿄오코의 양 팔을 잡고 강제적으로 켄지에게서 떼어놓았다.
"그만둬, 놔!"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쿄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슬픈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쿄오코의 양 팔을 붙잡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어째서............."
예상못한 전개에 쿄오코는 아연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쿄오코를 짖궂은 미소를 띄운 채 응시하던 켄지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강사님, 부탁했습니다. 매너를 지켜서 식사해달라고. 그것이 식사 매너입니까?"
부드럽고 상냥한 어조였다.
그러나 그 뒤에 숨어있는 압도적인 자신감이, 마음의 지주를 잃은 쿄오코에게는 공포였다.
"이제 앉아주세요. 천천히 식사를 즐깁시다."
다시 켄지의 말이 들렸다.
그리고 켄지의 눈이 응시해왔다.
단지 그것만으로 쿄오코는 참을 수 없었다.
마치 허리에서 힘이 빠진 것처럼, 쿄오코는 그대로 주저앉은 것이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몸의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 쿄오코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켄지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헤헤헤, 강사님, 뭔가 오해하는 것 같군요. '요우코'는 혹시 이시다 강사님입니까? 실례예요. 우리 학교의 강사님과 이거는 틀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기쁜듯이 웃었다.
"크크크크..... 이거는요, 내가 최근 기르기 시작한 가축이랍니다. 조금 취향을 바꿔서 오늘은 접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평상시에는 나의 이동 변기입니다."
쿄오코는 빈혈로 쓰러질 것 같이 시퍼런 얼굴을 하고, 켄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켄지는 그런 쿄오코를 보며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요우코의 유두를 꽉 잡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잘 교육했죠? 후후후후, 어이! 이름을 말해라!"
켄지의 명령에 지금까지 텅빈 시선을 공중에 향하고 있던 요우코의 입이 천천히 움직였다.
"저는........ 쿠로이와 켄지님 전용의 고기변기 1호입니다, 주인님."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쿄오코의 눈에서부터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요우코씨....... 나, 나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겸비하고 있던 요우코가, 지금 끔찍하게 그 몸을 드러내며 예속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쿄오코는 통곡을 억제할 수 없었다.
켄지는 그런 쿄오코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텅비는 것 같은 상쾌함을 맛보고 있었다.
(나에게 대항하는 것이 어떤 결과가 되는지 잘 알아둬. 후후후,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2-28) 재생
그곳은 어둠이 가득했다..............
따뜻한 날씨, 따뜻한 햇빛이 방을 밝게 비추고 있었지만, 쿄오코에게는 켄지가 앉아있는 곳만 어둡게 느껴졌다.
어둠의 결계를 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켄지는, 그 어둠에서부터 태어난 생물처럼, 자유롭게 그 세계에 친숙해지고 있었다.
그 날카롭게 빛나는 눈은 인간 접시로 전락한 요우코를 응시하며 그 배 위에 놓여져 있는 음식들을 보고 있었다.
"흐응, 괴로워. 역시 신선한 재료로 한정하지 말걸."
불평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요우코의 몸에 향하는 그 모습...........
쿄오코에게 그것은 제물인 요우코를 탐내는 재앙의 신 그 자체처럼 보였다.
지금 켄지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한 번이라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마치 먼 과거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움츠렸다.
이대로 항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신을 가득채웠다.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졌고, 의식은 멀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쿄오코의 모습을 켄지는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안색이 종이처럼 하얗게 변해있었다.
방금전까지의 반항적인 분위기가 씻은듯이 사라져, 섹스 노예일 때의 익숙한 표정이 되고 있었다.
(후후후.......... 제 정신이 아니구나. 단지 이것으로 완전히 떨어지다니. 결국 노예로 태어난 여자는 이 정도인가.)
켄지는 쿄오코안에 자신에 대한 공포를 심은 것을 확신하고, 한층 더 크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한손으로 음식을 먹으며, 빈 손으로 요우코의 무릎을 벌린 뒤, 그 털없는 보지를 크게 넓혔던 것이었다.
쿄오코의 눈에도 요우코의 보지가 분명하게 보였다.
"잘 봐라, 쿄오코. 이것이 현실이다. 쿠로이와의 분노가 향한 여자의 영락한 모습이다."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요우코의 보지를 벌렸다.
"이 구멍에는 나의 자지를 몇 번이나 쳐넣었다고. 내키는 만큼 정액을 부어주었다고. 이 잘난듯이 까불던 입은, 지금은 노예의 맹세를 매일 반복하고 있지."
켄지는 요우코의 보지에 천천히 손가락을 밀어넣고, 젖어서 빛나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만지며 말했다.
"그리고 이 놈만이 아냐. 자, 술이다, 고기변기 2호!"
켄지는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크게 고함쳤다.
그러자 뒤에있던 미키가 튕기듯이 일어서서 쿄오코의 옆에 앉았다.
"부탁드립니다, 쿄오코님. 그, 술은...... 제가 따뜻하게 했습니다. 쿄, 쿄오코님의 손으로, 주인님에게 따라주실 수 없을까요?"
기묘하게도, 미키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닥에 엎드려서 기모노에 감쌓여진 엉덩이를 쿄오코에게 내밀었다.
"무, 무슨... 도대체......."
쿄오코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켄지와 미키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러자 켄지의 차가운 목소리가 미키에게 향했다.
"어이, 고기변기 2호! 장난치지말고, 네 놈이 빼내!"
그 목소리에 미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쿄, 쿄오코님, 부탁드립니다."
외치듯이 말한 미키는, 쿄오코의 앞에서 옷자락을 확하고 걷어올린 뒤 나신의 엉덩이를 내밀었다.
쿄오코의 눈 앞에 미키의 보지와 항문이 완전히 노출되었다.
그러나 쿄오코가 눈을 크게 뜬 것은, 그 양쪽 구멍에 무엇인가가 파묻혀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쿄오코님, 고기변기 2호의 보지에서부터 술을 꺼내주실 수 없을까요?"
그 말에 쿄오코는 숨을 삼키고, 보지에 들어있는 물건에 손가락을 댔다.
그리고 밖으로 내밀어진 부분을 잡고 천천히 꺼냈다.
"이, 이것은......시험관?"
미키의 몸속에서 분비된 점액이 묻어있는 그것은, 굵은 편의 시험관에 술을 채우고 코르크 뚜껑으로 막은 것이었다.
"술은 사람피부.......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의 고기변기도 사용하기에 따라서 편리하지."
요우코만이 아니라 켄지는 미키의 몸까지 장난감처럼 다루고 있었던 것이였다.
아직 대학학생인 여자 아이에게도 용서없는 켄지의 처사에 쿄오코는 이미 바로 볼 기운이 없어서 슬픈 표정으로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명령한대로 코르코를 뽑아 켄지에게 따르려고 할 때, 그제서야 술잔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해서 탁자를 살펴보다 켄지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켄지가 미소를 머금었다.
"술은 사람의 피부, 그리고 물론 그릇도 사람의 피부로 따뜻하게 데워서 사용하지."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요우코의 하복부를 더듬었다.
그 손의 움직임에 쿄오코의 시선이 못박혔다.
"쿄오코, 술이 식기 전에 나의 그릇을 꺼내라."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요우코의 다리를 더욱 크게 벌리고 그 보지가 보이게 했다.
쿄오코는 그런 켄지의 권유에,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그 손가락을 요우코의 보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집어넣다가 깊숙한 곳에 딱딱한 것을 만져 그것을 천천히 꺼냈다.
그것은 일본식 술잔의 하나였다.
"술잔............입니다."
쿄오코는 떨리는 몸을 필사적으로 억제하면서 켄지에게 그 술잔을 건네주고, 술을 따랐다.
"쿠-! 맛있다. 과연 아버지 비장의 음양주다. 쿄오코도 한 잔 마셔라."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쿄오코의 손에서 시험관을 빼앗고, 대신 술잔을 내밀었다.
어느새인가 켄지가 시키는대로 움직이고 있던 쿄오코는, 학교에서 범해질 때처럼 부드럽게 그 술잔을 받아, 권유하는 대로 잔을 기울였다.
"잘 먹는구나, 쿄오코. 아직 술은 충분히 있으니까 사양말고 마셔."
켄지는 그렇게 말한뒤, 미키를 불러서 손에 들고 있던 시험관을 다시 보지에 꽂았다.
그러나 뚜껑의 코르크는 지금 없었다.
미키는 술을 흘리지 않도록, 머리를 바닥에 댄 채로, 엉덩이만을 들러올린 자세를 계속 취하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쿄오코의 마음의 지주였던 2명의 미녀는 완전히 켄지의 장난감이 되어, 그 매력적인 육체를 도구처럼 사용되는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켄지의 기대를 웃돌아, 완전히 쿄오코를 재기불능케 만들고 있었다.
(이제 슬슬 끝내볼까.)
켄지는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뒤, 마지막으로 준비해둔 것을 말했다.
"쿄오코....... 나는 네가 무엇을 꾸몄었는지 전부 알고 있어. 읽었었다, 그 편지를."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쿄오코는 재미있을 정도로 반응했다.
한순간에 창백한 표정이 되어, 몸을 떨면서, 무릎을 꽉 쥐었던 것이였다.
"믿고 있었다. 상당히 귀여워해 줄 생각이었는데....... 이 쿠로이와를 배신하다니!"
켄지가 말끝에 힘을 준 순간, 쿄오코는 말그대로 뛰어올랐다.
눈이 동그랗게 열리고, 턱으로 땀이 흘러내렸다.
입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쿠로이와에게 대항한 자가 어떻게 되는지.... 벌써 충분히 깨달았겠지, 쿄오코?"
켄지는 또 어조를 바꾸어 이번에는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했다.
"너의 경우는 가까이에 그런 얼간이가 있어서, 너를 감언이설로 유혹했다는 것이 불행했던 거야. 솔직히, 나는 너를 돕고 싶다. 너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쿄오코. 아버지는 '쿠로이와에 반항한 놈은 1명도 남김없이 파멸시켜라.'고 말하지만 맡겨둬. 내가 수습해줄테니까."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쿄오코에게 윙크해보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 쿄오코의 손을 잡았다.
쿄오코는 움찔했지만 그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쿄오코......... 그것을 위해서 너의 협력이 필요해. 알겠지? 쿠로이와에 반항했던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드러낼 일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도 납득하지 못해."
켄지는 한쪽 눈썹을 올려, 곤란하다는 표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무엇을....... 하면......."
작은 목소리가 쿄오코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응? 아아, 별거 아냐."
켄지는 싱긋 웃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리고 켄지는 그것을 요우코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
"봐라."
켄지가 그렇게 말하자 쿄오코는 주저하면서 그것에 손을 뻗었다.
그것은 지우개보다 약간 큰 것이었다.
재질은 고무같았다.
손바닥에 이상한 것이 느껴져 뒤집어보자, 그 쪽에는 무엇인가가 조각되어 있었다.
반대로 새겨져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자세히 보자 거기에는 '고기변기'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써라."
그렇게 말하며 켄지가 준 것은, 검은 도장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곳을 골라 찍어라."
켄지는 요우코를 턱으로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했다.
"요우코씨에게........."
쿄오코는 손안의 도장을 보면서,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내일 조각하는 사람이 오도록 되어 있어. 아버지에게는 노예가 된 놈에게 '고기 변기'라고 문신을 넣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 때 너에 대한 것은 내가 잘 말해 줄께. '쿄오코는 완전히 반성해서, 스스로 주모자인 암캐 2마리에게 문신을 새기게 했다.'라고 말하면 아버지도 알아 주실 거야."
켄지는 악마같은 미소를 떠올리며 쿄오코에게 말했다.
그러나 쿄오코는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맛보고 있었다.
"무, 문신이라니! 그런 일 할 수 없어요! 부탁해요! 그것만은 멈춰줘요! 제발!"
쿄오코는 필사적으로 켄지의 팔을 잡고 애원했다.
자신때문에 희생된 요우코나 미키를 그런 심한 꼴로 만드는 것은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어? 그런가.......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찍을까? 하지만 쿄오코, 그렇게 되면 너도 이 놈들과 함께다. 내일부터 너도 나의 고기 변기다. 같이 문신을 새겨주지."
켄지의 말은 쿄오코의 마음을 송곳처럼 관통했지만, 그래도 자신만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요우코씨에게 문신을 새긴다면........ 저만 도망가지는 않습니다."
쿄오코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필사적으로 말했다.
"헤헤헤, 상당히 친하구나, 쿄오코. 좋은 배려야. 그렇지만....... 그 아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모친은 어느 날 돌연히 증발...... 부친은 실직해서 역시 실종............. 고아원행이라는 걸까? 크크크크크크."
켄지의 그 말에 쿄오코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숨을 쉬는 것도 잊은 것처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켄지를 응시했다.
"다, 다, 당신은....... 나 만이 아니라, 남편이나 유키까지..........."
"당연하잖아? 쿠로이와에 반항한 죄는 일가 전원이 갚지 않으면 아버지가 납득하지 못해."
켄지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쿄오코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모처럼 손에 넣은 행복이겠지? 일가 3명이 사이 좋게 살아가고 싶겠지? 당연해. 그것이 당연해. 나에게 맡겨둬. 케이고는 곧바로 학년 주임이 되게 해줄께. 유키에게는 좋은 사립 보육원을 소개해줄께. 네가 아주 조금만, 반성하고 있다는 것만 보여준다면, 그것이 전부 실현돼. 너의 인생 설계를 삐뚤어지게 한 고기 변기들에게 이별을 고하면........"
악마의 목소리가 쿄오코의 영혼을 찢었다.
붉고 귀여운 뺨에 미소를 떠올리는 유키의 웃는 모습이 뇌리에 떠올랐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 자신에게 내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요우코와의 대화가, 목숨을 지켜준 전화의 대화가 귀에서부터 멀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격려해주고, 용기를 준 그 목소리가, 말이 쿄오코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아아!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선택할 수 없어! 어느 쪽이나 선택할 수 없어! 버릴 수 없어! 아아, 도와줘! 도와줘! 제발...... 요우코씨.)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흔들며 고뇌하고 있던 쿄오코는, 무의식중에 요우코의 도움을 요구하고 있었다.
노예가 되고, 켄지의 장난감이 되어버린 요우코였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쿄오코에게는 그 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켄지에게 희롱당하는 요우코는 다리를 M자로 열고, 보지안으로 켄지의 손가락이 넣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배위에는 아직도 많은 생선요리가 놓여져 있었다.
쿄오코는 그 변해버린 모습에 새롭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러나 애원하듯이 그 얼굴을, 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부탁해요! 요우코씨, 대답해줘요! 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쿄오코는 신에게 기도하듯이, 요우코의 눈동자에 물었다.
한편, 요우코도 쿄오코의 매달리는 듯한 시선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켄지의 강제 워드에 의해 몸을 움직일 수 없던 요우코는, 시선조차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시야의 구석에 보이는, 쿄오코의 고뇌를 감지하면서도, 스스로의 몸 중심에 켄지의 손가락이 멋대로 들어오는 피학의 쾌감에 보지를 적시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쿄오코씨, 미안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어요!)
요우코는 그 안타까움에 마음 속으로 통곡하고 있었다.
(쿄오코씨,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쳐요! 당신만이라도 살아남아요! 저희들을 신경쓰면 안돼요!)
그러나 쿄오코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쿄오코는 요우코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돼요, 빨리, 빨리! 당신만은 살아남아요!)
요우코는 초조함에 미칠 것 같았다.
아무리 마음이 외쳐도, 그것이 육체에 전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마음의 발전기는 풀파워로 회전하고 있는데, 육체는 완벽히 준비되어 있는데, 그것을 전하는 전달기만이 꺼져있는채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요우코도 이런 스트레스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적이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전해지지 않는 거야! 이대로는, 이대로는 쿄오코씨를 구할 수 없어! 쿄오코씨를, 쿄오코씨를!)
요우코는 스스로도 왜 이렇게 쿄오코가 걱정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가슴 가운데에서 불이 붙는 것 같은 경고가 울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돼! 이대로는........ '또' 구할 수 없어!)
마음 속으로 그렇게 외쳤을 때, 요우코는 자기자신의 외침에 놀랐다.
(뭐? 또?)
요우코의 가슴에 떠오른 이 작은 의문은, 그러나 다음 순간, 그것이 도화선이었던 것처럼 요우코 안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쿄..... 쿄오코씨!)
요우코의 기억속에 갑자기, 쿄오코의 시체가 선명하게 떠올랐던 것이였다.
(뭐야, 이건! 어떻게 된거야!)
그것은 번개를 직격으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지나친 충격에 요우코는 한순간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을 때, 가슴의 안쪽이 어느새인가 기묘하게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방금 전에 받은 충격으로 마음의 어딘가에 균열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균열은 물이 새는 것처럼 요우코의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갔다.
(뭐지? 이 가슴의 웅성거림은? 뭘까? 뭐라고해도.... 가슴이 아프다.....)
요우코는 그 정체불명의 감정에 마음이 사로잡혀서 켄지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도 잊었다.
(뭘까........ 그리워? 달라! 그렇지 않아! 아, 그렇지만 그것과 매우 닮은 감정..........)
조금씩 요우코의 얼굴이 상기되고 있었다.
('그립다'가 아닌데....... '기다린다'? 으응, 그것도 달라...... 좀 더 뭔가 '뜨거운' 것.... 그래, 좀 더 뜨거워........ 몸이 불타버릴 정도로 '뜨거워.', 거기다 '그립다', 나의 소망! 희망! 아, 그래! 알았다! 나의 이 감정은, 이 생각은 '만나고 싶다!')
요우코의 가슴 속에서 계속해서 커지는 이 감정에 말을 적용시킬 수 있던 순간, '만나고 싶다'라고 하는 감정인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마치 댐이 무너진 것처럼 요우코는 그 감정의 물결에 삼켜졌다.
(만나고 싶어, 그 사람을!)
요우코의 마음이 외쳤다.
(누구? 누구를 만나고 싶은 건데?)
가면을 쓴 것 같은 다른 1명의 요우코가 냉정하게 물었다.
(만나요, 절대! 당신을 만나요! 당신의 곁으로 가요!)
(누구야.. 그런 사람은 없어.)
(아!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끝없이 솟구쳐오르는 감정의 격류에 비해 가면을 쓴 요우코의 목소리는 약했다.
그 흘러넘치는 감정이 결국 마음을 가득 채웠을 때, 그 압도적인 압력에 단단한 최면의 쇠사슬이 끊어져, 유래없는 사태가, 결코 생길 수 없는 기적이 생겼던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곁에서 쿄오코를 응시하고 있는 켄지조차 깨닫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한 기적이었다.
(어? 뭐....... 왜?)
쿄오코는 일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계속 필사적으로 빌던 쿄오코는, 그 때서야 깨달았다. 요우코의 시선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멍하니 공중을 향하고 있던 그 시선이, 어느새인가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게다가 그 시선은....... 원한도, 후회도 아니라...끝없이 상냥하고, 한없이 강한 요우코 그 자체의 에너지 넘치는 시선이 소생한 것이였다.
쿄오코의 두 눈은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쿄오코의 영혼은 육체에서 떨어져 요우코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요우코씨! 만나고 싶었어요!)
쿄오코의 영혼이 외쳤다.
(쿄오코씨....... 이제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요우코의 영혼이 감싸며, 상냥하게 끌어안았다.
(요우코씨, 나때문에 이렇게 심한 처지에.........)
통곡하는 쿄오코, 그러나 요우코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아니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런 일은. 유혹되지 마세요. 무엇이 심한 일인가요? 악마가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요?)
(몰라요! 알지 못해요. 도대체 어느 쪽을 선택하면 좋죠?)
쿄오코의 영혼은 찢어지는 아픔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간단한 일이에요. 악마가 갖고 싶어하는 것은 언제나 영혼. 당신의 영혼의 존엄성이에요.)
요우코의 강하고 상냥한 시선속에서, 쿄오코는 그 말을 분명하게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언젠가 들었던 요우코의 말이 마음 속에서 되살아났다.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고 당신의 아이를 길러 갈 수 있나요?"
쿄오코는 그 말을 생각해 낸 순간, 번개에 맞은 것처럼 몸 속에 전기가 퍼져갔다.
눈을 통해서 요우코의 에너지가 쿄오코에게 전해진 것처럼, 쿄오코안에서 믿을 수 없는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등이 펴졌다.
조금전까지의, 영혼의 비명은 사라지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기분이 되어 있었다.
몸이 안에서부터 따뜻해져갔다.
이제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눈앞에서는 변함없이 요우코가 켄지에게 희롱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신경쓰이지 않았다.
쿄오코는 발밑에 둔 핸드백을 살그머니 잡아당겼다.
그 안에는, 어제밤, 불안해서 잘 수 없었던 스스로를 안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넣어둔 물건이 있었다.
쿄오코는 가방을 무릎에 대고, 그것을 확인한 뒤 작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켄지는 그런 쿄오코의 행동을 쭉 지켜보고 있었다.
고뇌에 몸을 떨고 있었는데, 어느새인가 그것이 없어져, 지금은 작은 몸을 곧게 펴고 켄지의 앞에 자세 바르게 정좌하고 있었다.
(헤헤헤, 간신히 결심한 것 같구나. 처음부터 답은 하나 밖에 없었어.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아이를 버리고 노예가 될 수는 없지. 너는 요우코를 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노예의 쇠사슬이 된다. 은인을 버린 죄의식이 너를 스스로 노예로 만든다.)
켄지는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대에 응하듯이 쿄오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켄지를 응시했던 것이여다.
"결심했나?"
켄지의 질문에 쿄오코는 작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쿄오코는 갑자기 일어섰다.
켄지는 쿄오코의 예상외의 행동에 당황해 그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쿄오코는 그런 시선을 무시하듯이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멈춰, 쿄오코!"
이유를 알 수 없는 켄지는 일어서서 그렇게 부르며 뒤쫓았다.
쿄오코는 켄지에게 등을 보이고 걸으면서, 핸드백에서 작은 나이프를 꺼냈던 것이였다.
호신용으로...... 그렇게 생각해 숨겨놓았던 그것은, 지금 쿄오코의 손안에서 잘 갈아진 칼날을 노출하고 있었다.
뒤에 켄지의 발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유키........나, 당신과 이제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당신의 엄마가 될 수 있었는데, 당신의 성장을 지켜봐줄 수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단 한가지만, 어머니로서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할께. 당신의 눈에 노예가 된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는 것만은 절대로 하지 않아.)
켄지의 손이 쿄오코의 어깨에 닿은 것은, 막 미닫이문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기다려, 쿄오코. 후후후,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어."
그 목소리에 쿄오코는 등을 보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에 올려놓은 켄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대답을 들어볼까?"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쿄오코의 어깨를 끌어당겨 강제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짧은 머리카락이 원을 그리며 퍼지고, 그 머리카락 사이로 처음보는 것 같은 쿄오코의 신비스러운 눈동자가 켄지의 시선을 마주보았다.
무서워하지 않고, 초조해하지도 않고, 침착한, 그리고 끝없이 깊은 눈동자가 켄지를 매료시켰다.
(이 년, 이런 눈을 하고 있었나?)
켄지는 이 때서야 처음으로, 자신이 쿄오코의 어디에 집착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나의 것이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아.)
켄지의 망집이 그 눈동자에 떠올랐다.
그러나 쿄오코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두려움없이 조용하게 마주보고 있었다.
(부탁해요, 요우코씨. 아무쪼록 그 아이를, 유키를 돌봐주세요.)
운명이 한점에 응축한 그 순간................
핸드백 아래로 나이프를 꽉 쥔 오른손이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때, 그 방에 있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쾅!
격렬한 소리와 함께, 2명이 들어온 미닫이문이 거칠게 열렸던 것이었다.
켄지도, 그리고 쿄오코까지도 반사적으로 그곳에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본 것은..........
"너, 너는........."
"여, 여보......."
2명의 놀란 목소리가 맞이한 것은 시미즈 케이고였다.
그러나 켄지를 바라보는 그 모습은 보통 때의 케이고가 아니었다.
얼굴을 붉히고, 불타는 것같은 분노의 눈동자로 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켄지는 한순간 그 박력에 압도되어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케이고는 그 자세로 복도에 선 채,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디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켄지는 순식간에 자신감을 되찾고, 잠시라도 케이고에게 위축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그것을 케이고에 대한 분노로 전환시켰다.
"어이! 너, 대체 무슨 생각이냐! 이 쿠로이와의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거냐!"
스스로도 반할 정도로 박력있게 외치며, 켄지는 케이고를 노려보았다.
케이고의 표정이, 그 대사로 바뀌었다.
경악으로 눈이 커졌던 것이었다.
그 얼굴만으로, 켄지는 이미 승부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 경악이 서서히 가라앉고, 케이고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퍼진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였다.
그러나 케이고는 그런 켄지의 혼란과 상관없이 조금전에는 넘지 못했던 문턱을 천천히 넘어섰다.
그리고 마치 인사를 하는 것처럼 머리를 숙인 다음 순간, 머리를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케이고의 오른손, 등뒤에 숨겨져 있던 오른 손이, 식칼을 쥐고 있던 오른손이, 켄지의 배를 힘껏 찔렀던 것이었다.
"쿠훗!"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켄지는 어딘가 남의 일처럼 듣고 있었다.
(뭐, 뭐야....... 나를 때렸는가........ 이 바보자식이?)
시선을 내리자 확실히 케이고의 주먹이 배에 닿아있었다.
(맞았다? 그리고....... 그렇지만..... 그 봉은 뭐지? 그 주먹 뒤로 나와있는 봉은?)
켄지는 시선을 다시 올려 케이고를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깜짝 놀란 것 같은 표정이 되어있는 케이고가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잘도 쿄오코를, 잘도, 잘도, 잘도........"
그 목소리에서 광기를 감지한 켄지는 반사적으로 물러서다 처음으로 자신의 몸에 위화감을 느꼈다.
묘하게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뜨거웠다.
덜컹하며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그래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되면서 간신히 케이고의 손은 켄지의 배에서부터 떨어지고, 그때서야 켄지의 눈은 거기서 일어난 일의 전모를 알 수 있었다.
배에서부터 연결된 식칼의 자루라는 것을 보고........
"아,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른 것은 쿄오코였다.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는 어느새인가 다다미에 떨어져있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양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켄지는 그런 쿄오코의 비명조차 깨닫지 못했다.
(어, 어, 어째서? 어, 어, 어, 어째서 내가 찔렸지....... 지배자인 내가........ 저런 쓰레기에게........)
"어째서..........냐! 우웩."
말을 한 순간, 켄지의 목에서부터 입을 통해 뜨거운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손에 받고, 그 손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알았을 때, 켄지는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거짓말이다......... 주, 죽어버린다........ 도와줘..... 누군가....아버지............도와줘..........싫어.........무, 무서워.........아냐....죽고 싶지 않아.........누군가.........도와줘........)
켄지가 창백한 얼굴로, 입에서부터 아래를 새빨갛게 물들인채,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시선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켄지를, 케이고는 텅빈 시선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켄지가 말한 그 한 마디에 답하듯이 천천히 그 옆에 앉아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는.............쿄오코를...... 습격했다........ 쿄오코를 강간했어...용서하지 않아......용서하지 않아...........용서하지 않아....."
망가진 기계처럼 케이고는 작은 소리로 그렇게 반복했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켄지의 배에 박혀있는 식칼의 자루를 잡았다.
"다, 당신!"
케이고가 하려는 일을 알아차린 쿄오코는 비명같은 소리로 남편을 불렀지만, 케이고는 자신의 아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텅빈 시선으로 켄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싹싹한 남자 케이고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발적인 힘으로, 그 식칼을 단번에 뽑았다!
"으아아아아악-!!"
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켄지의 배에서부터 분수처럼 뜨거운 피가 뿜어져나왔다.
쿄오코는 그 지나친 참상에 마음의 퓨즈가 끊어졌다.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깨달았을 땐, 어느새인가 기둥에 기대고 있었다.
쿄오코의 시선 끝에서, 그 피분수를 전신으로 받는 케이고가 망연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쿄오코의 시선을 알아차린 뒤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쿄오코..... 괜찮아........ 나쁜 놈은 내가 퇴치했다.... 이제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케이고는 영혼이 사라진 것처럼 그 자리에서 앞으로 넘어졌다.
(모두......... 어떻게 된거야? 어째서? 어째서 나만....... 모두 어떻게 된거야? 모두........)
조용한 방안에서 텅빈 시선으로, 쿄오코는 마음 속에서 몇 번이나 그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죽은 것처럼 움직임이 없는 실내에, 이윽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번데기의 딱딱한 껍질을 찢고 나비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테이블 위에 누워있던 하얀 나신이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투명한 피부를 더럽히던, 몸위에 올려져있던 음식들을 한 손으로 간단히 털어내고, 일어서서, 마치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기지개를 켰던 것이었다.
"으--------응! 하앗! 정말 참혹한 꼴을 당했네."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허리에 댔다.
"언니, 이거."
정신이 들자, 미키가 어느새인가 처음에 몸에 걸치고 있던 연보라색 천을 가져다 주었다.
"어머나, 고마워."
요우코는 싱긋하고 미소지은뒤, 그것을 받아 몸에 감고 어깨위에서 묶었다.
간단하게 한 것 뿐인데, 그것만으로 요우코는 고대의 그리스나 로마 여신처럼 우아하게, 그리고 기품있게 소생했던 것이였다.
그리고 피바다 속에 누워있는 2명을 보며 창백한 얼굴로 움츠리고 있는 쿄오코에게 시선을 향하고, 주저없이 그 쪽으로 걸어갔다.
"쿄오코씨, 쿄오코씨,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요우코는 방의 구석에서 작은새처럼 떨고 있는 쿄오코에게 그렇게 말하며, 그 몸을 꽉 끌어안았다.
"요....요우코씨? 요우코씨? 요우코씨! 아, 요우코씨! 으아아앙!"
처음에는 망연해하던 쿄오코였지만, 눈 앞의 요우코를 알아차리자 그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요우코는 그런 쿄오코를 상냥하게, 그리고 강하게 끌어안았다.
쿄오코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듯이, 언제까지나 꼭 끌어안고 있었다.
"쿄오코씨,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나,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고마워요."
그리운 요우코의 침착한 목소리가, 넘치는 충격에 놀라, 패닉에 빠졌던 쿄오코의 마음을 현실로 되돌렸다.
"요우코씨, 나 어떻게하면 좋아요! 나, 남편이, 케이고씨가, 그 남자를 죽여버렸어요! 찔러 죽여 버렸어요! 그 사람도 움직이지 않아요! 넘어져 버렸어요!"
쿄오코는 그렇게 외치며 요우코의 팔 안에서 몸을 떨었다.
요우코는 그런 쿄오코를 꽉 끌어안은 채, 뒤를 돌아 피바다 속에 누워있는 2명을 보았다.
켄지는 두 눈을 뜬 채로, 가끔 경련하고 있었지만 케이고는 엎드린 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키, 남편분을 살펴봐."
요우코의 목소리에, 다다미의 피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미키가 다가갔다.
그리고 케이고의 옆에 살짝 고개를 숙여, 그 얼굴을 조용히 살펴보았다.
"쿄오코씨, 괜찮아요. 시미즈 강사님은 자고 있는 것 가틉니다."
곧바로 미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요, 들었죠? 쿄오코씨, 뭔가 약이라도 먹은게 아닐까요?"
요우코는 희미하게 안도의 표정을 떠올린 쿄오코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쿄오코는 그 질문에 답하듯이 오늘 있었던 사건을 가능한한 침착하도록 노력하면서 이야기했다.
"과연, 그 녀석이 생각할 만한 일이네요."
이야기를 다 들은 요우코는 그렇게 감상을 말했지만, 곧바로 핫하고 나쁜 표정이 되었다.
"안되지. 이제 부처님이 되었으니까 '그 녀석'은 없네요. 켄지군이라고 불러주지 않으면 안되죠."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쿄오코에게 윙크를 했다.
쿄오코는 그런 요우코의 평상시같은 태도에, 재차 요우코의 굉장함을 본 것 같았다.
"요우코씨.... 우리.......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마치 어머니에게 매달리는 소녀처럼 쿄오코는 요우코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 질문에, 처음에는 요우코도 망설이는 것 같은 표정을 떠올렸지만, 곧바로 결심한 듯이 대답했다.
"쿄오코씨, 이번 사건은 나에게 맡겨 줄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잘 된다는 보장은 없고, 어디까지 처리될지도 알 수 없지만, 그렇지만....... 최악이라도 당신과 아기만은 내가 반드시 지켜낼께요."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쿄오코를 조용히 응시했다.
쿄오코는 요우코의 신비스런 눈동자를 마주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결과가 되어도 괜찮아요. 요우코씨에게 구해진 생명이니까 당신을 따릅니다."
쿄오코의 그 말에 요우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키를 돌아보며 말했다.
"미키, 전화해."
그것만으로도 미키에게는 통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자, 우리는 남편분을 소파가 있는 방으로 옮겨요. 이제 이 방에서 자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아, 네. 알았어요."
쿄오코는 미키처럼 다다미의 피 자국을 피하면서 남편의 곁으로 갔다.
"쿄오코씨,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는 혼자서 옮겨줄 수 있겠어요? 여기서부터는 내가 옮길테니까."
요우코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클라이언트의 사망이라고 하는 최대의 사건에 휩쓸린 2명의 인형에게는, 자동적으로 에마젠시 프로그램이 발동하고 있었다.
[마인드 서커스의 흔적을 지울 것]
이것이 최우선적인 사명으로서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켄지의 사망과 동시에 인형 계약은 만료되었기 때문에, 요우코들은 키츠네군의 기억을 되찾고 있어서 이 명령을 내린 키츠네군을 위해서라도 어길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을 위해 다다미에 떨어져있는 나이프를 주우며, 요우코는 쿄오코를 기다렸다.
조금 시간이 걸려서 쿄오코가 케이고를 끌고 오자 요우코는 기다리다 지친 것처럼 거들어주었다.
반대쪽에는 쿄오코가 지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요우코들은 간신히 악몽의 방을 나갈 수 있었던 것이였다.
복도로 나와 살짝 뒤돌아보자, 넓은 일본식 방의 중앙에 켄지의 시체가 위를 향하며 누워있었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유리공같은 눈이 멍하니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요우코는 그 눈동자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마지막 만찬....... 충분히 즐겼겠지? 후회는 없을 거야. 나의 여체음식을 맛보았으니까. 이번에 태어날 때는 너무 욕심내지 않도록 해.)
그리고 요우코는 조용히 미닫이문을 닫고, 두 번 다시 돌아올 일이 없는 방을 뒤로 했다.
(2-29) 역전의 함정
가벼운 클락션 소리에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기억에 있는 차가 멈춰서있었다.
"여기, 여기."
중년 남자에게 그렇게 불려서 조금도 기쁘지 않지만, 키츠네군은 살짝 어깨를 으쓱한 뒤 순순히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키츠네군은 차에 올라타면서, 기분나쁘다는 것을 한껏 드러내며 말했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키츠네군."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은 것은 물론 크라운이었다.
"심하지 않습니까? 정년 휴일은 8일까지였죠? 모처럼 맨션의 사람들과 놀려고 생각했었는데."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째려보았다.
그러나 크라운은 순조롭게 차를 출발시키면서 시치미 뗀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랬습니까? 그러면 맨션의 사람들에게 생각하지도 않은 세배돈이었겠네요."
"심해요! 절 뭐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웃교제를 솔선수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드문 젊은이에요."
"아하하하, 아니아니, 확실히 드문 젊은이기는 하죠. 그렇지만, 그렇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이 좋게 지내주지 않으면 안돼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이미. 그 선입관을 없앨 수 없습니까? 다만 우리 맨션에는 신혼부부나 독신 여성 밖에 없지만........"
처음의 기세에 비해서 말꼬리를 작아지는 키츠네군이었다.
크라운은 그 대답을 듣고 "네, 네. 그렇네요." 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 동안에도 차는 속도를 높여가며 달리고 있었다.
"근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전화로는 알 수 없었는데."
참지 못하고 키츠네군이 묻자, 크라운은 앞을 향한 채로 평소의 목소리로 말했다.
"30분 정도 전에 미키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클라이언트 사망에 의해 계약은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키츠네군은 멍청한 얼굴로 되물었다.
"사망? 그 대학생이? 도대체 무슨 일로......"
"조금 심각한 문제 같아요. 그 도련님, 원래 원인이 되었던 유부녀를 아직도 단념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2명이 있는 것을 남편에게 발견되어 푹!하고 찔렸다는 군요."
"우와.......... 그거 좀 변변치 않네요. 경찰사태인가...."
"그래서 키츠네군이 필요한 거예요. 그 2명의 회수도 있지만, 다른 당사자들도 손볼 필요가 있어서요."
"에, 뭐, 어쩔 수 없네요."
상황을 듣고, 자신이 갈 필요가 있는 것을 키츠네군도 납득했다.
그리고 표정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키츠네군 혼자 걱정하는 것이 있으므로 현장에 가는 것이 형편상 좋았다.
차는 더욱 속도를 올려, 쿠로이와 저택에 향하고 있었다.
*
하타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예정 시각을 40분 지난 상태였다.
이제 움직임이 있어도 될 무렵이라고 생각되었다.
하타노는 가죽의 상하의를 입고, 벌써 1시간이나 잠복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같은 스타일로 카오리가 엎드려 쌍안경으로 정면에 보이는 쿠로이와 저택의 중후한 정문을 살피고 있었다.
한겨울이라고 해도 햇빛이 있는 오늘같은 날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기다리며 안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고통이었다.
(괜찮아. 놈에게는 내가 정성껏 암시를 걸어뒀다. 12시에 이 저택을 방문한 남자, 시미즈 케이고는 틀림없이 12시 25분에 복수 암시가 발동했을 거다.)
하타노는 의문을 버리듯이 몇번이나 케이고의 암시 장면을 회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둔하다고 해도, 역시 아내와 켄지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던 케이고는 하타노의 암시에 아주 간단히 빠져들었다.
그 남자를 연초 인사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12시 25분이 되었을 때 저택안에서 어떤 소동이 일어났을지, 하타노는 뚜렷히 상상할 수 있었다.
악귀의 모습이 된 케이고가, 키츠네군의 클라이언트인 녀석을 쫓아가 죽였을 것이었다.
(후후후, 빨리 와라, 키츠네. 너의 클라이언트가 죽었다. 인형을 회수하지 않으면 안되지. 거기에 케이고들의 기억도 조작해두지 않으면.......... 쿠쿠쿠쿠......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는 어느새인가 작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왔습니다. 차입니다. 1대, 국산차입니다."
카오리가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하타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며, 덤불 속에 숨었다.
그러자 뜻밖일 정도로 가까운 곳을 회색의 국산차가 지나쳐갔다.
그리고 정문앞에 멈춰서, 그대로 튼튼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타노도 자신의 쌍안경을 꺼내, 가만히 살펴보자 안에 2명이 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명은 중년 남자였고, 1명은 젊은 남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젊은 남자는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정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타노들의 눈에도 깨끗이 손질된 잔디의 뜰과 석조의 조각상이 보였다.
차는 그 쪽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차가 조각상의 그늘에서 멈춰선 순간, 하타노와 카오리는 일제히 일어섰다.
그리고 헬멧을 서둘러 쓰고, 옆에 눕혀둔 오프로드 오토바이를 일으켜 시동을 키지 않은 채로 덤불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직 도로에서 거리가 있었지만 수평인 지면까지 겨우 도착하자 오토바이를 나무의 그늘에 세우고, 거기서 카오리가 운전석에 탔다. 하타노는 뒷자석에 타면서 카오리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다시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마지막 확인을 했다.
조각상의 뒤에서 잠시 시야에서 벗어났던 차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 향하는 곳에는 큰 저택이 2개 보였다.
그 중 하나의 앞에서 한 명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에 호응하듯이 차의 문이 열리며 2명의 남자가 내려섰던 것이였다.
역시 젊은 남자와 중년 남자 두 명이었다.
하타노는 날카로운 눈으로 젊은 남자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쌍안경을 통해 그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었다.
결국 키츠네군을 불러냈다는 흥분을 느끼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때, 중년 남자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는지, 젊은 남자가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본 순간, 하타노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
차가 멈춰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관문이 열리고, 안에서부터 빛나는 것 같은 미녀가 나타난 것을 키츠네군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요우코였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도전하는 것 같은, 그리고 자신감이 가득차서 흘러넘치는 것 같은 곧은 시선이, 차의 창문을 넘어 키츠네군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와........ 저런 눈을 하고 있다니...... 이건...... 찢어진건가, 진짜로."
키츠네군은 싫은 예감이 실현된 것 같아 곤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마중나왔군요. 키츠네군, 나설 차례에요."
키츠네군의 그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크라운은 그렇게 말하며 부담없이 차 밖으로 내렸다.
키츠네군은 그 말에 재촉되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구름하나 없이 쾌청한 날씨에, 1월의 차가운 바람을 뺨에 느끼면서 키츠네군은 요우코와 대치했다.
요우코는 그런 키츠네군을 보자마자 의미깊은 미소를 떠올리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눈 앞에 둔 호랑이같이 압도적인 박력으로...........
"키, 키츠네군. 그녀...... 어쩐지 이상하지 않아?"
크라운의 약간 긴장한 목소리가 키츠네군의 귀에 닿았다.
그 말에 키츠네군은 긴장을 풀고 힘없이 대답했다.
"그러게말입니다....... 어쩐지 위험할 것 같네요."
그 대답에 크라운은 곤란한 표정의 키츠네군을 살펴보았지만, 곤란한 표정은 하고 있어도, 초조한 표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안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크라운이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을 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 찾아냈다- 찾았습니다-"
처음 크라운은 그 목소리를 듣고, 자신들과 관계있다고는 생각치 않았다.
우연히 지나가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했던 것이였다.
그러나 서서히 목소리가 커지고, 거기다 그것과 같이 자갈을 밟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놀라서 뒤돌아보았다.
그것은 키츠네군도 같았다.
뒤돌아서, 그 인물이 누구인지 깨달은 순간 키츠네군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크라운씨, 어떻게 된겁니까? 왜 여기에 불렀습니까?"
"어? 나? 몰라요. 키츠네군이 부른게 아니에요?"
크라운이 '키츠네군이야말로 알지 않냐'는 표정을 하고, 시선을 향하는 곳에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달려오고 있는 사카타 유사쿠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였다.
2명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유사쿠를 보고 있을 때였다. 먼 곳에서 오토바이의 엔진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던 것이였다.
*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하타노는 쌍안경을 눈에 꽉 누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 저 녀석은, 도대체 누구야!"
쌍안경이 향하는 곳에서 뒤돌아 본 젊은 남자.... 그 얼굴은 하타노가 본 적 없는 남자였다!
계획 입안의 프로를 자인하고 있던 하타노지만, 이런 일만은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이 긴급 사태에 키츠네 본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만은..........
(어떻게 해야하지? 어디선가 계획이 어긋났나? 놈들은 누구지? 설마, 경찰?)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계획에 예상외의 이상을 발견하고, 하타노는 의문이 가득했다.
"주인님...... 어떻게 할까요?"
완전히 준비가 끝난 카오리가 돌아보며 하타노에게 물었다.
그러나 하타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쌍안경으로 남자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카오리는 대답이 없기 때문에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때였다.
카오리가 보는 곳, 열려진 정문으로 1명의 남자가 들어갔던 것이었다.
헬멧의 바이저 너머로 그 남자를 본 카오리는, 계획외의 등장인물에 대해 다시 뒤를 돌아보며 지시를 요구했다.
"주인님, 누군가 왔습니다. 계획외입니다."
하타노는 그 말에 놀라, 쌍안경에서 시선을 옮겨 카오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오리가 가리킨 방향으로 당황하며 쌍안경으로 들여다보았다.
곧바로 젊은 남자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타노는 그 몸을 다시 한 번 보고, 또다시 놀람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있다! 있다, 있다, 있다! 놈이다! 왔다!"
그 모습은 그 날 하타노를 집어던졌던 남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흥! 놀래키다니! 너에게는 지금부터 답례를 해주겠다!"
하타노는 그렇게 말하며, 올리고 있던 바이저를 한 손으로 내리고 쌍안경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카오리를 향해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카오리! 돌진해라! 저 녀석에게, 키츠네 녀석에게, 돌진해해서, 쳐죽여라!"
그 소리를 신호로 카오리의 손가락이 스윗치를 올렸다.
250cc의 엔진에 흉폭한 파워가 살아나자, 날카롭고 사납게 울부짖는 소리가 나무 사이에서 겨울의 하늘로 울려퍼졌다.
그리고 총중량 200킬로를 가볍게 넘는 유인 미사일은, 정밀한 컨트롤하에 금새 스피드를 올려, 한순간에 정문을 통과해서 시야에 들어온 타겟의 등을 향해 힘껏 달려들었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은 그 모습을 꿈 속의 사건과 같이 현실감을 가지지 못한 상태로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유사쿠가 무엇인가를 외치면서 달려온다.
(찾아냈어?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어, 사카타군이 찾아냈다고 말한다면....... 설마, 그.........)
키츠네군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마치 그 예감이 현실화된 것처럼 검은 가죽 상하의에 검은 헬멧을 쓰고 있는 인물이 오토바이를 타고 악몽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오토바이는 망설임없이 사카타군을 목표로 돌진해가고 있었다.
"위험해!"
크라운의 입에서부터 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피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그 목소리는 허무했다.
폭음을 알아차린 유사쿠는 뒤를 돌아보고, 얼굴에 놀람을 떠올린 뒤 쏜살같이 도망쳤지만, 오토바이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크라운이 눈을 동그랗게 뜬 순간, 키츠네군의 큰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퍼졌다.
"적이다! 섬멸해라!"
그 목소리는 도망치는 유사쿠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유사쿠의 속에서 무엇인가가 눈을 떴다.
(섬멸.......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쓰러트린다, 쓰러트린다, 쓰러트린다, 쓰러트린다!)
이미 방어의 의지는 없었다.
한순간에 돌아선 뒤, 뒷걸음질치며 오토바이에 날카로운 시선을 향했다.
2인승....... 오토바이.......... 균형.........
한순간 번쩍이는 생각이 뇌리에 떠오른 순간,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오토바이의 핸들을 목표로 양다리를 모아 날라차기를 했던 것이였다.
체중 60킬로의 유사쿠였지만, 그 힘이 모두 핸들의 한쪽에 모이면 오토바이는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유사쿠 자신도 무사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유사쿠의 목숨 건 반격을 카오리는 믿을 수 없게도, 한 순간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한순간에 체중을 왼쪽으로 옮겨서 오토바이를 비스듬하게 기울인 채로 유사쿠의 옆을 지나쳐갔던 것이였다.
"우와왓-!"
놀란 것은 하타노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자세의 변화와 G에, 필사적으로 카오리에게 달라붙었다.
그 무리한 힘이 카오리의 기적같은 체중이동에 방해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주, 주인님, 안돼요!"
카오리의 비명과 함께 자갈길을 드리프트하고 있던 오토바이는, 결국 잔디에 올라서며 컨트롤을 잃었다.
그러나 악운이 강하다고 해야할까....... 하타노는 잔디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내던져졌으므로, 오토바이의 데미지를 전혀 받지 않고 있었다.
카오리가 엎드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하타노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습격에 실패한 타겟도 일어서는 중이었다.
쏘아보는 것 같은 안광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하타노는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차의 옆에 서있는 남자를 보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 목소리, 그 들은 적있는 목소리는 키츠네의 목소리였어!)
그 한순간 키츠네군이 외친 목소리를 들었던 하타노는, 자신을 집어던진 남자가 키츠네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유사쿠는 명령받은 워드에 지배되어 하타노를 목표로 돌진해갔다.
(섬멸, 섬멸, 섬멸, 섬멸!)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하타노도 결단을 내리고, 제 2단계의 공격으로 옮겨갔다.
등에 매고 있던 70CM의 일본도를 오른 손으로 뽑았던 것이였다.
그 순간 유사쿠의 돌진이 멈췄다.
불타는 것 같은 시선을 하타노에게 향하면서도, 신중하게 움직였다.
하타노는 그렇게 유사쿠를 견제하면서 한손으로는 강력 테이프를 꺼내 일본도와 오른 손을 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본도를 놓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건........."
사태를 전혀 알 수 없는 크라운이, 갑자기 눈앞에서 전개된 사투에 중얼거렸다.
그러자 키츠네군은 눈 앞의 2명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모르겠습니가? 그 남자.... 팬더예요. 아마."
키츠네군의 그 한마디에, 크라운은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째서! 어째서, 그가! 그런........."
"우연히...... 가 아니에요. 유인된 거겠죠, 저희는."
키츠네군은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다만..... 그 남자는 착각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 도망치던 날 공격해온 남자를 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해서 오토바이가 돌진해왔다면.....피할 수 없었어요. 위험, 위험........)
키츠네군은 그 장면을 상상하고 얼굴을 찡그렸지만, 상대가 팬더라면 이 승부는 벌써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금씩 간격을 줄여가는 두 명을 보면서 키츠네군은 큰 소리로 외쳤다.
"팬더!"
그 소리에 하타노는 깜짝 놀라 키츠네군을 보았다.
2명의 시선이 공중에서 불꽃을 튀겼다.
"네, 네 놈인가! 키츠네에에에!"
하타노가 망설임을 담아 외쳤다.
그 반응에 키츠네군은 싱긋 웃었다.
"답례는 감사합니다, 팬더 선배."
키츠네군의 태도에 하타노는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헬멧으로 표정이 가려졌지만, 한순간 멈친 움직임으로 동요가 드러났다.
그 하타노에게 키츠네군은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프리-즈 마인드!"
그 순간 검은 라이더 슈트의 남자는 한 손에 일본도를 든 채 몸을 경직시켰다.
도망치려고 몸을 움직인 그 자세로 얼어붙은 것이었다.
그리고 한 숨을 내쉬고, 천천히 몸을 정면으로 향하면서, 온 몸에서 힘을 빼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섰다.
키츠네군은 그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표정이 안 보이는 만큼 신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완전히 탈진한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키츠네군은 작게 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팬더의 곁에서 똑같이 남자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던 유사쿠에게 지시했다.
"사카타군. 그 남자의 헬멧을 벗겨요."
키츠네군의 명령에, 유사쿠는 망설임없이 하타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려움없이 일본도를 들고 있는 남자의 턱에서 헬멧의 끈을 훈 뒤, 단번 에 벗겼다.
"팬더군............."
크라운의 입에서부터 감개무량하다는 목소리가 한숨과 함께 흘러나왔다.
1개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뺨이 파여져 있었지만, 그 얼굴은 틀림없이 팬더의 것이었다.
그리고 키츠네군도 크라운의 그 소리에 이끌리듯이 팬더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중지워드로 완전하게 이완된 그 표정에서는, 키츠네군도 내면을 엿볼 수 없었다.
(완전하게 인형이 되었군요, 팬더씨. 분해요? 괜찮아요. 곧바로 모든 것을 잊게 해줄테니까.)
키츠네군의 눈에 이미 적의는 없었다.
대신 일찌기 동료였던 남자에게 경의를 담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억 봉쇄를 위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나.........
한 재난이 사라진 이 순간, 안타깝게도 키츠네군은 자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위기를 깨닫고 크게 놀랐다.
샴푸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키츠네군은 뒤에서 힘껏 끌어안아졌던 것이였다.
"잡.았.습.니.다."
그 소리는 뜨거운 숨과 함께 키츠네군의 귀에 살그머니 속삭여졌던 것이었다.
"아, 아, 오래간만이네요.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키츠네군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다 간신히 웃는 얼굴을 만들어 요우코를 돌아보았다.
그런 키츠네군의 눈을 요우코는 짓, 하고 들여다보았다.
"후후후, 왜그러세요, 키츠네님? 이렇게 금방 만나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요우코는 여유있는 목소리로 속삭이고, 정면에서 키츠네군의 입에 입맞춤을 했다.
적극적으로 혀를 내밀어 타액을 맛보고, 키츠네군의 입을 범하는 것처럼 차분히 만끽했다.
그러나, 그 긴 키스가 끝난 순간, 마치 정력이 뺐긴 것처럼 처음의 기세가 죽은 것은 요우코쪽이었다.
키츠네군의 목에 매달린 채로 그 가슴에 얼굴을 묻은 것이었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토한 뒤,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로 키츠네군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돌아왔습니다. 당신의 곁으로."
그 말에 키츠네군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하면서, 그러나 상냥하게 꼭 끌어안고 말했다.
"어서오세요. 수고했어요, 요우코."
그 한 마디로, 단 한 마디로 요우코의 얼굴에 꽃이 피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간신히 기분을 다스린 것인지, 키츠네군의 가슴에서 떨어져 고개를 숙였다.
"죄송했습니다. 주인님에게 마음대로 응석을 부려버렸습니다."
"네? 아, 아니........ 응, 별로.....그........"
아무래도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것에 키츠네군 서투른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입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런 키츠네군의 모습을 요우코는 눈을 치켜뜨고 보며, 못된 장난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아, 크, 크라운씨. 어떻게 합니까, 그 남자는? 차에다 실을까요?"
키츠네군은 하타노에게 빨리 걸어가면서, 일부로 큰소리를 내며 크라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키츠네군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요우코는 그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하타노의 눈 앞에서 그 최면 심도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는 키츠네군을, 요우코는 흥미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키츠네군에게 주도권이 넘어갔으므로, 유사쿠도 무료한 듯이 근처에 서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키츠네군의 표정을 보면, 특히 문제가 될만 것은 없는 것 같았다.
크라운도 천천히 하타노에게 걸어가면서, 소란이 수습된 것을 보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이대로 트렁크에 넣을도 될까요?"
크라운이 가볍게 물어보고 키츠네군이 대답하기 위해서 돌아섰다.......
마인드 서커스라고 하는 특이한 집단에 있어서, 항상 최면이라고 하는 능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던 하타노, 그러면서도 중요한 최면 기술에서는 항상 최저 수준이었던 하타노.
그런 하타노가 마인드 서커스의 호프인 키츠네군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유일하게 책략, 지략의 함정에 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대가 자신있어하는 심리의 헛점을 찌르는 것에, 하타노의 고집이 걸려있었다.
---너에게 이기기 위해서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너에게 복수할 수 없다면, 이대로 살아있을 필요가 없어!---
마인드 서커스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타노의 존재가 이미 끝나버린 이 순간, 벌써 1명의 인형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린 이 순간, 이것이 하타노가 기다려온 복수의 시간이었다!
"잭포트!"
바이저 너머로 키츠네군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던 카오리의 뇌에, 하타노의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이 떠올랐다.
그러자 한 순간 카오리의 몸에서 암시가 개방되었다.
그리고 곧장 하타노 앞에 모여있는 남자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메르트 마인드!"
갑작스런 절규..........
모두 한 순간,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보다 먼저 카오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 한순간이면 하타노에게는 충분했다.
반복에 반복을 겹쳐 극한까지 탈최면시의 반응 속도를 높이고 있었던 하타노는, 지금, 이 실전에서도 최고의 속도로 암시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일본도의 감촉을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눈 앞의 인물을 확인하는 것보다도 먼저, 하타노는 팔에 힘을 주고 체중을 실으며, 필살의 찌르기를 눈 앞의 인물에게 향했다!
그리고 키츠네군은...........
마치 슬로모션처럼 자신의 배를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오는 일본도를, 얼어붙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키츠네님!"
다음 순간, 요우코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또 다시 요우코의 눈앞에 피보라가 춤췄던 것이였다.
(2-30) 결말........ 그리고
"우와앗!"
남자의 목소리가 절규했다.
"하악!"
"키츠네님!"
그 갑작스런 사건에 크라운은 깜짝 놀라 기겁했고, 요우코는 키츠네군의 앞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키츠네군은...... 눈앞에서 유사쿠의 손바닥을 관통하고 있는 일본도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오차도 없이 자신의 배를 목표로 찔러오던 일본도를, 옆에서 끼어들어온 손바닥이 억지로 받아내고, 스스로의 손바닥을 관통시켜 코스를 바꾸었던 것이였다.
"네, 네 놈! 방해다, 비켜! 방해다!"
하타노는 부활한 대마신같은 모습으로 유사쿠를 노려보더니, 가차없이 걷어차며 일본칼을 손바닥에서 뽑았다.
"아아아아아!"
유사쿠는 찔렸을 때보다 배는 더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잔다위를 굴렀다.
그러나 하타노는 그런 유사쿠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눈 앞의 키츠네군에게만 저주를 담은 시선을 보냈다.
"키츠네-! 네 놈만은 죽인다! 나의, 나의 요우코를 빼앗고!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나와라! 여자의 뒤에 숨어있지 말고 여기로 나와! 무릎을 꿇고 빌어봐라!"
피로 물든 일본도를 요우코와 그 등뒤의 키츠네군에게 향하면서, 하타노는 처철한 미소를 떠올렸다.
"헤헤헤, 어떻게 된거지? 조금 전처럼 중지 워드를 말해보면 어때? 뭐, 끝까지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하타노는 턱으로 옆을 가리켰다.
그 쪽을 본 요우코와 키츠네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거기에는 가슴에서 권총을 꺼내, 2명을 노리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카오리의 모습이 있었다.
"하! 형세 역전... 이라는 거다, 키츠네. 어때? 인형이 된 남자에게 복수당하는 기분은?"
하타노는 도망치던 이후, 처음으로 충실감을 마음껏 맛보고 있었다.
그러나.........
"적당히 해둬요. 키츠네님에게 실례예요. 실력으로 상대가 안되니까 질투하고 있는 거군요. 보기 흉하네요."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하타노의 고양감을 단번에 박살냈다.
"뭐! 무, 무, 무슨 소릴. 네, 네 년, 인형 주제. 너, 이 녀석이 팔아넘겼다고! 이 키츠네가 너를 팔아넘긴거라고! 알고 있는 거냐!"
하타노는 얼굴을 붉히며 요우코에게 고함쳤지만, 그런 것에 동요할 요우코가 아니었다.
바보취급하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 군요. 저는 키츠네님의 인형인걸요. 키츠네님의 뜻대로 움직이는. 아, 물론, 렌도 그 점은 같아요. 그 사람의 유일한 주인은 키츠네님인걸요. 어딘가의 비겁자가 판 함정에서부터 결사적으로 주인님을 구했어요."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렌의 이름이 나온 순간, 하타노는 격앙했다.
"네, 네 놈이! 부셔버리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인형 주제에! 거짓 감정을 심어진 일도 모르는 거냐!"
하타노가 말한 그 말에 요우코는 한순간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지만, 이윽고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푹- 하고 웃었다.
"싫다, 이 사람. 정말로 키츠네님과 같은 마인드 서커스의 사람이었습니까?"
요우코가 뒤에 있는 키츠네군을 보면서 물었다.
그런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 결국 이 정도의 사람이니까."
키츠네군의 이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가 하타노에게서 인내심을 빼앗았다.
마인드 서커스 일때 안고 있던 열등감이 단번에 폭발했던 것이였다.
머리카락으로 피가 뿜어져 나올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 그 충혈된 눈으로 키츠네군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죽여버리겠어....... 너를...... 죽여버리겠어...... 렌에게 잘게 자른 너의 머리를 보내주겠다!"
하타노는 모든 것을 잊은 듯이 일본도를 치켜들었다. 요우코와 그 뒤에 숨어있는 키츠네군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권총을 손에 든 카오리도 지금은 아마추어라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2명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2명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는 것인지,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한 시선으로 하타노의 광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 기급하던 크라운이 무심코 눈을 동그랗게 뜬 순간,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죽인다! 너를, 너를, 너를! 죽여버리겠어-!"
마치 그 외침을 기다린 것처럼 카오리의 팔에 누군가의 팔이 달라붙었다.
"무슨!"
카오리가 무슨 일이 생겼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강렬한 통증이 팔꿈치에 작렬해, 일순간 손의 감각이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잔디위에 쓰러졌다.
그러나, 계속해서 덮쳐오는 아픔은, 지금까지와 비교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악!"
카오리의 팔을 꺽고 있는 것은 유사쿠였다.
오른 손의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권총을 가진 오른 손에 달려들어, 그것을 떨궈내고, 그대로 팔을 꺽으며 십자굳히기에 들어갔던 것이였다.
그리고 유사쿠의 움직임을 시야에 넣고 있으면서, 마치 싱크로 하듯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요우코였다.
하타노의 빈틈을 발견하자, 완만하게 춤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움직였던 것이였다.
그러나 요우코에게 하타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일본도를 휘둘렀다.
피할 수 없는 거리, 그리고 타이밍......
그러나 하타노는 그 순간, 기묘한 감각을 맛보았다.
휘두르는 칼, 그러나 눈 앞에 있어야할 요우코의 머리에 그 칼날이 닿지 않았던 것이였다.
완만하게 자세를 바꾸며 피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움직임을 자신의 칼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하타노는 시야안에서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요우코를 목표로 혼신의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던 것이었다.
붕- 하는 소리를 내며 하타노의 일본도는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그 궤적안에 요우코는 없었다.
그리고 허공을 벤 반응에 몸의 자세가 흐트러진 그 순간, 불타는 것 같은 통증이 칼을 꽉 쥐고 있는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무슨!"
반사적으로 스스로의 손에 시선을 향한 하타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비명을 질렀다.
"히이이이익-! 아파, 아파, 아파아아아아아-!!"
일순간에, 하타노의 손에는 작은 나이프가 꽂혀있었던 것이였다.
하타노는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지면을 굴렀다.
그러나 몸 속에서 불타는 복수심은 아직 쇠약해지지 않았었다.
이윽고 스스로의 왼손으로 오른손목을 잡고서, 발작하듯이 외쳤다.
"카오리! 공격해라, 쏴라! 쏘라고, 쏴서 죽여라-!!"
그러나 그 명령에 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카오리 어째서? 카오리........?"
하타노는 그제서야 간신히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통증으로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떴다.
그러자 그 시야에 나타난 사람은.....
잔디에 쓰러져 팔이 꺽여, 괴로워하고 있는 카오리, 바로 곁에서 그런 하타노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는 요우코, 그리고 키츠네군은 떨어져있는 권총을 줍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도대체 왜 한순간으로, 이렇게 역전되어 버린 것인가.............
하타노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키츠네군은 주운 권총을 진기하다는 듯이 살펴보고 있었다.
"우와...... 진짜는 처음 만져봐요. 어쩐지 사용해보고 싶네요. 조금 시험해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오른 손에 쥔 권총을 하타노에게 겨누고 싱긋 웃었던 것이였다.
하타노는 권총의 총구를 보며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그럼에도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힘껏 조롱했다.
"쏴봐, 쏴봐! 쏴보라고! 쏴보라고! 이 겁쟁이! 그것은 너같은 녀석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냐!"
키츠네군은 하타노의 도발에 빙긋 웃으면서, 팔을 뻗어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아갔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하타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 표정을 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힘을 집중하고 있던 손가락끝에 망설임이 생겼다.
그리고 확실히 그 순간이었다........
"안돼-! 안돼요!"
키츠네군의 뒤에서 절규가 들려온 것이었다.
뒤돌아 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인형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절규의 의미 또한 키츠네군에게 있어서는 확실했다.
"과연...... 그런 것인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가, 그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봐, 입구에 서있는 미키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다시 하타노에게 시선을 향했을 때, 지금까지의 태도가 연기였던 것처럼 키츠네군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나쳤군요. 당신이 있을 곳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렇지만, 이만 끝내죠. 제가 막을 내립니다."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고 하타노를 향해서 들고 있던 팔을 내린 뒤, 가지고 있던 권총을 하타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주위에서 2명의 대결을 보고 있던 사람은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권총의 궤적을 쫓고 있었다.
*
"그렇지만, 이만 끝내죠. 제가 막을 내립니다."
리무진의 스피커에서 키츠네군의 목소리가 선명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오코는 눈을 빛냈다.
"자-, 이제 클라이막스다. 타시로, 마이크. 카가, 출발이예요. 준비하세요."
나오코는 리무진 시트에 여유있게 앉아, 키츠네군들의 이야기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였다.
처음으로 알게 된 마인드 서커스의 실태에 흥미진진한 나오코였지만, 혼란이 정리되자 어부지리를 얻기 위해 움직이리겨 하는 것이었다.
"나오코님, 마이크는 이것입니까?"
변함없이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보디가드 스타일의 타시로라고 불린 남자는, 조수석에서 확성기를 들어보이며 물었다.
나오코는 망설임없이 들고 있던 잡지로 타시로의 얼굴을 쳤다.
"바보냐! 군고구마 팔러 다니는 줄 알아!"
나오코는 뺨을 부풀리며 조수석의 타시로를 노려보았다.
"아, 네, 저,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이것 밖에는......."
"거기 있잖아요! 거기 콘솔에 있는게 마이크잖아요!"
타시로는 당당한 체격을 움츠리며 사과하다가, 나오코의 그 지적에 놀란 것처러 눈을 크게 떴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조정을 해놓지 않아서............"
"무슨 소리예요! 들은 적 없어요! 조정은 괜찮아요. 고작 마이크잖아요. 줘봐요."
그렇게 말하며 나오코는 억지로 마이크를 뺐았다.
그리고 마이크 옆의 스윗치를 올렸다.
그러자 리무진의 트렁크가 좌우로 열리면서 거대한 스피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오코는 뒤를 돌아보고 만족한 미소를 떠올리며, 손안에 들고 있는 리모콘으로 볼륨을 올렸다.
"잠깐만요, 나오코님! 볼륨의 컨트롤이 되어있지 않아요! 그대로면........."
당황해서 외친 타시로였지만, 진지한 표정이 된 나오코에게 눈으로 제지당해, 입을 다물었다.
나오코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의 대화는 중단되어 지금은 자갈을 밟는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태가 정리된 것 같았다.
"끝났나. 타시로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놓쳤네. 정말! 이제 어떻게 되든 할 수 밖에 없잖아."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고 마이크의 스윗치를 눌렀다.
그리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외쳤다.
"그러니까....... 프리--즈 마인드!!!!"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리무진의 모든 창문이 찌르르하고 떨리며, 망연해진 나오코의 손이 마이크를 떨어트릴 때까지 음향적 재생작용까지 작용해 일대를 완전히 제압했다.
*
"..........너, 바보냐?"
하타노는 불타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반사적으로 왼손에 든 권총은, 하타노의 손에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게 했다.
"아무쪼록...... 마음대로 사용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왼손으로는 쏠 수 없는 겁니까?"
키츠네군은 변함없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을 들은 하타노는 어금니를 깨물고, 권총을 겨드랑이에 끼운 뒤, 손등에 박힌 소형 나이프를 왼손으로 단번에 뽑았다.
"크앗! 크으으으으!!"
신음소리와 함께 피가 뿜어져나왔지만, 하타노는 오른 손목을 눌러 필사적으로 지혈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피의 양이 적어지자, 왼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로 오른손을 감싸쥐고 있던 테이프를 잘라냈다.
무거운 소리를 내며, 일본도가 자갈길에 떨어졌다.
"이, 이것으로 준비되었다고, 키츠네. 무슨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네 무덤이다."
하타노는 그 말과 함께 권총을 양손으로 쥐고 키츠네군에게 총구를 향했다.
그런 하타노의 행동에 요우코가 당황해서 그 앞을 막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그것을 손으로 제지하고, 하타노에게 양팔을 벌려 보였다.
"언제라도. 그렇지만..........저부터 시작할께요. 들어주세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한 뒤, 잡담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캔슬, MC타임 메모리."
키츠네군의 독특한 어조로 그 프레이즈를 말한 순간, 하타노의 얼굴이 바뀌었다.
".....봉인 워드!"
하타노는 그렇게 말했지만, 다음 순간 격렬한 현기증에 습격당했다.
뇌 내부에 지렁이가 기어들어와 마음대로 파먹고 있는 것 같은 망상에 붙잡혔다.
"네, 그래요. 당신의 시간을 봉인했습니다. 저와 당신 중 어느 쪽이 먼저 마인드 서커스에 들어왔는지....알고 있습니까?"
키츠네군의 그 질문에 하타노는 눈을 깜빡이다가, 다음 순간 놀람으로 눈을 크게 떴다.
(어째서냐! 키츠네는 후배일텐데..... 그런데.... 그런데 모르겠다! 나는 언제부터 마인드 서커스에 있었지? 키츠네는 언제 온거지?)
하타노는 얼굴 가득히 땀을 흘리며, 망연한 시선으로 허공을 보았다.
하타노를 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조금의 용서도 없었다.
"캔슬. MC 프레이스 메모리."
하타노가 회복되는 것보다 빨리 다음의 봉인 워드를 말했던 것이었다.
"싫어........ 안돼! 그만둬!"
하타노는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그리고 이제서야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다시 키츠네군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그 이상 말하지마! 한 마디라도 말하면 쏴 죽인다!"
쫓기고 있는 쥐처럼 하타노는 그 눈동자에 광기를 떠올린 채로 외쳤다.
그러나............
"네. 그러니까 아무쪼록 이라고 말한게 아닙니까. 빨리 공격하지 않으면 말을 다 끝내버립니다만?"
키츠네군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하타노를 재촉했다.
하타노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그러나, 하타노의 권총은 양손에 감쌓인 채로, 부들부들 떨릴 뿐 발사되지 않았다.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부탁한다...... 공격하지 않을테니까.......... 이제 사라질테니까........ 놓아줘........ 부탁이다...... 제발."
하타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캔슬. MC퍼슨 메모리."
갑자기 배후에서부터 다른 사람이 그 워드를 말했던 것이었다.
말한 것은 크라운이었다.
"히!"
한순간 하타노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것도 그럴 것이었다.
강렬한 현기증에 습격당해 눈을 감았던 하타노는, 눈을 뜬 순간, 눈 앞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자신을 내쫓은 남자, 자신을 타락시킨 남자, 인형들, 그리고 유일한 아군..... 그것이 한순간에 알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뭐야........ 적은 누구야........ 나의 아군은 어느 놈이야? 나는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지.......)
사람들 사이에서 미아가 된 아이같은 불안함이 하타노를 덮쳤다.
분노를 향해야 할 상대도, 마음을 허락한 동료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하타노의 손에서부터 권총이 떨어지며 자갈 위에서 무거운 소리를 냈다.
(사라진다...... 나의 모든 것이...... 나의 인생이..... 지워져 버린다..... 지워져버린다!)
지금의 하타노에게는 이미 마인드 서커스에서 보낸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지고 없었다.
약간 남아있는 것은, 마치 옛날 이야기처럼, 장소도 시간도 등장인물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뿐이었다.
인형처럼 팔리는 여자들, 거미집을 치듯 짜는 함정, 그리고 아름다운 여형사를 사랑하던 남자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어느 등장 인물이 자신인지.... 혹은 들었을 뿐인지.......그것조차도 알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런데도, 그정도만으로도 지금의 하타노에게는 중요한 보물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나머지 한 마디로 그 마지막 보물마저 사라져버린 다는 것이었다.
문득 깨달으니 왼손에는 아직 소형의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이제 누가 적인지 알지 못해. 그러니까........ 이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하타노는 눈을 감고 귀에다 신경을 집중했다.
주위의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운명의 소리가 하타노의 귀에 닿은 것은 확실히 그 순간이었다.
"캔슬......."
그런 소리가 들렸을 때 하타노는 순간적으로 눈을 떴다.
(9시의 방향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빨리 하타노는 왼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를 쑥 내밀며, 그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그곳에 서있는 것은 키츠네군이었다.
그러나 거리는 아직 충분했다.
그렇기에 키츠네군은 하타노의 행동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의지를 담아 계속 말했다.
"MC 작업 메모리."
워드가 완성되는 것과 하타노가 나이프를 휘두르려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하타노는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굳었다.
지금 하타노의 머리 속에서는, 맹렬한 기세로 약간 남아있던 마인드 서커스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알몸의 여자들과 섹스를 하던 장면이 사라지고, 어두운 욕망에 흥분하던 기억이 사라지고..........
그러나 겨우 몇 초로 끝나는 그 프로그램을, 절대로 방해할 수 없을 그 봉인 워드를, 거기에 있던 누구하나 생각지 못 않았던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들어 박살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프리-즈!!! 마인드으으으으으으으!!!!"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키츠네군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마치 야외 콘서트같은 큰 소리의 비밀 워드와 귀를 누르고 싶어지는 음향적 재생작용이 들려온 모퉁이를 기가막힌 것처럼 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
"무! 뭐야, 이 소리는!"
나오코는 양손으로 귀를 누른 채, 앞의 2명에게 외쳤다........그럴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귀도 기잉- 하는 귀울림에, 스스로가 외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물며, 앞자리에서 선글라스를 떨어트리고, 좌석에서 넘어진 것 같은 2명에게 그 소리가 닿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오코는 방금전의 잡지를 다시 손에 들고, 가차없이 모서리 부분으로 운적석의 카가의 머리를 마음껏 두드렸다.
반쯤 기절하고 있던 카가는, 나오코의 그 난폭한 자극에 간신히 깨어난 것 같았다.
"아,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선글라스를 다시 끼고, 뒤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나오코도 간신히 귀울림이 멎었기 때문에, 카가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괜찮을리 없잖아! 완전히 비상식적인 물건을 만들어놓고!)
나오코는 내심 화가 많이 났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그래봤자 반도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외쳐봤자 헛수고였다.
그렇게 생각한 나오코는 말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고, 냉정하게 명령했다.
"카가! 시간이 없습니다! 곧바로 출발하세요. 돌입합니다!"
나오코의 그 명령이 카가에게 긴장을 불어넣었다.
느슨해져있던 표정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시선을 향한 뒤, 조수석에서 아직 망연해하는 타시로를 바위같은 주먹으로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나오코님, 그럼 출발합니다. 꽉 잡아주세요. 조금 흔들릴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카가는 천천헤 엑셀을 밟아갔다.
특별 주문의 대배기량 엔진이 강렬한 힘을 타이어에 전하고, 폭이 넓은 타이어는 그 힘을 확실히 지면에 전했다.
2톤을 가볍게 상회하는 리무진은, 그 거체에서 상상할 수 없는 민첩함으로 재빠르게 가속해갔다.
(2-31) 첫대결
"아.............. 뭔가 옵니다."
광대한 뜰을 둘러싼, 3미터도 넘을 것 같은 벽의 너머에서 무엇인가가 굉장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키츠네군은 깨달았다.
아마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일 것이었다.
벽의 위로, 사방에 흩날리는 모래 먼지가 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동 속도는 심상치 않았다.
랠리 카 같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키츠네군의 그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 물체에 향했다.
그러자, 그것은 더욱 더 속력을 높혀, 그대로 정문까지 돌진해온 것이었다.
(도대체 뭐지? 저건........)
전원이 느끼고 있던 그 의문에 답하듯이, 갑자기 그 정체가 드러났다.
폭이 넓은 정문을, 4륜 드리프트하면서 단번에 들어오는 리무진이란 형태로..........
".....키츠네군. 이거.... 위험하지 않아?"
갑자기 저택내에 들어온 리무진이 일직선으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본 크라운은, 가래가 끓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렇게 물으며 크라운이 돌아봤을 때, 키츠네군은 이미 요우코의 손을 잡고 멀리 도망친 뒤였다.
"크라운씨! 어서 이쪽으로 와요! 사카타군도!"
크라운이 운전해 온 국산 승용차의 그늘에서 키츠네군이 손을 흔들었다.
뒤에서부터는 몸을 흔드는 것 같은 엔진음과 땅울림을 앞세우고 리무진이 달려들고 있었다.
크라운은 넋을 잃을 것 같은 공포를 억지로 뿌리치고, 다리를 재빨리 움직여 키츠네군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키츠네군에게 불린 유사쿠도 카오리를 그 자리에 내팽겨치고 차의 그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 자리에 그대로 남은 것은, 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카오리와 정지 상태로 얼어붙어있는 하타노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하타노를 치어 죽이려는 듯 달려오던 리무진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4륜 드리프트를 해 억지로 진로를 바꿔, 정확히 하타노의 몸을 키츠네군들에게서 숨기듯이 끼어들며 멈춰섰던 것이였다.
튕겨서 날아간 자갈이 10m도 넘게 떨어져 있는 키츠네군들에게 날아가, 모두 당황해서 차의 그늘에 머리를 숨겼다.
그리고 다시 차의 그늘에서 머리를 꺼냈을 때, 그 리무진에서 거대한 사내가 운적선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180센티를 가볍게 넘어선 것은 같은 거구를, 검은 신사복으로 감싸고, 검은 선글라스, 짧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은, 단번에 특수한 훈련을 받은 폭력의 프로를 연상케 했다.
거기다 야쿠자같이 난폭한 것이 아니라, 기계같은 냉철함을 지니고 있었다.
키츠네군의 눈에도 지극히 귀찮은 상대로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이 아니었다.
조금 늦게, 처음의 남자와 똑같은 분위기의 남자가 반대쪽 조수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거기다 키는 더욱 커서, 190센티 가까이 되는 남자였다.
크라운은 입을 벌리고 그 2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2명의 남자는 구경꾼들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리무진의 뒷자석문 양쪽에 서서, 공손히 그 문을 열었다.
처음 키츠네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두운 실내에서 슥하고 밝은 햇빛 아래로 드러난 희고 깨끗한 다리였다.
검은 하이힐이 땅에 내려서자, 양쪽에서부터 남자들에게 에스코트되어 1명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검은 모피를 우아하게 감고 있는 그 여자는, 관중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확인한 뒤, 만족한듯한 미소를 떠올렸다.
"안녕하세요, 마인드 서커스의 여러분. 처음뵙겠습니다. 저, 나오코라고 합니다."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악동같은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냈다.
크라운은 나오코의 그 말에 한순간 얼굴이 굳었지만, 그 이상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교활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 그-, 저희들은 쿠로이와 강사님의 댁에 새해인사를 온 것입니다만........."
곤혹과 공포를 반반 떠올린 표정으로 크라운은 차의 그늘에서 나오코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나오코는 기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나, 그랬나요? 그렇지만 중요한 쿠로이와 도련님인 이미 시체가 되었는데요. 혹시 장의사였나요, 마인드 서커스는."
그것은 확실히 허를 찌르는 말이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정보가 새어나갔다고는 크라운도 생각치 못했던 것이였다.
조금 전보다 확실히 얼굴을 굳힌 크라운을, 나오코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후후, 안돼요. 그렇게 곧바로 발각될 거짓말은."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더니 시선을 카오리에게 향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카오리. 헬멧을 벗고 여러분에게 인사하세요."
나오코는 카오리를 불러 크라운들에게 카오리의 얼굴을 보여주었던 것이였다.
바로 그 때 크라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 반 달 동안 찾고 있던 찻집 사몬의 웨이스테스 엔도 카오리가 그곳에 서있었던 것이였다.
"어머나, 카오리, 아픈가보군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곧바로 치료해줄테니까요."
나오코는 한쪽팔을 감싸며 괴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카오리에게 그렇게 말하더니, 그 어깨에 손을 얹고 조용하고 깊이있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의 눈을 보세요....... 그래.......... 그러면 돼요..... 생각해내요....... 나의 손을......... 나의 손은 어떤 손일까요?"
나오코의 최면술이 시작되자, 카오리는 곧바로 텅빈 표정이 되어 행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반응을 보며 키츠네군은 흥미를 가지고 눈을 빛냈다.
"나오코님의 손은, 신의 손..."
"그렇구나... 그대로예요, 카오리. 그럼 신의 손이 명합니다. 아픔이야, 떠나가라."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카오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도 기적과 같은 효과가 카오리에게 나타났다.
작게 숨을 내쉰 다음 순간, 이미 표정에서부터 고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기쁜 듯한 얼굴로 나오코에게 웃어보였다.
"감사합니다, 나오코님."
"괜찮아요, 카오리. 무엇보다도, 당신이 저를 마인드 서커스에게 이끌어주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카오리에게 웃어보인 나오코는, 다시 크라운을 돌아보았다.
"원래 이 아가씨는 저의 사람이에요. 같은 것을 판매하고 있는 마인드 서커스와는 한 번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그물을 쳐놨었는데....... 설마 카오리가 직접 도둑맞아버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거 좀 심하다고 생각지 않아요?"
그 말과 함께 나오코의 시선을 받고 있던 크라운은 얼굴 앞에서 크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그것은 오해입니다. 저희들은 그 남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때문에......."
"어머나. 전부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하시네요."
여유있게 대답한 나오코는 카오리의 라이더 슈트의 지퍼를 내리고 그 속주머니에서 작고 검은 물건을 꺼내, 그것을 크라운에게 던졌다.
반사적으로 받은 크라운은 손바닥 위의 그 물건을 살펴보았다.
"무선..... 마이크이군요."
한숨과 함께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이제 거짓말은 적당히 하세요. 이 남자가 누군지, 무엇을 꾸미고 있었는지 전부 카오리에게 보고받았으니까요. 게다가 여기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그 마이크로 전부 들었어요."
나오코는 단언하듯 말했다.
그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던 크라운은, 이윽고 지금까지의 어조를 바꿨다.
"그렇습니까, 나오코씨. 그런데 목적이 무엇입니까?"
대등한 교섭 상대로 인정했던 것이었다.
크라운의 태도에 나오코는 만족한 듯이 미소를 떠올렸다.
"목적입니까? 후후후, 그렇네요. 몇가지 있습니다."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리무진의 주위를 산책하듯이 천천히.....
그렇게 차의 뒷편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었다.
"첫번째 목적은 폐품회수."
그렇게 말한 나오코는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있는 하타노의 턱을 어루만졌다.
"아무래도 해고된 것 같으니까, 제가 받아두겠어요."
그 말에 크라운은 거절했다.
"그것은 안됩니다. 당신도 이 업계의 사람이라면, 규칙을 알겠죠? 트레이드는 안됩니다."
"어머나, 트레이드라니 무슨 소리예요. 저는 그런 쪽은 잘 몰라서. 후후후, 그러니까 그런 규칙은 몰라요. 하지만...."
나오코는 눈을 한층 더 빛내며 키츠네군을 보았다.
"다만, 신품을 받을 수 있다면, 헌것은 필요없습니다."
크라운은 나오코의 시선을 쫓아, 거기서 키츠네군을 보자 한순간 놀란 것처럼 눈썹을 치켜떴지만, 다음 순간 웃었다.
"하, 키츠네군, 당신 지명인데요?"
크라운의 그 말에 키츠네군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2명의 태도에 프라이드가 자극된 나오코는 금새 눈에 분노를 떠올렸다.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이것은 부탁이 아니에요.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기세의 마인드 서커스라고 들었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었습니다만, 여기에 온 분들은 경계심이 결여된 아래쪽의 아마추어뿐이었던 것 같네요. 여러분에게는 불운했습니다만, 이대로 같이 가주실까요."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고, 곁의 부하 남자에게 시선을 향했다.
"타시로!"
그러자 차의 앞에 서있던 190센티의 거대한 남자가 튕기듯이 돌아보았다.
"네! 나오코님!"
나오코는 돌아선 타시로에게 검지를 내밀고 엄숙하게 명령했다.
"신의 손이 명합니다. 당신을 묶고 있던 3개의 고리에서 풀려납니다. 1개, 2개, 3개! 눈을 뜨세요 타시로! 당신의 본성을 드러내요!"
나오코의 그 외침에 남자는 감전된 것처럼 몸을 떨더니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고개를 수그렸다.
다시 얼굴을 들어올렸을 때, 보던 사람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 남자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타시로는 빙긋 웃으면서 마음껏 기지개를 폈다.
"후아-, 오랫만에 나오게 해줬군요, 나오코씨."
방금 전까지의 정중한 언행이 사라지고, 대신 좀 더 야만스럽고 원시적인 성격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오코의 서늘한 시선을 태연하게 받아넘긴 뒤, 천천히 돌아서서 크라운들을 날카롭게 살펴보았다.
한 사람, 한 사람 기억회로에 새겨넣듯이 응시하던 타시로였지만, 요우코의 얼굴을 보자마자 빙긋 웃었다.
"헤헤, 좋은 여자가 있었군. 나오코씨, 저것은 내가 받죠."
턱으로 요우코를 가리키며, 타시로는 나오코를 보았다.
그러나 나오코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팔짱을 낀 채, 리무진의 지붕에 팔꿈치를 기대고 고양이같이 눈을 반짝이며 크라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거죠? 이 남자, 겉모습만이 아니라, 실력도 있어요. 당신의 목이라면 한손으로도 꺽을 수 있어요. 거기에 성격도 최악이죠. 천연의 새디스트라고 할까? 상대방을 괴롭히는 걸 정말 좋아해요. 제가 길들이기 전까지는 손댈 수도 없었어요."
못된 장난을 좋아하는 소녀처럼 웃고 있었지만, 말하는 내용은 웃어넘길 것이 아니었다.
"자, 어떻게 하실거죠? 스스로 이 차에 타겠다면, 조금 불편하겠지만 수갑과 안대만하고 저희회사까지 안내할께요. 그렇지만....... 쓸데없이 저항을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차를 탈 때는 심한 꼴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오코의 이 말에 크라운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를 납치해,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무슨 소리죠! 납치라니. 조금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에요. 어떻게 판매를 하고 있는지, 라든지. 어떻게 최면 워드의 유효기간을 늘리고 있는지.. 같은 거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나오코는 빙긋 웃었다.
크라운은 그런 나오코의 말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안심한 것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과연, 간신히 당신의 배경이 보였어요. 꽤 자금력이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장난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지만... 그런 겁니까."
"어머나, 뭔가 눈치챈 것 같은 말투입니다. 후후후, 의외로 두뇌가 명석한걸까요? 하지만........ 늦은 일입니다."
나오코는 변함없이 우쭐거리는 것처럼 양 손을 허리에 대고 크라운을 내려다보았다.
"저, 나오코씨? 좀 말해도 괜찮습니까?"
크라운과의 대화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키츠네군이 갑자기 물었다.
"어머나, 무슨 일이죠? 아, 키츠네군이라고 했었죠?"
"네. 키츠네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마치 길에서 강사님을 만난 우등생처럼 시원스럽게 키츠네군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오코씨는 하타노씨도 데리고 갈겁니까? 저, 뒤에 굳어져 있는 사람말입니다."
나오코는 그 말에 살짝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네, 그럴 생각이데 왜요?"
"그만두는 것이 좋아요. 그 사람, 곧 배신할 테니까 신용하면 바보가 되요."
키츠네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지만, 나오코는 상대하지 않았다.
"어머나,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나, 남자를 길들이는 것은 자신있어요. 여러분들이 손댈 수 없는 배신자라도, 내 앞에서는 얌전한 머슴이 될거예요."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하타노의 뺨을 살짝 어루만지고 키츠네군을 돌아보았다.
키츠네군이 보면, 정확하게 하타노의 앞에 나오코가 서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키츠네군은 거기서 처음으로 싱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실례했습니다. 그러면, 제가 말씀드릴 것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나오코는 목을 기울여 그런 키츠네군을 보았다.
그런 나오코를 보며 키츠네군은 상냥하게 말했다.
"나오코씨, 메르트 마인드."
놀란 표정의 나오코였지만, 다음 순간 문자 그대로 뛰어올랐다.
"아파-------!!"
오싹해서 뒤돌아 본 운전기사, 카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나오코의 엉덩이에 꽂혀있는 소형의 나이프와,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는 하타노였다.
"나오코님!"
단번에 차의 반대쪽까지 뛰어간 카가는, 허둥지둥하며 두렵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있는 하타노를 말없이 때렸다.
하타노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뭔가 전격같은 것이 뇌리에 닿은 순간, 마치 기계장치처럼 자신의 손이 앞으로 쑥 내밀어졌던 것이었다.
그리고 왼손에 반응을 느낄 때까지 자신의 손에 나이프가 들려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눈 앞의 물건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뒤에야, 하타노는 자신이 사람을 나이프로 찔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이미 키 큰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하타노를 때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키츠네군은 그 혼란스러운 모습을 빈틈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나오코는 과장되게 비명지르고 있었지만, 이미 남자의 손에 나이프가 뽑혀져 있었다.
앞부분이 아주 살짝 박혔을 뿐이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에게 있어서 그 정도로 충분했다.
한순간만 나오코의 신경을 딴데로 돌릴 수 있으면 충분했던 것이었다.
마치 덤프카에 부딪친 것처럼 튕겨진 하타노는 자갈길을 구르고 있었다.
그런 하타노에게 키츠네군은 큰 소리로 외쳤다.
"캔슬 MC, 포에버"
그것이야말로 봉인의 마지막 워드였다.
봉인의 4워드에 의해 마인드 서커스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 하타노에게, 그 봉인 워드조차 지워버리는 마지막 말이었다.
키츠네군의 그 말이 들린 순간, 나오코는 경악해서 곧장 외쳤다.
"프리즈, 마인드!"
그리고 카가의 몸에 매달리며, 조용해진 하타노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 비친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나오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형사 팬더는, 이 순간 완전히 소멸된 것이었다.
"젠자아아앙----!!"
나오코의 입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도 못했던 그 말이, 분노의 크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잘도 했군요! 이 저에게 상처를 입히고,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고는 생각지 말아요!"
눈에서부터 번개를 내뿜을 것 같은 기세로 노려보는 나오코에게 크라운이 중얼거렸다.
"그런........ 일부로 키츠네군이 충고해줬는데."
"진짜. 그 남자를 믿으면 심한 꼴을 당한다고 말한 바로 직후였는데."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고, 크라운과 마주보며 두 명 다 목을 기울이고 어깨를 으쓱거린 것이었다.
그런 2명의 행동에 나오코의 인내심이 끊어졌다.
"타시로-! 죽이지만 마! 박살내버려!"
나오코의 그 말에, 이 혼란을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있던 타시로는, 빙긋 웃었다.
"OK-. 꽤 재미있는 쇼였지만, 너희들, 나오코를 너무 화나게 했어. 꽤 심한 꼴을 당하게 되겠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키츠네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의 뒤에서 특수 경봉을 꺼내 천천히 잡아서 늘렸다.
그러나 그 여유있는 표정으로 내디딘 걸음은 2걸음도 되지 않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차의 그늘에서 요우코가 모습을 드러내며, 일본도를 한 손에 들고 타시로의 앞에 섰던 것이였다.
"이런, 아가씨, 위험한 것을 가지고 있군. 흐흐흐, 관두는 것이 좋아. 상처입는다."
타시로는 방심하지 않고 경봉을 들어올렸지만, 아직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요우코는 그런 타시로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이윽고 작게 숨을 내쉰 뒤 칼을 들어올렸다.
정면이었다.
"뭐, 뭣!"
바로 그 때 타시로의 얼굴이 바뀌었다.
프랑스 인형처럼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미녀가, 검을 들어올린 순간 수라로 변했던 것이었다.
남자의 얼굴에서부터 여유가 사라졌다.
".................너, 무슨 괴물이냐."
중얼거리는 것 같은 말이 남자의 입에서부터 빠져나왔지만, 요우코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대결을 곁에서 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1개월 전, 키츠네군과의 대결에서 보인 요우코의 오의라고도 할 수 있는 기술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겠다고 기대하고 있어쓴데, 지금의 요우코는 그 때의 반도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기대 이하의 상황에 실망해서 시선을 나오코에게 향하자, 두 명의 대결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고, 불타는 것같은 분노의 시선으로 키츠네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복수하겠다는 얼굴이구나. 상당히 그 보디가드에게 자신있는 것 같지만........ 후후후, 좀 더 그 프라이드를 꺽어줄까?)
그렇게 생각한 키츠네군은 일부로 비웃는 듯한 미소를 만들어 나오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요우코에게만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상당히 화나게 해버린 것 같네......... 요우코가 지면, 나 정말로 장난감이 되어 죽을 거야."
그 말에, 타시로를 뭎정하게 바라보던 요우코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한순간 시선이 키츠네군에게 향했다.
그 타이밍을 가늠한 것처럼 키츠네군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을 움직였다.
"부탁해요."
과연 그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냈는지, 요우코는 곧바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타시로의 움직임을 잠시 견제한 뒤, 갑자기 자신의 구두를 벗어던졌다.
굵은 자갈 위에 맨 발로 서서 검을 다시 들어올렸다.
방금 전과 완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상대하고 있던 타시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 뭐, 뭐, 뭐야! 이 년,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 기세, 이, 이런 괴물! 본 적 없어! 이길 수 있을리가 없어!)
꼼꼼하게 심리 방어를 하고 있던 키츠네군에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게 한 요우코의 진심 모드의 '기'가, 갑자기 전개되어 남자에게 내뿜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목검이 아니라 진검이었다.
키츠네군이라고 해도, 이 세상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목록의 가장 위에 올릴 것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키츠네군의 팔뚝에 소름이 돋기시작했다.
(이제 곧이다........ 이제 곧 볼 수 있다. 이 나를 깜쪽같이 속였던 '기'의 변화를, 한 번 더 볼 수 있다.)
더욱 더 기세를 더해가는 블리자드같은 '기'를 느끼면서, 키츠네군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요우코를 상대하고 있던 타시로는, 이미 스스로의 몸이 굳어져, 팔의 흔들림을 멈출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아, 안돼, 안돼, 안돼, 안대! 사, 살해당해, 살해당한다-! 싫다, 싫다....... 도와줘, 도와줘, 누군가..........)
방금전까지의 뻔뻔스러운 태도는 완전히 사라져서, 한심할 정도로 겁먹은 채 필사적으로 경봉을 꽉 쥐고 있었다.
"타시로! 뭘 하고 있어요! 빨리 그 여자를 때려 눕혀버리세요! 냉큼 그 녀석을 죽여버려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타시로를 꾸짖었지만, 그것은 완전히 역효과였다.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던 타시로였지만, 결국 리무진의 차체에 퇴로를 막히고, 거기다 나오코에게 공격 명령을 받자 완전히 패닉에 빠져버렸다.
나오코에게 눈물을 흘려보이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타시로?"
그제서야 간신히 타시로의 변모를 알아차린 나오코였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완전히 상상 밖이었다.
"무, 뭡니까? 도, 도대체 왜........."
나오코가 혼란에 빠져 거기까지 말했을 때엿다.
"무리입니다, 무리입니다, 무리입니다-! 할 수 없어요, 할 수 없어요-!"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고 생각하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타, 타시로! 잠깐, 도대체 왜 그래!"
나오코는 혼란에 빠져 그렇게 외쳤지만, 그 얼굴은 치욕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 불쌍해라. 원래 저런 성격이었죠? 어떻게 말할까....... 원래 괴롭힘당하는 타잎이라고 할까. 나오코씨가 억지로 만들어낸 터프한 겉모습은 괜찮았지만, 역시 조금 무리가 있었던 것 같네요."
키츠네군이 어깨를 움츠리며 그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그 지적이 적중된 것 만큼 나오코의 프라이드는 산산조각났다.
"너, 너어! 제멋대로 말하지 말아요!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이런 모욕 처음이에요!"
그리고 곁에 있던 카가를 올려다보며 명령했다.
"멍청히 있지 말아요! 저, 저, 저 녀석을 당장 끌고와요!"
그러나 카가는 새파래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오코님, 안됩니다. 여기서는 도망치지 않으면. 솔직하게, 저도 저 검사에게는 자신없습니다."
거친 일을 하는 프로 2명이 모여있으면서도, 여자 1명에게 이런 모습이 된다는 것을 나오코는 믿을 수 없었다.
"... 무슨 소이예요! 그런데도 프로? 물러나세요, 저런 계집은 내가..........."
그렇게 말하고 증오가 깃들은 시선으로 요우코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나오코는 그 때 처음으로 요우코의 시선을 제대로 바라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 머금어진 강렬한 의사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부동의 의지가, 요우코의 얼음같은 '기'와 함께 나오코를 압도했다.
"히!"
무심코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그것만은 프라이드로 간신히 억누른 나오코는,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불만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쳐 몸이 폭발할 것 같았다.
"나, 나오코님, 지금은 우선........."
그렇게 말하며 권고하는 카가의 말을 억지로 무시하고, 시선을 사방으로 옮겨 필사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러자........
"아, 저것!"
나오코는 그렇게 외치자마자, 찔린 엉덩이를 한 손으로 누르고 하나토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방해야, 비켜!"
망연히 주저앉아있는 하타노를 걷어차고, 바로 옆에 떨어져 있던 물건을 재빨리 주웠다.
"자, 이것으로 형세 역전이군요!"
그렇게 외친 나오코의 손에는 검은 윤기가 흐르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그런 나오코를 보고 몹시 놀란 키츠네군.
그러나 다음 순간 요우코에게 뭔가를 짧게 전하고, 등을 돌려 도망쳤던 것이었다.
그런 키츠네군을 감싸듯이 요우코가 그 뒤를 달렸다.
그런 2명의 등이 훤히 드러났다.
"놓칠 것 같습니까!"
최대 역전의 찬스에 나오코는 완전히 넋을 잃고 있었다.
방금 전 차안에서 도청하고 있었을 때 권총이 등장했던 부분을 확실히 들었다면 달랐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의 나오코에게는 그것을 생각해 낼 여유가 없었다.
달려가는 타겟의 등을 향해, 나오코는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우쭐거리는 미소가 그 뺨에 떠올랐다.
그러나 그 순간, 방금 전의 미키와 같은 절규가 카오리의 입에서부터 빠져나왔다.
"안돼요오오오오! 나오코님!"
그러나...............
다음 순간, 저 절규를 완전히 지우는 낙뢰같은 굉음이 주위에 있던 모든 인간의 귀를 관통하고, 번개같은 섬광이 모든 눈을 현기증나게 만들었다!
나오코는 우쭐거리는 표정 그대로, 양 손 끝에 꽉 쥐고 있던 권총에서 뻗어나온 빛에....... 삼켜졌다.
겨울 하늘에 울려퍼진 폭발음은, 마치 폭죽을 쏜 것처럼 아득히 떨어져있는 참배객들에게 분명하게 들렸다.
"우우우우-, 강렬했다.........."
그렇게 말하며, 엎드려있던 잔디에서 얼굴을 든 것은 키츠네군이었다.
그러나 기잉- 하는 귀 울림은 성대한 스테레오로 울리고 있었다.
"요우코! 귀 괜찮아요?"
같이 엎드려있던 요우코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요우코는 그 말에 상체를 일으켜서 옷을 두드렸다.
"별로 괜찮지 않습니다. 정말, 모처럼 깨끗한 모습을 했는데! 잔디 투성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요우코는 화난 것처럼 말하며 뺨을 부풀렸다.
2명 모두 권총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섬광의 영향은 받지 않았다.
소리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달렸던 것만큼 거리를 벌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괜찮았다.
"멋졌어요, 팬더씨."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서서, 그 참상을 보았다.
원래 하타노가 키츠네군에게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섬광탄이 들어있는 음향폭탄이었지만, 그 위력은 아마 하타노의 상상을 넘어섰을 것이었다.
폭풍에 날려진 것처럼 바닥에 엎드려서 귀를 누르고 신체를 경련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발 속에 유일하게 서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오코였다.
양손을 앞으로 향하고, 권총을 잡은 그대로, 머리카락을 거꾸로 세워 흰 자위를 드러내고 기절해 있었다.
벌려진 양 다리 사이에는 웅덩이까지 만들어져있었다.
"아-, 아름다운 누님이었는데, 심하다."
말과는 정반대로, 키츠네군은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으로 그 참상을 찍었다.
그리고 '난만다브(*무슨 뜻인지 모릅니다.-_-;)'라고 중얼거리고 나서 키츠네군은 크라운을 도우러 걸어갔다.
크라운은 키츠네군들이 피한 곳의 절반정도까지 와서 엎드린 채 귀를 누르고 있었다.
"크라운씨! 괜찮습니까!"
어깨에 손을 대고 흔들면서 키츠네군은 말을 걸었다.
그러자 의외로 시원하게 크라운은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 잔디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벗겨진 안경을 제대로 고치는 것보다 먼저 그 입에서 토해진 말은.....
"이 박정한 놈! 자기만 빨리 피하고!"
키츠네군은 크라운의 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달라요. 제가 미끼가 되지 않았습니까. 제가 등을 보이며 도망치면 크라운씨만이라도 살아날거라고 생각했어요."
키츠네군은 크라운의 옆에 무릎을 꿇고 성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 크라운이 아니었다.
"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좀 전, 팬더군에게 권총을 돌려줬던 것은 뭔가 알고 있어서 그런게 아닙니까."
크라운은 낙담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고, 가슴의 잔디를 털어내며 말했다.
"아, 그 때말입니까? 그건 팬더씨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놀려주려고 던졌던 것입니다. 그 사람의 경우,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얼려버리면 되니까요."
크라운의 날카로운 질책에도 키츠네군은 쉽게 대답했다.
더욱 더 무뚝뚝한 얼굴이 되는 크라운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키츠네군.
불꽃을 튀기며 서로를 보고 있던 2명이었지만, 그러나 한가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사태는 바뀌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차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 키츠네군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순간, 리무진은 무거운 엔진음을 내면서 그 파워를 소생시키고 있었다.
정신이 들자, 어느새인가 푹 엎드리고 있었던 보디가드들은 물론 나오코까지 사리지고 없었다.
생각해보니 2명의 보디가드들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므로, 그 섬광에도 데미지를 받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키츠네군들이 알리 없었지만, 방금 전 나오코의 볼륨 조작 실패로 원래 귀가 멍했었기 때문에, 지금의 큰 소리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카오리에게 듣고 하타노의 계획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눈과 귀를 막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움직이는 차를 보고, 키츠네군은 반사적으로 피할 준비를 했다.
그 거체로 다시 달려들면 승산이 없었다.
고에몬이 아닌 한, 이번만은 요우코의 칼로도 자를 수 없었다.
"!"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키츠네군이 리무진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자, 그 리무진은 눈앞에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한 순간 이쪽을 향한 운전석에는 카오리가 핸들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자갈을 마구 튀기며 쏜살같이 멀리 도망친 것이었다.
그 도망치는 모습에 키츠네군까지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키츠네군이 그것을 깨달은 것은 찬 바람이 불어온 뒤였다.
"아, 당했다. 팬더를 데리고 갔다."
이제 와서 확인할 것도 없이, 여기에 남아있는 것은 크라운하고 요우코, 그리고 유사쿠와 키츠네군, 이렇게 4명뿐이었던 것이다.
"뭐, 괜찮겠지요. 그에게는 봉인의 최종 워드까지 제대로 말해뒀으니까."
뒤에서 키츠네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크라운이 말했다.
키츠네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약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봉인의 4워드를 말했을 때, 나오코씨의 워드가 팬더에게 들렸다...........)
그것이 하타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 것인가....... 그것은 키츠네군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뭐, 그것은 그렇죠."
손뼉을 치며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들의 건은, 이제 뒤로 합시다. 상당히 화려하게 되었으니까 서둘러서 여기를 수습합시다."
크라운은 이렇게 말하며, 문의 틈새로 걱정스러운 듯이 이쪽을 보고 있는 미키와 쿄오코에게 시선을 향하고 작게 고개를 숙였다.
"키츠네군. 30분안에 마무리 할 수 있죠?"
천천히 쿄오코들에게 걸어가면서 크라운은 옆을 걷는 키츠네군에게 물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깜짝 놀란 것처럼 몹시 놀랐다.
"아하하하, 농담이죠? 1명 반나절, 2명이니까 1일 정도예요."
키츠네군의 대답에 이번에는 크라운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왜 그렇습니까? 특별히 인형을 만드는게 아니예요. 그 여성의 남편의 기억 조작 정도입니다. 2명이라니 누구입니까?"
키츠네군은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다.
"크라운씨, 안됩니다. 그러면 생명이 몇 있어도 충분하지 않아요. 우리는 여기에 유인되어 왔습니다. 당연히 그 사람의 남편에게는 팬더의 암시가 걸려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멋모르게 최면 유도를 시작하면, 절대 지뢰가 있을 겁니다."
키츠네군의 그 말에 크라운은 짝하고 이마를 두드렸다.
"아! 그랬죠. 잘 몰랐습니다. 그런가...... 2명이라고 하는 것은 남편과 그 여성입니까?"
"네. 여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의 최면실로 옮기는 것이 좋아요. 반나절이라고 하는 것은 좀 과장된 거지만 2, 3시간은 걸려요."
"그렇습니까. 알았습니다. 조금 귀찮네요. 경찰의 개입을 늦추지 않으면........."
"그 일은 맡겨두겠습니다. 크라운씨의 정치력으로 처리해주세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크라운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를 요우코와 유사쿠가 뒤쫓아갔다.
기다릴 수 없던 미키가 문을 뛰쳐나와 키츠네군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쿄오코의 얼굴에 놀람과 동시에 희미한 안도감이 떠올랐다.
키츠네군의 표정을 본 것이었다.
(응. 저쪽은 맡겨도 되겠네요. 자, 나는 나의 일을 해볼까.)
크라운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을 시작했다.
키츠네군이 말한데로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2-32) 난폭한 여신들
따뜻한 햇빛이 비쳐드는 호화로운 개인 병실에서 렌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1개월 정도 하고 있던 입원복이나 잠옷이 아니라 지금은 면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방금 전 주치의의 회전이 있었는데 간신히 퇴원의 허가가 나왔던 것이었다.
새해가 되어 분주해지자, 연일 문병하러 와주고 있던 동료 형사나 친구들도, 새해가 된지 얼마안되는 이 시기에는 각각의 이벤트가 있는지 잘 찾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시간이 남아돌아 견디지 못한 렌은, 오늘 오후의 회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반협박하듯이, 억지로 퇴원을 약속받았던 것이었다.
렌은 소지품을 가방에 담으면서 입원의 계기가 된 사고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절호조의 엔진과 확실한 타이어의 그립, 그렇지만...... 그래,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났었지. 나는 어떻게 하지 못하고 오토바이에서 내던져졌다. 도로를 뒹굴었을 때의 아픔이나, 근육이 끊기는 쇼크까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그렇지만...... 왜, 그 전후의 기억이 없는 거지........)
주치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머리를 부딪친 후유증으로, 그 전후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야기에도 잘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막상 자신에게 일어나고 보니, 어째선지 찜찜한 기분인 것이었다.
렌은 정리를 끝내고 자신의 팔을 앞으로 내밀어, 그 팔에 새겨진 수술자국을 가만히 응시했다.
건강하게 햇빛에 그을린 팔의 상처는 이제 거의다 눈에 띄지 않게 되어있었다.
물론 아픔도 없었다.
다만 어째선지 그 상처를 보면 렌은 이상하게도 자랑스러운 기분이 되는 것이었다.
스스로도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상처를 보면서 미소짓고 있는 것이었다.
(어째서일까? 스스로가 반할 정도로 훌륭하게 몸을 지켜낸 것이었나.............)
똑똑
렌이 멍하니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 네."
렌은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 퇴원 수속 때문에 왔을 것이다....... 렌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간호사의 백의가 아니라 양손으로 들고 있는 화분의 튤립이었다.
무슨 예고도 없이 렌의 가슴은 한순간 크게 뛰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나타난 그 소유자를 본 순간, 렌의 눈은 동그랗게 떠졌다.
"요우코..........."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시다 요우코였다.
그러나 렌이 알고 있는 요우코와는 어딘가 차이가 났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녀인데도 언제나 성실하고 융통성없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던 요우코가, 지금은 좀 짖궂은 미소를 띄고 병실에 들어온 것이었다.
거기다 스트레이트였던 머리카락이, 내츄럴 웨이브로 바뀌어져 있었다.
"어머나, 의외로 건강하네요. 모처럼 병실에 뿌리내리라고 화분을 가져왔는데."
침대 곁의 테이블에 그 튤립을 내려놓으며, 요우코는 싱긋 웃었다.
그러나 렌은 그런 요우코의 장난에 반응할 때가 아니었다.
렌은 지금 이 순간, 요우코의 얼굴을 볼 때까지, 요우코의 건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렌은 자신의 실책에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요우코, 나, 미안해! 미안해. 너와 약속....... 나도 참."
렌이 드물게 입술을 떨자, 요우코는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괜찮아요, 렌. 걱정하지 말아요. 모두 정리되었어요."
요우코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정리되다니? 무슨 소리야? 쿄오코씨는? 쿠로이와 녀석은 어떻게 되었어?"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렌에게 요우코는 옆의 의자를 당겨 앉고 천천히 이야기해주었다.
"죽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쿠로이와의 장남이? 정말로?"
요우코의 설명을 들은 렌이 최초로 말한 것은 그 말이었다.
그러나 요우코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핸드백에서 신문 조각을 꺼냈다.
렌도 그것을 말없이 받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읽고나서 렌은 아연한 표정이 되었다.
"뭐야... 단순한 사망기사아냐. 사건이 아닌거야? 그렇게 때마침 쿠로이와의 아들이 죽었다고?"
"사고였던 것 같아요. 그는 검도부 주장이었잖아요. 그래서 정월에 술마신 뒤 이사장이 비장하고 있던 진검을 꺼내 연습을 하다가, 미끄러져 자신의 배에 꽂아버린 것 같아요. 그 날은 사장이 도쿄에 가서, 아무도 저택에 없었던 것 같아요."
요우코는 작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기사를 응시하는 렌의 눈은 진지했다.
"그런.... 이상하다! 이상해, 타이밍이 너무 잘 맞어. 우리들이 노리고 있던 그 타이밍에, 그 중심 인물이 사고사? 너무 잘 맞아서 설마라고 생각되는데....... 그 너구리, 자신의 아들까지.........."
진지한 렌의 표정을 보면서 요우코는 내심 쓰게 웃었다.
(렌도 참. 후후, 한달전과는 180도 입장이 바뀌었군요. 그 때 키츠네님의 명령으로 나를 함정에 빠트렸던건 당신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키츠네님의 인형이예요. 당신은 유감스럽게도 '전 인형'일 뿐이고.)
요우코는 렌의 빗나간 추론을 대강 들어 넘기고 있었다.
그래도 형사인 렌이 소란피우는 것은 귀찮아서, 제대로 말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 장례식에도 갔었는데 그 이사장이 말라빠진 풍선처럼 작게 보였어요.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어요. 그것은 확실해요."
요우코가 자신을 갖고 단언하자, 렌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우코의 사람보는 눈은 신뢰할 수 있다고 렌은 생각하고 있었다.
굳어진 렌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그런가.........."
렌이 딴 말을 하기 전에, 요우코는 서둘러서 화제를 바꿨다.
"정말 저도 장래가 좀 불안해요. 겨우 제대로 된 학교에 취직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건으로 우리 이사장이 손 떼버리면 폐교될지도 몰라요."
요우코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렌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을 보고 요우코는 약간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오랜 세월동안의 라이벌을 상대로 조금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실은 저, 조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요우코는 일부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래? 무슨?"
렌은 명백하게 관심없어하며 질문했다.
그러나 요우코는 싱긋 미소지었다.
"그것이, 이번 사건으로 좀 알게 된 변호사의 조수를 시작했어요."
과연 렌의 기억에 츠네키 변호사와 만난 장면이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요우코에게는 그런 일은 어찌되었건 좋았다.
렌에게 자신이 키츠네군의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것이었다.
"변호사? 아, 그 사람, 츠네키씨!"
렌은 그렇게 말하며, 뇌리에 젊은 변호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긴 머리카락에 흰 피부, 작은 체격은 마치 남자같았다. 그러나 어째선지 천천히 침착하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신뢰감을 느끼고 있던 것을 렌은 생각해냈다.
"그러면........"
'괜찮겠네'라고 말하려고 했던 렌이지만, 어째선지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어느새인가 위의 근처에서 뭔가 뜨거운 덩어리가 생기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이 싫은 느낌은. 뭘까...... 뭐지, 괴롭다..........)
렌은 고개를 숙인 채 명치를 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화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무서운 기세로 자꾸자꾸 부풀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렌은 몸을 굳히고, 그 싫은 감각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곁에 앉아있는 요우코는, 그런 렌의 모습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조금 전부터 들뜬듯이 아르바이트의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묘하게 까불며 떠드는 것 같은 목소리가 렌의 귀에 거슬렸다.
"... 그리고, 렌, 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까, 츠네키 강사님의 컵을 떨어트려 깨트렸어요. 그런데 츠네키 강사님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어요. 제가 또 반쯤 패닉에 빠져......."
"........... 닥쳐........"
요우코답지 않게 경솔한 수다는, 렌의 작은 중얼거림에 멈췄다.
"어? 렌, 지금 뭔가........."
"시끄러! 닥치라고 했다!"
갑자기 고개를 든 렌의 시선에, 요우코의 등에 오한이 달렸다.
마치 닿는 모든 것을 다 불태워버릴 것 같이 뜨거운 격정의 불길이 두 눈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
아연해하는 요우코의 앞에서, 렌은 괴로운 듯 양손으로 명치를 누른 채 이를 악물고 있었다.
"렌? 당신........ 왜? 어딘가 아픈 가요?"
허리를 들어올리고 렌에게 손을 뻗으려고 한 요우코였지만, 그 팔은 무서운 기세로 튕겨나갔다.
"손대지마!"
그러나 다음 순간, 렌은 양손으로 복부를 누른 채 침대에 넘어져서 짐승같이 신음하며 몸을 경련시켰다.
그 모습은 확실히 상처입은 늑대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괴롭다! 아아! 괴로워! 뭐야, 이 뜨거운 덩어리는! 몸이 터질 것 같다...... 도와줘..... 누군가..... 도와줘.............XXX님)
렌의 뇌리에 한 순간, 누군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이름은 마치 잠수함처럼 렌의 의식 깊숙한 곳에 가라앉았다.
뒤에 남은 것은 놓친 것에 대한 허무함과 끝없는 초조함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초조함이, 렌의 뜨거운 덩어리를 더욱 키워나가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쿠우우우우우우!"
미친 것처럼 침대에서 경련하는 렌을 요우코는 망연히 보고 있었지만, 갑자기 하늘의 계시처럼 그 이유를 깨달았다.
"렌........ 당신....... 저의 말이 닿았군요. 그 사람에게 유폐된 의식의 깊숙한 곳에, 거기서 저의 진정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거군요."
싸우고 있다, 렌은 그 때의 나처럼 키츠네님의 암시와......
요우코는 전율에 떨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렌, 찢는다고요? 주인님의 암시를? 무리예요. 절대! 나도, 그 때 쿄오코씨의 도움이 없었으면...... 그 필사적으로 호소하는 눈동자를 보지 않았으면 파괴하지 못했어요. 그것을 당신같은 사람이......... 그런 일, 절대로 없어요!)
요우코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렌을 응시하고 있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의사를 담아.
그리고 렌은 올려다보았다. 미칠 것 같은 괴로움 속에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차가운 두 개의 눈동자를!
서로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두 명의 시선은 공중에서 부딪쳤다.
렌의 뇌리에 처음 대전했을 때의 요우코가 떠올랐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어떤 기습도, 어떤 페인트도,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는 듯 압도적인 역량을 자랑하며, 렌의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을 근소한 차이로 전부 받아냈을 때의 승리를 확신한 눈동자가, 지금 다시 요우코의 눈에 머물러 있었다.
렌의 속에서 분노가 솟구쳤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분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칠 정도의 괴로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요우코, 질 수 없다! 너에게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어, 내주지 않아, 그 사람은 내주지 않아, 내주지 않아, 내주지 않는다! 절대로다--------------!!)
렌 속에서 대항하고 있던 키츠네군의 암시와 렌의 의지, 그러나 짓궂게도 그 밸런스를 무너트린 것은 다름아닌 요우코의 시선이었다.
뜨거운 덩어리는 이미 위를 가득채우고, 식도를 통해 결국 목 안쪽까지 치솟아 올랐다.
이미 렌은 말을 하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목이 파열할 것 같았다.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요우코에게 질 거라면,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영원하다고 생각되던 격투의 끝에, 결국 렌의 입에서부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쿠우우우우우우우! 쿠우우우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유리창이 떨릴 정도로 큰 소리를 외치고, 렌은 몸을 떨면서 침대에 푹 엎드렸다.
그 모습을 요우코는 서서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
한 편, 이 날 키츠네군은 오랫만에 자유로운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온화한 햇빛이 비쳐들어오는 일본식 방에 있는 코타츠에 들어가, 귤과 차를 천천히 맛보고 있었다.
원래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서투른 타잎으로, 특히 겨울 방학은 하루종일 실내에서 편하게 보내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 며칠간은 완전히 페이스가 흐트러져 있었다.
그 날, 요우코에게 약속의 이행을 재촉당한 키츠네군은, 무슨 생각에선지 정말로 요우코를 매입했던 것이었다.
원래라면 반액으로 보상회수 시장에 흘리거나, 기억을 봉인해서 원래의 생활로 되돌리지만, 뜻하지 않게 약속을 지키는 타잎이었는지, 혹은 요우코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냈는지 의외로 시원스럽게 크라운에게 매입을 신청했던 것이었다.
렌의 건도 있었기 때문에 크라운도 놀랐지만 물론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시원스럽게 그것은 인정되었던 것이었다.
"자사원 할인이므로, 500만이면 돼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 크라운과 계약은 담담히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뒤, 요우코는 키츠네군의 집에서 머물기 시작했다.
미키는 기억을 조작해서 원래의 생활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요우코를 묵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아침일찍부터 밤에 돌려보낼 때까지, 요우코는 키츠네군의 옆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오면 아직 자고 있는 키츠네군의 이불 속에 알몸으로 들어와 마음대로 팬티를 내리고 반쯤 발기하고 있는 페니스를 꺼내, 눈을 뜰 때까지 계속해서 빨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뜰 무렵에는 완전히 힘을 되찾은 페니스에 스스로 올라타, 아침에 제일 신선한 밀크를 몸 속 깊이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그 뒤는 스스로의 몸을 스펀지 대신 사용해서 키츠네군의 샤워를 도왔고, 식사준비를 할 때는 물론 알몸에 에이프런, 식사 중에도 알몸, 스스로 자기 몸에다 음식을 올려놓은 여체음식까지 내놓는 일도 있었다.(*주: 여기서 여체 음식이란? 하여간 저 위에 편역했던 부분과 같은 단어를 썼습니다.-_-;)
약삭 빠르게 켄지의 방식을 마스터해, 키츠네군에게 응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옆에서보면 절륜한 신혼 부부 같은 생활 모습이었다.
키츠네군 자신도 섹스는 싫어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좋아하는 편이므로, 이렇게 요우코의 도발이 있으면 확실히 거기에 응해버렸다.
물론 흔히 볼 수 있는 미녀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하는 것은 즐겁지만, 그러나 매일 3발, 4발으로는 몸이 견디지 못했다.
물론 요우코의 감도는 특별히 올려놓았으므로, 키츠네군이 1번 사정할 때 10회나 20회는 절정에 달했지만, 단련된 끝없는 체력은 그 차이를 메꾸고도 남는 것이었다.
요우코의 한계를 내려 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지만, 뜻밖의 부분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키츠네군은 그것을 떳떳하게 여기지 않았다.
덕분에 키츠네군은 요 며칠 동안 완전히 정력이 빨아들여진 것이었다.
게다가 섹스를 하고 있지 않을 때의 요우코는 바로 교사의 얼굴로 돌아와, 키츠네군의 식사나 운동같은 생활 태도부터, 학생으로서의 공부 태도, 인사나 말씨같은 매너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을 교정하려고 했다.
물론 '주인님'을 상대하는 것이므로 고압적인점은 없지만, 정중하고 상냥한 말 뒤에는 완강하고 양보하지 않는 철의 결의가 숨어있었다.
원래 귀찮아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키츠네군이, 요우코가 온 3일 째에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조깅을 하는 처지에 빠져있었다.
사모아둔 과자나 탄산음료가 사라지고, 게임이 정리되고, 만화책이 처분되고, 흩어져 있던 책상위는 몰라볼 정도로 정돈되었다.
그러나 취미로 장식하고 있던 플라모델을 마음대로 처분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키츠네군은 결국 이성을 잃어버렸다.
청소를 하고 있던 요우코의 팔을 잡아당겨, 갑자기 눈 앞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완전히 최면에 익숙해진 요우코는 그것만으로도 간단하게 트랜스 상태가 되었다.
그런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진심 모드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요우코..... 너는 나의 소리와 함께 젊어져 간다. 1살씩.... 좋아, 자, 25, 24........"
요우코가 오랫동안 쌓아온 성실한 성격을 철저하게 교정해 줄 생각이었다.
"21, 20, 자 요우코, 너는 20살이다. 나와 같은 나이의 대학생이다."
키츠네군은 거기서 연령 퇴행을 중지시키고, 요우코의 상태를 보기로 했다.
귀찮기 때문에 설정의 변경은 하지 않았다.
키츠네군의 인형으로서의 자각을 가진 채로 눈뜨게 했다.
(후후후, 아무리 요우코가 성실해도 대학 강의를 빼먹은 적은 있겠지.)
키츠네군의 목적은 단순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방종한 생활에 공감을 느끼는 인격을 찾아, 그것을 가진 채로 지금의 연령까지 돌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자, 요우코, 오늘 재미없는 강의는 관두고 나와 영화라도 보러갈까?"
눈을 뜬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텅빈 눈동자에 얼른 감정이 떠올랐다.
"아, 키츠네님, 안녕하세요! 기쁩니다. 영화관에 데려가 주실겁니까?"
"그래. 그렇지만 나는 오후부터 바쁘니까 오전이라면. 요우코가 강의를 빼먹으면 함께 갈 수 있어."
"알았습니다! 같이 갑니다!"
요우코는 빙긋 웃으면서 아무런 주저도 없이 대답했다.
키츠네군은 내심 즐거워하며 혀를 내밀었다.
"고마워요, 요우코. 같이 해줘서. 뭐, 대학의 강의는 빼먹어도 상관없어요."
요우코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얼굴을 들여다보고 빙긋 웃은 키츠네군에게, 요우코도 웃어보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보강받을 테니까."
요우코는 조금의 꺼리낌도 없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 키츠네군은 놀랐다.
"보강입니까? 그런, 아니 요우코, 그런 건 쓸데없어요. 어차피 쓸모없는 강의니까. 그보다 그럴 시간에 나와 섹스하지 않을래요?"
역시 방종과는 거리가 먼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노골적인 먹이를 뿌렸다.
그 한마디로 요우코의 얼굴에 팍하고 빛이 켜진 것 같은 환희가 떠올랐다.
"합니다! 키츠네님과 가득 섹스합니다!"
"그러면, 보강은 받지 않을거죠?"
다시 싱긋 웃으면서 키츠네군이 물었다.
"받지 않습니다! 대학은 그만둡니다! 평샌 주인님의 시중을 들겠습니다!"
"에?"
요우코의 전광석화같은 결단에 키츠네군은 아연하게 되었다.
"아니, 그만둘 것 까지는..... 그렇게 성실하다니........ 별로 거기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키츠네군이 중얼거리는 말에 요우코는 단호히 거절했다.
"안됩니다. 저, 일생 주인님께 봉사할 몸이니까 대학같은 걸로 놀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그만두겠습니다, 주인님. 침대에 가요. 충분히 제 몸으로 즐겨 주세요."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키츠네군의 손을 잡고 침실로 가려고 했다.
키츠네군은 그런 요우코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후-! 진짜, 융통성 없기는.)
그리고 한숨을 토한 뒤, 다시 요우코의 눈 앞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금새 표정을 잃은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다시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19, 18, 17."
이번에는 대학생으로 해봤다.
"요우코, 학교 빼먹고 놀러 가지 않을래요?"
"안돼요, 키츠네군. 확실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일류 최면술사가 될 수 없어요."
"에?"
젊어졌다고 해뒀으므로, 요우코는 키츠네군도 같은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 그쪽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른 공부는 재미없는 걸요. 저와 놀아요."
싱긋 미소짓는 키츠네군에게 요우코도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
"어머나, 키츠네군에게는 제가 가르쳐줄께요. 전 특별해요. 저, 장래 반드시 강사님이 될테니까. 국어든, 사회든, 아, 체육이라도 좋아요."
요우코는 빙긋 웃으면서 키츠네군의 팔을 잡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키츠네군.
손바닥을 삭.
카운트 다운 재개
이번에는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요우코........"
"쉿! 수업중이야. 조용해."
말하기도 전에 차단당했다.
마음탓인지 표정도 딱딱해져 있었다.
흐릿해지는 커녕, 연령이 퇴행함에 따라, 고지식함은 올라가고 있었다.
대학생이다.
6학년!
역시 5학년.
3학년은?
그럼, 1학년은?
..........
.........
........
키츠네군은 바닥에 무릎꿇고, 한숨을 토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요우코가 허리에 양손을 대고 키츠네군을 내려다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안돼요! 오빠! 확실하게 공부해야죠!"
".........굳건한 신념이다....... 이 여자......."
키츠네군은 처음으로 요우코를 매입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리고 그 뒤, 아기가 된 요우코로 아기 놀이를 하고 있을 때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였다.
"그렇다! 독을 독으로 제압한다!"
기분좋게 웃는 얼굴로 손가락을 빨며 "응애- 응애-"하고 있는 요우코에게 종이기저귀를 채워주던 키츠네군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조속히 핸드폰을 꺼내 크라운에게 연락해 확인을 했다.
"그런데 크라운씨, 렌은 아직 입원중입니까?"
"렌입니까? 예, 그래요. 하지만 내일 퇴원할 예정이에요."
크라운의 대답을 듣고, 키츠네군은 작게 승리 포즈를 취했다.
그 2명이 같이 있으면, 키츠네군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마음대로 분위기를 살려준다.
요우코를 조금 손대, 뭐든지 좋으니까 렌에게 자랑하게 해두면, 그 렌의 일이니까 금새 반격해 올 것이었다.
그러면 요우코도 오기가 있으니까 렌에게 반격하고.......
"후후후, 확실히 두뇌의 승리. 지금쯤 그 2명은 불꽃튀기고 있겠지. 요우코도 렌이 상대라면 쉽게 끝낼 수 없을 테고. 우선 이것으로 나의 부담도 줄어들고."
키츠네군은 코타츠 안에서 혼자 의미깊은 미소를 떠올렸다.
"그럼, 오늘은 오랫만에 근처의 사모님과 즐거운 시간을......"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갑자기 현관의 초인종이 울렸던 것이었다.
가벼운 전자음이 방에 울려퍼졌다.
키츠네군은 뭐지? 하고 머리를 기울이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예- 누구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키츠네군이 무방비하게 문을 연 순간, 팍! 하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그 표정이 얼어붙었다.
거기에 서있던 것은..........
"요우코씨, 에, 마츠다 형사!"
조금 어색한 표정의 요우코와 가볍게 미소를 머금고 있는 렌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었다.
오랫만에 만난 렌은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키츠네군은 싫은 예감을 느꼈다.
표면적인 평정 뒤에, 마그마같이 억제하지 못하는 에너지를 느낀 것이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키츠네군이 최근에 맛본 것과 꼭 닮았던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츠네키씨. 마츠다 렌, 지금 퇴원했습니다. 늦어졌습니다만, 입원중의 건, 지금부터 대응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연해하는 키츠네군에게 말할틈도 주지 않고, 렌이 경례하며 그렇게 말했다.
"에? 무슨 소리입니까? 마츠다씨, 그 사건은 이미 끝나서........."
키츠네군이 눈을 깜빡이며 말하는데, 렌이 싱긋 웃으며 말을 잘랐다.
그 눈동자에 머물고 있던 것은, 오랫만에 보는 야성의 늑대가 사냥감을 찾아낸 것 같은 빛이었다.
"츠네키 강사님, 제가 말씀드렸던 것은 입원중의 건입니다. 입원전의 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냥한 렌이었지만, 상대하는 키츠네군은 싫은 예감으로 뺨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입원중입니까?"
"네. 입원중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어떤 남자가 피해자 여성에게 심한 장난을 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요참고인이 츠네키 변호사, 당신입니다."
렌의 그 말에 키츠네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저말입니까? 제가 도대체 뭘 해서...."
키츠네군은 말해버리고 나서, 그것이 하지말아야 할 말같았다.
그러나 렌은 생선을 찾아낸 고양이처럼 눈을 빛냈다.
"당신이 한 것....... 그것은 그 여성의 왼손 손바닥에 평생 사라지지 않는 문자를 새긴 것입니다."
그리고 렌은 자신의 왼손을 키츠네군에게 향했다.
"이 손바닥에 새겨진 각인! 넘버 2의 각인! 분명하게 책임져 주세요, 키츠네님!"
렌은 그렇게 말하며 키츠네군의 목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키츠네군은 절망의 바닥에 가라앉은 것 같은 목소리로, 허약하게 비명을 질렀다.
"우왓-! 나의 암시, 벌써 깨지다니-! 1개월도 안됐는데-!"
"매일 5회나 요우코를 안으셨다면서요? 귀엽지만, 그러면 이미 질려버리셨죠? 오늘부터는 제가 5회든, 10회든 상대하겠습니다."
렌은 키츠네군의 뺨에 입맞춤을 했다.
"잠깐, 렌! 듣고 넘길 수 없네요, 그 대사!"
금새 요우코가 아름다운 눈썹을 치켜세우며 렌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렌은 그런 요우코를 무시하고 멍한 시선으로 키츠네를 응시하며 본격적으로 입맞춤을 시작했던 것이었다.
"잠깐 렌! 들어요!"
완전히 무시된 요우코는, 이번에는 강제고 렌을 끌어내, 키츠네군에게서 떼어놓았다.
그러자 바로 불타는 것 같은 강렬한 시선이 요우코에게 향했다.
그러나 요우코도 그런 렌을 얼음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대타는 필요없어. 내가 퇴원했으니 너는 필요없어! 냉큼 여동생에게 돌아가."
"적당히 구는게 어때요? 갑자기 찾아와서는! 주인님이 놀라고 계시잖아요. 전 인형은 점잖게 사라지라고요!"
맨션의 복도에서 갑자기 일촉즉발의 굉장한 '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색을 헤아린 근처의 부부가 체인을 건 채로 문을 살그머니 열어, 내다 보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키츠네군은 폐안의 공기를 전부 토해낸다고 생각될 정도로 깊은 한숨을 토했다.
"분수를 모르는 암컷에게는, 적당한 징계가 필요하군."
"어머나? 제게 이길 생각이예요? 퇴원 직후에 분수를 모르는게 어느 쪽일까?"
"검을 가지고 있지 않은 너는 이길 수 있어. 무엇보다, 검을 가지고 있어도 상관없어."
"잠깐, 당신 연전 연패도 잊었어요? 주인님께서 그런 것을 지워주셨나요?"
"그것은 너겠지! 목검이 부셔졌던 것이 누구였는지, 주인님께 듣지 않았어?"
"확실히 들었어요. 주인님에게 튠 업 받았었죠? 열심히네요. 순수하게는 이길 수 없을테니까."
"흥, 패배를 인정하지 않다니. 좋아, 한 번 더 맛 보여줄까?"
"혼자 좋아하지 말아요.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가만있었다고 생각해요? B모드에 A모드....... 혼자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2명 사이의 대화가 계속되며 찌르르할 정도로 긴장이 높아져갔다.
키츠네군이라고 해도 2명의 대화에 끼어드는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방치할 수도 없었다.
욱식욱신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르며 키츠네군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
그러나 분위기를 타고 있는 2명은 그런 키츠네군의 말에 시선도 향하지 않았다.
"미안합니다, 주인님. 이 잘난체하는 인형에게 조금 징계를 가하겠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주인님, 이 착각에 빠진 전 인형을 한 번 더 병원에 돌려보내겠어요."
예상하고 있다고 해도, 이 2명의 이 반응은 쇼크였다.
키츠네군은 정말로 한심한 얼굴리 되어, 양손을 허리에 대고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되면, 이제 최종 워드 이외는 효과가 없지 않을까.... 키츠네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그렇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 최종워드만은..........)
위험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현실에 벌어질 참극은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서로를 응시하고 있던 2명이 슥하고 움직인 것이었다.
양쪽 모두 한 걸음씩 나섰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렌은 반신을 앞으로 내밀고, 요우코는 눈 앞에 수도를 올렸다.
다음에 움직였을 때가 아수라장의 시작이다.
이제 키츠네군이 주저할 시간은 끝난 것이었다.
그리고 긴장의 순간, 실로 정없는 목소리가 2명을 향했다.
"정말! 알았어, 알았습니다! 2명 모두 내가 데리고 있을테니, 아-!"
그 말이 닿는 순간, 지금까지의 투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2명의 미녀는 밝게 웃는 얼굴을 키츠네군에게 향했다.
마치 꽃이 피는 듯이........
그리고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키츠네군에게 달려들어, 양팔에 매달리며 뺨에 키스했다.
몸이 견딜까.........
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키츠네군은, 전혀 깨닫지 못했다.
키츠네군의 등뒤에서 렌과 요우코의 손이 소리를 내지 않고 하이터치하고 있다는 것을...........
운명의 폭풍우가 지나갔을 때, 예상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그러나 강고한 트라이앵글이 탄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2화 완결-
금요일, 7월 11
(SM소설,조교소설,MC물) 인형_제조_회사_1부,2부완결-wodud5426-rte011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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